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2-4)

이 사건에서 남자와 여자의 행위를 평가해 보면 이렇다. 먼저 남자가 술집에 가서 그냥 술만 마시지, 옆에서 같이 술을 마셔주는 여자에게 2차를 가자고 제의하는 행위는 성매수제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에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라는 법이 있다. 성에 관한 특별법이다. 사실 성에 관해서는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의 성(sex)에 관해서 국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개인으로서의 남자와 여자에게 국가가 어떤 법을 정해서 강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결혼하기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든가, 공부하는 학생의 신분에서는 과도한 자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든가 하는 법을 만들면 당장 헌법위반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하고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보장되어야 할 권리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이다.

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법은 성의 문제에 관해 무제한 개인의 자유의사에 맡기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일정한 경우에는 법이 관여한다. 개인의 성적 자유의지나 자유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첫 번째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다.

타인은 원하지 않는데 일방적으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해서 반항을 제압하고 강제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법은 금지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그것은 원치 않는 성행위를 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법의 목적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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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이야기

지금 쓰고 있는 ‘사랑의 모진 운명’은, ①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② 대체로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이야기입니다. ③ 개인이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논리에 따른 이야기입니다. ④ 제가 변호사 생활을 통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겪은 사건을 기초로 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관계, 그리고 애정문제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잘못 했다가는 바쁜 세상에, 극심한 무한경쟁의 세상에서, 사랑이나 성관계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거나 망가뜨리는 사례를 통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충고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극단적이고, 비이성적이며,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인 이성을 가진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오늘 이 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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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3)

두 사람 모두 기가 죽었다. 하지만 서로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해서 양보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남자는 여자가 늙었기 때문에 20만 원을 주는 것이 아까웠고, 그래서 한 번 더 하고 돈을 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자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이렇게 인간성이 나쁜 더러운 X에게 아무리 돈을 받아야 하지만 한 번 더 몸을 대주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남자는 한 번 더 하지 않으면 돈을 절대로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또 싸워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경찰이 올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남자의 인상도 험상궂었고, 더러운 편이었다.

여자는 하는 수 없었다. 빨리 한 번 더 하고, 돈을 받고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자존심은 다 버려야 했다. 더럽지만 참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자 그러면 빨리 해.”

남자는 인간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또 성욕이 일어나고, 그짓을 또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남자는 또 다시 시도했다. 아무런 애정도 없이, 인간적인 호감도 없이, 오직 여자를 상대로 욕정을 채웠다.

일을 끝낸 후 옷을 입고, 남자는 지갑에서 5만 원 4장을 꺼내 주었다. 그러더니 5만 원 한 장을 팁으로 내밀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여자는 아무 말 없이 받았다.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모텔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노랗고 붉은 색으로 덮혀 있었다. 은행잎으로 길가에는 누런 빛이 뒤덮혀 있었다. 아침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거리에는 차량이 가끔 빠른 속력으로 질주하고 있었다. 세상은 간밤이나 지금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오직 여자의 가슴 속에만 시뻘건 불덩이가 솟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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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2)

여자는 모텔 방에서 지금 남자를 저주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악질이 있을까?’ ‘남자가 여자가 필요해서 돈을 주기로 하고 성관계를 하고 만족했으면 당연히 돈을 줘야하는 것 아닌가?’ ‘내 나이가 42살인데, 왜 나이 많다고 트집을 잡는가?’ ‘지금까지 관계한 남자들은 다 성적으로 만족하고, 아무런 불평이 없었는데 너만 왜 그러는가? 그건 돈을 주기 싫어 그러는 거지?’

여자는 도저히 양보할 수 없었다. 너무 억울했다. 상대가 너무 나빠 보였다. 그리고 돈이 필요했다.

남자와 여자가 한참 싸우고 있었는데, 프론트에서 전화가 왔다.
“손님, 503호지요? 5층 다른 방 손님들이 시끄럽다고 난리예요. 조용히 해주세요. 빨리 퇴실해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조용히 할게요.”
“자꾸 시끄러우면 경찰에 신고합니다.”
“알았어요. 곧 나갈게요.”

