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걸 그랬지>

 

말을 할 걸 그랬지

가슴 속에 불이 있다고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내가 있다고

그 안에 너도 있다고

 

말을 할 걸 그랬지

그림자가 되겠다고

너의 빛을 보며

구원의 빛을 따라

영원히 갈 것이라고

 

말을 할 걸 그랬지

벚꽃이 되겠다고

그 진한 색깔을 보며

밤하늘에 별처럼

진실을 수놓을 것이라고

 

정말 말을 할 걸 그랬지

강물이 되겠다고

영원한 흐름 속에

너의 이름을 쓰면서

변치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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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건 이별이 아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눈이 부셨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햇살이 가득했다

그 길을 걸으며

너를 가슴에 담는다

 

강을 건너야했다

물살이 센 곳을 지나면서

사랑의 밧줄에 매달렸다

밧줄을 통해 너의 체온이 전해진다

 

작은 배가 바람에 흔들릴 때 시간은 정지했다

아픔과 슬픔이 밀려올 때

우리는 하얀 눈사람으로 변한다

그 안에 까만 사랑이 숨어있다

 

바다가 보이는 포구에는

낯선 갈매기가 졸고 있다

우리는 사랑의 날개를 달고

머나 먼 무인도로 향한다

잊혀지는 건 이별이 아니다

 

네가 남긴 사랑의 밀어가

파도를 타고 표류한다

산산히 부서진 등불 앞에서

붉은 깃발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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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순수를 위하여>

 

 

솔향기 가득한 곳에서

한때 뜨거운 열정이

숲 전체에 퍼진 적이 있다

 

너는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고

나는 거역할 수 없는 시간에

날개를 접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낯선 이방인들의

뜻모를 언어에 부딛힌다

 

어둠이 깔리며

사랑과 미움이 뒤엉켜

수많은 상처를 뿌리고 있다

 

운명 같은 사랑이

사랑 같은 운명이

서로를 짓밟은 채

허공을 보고 있다

 

언젠가 모든 기억마저 사라지고

우리는 고독의 빙점에 서서

얼음처럼 차가운 독백을 읇조리며

삶을 갈기갈기 찢으며 해부하리라

 

그곳에서

오직 하나의 붉은 순수

사랑의 진실만이 불타는 장면을 만나고

그동안 흘렸던 숱한 눈물이

위선의 표피였음을 인정하고

뿌리 없는 사랑의 부존재 앞에

허망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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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의 꿈>

 

 

태양이 이글거리는 정오

고기를 가득 실은 배에서

우리는 샴페인을 떠뜨리고

지폐의 검은 그림자와

욕망의 비릿한 냄새를

온 몸에 가득 채운다

 

며칠을 밤낮 없이 항해했다

꿈에 그리던 도시의 불빛을 따라

불나방처럼 속도를 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살갗의 접촉은 딱딱한 비늘만 늘렸다

 

거친 신음소리에 놀라 깬 순간

모든 것은 허공으로 날라가고

어둠 속의 무인도에 닿았다

 

너와 나는 유일한 존재

노아의 홍수가 끝났을 때

우리는 마침내 방주에서 내렸다

 

그곳은 오히려 평온했다

모든 위선과 가식을 벗고

더러운 욕정을 버리고

군중속의 고독에서 해방되었다

오직 평화와 안식만이 있었다

 

복잡한 이태원의 밤거리보다

낯선 섬에서의 빛과 어두움은

더 선명하게 구별되었다

해가 뜨고, 별이 뜨고

달빛과 반딧불만이

녹슬은 영혼을 비춰주었다

 

삶의 방식이 달라져

남자와 여자의 구별은 희미해졌지만

그래도 사랑은 찾아왔다

거북이의 걸음으로

아주 오랜 시간

우리는 아주 높은 사랑의 언덕을 기어올랐다

그곳에서 몽마르뜨의 초상화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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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

 

 

너 없는 섬으로 갔다

어두운 밤에도

촛불 하나로 견뎠다

잔잔한 파도에

촛불은 꺼지고

내 마음도 꺼졌다

 

너 없이도 섬은 존재한다

갈매기 소리를 벗 삼아

꿈속에서 별을 찾으려 했다

별이 떨어지던 숲가에는

고요한 정적만 흘렀다

 

