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살기 혈투>에서 살아난 자와 패배한 자>

 

마침내 심판장이 판결을 선고한 날로부터 한 달이 되었다. 드디어 <죽기살기 혈투>의 날이 밝았다. 사람들이 구경을 해서는 안 되는 격투였기 때문에, 장소는 깊은 산속에 있는 숲속의 평지로 정했다. 몇 기의 분묘가 있는 곳이었다. 분묘가 있는 곳을 선정한 이유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격투이기 때문에 싸움의 당사자들이 <죽음>을 실감하도록 하려는 심판장의 사려 깊은 배려때문이었다.

 

참관인은 음복수와 나질속이 부른 가족이나 친척 또는 가까운 지인 중에서 한 사람씩 허용되었다. 그리고 심판장과 심판원 두 사람이었다. 또한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해서 삽과 곡괭이로 무장한 경비담당자 5명이 외주 용역으로 왔다.

 

경기에 앞서서 심판장이 먼저 두 사람에 대한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심판장은 미리 준비한 체중계로 두 사람의 체중을 쟀다. 한 달 전에 잰 체중과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 음복수는 72킬로그램, 나질속은 80킬로그램이 나갔다. 두 사람 모두 체중에 있어서는 합격이었다.

 

두 번째 격투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재산상속에 관한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한 지시도 모두 이행이 되었다. 음복수는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써왔기 때문에, 유언장을 쓸 필요도 없었다.

 

음복수는 자신은 유언을 종이에 하지 않고 고향에 있는 바닷가에 가서 백사장 위에 써놓겠다고 했다. 유언의 내용은, ‘나는 바다에서 와서 바다로 돌아갔다>라고 쓸 것이라고 했다.

 

심판장은 음복수에게, “그런 유언장을 바다에 쓰던 화장실 변기에 쓰던 너의 자유이다.”라고 선언했다. 음복수는 심판장이 자신에게 유언장을 쓸 자유와 권리를 인정해주었다는 이유로 가벼운 눈물을 흘렸다.

 

세 번째 격투사실을 비밀로 하라는 지시를 제대로 지켰는지도 확인했다. 모두 잘 지킨 것 같았다. 아직까지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였다. 가짜뉴스로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두 사람 모두 심판장의 명령을 잘 지켰기 때문에 심판장은 흡족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지시사항이었다. <여자관계금지명령>이었다. 음복수가 이런 심판장의 무시무시한 특별명령을 어기고 참지 못하고 젊은 여자를 자신의 원룸에 끌어들여 성관계를 진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명령위반사실은 당시 라이벌인 나질속에 의해 현장에서 적발되었고, 그에 대한 명백한 물적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나질속이 심판장에게 이메일로 보고를 해놓았다. 나질속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음복수 저놈은 죽었다. 심판장이 명령위반죄에 대해 박살을 낼 거야. 그러면 오늘 경기는 하지 않아도 내가 승자가 될 것이야.’

 

이 명령위반에 관해서 심판장은 무척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갑자기 코를 세게 풀고, 큰 아름나무에 자신의 머리를 세 번 세게 박았다. 주변 사람들은 놀랐다. 심판장이 무슨 이유로 저렇게 자해를 하나 궁금했다. 심판장은 심판원에게 나뭇가지를 세 개 꺾어서 가져오라고 했다. 심판원이 등산용 칼로 나뭇가지를 깍어서 세 개 만들어다 바쳤다.

 

음복수는 분명 여자관계를 했고, 나질속은 그때 나에게 보고한 시간이 1분이 지났어. 너희들은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저질이야. 도대체 심판장을 어떻게 알고, 하지 말라는 여자관계를 하고, 또 나질속은 1시간 내 보고를 하라고 했으면 제대로 해야지, 1시간 동안 무엇을 하고 있다가 1분이나 지나서 겨우 그걸 보고라고 했나? 이 썩을 인간들아! 너희들이 나를 썩어빠진 고목이라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어. 옛날 내 성질 같았으면 너희들은 내가 반쯤 죽였을텐데, 오늘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는 날이라서 특별히 봐준다. 그러니까 오늘 경기에 성실하게 임하고, 싸움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알았나!” “! ~”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웃통은 벗고, 짧은 바지만 입고 싸움에 임했다. 코로나사태 때문에 걱정은 되었지만 모두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싸움 장소는 가로 세로 각 5미터였다. 만일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경비원들이 깍아놓은 나뭇가지로 두 사람을 사정없이 팼다.

 

10분쯤 지나니까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가 되었다. 얼굴이 퉁퉁 부어서 누가 누구인지 식별이 되지 않았다. 한 시간이 되자 결국 음복수가 항복을 했다. 심판장은 두 사람을 앞에 세워놓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음복수는 앞으로 나질속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음복수는 나질속에게 천만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나질속은 너무 기뻤다. 음복수의 애인을 건드려놓고,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형님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음복수로부터 천만원까지 받게 되었다.

 

물론 음복수는 재산이 없고, 그것만 두쪽 차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나질속은 나중에 정 안 되면, <베니스의 상인>처럼 음복수의 그 두 개를 칼로 베어달라고 할 심산이었다.

 

상대 라이벌이 명령을 어기고 성관계한 사실을 신속하게 보고하다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보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존경하는 심판장은 음복수와 나질속의 <죽기살기 혈투> 날짜를 한 달 후로 정했다. 각자 충분한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이다. 심판장은 쌍방에게 주의사항을 시달했다.

 

“첫째,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체중을 늘려서는 안 된다. 체중은 오늘 현재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싸울 수 있는 체급이 맞는 것이다. 둘째, 격투를 하다가 죽을 수도 있으니, 재산상속 등에 관한 유언을 해서 공증을 받아놓아라. 셋째, 격투를 한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 넷째, 두 사람은 격투가 끝날 때까지 여자관계를 해서는 안 된다. 부정을 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음복수와 나질속은 한 달 동안 열심히 체력 관리를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5킬로미터를 뛰었다. 서로 공평하게 하기 위하여 같이 만나서 똑 같이 운동을 하기로 했다. 강변 올레길을 매일 같이 뛰었다.

 

그 다음 아침 식사도 똑 같이 했다. 김밥집 한 곳을 정해서 한달 동안 매일 똑 같은 아침 식사를 했다. 메뉴는 김밥 세줄, 떡라면 한 그릇, 떡복기 한 그릇, 오뎅 세 개, 삶은 계란 5개로 제한했다. 돈은 물론 덧치페이를 했다. 아침 식사 후에는 같이 헬스클럽에 가서 역기를 들었다. 벤치 프레스 무게도 똑 같이 정했다. 아령을 들고, 스트레칭을 했다.

 

점심은 김치찌개로 통일했다. 오후에는 두 시간 휴식을 한 다음, 자전거를 타고 40킬로미터를 달렸다. 체력이 딸려서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도 따라서 넘어져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실수로 넘어진 놈보다 따라서 고의로 넘어진 놈이 더 크게 다치는 것이었다.

