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덕 변호사의 문화산책

사기피해자의 심정

형사사건으로 인해 경찰서에 가는 사람들의 심정은 참 착잡하다. 비록 고소인의 입장으로 가도 마찬가지다.

고소인은 범죄의 피해자로서 가해자를 형사처벌하기 위해 고소를 하고, 경찰서에 가서 고소인진술을 한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언제나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이 사기를 당했고, 피해를 입은 것은 확실하지만, 막상 사기죄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상대가 거짓말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허위진술, 거짓증거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거래에서 그때그때 명확한 증거자료를 남겨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몇 년전의 일에 대해 서류로 증거를 대라고 하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늘 고소인은 수사관이 제대로 수사를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국제사기수법

어설프게 인터넷을 하는 사람에게 어느 날 영어로 혹하게 만드는 이메일이 온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 등에 거점을 둔 국제 사기단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사업파트너로 영향력 있고 저명한 당신을 선정했다. 동참하면 큰 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인터넷 사기를 치는 것이다.

주로 선교사업 등의 명목을 내세우기 때문에 목사들이나, 이메일과 전화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텔리 계층이 많이 당한다.

이메일을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상명세를 확보하고 보내는 줄 알고 본인의 이름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스스로 착각한다. 그러다 정작 나이지리아를 방문하면 납치당하고 돈을 뺏기는 등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또한 신용상태 확인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요구한 돈을 송금한 후 나이지리아에 도착해보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는 갑자기 영어로 된 편지를 읽으면서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가 보다 하고 오판을 한다. 그러다가 큰 코를 다치는 것이다.

외국 유학을 가거나 이민을 갔다가 알선업체의 설명과는 전혀 딴판이어서 오도 가도 못하고 국제미아가 되는 사례도 있다. 해외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날리는 경우도 많다.

중국에 투자붐이 불어 몇천만 원씩 투자했다가 경비만 손해보고 사업을 중간에 포기한 사람들도 많다. 또 최근에는 중국에 거점을 둔 전화사기단에 의한 금융피싱 사기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국제결혼사기사건

요새 국제결혼도 많고,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국제결혼사기사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제대로 된 결혼정보회사가 아닌 엉터리 회사 또는 개인사업자가 주먹구구식으로 국제결혼을 중매하다 보니 그런 사고가 터지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중매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한국에서 혼자 사는 남자에게 동남아 미혼의 여자를 소개해주는 경우, 외국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들어왔는데도 정작 신부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와도 몇 달 있다가 다시 돌아가 버리는 일도 있다.

상대의 학력이나 경력도 서류를 위조하기도 한다. 한번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람을 초혼이라고 속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한국에 들어와서 얼마 있지 않고 곧 바로 이혼하거나 가출할 마음을 가진 여자들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인터넷사기사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터넷강국이다. 이러한 인터넷강국의 면모는 사기범죄에서도 강력한 파워를 발휘한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인터넷사기는 상대방의 얼굴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범인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경찰에서는 사이버범죄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수의 인터넷사기사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기꾼을 검거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요새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은 아주 조직적으로, 계획적으로 사기를 친다. 쉽게 경찰에 잡히지 않도록 철저하게 가명을 사용하고, 대포전화, 대포폰을 사용한다.

다른 사람의 은행계좌와 체크카드를 이용해서 사기를 치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되면, 이용을 당한 선의의 또 다른 피해자만, 자신의 은행계좌로 송금을 받았기 때문에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게 된다. 정작 사기꾼 주범은 표면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검거가 불가능에 가깝다.

글로벌시대인만큼 사기는 국제적으로도 이루어진다. 디지털시대에 걸맞게 아주 짧은 시간에 신속하게 거래가 끝나고, 사기꾼은 거액을 챙기고 해외로 달아난다.

해외로 이민 간 사람들이 현지 정착을 돕겠다는 교포들로부터 사기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LA공항에 내리면 현지 교포들이 이민간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고 다가가서 친절을 베풀고 종국적으로는 사기를 치는 사례도 있다.

