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뱀과 제비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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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 씨(35세, 가명)는 사업에 바빠 지금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있었다. 현희 씨(40세, 가명)는 미모에다 아주 세련된 매너를 보여주었다. 패션디자이너인 그녀는 이혼하고 딸 한 명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면서 태영은 현희에게 반지와 시계, 명품 옷을 사주었다. 그녀는 의류사업에 필요하다고 하면서 돈도 6천만 원을 빌려갔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태영 씨의 결혼식을 올리자는 제의에 대해서는 차일 피일 미루고 더 이상의 육체관계도 거부하였다. 태영은 자신이 선물한 반지 등과 6천만  원을 돌려달라고 했으나 그에 대해서도 시간만 끌고 있었다. 태영은 현희를 사기죄와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했으나 무혐의처분되고 말았다.

 

보석등은 선물로 받은 것이고, 돈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차용한 것이므로 사기죄는 안 돤다는 것이 검사의 판단이었다. 혼인빙자간음죄도 남자는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형법이다. 민사재판을 하려고 변호사와 상의해 보았지만 그녀 앞으로 재산이 없어 판결을 받아도 집행할 수 없어 실익이 없다고 했다.[point① 남자는 왜 혼인빙자간음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는가?]

 

남녀 간의 애정은 순수해야 한다. 사랑과 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고 오래 간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능력과 재산을 보고 접근한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돈을 노리고 사랑하는 것처럼 유인한 후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있다. 애정이 없는 상태에서의 가식행위! 이런 가식행위로 몸을 취하고 돈을 뺏는다. 당한 사람은 얼마나 비참하고 억울하겠는가? 눈물로 밤을 새우고 몸은 망가지고 영혼은 크게 상처를 받는다. 사랑했던 만큼 배신감은 더 커진다.

 

예전부터 남녀간의 애정과 관련된 사기사건은 많이 발생했다. 사기사건의 고전판에 속한다. 혼인빙자간음사건도 적지 않았다. 결혼할 의사가 없으면서 결혼하자고 속여 상대방의 정조를 빼앗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자신의 학력이나 직업, 재산정도, 가족관계 등을 속이고 결혼함으로써 평생 고통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결혼사기다. 속여서 결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 결혼하면 이혼할 수 없으니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고생하면서 평생을 눈물의 공주로 사는 여자들도 많다.[point② 거짓말로 속여 결혼을 실제로 하면 어떤 죄가 되는가?]

 

돈 있는 남자나 여자에게 접근해서 애정관계로 돈을 뜯어내는 꽃뱀과 제비족이 있다. 꽃뱀은 남자를 성적으로 유혹하여 금품을 뜯어내는 여자를 가리킨다. 원래 꽃뱀은 화사 또는 유혈목이라고 하는 뱀을 말한다. 피부에 알록달록한 고운 무늬가 있다. 뱀은 간교한 유혹을 상징한다. 꽃뱀이란 유혹할 남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화려하고 야한 옷차림을 한 여자의 모양이 꽃뱀의 몸통에 있는 붉은 무늬를 연상하게 하고, 꽃이 여자를 상징하는데서 유래한다.

 

제비족이란 말쑥한 차림새와 세련된 매너로 여자의 환심을 사서 유혹한 후 정을 통하고 남편에게 폭로한다고 위협하여 돈을 뜯어내는 남자를 말한다. 신사복 중 예복은 연미복이라고 해서 제비 꼬리처럼 길고 날씬한데서 유래한 듯하다. 예전에는 제비나 꽃뱀을 하려면 상당한 미모를 갖추었어야 하는데 이제는 특별한 매력만 있으면 가능하다.

 

가정주부와 성관계를 맺은 뒤 이를 약점 삼아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제비족은 예전부터 많이 있었다.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외모나 화술을 가지고 있고 매너도 좋다. 거기에다 돈 많고 능력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 다른 남자들이 무뚝뚝하고 여자를 다룰 줄 모르는데, 여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해 주고 핸섬한 데다가 돈까지 많아 보이니 많은 여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사귀려고 한다. 그래서 넘어가는 여자들이 많다.

