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9)

 

사람의 운명은 하루 아침에 달라진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변곡점을 맞아 옥경은 너무 비참하고 초라해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비록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어머니 속을 썩였지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가족에게는 성의를 다했다.

 

특히 세 명의 자녀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큰딸인 옥경을 아주 좋아하고 사랑했다.

 

옥경은 그래서 고등학교 다닐 때도 골프연습장 사장 딸로서 용돈도 마음껏 쓰고, 친구들도 많아서 비교적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이금화라는 여자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변호사 비용만 날라갔고, 더군다나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의구심이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로 온 가족이 거지가 되었으니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 옥경은 힘없는 어머니와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어떻게 이 냉혹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하면 어머니는 자살을 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옥경은 자살은 절대로 안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위로했다. 옥경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네 사람이 똘똘 뭉쳐서 살 길을 찾자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골프를 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가 운전하고 차 안에는 남자들 네명이 타고 있었다. 네 사람 모두 술에 만취해 있었다.

 

차안에는 가수 송창식이 부르는 ‘고래사랑’노래가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노래를 큰소리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운전에 집중하느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었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 /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꿈에서 아버지는 핸들을 붙잡은 채 술에 취해 골아떨어졌다. 차는 계속 빠른 속도로 가고 있었다. 갑자기 커다른 호수가 나타났다. 아주 심한 굴곡이 이어지는데도 차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아버지의 뺨을 때렸다. 아버지는 잠을 자다가 놀라 깨면서 핸들을 좌측으로 급하게 돌렸다. 차는 심하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다시 가고 있었다.

 

한참 지난 다음 이번에는 아버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하는데,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확 돌렸다. 차는 순간 호수로 떨어졌다.

 

그때 옥경이 그 상황에서 뛰어가서 자동차가 호수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떠받들었다. 아버지는 가만히 옥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옥경을 향해 오른손을 흔들었다.

 

옥경은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놀랐다. 옥경은 어머니에게 이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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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8)

 

옥경의 어머니는 기가 막혔다. 남편이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간다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애인인 이첨화와 같이 23일 동안 평창으로 스키를 타러 갔던 것이다. 그리고 교통사고를 내서 보상금도 못받고,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손해배상책임만 상속시켜 놓았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골프장 인수했다면서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골프장에 쏟아부었는데, 그것도 남편 것이 아니라, 이첨화의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옥경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증거는 거의 없었다.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을 했지만, 어머니는 모두 지고 말았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첨화의 남편인 박 사장의 골프연습장에 그 지역 판사 부인이 단골로 다녔는데, 그 부인이 박 사장과 워낙 친하게 지냈고. 그 부인이 남편에게 말해서 이첨화가 억울한 줄 알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할 뿐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옥경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아버지 때문에 골프를 배웠다. 3년 동안 열심히 배웠다.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옥경을 통해 이루려고 했다.

 

아버지가 잘 나갈 때는 프로를 붙여서 옥경을 집중 지도했다. 옥경도 프로선수가 되려고 열심히 골프를 했다. 그런데 옥경이 고등학교 3학년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 형편이 엉망이 되었다.

 

어머니는 3자녀를 데리고 생계를 걱정할 입장이 되었고, 아버지 때문에 속이 상해서 우울증에 걸렸다. 어머니는 병약한 몸을 가지고, 가정도우미로 일하게 되었다. 옥경은 너무 비참했다.

 

아버지가 너무 미웠고, 어머니가 너무 불쌍했다. 특히 이첨화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이첨화가 꾸민 일로 생각되었다. 아버지와 차안에서 싸우다가 이첨화가 아버지 핸들을 잡아당겨 불의의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옥경은 대학교에도 진학할 꿈을 모두 접었다. 프로 골퍼가 되는 것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아버지가 좋아했고, 아버지가 운영했던 골프연습장은 쳐다보기도 싫었다.

