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현직 검사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뉴스를 보다

 

민첩 아버지가 윤정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데 TV에서는 현직 검사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대검찰청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간부급 검사를 상대로 감찰과 동시에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대검찰청은 법무부에 해당 검사의 직무 배제를 요청하면서 감찰과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사표 수리를 보류해 달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아니, 세상에! 또 저런 일이 났구먼. 정말 한심하다. 검사라는 자리가 어떤 자린데, 할 일이 없어서 여자 추행이나 하고 있나? 그 검사 부인이나 자녀, 부모형제는 어떤 심정일까?”

“글세 말이예요. 결혼도 했을텐데, 집에서 하면 돼지, 왜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질까요?”

“그러니까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해. 여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니까 저런 문제가 생기는 거야. 여자가 좋으면 은밀하게 시간을 가지고 정성을 다해서 여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섹스를 해야 하는데, 우리 나라 남자들은 급해서 그래. 여자에게 잘 해주지 않고 그냥 공짜로 쉽게 하려고 하니까 저런 말썽이 생기는 거야.”

 

“아마 이번 검사사건은 강간을 했다는 것이 아니고, 회식 장소에서 여자를 만졌다는 것 같아요.”

“성추행이라고 하니까 강간한 건 아닌 것 같네. 다만, 공개된 장소에서 남자가 여자를 만지면 그게 추행인 거고. 죄질이 무거운 거야. 성추행이란 성적으로 더러운 짓을 했다는 뜻이야. 원래 성이란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은밀하게 해야 아름답고 의미가 있는 것이지, 여러 사람이 보는 곳에서 대놓고 여자를 만지면 당하는 여자는 심한 모욕감과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될지 뻔한 것 아냐.”

 

“맞아요. 사랑은 은밀하게 두 사람만이 있는 곳에서 하는 거예요.”

“아무튼 저 검사 신세 조졌네. 앞으로 변호사도 못하게 될 거고. 그 잘 나가던 검사 옷벗고 놀고 있으면 동네에서도 창피해서 못나가고 굶어죽을 거 아야. 참 불쌍한 인생이네.”

“그러게 말이예요. 남자란 참 이상한 동물이예요. 그런 욕정을 못 참아서 저런 짓을 할까요?”

“성추행이란 욕정을 참지 못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여자를 무시하고 장난처럼 만지는 경우가 많아.. 어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들은 그런 성추행으로도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기는 하지만..”.

이런 대화를 하면서 민첩 아버지는 자신처럼 여자를 성의껏 대하고 정성을 다해서 모텔에 가서 진한 섹스를 하는 남자는 정말 멋있고 대단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많이 배운 검사는 여자를 다루는 데는 완전히 파이인 상태고 서투르게 여자 엉덩이나 만지다가 성추행으로 형사입건되고 조사를 받고 파면되고 전과자가 되고, 개망신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민첩 아버지는 절대로 모르는 여자의 신체를 응큼한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지하철 같은 혼잡한 곳에서 젊은 여자의 신체에 자신의 그것을 접촉시키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새삼스럽게 다짐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만나고 있는 윤정은 아주 소중한 섹스 파트너, 인생 동반자였다. 그래서 더욱 잘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첩 아버지가 또 다른 뉴스를 보니, ‘아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해 다른 남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사가 있었다. 경찰은 그 남성을 살인미수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칼로 피해자의 목부위를 찔렀다. 다행이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아마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사는 모양이었다. 유부남을 만나면 이런 위험한 일을 당할 소지가 있다. 그걸 몰랐던 모양이다. 단순한 의심만 가지고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꼭 재판을 거쳐서 엄격한 증거에 의해 부정이나 불륜, 간통사실이 증명되어야 그때 가서 칼로 찌르는 것은 아닌 것이다. 형사재판을 통해 사형판결이 확정되어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 없이 혼자서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고 그 상대로 지목된 사람을 일방적으로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모순이 있고,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남의 아내와는 의심받을 일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건 실정법이 아니라 자연법에 해당한다.

 

민첩 아버지도 전에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유부녀는 만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보면 옛날 자신이 당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건 지독한 고통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사건기사에서 칼에 찔린 남자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밤을 새워 모두 읽어보았다. 댓글 가운데 정말 잘쓴 글이 여러 개 있었다. 모두 경험자들 같았다.

 

성에 관해 평생 연구를 많이 한 교수 같았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유부녀의 불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 수 없을 것이다.

 

부정한 아내 때문에 감방에 갔다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단순히 이론상으로 댓글을 단 사람의 글은 언뜻 보아도 유치하고 현실성이 전혀 없었다. 예를 들면, 아내가 바람을 피면 이혼하면 된다. 단순한 의심만 가지고 칼로 찌르는 것은 안 된다는 것 등이었다.

 

민첩 아버지가 보고 감탄을 한 댓글들은 이런 것이었다. 민첩 아버지가 뽑은 베스트 10 댓글은 이랬다. ① 상대 남자 죽이고 싶은 심정 이해하지만 현행법이 뒷바침 못해 주니. 요즘 니 마누라 내 마누라 따지지 않는 성의식. 여자는 분위기에 움직이고 남자는 남의 것을 선호한다. 모텔과 호텔은 호황이다. ② 50살에 이혼 세 번 한 나로선 이해가 안 간다. 널린 게 여자건만 만다고 여자에 목숨거냐? 바람 피는 건 끝까지 피니깐 쿨하게 버리고 마음으로 날 좋아하는 여자 만나라. ③ 남의 마누라 가까이 했으니 칼침 맞는 것이다. 제발 남의 여자 탐하지 마라. ④ 불륜의 의심은 그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난다. 여자만 촉이 있는게 아니다. 휴대전화가 널려있는 요즘 그 징후는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일부종사, 그것이 너희들 목숨을 지키는 가장 쉬운 길이다. 잘 못 벌리면 개죽음 당한다. ⑤ 배우자가 바람이 나면 걍 깔끔하게 헤어져요. 괜히 살인자 되지 말구요. 나 싫다고 다른 사람 만나는 거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내게 잘해줄까요? 그냥 몸만 붙어 있는게 부부랍니까? ⑥ 바람 피는 짓은 아무나 못한다. 바람피는 놈년들은 따로 있다. 묶어놔도 나가서 바람핀다. 바람피는 것도 바람끼를 타고 난다고 보는 것이다. 바람끼는 절대 못 고친다. ⑦ 부적절한 관계 맺은 년놈 끝장내야 한다. 간통죄 폐지되고부터 남의 쌀로 떡치는 넘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한다. ⑧ 남에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내 모가지에 피터진다. ⑨ 외간남자 앞에서 팬티 내리고 당당히 재산분할 요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다.’ ⑩ 그냥 이혼해라. 사람도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그걸 따져봤자 무슨 소용 있나?

