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술집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신세를 망친 남자

 

선미경의 작은 오빠 선상수(55세, 가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급히 만나자고 했다. 미경은 미용실에서 일을 하다 말고, 오빠를 만났다. 오빠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원양어선을 타기도 하고, 노래방도 경영하기도 했다.

 

인물이 좋고 성격이 활달해서 여자들이 많이 따랐다. 마흔 살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이 여자 저 여자와 연애만 하다가 마흔 다섯에 술집에서 만난 동갑내지 여자와 결혼했다. 그 여자는 이혼하고 세 명의 자녀를 데리고 있었다.

 

오빠는 그 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여자가 죽기살기로 달라붙었고, 만일 오빠가 헤어질 것 같으면 곧 살인을 낼 것처럼 독함을 피웠다. 그래서 오빠는 억울하지만 하는 수 없이 그 여자와 동거를 하다가 혼인신고까지 했다.

 

그 때문에 오빠 말로는 그때까지 자신과 잠자리를 한번이라도 한 여자가 107명이었다고 하는데, 108번째 그 여자에게 낚여서 ‘행복한 동침’이 종을 쳤다고 했다.

 

그 여자는 나중에 알고 보니, 자녀 세 명 모두 아버지가 다르다고 했다. 그 여자는 결혼하고 삼년만에 이혼한 다음, 아이를 세명 낳았는데, 모두 아이의 아버지를 모른다고 했다.

 

동시에 이 남자, 저 남자와 잠을 잤고, 그것도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임신을 했기 때문에 아이 아버지가 성명불상자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모두 자신의 호적에 올려놓고, 성을 모두 자신의 성으로 해주었다.

 

그 여자는 젊었을 때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다가 뒤늦게 술집으로 뛰어들었는데, 그 술집은 장사가 별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여자를 동업사장인 것처럼 손님들에게 말하고 일을 시켰다.

 

그 술집에 단골로 다니던 오빠는 그 여자가 사장으로 알고, 또 화대를 주지 않고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맛에 공짜로 몇 번 즐기다가 꼼짝없이 물려버린 것이었다. 그 여자는 오빠와 몇 번 잠을 잔 다음에 거짓말로 임신했다고 속이고, 책임지라고 했다. 오빠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자신이 써놓은 유서를 보여주었다. 유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사랑하는 선상수 씨에게! 당신은 내 인생에서 처음 만나는 천상의 사랑입니다. 당신이 변하고, 나를 버렸기에 나는 이 세상을 떠납니다. 부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 여자는 부엌에서 식칼을 두 자루 가지고 와서 하나는 오빠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의 목을 겨냥했다. 오빠는 그 여자의 눈에서 무서운 살기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주 시퍼런 빛이었다. 철공소에서 용접을 할 때 보는 그런 파란 빛보다 더 강렬하고 선명했다.

 

오빠는 하는 수 없이 그 여자를 책임진다고 하고, 동거를 하다가 끝내 혼인신고까지 했다. 그 여자는 오빠와 결혼한 다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낳은 세 명의 자녀를 모두 해외로 입양을 시켰다.

 

“아무래도 제가 당신만 100% 사랑하려면, 아이들이 방해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미국으로 보냈어요. 이제부터는 제 모든 것을 당신에게만 바칠게요.”

 

오빠는 그 여자가 이런 말을 할 때 커다란 악마가 그 여자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는 것을 순간적으로 목격했다. 그 여자는 그 후부터 오빠를 24시간 감시했다. 오빠는 매시간 단위로 어디에 있었고,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서면으로 보고를 핸드폰으로 보고해야 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빠뜨리거나 의혹이 있으면 그 날 저녁에는 예외 없이 식칼이 나왔다. 여자문제로 의혹이 생기는 날에는 식칼이 평소와 달리 세 자루가 나왔다. 한 자루는 오빠가 만났을지 모르는 성명불상자 여자의 몫이었다.

 

오빠는 심한 노이로제에 걸렸다. 우울증과 공황장애증세가 나타났다. 죽기보다 싫은데도 그 여자는 오빠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의무방어전을 치루도록 강요했다.

 

만일 오빠가 이를 거부하면 그때는 작은 과일 깎는 칼을 들고와서 오빠의 성기만 절단하겠다고 겁을 주었다. 오빠는 하는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녀를 만족시켜주어야 했다.

 

오빠는 이런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잘못하면 목숨이 위태롭고, 그 여자를 때렸다가는 곧 살인이 나고, 인생이 파탄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삼년을 살던 어느 날 그 여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녁 늦은 시간에 6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과속으로 달리던 트럭에 치어 현장에서 즉사했다. 그 트럭 기사는 그 여자를 치고 뺑소니를 했다.

 

그 전날 오빠의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오빠는 집에 들어가면 또 고문을 당할 것이 두려워서 친구와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일부러 늦게 귀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오빠가 전날에도 잘못하고, 이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분이 나빠서 자신도 밖에 나가 술을 왕창 마시고 취해서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오빠는 무척 마음이 아팠다. 모든 것은 그 여자가 오빠를 사랑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 오빠는 혹시 예상치 못한 화를 당할까 무서웠다.

 

그 여자가 세상을 떠난 다음 100일 지나서 오빠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려고 모텔로 갔다. 그런데 막상 절정에 이르기 직전에 갑자기 밑에 있던 여자의 얼굴이 죽은 부인의 얼굴로 변했다. 무서운 악마의 표정이었다. 음성도 죽은 부인의 음성과 똑 같았다. 오빠는 곧 바로 뒤로 나가자빠졌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 오빠는 부인이 죽은 날로부터 꼬박 3년 동안은 일체 여자관계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불쌍하게 지내던 오빠는 1년 전에 어떤 혼자 사는 여자를 만나 연애를 했다.

