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0)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젊은 검사는 명훈 아빠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고 같이 온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다. 회계장부 및 문서철, 컴퓨터를 모두 차에 실었다. 명훈 아빠는 당황했다. 친구 변호사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변호사는 재판 때문에 올 수 없다고 하면서 압수수색은 거부할 수 없으니 일단 응하라고 코치를 해주었다.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압수수색영장을 보여드리지 않았습니까?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해서 횡령했다는 것과 뇌물죄 등의 혐의로 수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더 이상 자세한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명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숨이 넘어가는 목소리였다. 이러 때 여자는 더 놀라는 법이다.

“여보. 집에도 수사관들이 와서 모두 뒤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예요? 우린 아무 죄도 없는데 왜 이러지요? 누가 투서를 했나요?”

“글쎄. 모르겠어. 전혀 내용을 알 수 없어.”

검찰청 직원들은 명훈 아빠의 자가용과 명훈 엄마가 타고 다니는 차도 모두 압수수색했다. 정말 무서웠다. 검찰 수사가 이렇게 무서울 줄 상상도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압수수색을 TV에서 잠깐만 보여주고, 수사관들이 ‘검찰’이라고 쓴 압수물상자를 들고 나오는 장면만 보여주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모른다. 평소에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하지 않고 방심한 상태에서 회사의 비밀서류, 특히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서류나 자료를 압수 당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모든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징역을 가고, 회사는 망한다.

일반 봉급생활자나 치킨집을 하는 사람들은 압수수색할 것도 없지만, 해봤자 나오는 것도 별로 없다. 하지만 규모가 크고, 돈을 많이 벌고, 장부를 조작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끊고, 인건비를 허위로 지급한 것으로 꾸며놓고, 리베이트를 받거나 뇌물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압수수색이 가장 무섭다. 명훈 아빠와 명훈 엄마는 초죽음상태가 되었다. 모든 은행통장도 압수되었다. 심지어 명훈 아빠 핸드폰도 압수되었다.

명훈 아빠는 변호사를 만나러갔다. 모든 문제를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형사문제였기 때문에 검사 출신 변호사를 만났다. 대학 친구 집안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소개를 받고 선임했다.

아무리 세상에서 전관예우가 나쁜 폐해라면서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정치인들도 떠들고 있지만, 그래도 막상 개인적으로 검찰의 특별수사를 받게 되면 하는 수 없는 것 같았다. 검사생활을 오래 한 변호사가 아무래도 대응을 잘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명훈 아빠도 그래서 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변호사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검찰 조사에 대비해서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했다.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에는 변호사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명훈 아빠와 엄마는 초상난 집처럼 어두웠다. 모든 것이 두렵고 불안했다. 명훈 아빠는 공황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위스키를 꺼냈다. 안주도 없이 독한 술을 들이켰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51)   (0) 2019.10.27
작은 운명 (31)  (0) 2019.10.25
작은 운명 (29)  (0) 2019.10.23
작은 운명 (28)  (0) 2019.10.21
작은 운명 (27)  (0) 2019.10.21

작은 운명 (29)

 

은영은 명자와 이런 저런 상의를 했다. 뱃속의 아이는 하루 하루 자라고 있어 빨리 결론을 내려야했다. 명훈 엄마는 절대로 결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 명훈 역시 은영을 싫어하고, 애만 뗄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좋을까? 두 사람 머리로서는 도저히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은영은 명자에게 정숙을 만나서 같이 상의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아무래도 돈 많은 정숙이 발도 넓고, 아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정자는 은영의 설명을 다 듣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주 좋은 기회야. 무조건 아이를 낳는다고 통보하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마. 전에 이런 비슷한 케이스를 봤어. 어떤 돈 있는 집 아들이 대학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했어. 그 아들이 술집 나가는 여자와 연애를 했는데 임신을 시킨 거야. 여자는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남자의 아이라는 확신이 들자, 남자에게 말했어.