 

 

71, 피나는 노력 끝에 마침내 정력의 챔피온의 자리에 오르다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력을 증강시키는 사업에 매진했다. 그런데 그렇게 1년 반쯤 지났을 때, 정말 놀라운 효능이 나타났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다니나가 우연히 만난 윤정과 연애를 했다. 윤정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로서 수영을 오래 했다. 민첩 아버지는 윤정의 몸매에 빠져 윤정을 꼬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민첩 아버지는 윤정과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같이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갔다. 강변이 보이는 모텔방의 분위기는 멋이 있었다. 강은 바다와 전혀 다르다. 물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강은 정지해 있는 상태고, 바다는 움직이고 있다.

 

바다에서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온다. 파도치는 소리도 들린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준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바다 앞에서 인간은 매우 작은 존재로 느껴진다. 너무 작고 초라해서 마치 밟고 있는 모래알 같은 존재로 추락한다.

 

바닷가에서는 인간은 자신의 영혼의 존재를 망각할 때도 많다. 강물은 다르다. 강물은 흐르는 것인지 정지해 있는 것인지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강물의 색깔은 그때그때 달라진다. 해가 뜰때와 질 때, 그리고 정오의 시간에 강물은 완전히 다른 색깔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모텔 방에 들어가 옷을 벗고 강물을 보고 있는 것은 남자에게는 매우 감정을 고양시킨다. 곧 여자를 껴안고 정사를 벌일 생각에 무척 들떠있는 시간이다.

 

우연히 발견한 거대한 동굴 앞에서 곧 동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여러 가지 신기한 바위를 찾아보고 동굴 속에서 흐르는 물도 찾는다. 그 물은 뿌연 석회석물로 마치 동물의 정액을 연상시킨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바깥 공기와는 다른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는 것처럼 남자는 모텔방에서 여자의 체온 때문에 동굴 안과 같은 따뜻함과 포근함을 느끼게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물은 마치 남자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양수와 같이 느껴지고, 그 안으로 들어가 삭막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윤정도 민첩 아버지가 싫지 않았다. 우선 민첩 아버지가 돈을 잘 버는 능력 있는 남자였고, 윤정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위한 노력을 했으며, 여자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여자를 위해 돈을 잘 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히 호감을 가졌다.

 

두 사람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사를 벌었는데, 일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정신 없이 탐닉을 했던 것이다. 윤정도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 중에서 생애 최고의 남자였다고 고백했다. 윤정도 그동안 여러 남자와 관계를 경험했다.

 

윤정은 처음부터 성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피임만 잘 하면 그것은 단순한 생리작용에 불과했다. 문제는 남자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욕구만 채우면 그만인 것이었다. 윤정이 만났던 남자들은 대체로 여자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섹스를 하고 단시간내에 끝냈다. 그것은 단순히 사정을 하기 위해서 여자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민첩 아버지는 전혀 달랐다. 유부남이라 처음에는 거리를 두었지만, 막상 이번에 관계를 해보니 정말 남자였고 사나이였다. 세 시간 동안 전혀 힘들지 않고 그렇게 좋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일이 끝난 다음 갑자기 윤정은 남자에게 무한한 정을 느꼈다. 이게 바로 속정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런 남자 이외에는 그 어떠한 남자와 관계를 해도 지금처럼 진한 맛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가 매우 소중한 보물로 여겨졌다.

 

민첩 아버지는 42킬로 마라톤 경주에서 세계 참피온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정력이 약한 허약한 남자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권투로 따지면 라이트급에서 비실비실대던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체중을 늘려 헤비급 참피온에 도전장을 냈는데, 링에서 상대를 KO로 녹다운시키고,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한 형국이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강력한 여자 선수를 완전히 녹다운시켜 행복하게 만든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치열한 접전 끝에 지역구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다군다나 국회의원은 4년밖에 임기가 보장이 되지 않지만, 자신의 정력은 앞으로 70살까지는 평생 보장될 것이고, 용불용설이론에 따르면 정력은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하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걱정은 이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받쳐줄 상대가 힘이 좋아야 가능하니, 그런 상대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일단은 지금 일전을 같이 겪어본 윤정이라는 여자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정은 매우 소중한 보물이었다.

70. 정력에 좋다는 산삼을 비싸게 사서 먹으려고 하다

 

민첩 아버지는 당분간 정력을 증강시키는 일에만 집중했다. 남자의 정력이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민첩 아버지가 오직 정력에만 신경을 쓴 이유는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민첩 아버지가 한번 한다면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인 데다가 다른 남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육체적인 파워, 그것도 성행위능력으로 극복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였다.

