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⑭

 

사실 남자와 여자 관계에서 돈 문제는 서로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애매모호하다. 돈 문제가 명확한 경우는 성매매의 경우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처음부터 돈 문제가 아주 확실하게 결정된다.

 

요새 서울에서 유행하고 있는 원룸 성매매는 이런 식이다. 성매매할 여자가 먼저 원룸에 가있고, 중간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남자가 가격을 정해준다.

 

15만 원이라고 말하면 성매수자는 15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한 다음, 알선자가 지정해주는 주소로 원룸을 찾아간다. 그러면 지정된 시간에 찾아온 남자를 알아채고, 여자가 문을 열어준다.

 

여자는 먼저 선금으로 15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성관계를 1회 하고, 밖으로 내보낸다. 성관계는 절대로 1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냉정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만 보아도 성매매는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동물적인 것인가 알 수 있다. 그래서 성매매는 해서는 안 된다. 에이즈 위험도 있고, 성병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언젠가 뉴스에서 에이즈 환자가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즈 환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단 에이즈에 감염되면, 상대가 형사처벌된다고 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관계에서는 성매수자가 원룸에 들어와 먼저 선금을 내지 않는다든가, 일부만 깎자고 흥정을 하든가, 나중에 주겠으니 먼저 성행위를 하고 돈을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하면 절대로 성매매는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성매매의 현장에서 이러한 선금법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원칙은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만일 이러한 법칙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후불방식이 원칙이다. 술부터 마시고 돈을 내지, 돈부터 먼저 내고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것은 불문율(不文律)이다. 이런 법칙을 법에서 정해놓은 것은 없다. 술값의 경우에는 외상도 많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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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⑬

 

일단 광철은 한 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남녀 사이의 문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경우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살아온 과거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습관에 따라 판단한다.

 

광철은 지금까지 사업을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남녀 사이의 관계도 사업적 마인드로 생각하고 있었다. 사업적 마인드란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 미끼를 던지고 유혹하는 것이다.

 

지금 어렵게, 우연한 기회에 좋은 여자를 만났다. 자신 보다 10살이나 어리고, 경제적으로도 혼자 먹고 살 수 있는 여자다. 성격도 좋고, 외모도 괜찮았다. 속궁합도 맞았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자신에게 떨어졌나 싶었다. 그러나 막상 몇 번의 관계 이후에 갑자기 달라진 정옥의 태도에 광철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이런 경우에 다른 사람과 쉽게 터놓고 상의할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의 문제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다. 자신은 남자로서 많은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정옥이 자신을 우습게 보는 건지,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 같다가 갑자기 아무런 사정 변경도 없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거리를 두는 것이 못마땅했다. 마치 무시당하는 기분이었다.

 

한편 정옥은 어떤 입장일까? 정옥은 역학자가 광철을 소개했을 때 처음에는 무척 망설였다. 우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남자는 정옥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잘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취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다를 것 같았다.

 

역학자가 소개시켜주는 의도 무조건 좋다고 받아들일 것도 아니었다. 역학자는 겉으로 내놓고 말은 안해도 이런 식이었다. ‘최 사장은 여자 혼자 살면서 힘들게 식당을 하고 있으니, 돈 많은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라.’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태도였다. 결혼을 전제로 소개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어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막연했다. 일단 서로 잘 지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정옥은 광철이 돈이 많다고 하니까 만나서 손해볼 것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소개를 받고 만나게 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정옥은 100% 돈에 우선적 가치를 두고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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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⑫

 

“내일 저녁 뮤지컬을 보러 가요.”

“저녁 시간에는 장사해야 해요. 미안해요.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워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 불황이라 걱정이예요. 쉬는 날 만나요.”

 

몇 번의 만남이 있은 다음, 정옥은 약간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주 만나 박 사장과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사이 관계에서 박 사장은 정옥을 좋아하는데, 그에 비해 정옥은 몇 번의 성관계를 하였지만, 그렇게 박 사장을 좋아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정옥은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데리고 열심히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애인이 없어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옥은 그 동안 많은 남자를 만났고, 연애도 많이 했고, 특히 장사를 하면서는 여러 손님들과 데이트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박 사장과는 달랐다. 박광철 사장은 나이는 55세나 되었지만 여자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총각 때도 열렬한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다. 결혼도 중매로 해서 아주 깊은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오직 일만 하고 술이나 먹고,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돈은 벌었지만 잘 쓸 줄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돈의 노예’, ‘일에 중독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누가 광철에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별로 답변할 말이 없었다. ‘그냥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하고, 돈벌고, 그 맛에 살고 있습니다. 사랑도 모르고, 특별히 소중한 가치가 있지도 않아요.’

