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가을은 남아 있어
낙엽을 밟고 있는 한
너는 잊혀지지 않아

너 때문에 우는 건 아냐
사랑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가슴이 뚫려있다고
네가 곁에 있지 않다고
슬퍼할 이유는 없어

너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같은 색깔로 물들지 못한 건
아픔이 아픔으로 이어지고
빛이 빛으로 소멸해서 그래
아직도 시간은 정지한 채
모든 건 무음으로만 들리고 있어

아직 잎이 다 떨어진 건 아냐
겨울의 나목 앞에서
우리가 벌거숭이가 된다는 건
하나를 만들고
둘을 부셔버렸다는 거야

알 수 없는 슬픔은
새벽 안개처럼 사라졌어
너의 마력 때문일 거야
갑자기 어두움이 사라지고
들리지 않던 산새 소리가 들리는 건
바로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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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이야

 

 

한동안 두 갈래 길에서 망설이다가

마침내 한 줄기 빛을 따라 걸었다

 

그때는 정말 몰랐다

그곳에 덫이 있을 줄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아픔을 만져가면서도

네게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상처를 껴안으면서

별빛을 찾아 헤맸던 것은

 

밤이 깊었다

낙엽 밟는 소리를 따라

귓전을 스쳤던

무의미한 언어들이 밀려온다

 

낯선 동물의 울부짖음과 함께

갈기갈기 찢어진

사랑의 조각들이 봉합되고

온 몸으로 감각했던 감정들이 침전되면

둘은 하나라는 환상에 빠진다

 

숲속의 아침은 물기에 젖었다

우리가 사랑을 두고 떠나도

살 속에 스며든 풀내음은 남을 거야

가슴에 새겨진 문신은 오래 갈 거야

 

그건 너 때문이야

바로 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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