 

저녁은 매일 같이 가서 삼겹살과 목살을 먹었다. 체력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각자 5인분을 먹었다. 반주로는 소주 2병씩만 먹기로 했다. 만일 2병을 초과해서 술을 더 먹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으로 주먹으로 대갈통을 한병에 열대씩 세게 맞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한병씩 소주를 더 먹고 싶은 경우에도 때리고 맞는 것을 상쇄할 수는 없었다. 각자 때리고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식당 주차장에서 팔굽혀피기를 100회씩 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녹초가 되었다. 곧장 잠이 들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가 되었다.

 

문제는 심판장께서 엄명하신 두 사람의 여자접근금지명령이었다. 심판장은 두 사람에게 서로 상대방이 여자관계를 하는지 정밀관찰을 계속하여 이를 위반하는 놈은 전화, 이메일, 팩스 등을 이용해서 중대범죄를 인지한 시간부터 1시간 이내에 보고하라고 특별명령을 시달하셨다.

 

나질속은 음복수가 혼자 살고 있는 원룸 입구에 CCTV를 비밀리에 설치했다. 음복수 원룸에 혹시 여자가 들어가는지를 관찰하였다. 어느 날 CCTV에 어떤 젊은 여자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그 원룸에 들어가는 것이 포착되었다.

 

나질속은 자신이 속해있는 배드민턴 동호회에서 제2 총무를 맡고 있는 여자를 데리고 원룸으로 가서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 여자를 시켜 원룸에 노크를 했다. 충분한 시간을 준 것은 음복수가 성관계를 완전하게 끝내는 시간을 감안했던 것이다.

 

그 시간은 얼마가 좋은지는 제2 총무의 이견을 들었다. 핸드폰에서 스톱워치 앱을 사용해서 시간을 측정했다. 제2 총무는 나질속에게 너무 급하게 서두르면 사고가 난다고 했다. 원룸 안에서는 여자의 신음소리가 났다. 밖에서 기다리는 나질속도 더 이상 기다렸다가는 자신이 흥분해서 먼저 쓰러질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벨을 눌렀다. 안에서 누구냐고 묻자, 여자는 101호에 사는 사람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음복수는 무심코 문을 열어주었다. 나질속은 그냥 밀고 들어갔다. 젊은 여자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질속은 곧 바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휴지통을 수색해서 증거를 찾았다. 음복수는 무척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성관계를 한 것이 너무 명백하게 증명되었기 때문에 부인할 수도 없었다. 음복수는 두손으로 싹싹 빌면서 사정했다.

 

“내가 잘못했소. 한번만 봐주십시다. 그러면 당신도 한번 하는 걸 눈감아줄테니까.” 하지만 나질속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나질속은 집에 와서 신속하게 심판장에게 전화를 했다. 전원이 꺼져있었다. 이메일을 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전송이 안 되었다. 나질속은 식은 땀이 났다.

 

빨리 보고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 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동네 PC방으로 갔다. 모두 어린애들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몇 명에게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아이들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다. 그중에 마음이 약해보이는 청년을 골랐다.

 

심약한 청년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나질속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나질속이 이메일로 이런 내용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청년은 거절을 하지 못하고 실행에 착수했다. 심판장에게 보낼 글을 타이핑하고 있는 손이 심하게 떨렸다. 나질속은 고맙게 생각하면서 심판장에게 보고할 사항을 불러주었다.

 

“보고합니다. 오늘 밤 10시 30분에 저는 음복수 원룸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음복수가 성명불상 젊은 여자와 동침한 사실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증인을 데리고 원룸에 가보니, 여자는 발가벗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음복수는 잠옷만 걸치고 있었습니다. 휴지통에서 성관계 증거를 확보했고, 음복수 본인도 저에게 성교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이상 보고합니다.”

 

타이핑을 하고 있던 청년은 <젊은 여자> <발가벗은 채> <성관계> <성교> 라는 단어가 나오자 더 이상 타이핑을 못하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심장도 매우 빠르게 뛰고 있었다.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질속은 영양부족인 것으로 생각하고 밖에 나가 햄버거셋트를 시켜가지고 와서 먹게 했다. 그랬더니 청년은 한달을 굶었던 것처럼 햄버거를 먹는데, 아까워서 그런지 아껴먹느라고 햄버거 반쪽을 먹는데 15분이나 걸렸다.

 

시간에 쫒기는 나질속을 생각해서 청년은 나머지 반쪽은 씹지도 않고 급하게 먹었다. 그러다 목에 걸려 화장실에 가서 모두 토해내야 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질속은 심판장에게 보고를 마쳤다.

 

태그

태풍이 강한데도 야외법정에서 <상호 한 시간 격투>를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다

 

심판장은 구급차에 실려가다가 도중에 의식이 회복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다른 남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심판장은 구급대원에게 이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저희들은 모릅니다. 아까 식당에서 선생님과 같이 쓰러져있어서 있던 분입니다. 선생님은 모르는 분입니까?”

나는 몰라요. 이렇게 지저분하게 생긴 사람을 내가 알 리가 있나요? 꼬라지를 보니까 알콜중독자에 소매치기처럼 생겼네.”

 

심판장은 그 틈에 옆에 쓰러져있는 남자가 심판장의 지갑을 몰래 꺼내갔나 확인해보았다. 지갑에는 현금 50만원이 있었는데, 10만원밖에 없었다. 심판장은 분명 옆에 있는 남자가 심판장이 의식이 없었을 때 몰래 소매치기해 간 것으로 생각했다.

 

그 남자의 소지품을 뒤져보았다. 그 남자는 팬티 속에 44만원의 현찰이 있었다. 심판장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가 관상을 잘 봤네. 이 놈이 훔쳐간 게 확실해.’

 

심판장은 일단 그 남자의 팬티에서 꺼낸 44만원 중에서 40만원은 자신의 지갑속에 넣고, 4만원만 그 남자의 팬티 속에 다시 조심스럽게 넣었다. 돈에서는 기분 나쁜 냄새가 났다. 잠시 후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심판장이 가지고 있던 돈은 5만원짜리 8장에 10장의 만원짜리였다.

 

그런데 소매치기형 남자의 팬티 속에 들어있던 돈은 모두 만원짜리였다.

이 짧은 시간에 이 소매치기는 내 돈을 쓰리해서, 어떻게 5만원짜리를 만원짜리로 바꾸어놓았을까? 정말 대단하다. 아마 이 놈은 국제소매치기챔피온 선발대회에 출전하면 동매달 정도는 딸 수 있겠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심판장은 소변이 마려워서 구급대원에게 물었다.

 

. 삼천리대학병원 응급실입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5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왜 힘드세요?” “나는 삼천리대학병원을 아주 싫어합니다. 사천리종합병원으로 가주세요. 삼천리대학병원에서는 의료사고가 많이 나서 매일 플랭카드 걸어놓고 데모하는 환자가족들이 많아서 시끄러워서 안 돼요. 절대로 들어가면 큰일납니다.”