남자는 겁이 났다. 경찰이 오면 성매매사실이 문제될 것이었다. 그리고 여자가 폭행까지 당했다고 하면 일이 커질 것이었다. 더군다나 남자는 과거에 전과가 세 번 있었다. 말하자면 전과자였다. 그래서 경찰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오면 성매매사실이 들통이 나고, 그러면 개망신을 당한다. 뿐만 아니라 술집 주인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 처벌도 받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말했다.
“조용히 해결합시다.”
“그러니까 빨리 돈을 줘요. 나가게요.”
“돈을 줄텐 데, 어제 밤에는 술에 취해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없어요. 그러니까 새로 제대로 해줘요. 그러면 돈을 줄 게요.”
“그게 말이 돼요? 어제 밤에 충분히 제대로 했어요. 빨리 돈을 줘요. 경찰이 오기 전에. 그렇지 않으면 내가 경찰을 부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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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1)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언제나 나약하다.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 구체적인 상황의 논리, 상황의 윤리가 때로는 보편적인 논리와 윤리보다 앞선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 인생이 엇갈리게 되고,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오자가 되면서 사람은 왜곡된다. 자신감을 상실하고, 삶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된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웅덩이에 빠져 신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경우 여자로서의 정조, 정숙한 여자로서의 가치기준은 상실된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고, 여자로서의 욕구도 충족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성매매, 매춘이라고 규정하고 돌을 던져도 그 돌을 피하면 그만이다.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성매매행위가 존재했다. 성매매의 폐해,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많은 여자들이 성의 노예로 전락했다. 건강이 망가지고 병이 들었다. 특히 성병은 성매매의 치명적인 부산물이다. 성매매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결혼생활도 포기하고, 자녀도 낳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성매매를 하게 되는 여자들의 인생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답도 없고, 해법도 있을 수 없다. 그저 법으로 금지하고, 윤락녀에 대해 사회적 보호조치를 하고, 재활지원을 하겠다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집단적인 공개된 공창을 단속하고 없애면 다시 음성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활동무대가 만들어진다. 특히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수법의 성매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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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20)

부부싸움을 하면 남편은 언제나 ‘네가 처녀가 아닌 상태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더러워서 너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자는 ‘그러면 너는 총각으로 장가왔냐?’고 따졌지만, 그건 무의미한 논쟁이었다.

남자는 돈을 조금이라도 벌어왔고, 여자는 돈을 벌 수 없었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이었다. 같이 싸워도 힘이 남자가 더 셌다. 또한 남자는 집에서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밖에서 할 수 있는 것 같았지만, 여자는 밖에 나가 자유롭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할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다.

아이들도 있고, 체면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남자를 무엇을 믿고 만나고 성관계를 한다는 말인가? 이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다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다 보니, 끊임없이 손님들은 여자를 상대로 성관계를 하려고 댓쉬를 해왔다.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생각났다. 개중에는 괜찮은 남자, 젊잖은 남자, 인간적인 남자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어떤 남자와 노래방에서 만나 모텔로 갔다. 남자는 신사였다. 그리고 여자는 그 날 진한 섹스를 느꼈다.

이런 여자의 행위와 사고, 의식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불쌍한 여자다’ ‘부도덕한 여자다.’ ‘그래도 성매매를 하면 안 되는데, 법을 위반한 여자다’ ‘다른 것을 해서 먹고 살아야지 왜 편하게 먹고 살려고 하느냐?’ ‘남편이 바람 핀다고 여자도 바람 핀다는 것은 곤란하다’ ‘가정이 깨졌다고 다른 가정을 깰 수도 있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등등...

그리고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아주 사회질서와 선량한 성풍속을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범위에서 개인의 자유와 행위를 제한한다. 특히 여기에서 보호되어야 할 자유와 권리는 성적 자기결정권, 성행위의 자유, 섹스를 할 자유와 권리다.

반면 보호되어야 할 법익은 ‘선량한 성풍속’이다. ‘혼인으로 인한 행복추구권’이다. 성매매는 전자에 해당하고, 여자가 다른 유부남과 성관계를 하면 다른 부부의 ‘혼인으로 인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가 된다. 성매매는 범죄행위에 해당하기까지 한다.

