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2)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오피스텔의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이었다. 물론 그 오피스텔에는 번호키뿐 아니라, 안에서 잠그는 별도 열쇠를 두 개나 추가해놓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표 회장은 인맥을 관리하기 위하여 서울 근교에 별장을 구입했다. 그곳에서 표 회장이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사업가를 초청해서 바비큐파티를 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남자 여자의 숫자를 맞추었다. 일종의 소개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표 회장은 별장에서 초대된 사람들의 이름이나 직업, 나이, 사는 곳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기로 했다.

 

오직 표 회장만 실명으로 밝혔다. 그리고 별장에의 초대시간은 언제나 해가 진 저녁 어두울 때로 했고, 별장 안에서의 모든 조명은 매우 어둡게 해서, 사람들을 정확하게 알아보기 어렵게 했다.

 

처음에는 별장 안의 밀실에서 남녀 간의 애정행위를 허용했으나, 좋지 않은 소문이 날까 봐 그 후에는 별장에서 조금 떨어진 모텔과 계약을 체결해서 별장에서 파티를 여는 날 저녁에는 밤 9시부터 12시까지는 다른 손님은 일체 받지 않도록 하고 전속사용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 손님들은 철저한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파트너와 모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갔다.

 

표 회장은 이곳에서 만난 파트너에 대해서는 상호 간에 핸드폰도 전화번호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했다. 별장에 들어서는 순간 손님들은 핸드폰과 지갑을 표 회장 관리인에게 보관하여야 했다. 수첩이나 필기구도 소지할 수 없었다.

 

특이한 것은 별장에는 그 어디에도 거울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별장은 사방을 높은 담으로 둘렀다. 그 담 위에는 또 철조망까지 쳐놓았다.

 

별장 출입문을 들어서면 문 바로 앞에 커다란 나무 몇 그루가 있고, 그 밑으로 지하통로를 만들어놓았다.

 

외부에서 초대된 손님들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 바로 지하통로로 별장 안 지하실로 들어가기 때문에 신원노출이 되지 않았다.

 

손님들은 지하실에서 특별히 준비된 복장으로 갈아입고, 가슴에 번호표를 달았다. 남자는 청색, 여자는 분홍색의 번호표를 달고, 그곳에서 사전에 맞추어진 파트너가 같은 번호로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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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4-1)

 

표 회장은 지난 번 대통령선거 때 야당의 후보를 후원했다. 야당 후보와 고향이 같고, 같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관계로 매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치자금도 지원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그 후보는 선거에서 패배하고 아예 정계를 은퇴했다. 이 때문에 표 회장은 국세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게 되었다. 특별세무조사를 하게 된 이유나 계기, 사유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회사 내부에서 원한을 품은 퇴직한 임원 한 사람이 검찰청에 투서를 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특별한 비리가 드러나지는 않았다. 검찰의 특별수사가 시작되자, 표 회장은 평소 잘 알고 있는 현직 검사를 만났다.

 

강철성 검사장은 지방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표 회장은 평소에 정치인, 검사, 경찰 간부, 공무원, 국세청 간부 등을 많이 알고 지내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야 자기 사업이 보호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표 회장은 회사에서 비자금을 만들어 별도 관리하고 있었다. 회사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을 하나 구입하여 그곳에 비밀 금고를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그곳에 현금을 보관했다. 회사의 비밀 장부도 그곳으로 옮겨놓았다.

 

이 오피스텔은 표 회장 혼자만 사용했다. 오피스텔 소유자 명의도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 앞으로 해놓았다. 또한 젊은 여자들과 연애를 할 때에도 호텔을 이용하지 않고, 이 오피스텔을 이용했다.

 

보안유지를 위해서 이 오피스텔은 청소도 외부 사람을 시키지 않았다. 표 회장이나 애인이 직접 청소를 했다. 애인에게도 이 오피스텔은 친구 것인데, 가끔 돈을 주고 이용하는 것이라고 연막을 쳤다.

