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자신을 귀찮게 하는 여자를 전립선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해서 떼어버리다

 

윤철희는 경 사장이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 되면 팔자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사례가 있었다. 재벌 회장들이 어린 여자를 스카웃해서 첩으로 둔 경우에는 나중에 수백억원의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어떤 여자는 재벌 애인이 되었다가 계열 회사 사장까지 오르기도 했다. 보통은 남자가 애인에게 술집을 차려주거나, 커피숍을 차려주는 사례도 많았다. 재벌 그룹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에 있는 빵집이나 커피숍 하나만 차려주어도 한달에 천만원 이상의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여자도 돈 많고 능력 있는 경 사장을 만나 총애를 받으니 이제는 팔자를 고쳤다고 생각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성형수술도 하고, 옷이나 핸드백도 모두 명품으로 사서 치장하고 몇 달 있으면 경 사장에게 외제차를 한 대 사달라고 조르려고 하고 있었다.

 

철희가 너무 돈을 밝히자 경 사장은 안 되겠다 싶어서 역학자가 코치해준대로 전립선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경 사장은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갑자기 전립선암이 발견되어 성기에서 피까지 나온다고 하면서, 자신의 전립선암은 여자에게도 전염이 되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철희는 이 말을 듣고 진가민가해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아버지가 전립선암 같다고 하면서 성기에서 피가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로 심각하느냐고 물었다. 병원에서는 그런 식의 상담은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직접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만, 전립선암은 매우 위중한 병이라는 사실은 알려주었다.

 

철희는 경 사장이 불쌍했다. 아까웠지만 하는 수 없이 헤어지기로 했다. 경 사장이 그 여자에게 보여준 피가 나오는 사진은 사실은 역학자가 어디서 구해준 다른 사람의 사진이었다. 전립선암이 아니라 매독 같은 성병에 걸린 사람의 사진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은 경 사장은 그 역학자를 신처럼 모셨다.

 

경 사장의 역학자에 대한 신뢰를 날이 갈수록 쌓여갔다. 경 사장은 기억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역학자가 말하는 내용을 모두 녹음을 해서 대학교수가 강의한 것처럼 집에 와서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그렇게 해서 사업을 하는 동안 나쁘고 악한 사람, 재수 없는 사람, 복 없는 여자를 만나지 않고 잘 지냈다. 그런데 경 사장이 시장선거에 나가 당선이 된 다음부터는 마음이 풀어졌다. 그래서 역학자의 의견을 100% 따르지 않고, 경 사장이 편리한 대로 일부는 말을 듣고, 일부는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재수 없게 시청에서 근무하는 유부녀 과장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다 큰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여자 과장은 경 시장에게 교묘한 수법으로 접근을 해서 밖에서 만나 둘이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는 관계까지 발전하였다.

 

물론 그 여자 과장은 경 시장이 능력도 있고, 지역에서의 평판도 좋아 계속해서 3선 시장이 될 것으로 믿고 경 시장에게 잘 보여서 앞으로 인사상 혜택을 보려고 했던 저의가 있었던 것이었고, 경 시장 입장에서는 그 여자 과장이 만나서 대화를 하면 재미 있고, 여자로서의 매력도 넘쳤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만나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끝내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게 된 것이었고, 무능하고 의처증이 심한 과장의 남편에게 걸린 것이었다. 경 시장은 자신에 대한 뒷조사를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이 얼마나 투명해졌는지, 시장이라는 자리가 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시민들은 시장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시장의 여자관계까지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스캔들이 언론에 한번 노출되면 대상자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먹이를 한 번 문 사자는 먹이감을 놓치 않는다. 동물의 본능이다. 한번 문 먹이는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초원의 진리다. 그래서 경 시장은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안타깝게도 재수 없는 암초에 걸려 하루만에 추락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말은 무섭다.

 

시간이 가면서 경 시장의 스캔들은 해명이 되기는 커녕, 점점 눈송이처럼 불어나서, 나중에는 그 여자 과장은 경 시장의 첩이라고 소문이 났고, 경 시장의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리고 경 시장이 해외출장을 갈 때도 여자 과장이 같이 출장을 가서 호텔에서 관계를 했다는 괴이한 소문도 돌았다.

 

그래서 반대 라이벌파에서는 경 사장의 자녀와 여자 과장의 자녀 모두, 이번 기회에 DNA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경 사장은 정말 기가 막혔다.

 

91. 프랑스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여자가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다

 

윤철희(38, 가명)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프랑스에 유학까지 다녀왔다. 서울에서 돈 많은 부잣집 외아들과 연애를 하여 약혼까지 했다. 그런데 철희는 파리에 가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혼자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멋있는 프랑스 남자를 만나서 깊은 사랑에 빠졌다.

 

6개월간 진한 사랑에 빠져 행복했는데, 그 프랑스 남자는 천하의 바람둥이였다. 철희를 임신시켜 놓고 책임질 수 없다면서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철희와 연애를 하면서도 동시에 프랑스 여자 1, 영국 여자 1, 스코틀랜드 여자 1, 중국 여자 1명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면서 중국말과 한국말을 조금씩 배우고 있었다.

 

철희는 죽고 싶었으나,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었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는 무명화가들의 삶을 보면서 더 그림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애인이었던 프랑스 남자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홧병이 나서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와서 낙태수술을 하고, 다시 약혼남을 만났다. 약혼남은 여전히 철희에 대한 사랑이 변하지 않고 있는데, 철희 입장에서는 프랑스 남자의 세련된 멋, 우아한 사랑을 겪은 실존의 체험 때문에 한국 남자의 미숙한 사랑 앞에서 감성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약혼남을 만나서 무드 없는 섹스를 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 싫어졌다. 가끔은 약혼남과 관계를 할 때 철희는 본인도 모르게 프랑스 애인을 상상하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프랑스 말로 감정을 표현했다. 약혼남은 영문도 모르고 철희가 프랑스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잠자리할 때도 프랑스말로 감정 표현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철희는 한국 남자에게는 마늘 냄새가 나는 게 싫어졌고, 프랑스 향수 냄새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모든 부귀영화를 포기하고 한국의 약혼남과 결별했다. 그 후 철희는 자유분방한 태도를 가지고, 무명 가수와 동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명 가수는 이상하게 항상 자신이 가수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처음에는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감성이 통하거니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남자는 철희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과음을 해서 술에 취하면 철희에 대한 콤플렉스가 발동되었다.