다시 너에게로 가기로 했다

견딜 수 없는 고독

참을 수 없는 허망함

모든 것이 너에게서 비롯되어

가슴 깊은 곳에 침전된

빛바랜 낙엽이었다

 

그곳에 너는 없다

촛불이 꺼진 시간에

갈매기도 잠이 들었다

네가 없는 곳에는 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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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다는 것은>

 

 

떨어진 낙엽들이 비에 젖는다

물기에 젖은 카펫을 깔아놓은 듯

발소리마저 빨아들인다

대지 위를 구르는 고엽들은

처량한 모습으로

바람을 따라 다가온다

 

무엇 때문에 말이 없을까

긴 시간의 침묵이 두렵다

사랑은 고요를 견디지 못하고

말이 없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포기하고 만다

 

사랑한다면

눈빛을 보아야 한다

선한 그 빛에서

사랑을 찾아야 한다

 

사랑한다면

말을 건네야 한다

진정 사랑한다면

수줍은 사랑을 언어로 색칠해야 한다

 

침묵 때문에

사랑의 색깔이 변하고

고요함의 무게 때문에

사랑은 슬픈 나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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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강물을 따라>

 

 

네가 그리워

너무 그리워

강변을 걸었다

억새풀이 무성한 길을

혼자 걸었다

 

그리움은 강물을 따라

멀리 떠내려갔다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 마음은 그리움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낙엽이 쌓인 곳에서는

그리움도 멈췄다

함께 했던 시간들이

곳곳에 묻어 있다

우리들만의 향내가

짙게 배어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사랑의 향기다

 

강물이 붉게 물이 들었다

사랑을 모두 빨아들이고

거친 숨을 내쉬면서

우리를 돌아보고 있다

강물을 따라 사랑이

밤새 달려가고 있다

 

작은 철새의 음성이 들린다

너에게서 온 새는

사랑의 편지를 물고 있다

새는 편지를 품고

높이 높이 날아간다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편지에 쓰여있는

너의 마음을

노을빛으로 읽고 있다

강물도 나와 함께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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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마침표가 없다>

 

너의 얼굴을 보아도

가라앉지 않았다

밤새 앓던 열병은

네 앞에서도 식지 않았다

열은 너로부터 시작되었으므로

 

너의 음성을 들으면

빈 공간이 채워질 줄 알았다

귓전에 남아있는

사랑한다는 말에도

갈증은 더해만 갔다

사랑은 항상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랑할수록 아프다는 걸

생각할수록 메어진다는 걸

사랑의 나들목에서 알았더라면

이렇게 쓰라리지 않았을텐데

이렇게 가위 눌리지 않았을텐데

 

사랑은 홀로 서지 못한다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기대었던 네가 넘어지면

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운명의 비탈길에서 마주 친

사랑의 검투사를 떠올리며

사랑의 검을 높이 쳐든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낯선 사랑을 위해

비장한 얼굴로 초원을 향한다

 

우리가 찾은 사랑에

종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끝을 모른다

사랑이라는 언어에는 마침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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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창가에서>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짓누르는 바위의 무게를 느낀다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본다

고양이가 의미없는 시선을 보낸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할 말이 남은 모양이다

 

비에 젖은 백일홍이 다가온다

한 때 사랑했던 흔적이

가지에 걸려있다

아픈 상처를 싸매고

하늘을 향한다

바람도 울고 꽃잎도 운다

 

오랜 침묵을 깨고

작은 새의 날개짓을 본다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안타까운 눈길을 남긴다

 

너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질퍽한 대지의 촉감은

하얀 화폭에 뿌려진

붉은 물감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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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면

 

사랑이라면 울지 말아요

당신의 눈물은

내 가슴에 아픔으로 묻혀요

 

아무 말 말아요

당신의 사랑을 느껴요

먼 구름 속에서

슬픈 미소를 보고 있어요

 

, 당신을 원해요

바람에 실어 보내줘요

강물에 띄워줘요

당신의 마음을

밤이 새도록 기다릴 게요

 

우리 사랑을 믿어요

보지 못해도

듣지 못해도

내 가슴에 당신 마음이

당신 가슴에 내 마음이

들어와 있잖아요

 

<사랑한다면, 정말 사랑한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가슴과 가슴으로 말해요. 서로를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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