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3-29

‘사실확인서, 본인은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에 어디 소재 모텔 몇 호실에서 피해자 OOO을 강제로 억압하여 침대에 눕히고, 피해자의 치마를 걷어 올린 상태에서 팬티를 내린 다음 본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강제로 성교를 하였고, 사정까지 하였습니다. 본인은 본인의 범죄행위로 인한 모든 민사 형사책임을 달게 받겠습니다.’

다 쓰고 나서 이름 쓰고 지장을 찍으라고 했다. 인주는 업소에서 친절하게 구해다 주었다.

“삽입은 하지 않았고, 사정을 하지 않았는데요? 고쳐주세요.”
“이 미친 X이 어디에다 주둥이를 놀려? 피해자가 당했다고 하는 거 들었잖아? 너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구나. 그럼 경찰에 가서 대질조사 받을까? 조용히 합의하는 것이 좋잖아? 안 그래 이 나쁜 XX야!”

여자 친구는 정말 경찰 출신이거나 남편이 현직 경찰관인 것이 틀림없었다. 여자 친구는 증거로 필요하니 명훈의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서 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명훈의 승낙이나 동의도 받기 전에 그냥 명훈의 머리를 잡고 아프게 뽑았다.

그리고 그것을 비닐봉지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명훈은 TV에서 강간범의 수사에 있어 DNA검사를 한다고 하면서 남자의 정액이나 침 같은 체액, 또는 머리카락, 음모 등을 채취하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 아줌마가 무슨 권한으로 갑자기 강제수사를 하는지 영문을 몰랐다.

또 이의를 달면 당장 파출소로 가자고 할 판이었다. 그냥 당하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다 끝난 줄 알고 일어나려고 했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명훈에 대한 상세한 인적 사항, 개인정보를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백지에 적고 있었다. 녹음까지 하고 있었다.

생년월일, 주소, 부모 성명, 나이, 직업, 재산정도, 성병 유무, 자동차 종류, 연식, 여자 친구 관계, 학교 이름, 과 명칭 전화 번호 등등 수없이 많은 사항을 물었다.

만일 명훈이 대답을 하지 않거나 엉터리로 답변을 하면 여자 친구는 곧 바로 112신고를 할 준비를 했다. 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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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28

“아니 이 미친 X 봤나? 너 유부녀를 강간하면 얼마나 징역을 살려고 그랬어? 너 몇 살이나 됐니? 이 아줌마는 40살이야. 이마에 피도 마르지 않은 새파란 X이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뻘 되는 아줌마를 강간하려고 했어. 너 같은 X는 콩밥을 많이 먹고 그 안에서 썩어서 죽어야 해. 자 빨리 경찰서로 가자. 내가 신고할 게.”

명훈은 그때서야 사태의 중대성, 심각성을 인식했다. 옷을 주워입고 물을 마셨다. 무릅을 꿇었다.

“아주머니, 잘못했어요. 죽을 죄를 졌어요. 하지만 안 했잖아요? 하려다가 못했어요.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용서해주세요.”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여자 친구는 매우 노련했다. 어느 맥주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백지를 얻어다가 사실확인서를 쓰도록 했다.

그리고 핸폰으로 대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마치 여자 변호사거나 경찰관 같았다. 최소한 법대를 졸업한 사람처럼 법을 많이 알고 있었고, 매우 논리적이었다.

“자 이렇게 써요. 내가 부르는 대로. 알았지? 이 강간범아!”
“예. 쓸게요. 근데 저는 강간범은 아니잖아요? 정말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냥 하려고 하다가 술에 취해 못한 거예요. 아줌마,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들어가지 않은 건 맞잖아요? 아줌마가 콘돔 끼고 하라고 해서 콘돔 찾다가 말은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강간범이예요?”

그러자 여자 친구가 갑자기 명훈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일어나서 멱살을 잡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다. 피해자인 여자는 옆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명훈을 노려보는 눈이 꼭 피를 찾는 이리나 늑대 같았다. 무서웠다. 사나운 독사눈이었다.

명훈은 지금까지 살면서 수많은 여자를 만나서 섹스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술도 마셔봤지만 이렇게 무선우 눈빛을 쏘여본 적은 없었다.

대개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여자의 눈빛은 부드러웠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살의(殺意)를 느끼지는 못했다. 몇 대 맞고 나서 파출소 가자는 말에 놀란 명훈은 그 여자가 하자는 대로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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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27

명훈은 요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별로 이쁘지도 않고, 나이 많은 은영과 몇 번 관계를 한 것 가지고, 재수없게 은영이 돈을 뜯어내려고 달라붙어 있어, 부모에게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다.