 

철희는 무명 가수를 피해 도망갔으나, 그 남자는 집요하게 철희를 쫓아다녔다. 잘못하면 생명의 위협도 받을 상황까지 되었다. 결국 철희는 그 남자를 형사고소했고, 그 남자가 감방에 가면서 겨우 헤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철희는 양주바에 나가서 일을 하다가 경목월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경 사장은 철희가 서양화가라는 사실과 프랑스에 가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가지고 여자로서의 매력이 넘친다는 것 때문에 첫눈에 반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그 술집에 가서 철희를 꼬시기 위해 공을 들였다. 철희는 바에 나가 일은 하고 있었으나 쉽게 몸을 주는 여자는 아니었다. 철희와 한번 해보려고 줄을 선 건달들이 50명이 넘었으나 철희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그 바에 다른 종업원들이나 마담은 남자들이 원하면 이차를 나갔으나 철희는 자신의 원칙을 선언하고 절대로 성매매는 하지 않았다. 돈을 받지 않고 마음에 드는 손님이 있으면 같이 나가서 잠을 자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철희는 그런 것 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바에 나가는 것은 어디까지니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면서 그런 곳에서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난 사이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여자는 추해진다는 것이 철희의 소신이고 가치관, 성도덕관이었다. 이런 철희의 소신 때문에 그랬는지 남자들은 더욱 더 철희에게 매달렸다.

 

철희는 그 바에서 이런 점 때문에 돋보이기도 했지만, 다른 여종업원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았다. 손님들에게 철희가 다른 여종업원들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깨끗해보였기 때문이었다.

 

경사장도 이런 철희에 대한 경쟁 대열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철희는 정복하려고 굳게 마음 먹었다. 그래서 일단 자주 바에 갔다. 한번 철희를 자리에 앉히고는 그 다음부터는 철희를 부르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여자를 불러 앉히고, 그 여자에게 잘 해주었다.

 

팁을 두둑하게 주었다. 그리고 그 여자 때문에 매상을 많이 올려주는 것으로 마담에게 이야기했다. 철희가 혹시 목월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다른 일행을 시켜 못 앉게 했다. 그렇게 해서 철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목월은 친한 친구를 시켜서 철희를 술에 취하게 해서 모텔로 데리고 가도록 했다. 철희는 술에 취해 목월의 친구와 부근에 있는 모텔로 갔다. 목월은 우연히 이런 사실을 안 것처럼 꾸면서 모텔방에 가서 친구와 싸움을 하고 친구를 방에서 내쫓았다.

 

그리고 철희 혼자 모텔에서 있다가 술에서 깬 다음 나오도록 했다. 철희는 이런 사실을 알고 목월에게 신뢰를 하게 되었고, 고맙게 생각했다. 이런 일이 계기가 되어서 그 후 목월은 철희를 당연한 파트너로 자리에 앉히게 되었고, 철희가 서서히 마음을 열자 애인으로 만들었다.

 

철희는 이미 프랑스 남자의 매력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그 어떤 한국 남자에게서는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생겼다. 경목월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경 사장이 철희에게 잘 대해주고, 잠자리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도, 철희의 깊은 애정은 생기지 않았다.

 

다만 철희는 경 사장이 자신에게 돈을 잘 쓰는 것을 보고, 돈이 많은 경 사장의 눈에 들어 팔자를 고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희는 경 사장을 데리고 자신이 잘 아는 사주 관상가에게 갔는데, 그 관상가 하는 말이, 두 사람은 속궁합이 잘 맞고, 두 사람이 꾸준히 속궁합을 맞추고 있으면 무병장수해서 철희는 앞으로 62년은 충분히 건강하게 성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들떠 있었다.

 

철희가 지금 38살이니까 62년 후면 꼭 100살이 되는데, 어떻게 그때까지 성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느냐고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했다. 그랬더니 주변의 사람들이 그 사주관상을 보는 역학자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민주당의 힐러리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거결과예측을 하고 있는데, 그 역학자는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100% 된다고 예언을 했고, 그것도 선거 1년 전에 이미 예측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만일 자신의 예언이 틀려서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은 오른손 새끼손가라을 절단해서 미국 백악관에 소포로 보낼 것이라고 하는 서약서를 써서 공증을 받으러 갔다고 한다.

 

그런데 공증사무실에서 그런 공증은 해줄 수 없다고 해서 공증까지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그 역학자는 자신의 예언과 손가락절단예고내용을 붓글씨로 크게 써서 자신의 방에 붙여놓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예언과 서약서를 보면서 무서워했고, 예언대로 트럼프가 될 것인지, 힐러리가 될 것인지 무철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그 서약서에는 역학자의 왼손을 먹물을 묻혀서 손바닥 지장을 찍어놓았다.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왜 서약서에는 예언이 틀리면 오른쪽 새끼 손가락을 절단한다고 해놓고 왼쪽 손바닥 지장을 찍어놓았느냐?’고 뒤에서 꿍시렁거렸다. 그러나 아무도 역학자 앞에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90. 역학자는 남자가 여자를 말썽 없이 떼어버리는 비법을 알려주다

 

경목월은 이런 역학자의 모든 말을 무조건 믿었다. 그래서 역학자가 몇 년동안 열심히 쓰던 <개수달토>를 어느 날 갑자기 <게슈탈트>라는 이상한 발음을 하기 시작하자, 역학자에게는 감히 무서워서, 그 권위에 눌려서 충격적인 변화에 대해 질문을 하지는 못하고, 다만, 토끼 사회에서 무슨 혁명이 일어나서 교미의 형태가 유럽식 유행을 따라 크게 달라졌는가 하고 생각했다.