 

민첩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에 대해 지금까지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매우 단순한 생각으로, 인생에 있어서 남녀 간의 사랑, 그것도 섹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장관이나 재벌, 국회의원이나 성직자도 연애를 제대로 못하고 돈이나 벌고 출세나 하는 것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민첩 아버지는 사랑과 섹스를 전혀 구별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아예 개념 자체가 구별되지 않았다. 민첩 아버지는 남녀 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육체적인 관계, 즉 몸을 섞어서 하나가 되고, 서로 쾌감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적인 사랑은 어렸을 때, 첫사랑의 시절에 이야기이지, 일단 섹스의 맛을 알게 된 이후에는 모든 것이 육체관계라고 믿었다. 하지만 민첩 아버지는 사랑과 섹스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가장 기본적인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고, 누가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무지 그 자체였다.

 

섹스는 기본적으로 동물적이고 본능의 표현이다. 사랑은 정신적인 영역의 문제다. 따라서 사랑은 정신과 육체가 동일한 차원에서 교류되고 교합되어야 가능하다. 정신적 측면이 뒷받침되지 않는 단순한 섹스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단순한 동물적 본능적 행위일 뿐이다.

 

민첩 아버지는 돈은 비교적 잘 벌고 있었기 때문에, 정력에 좋다는 사슴피를 먹으러 다니고, 인삼이나 녹용을 지어서 먹었다. 사슴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사슴피를 먹을 때는 느끼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였지만, 정력에 좋다고 하니까 눈을 감고 들이마셨다. 성경에는 동물의 피를 먹지 말라고 금지하고 있지만, 정력 앞에서는 성경 말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번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어느 유명한 심마니가 입동 전날 캤다고 하는 아랫도리가 통통하고 여체처럼 생긴 도삼(都蔘)을 무려 천만원이나 되는 큰돈을 주고 샀다.

 

심마니 이야기로는 그 산삼만 먹으면 전혀 큰 병을 앓지 않고 100세까지 거뜬히 산다고 했다. 심마니 옆에서 거드는 노파 이야기로는 도삼을 먹으면 남자는 하룻밤에 여자를 열 번 이상 기절시킨다고 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에게 부인의 정력이 약하면 남자도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인들은 남편의 정력이 산삼 때문에 기가 막히게 증강되어 좋아지면, 하는 수 없이 남편이 다른 여자와 그짓을 하는 것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벌들이 첩을 많이 두는 이유는 결국 산삼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했다. 그에 반해서 외국의 재벌회장들은 한국산 산삼을 먹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정력이 약해 첩을 둘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했다.

 

정력이 약한 외국의 대통령이나 재벌회장들은 와이프 한 사람도 제대로 해주지 못하니까 하는 수 없이 오페라나 뮤지컬에 데리고 다니고 해외여행이나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로 와인파티나 하면서 노가리나 푸는 것이라고 했다. 양기가 모두 입으로 올라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민첩 아버지에게는 그런 말들이 너무 현실성 있게 들렸다.

 

민첩 아버지는 그 산삼을 비닐 봉투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민첩 어머니가 그것을 산더덕으로 생각하고 더덕무칠 때 같이 무쳐서 민첩 어머니가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민첩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아니 그 비싼 산삼을 혼자 먹어버리다니, 너무 한 것 아니야?”

비싸 보이지 않았어요. 검정 비닐 봉투에 들어있기에 싸구려 중국산 마른 인삼 가는 뿌리라고 생각했어요. 비싼 산삼이었으면 나에게 말을 해주었어야지요?”

그거 내가 진짜 산삼을 비싼 돈을 주고 사온 거야. 나 혼자만 먹으려고 했는데, 말도 없이 먹어치우면 어떻게 해?”

 

산삼은 모두 가짜예요. 이제 진짜 산삼은 없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요새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전에 모두 다 먹어버린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산삼 좋은 것을 십년전부터 알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당신 산삼 먹고 정력 세어지면 또 나쁜 짓 할텐데, 내가 잘 먹어버렸네요. 앞으로는 정력에 좋은 음식은 먹지 말아요. 정력에 나쁜 고사리 같은 것을 많이 먹어서 정력을 줄여야해요.”

 

고사리는 정력에 나쁘대?”

그럼요. 옛날에 절에 스님들이 정력을 감퇴시키기 위해서 고사리를 많이 먹었다고 하는 속설이 있어요.”

앞으로 도라지는 절대 먹지 않을 거야.”

69. 뱀탕을 많이 먹어서 도인이 된 사부님의 명강의를 듣다

 

민첩 아버지와 같이 술을 마시던 사부님께서는 마침 자신도 화장실에 용변을 보러 나왔다가 민첩 아버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일으켜세운 다음 다시 식당으로 데리고 왔다.

 

사부님! 다른 것은 다 괜찮은데, 혹시 제 중요 부위가 기능을 상실했는지 제일 걱정이 됩니다. 그것만 괜찮다면 저는 모든 걸 용서해줄 수 있습니다. 만일 제가 성불구가 되면 저는 더 이상 살 필요가 없습니다. 그 놈을 붙잡아 없애버리고 저도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합니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의 중요 부위를 천천히 만져서 진찰을 한 다음 별 문제가 없다고 판정을 내렸다. 민첩 아버지는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통증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에게 그 정도 폭행을 당해 큰 외상이 없으면 민간요법으로 자신이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소주 <처음처럼> 한 병을 큰 대접에 모두 따라놓고, 그 위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그리고 민첩 아버지에게 시원하게 들이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술을 마실 때 세모금 안에 마셔야 한다고 했다. 목에 넘길 때 목젖을 세 번 이상 껄떡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술을 다 마신 다음 얼굴을 찡그리면 모든 효과가 소멸한다는 것이었다. 술을 다 마신 다음에 대접을 뒤집어 민첩 아버지 머리 위로 떨어서 다 마셨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의 표시로 민첩 아버지의 급소이자 생명의 부위를 두 손으로 정성껏 감싸야 한다고 지시했다.