 

TV에서 골프치는 모습만 보여도 먹은 것을 토하고 싶었다. 옥경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직장에 취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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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7)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오리건은 어느 정도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박 사장은 아버지에게 다시 골프연습장을 자신에게 반환하라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박 사장과 싸우기 시작했고, 박 사장에게 소송을 할테면 하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박 사장이 갑자기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이첨화는 박 사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슬퍼하기 보다는, ‘평생 도박이나 하고, 여자를 수없이 데리고 놀고, 부인을 무시하고 학대하고, 최 사장에게 나쁜 짓을 했으니까 벌을 받은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박 사장의 장례를 치루고 한 달 후부터는 아버지는 내놓고 이첨화와 부부처럼 행세했다. 이첨화의 집에 자주 가고, 골프연습장에서도 재혼한 사람처럼 굴었다.

 

골프장 단골손님들은 그동안 박 사장이 얼마나 나쁘게 살았고, 그 때문에 이첨화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또한 옥경 아버지가 골프 프로로서 골프연습장을 인수받아 각고의 노력을 해서 골프장을 키워왔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옥경 아버지를 인간적인 남자라고 좋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옥경 어머니는 달랐다. 옥경 어머니는 남편이 골프만 좋아했지, 결혼하고 지금까지 다른 문제로 속을 썩이지는 않았다. 바람을 피워도 부인 몰래 피웠지, 부인에게 들킨 적은 없었다.

 

그리고 몹시 가정적이었다. 특히 딸 옥경을 너무나 사랑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나중에 옥경이 결혼하게 되면, 남자가 옥경의 몸을 마음껏 주무르고, 성관계까지 할 거라면서 그 생각하면 옥경을 결혼시키지 않겠다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그러던 남편이 골프연습장을 인수받고, 그 전 사장인 박 사장 부인과 깊은 관계가 되고, 박 사장이 죽자 아예 내놓고 가깝게 지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와 매일 싸움을 했다. 하지만 이혼을 할 수도 없었다. 옥경을 포함해서 세 자녀를 먹여살려야 하는데, 어머니는 아무런 생활능력이 없었다.

 

이렇게 박 사장이 죽고, 아버지가 이첨화와 같이 연애를 하면서, 오레곤 골프연습장을 경영하였다.

 

그런데 아버지와 이첨화가 같이 평창 스키장에 23일로 놀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저녁 늦은 시간에 평창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국도에서 도로 변에 주차해놓은 트럭을 들이받았다.

 

그런데 우측에 주차된 트럭을 받게 된다면, 운전자로서는 당연히 핸들을 왼쪽으로 돌려야 했는데, 아버지는 핸들을 트럭쪽으로 돌렸다.

 

핸들이 오른쪽으로 틀어지자 아버지는 현장에서 즉사했고, 이첨화는 중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결과 아버지의 일방적인 과실로 교통사고가 난 것으로 판정이 났다.

 

그런데 이첨화는 사고 당시의 상황을 마치 아버지가 이첨화를 교통사고를 위장해서 죽이려고 한 것처럼 진술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이첨화는 나중에 병원에서 퇴원한 다음 오리건 골프연습장이 아버지의 것이 아니고, 명의만 아버지 것으로 해놓은 것이며, 실질적인 주인은 이첨화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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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6)

 

박 사장 역시 전 골프연습장 사장과 같이 마카오를 다니면서 도박을 했다. 그러다가 박 사장은 하는 수 없이 전 오리건 사장에게 받을 채권 대신 골프연습장을 인수받았다.

 

박 사장은 골프연습장을 인수받았지만, 워낙 골프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졌다. 박 사장 역시 국내에서 도박판에 자주 다녔고, 도박판에서 돈을 관리해주는 여자를 늘 데리고 다녔다.

 

여자들은 박 사장을 따라다니면서 도박자금관리를 해주고, 박 사장이 도박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영양관리를 해주고, 잠자리를 해주었다.

 

이런 여자들은 보통 월급제도 계산했다. 한달에 300만원을 고정적으로 받았다. 도박에 출장 나갈 때만 수행하고, 잠자리를 해준다. 도박꾼 중에는 이렇게 자금관리나 먹고 자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여자를 고정으로 데리고 다녀도, 워낙 도박판에 민감하기 때문에, 여자가 생리를 할 때는 절대로 여자와 잠을 자지 않았다.

 

도박꾼의 입장에서는 이런 여자를 잘 만나야 돈을 따고, 만일 재수 없는 여자를 만나면 돈을 크게 잃게 된다. 그래서 이것 저것을 모두 따져보고 여자를 선택한다.