 

이번에 역학자가 광철을 위해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었지만, 사실 광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일단 만나 보고,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심히 식당에 가서 매상을 올려주고, 사업가로서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외관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 덕분에 몇 차례 호텔에 가서 정옥과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 광철은 정옥과의 잠자리가 좋았다. 하지만 정옥은 별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속궁합이 맞는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광철쪽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정옥의 입장에서는 광철이 돈이 많은 사업가이고, 앞으로 잘 지내면 경제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응해주었기 때문에 광철은 그 속마음을 고려치 않고, 자신이 잘났고, 멋있는 남자라서 정옥이 순순히 응해준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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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사랑의 모진 운명’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랑의 이상형태, 때로는 불륜이라고 불리는 현상, 잘못된 사랑의 병리현상, 부작용 등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이라고 할 수도 없고, 실화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법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현실성이 없는, 다시 말하면 일상이 생활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아니면 일어날 확률이 만분의 일인 스토리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다루는 사랑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저는 예전에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도 아주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사랑은 다루지 않고, 비정상적이고 문제가 있는 사랑을 주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페북 친구분들께서 부족한 저와 함께 사랑의 문제점을 토론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만, 그래도 사랑 때문에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등 장 인 물

 

1. 곽영식 / 남, 39세

2. 송경희 / 여 35세

3. 박광철 / 남, 55세

4. 최정옥 / 여 45세

 

사랑의 모진 운명 ①

 

영식(39세, 남)은 1년 전에 경희(35세, 여)를 우연히 만났다. 사람의 운명이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비명에 가기도 하고, 암에 걸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긴급체포되어 징역을 살고 나오면 사업체는 부도나고 가정은 해체되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아이들이 학업도 중단해야 하고 지하실방에서 고생하는 왕년의 사장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결코 짧지도 않다. 영고성쇠가 끝이지 않는 험하고 험한 고행길이다.

 

어느 가을 날, 영식은 회사 일을 예정보다 빨리 마치게 되었다. 회사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 할 일도 없었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해진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일도 별로 재미가 없다. 되풀이되는 일상의 일이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공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바쁘게 지내고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를 지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식과 같이 보내고 있다. 밖에서 일이나 하고 집에 오면 TV나 본다. 그냥 식사하고 일상의 대화나 조금 하고 잔다.

 

가끔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매일 야식을 거르지 않는다.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집이나 직장에서 책 한권 읽지 않는다.

 

주로 스포츠 경기 관람에 취미가 있고, 핵실험이나 아파트가격인상억제대책 등과 같은 시사적인 문제, 대선후보가 누구인지 등 정치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

 

나머지는 돈 버는 방법, 재테크하는 방법에 골똘이 머리를 쓰고, 평생 시집 한권 사지 않는다. 소설은 그냥 인터넷을 통해 누구 소설이 유명한지, 그 스토리가 어떤지 정도만 상식선에서 파악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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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⑪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매우 개별적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똑 같은 공식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박 사장과 한정식 식당 주인인 최 사장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박 사장은 유부남이며 법률상 배우자기 있다. 자녀도 있다. 최 사장은 이별한 이혼녀다. 이혼녀라는 명칭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혼한 여자를 이혼녀라고 부른다. 이혼녀는 법률상 명칭은 아니다. 법에는 이혼녀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이혼이라는 법률용어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혼녀는 ‘이혼한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혼녀에 상응하는 용어가 이혼남이다. 최 사장은 이혼녀로서 자녀를 한 명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부남과 이혼녀가 중간에 어떤 사람의 소개를 받고 만나서 연애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성관계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법률상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이며, 그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먼저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박 사장과 최 사장은 남자와 여자로 만났다. 이성으로 만났고, 두 사람은 시간이 가면서 성관계까지 할 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그렇다고 명시적으로 ‘앞으로 우리는 성관계를 하자.’고 합의하거나 약속한 것은 아니다. 역학자가 두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서로 남녀 사이로 잘 지내고 연애를 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두 사람이 그에 동의했기 때문에 만남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성관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에 대한 대가나 보수, 조건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아직 합의된 적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하는 성관계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아니면 앞으로 사귀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사안에서 박 사장의 경우는 자신의 처와 이혼할 의사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필적 의사는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처와 별로 애정이 없기 때문에 만일 최 사장과 사귀면서 잘 맞으면 처와 이혼하고 같이 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런 의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최 사장을 만난 것이다.