여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행로를 돌이켜 보고, 현재 사회적 위상과 지위, 형편을 모두 고려하면 참 불쌍하고, 동정이 간다. 하지만 여자의 사고와 행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궤도가 수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제대를 받게 되고, 성병에 걸릴 위험도 있고, 남의 가정을 파괴할 우려도 있다. 그리고 자녀들이 알게 되면 엄마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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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19)

여자는 입장이 전혀 달랐다. 물론 자신은 유부녀다. 남편은 바람이 나서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 집에 생활비도 주지 않는다. 남편은 원래 돈도 잘 벌지 못하는 건달이었다. 직장도 한 군데 오래 있지도 않았다.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3년 전에 빚을 내서 치킨집을 조그맣게 냈다. 여자도 남편을 도와 치킨집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런데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이혼녀와 눈이 맞아 아내는 아예 치킨집에 나오지도 못하게 하고, 새로운 애인과 치킨집을 운영했다.

그때까지는 생활비를 조금씩 주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아예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치킨집에 찾아가면 욕설을 하고, 폭행을 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여자는 아이들과 먹고 살기 위해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는 사람이 하는 술집에서 도우미 역할을 해서 근근히 먹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돈 때문에 드물게 성매매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 것이다.

처음 성매매는 사실 남편에 대한 복수심 비슷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남편은 결혼한 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계속해서 스캔들을 일으켰다. 천성적으로 여자를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계속 노력을 해서 그런지 다른 여자들을 잘 꼬셨다. 잘 생긴 여자도 꼬시고, 능력 있는 여자도 만났다. 유부녀도 만나고, 심지어는 대학교에서 강의하는 인텔리도 데리고 다녔다. 남편은 돈도 없는 사람이고, 얼굴이 그렇게 잘 난 편도 아니었다.

다만, 성적 에너지와 테크닉이 대단했다. 여자를 다룰 줄 아는 것 같았다. 여자의 심리를 알고, 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남편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 같았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아내에게 집중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에너지, 돈을 쓰고 있으니 가정은 엉망이 되고, 부부관계는 일찌감치 파탄이 났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거의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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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⑱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남자가 옷을 입고 나가려고 하자, 못가게 
붙잡았다. 남자도 성질이 있었다. 여자를 밀었다. 여자는 뒤로 넘어졌다가 
다시 죽을 힘을 다해 남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남자는 때릴 고의는 없었지만, 여자가 달려드니 방어차원에서 여자를 제압했
다. 손목을 세게 잡고 비틀었다. 여자는 아팠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
기 때문에 더욱 몸싸움을 했다.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침을 계속 뱉었다.

“이 나쁜 X아. 어떻게 공짜로 X를 하려고 하냐? 이 나쁜 XX야. 너 같은 X은 
천벌을 받는다.”
“나는 천벌을 받지만, 너는 지옥에 떨어진다. 이 나쁜 X야. 어떻게 늙은 X
이 어린 나를 데리고 노냐? 내가 속아서 밤에 잘 해주었으면 고맙다고 인사
하고 갈 거지, 어떻게 돈을 달라고 하냐? 이런 나쁜 X은 살다가 처음 보네. 
에이 더럽다. 더러워.”

남자는 그 전에 여러 차례 술집에서 여자를 데리고 잠을 잔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대개 20대 여자들이었다. 술을 많이 먹고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서 얼굴은 많이 상했어도 실제 나이는 어렸다.

그리고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이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여자는 달랐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이미 술에 취한 상태에서 테이블에 앉았
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그런 시간도 없었다. 영업을 마치
고 문을 닫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남자는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겨우 벌어서 먹고 사는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정이 넘치는 때는 여자를 사서 해소하는 방법밖에 없
었다. 애인은 있었지만, 몇 달 전에 헤어졌다. 다시 또 애인을 만들어야 하
는데 그것은 쉽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여자를 만나면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을 실감했다. 그래
서 다시 이런 식으로 욕정을 푸는 방법을 택했다. 그런 상태에서 20만 원이
라는 거금을 주기로 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것인데
, 알고 보니 늙은 여자가 자신을 속이고, 완전히 이용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었다.

그런 상황이면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조용히 가지, 어떻게 끝까지 돈을 뜯
어내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여자는 집안이 아주 나쁜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처럼 경우 없는 여자는 1 원도 줄 용의가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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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⑰

이런 경우 누가 경우가 나쁠까? 사람 사이의 싸움과 분쟁은 항상 이런 식이
다. 오직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다. 상대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 자신만 옳고, 상대는 무조건 옳지 않다.