선생님! 그건 안 됩니다. 저희는 규정상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심판장은 구급대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머리를 구급차 천정에 세게 박기 시작했다. 돌발적인 상황에 놀란 구급대원이 몸을 날려 심판장의 자해행위를 저지했을 때는 심판장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머리를 너무 세게 매우 빠른 속도록 박았기 때문이었다. 구급대원은 두 사람 중 한명은 제발로 걸어서 응급실로 갈 것으로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끝판에 재수가 없어 두 명의 무거운 짐을 들어서 옮겨야 했다.

 

심판장과 다른 2명의 하급심판관들은 세 시간 동안 심판결정문을 작성하지 못했다. 너무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민들이 현재 대한민국의 사법부를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잘 하지 않으면 판사들처럼 도매금으로 불신을 받게 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모든 국민들이 잘 했다고 칭찬을 할 만한 판결을 내려야했다.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불복을 하면 망신을 당할 것이었다. 또는 판결이 너무 가혹하다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골치 아플 것이었다.

 

그래도 판결선고기일을 이미 잡아놓았기 때문에 연기할 수는 없었다.

존경하는 심판장님! 요새 뉴스를 보니까 코로나 때문에 일반 법원에서도 판사들이 재판을 연기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도 판결 선고를 코로나 사태가 진정된 다음에 하면 어떨까요? 혹시 판결 선고 받으러 온 사람 중에 코로나에 감염되었는데 무증상인 경우가 있으면 큰일 아닐까요? 잘못하면 우리도 감염될 수도 있고, 14일간 자가격리되면 다른 일을 못하잖아요?”

 

선배님. 그건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10명 미만 집회니까 금지대상이 아니예요. 그리고 야외에서 하니까 마스크만 쓰면 안전해요. 그리고 사회적 거리를 기준보다 훨씬 넓게 떨어져 있으면 아주 안전해요. 모두 100미터씩 떨어져서 판결을 하면 문제가 없어요. 그냥 예정대로 판결 선고하는 게 원칙입니다.”

 

심판장도 여자 하급심판관의 말에 동의했다.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두겹으로 쓰고, 소독세정제를 머리부터 발까지 뿌리도록 하고, 개인 간의 거리는 50미터씩 유지하기로 했다.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큰 소리로 악을 쓰는 것처럼 말을 하고, 귀가 나쁜 사람들은 보청기를 준비하도록 했다.

 

그리고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유튜브 1인방송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재판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법정 경비를 맡고 있는 특별경호원이 미리 준비한 야구 빳따로 엉덩이를 10대씩 때리기로 했다.

 

여성난동자에 대해서는 성추행시비가 생겨나지 않도록 팔부위를 100번 꼬집도록 했다. 이때 형집행은 반드시 여성경호원이 하도록 했다. 그리고 팔을 꼬집대 피가 반드시 나야 한다고 정해놓았다.

 

드디어 판결 선고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시간을 지키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을 어기면 큰일 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전 8시부터 태풍 '바비'(Bavi)의 강도가 <매우 강>으로 격상되었다. 태풍의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당 45, 시속 162까지 빨라졌다.

 

진행 속도가 상승하는 것은, 동쪽의 상층 고기압과 서쪽에서 다가오는 주변 기압계에 의한 것이었다. 태풍에 사람들이 날라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했지만, 재판은 예정대로 열렸다. 법정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우산을 쓰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우비를 허용할 것인지 논의가 있었지만, 그것도 입어서는 안 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비가 오니까 굳이 사회적 거리를 50미터로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제안도 있었지만, 그것도 묵살되었다. 한번 정했으면 죽어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심판장의 소신이었다. 재판부에서 준비해온 판결문은 곧 바로 태풍에 날아가버렸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법정 개정을 서기가 알렸다.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전처럼 일동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그리고 이어서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물에 젖어서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었다. 어떤 사람은 태풍 때문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도 했다. 심판장은 큰 소리로 악을 쓰면서 판결을 선고했다.

 

우리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원래 제대로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자 모두를 거짓말탐지기로 심리테스트를 해야 하고, 최면술사를 불러서 최면요법으로 무의식까지 파헤쳤어야 하는데, 다행이 조사 대상자 두 사람과 한명의 증인 모두 관상이 거짓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거짓말능력> 중하위등급인 것으로 판명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판결을 하는 바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음복수와 나질속은 보청기를 끼고 왔는데도 워낙 강한 태풍 때문에 심판장이 무어라고 악을 쓰는지 아무 것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른 심판관들도 심판장과 50미터씩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서로 합의한 판결이기 때문에 심판장이 틀리게 말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우리 재판부는 음복수와 나질속이 제한시간 한 시간 동안 비무장으로 상호 간에 힘겨루기를 할 것을 명한다. 다만, 대외적으로는 무술 비공식 대회라고 부르기로 한다. 공격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도중에 권투처럼 3분 하고 1분 쉬는 헐렁한 경기는 하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쉬는 시간은 일체 없다. 한 사람이 항복을 하면 경기는 종료된다. 경기로 인해 다치거나 죽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 책임이다. 그러나 나질속을 거세하자는 주장은 배척되었기 때문에 경기에서 나질속의 낭심을 가격하여 고자로 만드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지된다. 나질속 본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낭심을 일부러 자해하여 고자가 되는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번 경기에서 패배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천만원의 돈을 배상해야 한다.”

 

심판장은 엄숙하게 판결을 선고하고, 의사봉으로 세 번 두드리려고 했으나, 의사봉과 받침대는 태풍에 날아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심판장은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통을 세 번 세게 두들겼다. 의사봉으로 치는 것보다 더 큰 소리가 야외법정에 울려퍼졌다.

 

<어떤 사람들은 경우가 없다. 무대포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절대로 아무런 대책이 없다. 깡패나 건달, 양아치가 그런 사람들이다. 환경 때문에 비뚤어져서 제멋대로 살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 나이 스무살 넘은 다음 성격이나 행동을 고친다는 것은 낙타가 티코를 타고 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 때문에 이런 사람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남의 애인을 강간했다는 남자에 대한 사설재판이 끝나고 판결선고를 기다리다

 

애국가 제창이 끝난 다음 선국 순열에 대한 묵념이 있었다. 그 다음 본격적인 심판절차에 들어갔다. 먼저 심판장인 경호책임자가 음복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애인이 나질속과 정을 통했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

심판관들은 무조건 당사자나 증인에게 반말을 쓰는 것이 허용되었다. 대신 당사자나 증인은 심판관에게 깍듯하게 존경어를 써야 한다. 특별심판절차이기 때문이다.

