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성공하는 법 / 작은 운명 (194)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정말 신기했다. <현재범>은 상대에 비해서 체구도 작고, 싸움을 잘 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슨 경찰관이나 검찰청 직원이나, 청와대 행정관 같은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튀겨도 다시 한번>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소주 한잔 하려고 하는데, <현재범>이 코로나 검사를 한 결과 체온도 정상이고, 대구경북지역이나 해외에 다녀온 사실도 없다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이유 없이 포장마차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서 화가 나서 쌍칼을 들고 대들던 신사가 어떻게 순식간에 <현재범>이 보여준 종이 한 장에 기가 팍 죽어서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건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눈이 뚫어질 정도로 열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은, 덩치가 큰 손님이 <현재범>을 두들겨 패거나, 아니면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과일 깍는 칼> 두 개를 휘둘러 <현재범>의 코를 베어버리거나, 머리카락을 모두 베어서 정치인들 삭발한 것처럼 엉성하게 만들어놓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재범>이 완승을 해서, 덩치 큰 상대 남자가 KO패를 당한 것을 보면서 <현재범>이 보여준 종이가, 아마 조선시대 박문수 어사가 차고 다니던 마패를 현대식으로 만들어 종이 위에 <임금님이 암행어사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생각했다.

 

현대 사회는 조선 시대와 또 달라서, 아주 죄질이 나쁜 강도살인범이나, 부녀자를 납치해서 강간하고 돈을 빼앗은 다음 살해하고, 강물에 사체를 던져버리는 나쁜 흉악범들이 많고, 또한 처런 나이 어린 미성년 여성을 상대로 약점을 잡아 성착취동영상을 만들어 팔아먹는 악마와 같은 범인들 때문에, 조선 시대 암행어사에게 임금이 수여한 권한과는 달리, 마패와 같은 서류 한 장에, <악질범죄인 체포 및 즉결처형권>을 부여한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현재범>과 같은 현대판 암행어사는 과거 성춘향 시대와는 달리, “암행어사 출두요!”라고 큰소리를 포졸 몇 십명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암행어사>는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근 파출소와 헌병대, 수도방위사령부대, 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장갑차기갑부대와 즉시 자동연결되어 병력이 출동하는 것으로 알았다.

 

<현재범>은 그 상대 신사를 일으켜 세우더니, 조용히 말을 했다. “당신이 잘못한 것은 없어. 다만, 반성을 하고, 앞으로 잘하겠다고 하니, 내가 한번 봐줄거야. 그러나 지금 워낙 불경기라 내가 관리하는 <튀겨도 다시 한번> 포장마차가 작년 가을부터 너무 손님이 없어 부도직전에 와있어, 그런데다 금년 1월부터는 코로난가, 코쑤시갠가, 어디 중국에서 날라왔다고 하는 무서운 병 때문에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8%가 떨어졌다는 거야. 그래서 포장마차 사장은 만일 이런 식으로 몇 달 더 가면, 자기는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는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비관하면서, 유서를 써서 나에게 보냈어. 나보고 사장의 유서를 보관하고 있다가, 그동안 단골로 3년 이상 매상을 꾸준히 올려준 단골손님들 명단을 보고, 그 중에서 코로나 핑계를 대고 최근에 3개월 이상 한번도 오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서 손을 봐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한 거야. 그래서 내가 이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지금까지 이 사장은 태어나서 포장마차 이외에는 다른 유망한 사업에 눈을 돌려본 적이 없어. 초등학교도 가지 않았어. 집안 형편은 학교를 갈 충분한 여건이 되었는데, 일부러 학교에 가지 않았어. 친구들은 초등학교 입학해서 국어와 산수를 배울 때, 이 사장은 시내에 있는 포장마차를 모두 돌아보았어. 처음 한 일이, 포장마차 주변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무보수로 해주었어. 그런 다음 포장마차 주인들의 잔심부름을 열심히 해주었어. 그러면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 포장마차 운영하는 기법을 배웠어. 그래서 나중에는 <포장마차 성공하는 법> <포장마차에 숨겨진 비밀> <한국 포장마차의 역사> <포장마차사업의 국제적 의의와 가치>라는 책을 모두 썼어.”