 

민첩 아버지에게 그 사부님은 <성에 관한 권위>그 자체였기 때문에, 목숨 보다 더 귀한 <성기능>을 사수하기 위해 사부님의 작전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사부님이 시키는대로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한 병 들이켰더니 몸이 마비되어서 그런지 감각이 다 죽어서 그런지 통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중요 부위가 우뚝 서는 것을 느꼈다.

 

사부님은 민첩 아버지가 폭행 당하기 이전 상태로 정신을 차린 것을 보고 천천히 민첩 아버지의 어리석은 질문에 지혜로운 답변을 해주었다. 민첩 아버지에게는 완전히 세상의 원리와 이치, 진리에 눈이 떠지는 것 같았다. 사부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그야말로 꿀처럼 달고, 생수처럼 시원했다.

 

“12이라는 숫자는 아주 소중한 숫자야. 인간 주변에 인간과 같이 살아가는 동물 12 가지를 <12간지>로 정해놓았어. 12간지 동물 순서는, <, , 호랑이, 토끼, , , , , 원숭이, , , 돼지>. 자네 같은 돼지는 맨 꼴찌에 있어. 유식한 한자어로 말하면,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로 읽어. <자축이 묘지를 사오면 신으로 술을 해>라고 풀어서 외우면 쉽게 외울 수 있어. 자네처럼 머리만 큰 돼지로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어.”

 

사부님, 그런 12간지와 소주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동물 12간지는 각 동물들이 활동하는 시간에 따라서 12개의 시간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자시는 쥐띠의 시간을 말하는데,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를 말해. 쥐는 주로 밤에 활동을 하고 한번에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 풍요을 상징해. 그래서 12간지 중 맨 첫 번째에 올려놓았어. 뱀띠는 9시부터 11시까지로 해서 사시라고 하는데, 이 시간대에는 뱀은 주로 잠을 자고 있어서 사람을 물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거야.”

그런데요?”

그러니까 중요한 사람과 대작해서 술을 마실 때에는 12간지에 따라 12병을 채워서 마시고, 그 이상을 마시면 안 되는 거야. 더 마시고 싶지만 과유불급이라고 좋지 않은 거야.”

 

사부님은 정말 도를 닦은 사람 같았다. 모든 말이 생명의 말씀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소주를 12병이나 마시고 전혀 취한 표시가 나지 않고, 민첩 아버지의 <성기능>이 죽지 않았다는 것까지 맨손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게다가 동물 12간지의 우주법칙에 따라 12병만 딱 마시고 술을 참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같은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까지 갔다 왔는데, 이렇게 밖에 술을 못마시고 그것도 취해서 구두를 신을 때 오른쪽 구두와 왼쪽 구두를 구별할 수 없어 헤매는 자신을 보니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싶었다.

 

민첩 아버지는 어디서 바꾸어 신었는지 집에 와서 구두를 벗을 때 보니 오른쪽과 왼쪽을 바꾸어 신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짝을 바꾸어 신어보니 그렇게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을 먹었더니 발도 서로 바뀐 것으로 생각했다.

 

민첩 아버지는 자신은 아프리카 초원의 동물처럼 그냥 삶에의 맹목적 의지 때문에 죽지 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는 뱀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소주 12병을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들이마시고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얼굴이 붉어진 것도 아니었다. 음성이 거칠어진 것도 아니고 차분했다. 마치 아이스커피만 몇 잔 마신 사람 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오래 먹고도 아무런 성능력에 변화가 없는데, 그 남자는 술을 저렇게 많이 먹고도 아무런 행동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처음과 나중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점에서는 똑 같았다. 똑 같은 남자였다.

68. 민첩 아버지가 성추행범을 붙잡다가 폭행을 심하게 당하다

 

민첩 아버지는 너무나 깊은 절망감에 빠져서 처음 자신에게 뱀탕의 효능을 알려준 옆집 남자를 찾아가 하소연했다.

 

사장님 말씀을 듣고 비싼 돈 들여서 먹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어떻게 된 걸까요?”

뱀탕 먹었다고 곧 효능이 나타나는 건 아니예요. 최소한 몇 달은 있어야 나타나요. 당분간 술을 줄이고 있어요. 여자와 관계를 할 때도 젊은 여자는 피하고 아이를 최소한 두 명 이상 낳은 여자와 천천히 시작해봐요. 젊은 여자와 관계를 하면 효능이 감퇴돼요. 절대 이 원칙을 지켜야 해요. 40살 넘은 여자하고만 해야 해요.”

 

민첩 아버지는 이 남자가 성의 고수라는 사실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권위에 눌려 꼼짝 못하고 그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먹었다. 그날 민첩 아버지는 이 고귀한 진리를 깨우쳐준 남자를 대접하기 위해 술을 샀다.

 

남자는 담담한 표정으로 여자관계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알기 쉽게 강의를 해주었다. 그 남자는 성전문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중국에서 사온 책도 여러 권 읽은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일은 하지 않고, 평생을 <성문제>만 연구하고 살아온 것 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그 남자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자세히 뜯어보니 그 남자는 몸 전체가 남자의 성기처럼 보였다. 말을 열심히 할 때에는 입에서 정자가 수억마리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 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그 남자로부터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흥분해서 술을 많이 마셨다. 그 남자는 아무리 술을 마셔도 취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남자는 술을 민첩 아버지에게 권하지도 않았다. 혼자 따라 마시고, 빈병도 자신이 먹은 것은 따로 쌓아놓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술집을 나올 때 그 남자 혼자 마신 소주병은 무려 12병이나 되었다. 민첩 아버지도 술이 센 편이라 그날 많이 마셨는데, 3병밖에 되지 않았다. 그 남자의 주량에 비해볼 때 25%밖에 되지 않는 저조한 실적이었다. 순간 창피했다.

 

민첩 아버지는 그 남자에게 물었다. “사부님께서는 왜 12병만 마신 것입니까? 12병에 특별한 의미라도 있습니까?”

