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유부남이 싱글이라고 거짓말하고 미혼녀와 간음을 하다

 

공칠에게 어떤 젊은 여자가 찾아와 상담을 했다. 나이가 30살인 장효숙은 3개월전에 37살인 정창남을 우연히 만나 연애를 했다. 장효숙은 미혼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창남은 효숙을 만나면서 매너가 아주 좋고 돈을 잘 썼다. 효숙은 창남에게 마음을 주었고, 성관계를 허락했다. 창남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창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을 열심히 하다보니 결혼을 할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말했다. 효숙은 이말을 믿었다. 만일 효숙이 창남이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효숙은 더 이상 창남을 만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효숙은 법대를 졸업해서 유부남을 만나 연애를 하거나 성관계를 맺으면 그 자체로 형사처벌되는 범죄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그 유부남의 배우자인 부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되고, 그에 따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남은 효숙에게 늘 자신은 미혼인 사실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창남이 효숙에게 결혼하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아니었다.

 

창남은 그냥 미혼의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데이트를 하고, 성관계를 계속하자는 것이었다. 효숙도 이미 여러 차례 남자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꼭 결혼할 사이는 아니어도 그냥 데이트하고 성관계를 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창남은 효숙과 취미가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아 두 사람은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고, 술도 같이 마시고, 모든 비용은 창남이 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피임을 잘못해서 효숙은 창남의 아이를 가졌다.

 

효숙은 창남에게 아이 가진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상의했더니, 창남은 갑자기 자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화를 냈다. 그러면서 혼자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 효숙은 분명 그 아이가 창남의 아이인데, 너무 서운했다. 그래서 하소연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문자메시지를 창남의 부인이 보고 난리를 쳤다.

 

아니, 왜 유부남을 꼬셔서 아이까지 가졌다면서 그 이유는 뭐야? 돈을 얼마나 뜯어내려고 한 거야?”

사모님!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창남씨는 결혼했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아직까지 사업에 바빠서 결혼하지 못했다는 말을 수없이 했어요. 저는 창남씨가 총각인줄 알았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당신 몇 살이야? 내 남편이 서른 일곱 살이고 아이가 여섯 살인데 총각이라고! 정말 이렇게 뻔뻔하게 새빨간 거짓말을 계속하면 내가 당신 회사를 찾아가서 1인 시위를 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효숙은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큰일이 났다. 만일 그 부인이 회사에 찾아와서 왜 유부남과 붙어먹었느냐고 떠들면 창피해서 회사를 다닐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법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처녀가 유부남과 성관계를 계속했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불륜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창남에게 전화를 해서 상의를 하려고 했더니, 창남은 효숙의 전화를 차단해놓고 있었다. 효숙은 창남의 전화번호밖에 모르고 있었다. 창남이 살고 있는 집도 모르고, 창남의 사무실이나 영업장소도 모르고 있었다. 아는 것은 오직 전화번호 하나였다.

 

창남은 나타나지 않고 숨어있는 상태에서 창남의 부인은 계속해서 효숙을 괴롭혔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3천만원을 달라는 것이었다. 효숙은 미칠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자신은 철저한 피해자였다. 그래서 심부름센터를 찾아왔고, 공칠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공칠이 효숙의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인 민첩에게 사건보고를 했다. 민첩은 공칠에게 말했다.

 

아직 자네가 순진해서 그래! 이 여자가 애인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100% 거짓말이야. 그걸 믿는 자네는 바보 천치야. 하지만 그 남자가 아이를 배게 해놓고 잡아떼고, 부인이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같이 짜고 한다면 그건 나쁜 O이야. 그러니까 그 불쌍한 여자를 도와줘. 너무 큰 돈은 받지 말고 도와줄 수 있는 데까지 도와줘.”

 

 

 

81. 불륜현장에서 붙잡힌 남녀가 흥신소 직원에게 확인서를 써주다

 

커피숍에는 종업원 한 사람 이외에는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갑자기 공칠이 화를 냈다.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이런 나쁜 O이 있나? 당신 판사 아냐? 사회적으로 최고의 인테리고, 존경받는 판사잖아?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바람 피어놓고 뻔뻔하게 그런 소리를 해? 우리가 돈을 뜯어내는 공갈배인줄 알아? 우리는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는 순순한 마음을 가지고 당신 같은 위선자들을 잡아내서 매장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이야.”

 

옆에서 공칠의 친구가 거들었다.

“알았어. 당신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거 같으니까 내일 당신이 근무하는 법원장 앞으로 사진 100장을 보낼게. 그리고 당신이 근무하는 검찰청으로 똑 같은 사진 100장 보낼테니 알아서 해. 자 이제 우리는 그만 가자. 이런 더러운 인간들하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고, 시간 낭비야!”

 

정신과 정희는 큰 일이 났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잘못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불륜관계가 아닙니다. 오피스텔에서 커피만 마시고 나온 것뿐이예요.”

“아니,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유부남이 다른 여자와 이 시간에 오피스텔에 가서 커피만 마셨다고? 당신 고자야? 아니면 이 여자가 성불구자야? 좋았어. 그러면 지금 오피스텔에 가서 우리가 그짓을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해볼게. 그리고 커피는 어떤 커피를 마셨는지 말해 봐.”

 

정신은 오피스텔에 들어가면 커피 머신도 없고, 커피 마신 쓰레기도 없기 때문에 곤란했다. 그리고 크리넥스도 그냥 휴지통에 버리고 온 것 같아 성관계 증거가 그대로 확보될 것 같았다. 그래서 오피스텔은 들어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알았어. 그러면 지금 내가 경찰에서 112신고를 해서 경찰관과 같이 오피스텔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서 확인할 게. 당신들은 그냥 돌아가!”

“아니! 무슨 경찰에 신고를 한다는 겁니까?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아! 당신들은 법을 몰라서 그래. 이 오피스텔은 판사나리 부인이 사놓은 거야. 그러니까 두 사람은 주거침입죄가 되는 거야.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남의 방실을 무단히 들어간 것으로 형법 제319조에서 말하는 방실침입죄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성관계를 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경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한 거야. 내가 고시공부를 오래 했어. 그리고 내 애인이 현직 경찰관이야. 그러니까 내가 당신들보다 법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어. 알았지?”

