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2-15
기을비가 내리고 있다. 비에 젖은 단풍잎이 파르르 떨고 있다. 곧 떨어질 운명 앞에서 작은 기도를 한다. ‘연약한 잎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아름다운 색으로 치장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의 가을은 정말 아름답다. 노란 은행잎으로 길게 뻗은 도로,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은 주변 산. 도심의 공원에는 현란할 정도로 가을색이 눈을 부시게 한다.
이런 가을을 맞아 명훈(남, 22세, 가명)도 대학생활의 낭만을 한참 즐기고 있었다. 아버지가 능력이 있어 평생 먹고 살 것을 마련해 놓았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공부를 열심히 안 해도 되었고, 해외 연수도 1년 다녀와서 영어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유능한 사업가였다. 얼굴도 탤런트처럼 생겼고, 골프도 프로 수준이었다. 어머니도 약사로 개업을 해서 돈을 잘 벌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워낙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아서 늘 이쁘고 젊은 여자들을 데리고 다녔다. 그래서 어머니와 여자 문제 때문에 많이 싸우고 살았다.
예전에는 간통죄가 있어서 그대로 조심하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간통죄가 폐지되고, 합의에 의한 성인들의 성교는 오직 민사문제는 될 수 있을지언정, 형사문제는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명훈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싫으면 이혼하자. 왜 내가 당신만 쳐다보고 살아야 하느냐?’면서 노골적으로 바람을 피고 있다.
이런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명훈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특히 집에 돈이 많아서 모든 것을 백화점에서 명품으로 사서 치장을 하고, 몸관리를 하니까 여자들이 줄로 서있었다.
여자를 꼬시는 법도 자꾸 노력하면 발달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당일 같이 잠을 자는 일이 쉬워졌다. 아버지가 사준 외제차는 여자와 Car Sex를 하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명훈은 차안을 아주 고급스럽게 인테리어를 했다. 그리고 고급 담뇨를 준비하고, 멋있는 음악을 준비했다. 고급 와인과 안주까지 갖추었다. 썬팅은 너무 진하게 해서 운전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명훈은 더 본격적으로 여자를 꼬시기 위해 연예기획사에서 운영하는 연기학원에 등록을 했다. 연예인이 될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곳에서 연예인으로 성공하려는 여자들을 만날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였다.
사랑의 모진 운명 2-16
그것도 모르고 기획사와 학원에서는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명훈의 의도에 반해 명훈을 영화에 출연시키려고 나섰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명훈은 날개를 달고 수많은 여자들과 연애를 하고 섹스를 했다.
시간이 가면서 명훈은 모든 것이 아버지 돈 때문에 그런 것을 모르고 자신이 한국에서는 최고의 멋있는 남자, 대학생, 인기스타가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카섹스는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았다. 우선 카섹스를 할 장소가 문제였다. 서울 시내는 빈땅이 없을 정도로 도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어 차를 세워놓고 섹스를 하기가 어려웠다.
잘못하다가는 사람들 눈에 띄어서 즉결심판에 넘어갈 우려도 있었다. 아니면 차안에서 한참 흥분해서 있는데 누가 문을 따라고 세게 두드리면 뇌출혈이 일어나서 응급실에 실려갈 위험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섹스는 샤워를 하지 못하고 의식을 치러야하는 불편이 있었다. 특히 여름에는 땀도 나고 싫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모텔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모텔을 이용하다가 언젠가 인터넷을 보니 모텔에 잘못갔다가는 나쁜 사람들이 몰래카메라를 모텔방에 설치해놓고 젊은 남자와 여자의 섹스동영상을 촬영해서 인터넷에 올려 유포시키는 사례가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명훈은 이 기사를 보고, 자신과 같은 멋있고, 연예인 같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파트너 역시 매력 있고 섹시한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면 최우선 표적이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겼다.
만일 자신이 인터넷에 유포되면 아버지는 더 이상 외제차를 운전하지 못하게 할 것이고, 돈도 주지 않을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머리를 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라면서 학교 앞에 원룸을 얻어달라고 했다.
사랑의 모진 운명 2-17
돈 많은 아버지는 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무조건 얻어주었다. 그것도 월세 비싸고 모든 것이 갖추어진 원룸으로 얻어주었다. 명훈은 이렇게 되자 마음 놓고 여자들을 불러들였다.
고급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면 놓고 고급 와인과 좋은 음악, 고급스러운 조명을 갖추어놓으니 여자들도 무척 행복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오빠. 나 임신했어. 어떻게 하지?”
“그게 무슨 말야? 언제 임신했어? 그때 피임했잖아?”
“글세 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임신했어. 걱정이야.”
“뭘 걱정해. 병원에 가야지. 돈은 내가 낼게 걱정하지 마.”
“뭐라고! 애를 지우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오빠는 내가 성당에 다니는 거 알잖아. 낙태는 죄악이야. 태아도 생명이라고!‘
“은영아! 너 미쳤니? 그럼 애를 낳겠다는 거야?”
“응. 낳고 싶어. 오빠와 결혼하지 못해도 나 혼자 낳아서 키울게 걱정하지 마.”
“너 정말 미쳤구나. 그러지 말고 빨리 병원에 가자.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야 해.”
이 말을 듣고 나서 명훈은 은영을 멀리 했다. 은영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상한 여자로 보였다. 무슨 의도인지 몰랐다. 아마 일시적으로 명훈이 잘 대해주니까 무슨 착각을 한 것으로 보였다.
임신했다고 갑자기 아이를 낳겠다니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꼭 자기 애라는 증거도 없었다. 은영도 처음 만나는 날 곧 바로 섹스를 했던 여자였기 때문에 무척 자유분방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은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지내는 입장이었다. 인물도 평범했고, 몸매도 별 거였다.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랑의 모진 운명 2-18
대화를 해보면 답답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사는데 은영과는 잘 만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남자와 결혼까지 하려고 했다가 그 남자가 감방에 가는 바람에 헤어졌다고 했다.
그 쇼크로 공황장애까지 생겼고, 그 남자와 두 번이나 낙태수술을 했다. 그 이후로 정신을 차리고 성당에 나가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그 때문에 앞으로는 절대로 낙태수술은 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명훈을 만나 몇 차례 사랑을 나누었고, 명훈이 꼬시기 위해 은영에게 잘 대해주니까 명훈에게 미쳐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명훈은 은영을 수준 낮은 또라이로 치부하고 말았다. ‘내가 만나주지 않으면 지가 어떻게 하겠어? 그냥 낙태수술하겠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나 같은 프로도 실수할 때가 있는 거야. 정말 재수가 없네. 잘 나가던 이 명훈이 고생 좀 하겠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명훈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할 때 피임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 전에는 여자들이 알아서 하려니 했다. 그리고 몇 여자들은 임신이 되자 곧 바로 낙태를 했다. 그때마다 명훈은 고생한다면서 수고비로 100만 원씩 주었다.
여자 아이들은 낙태를 하고도 명훈이 돈까지 주면서 격려해주자 고마워했다. 명훈은 산부인과까지 따라가서 아이 아빠로 사인도 했다. 명훈은 낙태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들과 또 섹스를 했고, 여자들도 응해주었다.
여자 부모가 이런 사실을 알면 명훈은 정말 나쁜 인간이라고 욕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딸은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세상은 이렇게 요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오직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생각한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냉정하기 짝이 없다. 자신의 아들이 강간을 하면 아들만 생각한다. 피해자인 여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강간을 당한 것이고, 그게 무슨 강간이냐, 지가 좋아서 했지라는 주장을 한다.
아들 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간 당한 딸 부모 입장에서는 남자를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딸의 인생이 망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