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3-24

은영과 명자는 택시를 타고 약속한 호텔로 갔다. 고급 호텔의 규모는 일단 사람을 위축시킨다. 마치 옛날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왕궁에 초대받아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호텔의 구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경을 참 잘해놓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진이라도 몇 장 찍고 싶을 정도였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고급 카펫이 깔려 있다. 하나 하나 차분하게 눈여겨 보면서 식당을 찾았다. 명훈 엄마는 아들 명훈 이름으로 방을 하나 예약해 놓았다.

“찾느라고 고생하지 않았어요?”

“예. 괜찮았어요.”

명훈 엄마는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며,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정이 얼마나 모범적인지 설명을 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일본 정종, 사케를 시켜 같이 마시자고 했다. 은영은 아이 때문에 못 마신다고 했다. 명자는 평소 술을 좋아하니까 명훈 엄마와 대작을 해주느라고 같이 많이 마셨다.

명훈 엄마는 술을 많이 마셨다. 은영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낮술을 저렇게 마실까? 아마 맨 정신으로는 하기 곤란하니까 술의 힘을 빌어서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

“아가씨. 내가 알아봤더니 전에 다른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고, 낙태수술도 한 적이 있다면서요?”

“아니예요. 그런 적 없어요. 잘못 아신 거예요. 예전에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육체관계는 전혀 없었어요.”

“아니 내가 다 알아봤고, 증거가 다 있는데 왜 아니라고 해요?”

“무슨 증거가 있는지 보여주실래요? 제 친구는 그런 아이 아니예요. 지금까지 일만 열심히 하고 남자는 전혀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잘 알아요. 다른 여자 애들하고 달라요.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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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14

여자로서는 맛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맛사지를 하는 남자관리사가 도중에 이곳저곳을 주물럭거리고, 맛사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의 더러운 성욕을 채우는 것 같이 느껴지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고 성적 수치심이 발동할 것인가?

그렇다고 낸 돈이 아까워서 도중에 나오기도 그랬을 것이다.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큰소리로 항의하면서 떠들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남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런 경우 검사는 어떻게 수사해서 결론을 내리고, 만일 재판에 회부되면 판사는 어떤 판결을 하여야 하는가?

그리그 그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될까? 이 업소는 맛사지하는 방이나 장소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고, 물론 설치해서도 안 되는 입장이다. 강제추행죄란 바로 이런 것이고, 사실인정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사정을 보면, 맛사지업소에 가서 맛사지를 받을 때 남자는 남자로부터, 여자는 여자로부터 받으면 안전하다.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 남자가 여자관리사로부터 받거나,

여자가 남자관리사로부터 폐쇄된 공간에서 맛사지를 한 시간 동안이나 하고 있으면 이상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맛사지를 어디까지, 어떤 부위까지 해야 하는지 애매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면 분쟁이 생기고, 일단 고소를 당하거나 신고를 당하면 해명이 어려울 때가 많다. 뿐만 아니라, 맛사지업소에서 자칫 잘못해서 성행위를 하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에이즈나 성병에 감염될 위험도 없지 않다.

가끔 보면 이런 맛사지업소에 상습적으로 다니면서 음란행위를 하기도 하고, 외상값을 떼어먹는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자녀들이 이런 곳에 드나들지 않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형법 제299조). 강제추행죄, 준강제추행죄의 미수범도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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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13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떤 여자가 맛사지업소에 갔다. 몸이 개운치 않고 콘디션이 좋지 않아 맛사지를 받으러 갔다. 만사지업소에 들어가서 가격을 물으니 1시간에 3만8천 원이다. 맛사지샵에서는 요금제로 운영한다. 60분짜리, 90분짜리, 120분짜리, 세 가지가 있다. 요금은 시간별로 다르다.

사실 맛사지를 한 시간 한다는 것은 중노동이다. 집에서 가족 팔다리를 주물러 보면 안다. 남을 주물러 주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10분만 주물러도 힘이 들어서 그만 두려고 한다. 물론 전문적인 맛사지관리사는 기술적으로 하고, 똑 같은 강도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아마추어가 하는 맛사지와는 노동의 강도가 덜 할 것이다.

우리가 사우나에 가서 때를 밀면, 보통 1만5천 원 정도 한다. 때를 미는 사람을 보면 그 정도는 받아야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런데 맛사지샵에서는 맛사지만 전문으로 한다. 그리고 한 시간이나 하기 때문에 3만8천 원을 받는 것이다.