 

경목월은 만일 그 역학자가 ‘이 사람은 사장님과 맞지 않으니 절대로 쓰지 마세요. 잘못 쓰면 큰일 납니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경 사장은 그 말을 듣고 아무리 하바드대학교를 나오고 집안이 금수저고, 주변에 빽이 넘쳐나는 인재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채용하지 않았다.

 

그런 취업희망자는 면접 보는 사무실에 경목월과 같이 공존하는 사실만으로 곧 자신이나 회사에 불행한 일이 닥칠까봐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역학자가 ‘정말 재수 없는 친구’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 직원을 시켜 그 면접본 취업준비생은 곧 바로 돌아가도록 하고, 택시비를 특별히 주었다. 액땜을 하는 셈쳤다.

역학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장관이나 국회의원 청탁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만일 거절할 수 없는 장관이나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이 아주 강력하게 채용을 부탁해오면, 특별한 사유를 들어 거절했다.

 

흥신소를 통해서 그 직원 후보의 뒷조사를 해서, 과거의 전력과 비행을 낱낱이 밝혔다. 그렇게 되면 직원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 기겁을 하고 나가자빠졌다. 경 사장은 그 장관이나 국회의원에게 이런 말까지 덧붙였다.

 

“만일 이런 사람을 무리하게 쓰면, 나중에 이런 사람은 배신해서 우리 회사뿐 아니라, 자신을 취직시켜준 의원님까지 물고들어갑니다. 그러면 의원님께서는 좋은 일 하시고, 요새 가끔 TV에 나오는 국회의원처럼 자녀들 부정청탁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시켰다가 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큰일 납니다.”

 

그러면 경 사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가 말도 되지 않는 사유로 취업이 거절된 국회의원도 경 사장의 탁월한 회사경영능력과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이해하고 더욱 경 사장을 믿게 되었다.

 

경 사장이 이처럼 사람을 뽑을 때 신경을 쓰고 역학자의 조언에 크게 의지하게 된 것은 사회생활 초기에 함부로 사람을 믿었다가 실패하고 손해를 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큰 공사를 맡아서 하청을 주려고 하는 하청회사 사장의 관상이 너무 좋지 않다고 해서 역학자가 극구 반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너무 크고 아까워서 하청을 주었다가 나중에 큰 손해를 보았을 뿐 아니라 리베이트 문제로 그 하청업자가 물고들어가는 바람에 검찰조사까지 받고 하마터면 징역까지 갈 뻔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떤 경우에도 역학가의 말은 곧 진리이고 이정표였다. 그래서 기왕에 결혼한 부인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새로 만나 몸을 섞는 여자의 경우에는 반드시 역학자의 심사가 가장 중요한 선발요건이었다.

 

경 사장은 신인 여성을 발굴한 경우에는 최우선적으로 그 역학자에게 같이 가서 두 사람의 사주팔자와 관상, 체상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두 사람의 개별적인 운세, 인생 전체의 개괄적 운명, 속궁합, 겉궁합 등을 정밀하게 분석받았다.

 

역학자는 두 사람 앞에서는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나중에 경 사장만 따로 만나서 솔직한 감정의견을 제시해주었다. 만일 경 사장이 그 여자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고 좋아하고 있어, 선뜻 역학자의 부정적인 의견에 승복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역학자는 친절하게도 컴퓨터로 상세하게 두 사람이 계속 만나서는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써서 보내주었다.

 

그렇게 되면 경 사장은 아무리 상대 여자가 마음에 들고, 그 여자를 계속 만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프고 처절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눈물을 흘리면서 역학자의 최종 판결에 따라 그 여자를 멀리했다.

 

상대 여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더 이상 경 사장이 만나주지 않는데 대해 크게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역학자는 또 이런 아이디어를 내주었다.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이번에 종합검진을 받았더니 전립선암 말기래요. 여자와 성관계를 하면 6개월 안에 사망한대요. 여자를 만나면 그것이 하고 싶어 견딜 수 없고, 그걸 하게 되면 전립선암 때문에 죽게 생겼으니 이해해줘요.” 그리고 며칠 후에 여자에게 경사장의 성기에서 피가 뿜어나오는 사진을 증거로 보여주면 만사가 오케이라고 비법을 알려주었다.

 

89. 회사 직원을 면접볼 때 게슈탈트심리학을 공부한 역학자의 자문을 듣다

 

경목월 시장은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사람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선시장으로 선거에서 당선되기 전에 사업을 할 때에도 회사 직원을 뽑을 때 매우 신중했다.

 

정식 직원으로 계약하기 전에 최소한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두었다. 수습기간 동안 여러 가지로 인간성을 테스트해보았다. 일부러 아주 쉬운 일을 시켜서 놀고 있는지 관찰하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도 시켜보았다. 때로는 수습직원의 책상에 현금을 놓아두어 보기도 했다. 도둑질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최종적으로 정식직원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할 때에는 관상까지 보았다. 사주팔자를 정확하게 물어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실력 있는 역학자에게 검수를 받았다.

 

중요한 직책의 사람을 뽑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역학자를 회사로 모셔서 직접 친전하도록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물론 직원들에게는 그 분을 역학자라고 소개하지 않고, 저명한 대학교수라고 소개했다.

 

전공분야는 ‘국제심리학’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심리학에 무슨 국제분야가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사람들의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역학자의 전공과목은 그 후 ‘우주심리학’이라고 바뀌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 역학자가 정말 일반 교수들은 할 수 없는 우주의 신비로운 심리학을 연구하는 대학교 교수라고 믿게 되었다. 역학자는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독일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는데, 논문의 제목은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티벳트에 가서 고승들과 같이 수행을 했다고 하고, 그 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게슈탈트 치료연구소에서 소장과 게슈탈트 심리학과 심리치료기법을 연구했다고 하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독일이나 미국, 티벳트에서 심리학을 연구하고 수행을 했느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살벌한 눈빛을 5분 동안 광선처럼 보내면, 상대방은 기가 죽어서 <학문이나 심리연구에 언어는 아무 필요가 없다!>는 미신을 진리로 받아들였다.

