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사기


가을사랑


서울의 한 지역에서 계원 1,200여명을 관리하던 계주가 잠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30년 넘게 계를 운영하던 계주가 잠적함으로써 피해액은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피해자들 중에는 장애인으로서 청소일을 하던 66세된 여자도 있고, 파출부로 일하던 54세의 여자도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계주를 업무상배임죄와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를 했고, 경찰은 계주에 대해 출금금지조치를 했다고 한다.


이런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은 사기죄를 엄벌해야 한다고 하면서, 60년대에 성행했던 재테크수단인 계를 왜 오늘날에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많았다. 금융기관을 이용하면 안전한데 위험한 계를 하면서 높은 이자를 받으려고 하는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충고도 많았다.


그러면서 도주한 계주를 인터넷등에 공개수배하고, 사진을 올려 빨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사기꾼들이 너무 많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사기꾼들이 너무 쉽게 법망을 빠져 나가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사기꾼들은 사기를 친 다음, 재산을 다 빼돌리고 잡히면 징역을 몇 년 살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사람들이므로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여러 곳에서 이와 유사한 계사기사건이 발생하였으나 사후처리가 거의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었다. 사기꾼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발언도 빠지지 않고 있었다. 사기사건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사회가 존속하는 한 사기는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거래의 허술함에 있다. 서로 믿고 중요한 금전거래를 아주 허술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계는 그야말로 신용을 전제로 한 금전거래다.


오로지 계주의 신용만을 믿고 거액을 건네주는 것이다. 계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전체 계원들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 계금을 타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계불입금을 제대로 붓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몇 사람이 계불입금을 붓지 않으면 계는 유지될 수 없다. 계주가 법률상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계주가 고의적으로 곗돈을 태워주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지지만, 곗돈을 타간 사람들이 계불입금을 내지 않아 연쇄적으로 계가 깨지는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단순한 민사사건으로 돌아가게 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전혀 없게 된다. 판결문을 받아보아야 집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면 계주는 거액을 챙기고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계주는 겉으로만 재력이 있는 것 같이 보이지 실제로는 자기 명의로 재산을 해놓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계를 잘 운영했다는 신용은 보이지 않는 허상이다. 그 속을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추상적으로 무조건 믿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계주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되면 더 신용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어느 날 특정 시점을 잡아 거액을 챙기고 달아난다. 외국으로 가던 국내에서 잠적하던 신병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망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속이 상해 홧병이나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가정은 엉망이 된다. 그러다가 보면 건강도 잃게 된다.


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지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급적 빨리 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20개월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급적 늦은 순번으로 곗돈을 타려고 한다. 이런 순수한 심리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악질적인 계주들이다. 허무인의 이름으로 앞번호를 모두 타서 거액을 챙기고 달아나면 앞으로 탈 계원들은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자를 손해보더라도 지금부터 빠른 시일에 곗돈을 타 놓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그런 사정이 안 되면 계주를 만나 정확한 계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특히 이미 곗돈을 타간 계원들의 신용상태, 계금불입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곗돈을 타간 사람들로 하여금 물적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인적 보증을 서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사실 이런 보증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계를 든 사람들은 자신의 곗돈을 탈 때까지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계주를 믿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허상을 믿고 곧 거액을 손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나 마찬가지다. 계주를 무엇 때문에 믿으려고 하는가? 계주는 어디까지나 계주일 뿐이다.


계주라는 인격체를 믿지 말고, 계주가 나중에 책임지고 곗돈을 태워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장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법률적으로 확인하고 따진 다음 확실한 보장책이 마련되어 있으면 그때 그 보장책을 믿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계는 알게 모르게 많이 운영되어 왔고, 서민들의 재테크수단이었다. 계를 잘 해서 돈을 번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계를 하다 깨져서 집안이 망하고 거지가 된 사람은 더 많다. 계를 하더라도 왜 위험한지를 잘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계사기사건이 보도될 때마나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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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가을사랑



한 회사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남 달리 열심히 일을 해서 그 회사에서 신임을 얻었다. 그 후 그는 계열회사의 대표이사가 되었다. 대표이사를 그만 두고 나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려고 마음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졌다. 회사에 있을 때 다른 계열회사의 감사로 등재되어 있던 것이 문제가 되어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라는 취지로 민사소송을 당했다. 그에 대한 손해배상금액은 무려 몇십억 원이나 되었다. 그 소송에 응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변호사를 선임해야 했고, 그 비용도 다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취지로 고소를 당했다. 그 형사사건에서 6개월에 걸쳐 해명을 했지만 결론은 불구속기소를 당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터지는 수가 있다. 또한 일은 한번 터지면 계속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정신을 못차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그 과정에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로부터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다. 10년 또는 15년 정도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이용을 당하고 사기를 당했다. 그 보다 젊은 사람들은 필요할 때 그를 이용하기 위해 갖은 수단방법을 다 썼다.