 

“이 오피스텔은 우리 집사람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떻게 주거침입이 된다고 하십니까? 우리는 법률전문가이지 않습니까?”

 

“그럼 지금 당신 부인을 이리로 오라고 할게. 누구 말이 맞는지 대질조사를 해야겠어. 만일 당신 말이 거짓이라면 아구통을 돌릴테니까 그렇게 각오하고 있어.”

 

공칠은 곧 판사의 아구통을 칠 것처럼 오른쪽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러면서 거피숍 세멘트 벽을 한번 세게 쳤다. 벽이 울렸다. 지진이 난 것 같았다. 천정에 있는 전등이 흔들거렸다.

 

판사와 검사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 더 이상 이 사람들과 싸웠다가는 자신들의 불륜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커질 것을 알았다.

 

“우리가 어떻게 해주면 좋아요?”

“일단 오늘은 두 사람이 확인서를 써. 오피스텔에서 같이 세시간 동안 있다가 나왔고, 성관계를 1시간 진하게 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써. 그리고 내일 저녁에 다시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해.”

 

정신과 정희는 기가 막혔다. 자신들이 연애를 한 것 가지고, 이런 깡패같은 건달들이 뒷조사를 해서 약점을 잡아가지고 공갈을 치는 것이었다. 정신과 정희는 단지 공무원이라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꼼짝 못하고 이런 나쁜 사람들에게 끌려다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터지면 두 사람은 망신을 당하고 공무원으로서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 주변에 알려지면 창피해서 사회생활하기도 곤란하다. 분명 이것은 정신의 부인이 시킨 일일 것이었다. 정신은 자신이 제대로 처신을 하지 못해 정희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미안했다.

 

정희는 정신이 원망스러웠다. ‘유부남이 연애를 하려면 집안 단속을 잘 해야지? 이런 사태를 만들고 있나? 정말 한심하다.’

 

네 사람은 부근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정신과 정희는 하는 수 없이 확인서를 작성해서 사인을 해주었다. 내용은, ‘오피스텔에서 성관계를 1회 했다.’는 취지였다. 확인서를 작성하는 모습도 모두 촬영했다.

 

판사 부인은 공칠이 이와 같이 확실하게 불륜현장을 잡아서 두 사람으로부터 확인서까지 받아온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후한 사례를 했다. 판사 부인은 이러한 확인서를 기초로 해서, 자신의 남편인 판사를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바람을 피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만일 앞으로 한번 이라도 바람을 피면, 부인에게 위자료로 1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그리고 판사 부인은 자신의 남편과 바람을 핀 여자 검사도 만나서 두 번 다시 남편을 만나지 않을 것이며, 만일 한번이라도 만나면 검사직을 즉시 사표를 내고, 위자료를 1억원 배상하기로 하며, 불임수술을 받는다는 취지로 무시무시한 각서를 썼다.

 

여자 검사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그 남자 판사가 정말 나쁜 인간이며, 유부남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다른 여자를 만나고 성관계까지 하고 있었나 생각하면서 세상에는 믿을 놈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

 

남자 판사와 여자 검사는 자신들이 현직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법을 무시하고 남의 사생활을 뒷조사하여 캐고 다니면서, 무식하게 공갈을 치고, 각서를 쓰도록 강요죄를 범하는 인간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약점을 잡히면 꼼짝없이 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80. 불륜의 남녀가 흥신소 직원들에게 붙잡히다

 

강정신 판사는 어렵게 공부를 해서 판사가 되었다. 아버지가 주식을 하다가 파산선고를 받았고, 그 때문에 강 판사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공부를 하였고, 오직 공부만 하였기 때문에 판사가 된 것이었다.

 

판사가 된 정신은 직업적인 중매인의 소개로 부잣집 딸과 결혼을 했다. 정신이 결혼한 동기는 부잣집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이 경제적으로 워낙 고생을 하고 살았고, 고생한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했다.

 

정신이 판사가 된 후에 처갓집에서 마련해준 아파트에서 살고, 처갓집에서 자동차도 사주고, 생활비도 대주었기 때문에 신혼 때 무척 행복했다.

 

그런데 결혼하고 6개월이 지나서 문제가 생겼다. 부인의 옛애인이 나타나서 부인을 괴롭혔다. 그 남자 주장은 강 판사의 부인 고선정이 1년 넘게 연애를 하다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을 버리고 판사와 결혼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보상해주지 않으면 선정의 남편이 판사이기 때문에 남편이 근무하는 법원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공갈이고 협박이었다.

 

하지만 선정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 남자를 아무 이유 없이 버리고 판사와 결혼했기 때문에, 만일 그 남자가 법원에 가서 시위를 벌이면 남편이 판사생활을 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선정의 아버지는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가 그 남자를 만나서 3천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그 남자는 1억원을 요구했다.

 

이런 문제가 생기자 강 판사는 결혼 전에 알고 지내던 추 검사를 만나서 결혼생활을 애로사항을 털어놓고 어드바이스를 구했다. 추 검사는 강 판사에게 그 협박범을 고소해서 처벌하자고 했으나, 정신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육체관계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추정희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검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독신으로 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해서 부부 사이에서 받아야 하는 속박이 두려웠고, 특히 임신해서 아이를 출산해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다만, 성에 대해서는 아주 개방적이었고, 자유연애주의자였다. 서로 사랑하면 연애할 수 있고, 육체관계는 그에 부수되는 생리현상으로 생각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정희는 정신이 부인과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고, 정신이 부인 때문에 받는 정신적 고통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정신과 잠자리를 해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희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박금배 사장과도 가끔 육체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박금배 사장과 내연관계를 맺은 것은 아니었다.

 

박 사장은 정희가 자신보다 훨씬 젊고 특히 여자 검사였기 때문에 같이 만나 시간을 보내고 연애를 하는 것에 엄청난 보람을 느끼고 자신 또한 사회적 신분이 상승된 것처럼 착각에 빠졌다.