 

문제는 애인을 교체할 때가 골치 아팠다. 애인을 바꾸기 전 한 달 전에 애인에게 이제는 더 이상 이 오피스텔을 빌려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하면서 그때는 한시적으로 서울 외곽으로 나가 모텔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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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0)

 

현옥의 아버지는 수상의 아버지와 평소 수상과 현옥을 결혼시키자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수상이 다른 여자와 교제하는 것을 막았고, 현옥의 아버지도 현옥이 다른 남자와 교제하는 것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현옥이 스토킹을 당하면서 남자에 대해 거부반응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될 때까지는 남자를 만나지 않고 공부만 하고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현옥의 어머니를 통해서 가끔 현옥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어머니 말은 현옥은 남자를 싫어하고, 공부가 바빠서 남자를 만날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확실하게 보고를 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당연히 현옥이 처녀로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거꾸로 현옥의 아버지는 수상이 부모는 모두 잃었지만, 서울의 명문대 의대를 졸업하고 큰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을 하고 있어, 수상이 의리를 저버리고 다른 부잣집 딸이나 국회의원 딸, 또는 여자 변호사나 유명한 탤런트, 아이돌 가수를 만나서 사귈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수상의 객관적인 조건이 너무 좋기에 만약 수상만 오케이 한다면 현옥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현옥이 결혼하게 해달라고 매달릴 것으로 확신을 하고 있었다. 현옥 역시 그 동안 수상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아버지를 따라 같이 식사도 했다. 현옥은 수상이 아버지의 양아들 정도로 생각했다. 그리고 워낙 잘 났고, 현옥이 가고 싶어했던 의대를 다니는 것을 보고 남자로서는 처음부터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가족 같은 관계였다.

 

다만, 현옥의 기억에 수상이 의대에 합격했을 때, 아버지는 수상을 불러서 한 시간 동안이나 울었다. 너무 큰 소리로 울어서 옆집에서는 현옥의 어머니가 죽어서 홀아비가 된 것으로 생각했다.

 

아버지는 한 시간 동안 울고 난 다음, 수상의 아버지와 어머니 사진을 꺼내놓고 술을 따라 권했다. 소주잔을 세 잔 가져다가 수상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현옥의 아버지 술잔을 만들어놓고 소주를 따라서 사진 앞에 잠시 가져다 보여주고 모든 술은 아버지가 마셨다.

 

안주도 별로 없이 아버지는 그렇게 해서 한 자리에서 수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참이슬 소주 세병을 한방울도 남기지 않은 채 다 마셨다.

 

그리고 곧 바로 쓰러졌다가 48시간만에 깨어났다. 이런 장면을 본 수상은 그 후 현옥의 아버지가 얼마나 수상의 아버지를 아끼고 사랑했는지 감동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는 마침내 수상을 만나서 그동안 지냈던 양쪽 집안의 내력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수상의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아버지는 수상을 친아들 이상으로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딸 현옥과 결혼시켜 평생 곁에 두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은 수상의 아버지 생전의 뜻이고, 유언 비슷하다고 했다. 수상도 같이 울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아버지는 군대처럼 즉시 어머니를 통해서 현옥에게 통지했다. 수상과 같이 만나 저녁 식사를 하겠다고 시간과 장소를 알려왔다. 참석자 범위도 엄격하게 제한했다.

 

현옥의 아버지, 어머니, 현옥, 수상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배석자도 없고, 참관인도 없었다. 경호원은 물론 필요없었다. 기자들이 혹시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아버지는 와도 상관없다고 했다.

 

현옥은 이런 통지를 받고 괴로웠다. 지금 조장과 애인 사이인데, 만일 수상과 선을 보게 되면 조장은 난리를 칠 것이다.

 

그리고 선을 본 다음,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수상에게도 큰 상처를 줄 것이고, 아버지는 현옥에게 즉시 선전포고를 할 것이다. 어머니도 현옥을 편들지 않고, 아버지와 연합전선을 펼 것이다.

 

현옥은 아버지가 처음부터 수상과 결혼해야 한다고 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 궁금하기도 했고, 지금 이 시점에서 처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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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9)

 

이런 상황에서 현옥의 아버지는 현옥에게 자신이 추천하는 군인과 선을 보라고 했다. 아버지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군에서 장교로 오래 근무했다.

 

그런데 군에서 아버지와 같이 근무했던 육사 후배 장교 아들이 서울에서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었다.