 

그리고 한달 해보고, 여자와 연대가 맞지 않거나, 도박의 승패결산에서 돈을 잃고 적자가 나면 당연히 그 여자와 연락을 끊어버린다.

 

물론 모든 여자를 도박방죄죄로 미리 엮어놓는 것은 그 여자가 혹시 경찰에 도박죄로 신고를 할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일을 하는 여자들은 남자가 일방적으로 버려도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다.

 

어떤 경우에는 만일 이런 여자가 배신하고 경찰에 익명으로 신고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여자를 법으로는 할 수 없으니까, 깡패를 시켜 린치를 가한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깡패들은 여자의 코를 베어버리는 잔혹함도 서슴치 않았다. 어떤 여자에게는 담뱃불로 얼굴을 몇군데 지지기도 했다.

 

박 사장은 오리건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옥경의 아버지에게 제의를 해왔다. 골프연습장 월급사장을 해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흔쾌히 승낙을 하고, 월급은 매달 200만원만 받고, 오리건 사장직을 맡았다. 아버지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골프장 사장이 되면 공짜로 연습을 할 수 있고, 24시간 가서 폼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 사장이 점차 도박에 깊이 빠져들어가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지자, 박 사장의 부인이 골프연습장에 많이 나와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옥경의 아버지와 박 사장 부인 이첨화가 눈이 맞았다.

 

아버지는 이첨화가 불쌍해서 자주 위로해주고, 오레곤 연습장 운영에 혼신의 힘을 쓰다보니 이첨화가 아버지에게 기대는 상황이 되었다.

 

아버지가 아무리 이첨화와 열심히 오리건 골프연습장을 운영했으나, 박 사장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꾸 빚을 지고 있으니, 결국 오리건은 박 사장의 다른 채권자들에 의해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래서 박 사장은 골프연습장을 형식적으로 옥경의 아버지에게 넘겼다. 아버지는 명실상부하게 오레곤의 사장이 되었다. 아버지는 박 사장의 빚 중 일부를 떠안았고, 이첨화 역시 골프연습장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이첨화와 은밀한 내연관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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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5)

 

옥경의 아버지는 지방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다. 아버지는 중소기업체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원래 골프를 좋아했다. 골프에만 취미를 붙여 시간만 나면 골프연습을 하고, 필드에 나갔다.

 

아버지는 골프채도 10개가 넘게 가지고 있었다. 집에서도 오직 골프채널만 보았다. 월드컵 경기를 해도 축구를 보지 않고, 골프경기를 보았다.

 

국내외 프로선수들의 이름을 남자, 여자 각 100명씩은 알고 있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유명한 골프장 이름과 특색도 모두 꿰뚫고 있었다. 홀인원도 세 번이나 했다.

 

아버지는 회사 영업을 할 때도 골프가 싱글 수준이니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접대 받는 사람도 접대하는 사람이 잘 쳐야 같이 나가고 싶지, 못치는 사람과는 나가고 싶지 않다.

 

또한 아버지처럼 골프를 잘 쳐야 상대방에게 돈을 잃어주더라도 기술적으로 잃어준다. 아무리 접대골프라도 영업하는 사람이 너무 노골적으로 못쳐서 져주면 상대는 재미가 없다. 상대가 정말 자기 실력으로 잘 쳐서 돈을 따는 것으로 착각을 하게 만들면서 돈을 잃어주는 것이 기술이다.

 

그래서 게임 초반에는 무조건 파플레이를 해서 상대보다 앞선다. 그러다가 후반부터 조금씩 실수하는 것처럼 해서 최종적으로 져주는 것이다. 막판에 오비를 하고, 물에 빠뜨린다.

 

물론 접대골프고, 돈을 잃어주는 것은 회사 자금이므로 아무리 잃어도 아깝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가 너무 못쳐서 하는 수 없이 돈을 따게 된다. 이때는 당연히 게임이 끝난 다음, 미안하다면서 돌려준다.

 

상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잃은 돈을 돌려받는다. 결국 접대골프란, ‘따면 내 것이고, 잃어도 다시 내 것이 되는 이상한 게임이다. 사실 게임도 아니고, 상납방법에 불과하다.

 

아버지는 나중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하는 수 없이 구조조정되어 퇴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실업자가 되어 집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종전부터 다니던 오리건골프연습장에 가서 하루 종일 살았다.

