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69)
사람의 운명은 하루 아침에 달라진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의 변곡점을 맞아 옥경은 너무 비참하고 초라해졌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비록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어머니 속을 썩였지만, 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있어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넉넉한 생활을 했다. 아버지는 아무리 바람을 피워도 가족에게는 성의를 다했다.
특히 세 명의 자녀들에게는 무한한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큰딸인 옥경을 아주 좋아하고 사랑했다.
옥경은 그래서 고등학교 다닐 때도 골프연습장 사장 딸로서 용돈도 마음껏 쓰고, 친구들도 많아서 비교적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이금화라는 여자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변호사 비용만 날라갔고, 더군다나 아버지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의구심이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로 온 가족이 거지가 되었으니 그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 옥경은 힘없는 어머니와 두 명의 동생과 함께 어떻게 이 냉혹한 세상을 살아갈 것인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하면 어머니는 자살을 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옥경은 자살은 절대로 안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어머니를 위로했다. 옥경이 모든 것을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네 사람이 똘똘 뭉쳐서 살 길을 찾자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꿈에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는 골프를 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버지가 운전하고 차 안에는 남자들 네명이 타고 있었다. 네 사람 모두 술에 만취해 있었다.
차안에는 가수 송창식이 부르는 ‘고래사랑’노래가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노래를 큰소리를 따라부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운전에 집중하느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있었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 뿐이네 /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꿈에서 아버지는 핸들을 붙잡은 채 술에 취해 골아떨어졌다. 차는 계속 빠른 속도로 가고 있었다. 갑자기 커다른 호수가 나타났다. 아주 심한 굴곡이 이어지는데도 차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아버지의 뺨을 때렸다. 아버지는 잠을 자다가 놀라 깨면서 핸들을 좌측으로 급하게 돌렸다. 차는 심하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다시 가고 있었다.
한참 지난 다음 이번에는 아버지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운전을 하는데,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확 돌렸다. 차는 순간 호수로 떨어졌다.
그때 옥경이 그 상황에서 뛰어가서 자동차가 호수 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있는 힘을 다해 떠받들었다. 아버지는 가만히 옥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상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옥경을 향해 오른손을 흔들었다.
옥경은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놀랐다. 옥경은 어머니에게 이 꿈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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