 

정을 통한 후 늑대의 본색을 드러내는 악마들이다. 대부분 말쑥한 외모와 여성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보여주면 여자들은 그냥 넘어간다. 늑대의 탈을 쓰고 선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좋아할 때는 정말 사랑인줄 알았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돈을 뜯으려는 악마였던 것이다. 이런 남자들에게 당한 여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몸을 주고 마음까지 처참하게 된다. 

 

제비족들의 주된 활동무대는 서울 강남과 성남, 수원 등지에 있는 나이트클럽이다. 비교적 주부들이 많이 찾는 장소다. 묻지마 부킹을 통해 낯선 남자와 재미있게 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짜로 술을 얻어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부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을 찾을 때보다 훨씬 싼 값에 여성들과 즐길 수 있어 성인나이트클럽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부킹을 통해 만난 주부들에게 약물이 든 술을 먹이고 성폭행을 한 뒤 협박용으로 알몸사진까지 찍는다.

 


[point① 남자는 왜 혼인빙자간음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는가?] 혼인빙자간음죄는 형법 제304조에 규정되어 있다.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이 규정을 보면 피해자는 반드시 부녀이어야 한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를 속여 간음을 해야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된다. 거꾸로 여자가 남자를 혼인을 빙자해서 간음을 한 경우에는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point② 거짓말로 속여 결혼을 실제로 하면 어떤 죄가 되는가?] 거짓말로 속여 결혼을 하게 되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거짓말로 속여 결혼을 하면서 재산을 편취했다면 그것은 사기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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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도박에 있어서 사기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도박에는 항상 사기성이 잠재해 있다. 사기적인 수법으로 승패를 조작하여 돈을 따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우연에 승부를 거는 것이므로 속이는 것도 하나의 승부를 하는 기술로서 무방하다고 생각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술을 연마해서 상대방을 속이려고 한다.


공장목이란 화투 뒷면에 패를 구분할 수 있는 표시를 한 것을 말한다. 탄이란 패가 순서대로 나오도록 미리 준비해 둔 화투를 말한다. 도쪼란 화투를 한 두장 더 가진 뒤 숨겨놓고 필요시 꺼내 쓰는 것을 말한다.


캉튀기기란 서로 가진 패를 비밀리에 알려 주는 것을 말한다. 화투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고스톱, 도리짓고땡, 섯다 등의 경우에는 화투에 표시를 해 놓는다든가 무전기 등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패를 읽는다든가 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도박사기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과학화, 조직화 되고 있다. 포커카드에 특수형광물질을 발라 놓고 이것을 볼 수 있는 콘텍트렌즈를 끼고 포커를 한다. 도박장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사람들은 벽면과 카드보관통 등에 형광물질을 구분할 수 있는 특수카메라를 설치해 활용했다.


그리고 도박장에서 고용한 가짜 손님들의 귀 속에 직경 2미리 정도의 소리를 식별할 수 있는 진동자석을 넣은 뒤 상대방의 패를 알려주는 방법을 동원했다. 이런 상황에 어설피 달려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어리석고 그 말로가 훤히 보일 수밖에 없다.


사기도박은 승패가 우연과 확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만 성립한다. 우연성이 당사자 중 일부에게만 있고, 나머지 상대방은 기망행위에 의해 우연성을 자유로이 지배할 수 있는 경우를 편면적 도박(片面的 賭博)이라고 한다.


사기도박이 그 대표적 예지만, 일방이 월등한 지능과 기술을 갖고 있거나 막강한 권좌에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사정에서의 도박 또는 거액의 돈을 공무원에게 뇌물로 전달하기 위해 그 돈을 도금으로 걸고 일방적으로 져주는 방식의 도박도 편면적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기도박자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사기죄의 피해자로 인정되고, 도박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형법은 도박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국민 일반의 근면관념과 공서양속 등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도박의 중독성과 그로 인한 사회유해적 파급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도박이 성립하려면 당사자가 예견불가능하고 지배불가능한 우연한 사정에 의해 승패를 결정하고 재물의 득실을 다투어야 한다.