 

그래서 정희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돈을 많이 썼다. 다만, 박 사장은 이미 많은 여자관계를 경험했기 때문에, 육체적인 잠자리에 있어서는 정희는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공부를 많이 하지 않고 장사만 하고 사업만 했던 박 사장은 검사라는 엘리트 여자와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정희는 박 사장이 매우 듬직하고 신뢰가 갈 뿐 아니라, 여자에게 너무 자상하고 많은 배려를 하고, 정희를 만나는 것 자체를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희가 편리한 때에 시간을 내주었다. 정희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박사장을 만났다.

 

공칠은 친구 2명과 함께 정신과 정희 두 사람이 오피스텔에서 세시간 가량 머물다가 저녁 10시경 나오는 것을 순차로 붙잡았다. 먼저 정희가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것을 붙잡고 가지 못하게 했다.

 

왜 유부남과 바람을 핍니까? 저희가 모든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아니 당신들이 무언데, 사생활에 간섭을 해?”

저희는 그럴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정희는 순간 아차싶었다. 핸드폰으로 정신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 공칠 일행이 정희의 핸드폰을 빼앗았다. 정희가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공칠 일행은 정희를 가로막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주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5분쯤 지나 정신이 오피스텔에서 나왔다. 정희가 이상한 남자들과 시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정신이 소리를 쳤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야?”

우리는 두 사람이 바람 피는 것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떨까요?”

정신은 순간적으로 상황파악을 했다. ‘! 이 사람들은 흥신소 직원들이구나!’

그래서 정신과 정희는 공칠 일행을 따라서 부근에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선생님은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현직 판사이고, 여자 분은 현직 검사입니다. 현직 판사가 유부남으로서 현직 여자 검사와 연애를 하고 바람을 피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저희들은 오랫 동안 두 사람의 뒤를 미행하여 많은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당신들 원하는 게 뭐요? 돈을 원하는 겁니까?”

79. 검사가 자신이 처리한 사건 피의자와 사적으로 만나다

 

민첩은 판사 부인을 불러서 공칠이 있는 자리에서 중간보고를 했다. 그러면서 민첩은, “우리 팀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바깥 분은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늦지만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고, 혼자 이런 저런 취미생활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판사 부인은 이상하다고 했다. 여자의 직감으로 분명히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민첩은 더 사건을 진행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판사 부인은 민첩과 공칠이 조사하였다는 내용에 대해 신뢰가 갔는지, 민첩의 말대로 추가비용을 냈다. 공칠은 계속해서 판사의 뒤를 밟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판사는 퇴근하고 시내에 있는 호텔 커피숍으로 가서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로 판사의 차를 뒤따라 가서 호텔에서는 공칠의 여자 친구 정연을 커피숍으로 보냈다.

 

판사는 호텔에서 먼저 11층 룸으로 올라가고 곧 이어 그 여자도 같은 룸으로 올라가서 세 시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판사와 여자는 따로따로 룸에서 나와 각자 호텔을 나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판사는 그 여자와 같은 호텔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룸에서 두 세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것이었다.

 

공칠은 묘한 흥미를 느꼈다. 판사 부인에게는 이런 중요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혼자 정밀추적에 들어갔다. 몇 번의 이런 호텔에서의 밀회를 하던 판사와 그 여자는 어느 날, 오피스텔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공칠은 자신의 고등학교 친구 두명을 불러서 도움을 받기로 했다. 아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판사가 만나는 여자는 현직 검사였다. 두 사람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은 그 지역에서 이름 있는 건설회사의 사장 명의로 되어 있었다.

 

여검사 정희는 일년 전에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박금배사장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6개월 동안 고소고발사건으로 박금배사장을 수사하여 불구속으로 송치했다.

 

사건의 규모나 내용으로 보아 박사장의 사건은 당연히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할 사안이었다. 때문에 추검사도 추가조사를 철저히 했다.

 

수사관을 시키지 않고 추검사가 직접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했다. 불구속으로

송치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여러 번 소환해서 조사를 했다.

 

한번 조사하면 보통 5시간 정도 걸렸다. 박사장은 자신이 피의자로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잘못하면 구속도 되고 징역도 가며, 그러다 보면 회사는 부도도 날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추검사에 조사를 받을 때는 여검사의 얼굴 표정, 목소리, 열심히 조사하는 태도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다.

 

박사장은 추검사가 추궁하는 질문에 부인하거나 변명한다기 보다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추검사를 도와주고 싶었다.

 

이런 과정에서 추검사도 박사장에게 묘한 인간적인 동정심이 일었고, 박사장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관행적인 편법을 사용했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은 아니라는 심증을 형성하게 되었다.

 

추검사는 장시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사장이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이 피의자나 범인으로서 아니라 자신을 여자로서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육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박사장은 매우 의리있는 남자였고, 주변 사람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며 회사 운영도 모범적으로 하고 있었는데, 라이벌 경쟁사에서 모함하는 내용으로 박사장 회사에서 나쁜 짓을 하다가 퇴사한 사람들과 결탁하여 고소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박사장은 변호사를 사서 자신의 사건에 대한 변론도 열심히 했다. 박사장의 변호사는 여자 변호사였다.

 

그 변호사도 검사생활을 하다 나왔기 때문에 추검사의 선배로서 박사장의 사건에 관해서 충분한 변론을 할 수 있었다.

 

무려 4개월에 걸친 오랜 수사 끝에 추검사는 박사장의 사건에 관해 대부분 무혐의처분을 하고 일부 업무상횡령사실에 대해서만 벌금처리를 하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박사장은 너무 고마웠다.

 

추검사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쉽지 않았다. 박사장은 자신의 여자변호사를 통해 같이 만나자고 했지만, 여자변호사가 즉각적으로 거절했다.

 

박사장은 추검사가 퇴근하는 것을 회사 직원을 통해 동선을 파악한 다음 어느 날 직접 추검사를 만났다.

 

그래서 어렵게 차를 마시는 기회를 가졌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박사장은 추검사와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사건은 이미 종결된 후이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말고 편하게 지내자고 하였다.

 

박사장은 사업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추검사에게 오피스텔을 마음대로 사용하라고 얻어주었다.

