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8)
경희는 자신의 별을 찾아보았다. 서울의 밤하늘은 매연 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 경희의 별은 존재하지 않았다. 경희의 별은 이미 폭발하여 지상으로 추락하는 아주 작은 별똥에 불과했다.
사람의 운명은 알 수 없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그 대가는 가혹하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떨어진 것처럼 주변 사람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아무와도 전화하기도 싫고, 상의할 사람도 없어진다. 그렇다고 혼자 술을 마시거나 차를 마실 마음도 사라진다. 오직 고통스러워 죽고 싶은 마음뿐이다. 순간적으로 깊은 계곡, 그것도 만년설이 쌓인 눈속으로 추락한 작은 존재는, 자신의 운명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것인가를 깨닫는다.
그 작은 운명을 손에 쥐고, 조용히 작은 존재로 살았어야 하는데, 그 영역을 벗어났다. 경희 자신에게 신이 부여한 작은 영역을 벗어난 대가는 아주 참혹했다. 에덴의 동산에서 모든 실과는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좋았다.
하지만 신이 금지한 선악의 나무의 열매는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 했다. 금단의 경계를 무시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 선악과를 땄다. 그리고 냄새를 맡아보고, 입에 넣었다. 혀로 맛을 느끼고 삼켰다. 순간 황홀했다.
하지만, 얼마 있지 않아 형벌이 내려졌다. 에덴의 동산에서 추방됨과 동시에 인간으로서 모든 짐과 멍에를 걸머지게 되었다.
경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에게 부여된 육체를 허용된 영역 밖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이 금지한 쾌락의 시간을 가졌고, 아주 짧은 쾌감의 맛을 보았다.
그런 정상적인 영역에서 일탈한 쾌락과(快樂果)가 내포하고 있는 형벌의 의미를 전혀 모른 채, 경희는 지금 실과 하나는 따먹은 죄로 지옥의 문턱에 던져진 것이었다.
경희는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만 해도 그랬다. 특별한 걱정이 없었다. 어제 밤에 잠도 잘 잤다. 몸 컨디션도 좋았다. 남편은 보통 기분으로 출근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보냈다. 경희는 혼자 있다가 화장을 하고 외출해서 영식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모텔에 들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영식과 모텔에서 뜨거운 정사를 벌였다. 오래 반복된 행위였지만, 아직 나이가 젊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남편인 철수가 흥신소를 통해 미행을 했고, 모텔 방에 들이닥쳐 불륜의 현장을 들킨 것이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려고 시도했지만, 남편은 비밀키 이외에 안에서 단단히 걸어잠그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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