필요할 때는 종교를 이용하기도 하고, 같은 성을 이용해서 접근하기도 하고, 시신기증서약을 했다는 등의 착한 사람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당했다고 한다. 당해 보니까 나이 먹은 것이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했다.


착하게 세상을 살다 보면 나이란 것은 물리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이지 속고 당하는 데에는 나이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대상포진이라는 병도 생겼다.


몸에 띠를 두르는 것처럼 군데 군데 수두 같은 증세가 나타나는데 가렵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아주 고생을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면역력이 약해져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심한 사람은 내장 속에서 나타나 아예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모든 법적인 문제를 결코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위가 크면 책임도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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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사기


가을사랑


현대 사회의 특징은 고도의 디지털화, 글로벌화로 규정된다. 이러한 사회변화현상에 맞추어 사기수법도 급속도로 과학화되고 세계화되고 있다. 그 피해금액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제거래에 있어서 국가간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된 오늘날에는 국제사기조직들이 영역의 개념을 초월하여 조직적으로 사기를 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그 실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금융사기범죄는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에 그 근거지를 두고 있다. 예전에는 러시아, 나이지리아, 홍콩 등에 거점을 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영국 등에도 조직본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금융사기범죄는 이메일이나 편지, 브로커를 통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해서 피해자들을 현혹시킨다. 그 다음 큰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중간단계로 피해자가 먼저 일정한 금액의 세금이나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설득시킨다. 그래서 이에 속은 피해자가 돈을 보내면 이를 가로채는 수법이다. 종래 419사기라는 명칭으로 불려졌던 나이지리아 금융사기수법과 같은 유형이다.


최근에 발생한 사례를 보면, 한국인 피해자 10여명은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계 A의 알선으로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을 만나 "러시아인이 투자한 자금 1천600만달러(한화 약 148억8천만원)가 HSBC 은행에 예치돼 있는데 역외계좌세금을 못내 꺼내지 못한다. 영국 국세청에 세금을 대신 내주면 일주일 안에 50% 돈을 더 얹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영국을 직접 방문했으나 사기꾼들이 가짜 HSBC 은행 사무실에서 계좌 잔액까지 조회해 보여주는 치밀한 수법에 속아 넘어갔다. 피해자들은 전부 110만달러(한화 약 10억2천300만원)를 송금한 뒤에야 가짜 은행 사무실, 차명 예금계좌, 가짜 휴대전화 등을 동원한 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기꾼들은 사무실까지 치밀하게 꾸며놓았고, 피해자들은 서투른 영어에 외국의 시스템이 한국과는 다르다는 말에 넘어갔다고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사실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국제금융사기조직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고 있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허황된 욕심을 버려야 한다. 국내에서도 돈을 벌기 어려운 세상인데 하물며 해외에서 어떻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거래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로 하나씩 확실하게 확인을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 아침에 모든 재산을 날리고 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금융사기는 고소를 한다고 해도 그 수사와 처리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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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이유


가을사랑


‘사기공화국에서 살아남기’라는 책을 냈다.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상대방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로 인한 상처는 매우 컸다. 재산상 손해도 그렇지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당한 배신감과 스스로 바보 같다는 자괴감은 삼중의 고통이었다.


