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저작물의 보호
가을사랑
* 대법원 2005. 1. 27. 선고 2002도965 판결
이 사건 도면은 광주지하철공사 입찰시방서에 제시된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화상전송설비, 즉 일반역, 관리역, 종합사령실별로 설치될 각종 카메라, 모니터와 이들에 대한 통제장치 및 전원공급장치 등 각종 장비의 배치 및 연결관계를 기호, 수치, 점, 선, 그림 등으로 표현한 도면으로서,
먼저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장비의 종류, 배치 및 배선의 선택에 따라 도면의 전체적인 구도 및 개별 장비와 그 연결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 크게 달라지게 되고,
나아가 기능 구현 방식, 장비, 배치 및 배선에 관하여 동일한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도면상에 나타냄에 있어서 개별 장비의 모양, 배치 및 연결관계 등에 관하여 그 표현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이 어느 한 가지로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작성자마다 달라질 수 있으며 그 표현하는 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에서 작성자의 개성을 감지할 수 있는 사실(피고인들 제출 참고자료 44, 47의 1 내지 19 참조),
이 사건 입찰에서 외국의 SI(System Integration)업체들과 제휴한 다른 참여업체들( 피고인 2 주식회사 제외)이 영상교환장치(Video Matrix distributer)라는 하나의 몸체 내에 각 기능이 다른 영상정보수신장치(Video Alarm Unit), 문자발생장치(Character Generator), 각종 인터페이스접속장치(Interface Unit) 등을 함께 내장하도록 하는 것과는 달리 삼성SDS는 기능이 다른 위 장치들을 각 별도로 제작·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유지·보수의 편의를 도모하고, 일부 장비들을 국산화함으로써 이 사건 도면의 체제, 구도와 장비의 종류, 배열 및 그에 따른 배선의 각 표현이 다른 참여업체들의 제안서도면과 전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면은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방식, 장비의 종류와 그 배치 및 배선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로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라고 할 것이다.
사상과 융합된 표현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아니된다는 이른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은 게임규칙이나 컴퓨터프로그램 등에 있어서 어떤 사상이 그 표현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사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한 가지 이상 있을 경우에는 비록 그 사상의 성질상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적 원리를 실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채택한 그 방식에 따라 설계도면이 달라지며(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면은 다른 참여업체들인 현대정보기술, 대우통신, 성미전자의 설계도면과 그 체제, 구도 및 구체적 표현방법이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있어서 삼성SDS가 채택한 표현방법이 관련업계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되어 있어 달리 더 효율적인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같은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표현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이 작성자마다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면에 사상과 표현이 융합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또 저작권법은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사상의 변경이 없다 하더라도 표현에 있어서 선택 가능성이 있고, 그 표현에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나 있다면 저작권법상 무의미한 개변이라고 할 수 없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항에 따른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저작권법은 제4조 제1항 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