그리고 새로 만나 마음에 드는 돈 많은 집 여자도 명훈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남자 친구 정석과 이태원 클럽에 갔다. 웨이터의 소개로 두 여자를 합석해서 꼬셨다.

그 중 한 여자가 마음에 드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술을 마시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술에 취한 척 하면서 여자에게 모텔에 데려다만 달라고 했다.

여자 입장에서는 테이블에서 워낙 명훈과 남자 친구가 돈이 많고 능력 있다고 허풍을 떨었기 때문에 잘 대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모텔까지 데려다 주려고 따라갔다.

모텔 방에 들어가자 명훈은 여자에게 조금만 이야기하다가 가라고 애원했다. 여자는 명훈을 믿고 모텔방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가 10분쯤 지나 여자가 나가겠다고 하자. 명훈은 갑자기 여자를 붙잡고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안 된다면서 뿌리쳤다. 명훈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흥분했기 때문에 그냥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여자는 싫다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병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고 했다.

명훈은 그러면 텍스를 사용하면 된다고 했으나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그냥 여자의 팬티를 내리고 삽입을 시도했다. 여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사태는 여기에서 끝났다.

자는 명훈에게 욕을 하면서 명훈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명훈은 아직도 술이 덜깨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술에 취해서 그랬으니 용서해줘요.”
“안 돼, 용서 못해. 신고할 거야.”

그러면서 여자는 명훈의 핸드폰으로 자신의 일행이었던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다. 삼십분 후에 여자 친구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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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이야기

처음에는 가볍게 몇 가지 사건에 관해 쓰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해놓고 보니 너무 할 이야기가 많아졌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사랑의 모진 운명>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는 일반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런 사건들을 소재로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당사자들은 어떤 심리상태에 있으며, 어떻게 반응하고 상대와 싸우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나 자신 글을 쓰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아! 정말 사람이란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법이란 이렇게 불완전하며 위험한 제도며 도구구나!’ ‘사람이 나쁘게 마음 먹으면 이렇게까지 악할 수 있구나.’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렇게 당하게 된다.’ 등등...

검사생활을 16년이나 하고 변호사생활을 오래 하고 있는 나도 이렇게 느낄 정도니 일반 사람들은 정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가상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있는 그대로 비추고 있는 거울과 같다.

글 중에 나오는 많은 나쁜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욕을 하고 비난할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 그렇게 될 수 있고, 특히 자녀들은 그런 악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언제나 있다.

그러므로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과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약간의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러한 글에 대해 좋은 의견이 있는 분들은 가끔 댓글에 의견을 달아주시면 고맙고, 소설을 쓰는 데 반영을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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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26

“알았어요. 내가 명훈이와 상의해서 알려줄게요.”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영과 명자는 불편한 자리였지만, 워낙 고급스러운 호텔 일식당에서 최고급 사시미와 사케를 먹고 좋은 대접을 받아 기분은 좋았다.

“차 안가지고 왔지요? 내 차로 모시도록 할 게요.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여기 좀 더 있다가 갈 게요.”
“아니예요. 저희들끼리 가겠습니다.”
“아니 타세요. 나는 어차피 여기 더 있어야 하니까. 우리 기사가 모셔다 드리도록 할 게요.”

곧 벤츠 차량이 왔고, 은영과 명자는 거의 강제로 떠밀리다시피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차는 출발했고, 명훈 엄마는 손을 흔들고 다시 호텔로 들어갔다. 술에 많이 취했는데, 누구를 또 만난다는 것인지 의아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양복을 깔끔하게 입은 기사가 물었다.
“강남역으로 가주세요. 고맙습니다.”

기사는 친절하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런데 이것은 도대체 무슨 일인가? 명훈 엄마의 자가용을 운전하는 기사는 바로 그 남자였다. 친구 정자의 남자 친구! 은영을 강간했던 그 나쁜 X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얼굴을 보자 마자 은영은 대번 알아봤다. 그러나 기사는 은영을 알아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은영은 가슴이 뛰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아냐 저 X이 나를 알아보면 낭패야. 모른 척 하자.’

은영은 명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이름을 부르면 안 돼. 내가 아는 사람이야.”