사기를 당해서는 안되겠다는 각오를 하더라도 결과는 또 마찬가지다. 이상한 환경에서 상대방을 믿거나 스스로 욕심을 부리다 보면 피해를 보고 사기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더 이상 사기를 당하지 않겠지 하는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꼭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얼키고 설키는 이상한 상황이 되면 또 속을지 모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방이 처음부터 나쁜 마음을 먹고 상상을 초월하는 나쁜 짓을 하면 당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내가 깨달은 것은 역시 세상은 아주 조심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진리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고, 아주 위험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돈과 관련되는 곳에서는 어디나 위험요소가 있고,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요소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쓰고 싶었다. 검사로서 변호사로서 직접 간접으로 겪었던 수많은 사기사건들(아마 수천건에 달할 것이다)에서 사기꾼들의 특징을 추출해 내고, 사기꾼들이 저지르는 사기수법을 분석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결론으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기를 당한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 아들과 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슴 속에 명심해야 할 ‘사기 당하지 않는 지혜’를 글고 정리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을 쓰려고 마음 먹은 것은 벌써 5년 전이다. 그때부터 틈틈이 원고를 써왔는데 지금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다. 사기라는 화두를 가지고 꽤 오랜 세월 혼자서 생각하고 사기원리를 깨우치려고 노력도 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책을 마무리짓기 위해 자나깨나 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러다 보니 세상은 사기용광로처럼 보였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 속임수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생겨나는 신종사기수법은 사기꾼들의 비상한 머리와 조직적인 범죄수법에 놀라게 되지만, 그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고 심각해서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사기에 대한 종합적인 경보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몇 사람들이라도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내 블로그에 ‘사기를 당하지 않는 지혜’에는 이 책에 실려 있는 글이 많이 담겨져 있다. 얼마 되지 않는 인세를 받으면 전액을 사회봉사활동을 하는데 쓰려고 한다. 사기를 당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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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사업사기

 


                                                           가을사랑

 

 


중국과 수교가 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중국을 드나들면서 넓은 신천지에서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법을 잘 몰라 범죄를 저질렀고, 해외사업을 국내에서 하는 것과 같이 쉽게 생각하고 투자를 했다가 손해를 보았다.


미국이나 유럽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앟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에서 아예 이민을 가거나 전력을 투입해서 올인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미주나 유럽에 가서 사업을 하다가 손해를 보았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가 한국보다 못하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처음부터 우습게 보고 투자를 했다가 엄청난 곤경에 빠졌다.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돈가치를 가볍게 보기도 했다. 조선족들을 이용해서 돈을 쉽게 벌 것으로 오산을 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 외국으로부터 투자유치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칙사대접을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중국 사람들을 너무 믿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국에 가서 돈만 날리고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해서 돈을 버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한국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월급을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자신의 돈을 들여 자신의 책임 하에 사업을 한다는 것은 아무리 작은 규모의 장사라도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이 있으면 모른다. 특별한 경쟁력이 있는 분야라면 몰라도 일반적인 분야에서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돈을 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한국도 아닌 해외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해외 비지니스는 언어장벽과 교통비, 통신비, 인건비, 관리비 등에서 국내 비즈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곳에서 24시간 집중해서 어려운 것이 사업인데, 한국과 중국에 사업장을 벌려놓고 동시에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둘 다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결과다. 중국 정부나 중국 사람들은 너무 우습게 보고, 자기 마음대로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돈을 벌 줄로 생각했던 것이 오산이었다. 세상에는 아무도 만만한 사람이 없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한다. 세가 불리할 때 일시적으로 자세를 낮출 뿐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중국에 가서 황태자처럼 행동했다가 돈이 떨어지면 아주 비참한 상태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몇백만원, 몇천만원, 심지어는 몇억원의 돈을 장난 비슷하게 투자했다가 날리고 만 것이다. 쓰라린 경험들을 너무 많이 했다. 그런데도 아직도 그러한 실패담은 성공신화에 묻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도 북경올림픽개최에 따른 변화의 움직임에 사람들은 여전히 미련을 못버리고 있다. 어설픈 상태에서 적은 자본으로 해외사업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국내에서 성공해서 여유자금이 있을 때 철저한 준비를 해서 겨우 도전할 수 있는 것이 해외사업, 중국사업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해외사업은 해외투자절차가 복잡하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환치기수법으로 자금을 빼돌려 외환거래법위반으로 처벌받게 될 위험조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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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을 날린 사람

 

가을사랑

 

피해자는 가슴이 답답했다. 고소를 했는데 7개월이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고 있다. 민사소송을 하고 있는데 재판은 꽤나 오랫동안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희는 남편의 퇴직금을 사기 당했다. 퇴직금 2억원을 고스란히 사기당한 것이다.

