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4-9

명훈 엄마는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우선 은영의 문제는 시간도 끌고, 명훈으로 하여금 은영을 만나도록 해서 낙태를 시킬 작전을 짰다. 그래서 명훈에게 이야기해서 일단 은영을 만나서 잘 지낼 것처럼 하고 시간을 봐서 설득시켜 수술을 하도록 유도하라고 했다.

명훈은 지금 강간사건도 있는 상태라 엄마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며칠 후에 명훈은 은영에게 연락을 했다.

“그동안 미안했어. 생각해보니까 내 애기를 가졌는데, 내가 신경을 쓰지 못했어. 미안해. 내가 옷 한 벌 해줄게. 옷 사러 가자.”
“정말. 고마워. 내가 심하게 해서 미안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명훈은 은영을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주고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텔로 데리고 갔다. 은영은 명훈의 속도 모르는 것처럼 마냥 행복해했다.

명훈은 은영에게 예전과 달리 난폭하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은영은 본능적으로 이를 거부했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명훈은 눈치를 채고 무리한 시도를 거두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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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8

옆에서 참여하고 있는 변호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기만 했다. 개별적인 신문에 코치는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검사는 조사를 마치고 일단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필요하면 또 부를 것이라면서 조사받은 사항을 관련자들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 일종의 공갈이었다. 증거인멸을 하지 말고, 말을 맞추어서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갑자기 세상이 무서워졌다. 어떻게 회사 비밀을 검사에게 소상하게 이야기해준 것일까? 누구일까?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의 소행같았다. 조사받느라고 지쳐 집에 도착하니 명훈과 명훈 엄마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여보. 어떻게 되었어요? 조사 잘 받았어요?”
“글세. 모르겠어. 어떤 X이 투서를 한 것 같아. 회사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명훈이는 가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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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7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리베이트를 받을 사실이 없습니다.”
“동해주식회사로부터 피의자에게 2억 원이 들어온 것은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건 제가 일시 자금이 필요해서 빌렸다가 다시 돌려주었습니다.”
“돌려 준 증거는 있는가요?”
“현금으로 돌려주었기 때문에 증거는 없습니다.”

“동해 대표이사는 리베이트로 2억 원을 주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돌려받은 사실은 없다고 하는데 어떤가요?”“저는 돌려준 것이 확실합니다. 그 사람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검사는 그 이외에도 정상석 사장에게 시청 공무원에게 3천만 원의 뇌물을 준 사실을 추궁했다.

그리고 법인 자금 5억 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도 혐의를 두고 있었다. 법인 자금 5억 원 1억 원은 애인 오피스텔을 얻어준 것도 검사는 다 확인해놓고 있었다.

검사는 일단 조사를 마치고 피의자신문조서를 읽어보라고 했다. 정 사장은 10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조사에 지쳤다. 너무 힘이 들었다. 같은 질문을 되풀이해서 묻고 따지고 추궁하는 검사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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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6

명훈 아빠는 변호사와 함께 검찰청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검사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변호사와 며칠 동안 수사에 대비해서 준비를 했다.

검사가 물을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사항을 변호사가 미리 만들어 명훈 아빠에게 묻고 이에 대해 답변 연습을 했다.

변호사는 법률을 전문적으로 공부했고, 더군다나 검사생활까지 했기 때문에 익숙한 일이지만, 명훈 아빠는 사업만 하고, 술이나 먹고, 여자들과 연애만 했기 때문에 막상 수사에 대비해서 변호사와 예행연습을 하니까 잘 되지 않았다.

무엇을 물을지도 몰랐고, 핵심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무리 들어도 잊어버리고 횡설수설하게 되었다. ‘누가 투서를 한 걸까?’ 압수수색을 당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모든 것은 업계의 관행이었다. 주변에 비슷한 경쟁업체도 다 그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지금부터 조사를 하겠습니다. 편의상 정상석 사장님을 피의자로 호칭하겠습니다. 피의자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진술을 거부하겠습니까? 그리고 변호사가 조사에 참여할 것입니까?”

“예. 진술을 거부하지 않고 진술하겠습니다. 그리고 같이 온 변호사님이 참여할 것입니다.”
“피의자는 동해주식회사 대표이사에게 하청을 주고, 나중에 리베이트로 2억 원을 돌려받은 사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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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5

“물론 억울하지만, 일단 시인하는 각서를 써주었고, 모텔에서 성교를 시도했다면 성폭력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술 취했다는 변명도 별로 참작이 안 돼요. 대개 강간이 술마시고 하는 거니까요.

침대에 눕히고 치마 올리고 팬티 내리고 삽입을 시도했다면 강간죄의 기수(旣遂)가 되는 거예요. 강간죄에 있어서는 삽입이 되면 기수가 되는 것인데, 여자가 이미 들어왔다고 우기면 무조건 인정하고 있어요.