 

방암내(58세, 가명) 여사는 자녀 없이 이혼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을 하려고 학원까지 다녔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꿈속에서 있었던 일처럼 보였다. 오빠의 친구가 소개해주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오빠보다 열 살은 어려보였다.

 

오빠는 그동안 하던 사업도 모두 털어먹고,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미경이 가끔 생활비도 대주어야 하는 입장이었다. 오빠 말로는 두 사람은 결혼을 생각하는 건 아니었고, 그냥 가끔 만나서 성관계를 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글세, 같이 지내던 여자가 나를 강간범으로 고소를 했대. 경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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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연상의 미용실 원장과 결혼한 남자의 의처증이 심해지다

 

강 교수가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은, ① 여자를 선별하는 방법, ② 성관계를 할 때 주의사항, ③ 자신의 방어차원에서의 증거 확보 및 인멸방법, ④ 여자가 물고늘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⑤ 악질 여자가 고소할 때 대응방안, ⑥ 바람을 피더라도 가정을 지키는 방법, ⑦ 혼외정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 ⑧ 유부녀인지 확인하는 방법, ⑨ 성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 ⑩ 효율적인 피임방법 등이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열 가지 방법에 대해 앞으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했다. 먼저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그 다음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가서 논문과 책을 열람했다.

 

모든 연구과정은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만일 부인 정혜나, 강 교수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었다.

 

이럴 때 누군가 한 사람이 공동으로 연구작업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수준이 괜찮은 여자가 같이 연구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이런 작업에 참여할 것인가? 돈을 많이 주면 몰라도,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작업을 해나가면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강 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6개월 코스인데, 지역 사회에서 돈 있고 괜찮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는데, 여자들 역시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학문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사교모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 들어온 선미경 사장이 있었다. 강 교수는 45살이었고, 선미경 사장은 50살이었다. 미경은 미용실 원장이었다. 5살 연상이었지만, 미용사로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외모나 몸매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도 잘 쳤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소문도 있었다. 강 교수가 먼저 선 사장에게 집적거렸다. 미경은 가방끈이 짧아서 그랬는지, 대학 교수라고 하니까 무조건 좋아했다.

 

미경은 이혼한 전 남편도 건달이었고, 그 후 만난 몇 명의 남자들도 모두 건달들이었다. 미용사로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처음 남편도 부인에게 기대는 마음 때문에 그랬는지, 골프나 치러다니고, 하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잘 나가는 부인을 두고 있는 처지에 느는 것은 폭력과 의처증이었다. 전 남편은 술이나 마시고, 와이프 뒷조사나 하러 다녔다.

 

의처증은 참 무서운 질병이다. 남편은 심한 콤플렉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경을 의심했다. 새 옷을 사가지고 들어오면, 어떤 남자가 사준 것이냐고 밤새도록 들볶았다. 미경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긁은 것이라고 영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 남자가 자신의 카드로 사줬겠어? 당연히 당신 카드로 긁게 하고, 그 대신 현금으로 당신 주었겠지.’ 그러면서 핸드폰 통화기록을 확인하였다. ‘분명히 여러 차례 통화를 했겠지? 카톡도 했을 거야. 내가 볼까 봐 집에 들어오기 전에 다 지웠을 거야? 누군가 말해! 그 남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야? 아니면 잠자리를 나 보다 잘 해?’

 

이러면서 수사관처럼 밤새도록 신문을 하면, 미경은 그 다음 날 피곤해서 일을 제대로 못했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의처증이 심해지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프로세스다. 부부 사이의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의 제한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보통 싸움은 밖에서 이루어지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싸움이 벌어지면, 자연히 구경꾼이 모이게 된다. 남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은 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싸움 구경하는 것, 불구경 하는 것, 교통사고 나서 부서진 자동차를 보는 것, 다른 사람이 사업하다 망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 정치인이 잘난 척하다가 감방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회 저명인사가 위선을 떨다가 가면이 벗겨지고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 바람둥이가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연예인이 재벌 2세에게 시집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쫓겨나오는 것을 보면 신이 나서 생맥주를 10잔 들이킨다. 동네 치킨집도 불이 난다. 아주 좋아하고, 쾌감을 느끼고 즐긴다. 자신의 작은 행복보다 더 큰 위안을 주고, 기쁨을 준다.

 

밖에서 싸움을 하면 대부분 말리는 사람이 있게 되고, 더 싸움이 계속되면 누군가 경찰에 112신고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싸움은 끝이 나고, 더 이상 피해는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부싸움은 다르다.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만일 한쪽이 수그러들지 않고 죽기 살기로 대들면 싸움은 계속되고,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신문을 보면,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홧김에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전쟁에서 한쪽은 탱크를 밀고 오는데 소총을 들고 저항하는 경우가 있다. 퇴각로가 끊기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소총을 든 병사는 용기와 애국심이 있는 영웅이지만 탱크에 깔려 목숨을 잃는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약한 자가 죽는 것이 전쟁의 원리다.

 

복싱이나 K-1 격투기에서는 체중을 달아 보고 체급을 정한다. 상대방 전력을 파악하여 어느 정도 게임이 돼야 시합을 한다. 완전히 균형이 깨지는 싸움은 처음부터 붙이지도 않는다. 붙여 보아야 즉시 KO를 당하거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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