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이라는 미끼에 걸리면 파산한다
가을사랑
“지금 내가 하는 사업이 너무 잘 되는데, 좀 더 많은 물량을 수입해 오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수입자금 1억원을 빌려주면 3개월 후에 5천만원의 이익금을 주겠다.”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으면 귀가 번쩍 뜨인다. 평소 그 사람은 수입사업을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차도 벤츠를 타고 다닌다.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모아서 빌려준다. 일단 돈이 건네지면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돈을 갚지 않는다. 사업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는 변명이다. 사기죄로 고소를 해도 처벌이 되지 않는다. 강제집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에 민사소송도 의미가 없다.
“이쪽 지역에 개발계획이 있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이곳 땅을 사놓으면 몇 년 이내에 최소 5배는 오르게 된다. 소문이 나기 전에 빨리 땅을 사놓으라.” 기획부동산에서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투자를 권유한다. 사무실을 방문해 보니 수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에 열을 내고 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억울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비디오로 찍어놓은 현장 사진과 개발계획에 관한 화려한 자료만을 보고 땅을 산다. 그 땅은 십년이 지나도 별로 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 땅은 맹지거나 필지분할도 되지 않는 쓸모 없는 땅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달러와 유로화 등을 사서 파는 일을 하고 있다. 외환거래전문가가 단기간내에 고수익을 내고 있다. 하루에도 수익률이 2%가 넘는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이후에 외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그로 인해 잘만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회사에 투자를 하면 3개월 후에 원금의 200%를 돌려준다.” 거창한 사업설명회는 주로 호텔에서 열린다. 거물급 인사들이 화환을 보내고 천만원을 가지고 3년만에 10억원을 벌었다는 신화적인 존재의 성공담을 듣게 되면 일순간에 흥분을 하게 된다. 곧 떼부자가 되는 환상에 빠지게 된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털고, 그것도 부족해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한다. 투자를 유치해오면 유치수당을 15%나 준다고 해서 가까운 집안 친척, 지인들을 모두 끌여다 놓는다. 회사는 몇 달 있지 않아 부도가 난다. 순식간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거지가 된다.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어리숙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적인 수법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속여먹을 수 있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많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 자신의 돈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이란 다른 사람이 남을 위해 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남의 돈을 빼앗아 먹는다.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은 자본주의사회의 밑바닥에서 쉬지 않고 작용을 하고 있다. 똑똑한 사람만이 살아남고, 어리석은 사람은 살아남지 못한다. 무조건 남을 믿고 자신의 돈을 그냥 맡기는 사람에게는 돈이 붙어 있지 못한다. 그런 사람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를 고생시킨다. 돈을 잃고 억울하다고 해 보았자 아무도 동정을 하지 않는다.
사기꾼들은 특수한 방법으로 돈낚시를 한다. 미끼는 고수익이다. 말도 되지 않는 허황된 이익을 미끼로 던지는 것이다. 어리석은 피해자의 눈에는 오직 높은 수익을 단기간내에 얻을 수 있다는 것만 보인다. 고기가 미끼를 물 때에는 그 뒤에 있는 낚싯대를 보지 못한다. 오직 낚싯대 끝에 매달려 있는 먹잇감만 본다. 그래서 덥석 물게 된다. 미끼를 물면 고기는 곧 낚싯꾼에게 끌려간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 없다. 피해자는 낚싯꾼이 아니라 사기꾼이 던진 미끼에 걸려 파산이라는 경제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미끼인 고수익이란 무엇인가? 고수익이란 투자를 하면 단기간내에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1억원을 투자하면 3개월에 1억원을 더 벌 수 있다는 속임수다. 금융다단계회사에서 흔히 쓰는 수법이다. 그러나 어찌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는가? 아무리 재테크에 있어서 귀재라고 하더라도 그런 신화는 없다.
이런 회사들은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 경영능력이 검증된 바도 없다. 그와 같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벌써 재벌이 되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근거 없는 속임수라고 본면 된다. 조금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면 쉽게 알 수 있는 속임수인데도 막상 사기꾼과 가깝게 있으면 그런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다. 무조건 믿고 그를 신뢰한다. 눈과 귀가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사업을 해서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무조건 경영자를 믿는다. 위대한 사업가로 존경한다. 그런 존경심과 신뢰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가리는 것이다.