 

그 남자는 민첩 아버지의 이와 같은 어리석고 우매하고 답답한 질문을 듣자, 한 동안 썩은 표정을 짓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자네처럼 우주의 심오한 이치를 전혀 모르고, 돼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문제야. 하기야 돼지처럼 밥이나 처먹고 돌아다니면 속은 편할 거야. 그러나 돼지 족발에 진주라는 옛말이 있잖아. 그건 바로 자네 같은 불쌍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이야.”

 

민첩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살의(殺意)를 느꼈다. 같이 기분 좋게 술을 마셨고, 술값도 민첩 아버지가 내는 것인데, 그깟 소주 마신 병수가 12개라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는 이유로 갑자기 민첩 아버지를 돼지라고 몰아치고, 족발에 진주까지 등장하니 가만둘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뱀탕의 신화를 깨우쳐주었고, 그 효능이 곧 나타날 것라고 예언해준 도사님을 말 한마디에 지구상에서 없애버렸다가는 후환이 두려웠다. 민첩 아버지는 감방에 가서 뱀탕의 효능을 실험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다.

 

화장실은 식당에서 밖으로 나가서 뒤쪽으로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약간 비틀거리면서 화장실로 갔다. 그때 여자 화장실에서 어떤 젊은 남자가 뛰쳐나오고 그 뒤로 젊은 여자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 여자는 사람 살려요. 저 사람을 잡아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그 남자가 치한이라고 생각하고, 죽을 힘을 다해서 그 남자를 붙잡았다. 그랬더니 그 남자는 오른발로 민첩 아버지의 급소를 세게 찼다. 민첩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그 남자는 쓰러진 민첩 아버지의 낭심만을 골라서 집중적으로 밟았다. 완전히 고의적인 것 같았다. 민첩 아버지는 그 중요한 부위가 망가져서는 비싸게 먹은 뱀탕의 효능이고 뭐고 없어질 것 같아서, 두 손으로 그 부위를 집중 방어했다.

 

그 남자는 민첩 아버지 중요 부위를 12번 세게 짓밟고, 그곳에다 침을 12번 뱉고 곧 바로 시속 16킬로키터로 도망쳤다.

 

67. 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뱀탕을 먹는 방법을 원리원칙대로 철저히 지키다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돈을 온라인으로 이체하고 일주일 후부터 뱀탕을 먹기로 했다. 와이프에게는 비밀로 했다. 현재 거느리고 있는 애인 여자들에게도 절대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뱀탕을 먹어서 성능력향상의 효능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공연히 비싼 돈을 주고 뱀탕을 먹었는데도 자신에게 효능이 나타나지 않게 되면 기계 자체가 처음부터 구제불능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효능이 크게 나타난다고 하면, 뱀탕 때문에 인위적으로 정력이 향상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광어회도 자연산과 양식은 값이 큰 차이가 있고 고기맛도 전혀 다르다. 태생적 변강쇠와 뱀탕 먹은 후천적 변강쇠는 아무래도 상대에게 주는 인식과 선입관에 차이가 있고, 그 때문에 상대의 성적 흥분에도 차이가 날 것이고 혼자 믿었다.

여자 입장에서 볼 때 자연산으로 정력이 좋은 남자가 좋은 것이지, 뱀탕으로 정력이 좋아진 남자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요새 세상에는 음경확대시술이나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치료제로 정력을 위장하는 위장파들이 많기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그런 엉터리부류에 끼고 싶지 않았다.

민첩 아버지는 그래서 자신이 뱀탕을 먹는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나중에 실전에서 자신의 강화된 정력을 보여주면, 역사적으로 위대한 남성으로 길이 빛날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의 정력이 변강쇠처럼 되면, 지금까지 자신의 비실비실함을 알고 있는 여자들과는 더 이상 성관계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갑자기 정력이 세어졌다는 사실을 비밀로 유지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비밀로 뱀탕을 먹고 정력이 세어져야, 그 후부터 새로 만나는 모든 여자들은 민첩 아버지가 타고난 변강쇠로 생각할 것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을 먹을 때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철저하게 지켰다. 뱀탕을 먹을 때에는 여자관계도 삼갔다. 전문가 말로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도 민첩 아버지는 정력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했다.

그런데 막상 여자관계를 하지 않고 참으려고 했더니 더욱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그것은 더욱이 뱀탕을 먹는 이유가 여자관계를 잘 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뱀탕을 먹을 때마다 오히려 여자 생각이 더욱 치솟아서 인내하기가 어려웠다. 뱀탕을 먹을 동안은 술도 끊으라고 해서 술도 못 마시고 너무 고통스러웠다. 코로나 19때 자가격리 2주간 당하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뱀탕집 주인은 민첩 아버지에게 진짜 뱀을 끓여주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게 해서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살아 있는 뱀을 망태기에서 꺼내서 물로 씻은 다음 솥에 넣는 장면부터 보여주었다.

뱀의 눈은 무서웠다. 모두 민첩 아버지를 노려보는 것이었다. 뱀들을 솥에 넣고 나중에 다 꾾인 다음 두껑을 열고 보여주는데, 뱀들이 모두 머리를 꼿꼿하게 쳐들고 죽어있었다. 저런 뱀을 뱃속에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민첩 아버지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뱀탕을 끝까지 먹고 정력을 키워야 할 시대적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내 담담해졌다.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갖은 고생을 하면서 뱀탕을 먹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뱀탕을 먹기 전이나 먹은 다음이나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뱀탕 주인에게 사기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가서 따졌다.

아니, 사장님. 어째서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까?”

글쎄요, 정말 아주 좋은 물건만 사용했기 때문에 틀림없이 달라질 텐데요. 내가 30년 뱀을 취급하지만 선생 같은 분은 처음인데요. 병원에 가서 혹시 성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정밀검사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까지 애도 낳고 여자들하고 잘 하고 있었는데 성불구라니요?”

