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5)
한편 숙정의 남편은 시간이 가면서 숙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등산을 갔다 하면 자꾸 귀가시간이 늦었다. 늘 술에 취해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 동안은 등산을 가지 못하게 하기도 했으나, 숙정이 고집을 부려 등산금지령은 풀어놓았다.
하지만 늘 숙정의 동향을 미심쩍은 눈으로 예의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골 키퍼(Goal Keeper)가 눈을 부릅뜨고 골문을 지키고 있어도 어느 틈인가 눈깜박할 사이에 골이 들어가는 것처럼, 숙정은 이미 두 차례 고종과 관계를 가졌다.
맨 첫 번재 경험은 등산회 갔다가 회식이 끝나고 헤어진 다음, 두 사람만 따로 노래방으로 갔다. 그곳에서 술을 마시고 껴안고 부르스를 추다가 자연스럽게 쇼파에서 관계를 했다.
두 번 째는 등산 가서 일행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숲속으로 들어가 야생동물처럼 잠깐 동안 관계를 마치고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일행과 합류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회식을 마치고 두 사람은 모텔로 들어갔다.
등산을 했기 때문에 몸에 땀이 배여서 두 사람은 샤워를 하고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편안한 관계를 했다. 그런데 한참 관계를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숙정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계속해서 왔다.
처음에는 진동으로 돌려놓고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평소와 달리 너무 반복해서 계속 전화가 왔다. 그래서 숙정은 샤워실로 들어가서 전화를 했다.
“누가 당신 차를 박아놓고 도망가버렸어. 빨리 와봐.” 숙정은 뽑은지 한달도 채 안되는 새차를 누가 받았다고 하니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고종과 언제 관계를 했느냐는 식으로 그냥 옷을 주워입고 집으로 달려갔다. 차가 부서진 상태를 보고,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한 다음 아파트로 올라갔다.
그런데 남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그리고 숙정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아니 등산 갔다더니 어디서 목욕도 하고 왔나? 아직 머리에서 물기도 마르지 않았네!”
그러면서 남편은 숙정의 옷을 벗겼다. 숙정은 저항했으나 남편은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라 힘이 보통 사람 두배는 강했다. 남편은 공부를 하는 대신, 태권도와 검도를 열심히 했다. 태권도 2단증과 검도 1단증을 벽에다 걸어놓고, 먼지라도 묻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깨끗하게 손질을 하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그 흔한 개근상조차 받은 바 없다는 남편이 유단자 증서는 하늘처럼, 신주 단지처럼 모시고 있었다. 그런 남편이 흥분해서 숙정을 의심하고 옷을 완전히 벗기고 신체검사를 하니 단번에 부정행위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숙정이 고종과의 관계를 한 다음, 남편의 전화를 받고 놀래서 뛰어오다 보니, 뒤처리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숙정의 속옷에서 고종의 그것이 묻혀져 있었다. 남편은 사정 없이 때렸다. 그리고 숙정으로부터 자백을 받았다.
그런데 숙정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날 통화내역은 모두 삭제했고, 원래 고종의 전화번호는 여자 친구 이름으로 저장해 놓았기 때문에, 남편에게는 고종의 전화번호는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고 둘러댔다. 사건은 이렇게 이상하게 출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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