 

78. 공직생활을 하면서 바람을 피는 남자의 심리는 무엇일까?

 

판사 부인은 남편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남편의 이름과 주소, 직장 이름, 남편 자동차번호, 남편 핸드폰, 남편의 주요 일상, 취미 등에 관해서 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판사 부인은 부잣집 딸이었다. 그런데 친정에서 판사와 결혼시키기 위해 중매비도 3천만원이나 주고 딸을 결혼시켰고, 강남의 고급 아파트도 사주고, 생활비도 다 대주었는데, 바람을 피고 있으니 머리가 돌아버릴 상황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흥신소를 통해서 상대 여자를 확인하고 그 여자를 만나서 관계를 끊도록 할 생각이었다. 다만, 남편이 잘못하면 판사생활을 못하게 될 우려가 있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을 하고 있었다.

 

판사 부인은 민첩과 공칠에게 이런 저런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특별히 비밀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일이 잘 해결되면 나중에 두고 두고 현직 판사 부인으로서 흥신소를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줄 것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공칠은 일단 여자 친구를 불러서 협조를 부탁했다. 공칠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여자 친구가 뒤에 타고 사진을 찍은 역할을 담당했다.

 

공칠과 여자 친구는 오토바이에서 서로 꼭 껴안고 다니니까 관찰대상자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공칠은 대상자인 판사가 퇴근할 때마다 판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미행했다. 판사는 어떤 때는 택시를 타기도 했다. 무슨 회식이 있는 경우에 그랬다.

 

공칠과 여자 친구는 매일 복장을 바꾸었다. 어떤 때는 나이 들어 보이게 입고, 어떤 때는 아주 젊은 복장을 택했다. 선글래스를 쓰기도 하고 수시로 변장을 했다.

 

열흘 동안 뒤를 쫓다보니, 결국 파악한 것은 그 판사가 어떤 여자를 고정적으로 만나서 오피스텔을 다니는 것이었다.

 

그 오피스텔은 다른 남자 명의로 되어 있었다. 판사는 여자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하고 항상 그 오피스텔로 가서 두 시간이나 세 시간 있다가 나오는 것이었다. 오피스텔에 같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여자가 먼저 들어가고, 판사는 20분 내지 30분 있다가 들어가는 것이었다. 나올 때는 판사가 먼저 나와 기다렸다가 여자와 같이 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다.

 

공칠이 판사 부인 사건을 맡아서 처리하고 있는데, 뉴스를 보니, 어떤 판사가 불륜사실 때문에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하는 사건이 보도되었다.

 

해당 판사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 때문에 그런지 뉴스에 판사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그 판사 부인의 얼굴도 나오지 않았다.

 

뉴스에서 그 판사는 오랫동안 다른 여자와 내연관계를 맺어왔다고 한다. 판사 부인이 판사의 여자관계를 의심하고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부인은 상처까지 입었다는 사건이었다.

 

뉴스에서는 이 사건이 판사의 재판업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가정 내의 문제이지만, 다른 사안과 함께 징계에 회부되어 최종적으로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공칠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공칠은 열심히 공부하려고 했지만, 공부하는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서 그랬는지 결국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특히 소에 대한 공포심과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랬다. 하지만 공칠이 만일 공부를 잘 해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판사까지 되었고, 그 덕분에 부잣집 딸과 결혼까지 했다면 자신은 절대로 다른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부인은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보나 마나 얼굴도 예쁠 것이고, 몸매도 좋을 것이고, 좋은 대학교도 나왔을 것이고, 성격도 좋을 것이고, 남편에게도 잘 했을 것이 아닌가?

 

물론 판사 부인이라고 해서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공칠은 아직 어리고 세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판사 부인이 못생겨서 성형수술이나 많이 하고, 몸매도 나쁘고, 대학교도 못나왔거나 꼴찌로 졸업했거나, 성격도 나쁘고, 남편 알기를 뭣같이 알고 무시하고 잘못 대해주고, 시집부모를 학대하거나 무시하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그런 좋은 위치, 환경에 있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현직 판사님이 좋은 아내를 두고 밖에 나가 다른 여자, 그것도 아내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하고 성관계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그런 외도문제가 왜 공식적으로까지 문제가 되었을까 하는 게 궁금했다. 그런 바람 피는 문제를 아내 이외의 제3자가 신고를 하거나 고소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같이 바람 피는 여자가 앙심을 품고 판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거나 진정서를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여자 역시 판사를 보호해야 할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그 여자 역시 판사와 마찬가지로 판사 부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가 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 여자와 판사는 판사 부인에 대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이른바 위자료를 물어주어야 한다.

 

공직자가 바람을 피다가 문제가 되고 망신을 당하는 경우는 대개 유부녀와 연애를 하는 경우다. 이때에는 그 유부녀의 남편이 불륜사실을 알게 되면 가만 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대가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물고 늘어지면 공무원은 사회적 신분과 명예가 있기 때문에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려면 벌벌 떨면서 상대가 요구하는 돈을 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간통에 대한 위자료는 보통 3천만원 정도 되는데, 상대가 재벌이거나 공무원, 그것도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몇 억원도 받아낼 수 있다.

 

유명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하던 사람의 차에 다친 피해자의 경우도 운전자가 국회의원 아들이거나 현직 검사라면 그 자리에서 천만원 이상도 받아낼 행운의 찬스를 얻게 되는 세상이다.

 

공칠은 그 전에 어떤 아주 높은 공직자가 부하 여직원을 간음했다는 사실로 언론에 크게 부각되고, 위계간음죄 및 강제추행죄로 징역을 몇 년 살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느낀 것은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명예가 있는 남자는 정말 여자관계를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남자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공칠은 그러한 것은 모두 돈 있고 능력 있는 남자들의 문제이지, 자신처럼 대학교도 못나오고 평범하게 사는 남자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천지 세상 영역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칠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남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그때는 모두 자신보다 선배인 팀장의 지시를 받고 팀원으로서 보조역할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칠이 단독으로 혼자서 판사의 뒷조사를 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사회적 신분이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공칠은 아주 특별한 관심을 가졌고 업무수행에 있어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판사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사생활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판사가 퇴근하면 매일 뒤를 따라 다녔다. 처음에는 판사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평일 퇴근하면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거나 다른 남자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어떤 때는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았다. 가끔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하고, 음악회에 가거나 미술작품전시회를 들르기도 했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도 참석하고 어떤 때는 혼자 저녁 식사를 하고 맥주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도 했다. 판사는 매우 외로워보였다. 늘 표정에는 고독이 서려있었고, 어두었다.

