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5)
명훈 아빠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던 홍 검사는 늦게까지 수사를 하다가 함께 일을 하던 직원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신 다음 직원들과 헤어진 홍 검사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혼자 또 다른 술집으로 갔다.
최근에 너무 격무에 시달리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뒤숭숭해서 술을 더 마시고 싶었다. TV에서는 어떤 군인 장교가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고 보도가 되고 있었다.
홍 검사는 그런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젊잖은 사람들이 지하철과 같은 공공의 장소에서 여자의 신체를 의도적으로 접촉하고 그러다가 망신을 당하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 검사는 마른 안주를 시켜놓고 생맥주를 마셨다. 술이 취한 상태에서 시원한 생맥주는 참 맛이 좋았다. 500씨씨를 세 잔이나 마셨다. 일차에서는 소주를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술집에 있는 TV를 계속 보고 있었다. 어떤 고위직 공무원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었다.
홍 검사는 아직 젋은 나이지만, 그런 고위직 공무원의 행태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해서 부인도 있는 나이 든 공무원이 무슨 성접대를 받을까?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그런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성접대를 받는다는 말인가?
너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문제로 망신을 당하고, 잘못하면 수사를 받고 감방에도 갈 수 있는 위험한 일인데, 왜 그런 어리석은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홍 검사가 술을 마시고 있는 술집은 비좁은 통로에서 사람들이 겨우 비껴다니고 있었다. 홍 검사는 술을 마시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 이동을 했다. 그런데 비좁은 통로에서 어떤 젊은 여자 손님과 비껴 지나가다가 균형을 잃고 여자쪽으로 넘어지려고 했다. 그러다가 여자의 치마쪽으로 손이 미끄러져갔다.
여자는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자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몸을 비틀거리고 가다가 홍 검사가 넘어지면서 여자의 히프 부위를 손으로 잡자 깜짝 놀랐다. 여자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니, 왜 몸을 만져요?”
여자는 홍 검사가 자신의 히프를 고의적으로 만진 것으로 생각했다. 홍 검사는 비좁은 곳에서 비켜지나 가다가 오른손이 여자의 엉덩이 부근을 지나쳤지만, 고의적으로 만진 것은 아니었다. 술에 취해 약간 비틀거렸고, 중심을 잡지 못해 술김에 여자의 엉덩이에 손바닥을 대고 지나가려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절대로 성추행을 할 의사는 없었다.
그러나 일단 여자가 오해를 하고, 여자가 소리를 지르자 상황은 예상 외로 커졌다. 여자의 일행 중 한 사람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홍 검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곧 바로 주먹으로 홍 검사의 얼굴을 쳤다. 홍 검사의 코피가 터졌다. 남자는 계속해서 오른쪽 무릎을 걷어 올리면서 홍 검사의 복부를 세게 찼다. 홍 검사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안경도 떨어져 깨졌다.
주변 사람들이 달라들어 홍 검사를 붙잡아 앉혔다. 얼마 지나지 않자, 경찰관 2명이 출동했다. 경찰관은 홍 검사를 강제추행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했다. 경찰관은 홍 검사에게 말했다.
“귀하를 강제추행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귀하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대로 가자고 했다. 홍 검사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은 절대로 강제추행을 한 사실이 없다. 술에 취해 비틀거렸을 뿐, 여자의 신체를 고의로 만지지 않았다. 그것은 좁은 공간에서 여자가 오해를 한 것이다. 순간 술에서 깨어 정신이 빤짝 들었다.
‘이 상황에서 경찰서에 끌려가면 큰 망신이다. 어떻게 하지?’ 그래서 홍 검사는 경찰관에게 잠깐 옆으로 가서 조용하게 말을 하자고 했다. 홍 검사는 경찰관에게 말했다.
“사실 나는 검사요. 저 여자가 오해한 거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결합시다.”
그러자 경찰관은 홍 검사에게 신분증을 보자고 했다. 홍 검사는 검사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사무실에 놓고 온 것이었다.
“일단 경찰서로 가시죠. 다른 사람들 이목도 있고. 그리고 정식으로 112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서에 가서 잘 해명하시죠.” 홍 검사는 화가 났다.
“아니, 내가 검산데, 내가 술을 마셨지만, 여자를 추행이나 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이게 정당한 법집행입니까? 내가 무슨 현행범이라는 말이요? 내일 내가 경찰서에 연락하겠소.”“안 됩니다. 검사님! 경찰서로 가셔야 합니다.”
실강이가 벌어지고 시간이 지체되자, 피해자인 여자와 그 일행이 난리를 쳤다.
“빨리 경찰서로 가요. 저런 나쁜 O은 구속해야 해요. 어떻게 남자 친구가 있는데 감히 여자의 엉덩이를 주무릅니까? 그리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O이예요. 아마 상습범인 것 같아요. 콩밥을 먹여야 해요. 피해자는 대학 강사예요.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요. 대학 강사가 당하지도 않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로 경찰에 신고했다는 말이예요? 빨리 끌고 갑시다. 우리도 갈 게요.”
홍 검사는 화가 치밀었다.
“이런 나쁜 OO들 봤나? 내가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뒤집어씌우고 나를 때려? 너희들 깡패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37) (0) | 2019.03.24 |
---|---|
작은 운명 (36) (0) | 2019.03.23 |
작은 운명 (34) (0) | 2019.03.20 |
작은 운명 (33) (0) | 2019.03.19 |
작은 운명 (32) (0) | 2019.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