 

오리건 박 사장은 골프는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인데, 평소 돈거래를 하던 사람이 돈을 빌려다가 골프연습장을 차리고 운영하다가도박에 빠져 박 사장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박 사장은 젊었을 때 미국 오리건 주(Oregon State) 여행을 한 번 했는데, 그 후 완전히 오리건이라는 이름에 미쳐있었다. 술을 마시면서 건배 제의를 할 때도, ‘오리건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는 들어봤어도, 오리건 주는 못 들어봤기 때문에 아버지가 오리건이라고 외치면, 그것을 아버지가 술에 취해 오리온제과를 말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오리온 사탕, 과자, 비스킷 등을 많이 먹어 충치가 많은 것으로 짐작했다. 박 사장은 그래서 골프연습장을 인수하고 나서 즉시 이름을 오리건 골프연습장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오리건 주의 대도시 포틀랜드에는 아름다운 장미 정원이 많아 사람들은 포틀랜드에 장미의 도시라는 별명을 붙였다는 사실을 들은 다음, 박 사장은 오레곤 골프연습장 주변을 온통 장미꽃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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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4)

 

최 사장은 처음 캐디 장옥경을 만나던 날을 떠올렸다. 같이 원단장사를 하는 친구들과 넷이서 골프를 치러나갔다. 늦가을이었다. 단풍이 새빨갛게 물들고, 은행잎이 노랗게 대지를 뒤덮고 있었다. 높은 하늘은 파랗게 선명했다. ‘빨강, 노랑, 파랑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강한 색깔이었다.

 

그런 극명한 선명함 앞에서 사람들은 사랑의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삶일까? 무한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개미와 같다. 개미는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하루를 기어다녀도, 십리를 못간다.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나는불쌍한 존재인 인간은,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미물과 똑같이 십리를 가지 못한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점에서는 최 사장은 개미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숨을 쉬고, 움직이고, 무언가 먹고, 먹은 것을 배설하는 것은 같았다. 최 사장은 궁금했다. ‘개미도 사랑할 수 있을까?’

 

개미의 사랑은 이성적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개미는 딱딱한 껍질에 쌓여있고, 피가 흐르지 않는 것 같다. 사랑은 부드럽고 피가 통해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는 최 사장도 개미였다. 부드러움은 실종되었고, 피는 정지했다. 딱딱한 껍질과 혈액의 불순환은 사랑의 부존재를 의미했다.

 

최 사장은 그래서 더욱 골프에 열중하려고 했다. 특히 오늘은 친구들과 돈내기를 하는 날이다. 적지 않는 돈을 걸었기 때문에 골프에만 전념해야 했다. 캐디에게도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

 

돈내기를 하면 골프처럼 재미 있는 것은 없다. 4시간이 아주 잠깐 사이에 지나간다. 너무 힘이 들어가서 오비를 내거나, 수풀속으로 공이 들어가거나, 해저드에 빠지면 큰 일이다.

 

같은 플레이어가 오비를 내면, 기분이 좋다. 겉으로는 안 됐다고 위로해주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자신이 홀인원하는 것보다 옆 사람이 오비를 내고 더불파를 하는 게 훨씬 좋다. 그게 게임하는 사람들의 기본 심리다.

 

오늘은 한 타당 5만원 내기를 했다.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캐디가 배정되었다. 옥경은 작은 체격에 얼굴이 선하게 생겼다. 최 사장은 게임 때문에 캐디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첫눈에 들어왔다.

 

옥경도 최 사장에게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배려를 해주었다.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게임에서 이기기를 바랬다. 최 사장이 나이스샷을 날리면 옥경도 좋아하고, 모래밭으로 들어가면 속상해했다.

 

그 날 최 사장은 100만원을 땄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컨디션으로서는 최소한 100만원은 잃겠다는 예감을 했으나, 결과는 거꾸로 100만원을 땄다. 순간적으로 최 사장은 옥경이라는 캐디를 잘 만나서 재수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돈을 많이 딴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옥경의 무언의 응원 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 사장은 50만원을 옥경에게 주었다. 원래 골프장 규정상 캐디가 플레이어로부터 이런 돈내기에서 딴 돈을 받는 것은 금지되었으나, 옥경은 그냥 받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은밀하게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서 라운딩 내내 별로 말이 없고,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는 최 사장의 인상이 매우 좋게 가슴에 와닿았다.