‘아이를 낳아서 혼자 키우고, DNA검사를 해서 가정법원에 친생자확인소송을 걸어서 판결을 받은 다음, 당신의 가족증명부에 자식으로 올려놓고, 양육비를 19세 될 때까지 법으로 받아내고, 당신이 죽으면 자식으로서 재산상속을 받게 하겠어요. 당신이 결혼하면 아이와 함께 축하하러 가겠어요. 당신의 사랑하는 신부에게 물어볼 거예요. 왜 우리 아이 아빠와 결혼하느냐고 물어볼 거예요.’ 이렇게 말했더니, 그 남자는 자신의 부모에게 전해주었어. 그랬더니 남자 부모가 큰일 났거든. 아들이 좋은 집에 장가가기도 어렵게 되었고, 양육비를 매달 70만원만 잡아도 19년 동안 물어줘야지, 죽으면 상속권도 있다고 하지, 총각이 호적에 자식이 올라가지. 인생 조지는 거잖아? 그래서 남자 집에서 3억원을 주고 합의를 했대. 그러자 여자는 아이를 낙태하고 그 돈 가지고 치킨집을 차려서 지금 잘 살고 있대.”

“그러니까 은영이 너도 정말 좋은 기회를 잡은 거야. 네가 그동안 착하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천사처럼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는 것 같다. 그러니까 고민하지 말고 3억원 받고 합의해 줘. 그 사람들 돈이 많으니까 즉시 합의할 거야. 요새 3억원은 돈도 아니야. 벤츠 한 대 값밖에 안 돼. 강남에서는 시원찮은 아파트 전세도 못얻는 돈이야. 말로 하지 말고 내용증명으로 보내. 놀라서 즉시 합의할 거야. 돈 많이 받으면 우리 셋이서 술 먹자. 옷도 한 벌씩 사줘. 알았지!”

“글쎄 그게 통할까?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공갈죄로 고소하지 않을까? 집 앞에 가서 일인시위를 할까? 아빠 사무실에 찾아가서 피켓 들고 서 있을까? 엄마 약국에 가서 드러누울까?”

“아냐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기다려 봐. 급한 것은 그 사람들이니까. 곧 무슨 연락이 올 거야. 그 남자 집안이 막 사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31)  (0) 2019.10.25
작은 운명 (30)  (0) 2019.10.24
작은 운명 (28)  (0) 2019.10.21
작은 운명 (27)  (0) 2019.10.21
작은 운명 (276)  (0) 2019.08.29

작은 운명 (27)

 

명훈은 요새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이렇게 재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은영을 몇 번 데리고 놀았다는 이유로 개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스타일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새로 만나 마음에 드는 돈 많은 집 아이인 제니도 이번에 은영이 난리 치는 바람에 전화도 받지 않고 있었다. 명훈은 가까운 친구 형석과 강남에 있는 클럽에 갔다. 웨이터의 소개로 두 여자와 합석했다. 그 중 한 여자가 마음에 드는 타입이었다. 술을 마시고 일행 네 사람은 밖으로 나와 2차로 술을 마셨다. 명훈은 파트너에게 술에 취해 도저히 움직이지 못하겠으니, 모텔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수고비로 10만원을 주었다. 여자는 명훈이 돈이 많다고 허풍을 떨었기 때문에 잘 대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에서 데려다 주려고 했다. 모텔 방에 들어가자 명훈은 조금만 이야기하다 가라고 애원했다.

여자는 명훈을 믿고 모텔방 의자에 앉았다. 10분쯤 지나 여자가 나가겠다고 하자. 명훈은 갑자기 여자를 붙잡고 침대에 눕혔다. 여자는 안 된다면서 뿌리쳤다. 명훈은 술에 많이 취한 상태에서 흥분했기 때문에 여자 바지를 벗기고 그 위로 올라갔다. 여자는 싫다면서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성병에 대한 노이로제가 있다고 했다. 

명훈은 콘돔을 사용하면 된다고 하면서도 술에 취해 이성을 잃고 그냥 여자에게 성관계를 시도했다. 여자가 강하게 저항하자 사태는 여기에서 끝났다. 여자는 명훈에게 욕을 하면서 명훈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명훈은 아직도 술이 덜 깨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술에 취해서 그랬으니 용서해줘요.”

“안 돼, 용서 못해. 신고할 거야.”

여자는 명훈의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다. 곧 바로 여자 친구가 왔다. 그때까지 명훈은 술에 취해 누워있었다.