 

역학자는 어디서 들었는지, 수시로 <전경과 배경>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다만, 영어나 독일어 발음이 시원찮아서 그런지, 초기에는 <개수달토>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 말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사람들은 <개수달토>를 <얼토당토>의 지방사투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개수달토>라는 말을 하면서, 늘 <전경과 배경>이라는 말을 같이 쓰니까, ‘전경’은 토끼 숫컷을 말하고, ‘배경’은 토끼 암컷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자꾸 역학자가 전경과 배경이 위치를 상호 간에 바꾼다고 하니까 토끼들이 성관계를 할 때 체위를 사람처럼 전위와 후위로 바꾸는 것을 은유법으로 암시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일부 사람들은 성욕이 넘쳐서 곧 성추행사범으로 입건될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떤 중증의 우울증 환자가 미술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었는데, 그 여자가 상담소에서 <프릿츠 펄스>의 <게슈탈트 치료>에 관해 공부를 조금 해서 알고 있었다.

 

그 여자는 역학자와 만나서 대화를 하다가 또 <개수달토>라고 하기에 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그렇게 말해서는 죽은 펄스 그 양반이 기분 나빠서 영혼이 편안한 안식을 취하기 어려울 것이며, 그렇게 되면 그 영혼이 역학자를 괴롭힐 수 있다고 귀뜸을 해주었다.

 

그래서 역학자는 그 여자가 보여주는 스마트폰에 나와 있는 펄스의 사진과 정확한 단어 <gestalt>가 독일어이며, <형태>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고, 읽을 때, <개수달토>가 아니라, <게슈탈트>로 읽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역학자는 그 여자로 인해 같이 있던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창피함을 느껴 10분 동안 숨을 전혀 쉬지 않고 있다가 그 후 30분 동안 계속해서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 역학자가 한숨 쉬는 소리가 너무 크고 처량하고 구슬퍼서 주변 500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만물이 같이 숨을 죽이고 슬퍼하고 있었다.

 

그 후 역학자는 <gestalt>에 대한 정확한 발음을 하기 위해 집 화장실에 큰 항아리독을 가져다놓고 그 독 안에 머리를 쳐박고 큰 소리로 <게슈탈트>를 하루에 천번씩 외쳤다. 그래서 나중에는 발음이 원어민의 발음에 50% 정도 가깝게 다가갔다.

88. 유부녀 과장과의 불륜스캔들 때문에 3선 시장 도전에 실패하다

 

물론 시장과 과장의 수상한 만남에 대해서는 김민첩 사장이 늘 하던 대로의 추적감시망에 걸려서 입수된 것이고, 이 사진은 김 사장이 돈을 받고,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과 시장 부인에게 넘겨준 것이었다.

 

그러자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이 사진을 가지고 시장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려고 하였지만, 시장은 아무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돈을 주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시장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돈을 주게 되면 더욱 불륜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돈을 줄 수도 없었다.

 

시장 부인 입장에서는 비록 그런 불륜이 사실이라고 해도, 시장이 부인과 평소 관계도 하지 않고 지내고 시장으로 당선이 되어 돈만 벌어오고 자신은 시장 부인으로서 폼을 잡고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자 적극적으로 시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시장 부인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결혼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이 전혀 없다. 오직 가정과 일밖에 모른다. 자신은 남편을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남편의 결백을 주장했다.

 

시장 부인은 남편이 밖에 나가 다른 여자를 절대로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던 나머지, “제 남편은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날 입장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제가 워낙 그것을 밝혀서 이틀에 한번씩은 하지 않고는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이틀에 한번씩은 꼭 저에게 그것을 의무적으로 해주었기 때문에, 밖에 나가 다른 여자에게 그것을 할 그 무엇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제 말을 믿지 못하면 남편과 저를 거짓말탐지기 측정을 해보시면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이런 발언 때문에 시장 부인은 그 지역에서 제일 훌륭한 색골로 소문이 났고, 그런 색골을 지금까지 데리고 살아온 시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변강쇠라고 알려졌다.

 

과장도 시장과는 업무상 만난 것이고, 교회일을 상의한 것일뿐 남녀관계는 전혀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런 스캔들은 선거판에서 상대 라이벌 후보에 의해서 교묘한 방법으로 무자비하게 악용되었다. 연일 지역 언론에서 난리를 쳤고, 그 때문에 마침내 현 시장은 소속 정당의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시장은 유부녀 과장과는 깊은 관계에 있지 않았지만, 평소에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과 연애를 했다. 시장이 되기 전에 그 지역에서 건설회사 사장으로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고급 술집의 젊은 마담은 늘 사장의 애인이었다. 사장은 본인의 건설회사에서 짓는 오피스텔 몇 개를 회사 이름으로 해놓고, 마음에 드는 애인에게 무상으로 빌려주었다.

 

모든 오피스텔은 이태리식으로 인테리어를 해놓았다.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처럼 꾸며놓았다. 그러다가 그 애인과 헤어지면 자연스럽게 회사 직원을 시켜 오피스텔을 명도받았다. 새 애인에게 다시 그 오피스텔을 사용하게 해주었다. 가구도 다 셋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냥 몸만 들어가면 되는 구조였다. 아주 편리했다.

 

오피스텔 전기료와 관리비 역시 모두 회사에서 자동이체를 했다. 심지어 핸드폰도 회사 명의로 해서 애인관계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애인과의 조건은 ‘절대로 끝까지 달라붙지 않는다. 임신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생활은 각자 한다. 남자의 가정은 절대로 지켜준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시장이 63세가 되도록 이런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연애조건을 크게 위반한 여자는 그 지역에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재수 없게 나이 들고 특별히 잘난 것도 없는 유부녀 과장과 억울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되고, 망신만 당했다. 그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 때문에 영광스러운 민선 시장 3선의 고지 바로 앞에서 처참하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또한 그 지역에서 시장의 탁월한 여자 다루는 실력을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은 시장의 여자 보는 눈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줄 알고 실망할 것도 걱정 되었다.