강남역에서 내리면서도 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둘러 내렸다. 기사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애썼다. 은영은 커피를 마시면서도 명자에게 그 기사 이야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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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25

“그렇게 잡아떼봤자 소용 없어요. 내가 다 알아봤으니까. 어쨌든 우리 명훈이와는 어울리지 않고, 결혼은 절대 못하는데 아이는 빨리 떼어야지, 어떻게 하려고 해요? 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요. 내가 생각해볼 게요.”

“어머님. 저는 지금 명훈씨 아이를 가진 상태이고, 오직 명훈씨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지난 과거는 잘못한 것도 없지만, 과거는 따져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아이를 낳고, 명훈씨는 대학 마치고 자리 잡으면 결혼하게 해주세요. 제가 열심히 할 게요. 어머님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거예요.”

“글세. 우리 집에서는 이미 결론이 난 상태예요. 명훈이가 한때 어린 나이에 실수한 거고. 아가씨는 나이 먹고, 그동안 이 남자 저 남자와 마음대로 연애하고 지내다가 순진하고 세상 전혀 모르는 명훈을 붙잡고 늘어지려는 거라는 거 절대 용납 못해요. 다만, 우리 명훈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돈으로 보상할 게요. 천만 원을 줄테니 빨리 수술하도록 해요. 그리고 서로 맞는 좋은 남자 새로 만나도록 해요. 자꾸 말도 되지 않는 상황 만들어놓고 공갈치고, 명훈이를 괴롭히면 우리도 하는 수 없이 법으로 할 거예요.”

옆에서 술만 마시고 듣고 있던 명자가 갑자기 큰소리로 말했다.
“아니 아주머니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무슨 증거가 있다고 그래요? 증거를 대세요. 흥신소를 시켜서 뒷조사를 한 거면 내가 고발할 거니까. 왜 없는 일을 만들어 가지고 생사람을 잡아요? 그리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가요? 명훈이가 뭘 어려요? 22살인데. 그리고 지금 5개월짼데 어떻게 수술을 해요? 그리고 왜 과거 얘기를 해요. 요새 처녀로 시집 가는 여자 있는 거 봤어요? 명훈이는 총각으로 은영이 만난 건가요? 돈이 그렇게 많으면 100억 원을 주세요.”

명자의 언성이 높아지자, 명훈 엄마는 조용히 하라고 했다. 단골로 다니는 일식당에서 창피했기 때문이다. 명훈 엄마는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면서 돈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은영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보통 문제가 이닌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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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24

은영과 명자는 택시를 타고 약속한 호텔로 갔다. 고급 호텔의 규모는 일단 사람을 위축시킨다. 마치 옛날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왕궁에 초대받아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호텔의 구내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조경을 참 잘해놓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사진이라도 몇 장 찍고 싶을 정도였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고급 카펫이 깔려 있다. 하나 하나 차분하게 눈여겨 보면서 식당을 찾았다. 명훈 엄마는 아들 명훈 이름으로 방을 하나 예약해 놓았다.

“찾느라고 고생하지 않았어요?”
“예. 괜찮았어요.”

명훈 엄마는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며,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가정이 얼마나 모범적인지 설명을 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일본 정종, 사케를 시켜 같이 마시자고 했다. 은영은 아이 때문에 못 마신다고 했다. 명자는 평소 술을 좋아하니까 명훈 엄마와 대작을 해주느라고 같이 많이 마셨다.

명훈 엄마는 술을 많이 마셨다. 은영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왜 낮술을 저렇게 마실까? 아마 맨 정신으로는 하기 곤란하니까 술의 힘을 빌어서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

“아가씨. 내가 알아봤더니 전에 다른 남자와 동거생활을 했고, 낙태수술도 한 적이 있다면서요?”
“아니예요. 그런 적 없어요. 잘못 아신 거예요. 예전에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육체관계는 전혀 없었어요.”

“아니 내가 다 알아봤고, 증거가 다 있는데 왜 아니라고 해요?”
“무슨 증거가 있는지 보여주실래요? 제 친구는 그런 아이 아니예요. 지금까지 일만 열심히 하고 남자는 전혀 모르고 살았어요. 제가 잘 알아요. 다른 여자 애들하고 달라요.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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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15

“원래 여자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잘 관리해야 해요. 아가씨는 어떻게 결혼이야기도 전혀 없이 남의 아이를 가지고 남자가 싫다는데 결혼하자고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해요. 너무 심한 거 아니예요. 어떻게 아가씨가 명훈이와 결혼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느냐고요? 빨리 마음 돌려먹고 문제를 해결해요. 더 늦기 전에, 지금 5개월이면 빨리 수술해야 해요. 더 늦으면 위험해요. 보상은 내가 서운하지 않게 해줄게요. 내가 약사로서 잘 아는 병원이 있으니까 날자를 잡아줘요.”