그걸 안 들어갔다고 CCTV를 찍어놓지 않았을 거 아니예요? 그리고 설사 삽입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어도, 그때는 기수가 아니고 미수범(未遂犯)으로 인정되지만, 우리 형법상 강간죄는 기수범이나 미수범이나 똑 같은 처벌을 하고 있어요.”

“정말 이상하네요. 여자 성기에 남자 성기가 들어가지도 않고 닿기만 해도 강간으로 본다는 게. 그리고 그런 경우 여자에게 무슨 피해가 있다고 처벌해요. 여자가 40살이나 먹었고, 더군다나 애까지 낳았는데, 어린 남자 것이 거기 좀 닿았다고 해서 무슨 피해가 있고, 그걸 처벌할 가치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아무튼 빨리 합의하세요. 합의하지 않고 고소를 당하면 징역을 가든, 집행유예를 받든 성폭력범죄 전과자가 되고, 보호관찰도 받고, 성폭력범죄인으로 신상이 공개될 수 있어요. 인생 망치게 되요. 취직도 못하게 되요.”

“정말 억울해요. 왜 세상이 이렇게 악하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40살 주부가 미쳤다고 클럽에 가서 술이나 마시고 남자와 모텔을 가요. 옛날 같으면 남편이 알까봐 지가 먼저 쉬쉬할 텐데. 세상이 말세예요.”

“그래도 법은 법이잖아요? 일단 그 여자를 만나보세요.”
“얼마면 합의가 될까요?”

“글쎄요. 민사와 달라서 형사사건에 대한 합의금은 사실 일정한 기준이 없어요. 그 여자가 어디 다쳤다고 진단서까지 끊으면 강간상해죄, 강간치상죄가 되어 더 큰일 나요. 진단서가 없으면 일단 천만 원 정도 선에서 이야기해보세요.”

“예? 천만 원이나 되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뭘 피해 봤다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돈을 줘야 해요. 성매매를 하면 한번에 15만 원 내지 20만 원이라고 하던데, 10% 고급 술집의 아가씨도 50만 원 정도 한다던데, 40살 먹어 늙어빠진 가정주부를 하지도 못하고 천만 원을 물어줘야 해요. 법이 너무한 거 아네요?”
“글쎄요. 아무튼 현실에서 강간사건의 합의금은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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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4

“글세 그게 통할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공갈죄로 고소하지 않을까? 아니면 집 앞에 가서 일인시위를 할까? 아빠 사무실에 찾아가서 피켓 들고 서 있을가? 엄마 약국에 가서 드러누울까?”

“아냐 일단 기다려 봐. 곧 무슨 연락이 올 거야. 그 남자 집안이 막 사는 사람들이아니니까.”

명훈 엄마는 명훈으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그 여자들이 너무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40살이나 처먹은 주부가 어린 애들 노는 이태원 클럽에 가서 22살 된 어린 아이와 같이 모텔에 갈 수 있냐? 처음부터 계획적인 꽃뱀이 틀림 없어. 그리고 하지도 않았다는데 그냥 가면 되지 친구를 불러서 때리고 강압적으로 각서를 받는 건 정말 악질이야. 근데 경찰에 신고하면 어떻게 될까?’

명훈 엄마는 지금 상황이 아빠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왔고, 곧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아빠에게 이 이야기까지 할 처지가 못 되었다. 아빠가 불쌍했다. 그래서 명훈 엄마는 혼자 해결하려고 개인적으로 아는 여자 변호사를 만났다.

“우리 아이가 꽃뱀에게 걸렸어요. 어떻게 하지요?”
“큰일 났네요. 빨리 합의해야 해요. 고소를 하면 구속될 수도 있고, 집행유예라도 받으면 성폭력범죄 전과자가 되어 골치 아파요.”

“아이는 술에 취해 어떻게 모텔에 갔는지도 모른다고 해요. 그리고 폭력을 행사한 것도 없고요. 실제 성교도 하지 못했대요. 그런데 이 여자가 밖으로 끌고 나와서 친구와 함께 억압으로 강요해서 사실확인서를 써주고 왔대요. 그 사실학인서는 부르는대로 썼는데 지금 그 여자가 가지고 가서 아이는 어떤 내용을 썼는지 잘 기억도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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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3

은영은 명자와 이런 저런 상의를 했다. 명훈 엄마 태도를 봐서 절대로 결혼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명훈 역시 은영을 싫어하고, 애만 뗄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 두 사람 머리로서는 도저히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돈 많은 정자가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해서 두 사람은 정자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정자는 은영의 설명을 다 듣더니 이런 말을 했다.

“너는 아주 좋은 기회야. 무조건 아이를 낳는다고 통보하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마. 나는 전에 이런 비슷한 케이스를 봤어. 어떤 돈 있는 집안에서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어.

그 아들이 술집에 나가는 여자와 연애를 했는데 임신을 한 거야. 남자는 전혀 몰랐어. 그런 사실을. 여자는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계속 만났어. 병원에서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남자의 아이라는 확신이 들자, 남자에게 말했어.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고, DNA검사를 해서 가정법원에 친부확인소송을 걸어서 판결을 받은 다음, 남자의 가족관계증명부에 자식으로 올려놓고, 양육비를 19세 될 때까지 법으로 받아내고, 그 남자가 나중에 죽으면 자식으로서 재산상속을 받는 거야.