 

. 존경하는 심판장님! 저는 마지막에 감방에서 징역 3년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감방에 들어갔을 때에는 이 여자가 거의 매일 면회를 왔습니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점점 면회 횟수가 줄더니 나중에는 한달에 한번 정도 오다가 그후에는 아예 면회를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보낸 편지도 받지 않았습니다. 제가 출소해서 애인집을 찾아갔더니 이사를 갔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남자의 첩이 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음복수가 말을 마치자, 심판장은 버럭 화를 냈다. “여기가 어디라고, 네 놈은 눈을 똑바로 뜨고, 재판관들을 째려보고 진술을 하는 거야? 고개를 숙이고, 음성을 낮춰라. 알았지?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고. 너희들이 제대로 해야 이 재판이 권위가 있는 거야.” 심판장은 군기를 바짝 잡았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대했다가는 심판장 알기를 우습게 알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질속, 당신은 이 여자와 정을 통한 사실이 있는가?”

. 같이 좋아서 잠자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강간한 것이 아니고, 이 여자가 외롭다고 하면서 저에게 다가와서 자연스럽게 정을 통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첩은 아닙니다. 제가 이 여자에게 방을 얻어준 것도 아니고, 가끔 만나서 연애만 했던 것인데, 무슨 첩입니까?”

 

너는 어떻게 된 거야? 한번 말을 해봐!”

심판장은 완전히 반말로 여자에게 말했다. 여자는 갑자기 반말을 들으니 기분이 언짢아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꼼짝을 못했다.

 

아닙니다. 나질속씨가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음복수씨가 감방에 갔을 때 제가 면회 다닐 때 나질속씨가 차를 태워준다고 해놓고, 어느 날 커피에 수면제를 타서 저에게 먹이고 강간을 했던 것입니다. 제가 잠에서 깨어보니, 나질속씨 자동차 안이었고, 제 하의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왜 나쁜 짓을 했느냐고 따졌더니 하지 않았다고 잡아뗐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가 제 안에 한 것은 확실합니다.”

 

나질속이 강제로 했다는 증거는 있나?”

그날 제 일기장에 써놓았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썼습니다. 초등학교 때 백일장에 가서 상도 탔습니다.”

일기장은 지금도 가지고 있나?”

아닙니다. 복수씨가 감방에서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무서워서 일기장을 한강에 던져버렸습니다.”

나질속은 지금까지 이 여자와 총 몇 번이나 관계를 했나? 솔직하게 말해 봐!”

. 20번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모두 120번 했습니다.”

아니, 이 놈들 어떻께 100번이나 차이가 나냐? 그짓은 둘이 같이 해야 한번으로 치는 건데. 너희들은 계산법이 다른 모양이군, 그래, 음복수는 지금 나질속을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는 건가?”

 

저는 나질속을 거세해주기를 바랍니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나질속의 부인과 제가 120번 성관계를 하겠습니다. 이런 저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저는 나질속을 죽이거나, 얼굴을 망가뜨려놓겠습니다.”

 

심판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네 의견만 말하면 돼.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고. 그리고 심판결정에는 절대복종하겠다고 서약서를 써놓았잖아?”

. 알겠습니다. 존경하는 심판관님들의 현명한 판단에 절대복종하겠습니다.”

나질속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음복수가 원한다면 제 부인과 음복수가 120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당신 부인의 동의를 받아야 할텐데. 부인이 동의를 해줄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부인은 당연히 동의를 할 것입니다. 제가 안해주니까, 이 남자가 대신 해준다면 좋아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벌어다주는 남편이 돈을 안줄거니까요.” “. 그럼 이상으로 조사 및 심판절차를 마치기로 한다. 일주일 후에 판결을 선고할테니까 일주일 후, 12시에 다시 이 장소에서 만나자.”

 

야외 심판절차는 이렇게 끝났다. 음복수는 신이 났다. 잘 하면 나질속 부인과 120번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을까? 한편 나질속은 걱정이 태산 같았다. 부인이 승낙을 할 것 같지 않았다.

 

심판관 세 사람은 심판을 마치고 판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의하기 위하여 34일 합숙을 들어갔다. 공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였다. 여러 각도에서 토의를 해서 구체적 타당성 있는 판결을 하기 위해서 어떤 때는 맑은 정신으로 밥도 먹지 않고 토의를 했다.

 

어떤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 세 사람은 빈속에 <처음처럼> 소주 각 세병씩을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격렬하게 토론을 했다.

 

어떤 때는 이 사건이 결국 섹스에 관한 것이었으므로 실감을 나게 해야 한다면서 모텔방에서 야한 비디오를 틀어놓고, 신음소리를 들어가면서 토의를 했다. 최종 의견을 들었다. 먼저 여자 경호대원이 의견을 냈다.

 

이 사건은 여자 말을 믿을 수 없어요. 분명이 여자가 먼저 꼬리를 친 것 같아요. 여자가 꼬리를 치는데, 안 넘어갈 남자가 있나요? 그리고 음복수, 이 사람은 전과가 많아요. 돈도 없고 건달인데, 무슨 애인을 관리할 자격이 있어요? 저는 나질속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음 심판관이 말했다.

저는 나질속이 아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생긴 게 색골이고, 여자가 애인이 전과 18범인데, 함부로 바람을 피겠어요? 나질속을 거세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앞으로 재범을 할 위험성이 없고, 선의의 피해자가 더 이상 안 나올 것 아닌가요? 그리고 내가 보기에 나질속은 지금까지 수십명의 여자들과 원없이 그것을 사용했을 거니까, 거세를 해도 크게 억울할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의 정반대되는 의견을 들은 심판장인 경호책임자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의견은 어느 한쪽의 말만 믿고, 다른 쪽의 말은 배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재판의 원칙에 맞지 않아요. 그러니까 음복수와 나질속, 두 사람이 비무장으로 맨손 격투를 벌이도록 한 다음, 그 결과를 보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천만원을 물어주도록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합의부재판이었지만, 심판관 두 사람은 심판장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심판장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판장은 겉으로는 온화해서 언뜻 보면,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강의하는 교수거나 노숙자 같았다. 아니면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점을 봐주는 산신령 같았다.

 

그런데 만일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으면, 갑자기 머리를 벽에 세게 들이박는데, 본인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계속 부딪히는 습관이 있었다. 옆에서 말려도 소용 없었다. 머리에서 피가 나도 의식이 있는 한 끝까지 박았다.

 

이런 심판장의 성격도 모르고, 지나가던 사람이 심판장을 붙자고 붙잡고 말렸다가 심판장은 그 사람의 머리까지 같이 동시에 벽에 부딪혀 두 사람이 같이 기절해서 구급차에 같이 실려간 적도 있었다.

 

<타인의 여자! 함부로 사랑하면 큰일 난다. 가시가 숨어있는 장미다. 그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이 권리를 주장하는 날이면 완전히 박살난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그 여자의 남자는 칼자루를 쥔 갑이고, 바람을 핀 남자는 칼끝을 잡고 있는 을이 된다.>

 

강간을 당한 피해자가 서울역 앞에서 공개기자회견을 하다

 

민첩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자신이 당한 중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경찰출입기자들을 불러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마음먹고 전국의 경찰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회견 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통지했다.

