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85)

 

옥자씨가 사랑하게 된 교수는 강철민이었다. 강교수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와서 한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지방 도시에 와서 교수가 되었다. 워낙 소신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학교 재단측과 싸움이 많았다.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유학갈 돈은 없는 처지였다. 그때 어느 부잣잡 외동딸이 나타났다. 그녀는 공부를 싫어해서 고등학교때부터 늘 꼴찌를 맡아놓은 주인공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교수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부를 잘하는 머리좋은 강교수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강교수를 사위 삼고 많은 돈을 들여 강교수 부부를 미국으로 보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시간이 가면서 강교수는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되자, 교만해졌고, 자기 부인을 지적으로 무시했다. 늘 와이프가 머리가 나쁘고, 공부는 못했고, 노는 것만 잘한다고 비아냥거렸다.

 

강교수는 시도 독일어로 된 시를 읽고 있었다. 음악도 클래식을 주로 듣고, 오페라나 클래식 콘서트를 주도 다녔다. 그런데 부인은 한글로 된 시도 읽지 않고, 음악은 주고 70-80음악에 빠졌있었다. 오페라나 클래식 콘서트 대신 한국에서 대흥행을 이루는 영화를 주로 보았다.

 

몇백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는 히트작은 민희가 보지 않은 것은 없었다. 강교수가 싫어하는데도, 민희는 옆에서 자기 친구들에게 최근에 본 한국 영화의 스토리를 알려주면서 꼭 가서 보아야 한다고 선전을 하고 있었다. 언젠가 강교수도 마지 못해 한번 끌려가보았는데, 상영 도중 내내 눈을 감고 자다가 나왔다.

 

주인공 이름도 하나도 알 수 없고, 그들이 극중에서 하는 말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토리도 뻔하고, 대사도 유치했다. 그걸 진지하게 잠시도 한눈 팔지 않고, 재미 있다고, 어떤 철학적 의미가 있다고 쳐다보고 있는 민희를 비롯한 젊은 남녀 쌍쌍의 모습을 보니 정말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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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6)

 

맹 교수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산다고 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하면 그 자체가 구속이고, 가정에 매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비록 신부는 되지 못했지만, 독신으로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하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다.”

 

이런 말을 하는 맹 교수는 학생들에게 신부님처럼 순결한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맹 교수는 그래서 그런지, 강의시간에도 여학생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학생에게 일부러 거리를 두고, 냉냉하게 대했다. 여학생이 교수실로 상담을 하러 와도, 반드시 문을 열어놓고 가급적 짧은 시간 상담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으로도 소문이 나있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를 맹 교수가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45살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맹 교수 한명을 늦둥이로 나아서 애지중지 키웠다. 올해 85세인데, 맹 교수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5년 만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버지는 그래서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할까 봐 몇 년 동안은 아주 노심초사했다.

 

다행이 아버지는 바람은 많이 피웠어도, 재수없게 다른 여자를 임신시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그런 점에서는 아버지를 높이 평가했고, 존경했다.

 

주변에는 별로 재산도 없는 남자들이 무능력한 여자들을 건드려, 이른바 혼외자를 만들어서 깨끗해야 할 호적을 더럽혀놓고, 자식들간에 불화를 일으키고, 부인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천당도 가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지는 불행한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맹교수의 어머니는 나이 50에 소위 말하는 과부가 되었다. 사실 과부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다. 나이 들면 대부분 남편이 먼저 죽는데, 좀 젊은 나이에 남편이 죽었다고 50살이 된 여자보고 과부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을리 없다.

 

이혼해서 그렇건, 사별해서 그렇건, 남편이 없고 혼자 사는 여자는 그냥 여자일 뿐이다.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건 이해가 가지만, 영부인을 죽을 때까지 전직 대통령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맹교수 어머니의 지론이었다.

 

맹교수 어머니는 남편이 죽고 나서, 아들을 키우면서 커피숍을 했다. 뒤늦게 커피 배리스터 자격을 따고, 커피에 연구를 했다. 남편이 남겨 놓은 돈으로 가게를 작게 오픈했다.