“아니 이 미친 〇 봤나? 유부녀를 강간하면 얼마나 징역을 살려고 그랬어? 너 몇 살이나 됐니? 이 아줌마는 마흔다섯살이야. 이마에 피도 안 마른 〇이 애가 둘이나 있는 엄마뻘 되는 아줌마를 강간했어. 콩밥을 많이 먹고 그 안에서 썩어서 죽어야 해. 자 빨리 경찰서로 가자.”

명훈은 그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 옷을 입고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요. 죽을 죄를 졌어요. 하지만 안 했잖아요? 하려다가 만 거에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피해자 친구는 매우 노련했다. 맥주집으로 데리고 가더니 백지를 얻어다가 사실확인서를 쓰라고 했다. 핸드폰으로 녹음하기 시작했다. 마치 변호사나 경찰관 같았다. 법을 많이 알고 있었고 매우 논리적이었다.

“자 이렇게 써. 내가 부르는 대로. 알았지. 이 강간범아!”

“예. 쓸게요. 근데 강간범은 아니잖아요? 정말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냥 하려고 하다가 술에 취해 못한 거예요. 아줌마, 사실대로 말해 주세요. 들어가지 않은 건 맞잖아요? 아줌마가 콘돔 끼고 하라고 해서 콘돔 찾다가 그만둔 거잖아요? 그게 어떻게 강간범이예요?”

여자 친구가 갑자기 뺨을 후려쳤다. 멱살을 잡고 파출소로 가자고 했다. 피해자인 여자는 옆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노려보는 눈이 꼭 피를 찾는 늑대 같았다. 무서웠다. 사나운 독사눈이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9)  (0) 2019.10.23
작은 운명 (28)  (0) 2019.10.21
작은 운명 (276)  (0) 2019.08.29
작은 운명 (275)  (0) 2019.08.23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6)

 

금화는 자신의 남편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수령사실을 옥경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금화는 옥경 아버지를 더욱 사랑하는 것처럼 달라붙었다. 그리고 옥경 아버지와 같이 사주역학가를 찾아갔다.

 

역학가에게는 애인이라고 하지 않고, 친척이라고 했다. 옥경 아버지가 부부 사이가 나빠서 골치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당신은 부인과는 껍데기로 살고 있구먼. 안 됐네. 근데 당신에게는 지금 부인이 최고야. 다른 여자 만나야 이용만 당하고, 제 명도 못 살아.”

금화는 귀가 번쩍 뛰었다. ‘제 명에 못 살다니! 아니 그럼, 이 사람도 오래 살지 못하는 운인가?’

 

금화는 며칠 후에 다시 그 역학가를 찾아가서 물었다.

“도사님! 그럼 저희 친척 오빠가 명이 짧다는 말인가요?”

“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다만, 이 사람은 금년에 먼길을 다니지 않는게 좋아. 바위 같은 딱딱한 곳에 부딛혀 크게 다칠 운세가 나와. 그걸 막으려면 부적을 해서 가지고 다녀야하는 데. 그 사람 얼굴에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다고 써있어. 그러니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내버려 둬.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귀뜸이나 해주던가.”

 

금화는 옥경 아버지에게 역학자의 말을 전해주었다.

“나도 미신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 별로 실력 없어 보여. 그런 엉터리 말을 믿고 돈을 들여 부적을 하고 다니는 건 어리석은 거야. 내가 왜 바위에 부딛혀.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는 골프장 이외는 바위 있는 곳을 가지 않는 사람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부적을 하는게 어때요? 그리고 이 참에 생명보험을 들어놓으세요. 돈이 아까우면 내가 보험료를 내줄테니까, 그 대신 보험수익자를 나로 해줘요.”

“그건 마음대로 해. 내가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 상관 없어.”

 

그래서 금화는 옥경 아버지로 하여금 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보험수익자를 금화로 하고, 보험료는 금화가 매달 지급했다.

 

박 경사는 금화에 대해 생명보험에 가입한 경위, 보험계약서에 옥경 아버지가 자필로 서명한 부분,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 등을 상세하게 조사했으나, 금화의 변명 이외에 달리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금화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옥경은 너무 억울했다. 법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런 법이 있나! 이금화는 분명히 아빠로 하여금 생명보험에 들게하고, 보험료도 아빠가 낸 것이고, 이금화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빠를 사망케 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먹었는데, 아무 죄가 되지 않는다니!’