단순도박죄는 재물을 가지고 도박함으로써 성립한다. 5백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상습도박죄는 상습으로 재물을 걸고 도박함으로써 성립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박개장죄는 영리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함으로써 성립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박은 한번 잘못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다.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게 한다. 도박은 한번 빠지면 마약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도박은 폭행, 협박, 살인, 강도 등 다른 범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도박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비참하다. 앞날이 없다. 밤을 새우고 낮에 잠을 잔다. 여관 등지를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다. 이들은 삶에 희망이 없어 도박장을 떠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된다. 대박의 꿈에 발이 묶여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승패에 인생을 걸고 다니니 영혼마저 파괴된다. 그러나 결코 인생을 포기하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상담을 받거나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

 

도박판에서 빌려준 돈은 채무자기 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 법원에 소송을 해서는 받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돈을 빌려준 사람은 돈을 받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한다. 끊임없이 괴롭힌다. 도박을 한 사람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공갈을 당해도 고소를 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 심지어는 조직폭력을 동원해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에 빠져 평생을 불우하게 지냈다. 그는 16세때 시골 장터에서 우연히 복권 한 장을 산 것이 계기가 되어 도박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 중 도박에 몰두하여 무일푼이 되어 거지노릇도 했고 도박사기로 감옥에도 갔다. 소설 ‘ 도박자’는 그의 도박행각을 소재로 한 것이다. 노름빚 때문에 유럽으로 도피여행을 갔던 그는 도피행각 중에도 도박의 노예가 되어 아내의 패물을 들고 전당포를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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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사이에 5억원을 잃은 사람이 있다. 사기도박단에 걸려 들었던 것이다. 도박이라는 덫에 걸려 가지고 있던 재산을 탕진하고, 하던 사업도 부도가 나고, 가정은 이혼위기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사회적으로 낙오자가 되고, 어두운 구석에서 신음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누가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런 현상은 어디에 책임이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바로 도박의 본질에 있다. 도박이란 인간의 승부욕이라는 본성에서 우러나오고 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다.


학교에 들어가도 성적이 매겨지며, 사회에 나오면 직장에서 서열이 정해진다. 운동시합도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열을 내게 되고, 바둑이나 골프를 해도 돈이 오가야 재미가 있고 더 열중하게 되어 있다.


이런 승부욕을 자극하면서 돈까지 걸어놓고 있으니 그야말로 스릴 만점일 뿐 아니라 힘들게 일하지 않고 돈을 벌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뜨린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도박을 상당 부분 공인하고 있다.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이 영업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고, 강원랜드는 성업을 이루고 있다.


각종 복권과 로토는 불황을 모르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도 도박심리가 작용해서 한번에 대박을 떠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권이 바뀌면 낙하산 인사에 의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이 고위공직과 국영기업체 임원이 된다.


결혼만 잘 해도 갑자기 재벌집 가족이 되어 호화스러운 궁정에서 거닐게 되고, 인기만 얻으면 한 순간에 온갖 명예와 부귀를 거머지기도 한다. 모든 게 하나의 거대한 도박판에서 정신 없이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도박은 사회 구석 구석에서 활개치고 있으며 밤낮없이 아우성치고 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도박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늘도 그곳에서 허망한 신기루를 쫓으며 돈을 날리고 희망을 짓밟히면서 건강을 해치고 있다. 도박은 술과 음란으로 이어진다. 정신은 황폐해지고 몸은 흐느적 거리게 만든다.


사회 전체의 이와 같은 물질만능풍조, 그리고 만성화되고 있는 도덕불감증,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잘 살면 된다는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도박판은 날로 번창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박을 단속하기 위한 형법조문은 사문화된 것처럼 보인다. 바다이야기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헤아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수사결과는 아무 것도 드러난 것이 없고 용두사미가 되어 버렸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아무런 구제도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사기도박(fraudulent gambling, crooked gambling)이란 우연한 승패가 아니라, 예정된 승패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을 말한다. 도박매니아들은 도박은 운과 실력이라고 믿고 있다. 운칠기삼(運七氣三)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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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당한 것은 틀림 없는데 구체적으로 사기범죄를 입증하라고 하면 쉽지 않다. 사기범들은 교묘하게 범행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사기범을 믿고 모든 것을 그에게 맡겨 놓았기 때문에 증거가 부족하다. 사기범은 머리가 좋고 그 방면에 많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원래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기범의 치밀한 사전계획과 말 둘러대기 거짓말을 당해 내기는 쉽지 않다. 누가 들으면 그럴 듯하다. 경찰관이나 검사도 속는다.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장기다.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명백한 교통사고나 폭행사건 이외에는 대부분 그렇다. 처음 조사를 받을 때는 절대로 그런 사실이 없다고 펄펄 뛴다. 너무 억울하다고 큰 소리를 친다.