아무런 자료 없이 말로만 떠드는 그들을 무조건 믿는 것은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과 똑 같은 이치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교주를 믿고 그의 거짓말에 속아 신비스러운 존재로 떠받들게 되는 것이다. 일단 그런 상태가 되면 교주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무조건 믿고 따르게 된다. 비판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교묘한 사기꾼은 아주 신중한 태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에 맞는 외관도 갖춘다. 고급 인테리어를 한 사무실을 버젓이 차려 놓고 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진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초호화생활을 한다. 웬만한 돈을 우습게 알고 무조건 큰소리를 친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똑똑하고 곧 얼마 있지 않으면 재벌이 될 것처럼 행세한다. 정치권이나 관청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거짓말로 자신을 꾸면 신비스럽게 만들고 위대하게 만들고 사기를 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사업이란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한 일이다. 사업을 하려면 충분한 자본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런 사람들만이 성공하게 된다. 경험도 없는 사람이 남의 말만 듣고 무조건 투자를 한다는 것은 결과가 뻔하다. 당연히 망하고 만다. 사업 자체가 탁상공론에 의해 계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이런 사례는 많았다. 커피자판기사업을 한다고 다단계식으로 거액의 돈을 끌어들여 하다가 망한 사례, 생활용품을 다단계식으로 판매하겠다고 회사를 차려 운영하다가 망한 사례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았다.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사업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사업은 자리가 잡히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없게 된다. 금융감독원에서 유사수신업체를 적발하여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사례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업체들은 주로 환차익을 거두기 위한 외환거래를 하는 업체, 특수기계 제작과 신기술개발사업, 해외투자사업, 부동산개발 및 컨설팅사업, 투자자문 • 운용 등 금융사업, 방송사업, 대체에너지사업 등이다. 외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널리 인식되면서 외환을 사고 파는 외환딜링, 즉 FX마진거래를 해서 고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다. 외환딜링을 하기 위한 자금을 수신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외환딜링이란 FX 마진거래라고 하며 외환거래를 통해서 환차익을 내어 수익을 얻은 거래를 말한다. 외환거래를 해서 하루에 2%씩 수익을 내면 한달에 20일 일을 해서 40%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계산한다.
이러한 회사들은 FX 마진거래, 주식 및 선물거래, 부동산 재테크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여 배당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다. 이 회사들은 투자자 모집에 따른 직급 상승 및 직급에 따른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어떤 회사에서는 주식의 매수시점과 매도시점을 자동적으로 분석해내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주식투자를 하기 때문에 1년에 1000%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선전하기도 한다. 그 결과는 대체로 몇십억원 내지 몇백억원의 엄청난 돈을 끌여들여 1~2년 동안 운영하다가 부도를 낸다.
다단계사업은 투자자가 계속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만 유지될 수 있는 사업이다. 그것은 어떤 사업이든지간에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만 이익을 보고, 중간 단계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손에 수류탄을 들고 모두 자폭하는 형태가 된다.
정말로 유망한 사업은 소문 없이 혼자서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망할 것이 눈에 보이는 경우에만 다른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는 사업체에는 결코 투자해서 안 된다.
절대로 고수익이라는 미끼에 걸려들면 안 된다. 세상에 그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있다면 로토에 당첨되는 방법이다. 최근에 경기침체와 저금리 등을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고수익을 내세운 사기행위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남의 말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돈은 자신의 책임 하에 잘 관리해야 한다는 진리를 명심해야 한다.
[다단계사업을 처벌하는 법규]
투자금에 대하여 특정 금액의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약정을 하고 투자금을 모으는 행위는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에 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기성이 있는 행위라면 형법상 사기죄에도 해당한다. 사기금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에 의해 가중처벌된다. 다단계사업에 투자한 일반투자자들은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이 아니다. 피해자로 간주된다. 그러나 초기부터 투자하여 거액의 이익을 취한 경우에는 회사운영자들과 공모한 것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투자금에 대한 사기죄 처벌이 어려운 이유]
차용사기와 달리 투자명목으로 돈을 받은 경우에는 피고소인이 투자를 받을 당시 제대로 사업을 하려고 했는데 그 후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투자자에게 약정한 대로 이익금을 배당하거나 지급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면 많은 경우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기사건에서 편취범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결정이 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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