 

집안의 조카가 부동산을 해서 돈을 벌어준다고 해서 맡겼더니 몇 달 후에 2억원 전체를 날려버렸다. 조카는 부동산전문가였다. 그래서 지방에 있는 상가를 분양받아주겠다고 했다. 총 3억원에 분양받기로 했다.

 

조카가 잘 알고 지내는 영수가 상가분양을 한다고 했다. 영수가 지방에 땅을 사서 상가건물을 지어 분양을 하는데, 조카가 영수를 잘 알고 있어 특별히 싼 가격에 분양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희는 조카의 말만 믿고 영수에게 돈을 보냈다.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해서 2억원을 보냈다.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 분양사업자 영수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걷어가지고 도망가 버린 것이었다. 조카는 영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었다. 정희는 조카와 영수를 상대로 처음에는 강제집행면탈죄로 고소를 했다. 두 사람 모두 재산을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았기 때문이었다.

 

강제집행면탈죄란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 손괴, 허위양도 또는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여 채권자를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형법 제327조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조카와 영수 두 사람이 재산을 이전한 것은 정당한 거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무혐의결정을 했다. 허위로 양도한 것이 분명한데도 불구하고 양도인과 양수인이 서로 짜고 실제로 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이것을 뒤집고 허위양도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제집행면탈고소사건에서 무혐의결정이 내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희는 조카와 영수를 상대로 사기죄 및 횡령죄로 형사고소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였다. 주민등록을 해놓은 주소지에서는 실제로 거주를 하지 않고, 주민등록은 말소되었다.

 

일반고소사건에서 경찰은 피고소인의 소재를 확인하는데 매우 소극적이다. 소환장을 보내 연락이 되지 않으면 경찰지구대를 통해 소재를 확인해 보고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있으면 기소중지결정을 하게 된다. 정희가 고소한 두 사람의 주소지가 다르고, 실제 거주지가 불분명해서 관할 경찰서로 몇 차례 이송이 된 다음에 기소중지결정이 되고 말았다.

 

민사소송에 있어서 조카와 영수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정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여러 차례 진정서를 써서 제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소송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갔다. 남편에게는 면목이 없게 되었다.

 

정희의 남편은 퇴직금을 날렸고, 그것도 정희의 조카에게 당한 꼴이 되자 정희를 탓하게 되었다. 정희는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월급을 100만원 받으려면 보통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한달 내내 직장에서 신경을 써가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2억원을 월급으로 받으려면 200개월을 직장에 다녀야 한다. 무려 16년 이상을 직장에 다니면서 매달 100만원씩 월급으로 받고, 그것을 모두 꼬박꼬박 모아야 2억원이 된다. 그런데 정희는 이런 돈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것이다.

 

피고소인들은 이제 자신들 앞으로 재산도 없는 상태이다. 형사고소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고 빠져나가면 영원히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희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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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그동안 국세청이나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의 직원이라고 사칭하면서“세금이나 보험금을 돌려준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들을 현금지급기로 유인해 돈을 빼가던 ‘보이스피싱’은 최근에는 피해자들에게 금융사고가 났다, 사기사건에 연루됐다, 아이를 납치해서 데리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사기수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울려 받으면, "여기 검찰청인데 당신에게 고소사건이 접수되었으니 검사실로 출석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사건내용을 알아보려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또는 카드대금이 연체되었다고 수작을 걸면서 아파트를 압류시키겠다고 한다.

 

이런 거짓말로 시작되는 전화사기는 최근 들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당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기꾼들은 그 장사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전화사기피해가 심각하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어도 또 당하는 사람이 생기고 있는 현실이다.

 

보이스피싱이란 전화사기수법을 말한다. 금융사고와 납치 협박 등을 빙자하여 전화로 돈을 뜯어내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매우 교묘하기 때문에 누구나 걸려들 위험이 있다. 최근에는 법원장도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이에 속아 6천만원을 사기당했다고 한다.

 

법원장은 아들을 데리고 있으니 살리려면 6천만원을 계좌로 송금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폰뱅킹이나 인근 편의점을 이용해 신속하게 돈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 법원장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는 아들이 납치됐다는 말에 경황이 없어 미처 납치 여부를 확인할 여유도 없이 6천만원을 송금했다.

