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것일까?
가을사랑
식당에서 청바지를 입고 있는 여자의 허벅지를 만진 남자가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았다. 골프장 구내식당에서 여자 종업원을 끌어안고 러브샷을 한 남자도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술에 취한 제자인 여자대학생을 호텔 방에 데리고 가서 성추행한 대학 교수도 처벌 받았다. 20대 가정주부가 10대인 조카 남자아이를 강제로 성폭행해서 법정구속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강제추행사건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잘 모르고 장난 삼아 성추행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큰코를 다치게 된다. 법은 어디까지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
추행(醜行)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더럽고 지저분한 행동 또는 강간이나 그와 비슷한 것을 말한다. 성추행이라 함은 강간 따위의 짓을 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씌여있다. 영어로 추행은 indecent act 라고 한다. 한자로 추(醜)는 더러울 추를 사용한다. 그러나 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형사처벌하는 강제추행의 개념을 명확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허벅지를 만졌다면 강제추행죄에 해당할까? 청바지는 치마와 달라서 직접 피부의 촉감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므로 피해를 당한 여성이 이 정도로 성적 자유를 침해 당했다고 볼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강제추행죄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비록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생각해도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식당 주인이 자신의 허벅지를 청바지 위를 통해 만졌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겠다고 하면 경찰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가지고 수사할 수도 없고 처벌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강간죄나 간통죄, 모욕죄 등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다. 법에서 이른바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수사를 할 수도 없고, 고소가 있어 수사를 하다가 나중에 고소가 취소되면 공소권이 없어져서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있었던 강제추행의 사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43세의 회사원 A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던 중 식당 주인 B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서 그녀의 허벅지를 3~4회 만졌다. 피해자 B는 A에게 무엇하는 짓이냐라고 하면서 소리를 쳤고, 그러자 A는 밖으로 나갔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피해자 B는 A를 상대로 형사고소하였고, 검사는 A에 대해 강제추행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검사는 A의 행위가 비록 청바지 위로 여자의 허벅지를 만졌지만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피고인 A는 ‘B의 음식점에 8번 정도 찾아갔고 B에게 100만 원을 빌려주는 등 평소 안면이 있는 사이였으며 B가 청바지를 입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강제추행할 의도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재판과정에서 검사와 피고인 사이에는 강제추행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사건에 대해 1심판결은 A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즉 A의 행위는 강제추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에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판결은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폭행이자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해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폭행에 의한 추행은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인 직접적인 물리력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포함한 광의의 폭력의 행사가 있으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강제추행죄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에 대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피해자는 여자로서 자신의 허벅지를 남자인 피고인이 여러 차례 만지는 것을 허용할 의사가 아니었고, 그러한 행위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거나 성적 혐오감을 느꼈다면 이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해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인 여자가 평소 자주 오는 손님이고 돈까지 빌려쓰는 가까운 사이여서 피고인이 강제추행할 의사가 없이 청바지 위로 허벅지를 만진 행위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법원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따라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판단될 문제이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은 개인의 성생활에 있어서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Freiheit der sexuellen Selbstbestimmung)라고 할 수 있다.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라 함은 성생활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자유뿐만 아니라, 인격적 성숙을 기초로 한 성생활의 가능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인격적 자유보다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추행죄의 객체는 사람이다. 사람인 이상 남자나 여자, 노인이나 젊은 사람, 혼인 여부를 불문한다. 여자가 남자에 대하여 강제로 간음을 하거나 추행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 여자는 강간죄의 주체는 될 수 없다. 남자가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경우에는 외관상 여자로 보이고 범인이 실제로 여자인 것으로 잘못 알고 강제로 간음을 하였다고 해도 강간죄가 아니고 강제추행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다. 성전환수술을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를 법적으로 구별하는 성염색체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거에서다.
강제추행죄에 있어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제압하거나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임을 요한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을 한다 함은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제압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였다(대판 2002.4.26. 2001도2147).
강제추행이라 함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간음 이외의 성적 가해행위를 말한다.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판 2006.2.23. 2005도9422). 때문에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판단하여 강제추행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추행 전에 행해질 필요는 없다. 두 행위가 동시에 행해지거나 또는 폭행 협박 자체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때에도 강제추행죄는 성립한다(대판 1994.8.23. 94도630).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성적 도의감에 위배하여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시켜 수치나 혐오의 감정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취침 중인 여자의 몸을 포옹하는 행위, 키스하는 행위, 상대방의 옷을 모두 벗기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추행이 성립되기 위하여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성적 만족이나 쾌감을 느꼈을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판례는 ① 피해자의 상의를 걷어올려 유방을 만지고 하의를 끌어내린 경우(대판 1994.8.23. 94도630), ② 피해자를 팔로 힘껏 껴안고 두 차례 강제로 입을 맞춘 경우(대판 1983.6.28. 83도399), ③ 노래를 부르는 피해자를 뒤에서 껴안고 춤을 추면서 유방을 만진 경우(대판 2002.4.26. 2001도2417)는 모두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
실제 사례를 보면 피고인 A(남, 26세)는 남자 중학생들만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하다가 구속되었다. 또한 피고인 B(여, 26세)는 자신의 조카(남, 13세)의 옷을 강제로 벗기고 성관계를 갖는 등 수 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 경우는 여자가 남자를 강제로 간음한 것인데 우리 형법상 여자는 남자를 강간할 수 없고 단순히 강제추행죄로만 처벌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는 강제추행죄를 적용한 것이다.
A(남, 48세)는 골프장내 식당에서 종업원 B(여, 28세)에게 3만원을 주면서 폭탄주 러브샷을 요구했지만 B씨가 거부하자 "내가 여기 부회장이다, 마셔도 괜찮다"라며 골프장 회장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B씨의 목을 팔로 껴안고 볼에 얼굴을 비비면서 러브샷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고인 A에 대한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건에 이른 동기가 성적욕구 보다는 잘못된 음주습관으로 인한 것이고, 그 행위 내용도 비교적 가벼운 점에 비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판결은 너무 무겁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거부함에도 신분상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협박하고, 목 뒤로 팔을 감아 얼굴이나 상체가 밀착되는 이른바 `러브샷'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한 것은 피고인과 피해자들의 관계, 성별, 연령 및 사건경위 등에 비춰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8.3. 13. 선고 2007도10050 판결).
또한 준강제추행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추행하는 경우를 말한다.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추행하는 것을 처벌하는 이유는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진정한 자유의 가능성, 즉 잠재적 자유까지 포함하여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잠을 자고 있는 부녀를 추행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성전환수술한 남자를 강간한 경우]
대법원은 피해자가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경우에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 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은 없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와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