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에 들은 막걸리
다시 조용한 시간으로 돌아왔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출근하면서부터 바쁜 시간에 수많은 전화통화, 서류검토, 사람들과의 대화, 상담 등등. 그래서 가끔 중요한 일들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퇴근 후에 동네 테니스코트에 갔다. 동네 테니스회 회원으로 가입한 지 벌써 7년째다. 라켓을 잡고 테니스를 친지는 꽤나 오래되었지만 코트에 나갈 때마다 잘 치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신경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정도 치는 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게임을 해보면 대번 실력이 나타난다. 잘 치는 사람들은 나와 게임을 잘 해주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나와 게임을 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은등 아래서 공을 치고 있노라면 마음은 행복하다. 우리 코트에는 주변에 나무가 많이 우거져 있다. 게임을 하다 진 사람들이 생맥주와 프라이드 치킨을 2만원어치 사왔다. 운동 후에 마시는 생맥주는 시원하고 맛있다.
이마트에 갔다. 10시가 넘었는데 사람들이 많다. 수많은 물건들을 쌓아놓고 있다. 캔에 들어있는 막걸리가 있었다. 6캔을 샀다. 이젠 막걸리도 맥주캔처럼 작은 캔에 넣어 나온다. 나는 막걸리를 참 좋아한다. 가끔 김치와 함께 먹으면 정말 그 맛은 일품이다. 양주나 소주보다 막걸리가 나에게는 더 맞는다. 내 고향이 포천인데 고향 막걸리 맛이 아주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다.
동네 부근에 작은 1톤 트럭을 세워놓고 전복과 산낙지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매주 월요일 밤에 그곳에서 장사를 한다고 한다. 전복 3마리에 만원이다. 산낙지는 다 팔렸다고 한다. 장사가 잘 돼서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전복을 만원어치 시켜 내가 가지고 간 캔막걸리와 함께 길에서 먹었다. 상일동 다운 풍경이다. 아주 정성껏 전복을 요리해 준다. 요리래야 물에대 씻어 썰어주고 초장을 주는 것이었지만. 살아있는 전복을 바로 썰어 먹으니 맛이 좋았다. 호텔 일식당에서 주는 전복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정겨웠다. 그런 아기자기한 마음들이.
밤이 깊었다. 아름다운 사연들을 뒤로 하고 별이 빛나고 있다. 집앞 정원에 핀 빨간 장미는 200송이쯤 된다. 소설책 '흉터와 무늬'를 손에 펴본다. 최영미 씨가 쓴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1994년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집을 냈던 시인이다. 맨 첫머리를 '신이여, 이 글을 썼던 손을 용서하소서'라는 글로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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