그리고 그 남자가 결혼한다고 하면 결혼식장에 가서 신부측에 이야기를 하는 거야. 왜 우리 애아빠하고 결혼하느냐고 젊잖게 물어본다는 거지. 법에 저촉되지 않게. 그랬더니 남자 부모가 큰일 났거든.

좋은 집에 장가가기도 어려울 수 있고, 양육비를 매달 70만원만 잡아도 19년 동안 물어줘야지, 죽으면 상속권도 있다고 하지, 총각이 호적에 자식이 올라가지. 인생 조지는 거잖아?

그래서 남자 집에서 3억원을 주고 합의를 했대. 그러자 여자는 아이를 낙태하고 그 돈 가지고 치킨집을 차려서 열심히 살고 있대.

그러니까 은영이 너도 좋은 기회니까 한 3억원 받고 합의해줘. 즉시 합의할 거야. 말로 하지 고 내용증명으로 보내. 놀래서 즉시 합의할 거야. 돈 많이 받으면 우리 셋이서 술 같이 먹자. 옷도 한 벌씩 사줘.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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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2

명훈 아빠와 엄마는 초상난 집처럼 어두웠다.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다. 명훈 아빠는 공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위스키를 꺼냈다. 안주도 없이 독한 술을 들이켰다.

“여보세요 명훈씨 어머니 되세요. 저는 아드님에게 강간 당한 여자 친구인데요. 만나서 아드님 사건에 대해 상의드리고 싶어요.”
“뭐라고요? 우리 아들이 강간을 했다고요? 무슨 말이예요?”

“이상하네요. 아드님이 말 않든가요? 벌써 5일이나 지났는데요. 빨리 피해 배상하지 않으면 경찰에 찾아가려고 해요. 아드님에게 물어보고 연락주세요. 제 번호 찍혀있지요?”

명훈 엄마는 하마터면 쓰러져 뇌출혈이 일어날 뻔했다. ‘강간이라니! 명훈이가 강간을 했다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명훈 엄마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아빠에게 이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명훈에게 전화를 했다. 명훈의 전화는 꺼져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명훈 엄마는 절망했다. 엎친데 겹친다고 했다. 세상에 좋지 않은 일은 언제나 동시에 들이닥친다. 좋은 일은 멀리 간격을 떨어뜨리며 오지만, 나쁜 일은 함께 몰아닥친다.

이것을 雪上加霜(설상가상)이라고 한다. 눈도 내리고 서리도 얼어서 더욱 춥게 만든다는 뜻이다.

영어로는 ‘misfortune on top of misfortune’ ‘to make matters worse’ ‘as if to rub salt in the wound’라고 한다.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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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4-1

평소에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방심한 상태에서 회사의 비밀서류, 특히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서류나 자료를 압수 당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징역을 가고, 회사는 망하기 때문이다. 일반 봉급생활자나 작은 치킨집을 하는 사람들은 압수수색할 것도 없지만, 해봤자 나오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벌고, 장부를 조작하고,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끊고,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것으로 꾸며놓고, 리베이트를 받거나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압수수색이 가장 무섭다.

명훈 아빠와 명훈 엄마는 초죽음상태가 되었다. 모든 은행통장도 압수되었다. 심지어 명훈 아빠 핸드폰도 압수되었다. 명훈 아빠는 변호사를 만나러갔다. 모든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형사문제였기 때문에 검사 출신 변호사를 만났다. 대학 친구 집안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소개를 받고 선임했다.

변호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검찰 조사에 대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에는 변호사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미지: 산, 하늘, 나무, 실외,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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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모진 운명 3-30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검찰수사관은 압수수색영장을 명훈 아빠에게 지시하고 같이 온 직원들로 하여금 사무실을 구석 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회계장부 및 문서철, 그리고 컴퓨터를 모두 차에 실었다.

명훈 아빠는 당황했다. 친구 변호사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변호사는 재판 때문에 올 수 없다고 하면서 압수수색은 거부할 수 없으니 일단 응하라고 코치를 해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압수수색영장을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서 횡령했다는 것과 탈세,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이상 자세한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명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였다. 이러 때 여자는 더 놀라는 법이다.

“여보. 집에도 수사관들이 와서 모두 뒤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예요? 우린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러지요? 누가 투서를 했나요?”
“글쎄. 모르겠어.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황이야.”

수사관들은 명훈 아빠의 자가용과 명훈 엄마가 타고 다니는 차도 모두 압수수색했다. 정말 무서웠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무서울 줄 상상도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압수수색을 TV에서 잠깐만 보여주고, 수사관들이 회사나 관청 사무실에서 ‘검찰’이라고 쓴 압수물상자를 들고 나오는 장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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