 

인물도 좋고, 의대 졸업성적도 아주 우수했다. 현옥은 지방에서 의대를 다니면서 이미 어떤 남학생을 알게 되었고, 애인 사이가 되었으며, 몸까지 섞은 관계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아비지 성격에 당장 호적에서 현옥을 파내버릴 것이었다. 두 번 다시 아버지 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면서 학비나 생활비도 끊어버릴 것이 예상되었다. 아버지는 그만큼 맺고 끊는 데가 있었다. 아주 강한 성격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딸이 객지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처음에는 무척 반대했지만, 그동안 아무 말썽 없이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시집도 안 간 처녀가 남자를 알고 성관계를 부부처럼 하고 있다고 하면 가만 두지 않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그 레지던트 사이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있었다. 아버지가 군에 있을 때 그 레지던트 아버지 김송학과는 대대장과 중대장 사이였다. 육사 선후배였지만, 두 사람은 남다른 우정과 전우애로 뭉쳐졌다.

 

아버지가 죽자고 하면 아무 조건 없이 따라 죽을 정도로 김송학 대위는 대대장에게 충성을 다했다.

 

아버지가 군에서 큰 잘못을 저질러서 옷을 벗게 되었을 때에도 김 대위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진급이 늦었고, 아버지로 하여금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해주었다. 그렇게 끈끈하게 맺어진 전우였다.

 

그 후 두 사람은 모두 군에서 별을 달지 못하고 예편을 했다. 사회에 나와서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났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두 사람 모두 외아들로서 외로운 처지였다.

 

그런데 김송학은 부인과 함께 자동차를 가다가 술에 취한 승용차가 중앙선을 침범해서 들이박는 바람에 현장에서 부부 모두 즉사했다. 그리고 외아들만 남았다.

 

아버지는 김송학 부부의 사고를 모두 처리했다. 가해 운전자를 구속시켜 징역을 살게 하고, 보험회사 보험금을 많이 받아냈다. 사고 당시 외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김송학의 외아들을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보살펴주었다. 학비도 모두 대주었다.

 

그 아들이 공부를 잘 해서 레지던트가 되었다. 그 아들 김수상이 여기 저기서 중매가 들어온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절대로 김수상을 다른 데 주지 않고, 자신의 사위로 삼으려고 마음 먹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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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8)

 

현옥이 술에 취하자 조장은 현옥을 부축해 밖으로 나왔다. 바로 부근에 모텔이 있었다. 룸으로 가서 조장은 현옥을 침대에 눕혔다. 현옥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으나 일어날 정도가 되지 못했다. 저항할 의지와 힘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조장을 받아들이고도 싶었다. 그런 태도를 보고 조장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도 옷을 벗고 옆에 누웠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현옥은 술에 취해 듣고 있었다. 조장의 말이 싫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성관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조장과 하더라도 맑은 정신으로 경건하게 첫 번째 의식을 치루고 싶었다.

 

그리고 첫 번째임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생리가 시작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생리중에 그것을 하는 것은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은 그런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의대생이 아닌가?

 

머리 속이 복잡했지만, 술에 취해 몸과 마음은 따로 놀고 있었고, 조장은 이미 본격적인 애무를 시작했다. 현옥은 그것을 거부할 생각도 없었고,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었고. 처녀가 바쳐졌다. 하지만 술에 취한 조장은 처녀성을 확인할 생각도 없었다. 생리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정을 채우려 한다는 것을 약간 미안하게 생각하는 것같았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인데 당연히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같았다. 조장은 이미 많은 성경험이 있었기에, 현옥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현옥의 예상대로 침대 시트는 생리 때문에 더렵혀졌다. 두 사람은 일을 마친 다음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에 현옥은 조장에게 깊은 애정을 느꼈다.

 

그러나 조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담담했다. 조장은 차로 현옥을 바래다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그 다음부터 조장과 현옥은 이주일에 한번씩 만나기로 했다. 그러면서 만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장의 원룸에 가서 몸을 섞었다. 이제 완전한 애인이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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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7)

 

이렇게 현옥은 첫 번째 데이트를 조장과 하면서 점점 조장에게 빠져들어갔다. 조장이 무엇을 하든지 따라하게 되었고, 혼자 있을 때 조장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난지 100일이 되던 날, 조장은 현옥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갔다. 마침 금요일 저녁이었다. 강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조장은 심각하게 질문을 했다.

 

현옥 씨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확실해요. 우리 그만 헤어져요. 현옥 씨처럼 차갑고 냉정한 사람을 만나는 건 고문이예요.”

 

현옥은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데이트 하면서 현옥은 조장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고, 조장이 하자는대로 다 했다. 그리고 조장 역시 현옥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조장이 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햐가 가지 않았다.

 

아니예요. 저는 조장 씨 좋아해요. 아직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기는 좀 그렇지만. 그리고 제가 조장 씨를 좋아하지 않으면 왜 계속해서 만나겠어요?”