 

이처럼 범인들은 상대방이 당황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상황을 만들어놓고 사기를 친다. 자신의 아들이 갑자기 납치되었다고 하고, 아들에게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A법원장은 송금을 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검찰에 자신이 송금한 상대계좌번호와 협박내용 등을 알리고 수사를 의뢰했다.

 

또 다른 피해사례도 있다. 범인들은 피해자의 아들 핸드폰에 전화를 걸어 계속해서 욕을 한다. 그러면 나중에는 그 아들은 그 번호가 뜨면 귀찮아서 핸드폰의 전원을 꺼놓는다. 이를 이용해서 그 아들의 부모에게 전화를 건다. 아들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으니 돈을 보내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들에게 연락을 취하려고 전화를 하지만 아들은 귀찮아서 전원을 꺼놓은 상태다. 부모는 애가 탄 상태에서 아들의 신상에 문제가 생길까봐 우선 범인들의 요구대로 돈을 송금한다. 상대방 계좌는 흔한 대포통장이어서 추적이 어렵게 된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이 있다.

 

사기꾼들의 머리는 끝없이 돌아간다. 어디까지 발전할지 모른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사기수법에 걸려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해 두어야 한다. 실제 일어나고 있는 사기수법을 잘 연구해서 당하지 않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사기를 당하면 엄청난 피해를 볼뿐더러 그 수습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후약방문보다 한 순간의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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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수법의 진화

 

가을사랑

 

날이 갈수록 사기꾼들의 수법이 개발되고 있다. 모든 거래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상대방이 나쁜 마음을 먹고 사기를 치려고 하면 거래는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 대부분의 거래에는 허점이 있다. 이런 허점을 세밀히 관찰하여 간파한 다음 이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것이다.

 

최근에 적발된 사기사건을 보면, 자신의 명의로 발급받은 예금통장들을 인터넷을 통해 대포통장으로 유통시킨 다음, 이 대포통장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여 보이스 피싱 수법으로 사기를 치면 통장에 입금된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다.

 

갑이 자신의 명의로 예금통장을 만들어 인터넷을 통해 이를 매매한다. 을은 이 통장을 한 개에 15만원을 주고 사다가 대포통장으로 사용한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전화금융사기를 치는 것이다. 을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갑의 명의로 되어 있는 예금통장에 입금을 시킨다.

 

을은 이와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갑 명의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 예금통장은 갑의 명의로 되어 있기 때문에, 갑이 통장에 사용하는 도장과 예금카드를 을에게 넘겨주었다고 하여도 갑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통장에 대해 인출정지를 시킬 수 있다.

 

갑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통장의 현금카드와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수법으로 을이 찾아갈 돈을 대신 가로채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건에서 전화금융사기행위를 한 을은 사기죄로 처벌되고, 갑의 경우에는 또 다른 범죄로 처벌받게 된다. 을은 갑으로부터 대포통장을 구입하여 이를 수단으로 사기를 쳤는데, 나중에 돈은 정작 갑이 도로 찾아가 버렸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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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피해자의 불행


가을사랑

 

남자와 여자는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살다가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큰 불행 없이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런데 커다란 불행은 어느 날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 그게 불행의 속성이다. 사전에 예고된 불행은 별로 없다. 대개의 불행은 어느 날 눈을 떠보면 눈앞에 닥치는 것이다.

 

사실 적은 걱정이나 근심은 중요치 않다. 단지 속이 조금 상할 뿐이다. 그러나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충분히 속을 썩고 고통을 받아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된다. 언제 그 고통이 끝날지 알 수도 없는 삶의 어두운 터널에 빠져 캄캄한 길을 고통스럽게 걸어나와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직접 커다란 불행을 당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불행은 그저 남의 일로 생각하고 만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다른 세상의 일로 무관심하게 그냥 넘기고 만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불행은 갑자기 닥칠 수 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평소에 다른 사람의 불행을 잘 귀담아 들어둘 필요가 있다.

 

철수 부부는 결혼한 지 20년이 되었다. 마흔 다섯의 동갑이다. 철수는 한 업종에 20년 가까이 종사했다. 그 분야에서 10년 넘게 형님동생하면서 지낸 사람이 있었다. 같은 곳에서 동일 업종을 하다 보니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그래서 서로 어음거래를 했다. 서로 필요할 때 어음을 빌려주고 사용했다.