 

그 가게는 지금 맹교수가 재직중인 대학교 정문 앞에 있었다. 비록 나이는 50살이었지만, 비교적 동안이었고, 아담한 몸매에 지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 든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대학 앞인데도 시간이 가면서 젊은 학생들은 잘 오지 않고, 나이 먹은 대학 교수나 부근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주된 단골이 되었다.

 

맹교수 어머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안이 어려워서 대학은 가지 못했지만, 혼자 꾸준이 책을 보고 연구를 해서 문학이나 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누어보면, 미국 유학을 3년간 엉터리로 다녀온 사람보다 훨씬 수준이 높았고, 교양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를 좋아하는 대학 교수가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강의가 끝나면 커피숍에 와서 서너시간씩 혼자 않자 책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런데 실상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커피숍 주인인 맹교수 어머니를 지켜보거나 감상하는 것이었다.

 

젊은 대학생들의 관점에서 보면, 50살이 넘은 아주머니를 뭐가 좋다고 몇 시간씩이나 옆에서 보고 있느냐고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와 나이 든 여자 사이에는 그런 묘한 감정의 기류, 전기가 통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던 맹 교수 어머니 옥자씨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움직여갔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에 이끌린 것같다. 그녀는 마침내 60살이 된 교수의 품에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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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5)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판세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처음에는 백상무와 정국영 두 사람이 각축적을 벌였는데, 시간이 가면서 맹공희 교수가 치고 올라왔다. 특히 맹교수는 젊고,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아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이 먹은 여자들도 그런 맹교수에게 호감을 가지는 것 같았다.

 

맹교수는 40세의 나이에 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다. 백 후보와 정 후보 진영에서는 너무 나이가 어려서 무슨 시장을 하겠느냐고 코웃음을 쳤다. 50대 후반이나 60살이 넘어야 세상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면적은 64로 한반도의 2.9, 인구 6,500여만명, GDP 27,900여달러로 세계 6위인 나라의 대통령이 될 때 나이가 40세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맹교수는 결코 시장이 되기에 어린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맹교수 지지자들은 이제는 나이 든 사람들은 양로원이나 가 있어야지, 정치나 단체장을 한다고 머리 하얗고, 허리 구부정한 상태에서 옛날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적 대결이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젊은 맹교수를 노골적으로 좋아했다. 그는 음성도 부드럽고 좋아서 아나운서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매사에 완벽한 것처럼 말하고 행동했다.

 

그는 주변에 모든 사람을 비판하고 정죄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주택단지 내에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는 경제의 민주화, 서민경제를 부르짖고 있었지만, 자동차는 벤츠를 타도 다녔다. 그것도 빨간 색 벤츠였다. 대학에서도 그래서 학생들은 그를 BR이라고 불렀다. Bentz Red라는 뜻이었다.

 

대학의 신입생 중 일부는 선배들이 맹교수를 비알(BR)이라고 부르니까,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빌어먹을이라는 비속어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처음에는 맹교수가 강의도 잘 못하고, 인간성이 나쁜 교수인 줄 알고 있다가 시간이 가면서 그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빨간 벤츠는 신세대의 성공 신화가 되었고, 젊은이의 우상이 되었다.

 

맹 교수는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산다고 했다. 그는 강의실에서, “남자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혼하면 그 자체가 구속이고, 가정에 매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나는 비록 신부는 되지 못했지만, 독신으로 지내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많은 것을 하는 것이 꿈이고 소망이다.”

 

이런 말을 하는 맹 교수는 학생들에게 신부님처럼 순결한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맹 교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성관계는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 자위행위 조차도 해보지 않은 신부님 이상으로 고결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다.

 

맹 교수는 그래서 그런지, 강의시간에도 여학생들과 시선을 맞추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학생에게 일부러 거리를 두고, 냉냉하게 대했다. 여학생이 교수실로 상담을 하러 와도, 반드시 문을 열어놓고 가급적 짧은 시간 상담하고 돌려보냈다.

 

그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으로도 소문이 나있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를 맹 교수가 모시고 살고 있었다. 어머니는 45살 늦은 나이에 어렵게 맹 교수 한명을 늦둥이로 나아서 애지중지 키웠다.