 

현옥이 이렇게 말을 해도, 조장의 표정은 전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조장은 술을 많이 마셨다. 처음에는 와인을 마시다가, 소주를 시켜 맥주와 타서 마셨다.

 

현옥은 나름대로 오늘이 데이트 100일 기념일로 생각하고, 그런 행사를 하려나 싶었는데, 갑자기 조장이 헤어지자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조장이 다른 여자가 생겼거나, 현옥이 싫어져서 그런가 생각했다. 하지만 조장은 술만 계속 들어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끔 현옥에게도 술을 권했지만, 현옥은 와인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다. 조장의 혀가 꼬부라졌다.

 

이 세상은 더러운 거야. 현옥 씨가 잘났으면 잘났지,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여자 의사 높은 거야. 좋은 놈 만나서 잘 살아요. 나 같은 놈은 살 가치가 없어요.”

 

현옥은 당황스러웠다. 그런 조장이 불쌍했다. ‘왜 저럴까? 내가 그동안 처신을 잘못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현옥은 조장의 옆자리로 옮겨가서 조용히 어깨에 손을 얹졌다. 그러자 조장은 현옥에게 술을 권했다.

 

현옥 씨,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했다면 술을 마셔요. 술에 취한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래야 진실을 말할 테니까.”

 

조장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현옥은 이 상황에서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었다. 조장이 권하는 대로 소주 맥주를 섞은 술을 마셨다. 갑자기 졸려웠다.

 

그런 반의식 상태에서 조장의 이미지는 매우 멋이 있었다. 남자답고, 개성 있고, 능력 있고, 사랑을 아는 사람이었다.

 

술에 취한 현옥은 조장에게 기댔다. 조장은 처음에는 술에 취해 의식도 없는 것 같더니, 현옥이 술에 취하니 거꾸로 술에서 깨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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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6)

 

조장은 현옥을 만나면서 적어도 일주일 전에 시간과 장소를 정확하게 정했다. 한 번도 시간을 어기거나, 장소를 변경한 적은 없었다.

 

만일 약속시간을 5시로 정했는데, 조장의 수업시간이 교수가 종료시간을 넘겨서 그 때문에 현옥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강의를 듣다가 도중에 나와서까지 약속을 지켰다.

 

현옥이 한번 약속시간을 어겼을 때, 조장은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사회생활에 있어서 약속은 천금보다 중하다는 말을 한 시간 넘게 귓속에 넣어주었다.

 

현옥은 조장이 나중에 대통령까지 할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저렇게 매사에 철저하구나 생각하니, 현옥의 잘못에 대해 비판하고 꾸짖는 것은 오히려 현옥이 영부인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장의 비난이나 비판은 모두 현옥의 장래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관념이 없으면 미래의 영부인은커녕, 시계판매상의 보조원으로도 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고급 시계는 일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싸도 스위스제조 시계를 찾는 것이다. 벽시계처럼 크기는 늙은 호박처럼 크고 둥굴어도 시간이 몇분이라도 늦으면 시계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까지 조장은 현옥에게 소상하게 하나씩 손에 쥐어주듯이 머릿속에 넣어주었다.

 

장차 영부인이 되려면 스텝 바이 스텝으로 모든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지론에서였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니 현옥은 조장의 단점이나 약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남보다 훨씬 뛰어나거나 탁월한 장점이나 우수성이 부각되었다.

 

조장은 현옥을 만나면 항상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지방이라 서울보다는 빈도가 적어서 드물게 문화공연이 열리면 빠지지 않고 데리고 다녔다.

 

오페라, 뮤지컬, 관객 300만명 돌파 국내외 영화, 오케스트라 연주, 연극, 전국노래자랑, 전국씨름대회, 소싸움, 닭싸움, 개싸움 등등...

 

이런 공연이나 시합은 장차 대통령이 되려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조장은 노래연습장이나 PC방, 게임방, 맛사지실, 성매매업소, 노천탕, 찜질방, 보신탕집, 포장마차, 24시간 해장국집 등은 절대로 가지 않았다.

 

학생회 일을 하다보면 가끔 불가피하게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이 민정시찰 차원에서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정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불과 5분 이내의 시간만 머물고 그 이상의 시간은 체류하지 않았다. 남자의 품위와 위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옥과 데이트할 때도 사전에 대략 시간을 이야기해주었다. ‘오늘은 밤 10시까지 있다가 가자’는 식이었다.