 

철수는 3개월 전에 융성에게 어음을 빌려주었다. 소위 융통어음을 발행해서 실물거래 없이 빌려주는 방식이었다. 이자를 받기로 한 것도 아니었다. 서로 아는 사이에서 편의를 봐주는 것이었다. 철수는 이번에도 그냥 평소에 거래하던 것처럼 생각하고 어음을 발행해서 융성에게 주었다. 융성은 이 어음을 가지고 가서 거래은행에서 할인하여 5억원을 빌려썼다. 그리고 융성은 어음결제일에 돈을 갚지 않았다.

 

철수는 자신이 발행한 어음이 부도가 나고 말았다. 어음을 가져다 융성이 사용했기 때문에 융성이 돈을 가지고 와서 주면 그것으로 어음이 지급되도록 해야 하는데 융성이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철수는 부도처리가 된 것이었다.

 

철수가 발행한 은행도어음이 부도처리가 되자, 곧 바로 철수 명의로 된 모든 신용카드가 자동으로 거래정지가 되었다. 철수 휴대전화에 신용카드가 거래정지된다는 메시지가 왔다. 모든 금융기관이 통합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현대사회는 이처럼 무섭게 빠른 속도로 조치가 취해진다.

 

철수 명의로 개설된 은행통장도 모두 지급정지처분이 내려졌다.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았다. 철수는 이제 더 이상 은행거래도 할 수 없고,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어음을 빌려쓴 융성은 부도를 내고 도주해버렸다. 당장 철수는 은행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에 가압류가 들어올 상황이 되었다.

 

단독주택에 5년 넘게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전세보증금이 걱정이 되었다. 급한 마음에 전세계약을 아는 사람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철수가 운영하던 점포보증금도 빼버렸다. 단지 어음을 빌려주었던 피해자인데 모든 문제는 자신 앞에 떨어져 버렸다.[핵심포인트 1. 전세계약의 명의를 바꾸어 놓으면 강제집행면탈죄가 성립하는가?]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장사도 못하고, 전세 살고 있는 집 마저 불안해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음이 부도가 나서 어음을 빌려쓴 융성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사업이 잘 안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게 되어 부도를 내게 되었다고 하면서 아우에게는 할 말이 없다고 용서를 빌었다.

 

나중에 해결해 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때의 심정이 어떨까? 하루 아침에 이런 날벼락이 있을 수 있는가? 철수는 기가 막혔다. 그토록 믿었던 형님 같았던 융성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남의 어음을 빌려쓰고 피해를 주고 단지 미안하다는 말 한디만 하고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다니 이럴 수가 있는가? [핵심포인트 2. 이런 상황이 되었을 때 철수는 융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대개의 경우 이런 상황이 된다. 가해자는 자신도 부도가 나서 망했기 때문에 스스로 고통스럽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한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게 된다. 이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말로 위로가 될 성질도 아니다. 말은 어디까지나 말일 뿐이다.

 

철수는 부인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부인은 놀라서 울고만 있었다. 두 사람은 위기에 처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융성의 점포 주인에게 물어보니 보증금이 2천만원 있었는데 월세가 밀려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1천만원 정도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임차보증금에 대해 가압류처분을 하려고 하니 비용이 50만원 가까이 든다고 했다. 가압류를 해봤자 또 몇 달 걸리다 보면 월세로 공제가 되고 남는 것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채권자들도 가압류를 하게 되면 채권금액별로 균등배분이 되어야 한다.[핵심포인트 3 채권자가 하는 가압류의 효력은 어떠한가?]

 

철수는 융성의 부인에게 전화를 했다. 융성의 부인은 자신도 남편에게 서운하다면서 융성을 욕이나 하고 있었다. 남편은 어디 있는지 연락이 안된다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철수 부부는 융성의 집에 찾아가 보았더니 한 달 전에 이사를 가고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계획적인 부도였다.

 

철수는 융성을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했다.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고소인 진술을 하러 경찰서에 갔더니 담당하는 경찰관이 하는 말이, 왜 이런 것을 가지고 고소를 했느냐? 이것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을 것 같다. 고생만 하지 결과는 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경찰관도 무심했다. 피해를 당한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것 같으면 이런 식의 태도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핵심포인트 4. 융성의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가?] 