맛사지샵에는 남자관리사와 여자관리사가 있다. 옛날에는 맛사지걸 또는 맛사지하는 종업원이라고 호칭을 했는데, 요새는 인격적인 배려를 한다고 해서 맛사지관리사라고 한다. 그냥 관리사라고 부른다. 대개의 경우는 남자 손님인 경우 여자관리사를 찾는다. 그러다가 음란행위가 문제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자 손님의 경우 손님이 원하면 여자관리사를 해준다. 그런데 여자 손님이 남자관리사를 원하면 남자관리사를 붙여준다. 물론 대부분의 여자 손님은 순수하게 맛사지를 받으러 온다. 음란행위를 하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여자 손님은 혼자 업소를 찾아와 남자관리사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1시간 동안 맛사지를 받았다. 업소에서 주는 가운을 입고 맛사지를 받았다.

맛사지를 받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는데, 맛사지를 다 받고 옷을 입고 나가기 전에 카운터에서 종업원에게 맛사지관리사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했다는 항의를 했다.

그러고 갔는데, 며칠 후에 경찰관이 업소에 와서 고소장이 들어왔다면서 현장 조사를 했다. 여자 손님의 주장은 남자 맛사지관리사가 맛사지를 하면서 자신의 수치스러운 부위를 만져서 추행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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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이야기

지금 쓰고 있는 ‘사랑의 모진 운명’은, ①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② 대체로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이야기입니다. ③ 개인이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논리에 따른 이야기입니다. ④ 제가 변호사 생활을 통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겪은 사건을 기초로 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관계, 그리고 애정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잘못 했다가는 바쁜 세상에, 극심한 무한경쟁의 세상에서, 사랑이나 성관계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거나 망가뜨리는 사례를 통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인 이성을 가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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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⑭

사실 남자와 여자 관계에서 돈 문제는 서로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애매모호하다. 돈 문제가 명확한 경우는 성매매의 경우다.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처음부터 돈 문제는 아주 확실하게 결정된다.

요새 서울에서 유행하고 있는 원룸 성매매는 이런 식이다. 성매매 할 여자가 먼저 원룸에 가있고, 중간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남자가 가격을 정해준다.

15만 원이라고 말하면, 성매수자는 15만 원을 현금으로 준비한 다음, 알선자가 지정해주는 주소로 원룸을 찾아간다. 그러면 지정된 시간에 찾아온 남자를 알아채고, 여자가 문을 열어준다.

여자는 먼저 선금으로 15만 원을 현금으로 받는다. 성관계를 1회 하고, 밖으로 내보낸다. 성관계는 절대로 1회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냉정한 비지니스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만 보아도 성매매는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동물적인 것인가 알 수 있다. 그래서 성매매는 해서는 안 된다. 에이즈 위험도 있고, 성병 감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언젠가 뉴스에서 에이즈 환자가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에이즈 환자가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하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단 에이즈에 감염되면, 상대가 형사처벌된다고 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관계에서는 성매수자가 원룸에 들어와 먼저 선금을 내지 않는다든가, 일부만 깎자고 흥정을 하든가, 나중에 주겠으니 먼저 성행위를 하고 돈을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하면 절대로 성매매는 진행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성매매의 현장에서 이러한 선금법칙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원칙은 누가 정해놓은 것일까? 만일 이러한 법칙을 위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 후불방식이 원칙이다. 술부터 마시고 돈을 내지, 돈부터 먼저 내고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것은 불문율(不文律)이다. 이런 법칙을 법에서 정해놓은 것은 없다. 술값의 경우에는 외상도 많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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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⑥

 

집에서는 생활이니까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짧은 시간이니까 정성을 기울여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가정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지만, 가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이상하게 거꾸로 한다. 물론 안팎으로 잘 하는 능력있고 매너있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말이 경희가 산다는 것이었지, 가장 분위기 있는 장소를 선택한 것도, 돈을 낸 것도 모두 영식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상한 인연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경희는 남편이 있었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울해졌던 경희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고, 차안에서 말없이 운전만 하고 갔던 영식의 생각이 떠올라 그냥 전화를 했던 것이다.

 

경희는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 별로 재미가 없다는 사정 등등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처녀 시절의 아름다운 문학소녀로서의 꿈, 그 꿈을 이루지 못한 현실적인 아쉬움 등등을 문학적 표현을 사용해 가며 이야기를 아주 감칠맛 있게 잘 했다. 경희의 말을 듣고 있으면 영식은 마치 어렸을 때 동화를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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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영식과 경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차를 타자 경희는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영식은 마침 대치동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다. 영식이 사실 대치동쪽으로 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별로 뚜렷한 방향 없이 서울을 방황하고 있었다.

차안에서는 계속해서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고, 낯선 이성끼리 좁은 공간에서 특별한 대화 없이 보내야 하는 시간에 적절한 분위기를 잡아 주었다. 사람 사이에 대화가 중단되면 불편하다.

그렇다고 자꾸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은 성격상 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습관인데, 그래도 가만 있자니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식은 대낮에 밖에 있는 이유를 회사일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했다. 대치동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릴 때 경희는 고맙다고 했고, 나중에 차라도 대접하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인사를 했다.