 

올해 85세인데, 맹 교수 아버지가 아들을 낳고 5년 만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아버지는 그래서 적지 않은 유산을 남겨놓고 돌아가셨는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겨놓은 자식들이 나타나서 상속권을 주장할까 봐 몇 년 동안은 아주 노심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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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4)

 

한편 백상무 후보에 대해서는 시청 국장으로 근무하면서, 뇌물을 먹었다는 루머가 돌았다. 지역에서 오피스텔 허가를 내주면서 업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친척의 이름으로 오피스텔 한 채를 공짜로 분양받았다는 소문이 났다.

 

이런 소문을 근거로 김민첩 사장은 공칠에게 이 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하여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김민첩 사장은 공칠에게 이 사건 조사용역비로 500만원을 개인적으로 주었다.

 

공칠은 지시에 따라 백상무 후보가 관여하였다는 오피스텔에 대한 심층조사에 들어갔다. 공칠은 경찰도 아니고, 감사원 공무원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무슨 대단한 권한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조사해 들어갔다.

 

그러면서 지역 신문 기자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했다. 기자들도 아주 좋아했다. 뜨거운 선거판에 유력한 후보의 뒷조사를 한다고 하니, 특종 욕심에 들떠있었다. 피나는 노력을 한 끝에 공칠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

 

그러나 공칠은 이러한 증거를 곧바로 김민첩 사장에게 가져다주지 않고, 먼저 백상무 후보를 만났다.

 

제가 이번에 이러 이러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태양오피스텔사업과 관련해서 국장님으로 재직할 당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오피스텔 한 채를 후보님 친척 명의로 공짜로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자료를 정국영 후보에게 주어야 할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백상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저도 무척 괴롭습니다. 차라리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 좋이 않을까요?”

 

최 선생! 우리 이렇게 합시다. 지금 선생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모두 말밖에 없는 겁니다. 물적 증거는 아무 것도 없어요. 하지만 지금 시점에 이런 문제가 터지면 큰일입니다. 내가 당선되면 선생의 은혜를 잊지 않고, 4년 동안 챙겨줄 테니 모든 걸 덮어주세요. 그리고 이 자료는 저를 주시면 어떨까요?”

 

. 알았습니다. 후보님. 저도 후보님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시를 위해서도 후보님이 당선되었으면 합니다. 상대 정국영 후보는 워낙 지저분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칠은 이렇게 타협을 보고, 김민첩 사장에게는 껍데기 자료만 가져다 주고, 이 정도 자료만 가지고 문제를 삼았다가는 거꾸로 백상무 후보측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랬더니 김민첩 사장은 크게 실망했지만, 하는 수 없다고 단념했다.

 

지역에서는 정국영 후보와 백상무 후보 두 사람 모두에 대해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루머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이번 선거에서만은 me too 운동의 영향력이 이 지역에서는 크게 미치지 않아서인지 두 사람의 여자문제는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보통은 후보로 나온 사람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진 여자들이 들고나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 두 사람 모두 여자를 잘 다루었거나 관리를 잘 했거나, 적어도 이용해먹고 나몰라라 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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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3)

 

백상무 후보와 정국영 후보는 거의 막상막하, 백중지세였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물고뜯는 난투전은 더욱 심해졌다. 소위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상대의 약점과 잘못, 가식과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 주된 선거운동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명적인 내용은 서로 간에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국영 후보가 돈을 준 사건이 터졌다. 지역에서 노인회가 단체관광을 가는데,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에 정 후보가 관광을 떠나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고 인사를 했다.

 

어르신들! 평생을 바쳐 우리 지역을 위해 애쓰셨습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 시는 대학도 유치하고, 공단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에서는 그동안 노인복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나 잘못된 일입니까? 이번에 여행 잘 다녀오시고, 앞으로 우리 시가 정말 진정한 노인복지행정을 펴도록 다 함께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노인회 총무에게 커피나 드시라고 하면서 아무도 몰래 50만원을 주었다. 그런데 그 노인회 총무는 그런 사실을 노인회 회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않고 혼자 돈을 먹었다가는 나중에 알려지면 도둑이 될 것이고, 그렇다고 회원 전체에게 공개해서는 선거법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노인회장에게만 조용히 이야기하고, 실제로 돈은 관광 도중 노인들을 위해 음료수를 사서 제공했다. 그러면서 그 음료수는 노인회장이 개인 돈으로 사는 거라고 말했다.