 

시장은 너무 억울했다. 자신은 여자를 다루는 데 그 누구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숱한 여자와 연애를 하고 바람을 피고, 성관계를 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고 지역에서 물의를 일으키거나 말썽을 일으킨 일은 없었다. 그만큼 시장은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여자를 보는 안목이 탁월했다.

 

87. 카섹스로 걸렸던 사람이 시장 선거에서 후보로 출마하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공칠은 그 후 까맣게 잊고 지냈다. 5개월쯤 지나서 그 지역 시장 선거가 있었다. 공칠은 깜짝 놀랐다. 시장 후보로 나오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 프로필을 보니, 시청에서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가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낸 것이었다. 그러니까 몇 달 전에 공칠의 단속에 걸렸던 카섹스사건 때에는 시청의 현직 국장이었다.

 

‘어떻게 시청 국장이라는 높은 분이 아주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와 카섹스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런 위선자가 시장에 당선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가? 가만 있을 수 없다.’

 

민주국가에서는 대통령만 빼고 모두 카섹스를 할 권리가 있고, 자유가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카섹스를 한다. 자동차가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다. 자동차가 있는 경우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차안 성관계다.

 

지금까지 언론에도 카섹스문제가 많이 거론되었다. 어떤 공무원은 카섹스한 것 때문에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공칠은 혼자 이상한 정의감에 사로잡혔다. 몇 달 전의 일이었지만, 당시 그 국장이 너무 격렬하게 카섹스를 하고 있는 것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어서 공칠도 매우 심하게 성적 흥분을 느낀 것이 아직도 생생했다.

 

공칠은 국장과 같은 사회 저명 인사가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젊은 연예인을 애인으로 두고, 카섹스나 하면서 시청에서는 아주 모범적인 사람처럼 떠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아주 나빴다.

 

공칠이 모시고 있는 나민첩 사장은 시청 국장과 라이벌로 선거에 나온 반대 후보 정국영을 지지하고 있었다. 민첩은 정국영과 몇 년 전부터 아주 친하게 지내오고 있는 사이였다.

 

3년 전 민첩은 정국영의 부인으로부터 정국영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았다. 민첩은 당시 정국영이 젊은 여자 애인에게 오피스텔을 얻어주고 연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구체적인 정보를 정국영의 부인에게 전해주면 성공보수로 500만원을 더 받기로 되어 있었다. 김민첩은 워낙 약은 사람이었다. 수집한 모든 자료를 가지고 정국영과 협상을 했다.

 

“이 자료를 당신에게 줄 테니, 천만원을 달라. 당신 부인에게는 증거를 못 찾은 것으로 사건을 종결짓겠다.”

 

이렇게 협상을 해서 민첩은 수집한 자료를 부인에게 전달하지 않고, 모두 정국영에게 넘겨주었다. 그 대가로 천만원을 받았다. 물론 이런 경우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현찰거래를 한다.

 

그런 다음부터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같이 술도 마시러 다녔고, 각자의 애인을 대동하고 같이 여행도 다녔다. 서로의 비밀을 지켜줄 의리 있는 사람들이었고, 바람 피는 취향도 비슷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었다.

 

남자들은 가까운 학교 동창과는 같이 다니면서 바람을 피지 않는다. 그것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만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마음 놓고 같이 바람을 피러 다닌다. 골프를 같이 치러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이렇게 팀을 짠다.

 

공칠은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시장 선거 후보로 나온 그 사람을 찾아가서 만났다. 백상무 후보는 깜짝 놀랐다. 아무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는 공칠이 찾아오니 무척 긴장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쩐 일이요? 그동안 잘 지냈소?”

“예. 저는 원래 하던 대로 지역 환경정화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장 선거에 나오셨다면서요? 꼭 되시기를 바랍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하하. 없어요. 마음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당선되면 한번 만나요.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 상의합시다.”

 

시장 선거는 초반부터 매우 뜨거웠다. 기존에 시장을 하던 사람은 삼선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막판에 정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me too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다.

 

시장으로 있을 때 유부녀인 시청 과장과 사이에 있었던 스캔들이 루머로 확산되었다. 그 유부녀 과장의 남편이 지역 언론에 폭로했다. 유부녀 과장은 남편과 사이가 나빠 별거하고 있었는데, 시장과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자주 만나게 되고, 가깝게 지내자 남편이 의심을 하고 시장실에 찾아가 행패도 부렸다.

 

시장과 과장은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시내 모텔 바로 옆에 있는 카페에서 일요일 오후 시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86. 고위 공직자가 카섹스를 하다가 적발되다

 

어느 겨울 저녁, 공칠은 평상시에 늘 순찰을 도는 은밀한 장소로 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무 뒤에서 숨여 데이트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꼭 군대에서 야간에 매복한 상태에서 정찰활동을 하는 것 같았다.

 

밤 10시가 넘자 검은 에쿠스 차량 한 대가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차량은 무엇이 그렇게 급했는지 곧 들썩이기 시작했다. 포르노 전문 배우들이 탔는지 매우 빠른 속도로 차가 움직였다.

 

공칠은 고급차 쇼바가 나가거나 타이어가 펑크날까 걱정했다. 삼십분을 기다려도 일을 끝내지 않자 더 이상 관찰을 하고 있다가는 동상에 걸릴 위험을 감지하고 공칠은 살금살금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뒷좌석에서 남자와 여자가 관계를 하고 있었다.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었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그 짓을 하고 있었다. 공칠은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이었지만, 평소 갈고 닦은 실력으로 적외선카메라로 촬영을 했다. 문을 두드렸다.

 

공칠은 차량 앞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남자는 창문을 10센치미터만 열고 돈을 주겠다고 했다. 공칠은 문을 열라고만 했다. 남자는 문을 열지 않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 십분 정도 실강이를 하다가 공칠이 용변을 보러 잠시 차 옆으로 간 사이에 차는 뺑소니를 쳤다.

