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⑫

“내일 저녁 뮤지컬을 보러 가요.”
“저녁 시간에는 장사해야 해요. 미안해요. 제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워요. 그렇지 않아도 요새 불황이라 걱정이예요. 쉬는 날 만나요.”

몇 번의 만남이 있은 다음, 정옥은 약간씩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자주 만나 박 사장과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사이 관계에서 박 사장은 정옥을 좋아하는데, 그에 비해 정옥은 몇 번의 성관계를 하였지만, 그렇게 박 사장을 좋아하는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았다. 정옥은 결혼해서 아이 하나를 데리고 열심히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애인이 없어도 크게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더군다나 정옥은 그 동안 많은 남자를 만났고, 연애도 많이 했고, 특히 장사를 하면서는 여러 손님들과 데이트를 했다. 그랬기 때문에 박 사장과는 달랐다. 박광철 사장은 나이는 55세나 되었지만 여자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총각 때도 열렬한 사랑을 해본 적도 없었다. 결혼도 중매로 해서 아주 깊은 사랑을 나누지도 않았다.

오직 일만 하고 술이나 먹고, 특별한 취미도 없었다. 돈은 벌었지만 잘 쓸 줄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돈의 노예’, ‘일에 중독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누가 광철에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살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별로 답변할 말이 없었다. ‘그냥 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일하고, 돈벌고, 그 맛에 살고 있습니다. 사랑도 모르고, 특별히 소중한 가치가 있지도 않아요.’

이번에 역학자가 광철을 위해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 주었지만, 사실 광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일단 만나 보고,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열심히 식당에 가서 매상을 올려주고, 사업가로서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외관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 덕분에 몇 차례 호텔에 가서 정옥과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 광철은 정옥과의 잠자리가 좋았다. 하지만 정옥은 별로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속궁합이 맞는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광철쪽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정옥의 입장에서는 광철이 돈이 많은 사업가이고, 앞으로 잘 지내면 경제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응해주었기 때문에 광철은 그 속마음을 고려치 않고, 자신이 잘났고, 멋있는 남자라서 정옥이 순순히 응해준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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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사랑의 모진 운명’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사랑의 이상형태, 때로는 불륜이라고 불리는 현상, 잘못된 사랑의 병리현상, 부작용 등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이라고 할 수도 없고, 실화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법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전혀 현실성이 없는, 다시 말하면 일상이 생활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아니면 일어날 확률이 만분의 일인 스토리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소설에서 다루는 사랑은 지나치게 미화되거나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사랑입니다. 저는 예전에 ‘함부로 사랑하지 마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도 아주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사랑은 다루지 않고, 비정상적이고 문제가 있는 사랑을 주로 다루려고 합니다. 그럼으로써 사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페북 친구분들께서 부족한 저와 함께 사랑의 문제점을 토론하는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행복하지만, 그래도 사랑 때문에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등 장 인 물

1. 곽영식 / 남, 39세
2. 송경희 / 여 35세
3. 박광철 / 남, 55세
4. 최정옥 / 여 45세

사랑의 모진 운명 ①

영식(39세, 남)은 1년 전에 경희(35세, 여)를 우연히 만났다. 사람의 운명이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관계를 맺게 된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비명에 가기도 하고, 암에 걸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긴급체포되어 징역을 살고 나오면 사업체는 부도나고 가정은 해체되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아이들이 학업도 중단해야 하고 지하실방에서 고생하는 왕년의 사장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결코 짧지도 않다. 영고성쇠가 끝이지 않는 험하고 험한 고행길이다.

어느 가을 날, 영식은 회사 일을 예정보다 빨리 마치게 되었다. 회사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 할 일도 없었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해진다.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일도 별로 재미가 없다. 되풀이되는 일상의 일이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공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바쁘게 지내고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를 지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식과 같이 보내고 있다. 밖에서 일이나 하고 집에 오면 TV나 본다. 그냥 식사하고 일상의 대화나 조금 하고 잔다.

가끔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는다.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매일 야식을 거르지 않는다. 대학교를 나온 사람이 집이나 직장에서 책 한권 읽지 않는다.

주로 스포츠 경기 관람에 취미가 있고, 핵실험이나 아파트가격인상억제대책 등과 같은 시사적인 문제, 대선후보가 누구인지 등 정치적인 문제에만 관심이 있다.