 

“아니! 포장마차 사장님이 초등학교도 가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책을 쓸 수가 있었지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응. 그건 맞아. 자네 같이 머리가 돌대가리이고, 사회 경험이 부족하며, 세상 물정을 모르고, 부모 덕에 열심히 일하지 않고, 놀고 먹거나, 돈 있는 여자 꼬셔서 여자 덕에 먹고 살고, 밤에 여자 흥분이나 시키는 놈팽이들은 내 말을 알아듣지를 못해. 평생 그러다가 천국에 못들어가고, 지옥불에 떨어지면 너무 불쌍해. 적어도 내가 한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모두 지옥에 떨어지지 말고, 천국에 입학원서라도 냈으면 하는 게 내가 가진 인류를 위한 작은 소망이야. 그렇다고 내가 로마 교황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오해하면 그것도 나쁜 거야.”

 

“예. 알았습니다. 그 포장마차 사장님은 초등학교도 가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혼자 독학을 해서 글을 깨우치고, 책까지 쓰게 되었다는 말씀이군요. 정말 훌륭합니다. 그 포장마차 사장님이! 언제 한번 뵙고 싶네요. 세계적인 포장마차 대통령을 보고 싶어요.”

 

“아니 거지 같은 놈이 나를 놀리네? 어떻게 초등학교도 못가고 지금도 가나다도 모르고, 숫자도 모르는 포장마차 사장이 글을 깨우쳐서 책을 썼다고 말을 해! 그게 아니라, 책을 쓰기는 썼는데, 본인이 직접 쓴 게 아니라, 머리 좋고 똑똑한 이화여대 나온 여자를 애인으로 두었어. 그래서 포장마차 사장이 책에 쓸 이야기를 말로 불러주면, 그 똑똑한 여자가 녹음을 해주었다가 모두 글로 풀어서 쓴 다음, 사장에게 읽어주면 사장이 자꾸 고쳐서 책이 나온 거야. 이 멍청아! 너는 그렇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니까, 지금까지 만난 여자가 대학교 졸업한 여자는 한 명도 없잖아? 너는 국회의원들이 책 출판한 것 잘 봐! 본인들이 직접 쓴 것은 거의 없다고 들었어. 모두 다른 사람들이 써주는 거지. 물론 내가 그 국회의원을 책 쓸 때 모두 돌아다니면서 감독하지는 않았어. 내가 너무 바빠서 오라고 해도 갈 시간이 없었어. 그리고 그때는 내가 주로 <빵>에서 다른 재소자들 감독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아! 역시 도사님께서는 세상 일을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저도 옛날 애인이 있었는데, 서울대학교 중퇴한 여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서울대를 어떻게 들어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한번은 제가 서울대 캠퍼스를 구경하고 싶어서 같이 가자고 했더니, 캠퍼스를 찾지 못해서 이틀 동안 서대문구를 뱅뱅 돌다가 끝내 포기했어요. 그래서 저는 대학교 졸업했다고 여자들이 모두 머리가 좋다는 말은 그야말로 환상, 허구라고 생각해요.”

 

“알았어.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 해! 나는 지금 바빠. 포장마차 손님들 호객행위도 해야 하고, 또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도 해야 해. 그러니까 자네는 빨리 집에 가서 돈을 가지고 와서 포장마차 매상을 많이 올리도록 해. 그게 자네가 오늘날 이 땅에 태어난 역사적인 사명이야. 자네에게는 특별히 바가지 씌우지 않을테니까 걱정 말고, 5만원 어치만 팔아줘. 그리고 다른 손님들에게는 이집 단골인 것처럼 행세하고, 대한민국에서 최고 잘 나가는 포장마차라고 선전을 해야 해. 그리고 포장마차 사장이 쓴 책에 대해 홍보를 많이 해줘. 알았지?”

 

“예. 도사님 알겠습니다. 집에 가서 현금 가지고 30분 이내에 와서 술 마시고 홍보 대대적으로 할 게요.”