 

옥경과 옥경 어머니는 수사를 담당했던 박 경사가 분명히 금화에게 매수되었거나, 금화가 빽을 써서 상급자가 압력을 넣어서 무혐의종결처리한 것으로 생각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8)  (0) 2019.10.21
작은 운명 (27)  (0) 2019.10.21
작은 운명 (275)  (0) 2019.08.23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5)

 

박 사장의 부인 이금화의 입장은 참으로 묘했다. 금화는 자신의 남편인 박 사장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용한 사주역학자에게 같이 가서 사업운 등을 물어보면서 수명이 얼마나 될까 참고로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박 사장이 단명할 팔자로 뚜렷이 나와있다고 해서 그렇게 되면 남편이 일찍 죽을 경우 남은 가족이라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박 사장을 설득시켜 생명보험을 급하게 들었던 것이다.

 

당시 박 사장은 부인인 금화가 자신의 책임 하에 생명보험을 들겠다고 하고, 모든 보험료도 금화가 알아서 내겠다고 하니까, 별 생각 없이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보험수익자를 부인인 금화로 해주었다.

 

그리고 박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췌장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망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박 사장이 보험에 가입할 당시 신체검사, 건강검진을 철저하게 해서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생명보험가입을 승인했던 것인데,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성췌장암 판정을 받고 몇 달 있다가 사망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보험사기라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금화는 보험금을 수령하고 난 다음 곧 바로 그 용하다는 사주역학자를 찾아갔다. 금화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사주역학자에게 물어보았다.

 

“제 남편 건강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제 사주는 어때요? 좀 자세하게 봐주세요.”

 

사주역학자는 금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금화는 그 무서운 눈빛을 오래 견딜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10분 정도 사주역학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사모님 남편 사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요. 무슨 사고를 당한 것 같아요. 남편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 열심히 살아야 해요. 그리고 사모님 사주는 젊은 남자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남자는 사모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요.”

 

무서운 일이었다. 사주역학자는 금화의 남편이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 뒤집어 말하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화에게 젊은 남자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것을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금화는 사주역학자의 말을 들으니, 옥경 아버지와는 인연이 오래 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화는 자신의 남편이 병으로 죽고, 옥경 아버지가 완전히 골프연습장을 차지하게 되는 것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놓고 옥경 아버지와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든가, 골프연습장 문제를 꺼냈다가는 불리할 것 같아 일단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  (0) 2019.10.21
작은 운명 (276)  (0) 2019.08.29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2)  (0) 2019.08.19

작은 운명 (274)

 

금화의 남편 박 사장은 오리건 골프연습장을 하다가 도박에 빠져 흥청망청하고, 수많은 여자들과 바람을 피면서 오리건은 옥경 아버지에게 넘기고 있었다. 옥경 아버지는 박 사장으로부터 오리건 골프연습장을 넘겨받은 다음 자신의 개인 돈을 추가로 투자하여 운영에 전념하였다.

 

그러면서 박 사장의 부인인 이금화와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옥경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오리건 골프연습장이 어느 정도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박 사장은 옥경 아버지에게 사실상 골프연습장을 모두 정산하여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골프연습장이 박 사장 소유라고 주장하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이런 분쟁과정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박 사장은 어느 날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박 사장은 석 달도 되지 않아 그토록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옮겨졌다.

 

박 사장의 췌장암 발견과 사망은 그 누구도 예견할 수 없었던 천재지변이었다. 박 사장과 골프연습장 때문에 싸우고 있던 옥경 아버지도 이런 사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겉으로는 박 사장이 너무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자칫 잘못해서 몸싸움을 했다가는 그 즉시 옥경 아버지가 KO를 당할 상황이었다.

 

옥경 아버지는 한편으로 생각하면 박 사장의 죽음이 두려웠다. 사실 박 사장은 심성이 약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옥경 아버지는 박 사장 밑에서 월급사장으로 있다가 박 사장이 경영을 잘못하고 빚이 많아서 골프연습장을 도저히 운영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박 사장이 옥경 아버지에게 간곡히 부탁을 하여 골프장을 인수받았다.