나머지는 돈 버는 방법, 재테크하는 방법에 골똘이 머리를 쓰고, 평생 시집 한권 사지 않는다. 소설은 그냥 인터넷을 통해 누구 소설이 유명한지, 그 스토리가 어떤지 정도만 상식선에서 파악하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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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⑪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매우 개별적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똑 같은 공식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랑이 어려운 것이다. 지금 박 사장과 한정식 식당 주인인 최 사장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선 박 사장은 유부남이며 법률상 배우자기 있다. 자녀도 있다. 최 사장은 이별한 이혼녀다. 이혼녀라는 명칭이 이상하기는 하지만 사실상 이혼한 여자를 이혼녀라고 부른다. 이혼녀는 법률상 명칭은 아니다. 법에는 이혼녀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단지 이혼이라는 법률용어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혼녀는 ‘이혼한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혼녀에 상응하는 용어가 이혼남이다. 최 사장은 이혼녀로서 자녀를 한 명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부남과 이혼녀가 중간에 어떤 사람의 소개를 받고 만나서 연애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단순한 연애가 아니라 성관계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이 두 사람은 법률상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이며, 그들의 행위는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먼저 당사자의 내심의 의사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박 사장과 최 사장은 남자와 여자로 만났다. 이성으로 만났고, 두 사람은 시간이 가면서 성관계까지 할 것을 묵시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그렇다고 명시적으로 ‘앞으로 우리는 성관계를 하자.’고 합의하거나 약속한 것은 아니다. 역학자가 두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서로 남녀 사이로 잘 지내고 연애를 하라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두 사람이 그에 동의했기 때문에 만남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성관계도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성관계에 대한 대가나 보수, 조건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아직 합의된 적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결혼을 전제로 하는 성관계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아니면 앞으로 사귀어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결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 사안에서 박 사장의 경우는 자신의 처와 이혼할 의사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필적 의사는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처와 별로 애정이 없기 때문에 만일 최 사장과 사귀면서 잘 맞으면 처와 이혼하고 같이 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런 의사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최 사장을 만난 것이다.

그러면 최 사장은 첩의 지위로 만난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첩은 우리 법이 중혼(重婚)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처가 있는 유부남이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여자와 동거생활을 하고 그 여자를 정식의 처로 생각하고, 법률상 처는 무시한다고 해도 혼인신고를 이중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현실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이 합의하여 첩계약을 맺을 수는 있지만, 아직 여기에서 박 사장과 최 사장이 첩관계를 서로 상의한 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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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⑧

그러다 보니 생활비가 생각보다 적게 들었다. 그런데도 여자는 계속해서 똑 같은 생활비를 받아 쓰고 있다. 남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저런 것이 발단이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나빠졌다.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이와 같은 젊은 사람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꼴통이 된다.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애인에게는 매우 짠 편이다. 그 전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어떤 남자가 자수성가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 남자는 55세가 될 때까지 오직 돈만 벌고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돈 버는 일, 가정을 돌보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유명한 역학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 역학하는 사람은 박 사장을 보고 관상과 사주를 보아주었다.

“사장님은 지금까지 돈만 벌고 인생을 즐기지 못했어요. 너무 불쌍해요. 그런데 사주 관상을 보니 남자로서 기가 너무 넘쳐요. 그대로 살다가는 기가 넘쳐서 제명에 못살아요. 그러니 그 기를 눌러주어야 해요. 여자를 만나서 음양의 조화로 기를 눌러주어요.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사업도 더 잘 될 거예요. 내 말을 들으세요.”

박 사장은 원래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 아니었다. 자신이 혼자 제일 잘 났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래서 사업도 성공했다. 직원들도 잘 다루었다.

그런데 워낙 유명한 역학자가 그런 말을 하니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역학자는 주로 재벌회장이나 연예인의 사주 역학을 보아주는 유명한 사람이었다.

역학자 자신도 벤츠를 타고 기사를 두고 다녔다. 서울에서 고급 아파트에서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선생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사장님은 제 말을 들으세요. 전에도 제 말을 듣지 않던 이 회장님은 결국 암에 결려 세상을 떠났어요. 그 많은 재산을 남겨놓고 얼마나 억울해요. 내 말을 들었으면 오래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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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⑦

한국 사람 정서에는 아직도 불합리한 사고와 의식이 많이 남아 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연애를 하고 섹스를 할 때는 남자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는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40대 아니 50대가 넘으면 남자가 거의 대부분 비용을 낸다. 그리고 연애를 해도 여자는 남자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남자는 그것을 당연히 여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다르다. 결혼하면 네것 내것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외도 많다. 점점 예외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의 경우 자연스럽게 Dutch Pay를 한다. 아주 보기에 좋다. 서로에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정보센터에서 중개를 하여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경우에도 Dutch Pay를 하거나, 여자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여자측 부모형제들은 약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또 이런 경우에는 결혼이 성사되지 않기도 한다.