 

철수는 어쩔 줄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다른 상인들도 몇 천만원씩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은 아무도 고소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 귀찮게 생각을 하고, 법적 조치를 취해봤자 별로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그렇다. 고소를 한다고 제대로 처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비용만 추가로 들어갈 뿐이다. 남에게 피해를 준 사람은 우선 피해있을 것이다. 몇 달 또는 몇 년을 피해 있을 수 있다. 가족들은 그대로 살면서 융성 혼자 어디 잠적해 있으면 쉽게 잡히지도 않고, 피해자들은 그냥 지치고 만다.

 

설사 붙잡혀도 곧 바로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불구속수사원칙에 의해 일단 조사한 다음 풀어주면 또 사라져 버린다. 융성은 나중에 조사를 받게 되면 사기죄의 편취범의를 완강하게 부인할 것이다.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장사를 했는데,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철수와의 관계도 그동안 여러 차례 어음을 서로 주고 받고 했는데 모두 제대로 결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부도가 난 것은 융성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떼어먹혀 연쇄적으로 부도를 내게 된 것이지 결코 어음을 빌려쓸 당시 변제하지 못할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변명하면 쉽게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철수는 장사도 그만 두고 신용불량자가 되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막연한 신세가 되었다. 막판에 어음을 잘못 빌려준 것 때문에 5명의 식구가 고생을 하게 되었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정말 너무 억울했다. 남편이 자신에게 상의만 했으면 자신은 절대로 어음을 빌려주지 못하게 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철수가 부인에게 처음부터 모든 사정을 이야기했어도 부인 역시 10년 넘게 친형제처럼 지내던 동종 업자가 서로 어음을 주고 받으면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못하게 막았을까? 그것도 의문이었다. 일이 잘못되면 모든 것이 원망스럽다.

 

두 사람은 한참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세 자녀가 불쌍했다. 가까운 친척이 호주에서 살고 있는데 그곳으로 이민을 떠날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이민이 쉬운 일인가?

 

나이 들어 외국에 가서 정착을 한다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융성만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마지막에 물론 장사가 안 돼서 그랬겠지만, 그렇다고 10년 넘게 가깝게 지낸 사람에게 5억원이라는 커다란 피해를 주고 도망쳐버리다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철수 부부는 하루 하루가 지옥이다. 아무 일 없던 가정은 불행의 늪으로 추락해 버렸다. 집안에서는 웃음이 사라져버렸다. 두 부부는 건강조차 유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입맛도 없고, 운동을 할 기력도 없어져 버렸다. 법을 잘 몰라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도 몰랐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모두 대답이 달랐다.

 

이게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현실이다. 고통이다. 우리는 무엇을 타산지석으로 깨달아야 하는가? 금전거래가 얼마나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재산은 자신이 지켜야 한다. 소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무책임한 개인을 믿고 자신의 전 재산을 주었을 때 그 위험성은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전 가족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그 불행과 고통을 보상받을 곳은 아무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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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가 사기인가?

 

가을사랑


어떤 사람이 조상천도제를 지내고 나중에 역술인을 살대로 고소를 했다. 고소인에게 조상천도제를 올리면 집안에 좋은 일이 있으며, 하는 일들이 잘 되고, 병이 낫고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고 해서 조상천도제 비용으로 돈을 주었는데 그것이 거짓말이므로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고소를 한 것이다. 검사는 고소인의 말이 맞다고 역술인을 재판에 회부했다.


# 불안한 중생들이여! 궂을 지낼지어다


법원에서는 역술인(易術人)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했다. ‘비록 미신이기는 하지만 역술인이 조상천도제(祖上遷度祭)를 올리더라도 고소인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길 수 없다는 점을 알고서도 돈을 편취할 의사로 조상천도제를 지낸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 역술인은 무죄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역술인에게 사기죄의 고의, 즉 편취의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판결 내용을 잘 읽어보면 역술인이 조상천도제를 올리면 고소인에게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믿고 돈을 받고 천도제를 지내주었으면 사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사건에서 고소인은 역술인이 ‘아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면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된다. 조상천도를 하면 교통사고를 막을 수 있고, 고소인도 아픈 곳이 낫고 사업도 잘 되고 모든 것이 잘 풀려 나간다. 조상천도비용을 내라’고 말을 해서 만일 조상천도를 하지 않으면 고소인과 그 가족의 생명과 신체에 어떤 위해가 발생할 것처럼 겁을 주어 이에 외포된 고소인으로부터 돈을 받아 이를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고소인의 말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역술인을 공갈죄로 재판에 회부하였다.