 

그 후 옥경 아버지의 개인 돈을 많이 투자하여 골프연습장을 궤도에 올려놓자,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도로 골프연습장을 빼앗으려고 해서 싸움을 했지만, 막상 박 사장이 갑자기 병으로 죽고나니 그 원혼이 구천을 떠돌면서 옥경 아버지를 원망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옥경 아버지가 억울하게 죽은 박 사장의 부인과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그것을 박 사장에게 숨기고 있었으니, 그 죄를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옥경 아버지는 박 사장이 병원에 입원해서 죽기 전까지는 이금화와 잠자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박 사장이 죽음으로써 골프연습장 경영권에 관한 분쟁도 끝난 것 같았고,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이금화와 내놓고 연애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전에 오리건 골프연습장 사장이었고, 옥경 아버지를 키워준 사람이기 때문에 은인이 돌아가셨다면서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박 사장이 사망하자 일주일 동안 오리건 골프연습장을 문을 닫고 조기를 걸어놓았다.

 

주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골프연습장에 조기를 걸고 휴업을 하고 있으니까, 국장이 났나? 골프 황제가 돌아가셨나? 오리건 창업자가 사망했나? 등등의 억측이 난무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6)  (0) 2019.08.29
작은 운명 (275)  (0) 2019.08.23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2)  (0) 2019.08.19
작은 운명 (271)  (0) 2019.08.15

작은 운명 (273)

 

피의자 이금화는 김분석이 가입한 생명보험에서 김분석이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이금화가 타는 것으로 하는 내용으로 보험에 여러 개 가입해서, 피의자는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있지요?”


.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김분석이 자진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면서 저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해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험금을 적법하게 수령한 것입니다.”

 

이금화가 김분석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타게 된 경위는 이런 것이었다. 이금화는 수사관에게 생명보험과 관련된 의혹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금화의 아버지는 노름꾼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몇 년 동안에 모두 탕진했다. 그래서 금화의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

 

금화의 어머니는 보험회사에 다녔다. 그래서 생명보험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어머니는 남편이 하는 행색으로 봐서 오래 살 것 같지 않았다. 건강은 타고 났지만, 매일 술을 마시고, 색을 밝히고, 게다가 화투까지 좋아해서 수시로 며칠씩 밤을 새우니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는 어머니 앞으로 해서 생명보험을 몇 개 들었다. 그리고 어렵지만 보험료를 제대로 불입했다.

 

몇 년 있다가 아버지는 간암과 위암이 겹쳐서 돌아가셨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생명보험금을 타서 작은 식당을 차렸다. 덕분에 경제적으로 고생은 면했다. 금화도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일찍부터 생명보험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생명보험의 요체는 피보험자가 일찍 죽어야 도움이 되는 것이다. 생명보험을 들고 일찍 죽기를 바랬는데, 피보험자가 자신의 건강에 온갖 신경을 쓰고,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몸에 좋은 것만 챙겨먹어서 90세를 넘기고도 아직도 청춘이라고 떠들고 다니면 보험료만 열심히 내고 있는 사람은 머리가 돌게 된다.

 

그러면서 생명보험제도를 고안해서 세상에 내놓은 보험전문가를 찾아가서 항의를 하든가, 그의 생명을 노릴지 모른다.

 

그래서 금화는 결혼한 남편의 사주팔자와 관상을 보러다녔다. 물론 결혼 초기에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서 남편이 오래 오래 같이 살아 행복하기를 바랬지만, 결혼하고 15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남편이 굳이 오래 살아봤자 좋을 것은 없는 때가 되었다.

 

그래서 금화는 유명한 역학자에게 남편을 데리고 가서 개인정보를 알려준 다음 나중에 따로 혼자 찿아가서 남편의 수명에 관한 예측을 상세하게 물어보았다. 역학자는 금화의 내심의 의사는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말했다.

 

큰일 났네. 자네 사주팔자가 아빠를 잡아먹는 형상이야. 자네는 5년 이내에 과부가 될 거야. 얼굴에 씌여있어. 어떻하지 불쌍해서. 혼자 되면 여자는 세상 살기가 힘들텐데. 이걸 막으려면 부적을 잠잘 때 베개 속에 넣고 자야 해.”

그런 부적은 비싼가요?”

 

. 돈 좀 들어. 아무려면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데,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야 해.”

. 생각 좀 해볼게요.”

 

금화는 돌아와서 그 역학자가 너무 고맙게 생각이 들었다. 만일 금화의 남편이 100세를 넘겨서 장수축하금까지 관내 시장으로부터 받게 되는 날이면 금화로서는 망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단명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었다.