물론 세상은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가듯이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람들의 인식도 변한다. 그런데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 성문화, 성풍속은 그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했다.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였다. 맞벌이라는 표현도 촌스럽다. 각자 직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결혼하다 보니 계속해서 부부가 직장에 다니는 것이지 꼭 생존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은 중매로 결혼했다. 그런데 같이 생활비를 똑 같이 내고 관리는 여자에게 맡겼다. 그런데 두 사람은 아침은 빵 같은 것으로 간단히 하고, 점심은 밖에서 각자 먹고, 저녁도 절반 정도만 집에서 같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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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⑤

“남자가 끝내 헤어지자고 하면 방법이 없지 않아요?” 경희는 여자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마디 했다. 별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그냥 무심코 나온 말이었다.

“근데 너무 억울해요. 그 남자 때문에 아이도 한번 지웠어요. 그래서 몸도 안 좋아졌고, 같은 직장에 있는 다른 여자에게 남자를 빼앗긴 것도 분하고. 그냥 포기하자니 아깝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직장에서 연애를 하고 있는데, 같은 직장의 다른 여자에게 애인을 빼앗기면 분하고 억울할 것이다. 그 말에는 동의했다.

“그래도 잊어버려야지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을 다시 붙잡을 수 없는 거 아닐까요? 굳이 강압적으로 붙잡아봤자 결혼할 수도 없을 거고. 안 그래요?”

“저도 알아요. 지금 와서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걸. 그래도 제 마음을 쉽게 잡을 수 없어요.”

그 여자는 남자와 새 애인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복수는 쉽지 않다. 무슨 방법으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걸까?

가끔 주위를 보면 배신 당한 사람들이 연인에 대해서 복수를 꿈꾼다. 사회적으로 체면이 있는 사람 같으면 직장을 찾아가 큰소리로 떠들고 난리를 쳐서 망신을 주려고 한다.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다.

아니면 직장에 투서를 한다. 그 사람의 비행에 대해 진정서를 내기도 하고, 사생활이 복잡하다거나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렸다는 내용으로 써서 낸다. 상급자를 찾아가서 호소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모두 옛날 방식으로 오늘 날에는 별로 효과도 없고, 통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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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④

“오늘 너무 속이 상해요. 그래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거예요.”
“왜 그렇게 속이 상해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 괜찮아요?”
“제 남자 친구가 이제는 노골적으로 헤어지자고 해요.”
“왜요?”


“남자 친구의 새로 생긴 애인이 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으라고 했대요. 그래서 남자 친구가 저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거예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예요?”
경희는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상한 건 그 여자의 말을 들어도 별로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가 뭐 그렇게 심각한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지 아는가?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리석게 괴로워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와 여자는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파트너가 바뀌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었다.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닌데,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사회적 구속을 받는 것도 아닌데, 미혼의 남녀가 헤어지는 문제로 그렇게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것이 우습게 생각되었다. 


잠시 술기운에 잊고 있었던 경희의 처지가 다시 그 여자의 말 때문에 클로즈업되었다. ‘아! 남녀간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구나!’ ‘나도 처음부터 남편하고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결혼했어도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일단 결혼했으면, 참고 살 것을...’ 


사랑이 괴로운 것은 본질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든 무조건 행복만 보장되는 사랑은 없다. 진정한 사랑이란 처음에 얻는 과정도 고통스럽고, 일단 얻어진 다음에도 수시로 크고 작은 마찰과 갈등이 반복된다. 더군다나 그 사랑이 시간이 가면서 흔들거리고, 제3자가 개입되면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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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2)

“제가 잘못했어요. 형님! 살려주세요. 안 그럴게요. 은영씨 사건에서 손을 뗄게요.”

“너 같은 X은 죽어야 해. 인간쓰레기야. 왜 사냐? 그만 살 수 없어. 이 나쁜 XX야!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몰라서 그래. 옛날 같으면 너는 사시미칼로 손을 봤을 거야. 지금은 내가 마음 잡고 조용히 살아서 그래. 근데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왜 하필 돈 없고, 불쌍한 여자 아이들만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그러냐? 돈 있는 인간들한테 뜯어내지 않고, 은영은 정말 불쌍한 아이야. 이 나쁜 XX야!”