 

그러면 최 사장은 첩의 지위로 만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첩은 우리 법이 중혼(重婚)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처가 있는 유부남이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고 그 여자를 정식의 처로 생각하고, 법률상 처는 무시한다고 해도 혼인신고를 이중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합의하여 첩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아직 여기에서 박 사장과 최 사장이 첩관계를 서로 상의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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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⑨

 

박 사장은 결국 그 유명한 역학자의 말을 듣기로 했다. 역학자는 몇 달 후에 어떤 여자를 소개해 주었다. 시내에서 작은 한정식 식당을 하고 있는 여자였다.

 

역학자는 박 사장이 돈이 많은 사업가이고, 괜찮은 사람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으로 박 사장이 돈만 벌고 삭막하게 사는 것보다는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성관계도 하면서 사업을 하면 무병장수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 아예 자신이 알고 있는 여자까지 박 사장에게 소개를 해주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함으로써 역학자는 박 사장에게서 돈도 받았다. 사주관상을 봐주고, 여자까지 소개해 준 대가였다. 역학자는 여자에게는 박 사장이 돈이 많고 좋은 사람이니까 만나서 연애를 하고 잘 지내면 돈도 얻을 수 있고,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역학자가 보니까 박 사장과 그 여자가 궁합도 잘 맞고,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자에게도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거라고 예언했다. 그래서 여자도 전부터 식당에서 자주 봐서 역학자가 서울에서 유명한 사람이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을 따라서 박 사장과 사귀어 보려고 마음 먹었다.

 

어느 날 박 사장은 여자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으로 가서 역학자와 함께 여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내가 볼 때 아주 여러 가지가 잘 맞아요. 그러니까 나를 믿고 서로 잘 지내요.”

“예.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 사장은 여자의 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성격도 조용하고, 여성스러웠다.

 

“그리고 박 사장님은 돈 벌었다가 죽을 때 지고 가는 게 아니니까, 이 사람에게 돈을 아끼지 말고 잘 해줘요. 정말 괜찮은 여자예요.”

“예, 선생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 소개를 받은 다음 박 사장은 여자를 만나 데이트를 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운영하는 한정식집에 와서 손님들을 만났다. 가급적 이집에서 매상을 올려주려고 했다. 일부러 비싼 음식을 시키고 술도 많이 주문했다. 어차피 손님 접대를 해야 했기에 겸사겸사해서 그곳에 가서 대접도 하고, 여자를 자주 보는 기회를 가졌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여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너무 속궁합이 맞는 것을 느꼈다. 박 사장은 지금까지 그렇게 잘 맞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급속도로 진도가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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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⑧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계속해서 똑 같은 생활비를 받아 쓰고 있다. 남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것이 발단이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나빠졌다.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와 같은 젊은 사람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꼴통이 된다.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애인에게는 매우 짠 편이다. 그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 남자는 55세가 될 때까지 오직 돈만 벌고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돈 버는 일,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유명한 역학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역학하는 사람은 박 사장을 보고 관상과 사주를 보아주었다.

 

“사장님은 지금까지 돈만 벌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어요. 너무 불쌍해요. 그런데 사주 관상을 보니 남자로서 기가 너무 넘쳐요. 그대로 살다가는 기가 넘쳐서 제명에 못살아요. 그러니 그 기를 눌러주어야 해요. 여자를 만나서 음양의 조화로 기를 눌러주어요.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거예요. 내 말을 들으세요.”

 

박 사장은 원래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었다. 자신이 혼자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사업도 성공했다. 직원들도 잘 다루었다.

