어제 밤에 술을 마시고 늦게 자서 그런지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때로 그런 풀어짐도 필요하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면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삶에 권태를 느끼게도 된다. 머리도 굳어져 사고의 유연성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일요일이 좋다.

 

11시경 검단산에 갔다. 등산로 입구 주변에는 차를 댈 곳이 없었다. 등산객들로 길가는 차량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좁은 공간에 주차를 잘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운전솜씨들이 좋은게 틀림없다. 아주 먼 곳에 가서 차를 세웠다. 사람들이 거기까지는 차를 대지 않았다.

 

산 중턱에 올라가니 바람이 아주 시원했다. 이제 가을바람이었다. 하루 하루 갈수록 달라지고 있었다. 산 속에서 바람을 맞으니 가을이 실감이 났다. 가을은 역시 몸으로 느껴야 한다. 공연히 말로, 책에서, 음악으로 느낄 것이 아니다. 산에 가서, 강물을 보며, 들판에서 누런 벼이삭을 보면서 몸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야 가을이 좋은 계절임을 알게 된다.

 

산행을 하면서 나는 잘 생긴 나무들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예쁘게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을 유심히 쳐다 보았다. 그들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흘러가는 내가 오히려 존재의 이유를 묻고 있었다. 밤나무에서는 밤송이가 떨어져 있었고, 도토리 열매도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 다람쥐 먹이가 땅에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그 계단을 밟으며 나는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 등산로를 만들면서 그들은 엄청난 땀을 흘렸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그 계단을 밟고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고를 기억해 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산 중간 정상에 올라가니 사람들이 꽤나 많이 앉아 있었다. 항상 그곳에는 아이스크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와 1000원씩 팔고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고생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맛본다. 가을을 느끼면서 한강물을 바라보며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다.

 

산 위에서 보는 강물의 색깔은 나뭇잎색깔이었다. 나무 사이로 멀리 보이는 강물을 평화로와 보였다. 그 강물의 평화 속에 내 마음을 담고 싶었다. 가을은 내게 다가오고 강물을 또 나를 품고 있었다. 햇살은 약간 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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