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

어디선가 강렬한 기타소리가 나면
내 가슴도 떨린다
왜 울고 있는 걸까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은
오늘 밤
비를 맞으며
절망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숨이 막히듯 이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뒤따르는 무거운 하모니
우리는 하나였던 것일까

다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네가 남겼던 열정의 흔적이
소리 없이 사라진 시간
너는 한낱 의미없는 그림자처럼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았다

그래도 너를 잊을 수는 없어
너는 존재였고 의미였기 때문이야
네 앞에서 한없이 초라했어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에 갇혀
너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어

어두움속에서
작은 새가 추락하고 있어
날개도 부러진 채
우리 앞에서 신음하고 있어

이미 사랑은 날아간 거야
보이지 않는 곳까지
광란의 축제가 펼쳐지는 곳
그곳에서 죽음처럼 가라앉았어

새벽 파도가 밀려오고 있어
낙엽같은 작은 배가
고기를 가득 싣고 오면
밤을 샌 아낙네들이
뱃속에서 알을 꺼내
사랑의 잉태를 위해
다시 바다에 던지는 거야

이제 잠을 자야 할 시간이야
너의 이름은 이미 지워졌어
파도에 실종된 배 안에
슬픈 사랑은 산산조각이 났어

새벽이 되면
붉은 해는 떠오를 거야
그때 우리는 파란색으로 부활하고
영원에 갈급한 나머지
깊은 심연의 바다속으로 가라앉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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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

 

한 여자가 플랫폼에 서 있다. 작은 가방을 하나 들고 멀리 떠난다. 남쪽 끝으로 가려고 한다.

그녀가 떠나는 곳은 출발역이 아니다. 한 남자가 있는 곳을 떠나려고 한다. 그 남자의 기억을 지우려는 것이다.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남자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 유부남으로서의 한계 때문이다. 가정을 버릴 수 없어서, 오직 한 여자만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여자의 심정이고 지론이다.

 

남자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다른 부분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고 한다. 양립을 주장한다. 사실 시간이 가면 그가 지키려고 했던 가정은 어차피 깨지게 되어 있다. 설사 완전히 깨어지지 않더라도 상처 투성이인 형해화된 형태만 남아있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왜 사랑 때문에 남자의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하는가?’

 

여자는 KTX에 오른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차창을 두드린다. 사랑은 아직 뜨거운 상태다. 사랑이 비를 맞고 있다. 비가 사랑의 온도를 낮추지도 못한다. 비는 거꾸로 사랑의 감촉을 만끽하고 있다. 비가 사랑이다. 사랑이 비가 되고 있다. 밖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여자는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은 추상적이다. 현실적이지 않다. 아마도 사랑이 아닌 꿈속의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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