 

법원에서는 공갈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무죄이유는 위와 같은 해악의 고지는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의 예고로서 역술인에 의하여 직접 간접적으로 좌우될 수 없는 것이고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는 협박으로 평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분석해 보면, 역술인이 고소인에게 고지한 해악은 역술인이 직접 가하는 것이거나 간접적으로 역술인이 통제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고소인에게 누가 구체적으로 해악을 가할 것인지 그 가해자가 현실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 고소인에 대한 해악의 발생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예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등에 비추어 역술인이 고소인에게 말한 내용은 형법상 협박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이다.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으나 대법원에서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판결을 확정시켰다(대법원 2002. 2. 8. 선고 2000도3245 판결).

 

점이라면 동서를 막론하고 옛날부터 오늘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 먼 미래까지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궁금해 하고 모르는 일이 있기 때문에 점이 존재하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고, 갑자기 불행이 닥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명을 예측해 달라고 하고, 다가 올 불행을 막기 위하여 어떤 방법이 없는지 부탁을 해 보는 것이다. 

 

무속인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삶에 있어서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간다. 자녀들이 대학교에 붙을 것인지, 남편의 사업이 잘 될 것인지, 직장에서 승진을 할 수 있는지, 건강이 나빠지면 과연 치료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를 가지고 해결해 달라고 부탁한다.

 

결혼할 사람들의 궁합도 묻기도 하고, 심지어는 유부남과 유부녀가 두 사람의 장래에 관해 묻기도 한다.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도 당선 여부를 묻고, 죄를 지은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될 것인지 여부를 묻는다. 신세대의 특성에 맞게 사주카페라는 새로운 업종도 많이 생겼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미신이냐, 아니면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설명은 할 수 없지만, 효험이 있는 것이냐 하는 것이다. 점을 보고 궂을 하고 천도제를 지내는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무당들은 액운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굿과 부적, 치성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사람들이 역술에 의존하고 조상천도제를 지내는 등의 방법을 택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냈을 때 법적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적당한 돈을 준 경우에는 별로 말썽이 없다.

 

그러나 몇 천만 원씩 들여 액운을 막기 위한 조치를 했는데 별로 효험이 없는 경우에 사기죄나 공갈죄로 고소를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기나 공갈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사기죄나 공갈죄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결국 역술은 그 본질이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의 문제이므로 점을 보거나 궂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검토하여 선택할 문제이다. 따라서 지나친 거짓말이나 술수에 속지 않도록 본인의 책임하에 맡겨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헌금을 낸 것인가? 사기를 당한 것인가?


종교단체에서 헌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을 사기죄로 처벌한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종교의 자유는 인간의 정신세계에 기초를 둔 것으로서 인간의 내적 자유인 신앙의 자유를 의미하는 한도 내에서만 밖으로 표현되지 아니한 양심의 자유에 있어서와 같이 제한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이 종교적 행위로 표출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대외적 행위의 자유이기 때문에 질서유지를 위하여 당연히 제한을 받아야 하며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런 취지에서 피고인이 신도들을 상대로 자신을 스스로 하나님, 구세주, 이긴 자, 생미륵불, 완성자 등으로 지칭하면서 자신은 성경의 완성이고 모든 경전의 완성이자 하나님의 완성으로서 자기를 믿으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생할 수 있으며, 자신이 인간들의 길흉화복과 우주의 풍운조화를 좌우하므로 10년 동안 한국땅에 태풍이나 장마가 오지 못하도록 태풍의 진로를 바꿔 놓고 풍년들게 하였으며, 재물을 자신에게 맡기고 충성하며 자기들이 시행하는 건축공사에 참여하면 피속의 마귀를 빨리 박멸소탕해 주겠다고 하고, 자신이 하나님인 사실이 알려져 세계 각국에서 금은보화가 모이면 마지막 날에 1인당 1,000억 원씩을 나누어 주겠으며, 헌금하지 않는 신도는 영생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설교를 사실인 것처럼 계속하여 신도들을 기망하였으므로 이에 기망당한 신도들로부터 헌금명목으로 고액의 금원을 교부받은 것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5. 4. 28. 선고 95도25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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