작은 운명 ⑯

 

정현은 윤석을 먼저 보낸 다음 호텔 로비라운지로 가서 커피를 시켰다. 역시 창가로 자리를 잡고 어두워진 밤하늘과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술기운이 강하게 솟구쳤다.

 

그래도 정신은 아주 또렷했다. 정현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 유미와 지냈던 시간을 떠올렸다. 로비라운지 중앙에 그랜드 피아노에서는 어떤 사람이 월광소나타를 들려주고 있었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의 모습이 유미와 오버랩되고 있었다.

 

정현은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유미와 가끔 만났다. 만나면 특별히 하는 일은 없었다. 둘이서 남산으로 가서 걸었다. 걸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했다. 같이 있다가 헤어지면 또 보고 싶었다. 정현은 자신이 마치 피아노를 전공하는 사람처럼 피아노에 몰입했고, 유미 또한 자신이 고시공부를 하는 것처럼 고시생을 이해했다.

 

정현은 자신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시험에 붙어야 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고, 유미는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험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붙는 것이며, 시험에 너무 목숨을 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현은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더 열심히 한 사람들에게 밀려 졸업할 때까지 1차 시험에도 합격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되었다. 병역을 연기하기 위해 부득이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래서 2년 동안의 배수진을 치고 다시 공부를 하기로 했다. 2년 안에 시험에 붙지 못하면 그때는 하는 수 없이 군대를 가야하고, 제대를 한 다음에는 시험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다음 부활절 바로 전날 정현은 유미를 만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정현은 유미에게 자신의 초라함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몇 명의 친구들은 이미 시험에 붙었는데, 자신은 1차 시험도 떨어진 상황이며, 갈수록 시험에 대한 자신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유미에게도 자신이 없고, 일단 헤어지자고 했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렸다. 유미도 따라서 울고 있었다. 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몇 시간이 지난 후 정현이 술에서 깨어보니, 어느 작은 모텔방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불을 켰더니 유미는 쇼파에 앉아 자고 있었다. 술 때문에 속도 아프고 머리도 아팠다. 정현은 깜짝 놀랐다. 미안했다. 서둘러 유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새벽이었다. 두 사람은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한참 동안 걸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현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서 유미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유미는 차에서 내릴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굳은 표정으로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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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⑭

 

9월 초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현은 택시를 탔다. 요새는 카카오택시제도가 생겨서 아주 편하다. 예전에는 콜택시제도만 있어 택시잡기가 다소 불편했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아무리 콜을 해도 택시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택시가 알아서 호출지점까지 온다. 오는 택시번호도 뜬다. 정말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모른다. 과학기술은 그렇게 날이 갈수록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의 의식만 그에 못따라가고 있다. 특히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도덕심은 오히려 더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극심한 생존경쟁의 현실에서 삭막해진다. 극도로 이기적으로 변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사회에 대해 냉소적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아주 제한적으로 좁혀진다.

 

친구도 별로 없고, 대화나 소통도 거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비정한 현실에서도 정현에게 윤석이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특히 삭막한 거대도시인 서울에서 같은 지방출신인 가까운 친구가 있고, 서로 대화가 되며, 수준이 비슷한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택시를 타고 남산에 있는 하얏트호텔까지 가면서 정현은 비가 내리는 서울 거리를 보고 있었다.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정말 거대한 도시에서 아주 작은 개미 같은 존재였다.

 

혼자 아무리 열심히 기어다녀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전혀 띌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거인의 발에 밟힐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개미는 혼자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루 하루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것 같고, 무엇인가 개미가 해야 할 일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고, 에너지를 쏟고 있는 형국이었다.

 

개미는 원래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데, 정현은 혼자 떨어진 외톨이 개미였다. 모두가 낯선 사람들로서 도시의 이방인이었다. 만일 개미가 꺼진 땅속으로 추락하거나, 물을 뒤집어쓰고 헤어나지 못해도 개미를 도와줄 존재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 극한상황에서 개미는 오직 한 곳으로 더듬이를 세우고, 묵묵히 헤쳐다니고 있었다. 그런 개미도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이 달라졌다. 현실에 많이 적응을 했고,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예전과 같은 그런 개미는 아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성숙한 개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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