 

노인회장은 회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동안 돈 한푼 안쓰던 구두쇠가 어떻게 이렇게 큰돈을 쓰는지 놀랐다는 찬사까지 받았다.

 

그런데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노인회 총무와 회장 두 사람, 그리고 돈을 준 정국영 후보 세사람만이 알고 있는 이 비밀, 죽을 때까지 노출시키지 말고 가져가야 할 이런 중대한 비밀! 이것이 자연스럽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먼저 노인회 총무 입이 근지러워서 자기 부인에게 잠자리에서 말했다. 노인회장도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가장 친한 친구 한사람에게만 귀뜸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까지 하면서, 정국영 후보가 셋 중에 제일 괜찮은 것 같다고 술김에 말했다.

 

12일의 단체관광을 다녀온 노인들은 가뜩이나 할 일이 없는 판에 모처럼 아주 짠돌이인 노인회장이 갑자기 큰돈을 쓴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혹시 회장이 죽을 때가 돼서 착해진 것이 아닌가 의심하던 판에 결국 남의 돈 가지고 생색내고, 게다가 거짓말까지 했다는 사실에 분노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소문은 즉시 퍼졌고, 결국 반대편인 백상무 후보 극력지지자의 귀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소문이나 정보, 첩보는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북한의 핵시설에 관한 첩보보다, IT산업에 관한 기술유출보다 더 중요하고, 더 민감한 것이다.

 

결국 백상무 후보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공칠의 도움을 받아 증거수집을 철저하게 하였다. 공칠이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을 만나 유도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비밀녹음을 해서 확실하게 해놓았다.

 

그리고 관할 검찰청에 정식으로 고발을 했다.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금지에 걸린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자, 당사자인 정국영 후보와 노인회 총무, 노인회 회장은 모두 전면 부인에 나섰다.

 

정 후보는 자신은 돈을 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총무 역시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노인회 회장도 당시 음료수값은 자신이 개인돈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런 소문이 퍼진 것과 그런 소문을 들은 사람들에 대해서 조사를 했지만, 금품교부수수당사자들이 완강하게 부인하니 사건은 애매모호한 상태가 되었다.

 

정 후보는 거꾸로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자신은 노인회 총무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는데, 반대파에서 자신을 모함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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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2)

 

2선을 한 현재 시장인 경목월 시장이 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락되자, 선거판은 사상 최대로 뜨거워졌다. 시청 국장을 역임한 백상무 후보와 오래 전부터 시장을 노리던 정국영 후보, 두 사람과 맹공희 대학 교수가 경합을 벌이게 되었다.

 

흥신소를 운영하는 김민첩 사장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정국영 후보를 돕고 있었다. 정 후보는 김 사장의 실력을 알고 있기에 이번에도 상대 라이벌인 백상무 후보와 맹공희 후보의 약점을 알아내고, 비밀공작을 통해 상대 후보들의 선거법위반에 대한 증거를 찾아내도록 부탁했다.

 

만일 김민첩 사장이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해서 정국영 후보가 당선되면,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런 약속은 서면으로 작성하고 공증까지 할 성질은 아니었다.

 

대부분 불법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에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는 그야말로 상호 간에 믿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지켜져야 한다.

 

김민첩 사장은 직원들을 불러놓고 지시를 했다. “우리 회사는 이번 시장 선거에서 여당 공천과정에서 정국영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다. 따라서 라이벌인 백상무 후보와 맹공희 후보의 뒷조사를 개시해서 그들의 비리와 약점, 잘못을 샅샅히 파헤치기로 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들을 동원해서 상대 후보 진영에 침투시켜, 상대 후보나 그들의 선거운동원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향응을 받은 다음 증거를 확보하여 이를 정국영 후보 진영에 넘겨주기로 한다. 알았나? 각자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이번 선거에서 정국영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 모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철저하게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만일 이러한 공작이 노출되면 정국영 후보도 끝이고, 우리 회사도 문을 닫아야 한다. 알았지?”

 

이들은 마치 영화에서 보는 것과 같은 첩보작전, 공작활동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비장한 표정으로 작전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밀리에 행해져야 하고, 죽을 때까지 비밀로 간직했다가 무덤으로 가지고 가야 한다. 그것이 생명이다.