명자가 옆에서 참고 있다가 폭발했다.
“아니 사모님! 세상 만사 돈이면 다 되나요? 제 친구는 모든 걸 명훈씨에게 걸고 있어요. 그리고 둘이 사랑해서 임신했고, 결혼을 원해요. 그런데 어떻게 낙태를 하고, 보상을 받으라고 할 수 있어요. 제 친구가 돈 때문에 사랑했고, 돈 때문에 아이를 가진 것으로 아세요. 그러시지 말고 명훈씨에게 잘 말해서 대학 졸업하고 결혼하자로 그러세요. 그렇지 않으면 친구는 자살할 지 몰라요.”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엄마는 은영과 명자를 어린 아들을 꼬셔서 성관계를 하고 아들 모르게 임신한 다음 돈을 뜯어내려는 꽃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은영은 순수한 사랑을 무시하고 돈으로 해결하려는 엄마를 비정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명훈 아빠는 아는 친구 변호사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했다.
“여자 아이가 아들과 결혼시켜 달라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겠다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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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14

아빠는 사업가로서 성공했기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기면 머리를 싸매고 눕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끝까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법을 찾아내는 스타일이었다.

엄마는 약사로서 개업해서 돈을 잘 벌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경험이 있어 아들 문제를 해결할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은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먼저 엄마가 은영을 만나기로 했다. 그래서 며칠 후 명훈 엄마는 은영과 만났다. 은영은 이때도 역시 친구인 명자를 데리고 나갔다.

“명훈이 애기를 가졌다면서요? 어차피 결혼할 수는 없는 거 아니예요. 그렇다면 아이를 낳으면 아이도, 엄마도 불행해지잖아요?”

“어머님. 그렇지 않아요. 저는 명훈씨를 사랑해요. 그리고 지금 제 뱃속에 몀훈씨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명훈씨는 저를 사랑했어요.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요. 우리는 결혼해야 해요. 결혼하기로 했기 때문에 임신을 했던 거고요. 결혼시켜 주세요. 제가 잘 할게요. 열심히 살고, 명훈씨 뒷바라지 잘 할게요.”

“아니 나이도 5살이나 위라면서요. 우리 명훈이는 아직 학생이고 철부지예요. 요새 남자들 결혼은 30살 넘어 35살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잖아요. 직장도 잡고 철이 들어야 결혼하지 지금 22살에 어떻게 결혼을 해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어머님 저는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혼자 아이를 낳아서 키울 자신도 있어요. 경제적인 도움도 필요 없어요. 오직 명훈씨만 있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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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13

한편 명훈이 집에 들어가자 난리가 났다. 아빠 엄마가 다짜고짜 물었다.
“아니 너 꼴이 뭐니? 누구한테 이렇게 맞은 거야? 그 여자들이 깡패를 데리고 와서 때린 거야?”
“빨리 병원으로 가자. 응급실로 가야 해.”
“아니예요. 괜찮아요. 내일 병원에 갈게요.”

명훈은 왼쪽 팔목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맞기도 많이 맞은 것이었다. 아프기도 아팠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그 정도 아픈 것은 명함도 내밀 수가 없었다.

“너 그 여자하고 어떻게 된 건지 말해봐.”
“예 우연히 만나서 몇 번 잤는데 제 아이를 가졌다고 해요. 수술을 하라고 해도 끝까지 낳겠다고 하네요.”
“아니 네 애기가 맞아?”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정숙한 여자애는 아니니까. 저 한테 돈을 뜯어내려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저는 그 여자 싫고 상대하지 않으려고 해요. 나 보다 나이도 5살이나 많고, 학교도 고졸에 불과해요. 돈도 없는 집 애고, 얼굴도 못생겼어요. 제가 만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질 거예요.”

명훈 엄마와 아빠는 명훈을 방으로 들여보낸 다음 걱정을 했다. 대학생이라 알아서 하는 줄 알고 내버려두었더니 큰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보통 아이들 같으면 여자가 알아서 피임을 하고 설사 임신을 해도 곧 바로 수술을 할텐데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무슨 나쁜 의도가 있는 여자 아이 같았다. 하지만 명훈은 아직 어리고 세상을 모르니까 부모들이 나서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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