심지어는 답답하다면서 가슴까지 친다. 고소인이나 피해자를 상대로 생사람을 잡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공언까지 한다.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분하게 수사가 진행되어 어느 정도 증거가 나오면 그 때는 약간 꼬리를 내린다.


이렇게 되면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라 이렇다고 해명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옴짝 달싹 할 수 없는 증거가 밝혀지면 180도 태도를 바꾼다. 당당했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무릎을 끓고 잘못했다고 빈다. 이것이 사기범의 조사받는 태도다.

 

사기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사기범의 편취의사를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할 필요가 있게 된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다. 만일 상대방이 부인하면 전문가에 의하여 실제 육성임을 확인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알리지 않고 상대방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한 녹음테이프가 증거능력이 있는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하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상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1999. 5. 25. 선고 99다1789 판결 참조).


당사자 일방이 녹음테이프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고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문을 증거로 증거로 제출하고 이에 대하여 상대방이 부지로 인부한 경우, 법원은 녹음테이프의 검증을 통하여 대화자가 진술한 대로 녹취되었는지 확인하여야 할 것이나, 그 녹취문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면 그 녹취 자체는 정확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녹음테이프 검증 없이 녹취문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사기죄에 대한 입증이 충분하지 못해 사기범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벌어졌던 진실과 법정에서 재구성되는 진실이 자꾸 멀어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실과 인권의 차이다.


형사소송의 최종적, 최고의 목표는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밝히고 그에 합당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과학적이고 정교한 수사기법과 활용이 중요하다.


경찰이나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법의식 수준이 높아졌고, 수사기관의 수사가 못 따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기나 공갈 등의 재산범죄를 당한 피해자들이 형사고소장을 제출하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여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처벌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어떠한가? 그렇지 않다.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억울한 심정이나 입장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않고, 바쁘거나 수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몇 개월씩 걸려 수사가 진행된다. 불구속수사원칙을 앞세우면서 마치 민사재판을 위한 사실조사를 하듯이 수사를 한다. 매우 소극적인 수사 자세다.


이런 과정에서 지능적인 사기범들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법망을 빠져나간다. 재산범죄에 대한 모든 입증을 고소인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고소인이 강제수사권도 가지고 있지 아니한 상태에서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겠는가?


사기나 공갈, 횡령, 배임죄 등은 매우 중요한 범죄행위다. 특히 요새처럼 거래가 많고, 거래금액이 커진 사회에서는 당사자들의 신뢰를 배반하고 다른 사람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재산범죄는 그 가벌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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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고소를 하기 전에 먼저 이러한 증거관계를 잘 따져 보아야 한다. 증거가 없으면 고소를 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섣불리 고소를 해서는 피고소인이 빠져나가게 만들고 피고소인에게 면죄부만 주게 된다.


그러므로 먼저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오래 된 일이라 증거가 별로 없을 때에는 우선 자신이 진술서를 작성하고, 그에 부합하는 주변사람들의 확인서나 진술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은행자료, 부동산등기부등본, 매매계약서 등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 물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이때 법률전문가와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증거자료가 있어야 사기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 따져 보아야 한다.


사기꾼에게 내색을 하지 말고 찾아가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것처럼 하고 대화를 해서 비밀녹음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이때 제3자를 입회시켜 대화의 신빙성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 녹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떨려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흥분은 금물이다.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면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가슴이 떨려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사기꾼에게 퍼붓는다. 대개는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과 욕설이다. 그러나 실제로 어떻게 가만 두지 않겠는가?