 

그것은 상대적이었다. 최 사장과 같이 라운딩하는 다른 세 사람이 너무 말이 많고, 천박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행은 모두 원단장사를 하는 사람들로서 돈은 제법 버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선 캐디에 대한 말버릇이 나빴다.

 

무조건 반말이고, 골프를 치는 게 무슨 사회에서 가장 엘리트계층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도 너무 심하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게임이 잘 안풀리면 인상을 쓰고, 표정이 완전히 굳어져서 마치 밤길에 칼을 든 강도를 만난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오비를 내면 너무 좋아하다가 생수가 목에 걸려 급사할 것처럼 보였다. 이에 반해 최 사장은 무척 젊잖고 겸손했다. 캐디에 대한 배려도 남달랐다. 매일 일을 하니 얼마나 힘이 드냐고 위로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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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3)

 

그래서 이런 법률가의 자문을 받은 캐디는 일단 최 사장과의 모든 대화를 비밀녹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잠자리를 할 때에도 의도적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녹음을 했다.

 

캐디는 잠자리를 할 때 최 사장의 핸드폰으로 섹스장면과 캐디의 나체사진을 찍었다. 그런 다음 최 사장 핸드폰에서 캐디의 핸드폰으로 동영상과 사진을 전송한 다음, 최 사장 핸드폰에서는 그런 섹스동영상이나 나체사진을 모두 삭제해버렸다.

 

마치 최 사장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찍어놓고, 그것을 캐디에게 전송한 것처럼 교묘하게 만들어놓았다.

 

캐디는 최 사장이 밖에 있을 때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얼마나 사랑하는지, 빨리 결혼하고 혼인신고하자는 등의 대화를 해서 최 사장의 답변을 유도한 다음 역시 이를 모두 비밀녹음해 놓았다.

 

최 사장은 갑자기 캐디가 작전을 바꾸어서 마치 사실혼관계를 꾸며놓으려는 의도를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최 사장 자신은 캐디에게 겉으로는 냉정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갑자기 캐디가 최 사장에게 사랑한다고 잘 대해주니까 약간은 최 사장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래서 최 사장은 캐디의 비행을 알려준 초등학교 교사를 만났다. 캐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였다.

 

“선생님! 지난 번에 제가 중국에 출장갔을 때, 우리 집에 남자들이 많이 들락거렸다고 했지요? 어떻게 생긴 남자들이었는지 기억나세요?”

 

“아. 사장님. 지난 번 제가 말씀드린 건 그런 게 아니고, 한 두 번 택배기사가 물건을 가지고 와서 사모님께 배달하는 것을 본 건데, 제가 잘못 말을 했던 거예요. 사모님은 외간 남자를 집에 오도록 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아니, 선생님. 지난 번에는 저희 식구가 집에 다른 남자들과 같이 와서 놀았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사장님, 왜 생사람 잡으시는 거예요.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사장님 집안 일에 저를 끌어들이지 마세요.”

 

최 사장은 이상했다. 분명히 지난 번에는 캐디가 남자들을 이 사람, 저 사람 끌어들여 놀았다면서, 캐디가 해도 너무 해서 이웃 사람으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귀뜸해준다고 했던 사람이 갑자기 오리발이었다.

 

그건 최 사장이 바보였다. 최 사장이 캐디에게 이웃집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고 했기 때문에, 캐디가 몰래 그 선생님을 찾아가서 말을 맞추고, 택배기사가 오는 걸 봤다고 말을 바꿔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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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2)

 

상황이 이렇게 되니 최 사장은 참으로 난감했다. 갑자기 모든 정이 떨어졌다. 집에 들어가서 얼굴을 마주 보는 것도 싫었고, 캐디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 소름이 끼쳤다.

 

최 사장은 혼자 곰곰이 생각했다. 캐디의 잘못에 대한 증거를 잡고, 조용히 내보내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예전처럼 대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캐디는 더욱 확실하게 달라졌다. 갑자기 최 사장을 결혼한 남편처럼 대하고, 아주 정숙한 여자처럼 집에 일찍 들어와 살림을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여보. 무척 피곤해 보이네요. 어서 와서 씻고 식사하세요. 오늘은 당신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했어요. 아무래도 요리학원을 다녀야할 것 같아요. 고생하는 당신의 건강을 챙기려면 요리를 잘 해야하니까요.”