 

공칠은 그 차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따라가서 차를 정차시켰다. 공칠의 오토바이 실력은 한국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갈고 닦았기 때문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경주 아시아지역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프로선수들이 타는 오토바이 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중고로 산 25만원짜리 국산 오토바이로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손기정 선수가 운동화만 신고 마라톤에서 우승한 것과는 너무 다른 현실이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그 차에 타고 있던 남자가 내렸다. 남자는 주먹과 발로 공칠을 때렸다. 공칠은 넘어졌다. 공칠은 즉시 반격을 가해서 그 남자 다리를 부러뜨릴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일부러 맞아주었다. 사건을 더 크게 만드려는 의도였다. 그 사이에 뒷좌석에 타고 있던 여자는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으로 야간도주했다. 너무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걸 보니 100m 육상선수 같았다.

 

남자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공칠과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주면서 그 다음 날 만나자고 했다. 공칠은 그 남자가 차도 좋고, 생긴 것도 공무원이나 대학 교수처럼 보여서 믿고 그대로 보내주었다.

 

다음 날 공칠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그 남자는 공칠에게 어제 있었던 일은 비밀로 붙여 달라고 하면서 준비한 봉투를 내밀었다. 공칠은 감각적으로 그 남자가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다.

“미안하네, 젊은이! 어제는 내가 실수했네. 이해해 주고, 이건 내 성의니까 받아둬요.”

 

“아니 괜찮습니다. 저는 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장소가 워낙 으슥한 곳이어서, 가끔 성폭행도 일어나고 해서, 제가 자진해서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기 위해 하는 봉사활동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선생님을 추격했던 이유는 차 안에서 너무 오랜 시간 그것을 하고 있어, 아무래도 여자가 성폭행을 당하는 것으로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격한 성행위를 하고 있어서 그랬던 거예요. 저는 비록 차안이라도 부부간에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은 단속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그걸 하도록 보호해주는 사람입니다. 카섹스는 이색적인 맛이 있어서 섹스리스 부부에게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있던 여자분은 사모님이신가요?”

 

“응. 맞아요. 우리 집사람이예요. 모처럼 같이 밖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데이트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아 그래요. 미인이시던데요. 선생님과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저도 어디선가 본 얼굴이예요. 혹시 연예인 아닌가요?”

“응. 왕년에 대학 다닐 때 메이퀸으로 뽑힌 적도 있어요. 그런 말 들으니까 멋쩍구먼. 하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이것도 좋은 인연인데, 앞으로 자주 연락하고 지내도록 해요.”

 

이렇게 헤어졌다. 공칠로서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공칠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85. 강변고수부지에서 카섹스를 하는 남녀를 집중적으로 단속하다

 

강변 고수부지 가운데 연인들이 차를 세워놓고 데이트하는 곳이 있었다. 공칠은 자전거를 세워놓고 그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의 움직임을 주시한다.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망원경으로 차량을 살펴보면 차가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포착된다.

 

공칠은 매복을 하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그 차량에 다가간다. 카섹스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리고 문을 열게 한 다음, 경찰에 신고할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남자는 놀라서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사정한다.

 

“한번만 봐주세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

“당신들 부부 아니잖아! 이런 곳에서 그런 짓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청소년들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심하게 해서 차가 완전히 지진 난 것처럼 요동발광을 쳤잖아. 내가 동영상 다 찍어 놨어. 당신들 선수야! 용서 못해. 잠깐 기다려요. 곧 경찰이 올테니까.”

 

차안에 있는 남자는 지갑에서 돈을 꺼낸다. 10만원이다. 공칠은 마지 못해 그 돈을 받으며 부드럽고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곳 자원봉사 환경감시원입니다. 이번만 봐줄테니 앞으로는 절대로 나쁜 짓하면 안돼요. 주시는 돈은 환경단체 기금으로 넣겠습니다.”

 

하루에 평균 3대를 잡으면 30십만원은 되었다. 공무원이거나 학교 선생님 같은 중량급 인사는 한번에 50만원을 주기도 했다. 물론 수표나 어음은 받지 않았다. 현찰박치기가 카섹스 현장에서는 유일한 거래 룰이었다. 이런 단속실적이 매일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한 여름에 더울 때나 한 겨울에 너무 추을 때는 손님이 적었다. 봄에 벚꽃이 필 때와 가을에 낙엽이 떨어질 때가 최고 성수기였다. 호황일 때는 하루에 12명까지 단속한 때도 있었다. 그날은 무려 120만원의 현찰 수입이 있었다. 공칠은 그날 너무 바빴다.

 

같은 날 두 번 단속된 남자도 있었다. 늦가을 저녁 6시에 캄캄할 때 한번 걸렸다. 그런데 그 남자는 공칠에게 10만원을 주고 갔다가 밤 10시쯤 다른 여자를 태우고 와서 또 그짓을 하다가 걸렸다. 그 남자는 공칠을 보더니 매우 당황했다. 공칠은 정말 그 남자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먼저 도둑이 제발이 저리다고,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까는 선생님 때문에 도중에 못하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 밤에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왔습니다. 오늘만 하고 앞으로는 죽을 때까지 절대로 이곳에 오지 않겠습니다. 한번만 봐주세요.”

 

공칠은 법과 정의에 어긋나는 사안이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었다. 이미 부정한 돈 10만원을 받아먹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요. 그럼 일단 하던 것은 마저 하세요. 일이 끝나면 비상등을 깜빡거려요. 그러면 내가 다시 와서 각서를 받을테니까.”

 

그 남자는 겁을 먹고 하는 수 없이 공칠이 시키는대로 했다. 여자와 그 일을 끝내고 공칠을 불렀다. 그리고 다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가중처벌하는 개념으로 벌금을 20만원 냈다. 공칠은 이처럼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시간이 가면서 점점 수법도 세련되고, 대담해졌다. 복장도 공무원 비슷한 작업복에 명찰도 새겼다. 이름은 가명이었다. 처음에는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최단속’ 또는 ‘최순찰’ ‘최경비’라고 썼다. 자신이 마치 경찰관처럼 단속, 순찰, 경비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런 이름이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자. ‘최환경’이라고 바꾸었다가, 다시 ‘최공해’로 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하다고 해서, ‘최미세’ 또는 ‘최황사’로 했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이런 이름들이 너무 딱딱해서 다시, ‘최복지’라고 썼다. 공칠이 단속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회복지업무라고 생각했다.