말로 겁을 주어봤다 아무 소용이 없다. 오히려 사기꾼이 눈치 채고 도망가 버리거나 고소에 대비할 시간만 줄 뿐이다. 그렇다고 사기꾼에게 손을 댔다가는 허위의 진단서를 끊어 고소를 하게 된다.


그러면 받을 돈도 못 받고 합의를 봐야 할 억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사기꾼에게 폭행을 하거나 건달들을 시켜 채권추심을 하려다가 거꾸로 당하는 사람들도 많다.


형사고소를 하려면 먼저 고소사실을 정리한 고소장을 작성해야 한다. 고소장이 정리되면 관할 경찰서 또는 관할 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한다. 이때 고소장은 고소인 본인이 직접 가지고 가서 접수를 시키기도 하고, 우편으로 송부하기도 한다. 접수증을 받는다. 정식으로 고소사건이 접수되어 배당이 된다.


그 후 수사기관은 고소인조사를 먼저 하게 된다. 고소인이 어떤 사실로 고소를 하였는지, 그에 대한 증거자료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그 다음 피고소인을 소환하여 조사한다. 피고소인이 고소사실을 부인하면 대질조사를 하게 된다.


고소인은 이때 적극적으로 고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특히 대질조사를 할 때 수사관이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고소인이 거짓말을 하면 어떠한 점에서 거짓말인지 설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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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경찰에서는 더 이상 추궁해서 자백을 받지 못하고 기껏해야 장물취득으로 죄명을 바꿔 입건해서 송치하게 된다. 절도범이라고 하는 철수는 성도 모르고 이름도 가명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의미도 없다.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받아들여 절도죄 및 주거침입절도죄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그 변명을 타당하다고 믿기 때문이 아니라, 범인이 자백하고 있는 장물취득죄 이외에 더 나아가 절도죄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 범인이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가지고 절도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장물취득을 인정한 범인이 법정에 가서 또 진술을 번복해서 경찰 검찰의 진술은 사실과 달리 강압에 의한 것이었고, 실제는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길에서 주웠다고 진술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검찰자백을 인정하면 그대로 장물취득죄로 유죄판결을 할 수 있지만, 검찰자백의 임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법원에서는 하는 수 없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증거법칙과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더욱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심스러울 때 피해자나 고소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사건에 있어서도 피해자는 고소사실의 입증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사기사건은 두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첫 번째는 고소인이 재물을 피고소인에게 교부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많은 경우 증빙서류를 받지 않고 돈을 주게 되면 나중에 피고소인이 전면부인할 때 답답해진다.


두 번째는 피고소인이 고소인을 속였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일상의 거래에 있어서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대화를 그때그때 녹음을 해두겠는가? 말이란 모두 바람에 날라가 버리는 것이어서 나중에 입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주변에서 사기꾼의 거짓말을 들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이다. 법에 있어서 말처럼 무가치한 것은 없다. 더군다나 사기꾼은 말에 있어서는 고소인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에 고소인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해봤자 사기꾼은 한 수 더 떠서 고소인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되받아친다.


그래서 많은 사기사건에서 피고소인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서 사기꾼은 무혐의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와 같이 고소사실을 입증해도 사기꾼은 자신의 구체적인 사업내용, 거래 당시의 여건, 상황 등을 거짓말로 꾸며대서 사기칠 의사가 없었다거나 고소인에게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러한 피고소인의 변명에 대한 입증이 어느 정도 되면 검사는 또 고소사실에 대해 피고소인에게 편취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혐의결정을 한다. 편취범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편취범의를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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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죄의 증명(1)


                                                       가을사랑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나중에 검사 명의로 무혐의처분 했다는 통지서가 날라 온다.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기를 당한 것이 분명한데 왜 사기범의 변명만 듣고 사기죄가 되지 않는다고 결정을 했을까?


고소인은 억울하다고 항고, 재항고를 하지만 별로 실익이 없다. 검사가 무혐의결정을 하기 전에 고소인이 철저한 입증을 해야 한다. 고소장만 내놓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자세로 고소사실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범죄입증 여부에 고소의 성패가 달려 있다.