 

공칠은 고민에 빠졌다. 우선 자신은 세 후보 중에서 오직 백상무만 알고 있다. 다른 후보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공칠은 우연히 백상무의 과거 비밀을 알고 있다. 그것도 오직 공칠이 혼자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지금 회사를 위해서, 아니 김민첩 사장을 위해서, 상대 후보진영에 넘겨야 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물론 공칠이 이런 비밀을 김민첩 사장에게 누설하지 않으면 끝이다. 다른 각도에서 다른 정보를 알아내면 그만이다. 고민은 깊어졌다. 공칠은 일단 백상무를 만나기로 마음 먹었다.

 

백후보님! 지금 판세가 어떻습니까? 당선될 가능성이 높습니까?”

글쎄요. 맹공희 교수는 별거 아닌데, 정국영 후보가 만만치 않아요. 돈도 많고, 지역에서 아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예요.”

 

정국영 후보의 약점이나 문제는 없나요?”

지금 우리 진영에서도 정 후보의 뒷조사를 하고 있고, 조직을 동원해서 그에 관한 제보를 받고 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워낙 약은 사람이라 어떨까 싶어요.”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정 후보의 비리나 약점을 찾아볼까요?”

어떻게요? 그런 방법이 있나요?”

. 후보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알아볼게요.”

 

이렇게 해서 공칠은 자신의 사장인 김민첩의 지시와는 정반대로 정국영 후보의 뒷조사를 혼자 시작했다. 그리고 김민첩에게는 확인되지 않고,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막연한 소문만 주어듣고 서면으로 첩보를 수집한 것처럼 보고서를 써서 올렸다.

 

그때마다 김민첩은 회의를 하면서 짜증을 냈다. “김공칠 실장이 수집한 자료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공지의 내용 아닌가? 도대체 이런 식으로 정보수집을 못하면 안 되는 거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빨리 목숨을 걸고 열심히 백상무의 뒤를 캐봐. 분명 여자관계가 있을 거야.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그리고 시청에서 국장을 하면서 건설회사와 유착되어 뇌물을 많이 먹었다는 것 같아. 부동산투기도 많이 했는데, 다른 사람 이름으로 했대. 알았지!”

 

. 알았습니다. 그런데 백상무는 핸드폰도 차명으로 쓰면서 수시로 바꾸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서울대학교를 나와서 머리도 비상하고, 아주 치밀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곧 좋은 성과를 낼게요.”

 

이번에 꼭 성공해야 해. 우리 회사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야. 알았지!”

공칠은 이번 선거에서 김민첩 사장이 왜 저렇게 열심히 정국영 후보를 도와주려고 난리를 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굉장히 중요한 이권이 달려있는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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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80)

 

이번 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매우 뜨거웠다. 기존에 시장을 하던 사람은 삼선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막판에 정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me too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시장으로 있을 때 유부녀인 시청 과장과 사이에 스캔들이 루머로 확산되었다.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지역 언론에 폭로했다. 그 유부녀 과장은 남편과 사이가 나빠 별거하고 있었는데, 시장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자주 만나게 되고, 가깝게 지내자 남편이 의심을 하고 시장실에 찾아가 행패도 부렸던 모양이다.

 

시장과 유부녀 과장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내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일요일 오후 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물론 시장과 과장의 수상한 만남에 대해서는 김민첩 사장이 늘 하던대로의 추적감시망에 걸려서 입수된 것이고, 이 사진은 김 사장이 돈을 받고,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과 시장 부인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그러자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이 사진을 가지고 시장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고 하였지만, 시장은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장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돈을 주게 되면 더욱 불륜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돈을 줄 수도 없었다.

 

시장 부인의 입장에서는 비록 그런 불륜이 사실이라고 해도, 늙은 시장이 부인과 평소 관계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시장으로 당선이 되어 돈만 벌어오고 자신은 시장 부인으로서 폼을 잡고 살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자 적극적으로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시장 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남편은 결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은 전혀 없다, 오직 부인과 일밖에 모른다. 자신은 남편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유부녀 과장도 시장과는 업무상 만난 것이고, 교회일을 상의한 것일뿐 남녀관계는 전혀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런 스캔들은 선거판에서 상대 라이벌에게 교묘하고 무자비하게 악용되었다.