 

단속되는 사람들은 공칠의 옷만 보고 말지, 이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었다. 대개 눈을 밑으로 깔고, 공칠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만일 당당하게 얼굴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공칠은 큰소리로 혼을 냈다.

 

“이 사람이 어디를 빤히 쳐다봐? 혼을 내야겠구면.”

그 남자는 놀라서 곧 바로 시선을 밑으로 내렸다. 공칠은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성관계를 왜 이런 오픈된 곳에서 하느냐? 그건 안 된다. 여기는 동방예의지국이다.’ 뿐만 아니라 하고 싶어도 형편상 할 수 없는 남자들을 자극시키고 약을 올려 강간 같은 성폭력 범죄를 유발시키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공칠은 이런 확신과 사명감을 가지고 추운 겨울날에도 매일 단속을 했다. 사회 윤리와 도덕,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적인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굳은 각오였다. 환경단체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현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랬는지, 문을 열고 신고를 한다고 해도 끝내 돈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 남녀가 있었다. 여자는 괜찮은데, 남자가 약간 이상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우겼다.

 

“아니, 우리가 무슨 남에게 피해를 주었습니까? 강변 고수부지에서 다른 사람들 보지 않는 차 안에서 애인끼리 하는데 왜 국가가 참견을 합니까? 미국이나 홍콩, 베트남이나 몽골에서는 이런 카섹스를 절대로 단속하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카섹스를 단속하는 후진국가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아. 그건 당신이 몰라서 그래요? 형법에 공연음란죄라는 아주 특별한 죄가 있어. 그 죄명은 이름만 들어도 음란하고 더럽게 들리잖아? 공연음란죄는 남들이 보는 곳에서 성적으로 아주 더러운 짓을 하는 것을 처벌하는 죄야.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이 딱 거기에 해당되는 거야.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이런 단속을 몇 년 동안 하고 있는데, 당신처럼 큰소리치면서 대드는 사람은 오늘이 처음이야. 여자분! 안 그래요?”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공칠은 하는 수 없이 112신고를 했다. 얼마 후 순찰차가 와서 그 남자와 여자를 태워서 지구대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관은 공칠이 추운데 고생한다고 격려를 하고 갔다.

84. 흥신소 직원이 독자적인 지역 유지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다

그 후 공칠은 자연스럽게 효숙과 가까워졌다. 효숙은 창남의 일로 인해 인생관이 완전히 바뀐 것 같았다. 절대로 남자를 믿지 않게 되었다. 유부남인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다만, 공칠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공칠은 처음에는 효숙이 불쌍하고 깊은 절망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인간적인 동정심에서 같이 만나주고 육체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깊은 정은 들지 않았고, 효숙과의 잠자리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서 만나는 것을 기피하게 되었다. 그러자 효숙은 또 한번 커다란 실망을 하고, 좌절감에 빠지는 것같았다.

 

효숙은 창남과의 문제 때문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놀고 있었다. 공칠이 하는 일을 보더니 그 일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공칠은 효숙에게 정식 직원은 아니고, 공칠이 맡아서 하는 일을 프리랜서로 도와주면 약간의 보수를 줄테니 와서 일을 배우라고 권유했다. 효숙도 좋다고 하고, 두 사람은 더 이상의 남녀관계는 쿨하게 끝을 내고, 공칠을 비공식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민첩은 공칠에게 중요한 일을 맡겼다. 의뢰인이 해외에서 거액을 투자받아 제주도에 호텔을 짓고 클럽도 운영하고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그 의뢰인은 제주도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민첩에게 제주도에서 여러 사람의 뒷조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민첩은 이 임무의 팀장으로 공칠을 시켰다.

 

워낙 중요한 프로젝트라 민첩의 입장에서도 그동안 일처리를 매우 매끄럽게 잘 하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공칠에게 일을 맡긴 것이었다.

 

공칠은 신이 났다. 그래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일단 효숙만 데리고 제주도로 갔다. 두 사람은 경비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모텔룸을 하나 얻어 같은 방에서 생활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효숙이 같은 방에서 잠을 자도 침대를 따로 쓰고, 절대로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했다. 그러면서 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일을 하는 파트너지, 남녀 관계는 끝난 거예요.’

 

공칠은 처음에는 효숙의 이 말을 장난으로 들었다. 하지만 효숙의 의지는 매우 강했고, 태도는 아주 단호했다. 만일 섣불리 접근을 했다가는 잠잘 때 성기를 절단해버리거나, 혀를 물어뜯어버리거나, 정 안 되면 경찰에 성폭력사범으로 신고를 할 것 같았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공칠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을 가지고 효숙이 저절로 풀어지기를 바라고 같이 할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에 피로를 풀기 위해 공칠은 효숙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처음 간 곳은 에코랜드였다. 에코랜드에서 순환열차를 탔다. 영국에서 운행하던 기차의 모형을 따서 비슷하게 만든 것이었다. 두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그 다음, 건강과 성 박물관을 구경했다. 홍보물을 보니 세계 최대 규모의 성박물관이라고 되어 있었고, 유일한 성건강/ 성교육/ 성문화의 메카라고 되어 있었다.

 

공칠의 눈에 가장 띄는 것은 ‘정조대’였다. 정조대(Chastity belt, 貞操帶)는 속옷처럼 입을 수 있는 잠금장치로, 착용자의 성교나 자위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조대는 강간이나 성적 유혹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정조대는 십자군 기간 동안 기사들이 아내들을 성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정조대를 채웠다고 한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조대는 쇠로 만든 것이었다.

 

설명에 정조대를 오래 차고 있으면 청결에 문제가 있어 곤란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공칠은 정조대의 실물을 보면서 과거에 인간은 얼마나 무지했고 야만스러웠는지 알 수 있었다. 여성의 인권이 얼마나 남성에 의해 짓밟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흥신소 업계에서 민첩은 그야말로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뿐만 아니라 흥신소사업이 자리를 잡자, 민첩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민첩은 기획부동산회사도 차리고, 술집도 차렸다. 보험대리점도 차리고 휴대폰매장도 계열회사로 두었다. 자동차도 벤츠로 바꾸었다. 연예인들이 타고 다니는 검은색 밴 큰 차량도 구입했다.