범죄의 증명은 어렵다. 기본적으로 범죄란 다른 사람 모르게 은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범죄는 행위의 은밀성을 중요시한다. 도둑질, 뇌물수수, 강간 등 모든 범죄가 다른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은밀하게 행해진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공연한 장소에서 이런 범죄를 한다는 것은 곧 붙잡히려고 마음먹은 사람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다. 이처럼 은밀하게 행해진 범죄를 현행범으로 검거한 것도 아니고, 몇 달 또는 몇 년이 지난 다음에 고소인의 주장만에 의해 범죄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여기에 수사기관의 고민이 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것이다. 밤도둑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도둑이 몰래 밤에 남의 집에 들어와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훔쳐갔다. 피해자는 경찰에 도난신고를 한다.


경찰에서는 현장에 와서 지문채취도 하고 현장검증을 하지만, 범인은 지문을 남겨놓을 리가 없다. 장갑을 끼고 도둑질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둑이 잡히는 수가 있다.


예컨대 훔친 다이아몬드를 장물로 처분하다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이다. 이것도 사실은 백만불의 일 확률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절도사건은 경찰에 신고만 접수되지 범인이 검거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이렇게 장물처분과정에서 붙잡힌 도둑이 변명하기를 자신이 직접 훔친 것이 아니고, 교도소에서 만난 철수라는 사람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철수가 자신에게 다이아몬드반지를 처분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받아 가지고 처분하려고 하다가 붙잡혔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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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마술


가을사랑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사기꾼을 여러 차례 만나면서 사기꾼이 베푸는 사소한 이익에 눈이 어두어진다. 눈이 뒤집어 씌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사기꾼의 전략이다. 상대방에게 미끼를 던져 혹하게 만들어 놓고, 자신은 선량한 사람이고, 피해자를 위해 이익을 주려는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속인다.


그 말에 속은 피해자는 우연히 만난 사기꾼이 자신에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귀인으로서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그 사기꾼에게 푹 빠지게 된다. 돈도 주고, 몸도 주고, 마음도 준다.


모든 것을 주면서도 사기꾼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일시적인 행복감에 빠진다. 마치 마약을 하고 난 후의 일시적인 환각상태에서 느끼는 쾌감을 똑 같이 맛보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주변에서 사기꾼을 경계하라는 충고를 아무리 해도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주관적 환각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객관성을 상실하고, 불합리한 상태가 된다. 집안 식구들이 말려도 듣지 않고, 주변에서 이미 그런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뼈아픈 경험담을 들려 주어도 듣지 않는다.


세상 사람이 다 사기를 쳐도 자신이 만나고 있는 사기꾼은 절대로 사기를 치지 않을 것이라고 맹신하고 있다. 사기꾼이 서툴러서 거짓말이 점차 탄로나기 시작해도 피해자는 사기꾼의 거짓 변명을 또 믿고, 그것이 고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고 믿는다.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사기꾼을 미화하고 그의 모든 변명을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피해자는 한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오랜 세월 끌려 다니게 된다.


사기꾼과 결혼한 사람들은 평생 사기꾼에게 휘둘려 살고 있다. 사기꾼임을 알지만 자식을 낳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어 어쩌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사기꾼에게 동화되어 부부사기꾼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은 사기쳐 가족들을 위해 돈을 갖다 주고 자신은 감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부인은 사기쳐서 가져다 준 돈으로 편하게 헬스클럽이나 사우나에 다니고, 가끔 감방에 찾아가 면회를 하고 위로해 주는 것으로 임무를 다 한다. 


그런 사기꾼을 둔 부인은 물질적으로 호강을 하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도 즐긴다. 그런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는 사기꾼은 가족걱 정을 하면서 출소하면 또 다른 사기를 쳐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결의에 가득 차 있다.


사기피해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들이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아도 매우 늦게 알게 되고, 마지막 순간까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드는 것이다. 막상 알게 되어도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는다.