그때 영식은 경희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두 사람은 헤어졌다. 서로가 다시 만난다는 것은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차를 한번 태워줬다는 이유로 다시 만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두달 쯤 지나서 경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 번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차를 한잔 사겠다는 취지였다. 영식은 만사 제쳐놓고 경희를 만났다. 남자들은 집에서는 부인에게 따뜻하거나 자상하게 대하지 않아도 밖에서는 외간여자들에게 아주 친절하고 성의를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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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밤이면 그 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밤에 자가용을 얻어 탔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뉴스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밤에 낯선 차를 무턱대고 탄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다.

일단 차에 탄 이상 마음대로 내릴 수 없다. 목적지로 가지 않고 교외로 끌고 가서 강간을 하거나 강도짓을 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

경희는 대낮에 젊잖게 넥타이를 맨 사람이 자가용을 대고 태워주겠다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택시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고 호의를 베풀겠다고 하는 것이 확연히 보이니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 마음씨가 고마웠다.

얼마나 삭막한 세상인가? 남이 아무리 고통을 받아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혼자 타고 다니는 자가용들이 줄로 늘어서 있어도 바빠서 택시를 못잡고 있는 사람에게 태워주겠다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잘못 호의를 베풀려고 했다가 무안을 당하는 경우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사회는 매우 달라졌다. 외롭고 고독을 느끼게끔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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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①

영식(39세, 남)은 1년 전에 경희(35세, 여)를 우연히 만났다. 사람의 운명이란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사람을 만나 생각지도 않았던 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한다.

사람의 운명이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 길을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비명에 가기도 하고, 암에 걸려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도 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긴급체포되어 징역을 살고 나와 보니 사업체는 부도나서 산산조각이 나는 사람도 있다.

믿었던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 아이들이 학업도 중단해야 하고 지하실방에서 고생하는 왕년의 사장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길지도 않은 인생이지만, 막상 살아보면 결코 짧지도 않고, 영고성쇠가 끝이지 않는 험하고 험한 고행길이 틀림없다.

지난 가을 영식은 회사 일을 예정보다 빨리 마치게 되었다. 회사에는 다시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고,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 할 일도 없었다. 그런 금요일 오후에 사람들은 마음이 공허해진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는 일도 별로 재미가 없다. 되풀이 되는 일상의 일들이란 다람쥐가 쳇바퀴 도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가 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공허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바쁘게 지내고 보람을 느끼면서 하루 하루를 지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식과 같이 보내고 있다. 직장일이나 하고 집에 오면 TV나 보고 만다. 그냥 식사하고 일상의 대화나 하고 신문이나 보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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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⑥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다 보니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전과 달리 자치단체장 역시 낙선된 상대방이 있고, 상대 조직원들이 거미줄처럼 퍼져있다. 그러다 보니 부정과 부패사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상대방측에 들어가게 되고,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에 대해 고발하거나 익명으로 제보를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시장이나 군수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정부패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예전과 달리 시장 군수를 정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직선제로 선출하다 보니 이런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제보 때문에 검찰에서 구속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 군수는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그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그래서 시장이나 군수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시청이나 군청의 공무원들은 구치소에 가서 결재를 받고 업무협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제보자가 중요한 사람이다. 중요한 수사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소중하게 대한다. 제보자를 데리고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특정 분야의 부패실상이 어떤지 공부를 한다.

 

검사도 수사를 해서 사람을 잡아넣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전문가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범죄, 신종범죄를 수사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정현은 현식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법적인 문제를 검토했다. 주된 내용은 사장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뇌물문제였다. 성폭력행위는 약간 별개의 사안이다. 정현은 현식에게 연락처를 남겨 놓고 일단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수사방법을 생각했다. 김현식의 진술만으로 수사단서는 충분했다. 그러나 회사 장부와 비자금이 들어있는 통장을 압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뇌물죄 부분은 사장이나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야 할 사항이었다.

 

원래 기업체의 비자금 수사는 빠른 시간에 관계 자료를 압수하는 것이 요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체에서 비밀장부나 컴퓨터 입력자료 등을 모두 빼돌리고, 증거를 은닉하거나 인멸시키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 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부분을 찾아 업무상 횡령죄로 입건해 놓고, 그 다음 그러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힘으로써 공무원에게 흘러간 뇌물을 찾아내는 것이 수사의 프로세스다.

 

김현식이 돌아간 다음 정현은 최 계장을 불러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최 계장은 아주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이었다. 수사하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밤을 새우는 일에도 익숙했다. 두 사람은 함께 일을 많이 해서 호흡이 맞았다. 검사와 수사관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에 있다. 서로 호흡을 맞추어서 일을 해야만 수사성과가 나온다. 그리고 법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사명감이 투철해야 수사를 할 수 있다. 범죄에 대한 증오감이 넘치지 않으면 절대로 범죄인을 수사할 수 없고 처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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