 

그러나 막상 기자회견장으로 선정된 서울역 앞에는 <애완동물신문사> 편집국장 혼자 나왔다. 다행이 기자회견을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노숙자들이 심심하던 차에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들어 회견장에는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모였다.

 

노숙자들은 앞에 서 있는 사람들 때문에 주인공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앞에 있는 사람들은 앉으라고 난리를 쳤다. 앞에 사람들이 계속해서 서 있자, 맨 뒤에 늦게 온 어떤 노인이 지팡이로 앞에 사람들의 머리 위로 휘둘렀다. 사람들은 지팡이로 머리를 다칠까봐 신속하게 모두 주저앉았다. 동작이 둔한 어떤 노인은 지팡이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 여자는 미리 준비한 A4 용지 4매로 작성된 <자동차안 성폭력범죄사건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큰소리로 낭독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무슨 <동물보호단체>에서 애완견에 대한 <중성화수술>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알고 한마디씩 했다. “요새 같은 극심한 불황에 애완견에 대한 중성화수술을 비싼 돈을 주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한심하다.”고 했다.

 

더군다나 캠페인에 앞장 선 여자의 얼굴이 화상을 입은 것을 보고는, “동물보호캠페인을 열심히 하다가 사나운 개에 얼굴을 물리면서까지 저렇게 멸사봉공하는 여자도 있구나!”하면서, 주머니에서 천원짜리를 꺼내 놓고 가는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어떤 귀가 먹은 노인은 흥분해서 결혼식장에 축의금으로 내려고 가지고 가던 전 재산, 10만원을 아예 봉투째 쾌척하기도 했다.

 

어떤 귀부인은 자신이 입고 가던 밍크코트를 벗어서 캠페인하는 여자의 어깨에 걸쳐주고 이름을 묻는 <애완동물신문사> 편집국장에게, ‘선행을 할 때는 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수화로 오른손과 왼속을 번갈아가면서 자신의 숨은 의도를 전달해주었다.

 

그 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에 <나질속>이 그녀를 수면제를 몰래 타서 마시게 한 다음, 차 안에서 그녀의 의사에 반해서 동물적인 공격행위를 하고, 그녀의 질속에 사정까지 했다는 사실은 이제 그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적인 사회적 사실로 확인되었다.

 

민첩 아버지, <나질속>도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 법정과 달리, 이곳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해자의 이익으로>라는 동물적 법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여자가 주장한, <질속 사정행위>의 주범인 민첩 아버지의 이름도 <질속>이었기 때문에 비록 한자로 쓰면 전혀 다른 의미였지만, 똑 같은 한글 용어 때문에 200% 범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때처럼 민첩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 <질속> 때문에 땅을 치고 후회해본 적은 없었다 그전에는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면, 민첩 아버지는 자신은 부모님께서 심사숙고해서 고상한 한자말고 지어준 이름 때문에 여자의 그곳 안을 남보다 100배는 더 많이 탐험할 기회를 가졌다고 좋아하다가 이번에 아주 낭패를 본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끝나면, 이름을 <질속>에서 <질외(質外)>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 건달은 감방에서 몇 년을 고생해서 밖에 나와 마음 잡고 잘 살려고 했는데, 옛애인이 이렇게 남의 첩으로 되어 있고, 남의 애인을 빼앗아 첩으로 데리고 있는 놈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세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남자는 민첩의 아버지에게 염산을 뿌리고 불을 질러 없애기로 마음 먹었다.

 

이런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민첩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지내고 있었다. 마침내 민첩 아버지 <나질속>을 만나러 질속의 첩의 옛날 애인이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가방 속에는 염산병 2개와 피해자의 상해부위 및 타격성과를 촬영하기 위한 고급 카메라 한 대, 만일 작전이 실패했을 때 본인이 음독자살하기 위한 농약 한 통, 도주할 경우에 사용하기 위한 도피자금 50만원 현찰, 본인의 복수동기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는 말씀을 적은 2장짜리 유서, 자신의 신분증과 증명사진을 넣어서 들고 왔다.

 

건달이 민첩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민첩 아버지 집을 찾아왔다. 민첩 아버지는 당당하게 마중을 나갔다. 민첩의 아버지 좌우, 그리고 뒤에는 폭력조직에서 파견한 행동대원 세 사람이 경호하면서 따라붙었다.

경호를 맡은 여성대원은 매일 돌팔매질 특별훈련을 하여 남자의 급소공격을 주특기로 했다

 

그 여성대원은 등산용칼과 작은 손도끼도 가방속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말로는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범으로부터 생명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실상 공격용이었다.

 

밤 12시가 되면 여성대원은 혼자 동네에서 약간 떨어진 야산으로 가서 돌을 던지는 훈련을 했다. 계란만한 돌을 정확하게 10미터 떨어진 나무의 정가운데를 타겟으로 하여 강하게 던졌다.

 

매일 200개의 돌을 한 나무를 향해서 던졌기 때문에 피폭을 당한 나무는 중간 부위에 커다란 구멍이 파졌다. 그렇게 하는 이유를 묻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성대원은, 성경에서 다윗이 돌팔매로 골리앗의 장수를 쓰러뜨렸다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여성 대원은 가방 안에 반질반질한 돌 7개를 넣고 다녔다. 돌에는 7가지 무지개색을 칠했다. 돌에는 1번부터 7번까지 번호를 써놓았다. 여성대원이 가장 선호하는 돌은 4번 돌이었다. 그 이유는 죽을 사(死)자와 같은 발음인 사(四)번 돌을 던지면, 대부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성대원은 돌을 던질 때 남성의 얼굴을 향하지 않고, 급소인 낭심을 향해 던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꼭 죽지 않아도 성불구자가 되기 때문에 타격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되어도 돌을 누가 던졌는지 채증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기소중지로 끝난다고 했다.

 

돌에 맞아 성불구자가 되는 남성도 현장에서 곧 바로 성불구 판정이 나는 것은 아니고, 3개월 정도 지난 다음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이 성불구가 된 것이, 돌에 맞아 그런 것인지, 아니면 너무 과다하게 자신의 물건을 남용해서 그런지 피해자 본인도 헷갈리고 창피해서 어디 가서 말도 꺼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성불구가 된 남성 피해자들은 성의학전문의사를 찾아가서 천만원 이상의 바가지를 쓰고 성기능회복을 위한 시술을 받지만, 대체로 실패하고 평생을 성과는 완전한 거리를 두고 도를 닦는 수도생활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남성피해자들은 그동안 정욕을 억제하기 어려워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구세주가 나타나서 돈도 들이지 않고 불구로 만들어주어서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그 사람들은 여성대원의 헌신적인 돌팔매타격행위가 아니었다면, 정욕을 참지 못하고 어떤 고위공직자처럼 물건을 함부로 사용함으로써 더운 한 여름에 감방에 가서 죽을 고생을 할뻔 했다고 입에 거품을 품으면서 여성대원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 여성대원은 한국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말할 때는 액센트가 영국식으로 부드러운 영어만 사용했다. 귀에는 항상 레시버를 끼고 있었다. 담배는 하루에 다섯갑을 폈다. 가방에 양주병을 넣고 다니면서 수시로 조금씩 마셨다. 이름도 영어로 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민첩 아버지 동네에 온다는 것으로 잘못 알았다. 사람들은 영국 여왕이 옛날에 안동 하회마을을 한번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같은 여왕이 생전에 두 번씩이나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인지 궁금해서 여기 저기 진위를 확인하느라고 바빴다.