 

금화는 남편이 일찍 죽으면 자식들과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었다. 남편을 설득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서 보험료를 납부했다.

 

역학자의 말을 믿고 역학자가 제시한 5년의 기간을 고려해서 사주를 본 날로부터 46개월이 지난 날,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를 금화로 하는 생명보험을 들었다.

 

남편은 금화의 말을 듣고, 너무 착해서 혹시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까지 고려해서 자식들과 열심히 산다고 생각을 해서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다.

 

남편은 결혼한 후 처음으로 금화를 업어주기까지 했고, 두 사람은 사후세계에서도 영원한 부부가 되자고 다짐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소주를 사다가, 남편은 다섯 병, 금화는 두 병을 마시고 진한 잠자리를 치뤘다.

 

금화도 너무 황홀한 나머지, 자신이 남편과 지옥세계에 와있는 것인지, 천국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5)  (0) 2019.08.23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2)  (0) 2019.08.19
작은 운명 (271)  (0) 2019.08.15
작은 운명 (270)  (0) 2019.08.08

작은 운명 (272)

 

조문세 경사는 옥경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옥경 아버지가 얼마나 억울하게 죽었는지, 그리고 이금화가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갔는지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확신에 빠졌다.

 

그래서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서 옥경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을 밝히고 싶었다. 조문세 경사는 그래서 자신의 동료인 박팽달 경사에게 이 사건을 맡아서 철저하게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박 경사는 그동안 내사한 자료를 가지고 이금화를 소환했다.

 

피의자 이금화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55살입니다.”

김분석씨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지요? 그 경위를 설명해 주실까요?”

 

사고 당일 김분석씨가 운전하던 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저는 피곤해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벼락같이 치더니 길가에 서있던 트럭을 박고 저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고,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던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는지 저는 전혀 모릅니다. 그 전날 용평에서 김분석은 술을 많이 마시고, 호텔에서 같이 잠을 잤습니다. 그 다음 날 또 스키를 타고 저녁에 돌아오다가 사고가 난 것인데, 아마도 김분석이 며칠 동안 과로를 해서 사고 당시 졸음운전으로 트럭을 보지 못하고 충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금화가 이렇게 부인을 하자, 박 경사는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승용차 안에 블랙박스가 작동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당시 이금화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박 경사는 여러 가지 탐문수사를 통해서 사고가 난 날로부터 일주일전에 조수석의 에어백을 수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이금화가 타고 있던 조수석의 에어백이 제대로 터져서 크게 다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김분석이 타고 있던 운전석의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김분석은 즉사했던 것이다.

 

사고 일주일 전에 조수석의 에어백을 수리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건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김분석이 수시로 차를 점검하러 다닌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혹시 사고 직전에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한 사실이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싸운 사실이 없습니다. 사이 좋게 같이 스키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1)  (0) 2019.08.15
작은 운명 (270)  (0) 2019.08.08
작은 운명 (269)  (0) 2019.08.06

작은 운명 (271)

 

옥경은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은 다음, 자신이 반드시 이 의문의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경찰서 앞에 있는 행정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나이 먹은 행정사는 옥경의 설명을 다 들은 다음 말했다.

 

분명히 이상한 사건이고, 심증은 가지만, 막상 경찰에서도 어떻게 할 방법은 없을 거예요. 아버지 교통사고가 난 것도 벌써 1년이나 지났고, 현장도 다 치워졌고, 아버지도 화장해서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데, 어떻게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의도적으로 냈다고 인정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생명보험은 아버지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수익자로 그 여자를 해주었다면 나중에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당연히 그 여자가 보험금을 수령할 권리가 있는 거니까, 그것도 아버지가 지금 돌아가신 상태에서 아버지의 의사에 반해서 그 여자가 몰래 그렇게 했다고는 인정할 증거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내가 아는 경찰관을 소개해 줄테니 한번 만나서 억울한 사정을 이야기해봐요.”

 

행정사는 옥경이 불쌍해 보였는지 상담료도 받지 않았다. 그러면서 옥경에게 젊은 경찰관을 한 사람 소개해주었다.

 

형사님! 정말 우리 아빠는 억울하게 돌아가셨어요. 그 여자가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죽인 거예요. 그리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아빠 이름으로 보험을 들고, 그 여자가 95천만원을 보험금으로 타먹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운영하던 골프연습장도 모두 가로채버렸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일단 교통사고를 재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내도록 해요. 그리고 보험문제도 별도로 진정서를 제출해봐요.”