내가 언제 성불구라고 했어? 도대체 이 사람이 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있어? 당신 생긴 게 잘 못하게 생겼구먼.”

뱀사장은 갑자기 흥분해서 반말이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민첩 아버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내가 생긴 게 어째서 그래? 당신 가짜 뱀 쓴 거 아냐?”

가짜 뱀이라니? 이 세상에 어떻게 뱀 모조품을 만들어? 당신 눈깔로 똑똑히 봤잖아? 살아있는 그 싱싱한 뱀들을 솥에 넣는 것과 나중에 끓인 다음 서 있는 것도 봐놓고 그런 헛소리를 해?”

민첩 아버지는 더 이상 싸워봤자 얻을 게 없을 것 같았다. 뱀 사장은 눈이 꼭 뱀 같았다. 아주 날카롭게 옆 눈으로 쏘아보고, 째져있는 눈이 꼭 뱀이었다. 얼굴 색깔도 누런 게 꼭 뱀 피부였다.

만일 치고 받고 싸우다가 그 집에 있는 구렁이나 독사를 풀어서 민첩 아버지에게 공격명령을 내리면, 그깟 돈 때문에 뱀에 물려 비명횡사할 상황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뱀탕을 먹기로 하다

 

그렇다고 여자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은 할 수가 없었다. 민첩 아버지는 아직까지 조상 대대로 나씨 집안에서는 자살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가문의 영광이며 최고의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다만, 미확인자료에 의하면 6.25 전쟁 끝나고 나서 나씨 집안의 한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어 살아났다는 전설은 들은 바 있었다.

 

그 사람은 별 것 아닌 사유로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했는데, 강물에 떨어진 다음 마음을 고쳐먹고 살아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평소 갈고 닦은 수영실력으로 헤엄쳐서 나오다가 막판에 지쳐서 기절했다.

 

그런데 그때 다른 수영선수가 그 사람도 자살하려고 강변에서 물로 들어가 숨을 쉬지 않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헤엄쳐 오다가 기절한 것을 보고, 우선 그 불쌍한 사람을 구조해놓고, 그 다음 자신은 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그 사람을 꺼내놓았다.

 

그리고 인공호흡으로 그 사람을 살려놓았다. 그랬더니 그 사람이 자신을 구조해준 수영선수에게 생명의 은인이라고 절을 하면서 목을 놓아 울었다. 수영선수도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같이 울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은 지금 자살해야 하는데,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놈>과 같이 울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을 떼어놓고 다시 강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랬더니 구조를 받은 남자가 그 수영선수를 붙잡고 심하게 두들겨팼다. 그 사람은 씨름선수였다. 그래서 힘으로 당할 수 없는 수영선수는 엄청나게 두들겨맞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끝내 자살을 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그 후 서로 화해하고 의형제를 맺어 잘 지냈다고 한다.

 

이처럼 자살률 0%를 자랑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좋은 환경의 사나이>인 민첩 아버지가 정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이승>을 버리고 <저승>을 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만일 이런 이유로 자살하고 저승에 갔다다는 ‘당신은 무슨 이유로 죽었는가?’하고 심판관이 물으면, ‘예. 저는 정력이 약해서 여자를 꼬실 수 없어서 자살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가는 곧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고추 떼고 호두 부셔버리는> 극형에 처해질 위험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새로 이사온 사람과 술을 마시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술을 무척 많이 마셨기 때문에 정력이 무척 약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뱀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을 알게 되어 그 사람 때문에 몇 달 동안 뱀탕을 먹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 후부터 정력의 왕이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뱀탕의 영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 실력 발휘를 할 데가 없어 일차적으로 부인에게 했더니 처음에는 부인이 좋아하다가 일년쯤 지나서는 도저히 그 남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가출해 버렸다.

 

그 남자는 결국 아내와 이혼하고 지금까지 혼자 살고 있는데, 그 탁월한 정력 탓으로 여자들이 항상 줄로 서있다고 했다. 오히려 여자들이 돈을 벌어다가 남자를 도와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핸드폰에서 애인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 다섯 명의 여자들이 속옷차림으로 그 남자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다섯명을 100% 만족시켜 주고 나서 여섯명이 모두 행복해하는 모습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갑자기 눈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뱀탕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았다.

 

“뱀탕은 고상한 말로 생사탕(生蛇湯)이라고 하는 거요. 생사탕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주 강력한 초정력제예요. 조선시대에는 폐결핵이나 중병으로 다 죽어갈 때 먹이면 다시 팔팔하게 체력이 회복되었다고 해요. 고단위 단백질과 22종의 아미노산이 들어있어요. 정력제라는 토코페롤이 많이 함유되었어요.”

 

“제가 궁금한 것은 정말 뱀탕을 먹으면 저처럼 정력이 약하고 조루인 사람도 강해지나요?”

“뱀탕은 비싸서 못먹지, 먹어본 사람들 이야기 들으면 백이면 백 모두, 변강쇠가 되었다고 하니까 그런 질문은 아주 어리석은 우문인 거요.”

“어느 정도 강해지나요?”

 

“지금까지 그런 구체적인 강도의 수치까지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 봐요. 나 바쁜 사람이니까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세요. 공연히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아요.”

민첩 아버지는 머쓱해졌다. 머리를 끄적거리며, “주로 어떤 뱀을 먹는지 궁금해요?”

“주로 구렁이, 칠점사, 까치독사, 화사라고 하는 꽃뱀을 가지고 탕을 만드는 거예요.”

 

<여자를 만날 때 남편이나 애인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남자>

 

민첩 아버지, 나질속은 아무튼 전에 애인 있는 여자를 건드렸다가 죽을 뻔한 다음부터는 유부녀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여자 생각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새로 만난 여자와 연애를 할 때는 정말 혼자 있는 지 철저한 확인과 검증을 확실하게 했다.

