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1)
윤석의 친한 친구 차영식으로부터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너무 괴롭다고 하면서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영식은 자신이 겪고 있는 일을 털어놓았다. 영식은 1년 전에 송경희라는 여자를 우연히 만났다. 사람의 운명이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의 운명이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비명에 가기도 하고, 암에 걸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긴급체포되어 징역을 살고 나와 보니 사업체는 부도나서 산산조각이 나는 사람도 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도 어느 날 구속되어 감방에 가 있다. 도지사도 어느 날 갑자기 어떤 여자가 TV에 나와서 폭로를 하면, 얼마 있지 않아 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을 들락거리다가 2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한다. 그리고 불구속상태로 정식재판에 회부되어 피고인의 신분이 된다.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하였을까?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아이들이 학업도 중단해야 하고 지하실방에서 고생하는 왕년의 사장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길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결코 짧지도 않고, 영고성쇠가 끝이지 않는 험하고 험한 고행길이 틀림없다.
지난 해 가을 영식은 회사 일을 예정보다 빨리 마치게 되었다. 회사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 할 일도 없었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해진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일도 별로 재미가 없다. 되풀이 되는 일상의 일들이란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가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공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면 바쁘게 지내고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를 지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식과 같이 보내고 있다. 직장일이나 하고 집에 오면 TV나 보고 만다. 그냥 식사하고 일상의 대화나 하고 신문이나 보고 잔다.
가끔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매일 야식을 거르지 않는다.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집이나 직장에서 책 한권 읽지 않는다.
주로 스포츠 경기 관람에 취미가 있고, 북한 비핵화문제나 부동산투기억제대책, 최저임금, 택시카풀분쟁 같은 시사적인 문제, 정파싸움의 내용 같은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
나머지는 돈 버는 방법, 재테크하는 방법에 골돌히 머리를 쓰고, 평생 시집 한권 사지 않는다. 소설은 그냥 인터넷을 통해 누구 소설이 유명한지, 그 스토리가 어떤지 정도만 상식선에서 파악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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