 

세상을 아무런 재미 없이 그냥 살아야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판사 부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뒷조사에 착수한 지 보름 동안 미행한 결과는 이처럼 특이동향이 없었다. 공칠은 민첩에게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77. 바람난 사람을 미행해서 상간녀를 확인하는 임무를 담당하다

 

숙경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조용하게 살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질속이 숙경을 찾아갔다. 숙경은 외로움을 심하게 느끼고 있던 차에 다시 옛날 생각이 나서 질속과 사랑에 빠졌다. 질속은 너무 행복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가을 밤이었다. 은행잎이 진한 색깔로 정원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었다. 달빛이 은은하게 창문을 비쳤다. 숙경은 베토벤의 월광소나타를 서툰 솜씨로 치고 있었다. 낙엽이 피아노 선율을 따라 숙경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가을바람은 선선하게 가벼운 아픔으로 가슴에 부딪혀왔다.

 

숙경은 질속의 진실한 마음에 점차 감동이 되어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또 정육이 나타났다. 숙경에 대한 자신의 권리주장을 했다.

 

원래 숙경은 내 애인이었어. 나에게 처녀성을 바쳤던 여자야. 내 아이까지 가졌다가 불가피하게 낙태를 했던 거야. 숙경은 나만을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손을 떼는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육은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살고 있으면서 이런 억지주장을 하는 것이었다. 숙경에게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었다. 질속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너는 정말 나쁜 인간이구나! 숙경이 너에게 처녀를 바친 것도 아니고, 네가 강간을 했던 것이잖아? 낙태를 한 것도 네가 책임지지 않고 버렸기 때문이고, 나와 관계를 끊었던 것도 너였잖아? 뿐만 아니라 숙경이 비참하게 되어서 고향을 떠난 다음에도 너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나 피다가 지금은 결혼까지 한 사람이 어떻게 지금 와서 숙경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거야?”

 

질속은 정육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숙경에게 누구를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숙경은, “당신들 두 사람 모두 좋아하지 않아요. 이제는 모두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보고 질속은 더 이상 숙경에 대한 관계를 유지했다가는 골치가 아플 것이고, 정육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고 숙경에 대해 손을 떼었다.

 

그 후 정육은 계속해서 숙경을 괴롭혔고, 그 때문에 숙경은 커피숍을 아는 사람에게 맡긴 다음 부산으로 가버렸다.

 

이 때문에 질속은 정육과 원수가 되었다. 정육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치가 떨렸다. 정육 때문에 숙경을 놓친 것이 그렇게 아깝고 한이 되었다.

 

이런 사실을 민첩이 나이 들어 알게 되었고, 민첩 역시 정육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얼마나 못된 짓을 하였고, 나쁜 인간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런데 이번에 구직원서가 접수되어 면접을 본 공칠이 바로 질속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었다. 만일 민첩이 공칠을 채용해서 직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되면 아버지는 민첩을 아들로 생각하지 않고 호적에서 파버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민첩은 공칠이 마음에 들었고, 한편으로는 공칠을 통해 공칠의 아버지에게 복수도 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민첩은 아버지에게는 이런 사실을 일체 비밀로 하기로 하고, 일단 공칠을 직원으로 뽑았다.

 

민첩은 공칠을 수제자로 만들 생각이었다. 민첩은 모든 것이 긍정적이었다. 민첩이 시키는대로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민첩은 우선 공칠에게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하는 법을 가르쳤다. 배우자의 불륜을 확인해 달라는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기존의 기술자들에게 공칠을 부쳤다.

 

예를 들면 어떤 사장 부인이 의뢰를 해온다. 사장이 애인을 두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까 그 여자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민첩은 베테랑 요원 세명을 담당자로 정한다. 먼저 사장을 미행한다. 처음에는 오토바이 한 대로 시작한다.

 

그 다음 사장이 차로 이동하면 오토바이 한 대와 차량 한 대가 동시에 따라붙는다. 일주일 정도 따라다니면 대략 사장이 가는 모텔, 사장이 얻어놓은 오피스텔 등이 파악된다.

 

사장이 애인과 같이 모텔이나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다. 때로는 사장의 핸드폰을 복제한다. 사장 자동차에 비밀녹음장치를 부착한다. 이때는 의뢰인인 사장 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착수금은 대략 3백만원 내지 5백만원에서 출발한다. 돈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눈치를 봐서 바가지를 씌운다. 공칠은 이런 일이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사람의 은밀한 사생활을 조사하는 것은 너무 스릴이 있었다.

 

그러다가 공칠은 어떤 판사 부인의 부탁으로 내연녀를 찾아내는 일을 맡았다. 당시 회사에서는 중요한 일이 너무 많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민첩은 공칠에게 이번 케이스는 혼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판사 부인은 남편이 공무원이라 그 빽을 믿고 살아서 그랬는지, 흥신소에 의뢰를 하면서도 매우 고압적인 자세였다. 용역비도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합해서 2백만원밖에 줄 수 없다고 했다. 흥신소 직원을 완전히 무시하고 머슴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민첩의 입장에서는 흥신소에 뒷조사를 의뢰하는 사람도 법에 위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경찰에서 흥신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도 판사 부인을 물고 들어갈 야비한 생각에 비용은 다른 사건에 비해 적게 받아도 일단 맡아서 처리하기로 했다.

 

공칠은 사건담당책임자로서 판사 부인을 만나서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미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 및 자료를 받았다. 마치 경찰관이 어떤 사건을 맡아서 향후 수사계획을 수립하고 제보자를 만나서 상세한 설명을 듣고 구체적인 수사에 착수하는 것과 똑 같았다.