 

어떤 사람들은 전에 왔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니고, 그 여왕의 큰 딸이 오는 것인데,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고 같은 엘리자베스 씨가 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영국에서 여왕이 오는 것이 아니고, 어떤 한국인 여장부가 그 동네에 와서 잠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실망스럽다면서, 영국산 위스키를 대량 구입해서 동네에서 모두 100병이나 마셔버렸다.

 

이런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민첩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불안과 공포에 떨면서 지내고 있었다. 마침내 민첩 아버지 <나질속>을 만나러 질속의 첩의 옛날 애인이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가방 속에는 염산병 2개와 피해자의 상해부위 및 타격성과를 촬영하기 위한 고급 카메라 한 대, 만일 작전이 실패했을 때 본인이 음독자살하기 위한 농약 한 통, 도주할 경우에 사용하기 위한 도피자금 50만원 현찰, 본인의 복수동기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기는 말씀을 적은 2장짜리 유서, 자신의 신분증과 증명사진을 넣어서 들고 왔다.

 

<건달의 애인을 건드린 남자가 보복을 두려워해서 조직폭력배의 경호를 요청하다>

 

민첩 아버지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 여자는 이런 중대한 성폭력범죄에 대해 경찰출입기자들을 불러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마음먹고 전국의 경찰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로 회견 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통지했으나, 막상 기자회견장으로 선정된 잠실운동장역 5번 출구 앞에는 <애완동물신문사> 편집국장 혼자 나왔다.

 

그 여자는 크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한 A4 용지 4매로 작성된 <자동차안 성폭력범죄의 진상>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큰소리로 낭독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은 무슨 <동물보호단체>에서 애완견에 대한 <중성화수술>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 알고 한마디씩 했다. “요새 같은 극심한 불황에 애완견에 대한 중성화수술을 비싼 돈을 주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한심하다.”고 열렬한 호응을 했다.

 

더군다나 캠페인에 앞장 선 여자의 얼굴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것을 보고는, “동물보호캠페인을 열심히 하다가 사나운 개에 얼굴을 물리면서까지 저렇게 멸사봉공하는 여자도 있구나!”하면서, 주머니에서 천원짜리를 꺼내 놓고 가는 사람들이 100명이 넘었다.

 

어떤 귀가 먹은 노인 한분은 흥분해서 결혼식장에 축의금으로 내려고 가지고 가던 전재산, 10만원을 아예 봉투째 쾌척하기도 했다.

 

어떤 귀부인은 자신이 입고 가던 밍크코트를 벗어서 캠페인하는 여자의 어깨에 걸쳐주고 이름을 묻는 <애완동물신문사> 편집국장에게, ‘선행을 할 때는 오른손이 모르게 왼손으로 하는 것’이라면서 수화로 오른손과 왼속을 번갈아가면서 자신의 숨은 의도를 전달해주었다.

 

그 여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에 <나질속>이 그녀를 수면제를 몰래 타서 마시게 한 다음, 차안에서 그녀의 의사에 반해서 동물적인 공격행위를 하고, 그녀의 질속에 사정까지 했다는 사실은 이제 그 누구도 의심할 여지 없이 역사적인 사회적 사실로 확인되었다.

 

민첩 아버지, <나질속>도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 법정과 달리, 이곳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해자의 이익으로>라는 동물적 법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여자가 주장한, <질속 사정행위>의 주범인 민첩 아버지의 이름도 <질속>이었기 때문에 비록 한자로 쓰면 전혀 다른 의미였지만, 똑 같은 한글 용어 때문에 200% 범인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때처럼 민첩의 아버지가 자신의 이름 <질속> 때문에 땅을 치고 후회해본적은 없었다 그전에는 친구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놀리면, 민첩 아버지는 자신은 부모님께서 심사숙고해서 고상한 한자말고 지어준 이름 때문에 여자의 그곳 안으로 남보다 100배는 더 많이 탐험할 기회를 가졌다고 좋아하다가 이번에 아주 낭패를 본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끝나면, 이름을 <질속>에서 <질외(質外)>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 여자의 옛 애인은 민첩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고 이번에는 염산을 제대로 충분한 양을 준비하고 <나질속>을 만나러 나섰다.

 

그 건달은 감방에서 몇 년을 고생해서 밖에 나와 마음 잡고 잘 살려고 했는데, 옛 애인이 이렇게 남의 첩으로 되어 있고, 남의 애인을 빼앗아 첩으로 데리고 있는 놈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세상은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건달은 민첩의 아버지에게 염산을 뿌리고 불을 질러 없애기로 준비를 하고 민첩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런 위급한 상황을 민첩 아버지에게 사전에 연락을 해주었다.

 

민첩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제일 무서운 폭력조직의 두목에게 돈을 주고 그 건달을 막아달라고 SOS를 쳤다. 두목은 웃으면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만들어줄 테니까.”

 

두목은 제일 민첩한 행동대원 세명을 민첩의 아버지 집에 상주시켰다. 행동대원 중에는 여자 대원도 한명 있었다. 그 여성대원은 겉으로 봐서는 남자처럼 보였다. 스포츠형으로 머리도 짧게 자르고, 항상 공수부대복장을 하고 있었고, 짙은 선글라스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었다.

 

감방에 가 있는 남자의 애인을 수면제를 먹이고 차 안에서 간음한 간 큰 사나이

 

민첩의 어머니가 우겨서 아들 이름을 민첩으로 지었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민첩이 세 살 되던 해에 민첩의 아버지, 나질속(羅質俗)이 데리고 있던 첩의 과거 애인이 감방에서 출소해서 옛 애인인 질속의 첩을 찾아와서 자신이 감방에 가있는 동안 민첩의 아버지, 나질속과 바람을 피었다는 이유로 질속의 첩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

 

그 남자는 전과 18범으로 주로 폭행죄와 상해죄로 감방을 드나들던 폭력배였다. 그렇다고 큰 조직에 속해있는 것도 아니고, 동네에서 양아치짓이나 하고 돌아다니는 수준 낮은 건달이었다.

 

그 남자가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한 피해자들은 대개 나이 많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술에 만취해서 인사불성인 알콜중독자, 태국맛사지샵에서 일하는 외국인여성,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다.