“오늘 밤, 당신을 아주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일찍 들어오세요. 잠자리를 황활하게 해드릴게요.”

“오늘 월급을 받았으니까 밖에서 멋있는 식사해요. 제가 모실게요.”

“예술의 전당에서 유명한 뮤지컬을 한 대요. 제가 예약해놓았어요. 같이 가요.”

 

최 사장이 볼 때, 이건 완전한 작전이었다. 아예 결혼한 부부처럼 행세하고 나중에 돈을 뜯어낼 작정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분명히 누군가의 코치를 받고 있는 것같았다.

 

“아니. 왜 그래. 갑자기 태도가 180도 달라졌어.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여보. 우리는 부부잖아요? 혼인신고만 못하고 있는 거지. 당신 전부인과 이혼소송해서 빨리 이혼신고하고, 우리 혼인신고해요. 저는 당신 없으면 못살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캐디는 매일 밤 잠자리를 해달라고 달라들었다. 최 사장은 마지 못해 잠자리를 하면서도 속으로 큰일 났다고 걱정을 했다.

 

캐디는 골프장에서 손님으로 온 변호사와 판사, 검사들과 상의를 했다. 자신은 아직 이혼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남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혼인을 할 수 있고, 만일 남자가 결혼을 하지 않고 내쫓으려고 하면 법으로 어떻게 하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고 법적 자문을 들었다.

 

골프치러 온 손님들은 캐디와 자주 라운딩을 하면서 친하게 되어 억울한 사연을 하소연하니까, 자연히 캐디의 편에 서서, 최 사장을 나쁜 사람으로 인식하고 여자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연구해서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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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1)

 

최 사장은 중국에서 원단을 수입해서 동대문시장에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가면서 중국의 완제품의류를 수입해서 팔았다. 원래 한국도 1970년대에 낮은 임금으로 봉제산업을 일으켰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에 싼 가격으로 봉제제품을 수출했다.

 

한국의 의류제품에 관한 디자인기술이나 원단의 품질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봉제기술도 상당하다. 하지만 봉제기술자의 임금이 높아 이제는 봉제산업에 있어서의 경쟁력이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에 추월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의류시장의 흐름을 일찍이 파악한 최 사장은 중국 대련(大連)을 자주 가서 봉제사업을 시작했다. 대련은 동북삼성의 한국에의 관문이라고 칭해지는 항구도시다.

 

최 사장은 대련에 봉제공장을 세웠다. 그곳에서 한국의 디자인과 봉제기술을 도입하여 싼 가격으로 한국인에게 맞는 의류를 생산해서 한국으로 수입해왔다.

 

이렇게 최 사장이 중국에 자주 다니다보니, 함께 동거하고 있는 캐디에 대한 감시나 통제가 불가능해졌다. 캐디는 최 사장이 중국에 출장가 있는 동안 아예 마음놓고 외박을 하거나 심지어는 최 사장 집으로 남자들을 불려들였다.

 

캐디가 너무 심하게 문란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이를 안 동네 사람들이 최 사장에게 캐디가 최 사장 집에 남자들을 데리고 와서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최 사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캐디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 없을 때 남자를 끌어들여 잠까지 잤다고 하는데,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짐을 싸가지고 나가!”

 

내가 언제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어요? 그런 사실 없어요. 친구가 물건을 보낸다고 해서 택배나 퀵서비스가 몇 번 다녀간 사실은 있지만, 어떻게 내가 당신 없을 때 이집에 남자를 끌어들여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예요.”

 

아니 동네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목격했다는데, 왜 거짓말을 해? 아무튼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당신에게 더 이상 신경쓰고 싶지 않아. 빨리 나가!”

그 선생, 정말 나쁜 사람이네. 지금 같이 가서 만나서 확인해봐요. 누가 거짓말인지. 그리고 지금까지 당신은 나를 데리고 농락한 거예요? 내보내려면 재산분할하고 위자료 줘요. 그냥은 못나가요. 위자료 주기 싫으면 이 집을 내게 주고 당신이 나가요. 중국에 가서 살던가.”