 

이런 조장의 태도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떤 때 처음 만났을 때 약속은 밤 10시까지라고 해놓고, 조장이 자신의 말에 도취되어서, 예를 들면, 장차 국회의원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선거공약 같은 말을 하다가 30분이 넘으면 현옥이 오히려 불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 다음 만나서 지난 번, 현옥이 조장에게 당초 예정했던 미팅시간을 30분이나 오버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 조장은 ‘아 대통령은 원래 기자회견을 할 때 질문이 많아지거나, 답변을 기자들이 알아듣기 쉽게 상세하게 해주다보면 30분 정도는 늦어질 수 있는 거야. 다만, 그 이상 늦어지면 곤란하지.’라고 차분하게 설명해주었다. 현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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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5)

 

아버지는 늘 강조했다. “전쟁을 할 때, 공격개시시간을 정했으면, 모든 부대원이 일시에 똑 같이 공격을 해야지, 어떤 부대원은 5분 늦게 공격하고, 어떤 부대원은 5분 전에 제멋대로 공격하면 그 부대는 전멸하는 거야. 이렇게 시간은 5분 가지고 생명을 잃을 수 있어. 한국사람은 그래서 약속시간에 늦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옛날에는 Korean Time이라고 놀리는 말까지 생겨난 거야.”

 

그 말도 맞는 것 같지만, 여기는 군대가 아니고 가정이고,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쟁 중이 아니라 평화 시라고 어머니는 생각했지만, 워낙 아버지의 말이 논리정연하고, 위엄이 있었고, 목소리를 저음으로 깔아서 천천히 말했기 때문에 감히 생활계획표 시행조치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융통성 없는 생활계획에 대해 어머니로부터 처참한 강제수용소 같은 실상을 전해 들은 주변 사람들은 아버지를 ‘원칙주의자’ ‘합리주의자’라고 칭송하기도 하고, ‘독재자’ ‘또라이’ ‘사이비교주’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많은 진통과 고통은 있었지만, 이러한 철저한 생활계획표 때문에 조장을 비롯을 자녀들이 모두 공부 잘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자타가 모두 공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재정 회계분야에도 똑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결혼 초기부터 가계부를 복식으로 작성하도록 했다. 어머지가 작성하고 아버지가 결재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제도는 아버지는 결혼 전부터 어머니와 데이트를 처음 시작하는 그 다음 날부터 먼저 시작했다.

 

어머니는 결혼하고 나서 아버지가 그 전 1년 동안 금전출납부를 써왔는데, 그 내용을 보니까 어머니와 데이트한 비용을 일원 단위로 적어놓은 것을 보고 매우 놀랐고, 아버지가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술회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전자계산기를 쉽게 구하지 못해 아버지는 암산으로 했든가, 주판으로 밤을 새워 입출금 금액을 계산해서 완벽하게 맞추어 놓았던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품의 재고조사도 한달에 한번씩 했다. 재고조사 대상은 주로, 치약과 비누, 퐁퐁, 김장배추 등이었는데, 나중에는 의복, 구두 및 운동화, 런닝, 팬티, 양말까지 품목이 확대되었다. 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전쟁을 하면서 관세부과대상 품목이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것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어머니는 이런 재고조사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귀찮다고 불평을 했지만, 자꾸 해보니까 익숙해져서 순식간에 재고조사를 마칠 수 있었고, 또 물품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는 습관이 생겨 부의 축적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의 천재적인 가계운영, 가정생활의 지도 감독에 찬사를 보내게 되었다.

 

아버지는 새로운 종교, ‘가족교’ ‘가정교’ ‘부부종교’라는 신비스러운 교주의 반열에 올라선 것처럼 보였고, 얼굴이나 머리에서 광채가 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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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면서 현옥이 조장보다 더 빠져들어갔다. 현옥은 처음이고, 조장은 이미 수많은 경험을 지닌 사랑의 베테랑이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를 다루는 데 아주 능숙했다. 정치학과 학생인 데다가 전체 총학생회장이며, 아버지의 지도를 받아서 그런지, 여자를 만나서 꼬시고, 데이트하면서 마음을 사로잡고, 성관계를 하고, 그 후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든 것을 사전에 완벽한 기획을 하고 계획서를 만들어서 실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습관은 아버지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하던 것이었다. 특히 아버지는 시장이 될 때까지 공직에 있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타당성 조사를 하고, 실행과정에서도 그때그때 시행착오를 거쳐서 궤도수정하는 업무처리방식이 몸에 배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시장으로서도 성공적으로 시정을 마무리했고, 그 후 사업에서도 성공했다. 아버지는 이런 기업적 마인드, 행정마인드, 합리적 사고를 가정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했다.