 

76. 숙경이 서울로 가서 부잣집 외아들과 결혼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오다

 

그 후 몇 년 동안 숙경은 그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우둔도 숙경에게 연락할 길이 없었다. 질속은 정육의 소식은 가끔 들었다. 정육은 숙경과 헤어지고 술집에서 만난 다른 여자와 진한 연애를 하면서 아주 행복하게 지낸다는 소문이 들렸다.

 

질속은 숙경이 준 그림을 방에 걸어놓고, 숙경을 잊지 못했다. 일년 동안은 숙경 때문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숙경은 어떤 때는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어떤 때는 악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꿈속에서도 여러 번 숙경과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나왔다. 한참 하고 있는 도중에는 꼭 정육이 나타나 사정만은 절대로 못하게 했다.

 

정육은 때로는 질속을 발로 걷어차서 숙경의 배 위에서 나가 떨어지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매우 긴 칼로 질속의 그 부분을 잘라버리기도 했다.

꿈속에서였지만 질속의 그것이 칼로 베어질 때는 너무 아팠다. 엣날 중국에서 행해졌다는 거세형도 낭심을 제거하는 것이었지, 남자의 그것 자체를 자르는 형이 아니었는데, 정육은 너무 잔인했다. 질속의 그것이 칼로 제거되자, 곧 바로 숙경의 그 부분에 남성이 솟아나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서는 질속이 숙경을 임신시켰는데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태아가 아니라, 숙경이 그린 그림에 있는 토끼가 들어있었다. 숙경은 그 토끼의 초음파사진을 보고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다. 질속은 그 순간 숙경이 악마로 보였다. 이런 꿈을 꾼 다음 숙경은 질속의 꿈에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질속도 마음을 잡고 생활하고 있었다. 질속이 서른살 되던 해에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 숙경이 다시 나타났다. 숙경은 정육과 헤어지고 아이를 낙태한 다음 서울로 올라가서 지냈다.

 

그러다가 어떤 부잣집 외아들을 만나 연애를 했다. 그 외아들은 숙경의 그림에 빠져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돈많은 부모 입장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나중에 자신들의 전 재산이 외아들에게 돌아갈 것인데, 날나리 같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결혼시켜달라고 하니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흥신소를 시켜서 숙경의 뒷조사를 시켰다. 흥신소에서는 숙경이 대학교도 중퇴하고 정육의 아이를 가졌다가 낙태수술을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부모들은 펄펄 뛰면서 반대를 했다. 하지만 외아들은 막무가내였다. ‘예술을 하는 여자는 정신이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연애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임신하였다가 낙태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오직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였지만, 나이 먹은 부모 입장은 전혀 달랐다. 대학교도 다니다 말고, 어린 나이에 임신 낙태를 한 여자를 무엇 때문에 부잣집에서 며느리로 받아들여야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모는 외아들에게 이미 많은 재산을 사전증여형식으로 옮겨놓았다. 외아들은 숙경과 결혼식도 하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다. 숙경에게 화실도 차려주었다. 자가용도 사주었다. 숙경은 마음을 잡고 그림을 열심히 그렸다.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지 숙경은 예전과 달리 동물 그림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형태로 그렸다.

 

뱀이나 악어 등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새나 사슴 등이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림 속의 여자의 이미지는 부드럽지 않은 채 남성성이 강했다.

 

숙경은 외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 임신 5개월이 된 상태에서 두 사람은 중국 여행을 갔다. 56일의 단체여행을 갔다가 버스가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때문에 숙경의 아이는 유산되고, 외아들은 현장에서 즉사하는 비극을 겪었다. 숙경은 병원에서 오래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고 서울 생활을 정리했다.

 

남편이 받을 모든 손해배상금은 숙경이 받았고, 남편 앞으로 되어 있던 재산도 모두 숙경이 단독으로 상속을 받았다. 이럭 저럭 해서 숙경은 재산이 30억원이 되었다.

 

숙경은 서울 생활에 정이 떨어졌고, 사랑했던 남편이 없고, 뱃속에 있던 아이마저 유산되자 서울이 무서워졌다.

 

그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온 숙경은 작은 화실을 하나 차리고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75. 짝사랑하는 여자의 애인이 나타나 서로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다

 

민첩은 공칠의 가족관계에 대해 상세하게 물어보았다. 특히 공칠의 아버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다. 공칠은 아무 생각없이 모든 것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차가운 공기가 극심한 해방감을 안겨주었다. 마치 죽은 사람과 폐쇄된 꽉 막힌 동굴 안에서 언어의 유희를 하다가 추방된 느낌이었다.

 

민첩은 깜짝 놀랐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더니, 허공칠은 민첩 아버지 나질속과 원수지간인 허정육의 아들이었다. 민첩은 아버지와 공칠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옛날 일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질속이 25살 때 아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다. 정숙경은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주로 동물과 여자의 그림을 그렸다.

 

모든 그림에 여자와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장면을 그렸다. 여자는 약간 남성스럽게 생겼고, 동물은 약간 여성스럽게 생겼다. 여자가 동물을 안고 있는 장면이거나 동물과 싸우는 장면을 신비스럽게 그렸다. 사람들은 숙경의 그림에서 이상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질속은 숙경에게 푹 빠졌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숙경의 환심을 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난리를 쳤지만 숙경은 요지부동이었다. 우둔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어느 날 질속은 참을 수 없어 숙경이 혼자 외출하는 것을 뒤따라가서 붙잡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사랑해요. 같이 식사 해요.” 숙경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갑자기 무슨 사랑이예요?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숙경은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우둔을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간 레스토랑은 호숫가에 있었다. 때는 은행잎이 아주 진하게 변한 가을이었다. 선선한 바람이 가슴을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창밖으로 연인들이 팔장을 끼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레스토랑에서 같이 식사를 할 때 숙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질속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질속은 와인을 시켰다. 숙경도 좋다고 했다. 두 사람은 와인을 마셨다. 가을의 정취 때문에 술이 제멋대로 들어갔다. 두 사람은 취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걸었다. 자연스럽게 팔장을 꼈다. 벤치에 앉아 있다가 질속은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갑자기 어떤 남자가 질속의 머리를 내리쳤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공칠의 아버지 허정육이었다.