 

연일 지역 언론에서 난리를 쳤고, 그 때문에 마침내 현 시장은 소속 정당의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시장은 물론 유부녀 과장과는 깊은 관계에 있지 않았지만, 평소에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과 연애를 했다.

 

원래 시장이 되기 전에 그 지역에서 건설회사 사장으로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고급 술집의 젊은 마담은 늘 사장의 애인이었다. 사장은 본인의 건설회사에서 짓는 오피스텔 몇 개를 회사 이름으로 해놓고, 마음에 드는 애인으로 하여금 공짜로 살게 해주었다.

 

그러다가 그 애인과 헤어지면 자연스럽게 회사 직원을 시켜 오피스텔을 명도받았다. 새 애인에게 다시 그 오피스텔을 사용하게 해주었다. 가구도 다 셋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자는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되었다. 아주 편리했다.

 

오피스텔 전기료와 관리비 역시 모두 회사에서 자동이체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핸드폰도 회사 명의로 해서 애인으로 근무하는 동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애인과의 조건은 절대로 끝까지 달라붙지 않는다. 임신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생활은 각자 한다. 사장의 가정은 지킨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사장이 63세가 되도록 이런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연애조건을 크게 위반한 여자는 그 지역에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수 없게 나이 들고 얼굴도 별로이며, 아무 관계도 없는 유부녀 과장과 억울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망신만 당했다. 그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 때문에 영광스러운 민선 시장 3선의 고지 바로 앞에서 처참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또한 그 지역에서 자신의 여자 실력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은 시장의 여자보는 눈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줄 알고 실망할 것이 걱정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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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은 운명 (79)

 

다음 날 공칠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그 남자는 공칠에게 어제 있었던 일은 비밀로 붙여 달라고 하면서 돈을 주려고 했다. 공칠은 감각적으로 그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다. 시청 국장이었다.

 

미안하네, 젊은 이! 어제는 내가 실수했네. 이해해 주고, 이건 내 성의니까 받아뒤요.”

아니 괜찮습니다. 제가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장소가 워낙 으슥한 곳이어서, 가끔 성폭행도 일어나고 해서, 제가 자진해서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제가 다 이해합니다. 그런데 같이 있던 여자분은 사모님이신가요?”

 

.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예요. 모처럼 같이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아 그래요. 미인이시던데요. 그리고 선생님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어디선가 많이 익은 얼굴이예요. 혹시 연예인 아닌가요?”

. 왕년에 대학 다닐 때 축제 때 미스 OO대학 메이퀸으로 뽑힌 적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니까 멋쩍구먼. 하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것도 좋은 인연인데,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도록 해요. 내가 밥도 살테니까...”

 

이렇게 헤어졌다. 이번 일은 공칠로서도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공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은 직감이 들어서였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공칠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런데 그 후 1년쯤 지나서 그 지역 시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었다. 공칠이 만났던 그 사람이 시장 후보로 출마한 것이 아닌가?

 

마침 공칠이 모시고 일을 하는 김민첩 사장은 반대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었다. 평소에 반대 후보와 김민첩 사장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 후보 정국영의 부인으로부터 김민첩 사장이 남편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은 일이 있었다. 김 사장은 이년 전에 이런 뒷조사를 해서 정국영이 젊은 여자 애인에게 오피스텔을 하나 얻어준 사실까지 밝혀냈다.

 

그런데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정국영의 부인에게 전해주면 성공보수로 500만원 더 받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민첩은 워낙 약은 사람이었다. 그 수집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정국영에게 가서 협상을 했다.

 

이 자료를 당신에게 줄 테니, 2천만원을 달라. 그러면 당신 부인에게는 증거를 못찾은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겠다.”

이렇게 협상을 해서 김 사장은 정국영에 대해 수집한 자료를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정국영에게 주었다. 그 대가로 천5백만원을 받았다.

 

그런 다음부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두 사람은 같이 술도 마시러 다녔고, 각자의 애인을 대동하고 같이 여행도 다녔다. 서로의 비밀을 지켜줄 의리가 있는 사람들이었고, 바람 피는 취향도 비슷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들이 바람을 피워도, 가까운 학교 동창과는 피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에서 만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같이 바람을 피러 다니는 것이다. 골프를 같이 치러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이렇게 팀을 짜는 것이다.