 

최 사장은 기가 막혔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해 캐디의 비행을 알려준 초등학교 교사에게 증인을 서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캐디가 6개월간 동거를 해준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

 

최 사장은 아차 싶었다.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고, 사업가다운 면모를 보였다. 캐디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잡기 전에는 이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해서는 자신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당신을 너무 사랑하니까 내가 한번 떠보려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내게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본 거야. 나는 당신 믿어. 지금부터는 당신 의심하지 않고, 모든 걸 믿고 있을 게. 알았지? 이건 당신 백화점 가서 좋은 옷 한 벌 사입으라고 주는 거야.”

 

내가 거지인줄 아는 모양이야. 당신은 맨날 나를 의심하고, 나를 모욕하면서 살아왔어. 나는 그런 것이 너무 억울해. 그 돈은 당신 옷이나 사서 입어. 나는 캐디니까 외출복도 필요없어.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옷이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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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60)

 

최 사장은 그렇게 38살에 같이 살던 부인은 가출해버리고, 혼자 남아서 무척 외롭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그는 원단장사에 매진했다. 더 이상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여자라면 아주 징그러웠다.

 

러나 아직 나이가 젊었던 최 사장은 43살이 되어 다시 또 새로운 여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정도 돈을 벌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던 최 사장은 골프에 취미를 붙여 필드에 자주 나갔다.

 

그러다가 골프장 캐디와 눈이 맞아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부인은 아직 호적에는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류상에만 부인으로 남아있는 것이지, 5년 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캐디는 35살이었는데, 미혼이었다. 최 사장은 캐디와 동거를 하면서도 선을 명확하게 했다.

나는 호적상 부인이 있어요. 도박에 빠져 가출했고, 워낙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내 앞에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못할 거예요. 나타나면 서류만 정리하면 될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 알았어요.”

 

그렇다고 나는 당신과 결혼은 안 할 거예요. 이제는 더 이상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나는 평생 혼자 살려고 해요.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불행해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혼자 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두 사람은 말하자면 계약동거였다. 남자와 여자가 동거생활을 하되, 부부는 아니라는 선을 명확하게 긋고 있는 관계였다. 최 사장은 여자에게 생활비를 주었고, 여자는 캐디 근무를 하면서 최 사장을 위해 밥과 빨래, 잠자리를 제공해주었다.

 

최 사장은 그 여자와 단순히 생활상의 편의 때문에 동거를 하려고 생각했고, 세월이 흘러서 서로 싫어지면 헤어지려고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사업을 해서 아무리 돈을 벌어도 자세한 내용을 여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딱 정해진 생활비만 줄 뿐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시작한 쿨한 관계였지만, 시간이 가면서 최 사장이 여자에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최 사장에게 의처증이 생긴 것이었다. 골프장에 출근해서 손님들과 저녁을 먹고 노래방이라도 다녀오면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최 사장의 태도에 대해 여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아니, 왜 그래요. 우리는 부부가 아니잖아요? 무엇 때문에 제 생활에 관여하고 속박하는 거예요. 각자 생활하면서 서로가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할 일 하면 되는 것으로 정했던 거잖아요?”

 

하지만 최 사장은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 여자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것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가 월급을 줄테니까 캐디 그만둬요. 당신이 다른 남자들 만나는 거 싫어.”

안 돼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캐디는 내 생활이고, 직업이예요.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건 저로서는 견딜 수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 여자는 하던 대로 자유롭게 남자들을 만났다. 최 사장의 의처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여자가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다른 남자와 모텔에서 관계를 하고 온 것으로 따지고 난리쳤다. 심지어 몸수색까지 했다.

 

여자가 대들면 폭행까지 하게 되었다. 여자는 그래도 참고 있었다. 최 사장이 돈을 잘 버는 사람이고, 심성이 워낙 착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사장은 여자를 때려도 심하게 때리지는 않았다. 혼자 흥분해서 자신의 머리를 벽에 세게 부딪히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여자를 때려도 얼굴이나 머리는 절대로 때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팔을 몇 대 약하게 때리는 정도였다.

 

그리고 여자와 싸우고 나서는 항상 소주를 한병 들이마셨다. 빈속에 소주를 마시고 한 십여분 잔소리를 하다가 쇼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여자는 최 사장이 불쌍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깊은 정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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