 

그런데 워낙 유명한 역학자가 그런 말을 하니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학자는 주로 재벌회장이나 연예인의 사주 역학을 보아주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역학자 자신도 벤츠를 타고 기사를 두고 다녔다. 서울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장님은 제 말을 들으세요. 전에도 제 말을 듣지 않던 이 회장님은 결국 암에 결려 세상을 떠났어요. 그 많은 재산을 남겨놓고 얼마나 억울해요. 내 말을 들었으면 오래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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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⑦

 

한국 사람 정서에는 아직도 불합리한 사고와 의식이 많이 남아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할 때는 남자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40대 아니 50대가 넘으면 남자가 거의 대부분 비용을 낸다. 그리고 연애를 해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자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다르다. 결혼하면 네것 내것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외도 많다. 점점 예외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경우 자연스럽게 Dutch Pay를 한다. 아주 보기에 좋다. 서로에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센터에서 중개를 하여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경우에도 Dutch Pay를 하거나, 여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여자측 부모형제들은 약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또 이런 경우에는 결혼이 성사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세상은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가듯이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다. 그런데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 성문화, 성풍속은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였다. 맞벌이라는 표현도 촌스럽다.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다 보니 계속해서 부부가 직장에 다니는 것이지 꼭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은 중매로 결혼했다. 그런데 같이 생활비를 똑 같이 내고 관리는 여자에게 맡겼다. 그런데 두 사람은 아침은 빵 같은 것으로 간단히 하고, 점심은 밖에서 각자 먹고, 저녁도 절반 정도만 집에서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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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⑥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공무원이 애인을 두었다. 그 공무원은 유부남이었고, 애인은 말하자면 첩 비슷한 관계였다. 미혼의 여자로서 유부남인 공무원과 연애를 한 것이었다.

 

세상에서는 이런 관계를 내연관계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연관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남자와 여자 사이를 획일적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하는 관계는, ① 정식으로 법률상 혼인신고를 하고 섹스를 하는 경우, ② 사실상 부부로 살면서 다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섹스를 하는 경우, ③ 결혼할 의사는 없이 그냥 섹스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 경우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성매매의 경우나, 클럽에서 만나 원나이트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강간이나 준간강의 경우도 있다. 미혼의 남녀가 그냥 섹스파트너로 관계를 유지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은 뇌물을 받으면 돈관리를 애인을 시켰다. 애인 통장에 넣어두었다. 말하자면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뇌물을 받을 때 처음부터 업자로 하여금 애인 통장으로 직접 송금하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공무원은 애인과 수시로 만나 섹스를 했다. 가끔 용돈을 주고 선물을 사주었다.

 

하지만, 공무원은 월급도 적지 않게 받았고, 뇌물도 많이 먹었지만 원래 구두쇠였다. 여자에게 많은 돈을 주지 않았다. 선물도 비싼 것은 사주지 않았다.

 

여자는 시간이 갈수록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결혼한다는 보장도 없고, 첩으로서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섹스만 하고 약간의 돈을 주니 자신이 여자로서 이용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가 남자로부터 돈을 받는 경우는 많다. 결혼해서 남편으로부터 돈을 받아 쓰는 경우, 애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쓰는 경우, 아니면 성매매를 해서 돈을 받는 경우, 꽃뱀으로서 공갈을 쳐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매우 치사한 생각이 든다.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 만남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만나 섹스를 하면 억울한 생각이 든다. 같이 즐긴다기 보다는 남자를 위해서 섹스를 해준다는 의식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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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⑤

 

“남자가 끝내 헤어지자고 하면 방법이 없지 않아요?” 경희는 여자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마디 했다. 별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근데 너무 억울해요. 그 남자 때문에 아이도 한번 지웠어요. 그래서 몸도 안 좋아졌고, 같은 직장에 있는 다른 여자에게 남자를 빼앗긴 것도 분하고. 그냥 포기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직장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같은 직장의 다른 여자에게 애인을 빼앗기면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도 잊어버려야지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굳이 강압적으로 붙잡아봤자 결혼할 수도 없을 거고. 안 그래요?”

 

“저도 알아요. 지금 와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걸. 그래도 제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자와 새 애인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복수는 쉽지 않다. 무슨 방법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걸까?

 

가끔 주위를 보면 배신 당한 사람들이 연인에 대해서 복수를 꿈꾼다. 사회적으로 체면이 있는 사람 같으면 직장을 찾아가 큰소리로 떠들고 난리를 쳐서 망신을 주려고 한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아니면 직장에 투서를 한다. 그 사람의 비행에 대해 진정서를 내기도 하고, 사생활이 복잡하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내용으로 써서 낸다. 상급자를 찾아가서 호소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모두 옛날 방식으로 오늘 날에는 별로 효과도 없고, 통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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