 

대신 그 남자는 소주 한병을 마시고 간뎅이가 커진 상태에서 싸움을 걸다가 태권도 붉은 띠에게도 코뼈가 부러졌고, 마라톤선수에게도 갈비뼈가 부러졌으며, 그림 그리는 초보 여류화가에게도 뺨을 세게 맞아 고막이 나가기도 했다.

 

이런 쓰라린 몇 번의 경험 때문에 그 남자는 싸움을 걸 때 절대로 자신 없는 상대는 피했고, 길을 걸을 때도 저보다 힘이 세거나 기가 센 사람을 만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먼거리로 우회해서 마주치지 않게 했다.

 

이 성품이 착한 등신(等神)은 감방에 들어가서도 다른 재소자들이 처음에는 자기들 있는 방에 폭력전과 18범께서 새로 입소하신다고 해서, 폭력전과 2범이나 3범인 비교적 전과가 많지 않은 감방실습생들이 미리 겁을 크게 먹고 폭력계의 대부께서 들어오시면 잘 모시려고 바짝 긴장을 하고 있는다.

 

그런데, 막상 들어오신 등신이 체격은 큰데 간이 메추리알처럼 작아서 상대방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벌벌 떠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 등신이 일부러 이상한 제스처를 쓰는 줄 알고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며칠 지난 다음 그것이 위장쇼가 아니고 그 등신의 진실한 모습인 것을 알고 그때부터는 거꾸로 노예처럼 부려먹고, 무시하고, 아무나 심심하면 장난삼아 등신의 머리를 한 대씩 세게 꼴밤을 먹였다.

 

그런 등신도 사회 나와서 자신의 옛애인의 실수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옛애인이 바람을 피고 더 나아가 다른 남자의 첩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그 여자의 얼굴에 소량의 염산을 뿌렸다. 염산을 적게 뿌린 이유는 징역을 가게 되더라도 적게 갈 생각이었다.

 

그 남자는 옛애인의 불륜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에는 염산을 사러가면서 염산으로 그 여자의 음부에 뿌려서 성불구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랬다가는 혹시 그 여자가 돈많은 놈과 붙어먹고 있어서 상대 남자로부터 많은 돈을 위자료로 받아내게 되면, 자신과 같이 연애를 또 해야 하는데, 그때 성불구라면 곤란할 것 같아서 목표 지점을 음부에서 안면으로 작전상 전환하게 된 것이었다.

 

이런 등신의 치밀한 계산에 따른 과학적인 염산투척행위로 인해서 다행이 그 여자는 얼굴만 약간 망가졌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아랫도리는 100% 완벽하게 보존되었다.

 

하지만 감방에서 오랜만에 나온 건달에게 크게 겁을 먹은 그 여자는 모든 죄를 민첩 아버지 <나질속>에게 돌렸다. 여자는 자신이 건달의 면회를 다니는데 힘이 든다면서 나질속이 차를 태우고 다니다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허위자백을 했다.

 

여자는 건달이 감방에 간 날부터 오직 차가운 감방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고생하고 있을 <법치주의의 수호자>이신 건달을 위해 매일 교회에 새벽기도를 나갔으며, 절대로 한 눈을 팔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는데, 나질속이 교통편의를 제공하다가 어느 날 차를 으슥한 숲속으로 몰고 가서 여자에게 수면제를 탄 <해롱차>를 마시게 한 다음 차 안에서 그짓을 했다고 역사적 진실을 폭로했다.

 

민첩 아버지가 황진이의 혼과 더불어 행복한 시간을 가지다.

 

어머니가 아들의 이름을 민첩으로 짓자고 하자, 아버지는 옆집에 살고 있는 국어선생님을 찾아갔다. 마침 옆집에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국어사전이 10권 이상 있었다.

 

그 선생님은 워낙 국어를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국어사전을 통째로 외웠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 선생님을 <걸어다니는 사전>이라고 불렀다.

 

민첩 아버지가 옆집을 방문하자, 국어선생님은 마침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동동주를 한 병 마시고 거나하게 취해서 기분이 좋은지,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서 <한시>를 읊고 있었다. <황진이> 이름이 나오는 걸 보니까 아마 조선시대 개성의 유명한 기생 <황진이> 관련 <한시>인 것 같았다. 민첩 아버지가 앞발로 소리가 나지 않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국어선생님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 황진이를 짝사랑하다가 실성한 사람 같았다. 민첩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그런 선생님 얼굴로 황진이를 좋아한다고 프로포즈했다가는 무덤속에서 황진이가 벌떡 일어나 국어선생님 따귀를 세게 갈길 것만 같았다.

 

아마 민첩 아버지가 선생님 집에 가기 전에 그 선생님은 황진이가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해서 황진이를 사랑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까 황진이가 번개처럼 나타나서 두들겨팬 것 같았다. 그래도 국어선생님은 너무나 황진이를 사랑한 나머지 뺨이 시뻘겋게 변했는데도 눈물을 흘리면서 <황진이> 시조를 부르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2미터 거리를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쓴 채 마루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채 경건하게 <황진이> 노래를 듣고 있었다. 10분을 그런 상태로 앉아있었더니 갑자기 민첩 아버지의 아랫도리가 후끈거렸다.

 

아마도 황진이가 다시 선생님 때문에 나타난 모양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마력이었다. 황진이의 혼이 국어선생님은 싫어하지만, 마침 우연히 나타난 민첩 아버지에게 성적 매력을 느껴서 민첩 아버지의 곁을 맴돌고 있는 것을 텔레파시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국어선생님이 부르는 <황진이>노래를 완벽한 가사로 아름다운 음률에 맞추어 부르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시조인데, 어떻게 무의식에서 저절로 글자 한자 틀리지 않고, 국어선생님을 따라 부를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도 무의식에서 민첩 아버지의 혼이 황진이의 혼과 서로 붙잡고 블루스를 추고 있는 것 같았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이렇게 황진이가 지었다는 시조를 창가 형식으로 따라부르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갑자기 황진이의 체온을 느꼈다. 행복했다. 민첩 아버지는 지금 당장 죽어도 원이 없을 것 같은 황홀감에 빠졌다.

 

그때 옆집에서 어떤 사람이 가수 박상철씨가 부르는 <황진이>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았다. <어얼씨구 저절씨구/ 너를 안고 내가 내가 돌아간다/ 황진이 황진이 황진이/ 내일이면 간다 너를 두고 간다/ 황진이 너를 두고/ 이제 떠나면 언제 또 올까>

 

이런 경쾌한 노래가 크게 울려퍼지자 갑자기 민첩 아버지 품에 안겨있던 황진이 옆집으로 재빠르게 위치이동을 한 것 같았다. 민첩 아버지 가슴이 썰렁해지고 북극 얼음판 같았다. 민첩 아버지도 놀랐지만, 더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국어선생님이었다.

