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2-4
이 사건에서 남자와 여자의 행위를 평가해 보면 이렇다. 먼저 남자가 술집에 가서 그냥 술만 마시지 옆에서 같이 술을 마셔주는 여자에게 2차를 가자고 제의하는 행위는 성매수제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사실 성에 관해서는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의 성(sex)에 관해서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개인으로서의 남자와 여자에게 국가가 어떤 법을 정해서 강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19세가 되기 전의 미성년자는 성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든가, 결혼하기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든가,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에서는 과도한 자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든가 하는 법을 만들면 당장 헌법위반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정당한 이유없이 침해하고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장되어야 할 권리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이다.
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성의 문제에 관해 무제한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일정한 경우에는 법이 관여한다. 개인의 성적 자유의지나 자유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첫 번째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강간죄와 강제추행지다.
타인은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해서 반항을 제압하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법은 금지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것은 원치않는 성행위를 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법의 목적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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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섹스는 언제나 타인이 보지 않는 은밀한 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있었던 일을 시간이 경과한 후에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강간사건에는 늘 ‘강간(强姦(강간)’이냐 ‘화간(和姦(화간)’이냐 하는 다툼이 생긴다. 남자와 여자가 성교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여자의 동의가 있었으냐? 여자가 반항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는 강간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이 결여되거나 위법성이 조각되기 때문에 수사나 재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된다.
예전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이 모텔방까지 들어가서 성교를 했다고 하면 좀처럼 강간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자가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추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텔방까지 별 저항 없이 따라간 경우라도 강간죄나 준강간죄를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건에서 여자의 명시적인 동의 또는 묵시적인 승낙을 인정하지 않고, 남자의 강제성, 폭력성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특히 술에 취한 여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서 잠을 자고 있거나 인사불성이 된 상태,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옷을 벗기고 성교를 하거나 추행을 하는 경우 대체로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을 인정하는 사례가 많다.
실제 사건에서는 여자는 술에 취해 의식이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남자가 섹스를 하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나중에 술에서 깨어보니 남자가 자신의 신체 위로 올라가서 섹스를 하고 있어 싸우게 되었다든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자신의 옷이 다 벗겨져 있고, 남자가 안에 사정을 한 것 같아서 남자의 정액을 증거로 채취해서 고소를 하는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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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강간은 그렇다고 해도 준강제추행의 사건은 범죄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매우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여자를 남자가 어디를 만졌고, 어디를 추행했는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장소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단 둘이 있는 승용차 안에서의 강간이나 강제추행 사례는 자가용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어두운 공간에서 남자는 갑자기 성욕을 느낀다.
그래서 여자를 차 안에서 강간한다. 물론 여자가 저항을 하기도 하지만, 일단 성욕에 가득 찬 남자는 이성을 잃고 ‘미친 동물(mad animal)'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성에 의한 자기통제’는 불가능하고, ‘타인에 의한 억제’ 역시 불가능하다.
가해자인 남자의 이성은 성욕에 의해 이미 억제되었고, 여자의 저항은 억센 남자에 의해 제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간의 경우를 보면, 남자가 순간의 정욕을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동물적 행동’이지 결코 정상적인 성행위에서 얻어지는 ‘만족감’이나 ‘성적 충족’은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
그것은 수많은 사건을 통해 얻은 진리이며 사실이다. 강간 후의 남자는 대체로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후회하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법은 매우 엄중한 처벌을 한다.
옛날에는 강간에 의해 ‘처녀성의 상실’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 범인 또는 ‘강간에 의해 성병을 옮긴 경우’, '강간을 당한 여자가 ‘수치심 때문에 자살한 경우’에는 일반적인 강간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거운 형사처벌을 했다.
그리고 강간사건에 있어서 처녀성의 상실은 의사의 소견서에 의해 입증되었다. 그런데 요새는 강간을 당한 피해자의 입장에서 ‘처녀성 상실’의 소견서를 제출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강간범의 변호사가 ‘피해자의 비처녀성’을 무슨 대단한 정상자료나 되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강간을 당한 여자는 처녀가 아니었다. 때문에 크게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변론을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런 변론을 법정에서 했다가는 그 변호사는 징계에 회부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