성균은 무릅을 끓고 아파서 신음하는 박기사를 훈계하다가 갑자기 또 정의감이 솟구쳐오르자 구두발로 무릅을 짓밟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박기사의 눈에서 불이 났다.

또 손날을 세워 목을 내리쳤다. 목이 휘청거렸다. 박기사는 땅에 머리를 바고 엎드렸다. 오늘이 제삿날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임자를 만났다.

“너 마음대로 해. 지금 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든가, 아니면 은영을 만나 사과를 하든가. 알았지? 그리고 이건 은영이 나에게 시킨 건 아냐. 나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손바닥처럼 다 알 수 있어. 너에 대해서는 사실 한달 전부터 내가 뒷조사를 하고 있었어. 알았지? 이 쓰레기야.”

성균은 분이 풀리지 않아서 침을 박기사 얼굴에 몇 번 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기사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입장은 아니었다.

박기사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사장에게는 핑계를 댔다. 갑자기 지독한 감기 몸살이 들어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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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5-8

“제가 잘못했어요. 형님! 살려주세요. 안 그럴게요. 은영씨 사건에서 손을 뗄게요.”

“너 같은 X은 죽어야 해. 인간쓰레기야. 왜 사냐? 그만 살 수 없어. 이 나쁜 XX야!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 몰라서 그래. 옛날 같으면 너는 사시미칼로 손을 봤을 거야. 지금은 내가 마음 잡고 조용히 살아서 그래. 근데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왜 하필 돈 없고, 불쌍한 여자 아이들만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고 그러냐? 돈 있는 인간들한테 뜯어내지 않고, 은영은 정말 불쌍한 아이야. 이 나쁜 XX야!”

성균은 무릅을 끓고 아파서 신음하는 박기사를 훈계하다가 갑자기 또 정의감이 솟구쳐오르자 구두발로 무릅을 짓밟았다. 그리고 주먹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박기사의 눈에서 불이 났다.

또 손날을 세워 목을 내리쳤다. 목이 휘청거렸다. 박기사는 땅에 머리를 바고 엎드렸다. 오늘이 제삿날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임자를 만났다.

“너 마음대로 해. 지금 가서 경찰에 신고를 하든가, 아니면 은영을 만나 사과를 하든가. 알았지? 그리고 이건 은영이 나에게 시킨 건 아냐. 나는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음만 먹으면 손바닥처럼 다 알 수 있어. 너에 대해서는 사실 한달 전부터 내가 뒷조사를 하고 있었어. 알았지? 이 쓰레기야.”

성균은 분이 풀리지 않아서 침을 박기사 얼굴에 몇 번 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박기사는 무척 아팠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할 입장은 아니었다.

박기사는 이런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사장에게는 핑계를 댔다. 갑자기 지독한 감기 몸살이 들어서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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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5-7

“박기사는 내 애인이었는데, 내 친구인 은영을 강간하고, 그래서 나와 헤어졌어. 그런데 그 후 은영이 아이를 가졌는데, 그 아이 아빠인 명훈네 집에서 박기사가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어. 그러면서 가운데서 은영의 약점을 잡고, 주인집에서 돈을 뜯어내려고 하고, 은영에게는 1억 원 중 절반만 준다는 거야. 그리고 은영을 만나 나에 대해서도 해코지를 하려고 한 대. 정말 나쁜 인간이야. 그렇다고 내가 만나면 나도 피해를 보게 돼.”

“응. 알았어. 정자야. 걱정하지 마. 내가 처리해 줄게.”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나서 성균은 박기사를 만났다. 그러면서 자신은 은영이 친척이라고 소개했다.

“내가 은영을 보호해야 하니까. 당신은 빠져. 알았지!”

“뭐라고! 내가 누군지 알고 당신이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그러면 당신이 은영이를 강간한 것을 내가 고소하도록 할 거야. 그리고 당신 사장을 만나서 내가 당신 비행을 알릴 거고.”

“마음대로 해. 나는 이미 감방도 갔다왔고,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사람이야. 당신도 나를 협박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거고.”

“나도 감방 갔다왔어. 감방 갔다온 게 무슨 훈장받은 거냐? 좋은 말로 할 때 들어. 신상에 좋을 거야.”

성균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같아 커피숍에서 나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박기사가 성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먼저 공격을 당하자 성균의 본성이 드러났다. 곧 평소 익힌 무술로 박기사를 때렸다.

박기사는 싸움에는 약했다. 성균을 당할 수 없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 박기사는 무릅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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