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연상의 미용실 원장과 결혼한 남자의 의처증이 심해지다
강 교수가 연구 주제로 삼은 것은, ① 여자를 선별하는 방법, ② 성관계를 할 때 주의사항, ③ 자신의 방어차원에서의 증거 확보 및 인멸방법, ④ 여자가 물고늘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 ⑤ 악질 여자가 고소할 때 대응방안, ⑥ 바람을 피더라도 가정을 지키는 방법, ⑦ 혼외정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 ⑧ 유부녀인지 확인하는 방법, ⑨ 성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 ⑩ 효율적인 피임방법 등이었다.
강 교수는 이러한 열 가지 방법에 대해 앞으로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연구를 하기로 했다. 먼저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그 다음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가서 논문과 책을 열람했다.
모든 연구과정은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만일 부인 정혜나, 강 교수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이었다.
이럴 때 누군가 한 사람이 공동으로 연구작업에 참여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수준이 괜찮은 여자가 같이 연구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여자가 이런 작업에 참여할 것인가? 돈을 많이 주면 몰라도,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작업을 해나가면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강 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교에서 개설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주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6개월 코스인데, 지역 사회에서 돈 있고 괜찮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남자와 여자가 섞여있는데, 여자들 역시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최고경영자과정은 학문적으로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한다기 보다는 사교모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 들어온 선미경 사장이 있었다. 강 교수는 45살이었고, 선미경 사장은 50살이었다. 미경은 미용실 원장이었다. 5살 연상이었지만, 미용사로서 성공한 사람이었다. 외모나 몸매는 거의 연예인 수준이었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골프도 잘 쳤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는 소문도 있었다. 강 교수가 먼저 선 사장에게 집적거렸다. 미경은 가방끈이 짧아서 그랬는지, 대학 교수라고 하니까 무조건 좋아했다.
미경은 이혼한 전 남편도 건달이었고, 그 후 만난 몇 명의 남자들도 모두 건달들이었다. 미용사로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처음 남편도 부인에게 기대는 마음 때문에 그랬는지, 골프나 치러다니고, 하는 사업마다 손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잘 나가는 부인을 두고 있는 처지에 느는 것은 폭력과 의처증이었다. 전 남편은 술이나 마시고, 와이프 뒷조사나 하러 다녔다.
의처증은 참 무서운 질병이다. 남편은 심한 콤플렉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경을 의심했다. 새 옷을 사가지고 들어오면, 어떤 남자가 사준 것이냐고 밤새도록 들볶았다. 미경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긁은 것이라고 영수증을 보여줘도 소용없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 남자가 자신의 카드로 사줬겠어? 당연히 당신 카드로 긁게 하고, 그 대신 현금으로 당신 주었겠지.’ 그러면서 핸드폰 통화기록을 확인하였다. ‘분명히 여러 차례 통화를 했겠지? 카톡도 했을 거야. 내가 볼까 봐 집에 들어오기 전에 다 지웠을 거야? 누군가 말해! 그 남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야? 아니면 잠자리를 나 보다 잘 해?’
이러면서 수사관처럼 밤새도록 신문을 하면, 미경은 그 다음 날 피곤해서 일을 제대로 못했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의처증이 심해지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 프로세스다. 부부 사이의 폭력은 폐쇄된 공간에서 시간의 제한 없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보통 싸움은 밖에서 이루어지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싸움이 벌어지면, 자연히 구경꾼이 모이게 된다. 남들이 싸우는 것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은 없다. 사람들은 묘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
싸움 구경하는 것, 불구경 하는 것, 교통사고 나서 부서진 자동차를 보는 것, 다른 사람이 사업하다 망했다는 소식을 듣는 것, 정치인이 잘난 척하다가 감방에 들어가는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회 저명인사가 위선을 떨다가 가면이 벗겨지고 추락하는 것을 보는 것, 바람둥이가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연예인이 재벌 2세에게 시집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쫓겨나오는 것을 보면 신이 나서 생맥주를 10잔 들이킨다. 동네 치킨집도 불이 난다. 아주 좋아하고, 쾌감을 느끼고 즐긴다. 자신의 작은 행복보다 더 큰 위안을 주고, 기쁨을 준다.
밖에서 싸움을 하면 대부분 말리는 사람이 있게 되고, 더 싸움이 계속되면 누군가 경찰에 112신고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싸움은 끝이 나고, 더 이상 피해는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부부싸움은 다르다.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만일 한쪽이 수그러들지 않고 죽기 살기로 대들면 싸움은 계속되고, 자칫 잘못하면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신문을 보면, 부부싸움을 하다가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홧김에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한다. 전쟁에서 한쪽은 탱크를 밀고 오는데 소총을 들고 저항하는 경우가 있다. 퇴각로가 끊기면 죽기 살기로 싸울 수밖에 없다. 소총을 든 병사는 용기와 애국심이 있는 영웅이지만 탱크에 깔려 목숨을 잃는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약한 자가 죽는 것이 전쟁의 원리다.
복싱이나 K-1 격투기에서는 체중을 달아 보고 체급을 정한다. 상대방 전력을 파악하여 어느 정도 게임이 돼야 시합을 한다. 완전히 균형이 깨지는 싸움은 처음부터 붙이지도 않는다. 붙여 보아야 즉시 KO를 당하거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