 

그는 갑자기 안락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눈을 부라리고 옆집을 쏘아보고 있었다. 국어선생님은 황진이가 이미 떠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실로 돌아왔다. 동네 사는 민첩 아버지가 옆에 있는 것을 보고 국어선생님은 다시 젊잖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어쩐 일이십니까?”

. 선생님 죄송합니다. 쉬시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잠시 명상에 빠져있었습니다.”

 

국어선생님은 차를 한잔 내왔다. 두 사람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실은 제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으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그러자 국어선생님은 국어사전을 펴지도 않고 곧 바로 말했다.

민첩(敏捷)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능란하고 재빠르다>는 뜻이예요. 꽤 좋은 이름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름에 첩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으면 남들에게서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그건 안 그래요. 한자가 중요하지, 한글은 아무 상관없어요. ()이라고 쓰면 이상하지만, 첩을 첩()으로 쓰면 좋아요. 더 복잡하게 쓰면 첩은, ()이라는 어려운 한자로 쓸 수도 있는데, 그런 글자를 쓰면 아들이 나중에 학교에 가서 자기 이름 쓰는데 한시간 넘게 걸려서 시험답안지에 문제를 풀 시간이 없을 수 있어요.”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국어선생님의 귀한 말씀을 듣고 크게 감동을 받아 민첩 어머니 의견대로 아들 이름을 민첩(敏捷)으로 하기로 통큰 결단을 내렸다. 민첩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자신의 용단을 발표하는 바로 그 시간에, TV 뉴스에서는 북한의 국방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하기로 하는 <통큰 결단>을 하였다고 난리가 나고 있었다.

 

남편이 첩을 두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었다

 

민첩의 아버지는 민첩을 낳기 전에 아내와 사이가 나빴다. 어머니는 모든 것이 평범했다. 특별히 못나거나 부족한 것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아버지 눈에만 못생기고 부족한 것이 많았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무시하고 여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나서 첩을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민첩의 어머니는 임신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지으러 역학자에게 찾아갔다. 어머니는 역학자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 역학자는 어머니에 대해 모든 것을 꿰뚫고 있었다.

 

역학자는 어머니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네 이번에 아들을 낳았구먼. 자네가 말 안해도 나는 다 알아.”라고 했다. 어머니는 놀랐다. 아들 낳은지 겨우 한달밖에 되지 않는데, 어떻게 말도 하지 않았는데, 출산사실을 알고 있을까? 게다가 물론 확률은 딸 아니면 아들이니까 50%지만 어떻게 자신 있게 아들이라고 딱 집어서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신통하고 놀라웠다.

 

아니, 어떻게 그걸 아세요?”

자네는 배는 쑥 들어가고 얼굴은 퉁퉁 부었어. 그러니까 딱 보면 세 살 먹은 어린애도 배에서 무언가 큰 것이 빠져나간 것을 알 수 있어. 그리고 비록 부은 얼굴이지만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얼굴이야. 그건 바라던 아들이 나왔으니까 자연히 얼굴에 좋다는 뜻이 쓰여있어.”

 

. 맞습니다. 아주 정확하시네요.”

그래. 지금 찾아온 이유는 아들 이름 짓는 것하고, 남편 첩을 떼어버리고 싶어서 그런 거지?”

 

정말 이 도사는 족집게였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알아서 해주는 척척박사였다. 그런데 어머니가 볼 때 역학자의 얼굴이 너무 음흉하게 생겼고, 여자만 무척 밝히게 생겼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어머니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신혼 첫날밤 이불 위에 누워서 새색시 껴안으려고 입안에서 침을 마르며 기다라고 있는 사람 같았다. 말하면서 가끔 어머니를 보고 입맛을 다졌다. 어머니는 대화를 하면서 여자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남자는 처음 보았다.

 

. 아들 이름을 잘 지어주세요. 커서 대통령 하게 해주세요. 대통령이 못되면 국무총리라도 하게 해주세요.”

그건 말도 안 돼. 자네 뱃속에서 그런 인물은 나올 수 없어. 큰 인물은 우선 씨보다 밭이 좋아야 하는데, 자네 밭은 아주 평범해. 축구선수가 된다고 해도 메이저팀이 아닌 마이너팀 예비선수로 뛸 수 있는 정도야. 당구를 시키면 국제대회에는 못 나가고 그냥 군단위 군수배당구선수권대회에 나가서 동메달 받을 거야. 그러니까 밭이 좋지 않으면서 수박 최상등급으로 팔아먹으려고 했다가는 사기죄가 되는 거야.”

 

. 잘못했습니다. 남편이 바람은 펴도 첩은 두지 않게 해주세요.”

자네 신랑은 타고난 바람꾼이야. 그걸 완전히 막으면 그 사람은 물에 빠져 죽게 되어 있어. 그러니까 완전히 수맥을 막지 말고, 숨통은 틔어줘야 해. 다만, 이번에 아들까지 낳았는데, 첩으로 여자를 두면 나중에 상속문제라든가 혼외자 때문에 공직을 맡기가 어려워져. 첩은 무조건 막아야 해.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모든 가정에서 첩을 막는 것이 최고 우선순위였어. 그래서 살수대첩, 진주성대첩, 한산도대첩이 있었던 거야. 정말 첩은 있어서는 안 될 사회악이야. 법에서도 <간첩>은 사형시키잖아?”

 

. 꼭 첩은 없애주세요. 부탁합니다.”

그러러면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어. 그래야 신랑이 더 이상 첩을 두지 않고, 현재 있는 첩도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가게 돼. 민자는 첩을 밀어내서 신랑을 첩이 없는 상태, 즉 무첩(無妾)으로 만든다는 뜻이야. 원래 더 확실하게 하려면 <민첩>이 아니라, <밀첩>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비웃을 수 있어. 그러니까 <민첩>으로 해, 만일 그래도 신랑 첩이 떨어져나가지 않으면 나한테 다시 와. 그때는 더 강력한 이름을 새로 지어줄 테니까. 그때도 공짜는 아니야. 돈을 내야 돼!”

 

민첩 어머니가 일어나서 나오려고 하자, 역학자는 한 마디 더 했다. “우리 말에 민짜라는 말이 있잖아? 옷을 만드는 천에 아무 무늬가 없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첩이 민짜라고 하면 부부생활에 알록달록한 다른 색깔의 얼룩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인 거야. 첩은 두 사람 사이에 들어설 여지가 없게 돼. 하지만 이름만 지어놓고 있으면 안 돼. 기회 있을 때마다 아이 이름을 불러주어서 신랑이 하두 첩 소리를 들어서 귀가 아프도록 만들어야 해. 아이 이름을 부를 때, ‘민첩아이렇게 부르지 말고, 그냥 민자 빼고, ‘첩아라고 불러. 그러면 자네가 신랑 ()’을 부르는 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첩을 미워하게 돼. 알았지. 아이고~ 불쌍하지만 사랑스런 여편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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