 

공칠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나온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만났다. 백상무 후보는 깜짝 놀랐다.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공칠이 찾아오니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아니 어쩐 일이요? 그동안 잘 지냈소?”

. 저는 원래 하던대로 지역 환경정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선거에 나오셨다면서요? 꼭 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하하. 없어요.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당선되면 한번 만나요.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상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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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8)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선생님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그런 다음 틈이 나면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공칠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어차고 있었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멀리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그러면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차안에서 연인들이 카섹스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면 카섹스를 하던 남자와 여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그러면 돼?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그러면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웃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공칠은 이렇게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은밀한 데이트 장소를 돌아다니면서 카섹스하는 사람들을 단속해서 얻는 수입이 짭짤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충분히 부수입이 되었다. 어떤 경우에는 100만원도 받았다. 아마 그 사람은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공칠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그래서 환경단속직원인 것처럼 복장도 공무원 비슷하게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물론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최환경이라고 썼지만,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박공해로 하다가, 나중에는 문미세로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공해의 주범이라는 뉴스를 듣고 만든 이름이었다.

 

하기야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지가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하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횄다. 만일 당동하게 공칠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이 나야겠구면.”

 

그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깔았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왜 성관계를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그는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경찰에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차를 인솔해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어느 봄날 공칠은 해가 진 다음 자신이 감시하는 은밀한 곳으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시경 검은 에쿠스 차량이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 뒤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칠흙같은 어두움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그리고 문을 두드렸다. 그 사람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창문을 조금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삼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급히 출발했다.

 

마침 오토바이를 가까운 곳에 세워놓았기에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그 차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은 실력때문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그러면서 그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뛰어갔다.

 

그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 차를 그대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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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77)

 

어느 작은 도시에 최공칠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그 지역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공칠이 아버지는 정육점을 경영하면서 비교적 돈을 많이 벌었다. 아버지는 돈을 벌자 정육식당을 차렸다. 아버지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공칠이는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가 믿는 불교는 살생을 금지하고 있는데, 왜 정육점을 오래 하고 계신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언젠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종교적 교리고, 우리가 먹고 사는 것과는 관계가 없어. 정육점은 생업일 뿐이야. 그리고 내가 직접 도축을 하는 건 아니잖니?”

 

공칠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힘이 센 친구들로부터 일진회에 가입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집에 돈도 있었기 때문에 일진회에서는 쓸모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칠은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서 일진회에 가입하면 공부도 못하게 되고, 모범생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거부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일진회 멤버 5명이 공칠을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가서 집단폭행을 했다. 생전 처음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한 공칠이는 그 다음부터 이를 악물고 운동을 했다. 태권도와 권투를 배웠다.

 

그리고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원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머리에 한계가 있어 그랬는지 성적은 늘 하위권에 머물고 있었다. 아버지는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으면 대학은 포기하고 아버지 정육점이나 이어받으라고 했다.

 

그러나 공칠은 서울로 올라가서 대입학원에 등록을 했다. 1년 동안 재수를 한 다음, 마침내 공부로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살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경찰관이 되려고 했던 꿈은 끝내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 제일 활발하게 흥신소를 하고 있는 김민첩 사장을 찾아가서 열심히 일을 배웠다. 김민첩 사장은 이름 그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빨랐다. 과거 경력에 대해서는 일체 말하지 않았다.

 

부하 직원들은 모두 공수부대나 해병대 출신만 뽑았다. 김 사장은 전화도청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핸드폰을 복제하는 기술자들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김 사장은 또한 경찰공무원이나 시청공무원들과도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고급 술집에서 한달에 절반은 술을 마시는 것 같았다.

 

인물도 왠만한 탤런트 같아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김 사장은 부인과는 별거를 하면서 수시로 애인을 바꾸면서 생활했다. 주로 그 지역에서 돈이 많은 여자들이 김 사장에게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는 마치 김 사장의 것처럼 보여졌다. 김 사장의 사생활은 엉망이었지만, 그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은 대단했다.

 

김 사장은 평소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몸에 좋다는 뱀탕을 즐겨먹었다. 이런 베테랑 사장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운 결과 공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신소에서 정식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 이외에 공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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