중국까지 진출해 연변에 사는 조선족들을 한국에 입국시켜주겠다고 사기를 치는가 하면, 조선족들은 한국 사업가들을 속여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해외로 진출하는 많은 기업체들도 현지 사정을 잘 몰라 거액의 사기를 당하곤 한다.

사기범죄의 디지털화·글로벌화

현대사회는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거래가 매우 편리해졌다. 거래 단위도 천문학적으로 커졌다. 국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이 되어, 국경은 더 이상 경제에 있어서 장애물이 아니다.

디지털화, 글로벌화에 따른 사기 양상도 예전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속도가 빨라지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특히 컴퓨터를 이용한 사기가 교묘하고도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 컴퓨터사용사기는 순식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돈을 편취하는 한편, 그 추적도 매우 어렵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기꾼들에게도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있다. 종래의 소박한 일차원적인 사기에서 지능적이고 과학적인 사기로 발전하고 있다. 재산거래에 필요한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의 각종 서류는 물론 특수한 신분증까지도 정밀하게 위조하거나 복사하여 사기에 활용하고 있다.

화폐위조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져서 일반사람들은 위조화폐를 식별하지 못할 정도이다. 금융기관의 정보를 빼내어 예금을 편취하고, 온라인시스템을 이용하여 한 번에 수백억 원의 재산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주문 시스템을 이용한 주식거래 사기도 있다.

나쁜 사람을 끊어라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는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선 안 될 사람이 있다.

사람을 잘못 만나면 그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다. 나쁜 사람을 만나면 나쁜 길로 빠지게 된다.

나쁜 사람을 잘 구별해서 피해야 한다. 잘못 만났으면 하루 빨리 관계를 끊어야 한다. 질질 끌다가 나중에 크게 당한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러면 어떤 사람을 피해야 하는가?

첫째, 사기성이 있는 사람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허풍을 떠는 사람이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다.

둘째, 공연히 친절하게 접근하는 사람이다. 별 일도 없으면서 가깝게 지내려고 다가와서 친절을 베푸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셋째, 심성이 악한 사람이다. 남을 이용하고 악하게 하는 사람이다. 악한 사람은 평생 남에게 피해를 준다.

사기꾼은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 언제 돈을 갚는다고 해 놓고 수 없이 약속을 어긴다.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이 사기꾼의 특징이다. 애당초 지킬 마음이 없으면서 가볍게 약속을 한다.

끊임없는 거짓말과 허풍, 과시가 그들의 몸에 배어 있다. 그 말에 속는 사람만 바보가 된다. 사기사건을 보면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한번 약속을 어겼으면 즉시 관계를 끊어야 하는데 또 거래를 한다. 결정적으로 약속을 어겨 객관적으로 사기범인 사실이 확인되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또 돈을 빌려준다.

나쁜 사람을 구별하는 안목을 키워 거래를 하지 말고 일단 나쁘다고 의심되면 더 이상 상대를 하지 않는 것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 지혜다.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행위

사기죄의 성립요소로서 기망행위는 널리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칙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착오는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인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에 관한 것이든,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든, 법률효과에 관한 것이든 상관없다.

또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하자 있는 피기망자의 인식은 처분행위의 동기, 의도, 목적에 관한 것이든, 처분행위 자체에 관한 것이든 제한이 없다.

따라서 피기망자가 기망당한 결과 자신의 작위 또는 부작위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그러한 행위가 초래하는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착오 상태에서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피기망자의 처분행위와 그에 상응하는 처분의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사기죄의 성립요건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하자 있는 의사에 따른 처분행위로 재산이 이전되는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처분행위는 피기망자의 행위에 의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하자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피기망자의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하므로, 의사무능력자의 행위나 무의식 상태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처분행위가 될 수 없다. 이 점에서 처분의사는 처분행위의 주관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사기죄에서 피기망자의 처분의사는 기망행위로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형성된 하자 있는 의사이므로 불완전하거나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처분행위의 법적 의미나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피기망자의 주관적 인식과 실제로 초래되는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고, 이 점이 사기죄의 본질적 속성이다.

따라서 처분의사는 착오에 빠진 피기망자가 어떤 행위를 한다는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인식까지 필요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