 

이렇게 해서 옥경은 경찰서에 아빠의 교통사고의 진상을 재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금화가 아빠가 가입한 생명보험에서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에 대해서도 조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옥경은 조문세 경사와 교통사고 현장을 가서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조 경사 역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사고라고 말했다. 당시 교통사고조사기록을 보면 아주 간단하게 되어 있었다.

 

아빠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야간에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정차했다. 그리고 아빠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조수석에 타고 있던 이금화는 에어백이 터져서 다행이 치명적인 상처는 없었다. 다만, 무릅이 골절되었고, 왼쪽 팔이 다쳤을 뿐이었다.

 

교통사고 직후 순찰차가 출동하고, 보험회사 직원도 현장에 나오고, 이금화와 아버지는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 사진을 여러 장 찍어놓았고, 트럭운전자도 현장에 와서 상황에 대해 확인하고 진술을 했다.

 

사건은 결국 아버지의 일방적인 과실로 인정되고, 트럭운전자 역시 아무런 과실도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2)  (0) 2019.08.19
작은 운명 (270)  (0) 2019.08.08
작은 운명 (269)  (0) 2019.08.06
작은 운명 (268)  (0) 2019.08.04

작은 운명 (270)

 

어머니와 옥경은 아무래도 아버지가 운전을 잘못해서 돌아가신 것은 아니고, 분명 이금화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이미 다 끝난 일을 가지고 어떻게 할 방법은 없는 것 같았다.

 

옥경은 인터넷을 뒤졌다.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있었다. 아무래도 아버지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래서 옥경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지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옥경은 먼저 오리건 골프연습장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취업을 했다. 그곳에서 골프연습장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쉬는 시간이면 골프연습장에 들어가 이것 저것을 살펴보았다. 이금화는 매일 출근해서 실제 사장으로서 일을 하고 있었다.

 

오리건에는 아버지의 냄새가 여기 저기에 배어있었다. 옥경은 아버지가 오리건 골프연습장에서 사장으로 근무를 하던 모습, 골프 연습을 하던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을 늘 지갑에 가지고 다녔다. 아버지의 사진 수십장을 스마트폰에 저장해서 수시로 꺼내보았다. 그럴 때마나 눈물이 났다. 아버지가 밉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쌍해졌다.

 

몇 달이 지나면서 옥경은 오리건 골프연습장 경리여직원과 친하게 되었다. 옥경은 그 여직원으로부터 이금화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정상상태가 되었고, 젊은 사장을 영입해서 골프연습장 운영을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들어온 남자 사장은 이금화보다 열 살이나 어린데, 지금은 이금화와 내연관계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금화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얼마 되지 않아 보험회사로부터 8억원의 보험금을 탔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옥경은 이금화에 대해 들은 정보와 소문을 어머니에게 전해주었다. 어머니는 전부터 잘 알고 있는 보험회사 직원을 만났다. 그리고 아버지의 교통사고와 이금화가 아버지와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그 후 보험금을 8억원이나 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상한 일이네요. 분명 무슨 연고가 있을 거예요. 나도 알아볼 테니까 같이 알아봐요.”

보험회사 직원은 보름쯤 지나서 옥경 어머니를 만났다.

 

“이금화는 교통사고가 나기 6개월 전부터 매달 보험에 들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보험가입자는 옥경이 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고, 보험수익자는 이금화로 되어 있는 거예요. 세 개의 보험이 모두 이렇게 되어 있고, 다른 두 개의 보험은 이금화가 보험가입자며 보험수익자로 되어 있어요. 아버지는 사망보험을 세 군데 보험회사에 들어서 5개월 동안 보험료를 납입했고,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보험금을 세 군데서 합계 9억5천만원을 이금화가 수령한 것이 밝혀졌어요. 그래서 보험회사에서도 이 사건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보험사기사건 아닌가 의심하고 현재 조사중이라고 해요.”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2)  (0) 2019.08.19
작은 운명 (271)  (0) 2019.08.15
작은 운명 (269)  (0) 2019.08.06
작은 운명 (268)  (0) 2019.08.04
작은 운명 (267)  (0) 2019.08.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