대부분의 싸움을 옆에서 관전하면 양비론의 입장에서 두 사람 모두 옳지 않
다. 그리고 한심하다. 왜 저런 것을 가지고 저렇게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일
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많이 지켜보면 스스
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싸움에 대한 지혜를 얻게 되어 덜 싸우게 된다. 예
를 들면 길에서 두 사람이 큰 소리로 싸우거나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을 옆에
서 지켜보라.

아니면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큰 소리로 악을 쓰며 난리를 치는 손님을 보면, 
정말 불쌍하고 측은하다. 인격이 저 정도인가? 수양이 저렇게 되지 않았나? 
다른 사람과 싸우면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가?

어떤 때는 경우가 나쁜 사람을 혼을 내주고 싶다. 아니면 가서 한 대 때려주
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요새는 남의 싸움을 말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게 되었다. 말리다 보면 공동폭행의 가해자로 몰리기도 한다.

왜냐하면 복싱 경기의 심판처럼 아주 공정하게 말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말
리다 보면 밀기도 하고, 반항하는 사람에게 완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면 
얻어터진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말린 사람도 가해자의 편을 든 것으로 오해하
기도 한다.

일단 피해자가 물고 들어가면 무혐의를 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청
소년들 싸움에 훈계를 했다가는 칼로 찔리기도 하고, 엄청나게 두둘겨 맞기
도 한다. 그리고 도망가면 붙잡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의로운 시민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또 시장이나 경찰서장의 표창장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누가 크게 잘
했다고 칭찬하는 것도 아닌 세상이다. 왜 주책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다가 맞
았느냐고 웃음거리만 된다.

기자들도 의로운 시민을 보도는 하지만 막상 싸움 현장을 지나가면서 신고만 
하지, 끼어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사건의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너 정말, 돈을 안 줄거니? 이 나쁜 X아! 돈을 떼어먹으면 사기꾼인 걸 모
르냐? 경찰에 신고한다.”
“아니 이 X이! 사기를 친 건 너야! 나이를 속이고 몸을 파냐? 내가 바본 줄 
알아? 절대로 돈을 못줘. 신고는 내가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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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⑯

가끔 외상으로 성매매를 하다가 싸움이 생기기도 한다. 28살된 남자가 술집
에서 술을 마시고 여자를 데리고 나갔다. 성매매를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돈을 20만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여자 입장에서는 주인과 상관없이 혼자 결정하고 하는 것이라 미처 선금을 
받지 못했다. 주인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입장이면, 대개 화대를 받아 주인과 
나누기 때문에 주인 입장에서는 절대로 외상거래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일은 주인과는 관계가 없이 여자 혼자 남자와 구두로 약속을 하
고 남자를 믿고 따라 나간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두 사람 모두 술을 많이 
마신 상태였다.

술집 부근에 있는 모텔로 들어가 두 사람은 샤워도 하지 않고 그냥 성관계를 
한 다음 잠을 잤다. 여자도 피곤해서 그곳에서 잠을 잤다. 밖에 날씨도 추워
서 그 시간에 집으로 가기도 그랬다.

7시경 여자는 잠에서 깨었기 때문에 빨리 돈을 받고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남자는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강하게 깨웠
다. 그리고 집에 간다고 했다.

여자는 당연히 남자가 밤에 약속했던 돈 20만 원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
런데 남자는 일어나 불을 켜고 여자를 자세히 뜯어보더니 화를 내는 것이었
다.

“아니 당신 나이가 얼마나 됐어?”
“그걸 왜 물어요?”
“40살도 넘었지?”
“아니예요. 그 정도는 안 됐어요?”
“거짓말, 당신처럼 늙은 여자가 어떻게 돈을 받고 자냐? 이건 사기야. 완전 
사기군!”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빨리 돈 주세요. 가게요.”
“돈이라니! 나는 줄 수 없어. 당신은 늙어서 젊은 내가 해줬으니 오히려 내
가 수고비를 받아야 하는 거 아냐?”
“아니 내가 왜 늙었다고 해? 이 싸가지 없는 놈아. 나는 33살이다. 어쩔래! 
너도 40살은 돼보이는데, 왜 나 보고 늙었다고 해? 이 미친 X아!”

여자의 실제 나이는 42살이었다.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 그냥 술집에서 시중을 들고, 가끔 마음에 드는 남자가 제의를 하면 드물게 
같이 나가서 성매매를 하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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