 

아무리 여자가 겉으로 보기에 가정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절대로 믿지 않았다. 나이가 젊어도 믿지 않았다. 그래서 여자를 만날 때 우선 집부터 알려고 했다.

 

어떤 여자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 살고 있는지부터 꼬치꼬치 캐물으면 남자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민첩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여자와 헤어진 다음, 그 여자를 몰래 미행하였다. 여자에게 들키면 특수강간범 같은 치한에게 당할까봐 집까지 경호 차원에서 따라간 것이라고 둘러댔다.

 

순진한 여자들은 그 말을 곧이 믿었다. 어느 정도 친해지면 반드시 여자 집안까지 들어가 보았다.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지, 혼자 살아도 다른 남자가 왔다갔다 하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완벽한 검증절차를 거친 다음, 여자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했어도 이혼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 놓고 잠자리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민첩 아버지는 다른 사람의 뒷조사를 하고, 미행하고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기술을 습득했다. 민첩 아버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같은 집에 사는 아들 민첩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수되어서 그랬는지 나중에 민첩은 흥신소를 차려 사장으로서 성공하게 된다.

 

민첩 아버지는 결혼하고 민첩을 낳기 전까지는 몸이 비교적 허약한 편에 속했다. 여자를 좋아하는 기질은 선친으로부터 타고 나서 그런지 사람들이 말하는 색골(色骨)이었지만, 몸은 허약해서 성적으로도 혼자 즐기는 편이었지, 상대 여자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민첩 아버지는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돈으로 때우는 스타일이었다. 정력이 약했기 때문에 여자에게 돈을 많이 씀으로써 여자와의 관계를 겨우 근근히 유지했다.

 

시간이 갈수록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젊고 정력이 강해야 여자들에게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대 사회에서는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경쟁력이 없으면, 남자는 여자 구경도 하지 못하고,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 야동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떤 분야든 남자는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 분야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쌓아야 한다. 민첩 아버지도 여자를 꼬시기 위한 분야에서 자신이 갖추어야 할 경쟁력은, ① 강한 정력, ② 데이트에 쓸 돈, ③ 여자 정서에 맞는 대화기술, ④ 외부 남자의 침략을 방지하는 무기, ⑤ 선한 사람처럼 보이는 위선과 가식이라고 생각했다.

 

민첩 아버지는 다른 사항은 노력하면 다 될 수 있는데, 자신은 정력면에서 85살 먹은 옆집 노인과 거의 도찐개찐 수준이었다. 그래서 항상 실의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같은 동네 99세 먹은 노인보다는 정력이 낫다는 칭찬을 동네 노파에게서 들은 다음 많은 위로가 되었지만, 그것으로 넓은 <연애세상>에 나가 좋은 성과를 낼 자신은 없었다.

 

실제로 민첩 아버지는 마음에 드는 여자를 애써 꼬셨는데, 자신보다 돈은 없지만 젊고 정력이 세고, 밥만 먹으면 헬스장에 가서 살면서 알통과 장딴지 근육을 헤라클레스처럼 만든 건달에게 빼앗긴 경험을 몇 차례 한 다음부터는, ‘돈이 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처음 그런 역사적인 진리를 깨달은 그 날 저녁 민첩 아버지는 천원짜리 100장을 새빳지로 은행에서 찾아다가 강물에 던져버렸다. 그때까지는 돈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었는데, 돈으로부터 철저한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돈 가지고 안 되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만만하게 살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는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65. 임자 있는 여자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소신을 전도하러 다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유부녀와 연애를 하느니, 차라리 거세를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민첩 아버지가 거세까지 할 결연한 남자다운 태도를 보인데 대해서, ‘아무리 그래도 거세하면 남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니까 거세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요새 유행하는 삭발이나 단식을 하는게 어떠냐?’고 적극적으로 만류를 하기도 했다.

 

민첩 아버니는 한번 먹은 마음을 돌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남자가 한번 거세한다고 했으면 거세하는 것이지, 치사하게 삭발이나 단식을 하느냐고 더 강력하게 말했다.

 

민첩 아버지는 삭발은 머리숱이 더 많이 나는 효과가 있고, 단식은 죽지 않으면 다이어트나 대장청소에 아주 효과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쇼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거세(去勢)는 자신처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입장에서는 사형 이상의 형벌이고 고통이라고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동네 사람들 중에 유부녀와 바람을 피고 있는 남자가 있으면, 그 남자를 찾아가 며칠씩 술을 사주면서 유부녀의 위험성과 불륜이 문제되었을 때 남자의 생명은 전쟁이나 쓰나미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몇 달 동안 이런 우매한 남자들을 위해서 민첩 아빠가 쓴 술값만 합계 5백만원이 넘는 기록을 세웠다. 그래도 민첩 아빠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자신이 파산을 하거나 나중에 법원에 개인회생신청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일은 사회 정의와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며, 아픈 경험을 한 자신만이 이 일을 할 적임자라고 믿었다. 민첩 어머니도 신랑이 하는 일이 옳다고 동조했기 때문에 돈 나가는 것을 감수했다.

 

그런데 아무리 민첩 아빠가 그 남자들을 일깨워주어도, 그 남자들은 소귀에 경 읽기였다. 오히려 민첩 아빠에게, ‘당신은 진정한 사랑을 몰라서 그래. 남녀간의 사랑은 이론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야. 우연히 만나서 속정이 들고 어쩌지 못하게 되면, 유부녀든 유부남이든 환경을 극복하고 초월해야 하는 거야. 당신처럼 일신상의 부귀와 영화, 생명 신체상의 안전만 따질 것 같으면 왜 살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어머니 뱃속에서 편하게 거주하고 있으면 좋았을 거야. 그리고 당신 같은 겁쟁이는 위대한 사랑을 쟁취할 수 없어. 그냥 혼자 잘 먹고 잘 살아. 죽을 때 후회할 거야.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랑을 한 사람들은 대개 복합적 애정관계, 삼각관계, 결혼과 이혼을 거친 끊임없는 심각한 투쟁을 하고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뿐이야. 당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당신한테 술을 얻어먹으면 3년 동안 내가 재수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오늘 술값은 내가 낼 거야.”

