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 술에 취한 강간으로 행복한 가정이 끝장 나다

 

경찰관은 남의 일이라 그런지 담담한 표정으로 건조하게 대답했다. 국홍은 정말 강간죄로 구속되고, 아내가 알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되면 술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일본 관동지방에서 20113월 발생했던 대규모 강진과 쓰나미 때문에 수만명이 목숨을 잃은 것처럼, 국홍과 복자, 술집은 어제 밤 한 순간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나고, 두 사람의 아름다운 둥지는 벼락을 맞아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수사관이 지나가는 말로 간단하게 알려주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했을 때도, 글자 색깔이 까많고, 종이는 하얗다는 것만 떠오를 뿐 내용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국홍의 부인 복자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무래도 남편의 신상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복자는 젊었을 때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전혀 믿지 않았다.

 

복자에게 세상은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약육강식의 공간이었다.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었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만 탐하고, 욕정을 충족하면 버렸다. 동물만도 못했다. 여자들은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잘난 척이나 했다. 자랑이나 하고,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였다. 복자는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당하고, 저렇게 당하고, 이 사람에게 무시 당하고, 저 사람에게 무시 당하는 일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부모님께 기도했다. 소원을 빌었다. 옛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새벽에 정화수(井華水)<수돗물이나 생수가 아닌 우물물을 길어서 떠놓은 것이다>를 깨끗한 그릇에 떠놓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간절히 소원을 빌던 것처럼 아침 일찍, 그리고 밤 늦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어디 계신지도 모르고,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아버지, 어머니 어디에 계시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어요. 저는 비록 혼자지만 늘 부모님 생각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부모님께 실망드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멀리 계시고, 보이지 않고, 얼굴도 모르지만, 저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세요. 감사합니다.”

 

복자가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부모님께 소원을 빌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어머니도 만나게 되었고, 살면서 크게 망가지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살다가 복자는 국홍과 결혼하고 나서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어 동네에 있는 작은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다. 지나간 세월을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앞으로는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이런 복자에게 국홍은 어제 밤부터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복자는 술집으로 갔다. 술집은 정말 가관이었다. 테이블에 술병과 안주가 널려있고, 바닥에는 핏자국이 있었다. 쇼파도 지저분하게 되어 있었다. 술집이란 영업을 할 때에는 에어콘을 켜놓아서 그렇지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았다가 들어가면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고, 절대로 들어가서 술을 마실 기분이 나지 않는 곳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러 들어가기 때문에 웬만한 냄새는 감수하고 들어간다. 술을 마시는 도중이나, 술에 취해서 나올 때까지도 그런 쾌쾌하고 기분 나쁜 냄새는 술로 인해 업되는 분위기 때문에 상쇄된다.

 

술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곳은 지옥이지 천국은 절대 아니다. 그것은 이런 것과 비슷하다. 남자와 여자가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가서 그짓을 한다. 모텔방 냄새는 어딘지 모르게 쾌쾌하다. 비릿한 정액 냄새가 배어 있고, 오징어냄새가 난다.

 

동물적인 냄새를 감수하고 모텔에 들어가서 정사를 벌인다. 그것은 오직 정사를 위해서 잠시 은밀한 공간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모텔에서 정사를 끝내고 바로 나오지 않고, 계속 잠을 자다가 아침에 나오게 되면 햇빛 때문에 남자와 여자의 보기 흉한 몸뚱아리가 눈에 들어오고, 화장을 지운 민낯이 보이고, 쭈굴쭈굴한 피부와 주름살, 검버섯 등이 부각되면 환멸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탁한 공기, 술이나 담배 냄새, 정액 냄새, 흐트러진 클리넥스 휴지, 사용한 타월, 구겨진 이불 등을 보고 맡게 되면 정말 모든 게 끝이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껴안고 사랑을 나누었는가? 우리가 밤새 울부짓던 신음소리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생식의 본능인가, 퇴폐적인 쾌락이었던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