 

이런 베테랑 사장 밑에서 열심히 일을 배운 결과 공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흥신소에서 정식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업무 이외에 공칠은 혼자서 독자적으로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지역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의 뒷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공칠은 그 지역의 시장이나 농협조합장, 교장 등을 선정한 다음, 꾸준히 그들의 뒷조사를 했다. 대상자들을 미행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서 그들의 사생활을 감시했다.

 

그 지역에 있는 몇 군데 으슥한 데이트 장소를 찾아서 차안데이트 하는 것을 감시했다. 공칠은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니 완전히 전문가가 되었다.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손바닥처럼 꿰차고 있었다.

83. 부부가 짜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맺은 다음, 위자료를 받아내다

 

공칠은 200만원만 받기로 하고, 효숙이 만나던 남자의 인적 사항을 파악해서 주었다. 효숙이 그 남자를 만날 때 공칠은 친척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같이 나갔다. 효숙은 펄펄 뛰었다.

 

“아니, 총각이라고 그렇게 거짓말을 하더니, 끝내 마누라와 짜고 돈을 뜯어내려고 했던 거야?”

“무슨 말이야? 유부남이라고 처음부터 이야기했잖아? 당신이 우리 집앞까지 여러 차례 와서 보고 가놓고, 왜 거짓말을 해? 당신이 과거 남자와 연애하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나한테 했잖아? 이번에 아이를 가졌다는 것도 내 아이가 아닌 것이 확실한데,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치는 거야? 당신이 꽃뱀 같아서 내가 멀리하게 된 거잖아? 당신 때문에 나는 지금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고, 이혼까지 당하게 생겼어. 그러면 우리 아이는 불쌍해서 어떻게 해? 내가 이혼 당하면 아이를 데리고 나올 테니까 당신은 나와 결혼해야 될 거야!”

 

“정말 당신 나쁜 사람이네요. 유부남인 사실을 속여서 연애를 해놓고, 아이까지 배게 한 다음 마누라와 짜고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거야? 지금!”

 

공칠은 순간적으로 흥분했다. 물컵을 들었다 꽝하고 탁자를 내리쳤다. 그런데도 창남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잘못했다가는 곧 경찰을 부를 표정이었다. 공칠은 그 다음부터 곧 바로 창남의 뒤조사를 했다. 창남은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를 하다가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창남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어 그것을 가지고 여자가 꼬시고 있었다. 효숙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여자를 건드려서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부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서 부인으로 하여금 상대 여자를 만나 유부남과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약점 잡아서 오히려 돈을 받고, 여자를 떼어놓았다.

 

부인은 몇 번 이런 일을 해보더니 아주 프로가 되었다. 창남은 여자를 만날 때 반드시 직장이 있는 여자만 골랐다. 그래야 나중에 부인이 돈을 받아내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보통 천만원에서 3천만원까지 돈을 받아냈다. 창남은 그 돈에 손을 대지는 않고, 모든 돈은 부인이 받아서 부인이 알아서 쓰도록 했다.

 

부인은 처음에는 창남이 바람 핀 것을 알고 무척 흥분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당연한 법률사무로 생각하고 무감각해졌다. 공짜로 목돈이 들어오니 기분도 좋았고, 부인은 창남과 잠자리에 흥미를 잃은지 오래되었고 애정도 완전히 식은 상태였기 때문에 창남이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묵인해주었다.

 

이런 묵인의 대가로 창남은 돈 있고 능력 있고, 체면 있는 여자를 만나서 부인이 나중에 돈을 뜯어내게 도와주었다. 그러면서 창남의 부인은 밖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서 성관계를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공칠이 뒷조사를 해서 밝혀낸 사실은 이 정도였다. 하지만 법은 이런 경우 어떻게 효숙을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결국 창남의 부인은 효숙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제기했고, 효숙은 창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했다. 공칠이 소개해 준 젊은 여자변호사가 효숙의 사건을 맡아 변론을 했다.

 

법원에서는 오랜 재판 끝에 효숙의 편을 들어주었다. 효숙은 창남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판결이 났다.

 

그 대신 효숙이 창남을 상대로 위자료청구소송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창남은 효숙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칠은 나중에 효숙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보았다.

 

‘혼전 성관계를 가질지 여부는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도 스스로 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결혼을 한 사람인지 여부는 성관계를 맺을 상대방을 선택할 때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되는 사실이다.’ 맞는 말이었다.

 

‘어느 일방이 자신의 혼인사실에 관해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고지하거나 상대가 착오에 빠지도록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유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대당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공칠은 판결문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론이 500만원이라는 사실에도 코웃음을 쳤다. 유부남이 총각 행세를 하고 미혼인 여자와 수십차례 성관계를 하고 재미를 보았는데, 그에 대한 위자료가 고작 500만원이라니 우스웠다.

 

아이를 임신시키고 낙태를 하게 해서 몸을 망가뜨린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었다. 공칠은 만일 자신이 효숙의 형제라면 법으로 가지 않고 창남을 때려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었다. 남자의 급소를 공격해서 성불구자로 만들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모두 남의 일이기 때문에 공칠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연히 다른 사람의 부정의에 대해 흥분할 필요가 없고 냉철한 마음으로 공칠은 자신이 맡은 일만 열심히 하기로 했다.

 

효숙은 판결문을 받아가지고 속이 무척 상했다. 소송비용도 못미치는 500만원을 받으라니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판결이었다.

 

변호사 말로는 그 돈도 강제집행을 해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창남 앞으로 된 재산을 찾아야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는 말이었다. 효숙은 속이 상해 공칠 앞에서 울었다. 두 사람은 같이 술을 마셨다. 효숙은 혼자 소주를 세병이나 마셨다. 공칠도 따라서 소주를 다섯병이나 마셨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텔에 가서 하루밤을 보내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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