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의 함정(6)
가을사랑
남숙의 주변 사람들을 수소문했지만, 아무도 소재를 알지 못하고, 근황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 사장이라는 사람이 병진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숙에게 자신도 1억원을 사기 당했는데, 남숙이 병진과 함께 사업을 한다고 믿었다고 하면서 병진 명함을 들고 왔다. 남숙은 강 사장에게 사기를 치면서 병진과 마치 동업을 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던 모양이었다.
남숙은 강 사장과도 애인관계로 지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솔직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치를 보니 그랬다. 강 사장도 씩씩대고 있었다. 병진은 특별한 내색을 하지 않았으나, 자신의 처지가 더욱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강 사장은 이미 남숙을 상대로 사기죄로 고소를 했다고 말했다. 잡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달쯤 지난 다음 남숙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국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가 골치 아파 잠시 미국에서 쉬려고 한다고 했다. 병진은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남숙은 울면서 말했다. 돈은 걱정하지 말라고, 곧 갚을 거라고 하면서, 왜 자신을 의심하냐고 반문을 하는 것이었다. 병진은 지금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까 빨리 돈을 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숙은 그말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은 병진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와 있으니까 더욱 그립고 보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병진에게 자신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병진은 말이 막혔다. 이게 사랑일까? 사기일까? 남숙에게 그곳이 어느 도시고, 전화번호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샌프란시스코이며 전화번호도 알려주었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돈거래는 대개 이런 식이다. 더군다나 함께 몸을 섞고 애인 사이로 지내면서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애매해진다. 빌려 준 것인지, 그냥 준 것인지, 특별한 서류를 만들어 놓은 것도 없고, 서로가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제3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 후 몇차례 통화를 했지만,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남숙은 시간이 지나자 병진에게 같이 살고 싶다고 매달렸다. 미국으로 와서 같이 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부인과 이혼하든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고 빨리 미국으로 와서 새로운 일을 하자고 했다.
자신은 미국에서 의류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도대체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부인과 자녀들이 있는데 무슨 이혼이며 미국에 가서 산다는 말인가? 그리고 여러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사기를 치고 미국으로 도망간 것 같은데 이제 와서 무슨 사랑이며 새로운 인생계획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건 분명 사기였다. 고도의 사기수법이었다. 그러나 한쪽으로 남아 있는 미련이란 남녀 사이의 어리석은 정이었다. 함께 몸을 섞고 정염을 불태웠던 사이였기에 무조건 사기꾼으로 몰 수는 없었다. 어떤 때는 남숙이 무슨 사정이 있겠지? 장사를 하다가 어려워져서 살기 위해 그런 것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