 

이런 못된 인간들 봤나? 남의 애인을 데리고 놀아!” 질속은 아차 싶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아올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진행된 상태였다. 정육은 말했다. “한번만 더 집적대면 너는 죽을 줄 알아!”

 

이 일을 겪고나서 질속은 숙경에게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았다. 한달쯤 지나서 길에서 숙경을 우연히 만났다. 숙경은 질속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다. 술집에서 숙경은 울면서 하소연했다.

 

허정육은 내가 싫어하는데도 나를 강제로 강간한 다음 꼼짝 못하게 구속하고 있어요. 그 사람을 벗어나기 위해서 서울로 가려고 해요.” 질속은 갑자기 정의감이 솟았다.

 

이 여자를 허정육이라는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겠다. 그러면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며칠 후 질속은 정육을 만났다. “미안하지만, 숙경에게서 손을 떼! 숙경은 당신을 싫어하고 있어.”

 

두 사람은 무서운 격투를 벌였다. 결과는 질곡의 비참한 패배였다.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질곡이 숙경 때문에 목숨을 걸고 정육과 결투를 벌이다가 크게 다치자, 숙경은 마음이 움직여졌다.

 

나 때문에 고생이 많아요. 정육씨와 정리가 되면 질속씨를 만날게요.” 이 말에 질속은 흥분했다. 몸이 아픈 것은 싹가셨다. 그런데 몇 달 있다 보니 숙경은 정육과 헤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정육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질속은 숙경에게 임신중절수술을 받으라고 했지만, 숙경은 낙태를 하면 천국에 못가고 지옥에 떨어져 유황불에 던져진다면서 절대로 낙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숙경은 여전히 정육은 절대로 사랑하지 않으니 자신이 정육과 헤어지고 질속에게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다.

 

5개월이 지난 다음 숙경은 자신이 그린 그림 한 점을 가지고 우둔을 찾아왔다. 배가 표가 나게 불러있었다. 집에서 나와 원룸에서 혼자 생활한다면서 낙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숙경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숙경이 질속에게 준 그림은 숙경 자신을 이미지한 여인이었다. 그림에서 여인은 풀밭에 누워있었고,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여인의 배 위에 올라가서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토끼의 이미지는 질속이었다.

 

여인의 표정은 토끼의 행위를 아주 더럽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토끼는 행복한 표정이었으나, 그렇다고 여인과의 성행위를 아주 간절하게 원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질속은 숙경이 그림을 통해서 자신을 농락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74. 여자들에게 인기가 너무 좋아서 바쁜 나날을 보내다

 

나민첩 사장은 인물도 탤런트 같아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하늘을 치솟고 있었다. 부인과는 별거를 하면서 수시로 애인을 바꾸면서 생활했다. 주로 돈이 많은 여자들이 나사장에게 목을 매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들이 타고 다니는 외제차는 대부분 나사장의 것처럼 보여졌다. 사생활은 엉망이었지만, 자신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은 대단했다. 민첩의 꿈은 세계에서 최고 실력있는 흥신소를 만드는 일이었다. 미국에서 합법화되어 있는 탐정회사를 한국에서 성공시키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민첩은 평소 체력관리를 위해 운동도 꾸준히 했지만, 몸에 좋다는 뱀탕을 즐겨먹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김민첩 사장의 별명은 날으는 독사였다. 민첩의 체력은 정말 대단했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에는 공무원을 접대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고, 10시가 되면 황제의 침실처럼 꾸며놓은 전용 오피스텔에서 잠자리실력이 탁월한 여자 애인과 관계를 열심히 한다.

 

새벽 6시에는 반드시 일어나 준비를 하고 회사로 가서 직원들과 왕복 2킬로미터 구보를 한다. 그 다음 사우나에 가서 몸을 푼 다음 회사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출근을 해서 일을 열심히 한다.

 

민첩의 애인들은 교대로 민첩과 잠자리를 하지만, 아무도 그런 사실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았다. 민첩의 정력이 워낙 세고 테크닉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들과 관계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 여자들은 민첩에게 자신들의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을 지켜줄 것을 부탁했다. 같은 여자끼리 혹시 서로 아는 사이라면 곤란하고, 그중에는 유부녀도 있어서 비밀이 새면 가정파탄이 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것은 민첩은 이런 여자들에게 전혀 돈을 쓰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은 여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민첩의 애인이 되면 그 여자들은 민첩을 어떤 방법으로든지 도와주려고 애썼다. 민첩 회사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든가, 주변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어 민첩 회사가 흥신소일을 맡도록 해주었다.

 

커피숍 가맹점에 가입하도록 연결도 시켜주었다. 만일 어떤 여자가 민첩에게 그런 사업상 도움을 주면 민첩은 보답하는 차원에서 그 여자에게 다음 달, 잠자리의 기회를 두배로 주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것을 그 여자에게는 두 번씩 만나는 특혜를 베풀어주었다. 이것은 묵시적인 합의사항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이런 특전은 관행으로 정착되었다.

 

이 때문에 여자들은 더욱 열심히 민첩의 사업을 도와주려고 애를 썼다. 물론 이런 민첩의 여자관계는 철저하게 비밀로 했다. 직원들에게도 민첩의 오피스텔은 알려주지 않았다. 직원들은 민첩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아파트로 알고 있었다.

 

공칠은 서울에서 재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아버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나 공칠에게 아버지 하는 일은 도저히 자신의 적성과는 맞지 않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하기 싫은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공칠은 군에 입대했다. 해병대를 지원해서 들어가서 고된 훈련을 받았다.

 

해병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온 공칠은 여기 저기 취직할 곳을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흥신소로 유명한 민첩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입사지원원서를 보냈다.

 

공칠은 이력서에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버지가 사업을 잘 하고 있어 아버지 일을 도와주면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는 사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경찰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 흥신소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내용으로 적었다.