물질적인 사기도 문제지만, 더 큰 사기는 정신적인 사기에서 나타난다. 사이비종교에 빠져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이비종교의 경우 전 재산을 가져다 바치고, 자신은 아주 비참하게 산다. 그래도 교주를 믿고 정신적으로 행복해하고 있으니 아무런 방법도 없다.  


세상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 어리석은 사람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식들은 학교도 못다니고 지하단칸방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허황된 욕심을 부리다가 망하기도 하고,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사기를 당해 몰락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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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랑

 

 


사기꾼은 먼저 돈이 있는 사람에게 접근한다. 사기꾼은 이해타산이 빠른 경제적인 동물이므로 사람을 만나면 돈이 있는지, 아니면 권력이 있는지, 기타 이용할 그 다른 무엇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관찰한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사람에게는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사기꾼은 사기치는 일이 직업이므로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사기꾼은 사기를 칠 대상을 찾으면 그 다음 단계로 나간다.


사기 타겟이 된 사람에게 사기꾼은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매우 착하고 양심적인 사람으로 보이도록 노력한다. 의식적으로 나쁜 사람을 격하게 비난하고, 자신은 평소 아주 양심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리고 길가다 거지를 보면 아낌없이 돈을 준다. 이렇게 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믿음을 얻는다.


그 다음 단계로 사기꾼은 상대방에게 미끼를 던진다. 약간의 돈을 헤프게 쓰는 것이다. 선물을 한다든지, 식사를 대접한다. 그 다음 아주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사기꾼은 상대방을 현혹시키기 전에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사업계획서를 화려하게 만들어 놓고, 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많은 연구를 해서 전문가가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약간의 이익을 안겨 준다. 이 이익에 혹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는 권력층의 비호세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주변에 판사나 검사, 경찰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힘 있는 사람들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한다. 자신이 했던 사업은 실패가 없었으며 무조건 대박을 터뜨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상대방은 이 정도 단계에서는 이미 사기꾼을 완전히 신뢰하고, 착한 사람으로 믿고 있으며, 돈도 많고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꾼의 꼬임에 빠져 돈을 맡기고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사기꾼은 결정적인 시간이 되면 빠른 속력을 내서 피해자로부터 돈을 챙긴다.


돈을 챙긴 다음에는 피해자로부터 떠나간다. 연락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잠적해 버린다. 일부 사기꾼들은 법망을 피해놓고 도망가지도 않고 피해자에게 배짱으로 나간다. 고소를 하려면 하라는 식이다.


특히 전문적이고 상습적인 사기꾼은 도망가지고 않는다. 사기를 친 다음에 도망가는 사람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거나 겁이 있는 소심한 사기꾼에 해당한다. 늘상 사기를 치고 사는 사람은 처음부터 많은 준비를 한다.


법도 공부하고 빠져나갈 궁리를 한다. 그전에 사기죄로 여러 번 고소를 당해 조사를 받아 보기도 해서, 법이 얼마나 허술한지도 잘 알고 있다. 사기사건에서 피고소인으로 조사받는 법을 변호사보다 더 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전문적인 사기꾼은 이처럼 유들유들하면서 피해자로부터 항의를 받으면 자신은 사기칠 의사가 전혀 없었으며 단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사업이 잘 안되었을 뿐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댄다. 정부의 방침이 갑자기 바뀌었다든지, 예상치 못한 경쟁업체가 나타났다든지, 아니면 현재 사업이 계속 추진중이니 더 기다려 달라든지 하는 식의 거짓말을 한다. 법도 이러한 고단수의 거짓말 앞에서는 매우 무력하다.


인권보장이라는 형사소송법의 이념 때문에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재판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자의 약점을 잡아서 고소를 하지 못하게 한다. 예컨대 피해자가 공무원인 경우에는 공직자라는 신분상의 약점을 잡아 공직자가 고리대금업을 했느니, 불법한 곳에 투자를 했느니 하는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같이 죽자고 달라든다.


그래서 사기를 당하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피해자가 정치인이거나 공무원, 대학교수 등 사회적인 체면이 있는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고도 아무 소리 못하고 당하고 마는 경우가 있다.


