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사기
가을사랑
결혼사기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결혼할 의사가 없으면서 결혼하자고 속여 정조를 빼앗고, 더 나아가 결혼할 사이니까 돈이 필요하다고 빌려 사기를 치는 수법의 범죄행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러한 결혼사기는 주로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되었다. 결혼을 빙자해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자의 정조를 침해하고 농락했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어 형사처벌했다.
그러나 점차 사회 환경이 바뀌면서 이런 결혼사기는 정조 보다도 금품을 편취하는 수법으로 발전되었다. 여자 피해자를 상대로 사기 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 스스로 재력이 있고 사회적인 능력이 있는 것처럼 꾸민다.
여자들은 이런 남자들이 돈이 있어 보이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일단 호감을 가지고 잘 대해준다. 그리고 결혼하면 엄청나게 잘 살게 해줄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기 위해서 견실한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속인다. 돈이 많은 것처럼 좋은 자동차를 렌트해서 타고 다니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친구들과 공모해서 옆에서 바람을 잡기도 한다.
이런 계획적인 사기수법에 넘어가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 철저한 사기행위이기 때문이다. 결혼사기범들은 수십 차례 수백차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한 시도를 하여 여자의 심리를 잘 파악한다.
사기수법을 동원해서 여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것을 연구한다. 멋있는 옷을 입고 나타나고, 아주 지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음악과 미술,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둔갑한다. 현실이라는 진흙텅이를 벗어나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세계로 이끌어 간다.
감미로운 대화를 하고, 이런 방법으로 여자를 유혹해서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본격적인 마각을 드러낸다. 이런 저런 핑계로 여자가 거절할 수 없게끔 거짓말로 돈을 뜯어낸다. 그러면서 여자를 계속 사랑한다고 함으로써 다른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게 결혼사기범들의 고단수 수법이다.
나중에 이런 사기행위가 탄로나면 일단 도망갔다가 나중에 나타나서 온갖 거짓말을 한다. 정말 사랑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렇게 되었다고 결혼사기의 고의 내지 범의를 부인하게 된다.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더욱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그러다 보면 결혼사기도 성립이 안 되고 일반 사기범죄도 입증이 어려워 무혐의결정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더욱 승승장구하게 된다. 더욱 자신감을 가지고 새로운 대상을 물색해 나간다.
결혼사기의 본질은 사기행위이며 그 가증스러운 사기수법에 있다. 이런 유형의 사기범죄를 철저하게 수사하여 법이 정한 최대한의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 특히 애정을 수단으로 순수한 마음을 이용해서 인생에 커다란 상처를 주고 더 나아가 그 돈을 뜯어내서 재산상 피해를 주는 범죄는 아주 죄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최근에 애정을 이용해서 돈을 뜯는 사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꽃뱀과 제비족, 간통을 해놓고 공갈치는 사람, 성매매를 해놓고 신고해서 처벌 받도록 공갈치는 나쁜 사람들. 이들로 인해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한편 결혼사기의 피해자 역시 피해자과실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랑을 할 때 상대방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무조건 그 사람의 말만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 결혼한다면서 도중에 돈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어서는 안 된다. 그건 사기수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들에게 상의도 없이 커다란 돈 거래를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이런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에서도 혼인빙자간음죄의 폐지논의와는 별도로 사기행위를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혼인빙자간음죄를 비범죄화하여 성문제는 자유의사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사기죄는 여전히 엄벌해야 사회정의와 신뢰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