 

민첩 아빠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머리 나쁜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민첩 아빠가 지난 번 건달에게 당한 역사적 사실을 동영상과 녹화를 해놓았더라면 이 우둔한 백성을 깨우쳐줄 수 있었을텐데, 그때는 공황상태라 미처 이런 준비를 못한게 한스러웠다.

 

이런 진지한 토론을 수십 차례 했지만 남자들은 모두 민첩 아빠와 견해가 달랐고, 철학적 기반도 달랐으며, 성애(性愛)지상주의자들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토론의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이런 지저분한 문제로 자꾸 토론을 하다보니 민첩 아빠는 토론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TV에서 정치평론가나 대학교수, 변호사, 소설가 등이 정치, 경제, 군사, 외교, 검찰수사, 문화, 예술, 스포츠 등의 수만가지 분야에 나와 만물박사인 것처럼 떠들고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박식하고, 논리적이고, 토론을 잘 하는가! 인물도 모두 좋고, 인품도 너무 좋다.’ 이렇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민첩 아빠가 본격적으로 토론의 무대에 나서서 여러 차례 토론을 해보니까, ‘토론을 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둥아리만 가지고 나불대는 놈들이구나!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짧은 시간에 떠들 몇 가지 사항만 준비하고 나와서 떠드는 깊이 없고 한심한 인간들이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들 이름을 잘 지었기 때문에 <민첩> 아버지는 첩을 떼어버렸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친 다음, 나질속은 오래 데리고 있던, 음복수의 애인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나질속이 그 여자 때문에 너무나 많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신체적인 고통도 겪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여자가 음복수가 감방에서 나와서 나질속과의 관계를 따지고 물었을 때, 비겁하게 저 혼자 살기 위해서 나질속이 강제로 강간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서 하마터면 강간범으로 징역을 가거나, 음복수로부터 살해를 당할 곤경까지 빠뜨렸기 때문이었다.

 

나질속은 평소, 사람이 한번 악해지면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 <악한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어떤 나이 든 사람이 페이스북에 써놓은 글인데, 그 글을 본 나질속은 그 말이 진리라는 것을 마치 정수리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명언>이라는 인식이 뼈속까지 깊이 파고들어가 새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질속은 그 후 사람을 만날 때마다 한번 나쁘다는 생각이 들면, 곧 바로 그 사람의 핸드폰번호를 삭제하고 차단해버렸다. 돈을 꾸어준 사람도 더 이상 돈을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끊이버렸다.

 

서로 알던 여자와 잠자리를 하러 모텔방에 갔다가 성관계를 하는 도중에 그 여자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 그 자리에서 성교를 중단하고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모텔을 나온 다음 그 여자의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과단성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우 상대 여자는 갑자기 이 남자가 정신이 이상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자 역시 더 이상 나질속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여자 입장에서는 나질속이 정신이 이상하게 되어, 그 여자를 악마로 오인하고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서 여자를 찾아와서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자는 어떻게 남자가 저렇게 성교 도중에 그냥 나갈 수 있는지, 그것만은 절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갈 때는 가더라도 일은 끝내고 가는 것이 원칙 아닐까 하는 것이 여자의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번 일로 나질속의 첩은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그동안 강한 <전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배경>으로 물러나고, 이제 미해결 과제는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무척 홀가분했다.

 

나질속의 본부인인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지어준 그 역학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아들 이름 때문에 남편이 첩은 떼어버릴 수 있었지만, 아들을 부를 때 ‘첩아!’라고 첩자를 넣어서 부르는 것은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민첩의 이름은 원래 민첩의 아버지가 바람을 피고 첩을 두었기 때문에 민첩 어머니가 신랑이 데리고 있는 첩을 떼어버리기 위해 부적 대신 아들 이름에 ‘첩’자를 넣고, 첩을 없앤다는 의미에서 ‘민’자를 넣은 것이었다.

 

‘민자 무늬’ 또는 ‘첩을 민다’는 이중적 의미에서 역학자가 지어준 것이 일단 역학자 말대로 첫 번째 첩은 당초 예정한 3년 이내에 떨어져나갔지만, 민첩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 후에도 신랑이 바람을 필까봐 늘 걱정하고 있었다.

 

민첩 어머니는 그럴 것 같으면, 처음에 아들 이름을 <민첩>이라고 하지 말고, 아예 무첩(無妾) 또는 무녀(無女), 불능(不能) 같은 이름으로 지어서 남편에게 첩이나 외간 여자가 애당초 접근불가능하게 할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민첩의 아버지가 사업수완이 좋아서 돈을 잘 벌고 있고, 또한 타고난 성격상 씀씀이가 좋고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성격이서 특히 불쌍한 여자들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젊고 예쁜 여자도 좋아했지만, 나이 들어 사별하고 혼자 사는 여자나 남편에게 두들겨맞고 이혼당한 여자에게도 측은지심이 발동해서 술 사주고 밥 사주는 일을 자주 해서 동네에서 인기가 좋았다.

 

다만, 민첩 아버지는. ‘절대 유부녀나 애인 있는 여자는 만나지 않는다. 불륜의 여자는 악마고 꽃뱀이고 가시 있는 장미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지난 번 데리고 있던 여자도 혼자 있고, 한번도 결혼하지 않은 숫처녀라고 해서 많은 돈을 들여서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옛애인이라고 자처하는 깡패 건달이 감방에서 튀어나와 주인 행세를 하면서 여자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더 나아가 민첩 아버지를 죽이려고 난리를 친 역사적인 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나서 깨달은 만고의 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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