사기꾼은 허점이 있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허황된 욕심이 있는 사람들을 꼬여 돈을 뜯어낸다. 세상 경험이 별로 없으면서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도 주된 대상이다.


정직하지 않고 얼렁뚱땅 돈을 쉽게 벌려고 하는 사람들도 사기를 당하기 쉽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이 센 사람도 사기꾼에게 걸리면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외골수로 빠져 들어 큰 사기를 당할 소지가 있다.


그리고 경솔한 사람 역시 사기의 대상이 된다. 꼼꼼히 따지는 것을 싫어하고 스케일이 커서 서류를 제대로 보지 않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정직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는 사기꾼도 달라붙지 않는다. 공연히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실속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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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범의 법망 피히기(4)


                                                                  가을사랑



그러나 옛날에도 신문고는 그야말로 제한된 범위에서 운영되었다. 아무나 신문고를 두드려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현대와 같이 복잡하고 수천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사회에서 신문고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고소장은 그야말로 일년에 몇십만건이 넘는 사기고소장 중에 하나일 뿐이다. 또한 경찰서에는 이미 접수되어 수사가 끝나지 않은 고소장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상태다. 대부분의 수사관들은 매일 접수되어 처리해야 할 사기고소장에 지쳐 있는 상황이다.


물론 법에 의해 범죄를 수사해야 할 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매일 똑 같은 사기사건을 수사하면서 싫증도 느끼게 되고 자연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더구나 사기사건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고소사실도 비교적 간단하고 단순했다. 갑이 을에게 돈을 떼어먹혔다라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들도 많아지고 법무사들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법의식이 높아져 고소장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길게 작성되어 있다. 몇십쪽이 넘는 고소장이 비일비재하다. 고소사실 자체도 매우 복잡하다.


어려운 법률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고소사실도 많고, 고소인들이 많은 경우와 피고소인들이 여러 사람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수사관은 고소장을 받는 순간 복잡하다고 생각해 자신이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고소장을 받아 놓고 처리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진행중인 사건에 밀려서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도 대부분이다. 고소장을 제출해 놓고 고소인은 하루가 급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경찰서에서는 연락조차 오지 않는다.


검찰청에 제출한 고소장은 주임검사만 지정해 놓고 대부분이 경찰서로 수사지휘가 내려간다. 고소장을 내놓고 한달씩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빨리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내거나 전화를 해서 독촉을 하면 조금 빨라지는 효과는 있지만 그렇다고 다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이 과정에서 고소인들은 이미 지쳐버리고 수사기관에 대한 신로를 상실해 버린다. 수사관들이 남의 사건이라고 무성의하게 처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경찰에서는 또 입장이 다르다. 고소사건의 대부분이 무혐의처리되고 있는 것은 고소인들이 고소권은 지나치게 남용하고 있다고 불평을 한다.


대부분이 민사상 분쟁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사기죄로 형사고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민사재판에 증거자료로 사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형사고소를 하고, 수사기록을 민사재판에서 형사기록검증신청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수사기관에서는 오히려 고소권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강구하고 있다. 고소각하와 같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실제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파위게임이 시작된다.


고소인은 돈도 없는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피고소인은 사기친 돈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무혐의주장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점차 퇴색하게 되고, 피고소인의 치밀한 변명이 받아들여져 무혐의결정이 내려진다.


대부분은 고소인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고, 피고소인의 변명은 이런데 그에 부합하는 이런 증거들이 있다는 판단이다. 고소인은 억울하다고 펄펄 뛰지만 이미 사건은 무혐의결정이 난 상태다.


억울하면 항고 재항고를 하라고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이미 9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별로 실익이 없는 항고 재항고를 하고 심지어는 변호사강제주의가 시행되고 있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하고 있다. 여섯째 법집행과정에서의 불철저성이 문제다.


많은 사기사건이 법에 의해 철저하게 처벌되지 않고 있다. 거액의 사기범죄가 그에 상응하는 형량을 선고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기범들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었다. 많은 사기범들이 사기친 돈을 빼돌려 놓고 잘 사는 것도 막지 못하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사기죄에 대해 거의 무기력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수사나 재판실무는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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