 

그리고 해병대에서 아주 열심히 군복무를 해서 사령관표창까지 받았다고 적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예 해병대에서 장기복무를 지망해서 평생 군에서 근무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자꾸 전역하라고 해서 부득이 제대를 했다고 적었다. 채용만 해주면 목숨을 바쳐 일을 배우고 충성을 다하겠다고 썼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너무 잘 썼기 때문에 공칠은 민첩 사장 앞에 가서 면접을 볼 기회를 얻었다.

 

면접실은 특이했다. 검찰청 특별조사실처럼 유리창은 하나도 없는 작은 사각의 공간이었다.

 

벽은 모두 하얀색으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CCTV도 설치되어 있었다. 면접은 오직 민첩 사장만 보았다. 민첩 사장은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잠바 차림으로 나타났다.

 

메모지도 없고, 찻잔도 없이 오직 하얀색 탁자위에 마주 앉았다. 의자도 순백의 흰색이었다. 형광등도 백색으로 마치 수술실처럼 원형으로 중앙 가운데 아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너무 하얗기 때문에 공칠의 눈에는 마치 민첩 사장이 투명인간처럼 보였다. 마치 죽은 영혼처럼 느껴졌다. 민첩은 아주 낮은 소리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공칠도 따라서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답변했다.

73. 민첩이 흥신소를 차려서 본궤도에 오르다

 

나질속의 아들 나민첩은 지역에서 흥신소로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역 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나민첩 사장은 자신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비밀로 하고 있었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사장이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 결혼을 해서 가정이 있는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몰랐다.

 

사장의 본명은 나민첩인데, 실제 사회생활을 하는데 사용하는 이름은 다섯 개나 되었다. 영어 이름도 있었다. Wilson Na라는 이름을 때때로 사용했다. 일본 이름도 가지고 있었다. 다나까라는 이름도 명함에 써있었다. 한국 이름도 ‘나택수’ ‘나반석’ ‘나명석’ 등 여러 개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민첩 사장은 자신이 사용하던 이름을 가진 사회 저명인사가 사망하거나 구속되면 그때부터는 절대로 그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 이름이 재수 없는 이름으로 밝혀졌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나두환, 나태우 등의 이름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일년 넘게 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사장의 이름이 자꾸 바뀌니까 헷갈렸지만, 민첩은 어떤 이름을 사용해도 전혀 착오가 없이 완벽했다.

 

민첩은 흥신소에서 직원을 뽑을 때에는 반드시 공수부대나 해병대 출신만 뽑았다. 민첩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은 부하직원을 모두 데리고 1박2일로 특수훈련을 했다. 야간산행을 하기도 하고, 암벽등반을 하기도 하고, 바닷가에서 보트를 빌려서 해병대에서 하는 상륙작전도 훈련을 했다. 직원들은 다른 훈련은 심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해안상륙작전까지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너무 맹훈련을 해서 일부 직원들은 훈련 도중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고, 상어에 물려 죽을 뻔 하기도 했다. 직원으로 채용되면 일단 태권도 도장에 등록을 하고 무조건 이단까지는 의무적으로 따야했다. 여직원도 예외는 없었다.

 

사업이 번창하고 직원수가 많아지자, 민첩은 1월 한 달 동안은 특별훈련을 실시했다. 새해를 맞아 열심히 일을 하자는 각오를 다진다는 차원에서 매일 새벽 7시에 직원들을 회사 앞에 집합시켰다. 운동복을 입고 구보를 했다. 회사에서 출발해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찰서와 검찰청까지 뛰어서 행진을 했다.

 

뛰면서 외치는 구호는, ‘정보강국’ ‘멸사봉공’이었다. 정보를 통해 강대국을 만들고, 공익을 위해 사익을 희생시킨다는 뜻인데, 실상은 흥신업을 염두에 둔것이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흥신강국’이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정보강국’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런 내막을 몰랐기 때문에 민첩의 회사가 ‘IT사업’을 하는 전자회사인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상당한 규모의 재벌회사인 줄 알았다. 그리고 ‘멸사봉공’이라고 하니까 마치 공무원들이거나 공기업직원인 줄 알았다. 나중에는 복장을 해병대 유니폼 비슷하게 맞추어 단체로 입었다.

 

시간이 가면서 더욱 기술이 발달해서 선두 주자는 태극기를 손에 들고 뛰었다. 도중에 쓰러지는 직원들을 생각해서 돈을 주고 병원 응급차를 후미에서 천천히 따라오도록 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얼마 있지 않아 지역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물론 민첩의 회사는 부동산컨설팅회사와 커피숍프랜차이즈 회사도 겸하고 있어, 민첩은 그룹의 회장자격으로 소개되었다. 이렇게 훌륭한 기업인으로 소개가 되자, 민첩의 회사에서 새로 직원을 뽑는다고 하면 최소한 천명 이상 구직자가 몰려들었다.

 

민첩은 전화도청하는 기술은 기본이고, 휴대폰을 복제하는 기술까지 습득했다. 아울러 DNA 검사하는 전문가와 문서감정인, 녹취사 등과도 제휴를 맺었다.

 

민첩은 경찰관이나 시청 직원과도 긴밀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민첩은 공무원들을 접대하기 위해서 평일에는 매일 술집에서 살았다. 단골로 다니는 식당도 한식, 중식, 일식, 세 군데를 정해놓고 반드시 그곳만 다녔다. 보안 때문이었다.

 

식당의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정해놓고 민첩 일행이 식당에 가면 그 방에 서빙하는 직원도 늘 하던 사람만 하도록 했다. 식당에서는 민첩을 공인중개사로만 알고 있었다. 주로 오피스텔을 분양대행하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민첩은 시내에 오피스텔을 무려 20개나 가지고 있었다. 그 많은 오피스텔을 월세로 주었는데, 대부분 성매매를 하는 포주들이 한꺼번에 오피스텔을 여러 개 빌려서 성매매 여성들로 하여금 오피스텔에서 2교대로 성매매를 하도록 하고 있었다.

 

민첩은 이런 사장을 잘 알면서 특별히 이런 포주들에게 월세를 놓았다. 그 이유는 이런 성매매업자들은 수입이 좋았을 뿐 아니라, 약점이 있었기 때문에 월세를 제때에 주지 않아 법적 분쟁이 생기면 큰일 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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