 

결혼 초기부터 아버지는 가정생활의 계획을 수립했다. 물론 어머니와 상의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아버지는 A4 용지에 매일 일일생활계획표를 써서 어머니가 볼 수 있도록 벽에 붙여놓았다.

 

처음에는 지저분한 싸구려 누런 종이를 뿥여놓았다가, 어머니가 미관상 좋지 않다는 건의를 하자, 아버지는 눈물을 머금고 다소 비싸더라도 하얀 고급 A4용지로 교체하는 통큰 결단을 내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런 개선조치에 아버지 못지 않게 작은 눈물을 몇방울 흘렸다.

 

어머니는 작은 스티커를 냉장고에 많이 붙여놓았다. 주로 중국집 전화번호, 세탁소, 가전제품 수리센터 등의 번호였다. 아니면 시장 볼 아이템을 미리 적어서 붙여놓았다. ‘파, 냉면, 참기름, 간장, 양파...’ 이런 것이 어머니에게는 중요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써놓은 계획표는 매우 중요한 사항들이었다. ‘① 오전 7시 기상, ② 오전 8시 아침 식사, ③ 오전 11시까지 휴식, ④ 오후 3시 시장가서 물건 구입, ⑤ 오후 7시 저녁 식사, ⑥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TV 시청, ⑦ 오후 11시 취침’ 이렇게 하루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아놓았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친정집에 갈 일이 있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면 일정표에 사전에 ‘처갓집 방문’이라고 쓰고 구체적인 시간, 즉 몇 시에 출발해서 처잣집에 몇 시간 체류하다가 돌아온다는 것을 명시했다.

 

이런 습관은 아버지가 군대에서 ROTC 출신으로서 장교로 근무했던 경험 때문에,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고, 특히 시간관념이 정확하지 않으면 안 되다는 진리를 몸소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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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산 여자 아니면 절대로 결혼하지 않는다는 방침도 명확하게 했다.

 

조장은 아무리 미스 유니버스나 미스 아메리카, 미스 프랑스, 미스 콩고 같은 8등신 미인이 자신에게 결혼하자고 애걸복걸을 해도 자신은 소신 때문에 결혼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런 조장의 말을 듣는 주변 사람들은, ‘재가 돌아도 보통 돌은 게 아니구나! 미스 콩고가 콩고에서 재벌 아들과 결혼하지, 한국까지 와서 서울도 아닌 지방 도시 유지 아들하고 결혼하냐?’라는 합리적인 비판을 숨어서 뒤에서 했다.

 

만일 조장에게 대놓고 그런 비난을 했다가는 조장이 아버지에게 극비문서로 이런 비리를 보고하게 되면, 아버지는 그런 나쁜 사람들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특단의 조치를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조장 앞에서는, ‘역시 우리의 호프, 떠오르는 태양, 위대한 총학생회장님께서는 100년만에 나타나신 애국자이십니다.“라고 아양을 떨고 마음에도 없는 극찬을 했다.

 

그런데 어떤 하청업체 사장이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100년만이라고 해야 할 것을 실수로 10년만이라고 잘못 발음했다. 그리고 술에 취해 호프(hope)맥주라고 잘못 말했다. 다른 사람이 호프라고 하는 것을 생맥주 호프라고 잘못 듣고 따라한다는 것이 그만 맥주라고 했다. 그나마 호프집이라고 하지 않는 건 천만다행이었다.

 

이것은 중대한 실수였다. 아니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미필적 고의에는 해당되는 사안이었다.

 

10년만에 나타나는 애국자는 애국자라고도 할 수 없다. 적어도 100년은 되어야 어디에다 명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10년만에 나타난 애국자는 쐐고쐤는데, 그렇게 되면 조장은 국회의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도시의 시의원도 떨어질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도대체 진지하고 엄숙하고 숙연해야 할 공식적인 자리에서 호프 생맥주 또는 호프집, 맥주라는 저속한 용어가 사용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대반역이었다.

 

이 문제는 결국 조장이 아버지에게 신속하게 긴급서면보고서를 올림으로써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되었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그 해당발언을 한 사람이 고의적이며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며. 그의 악질적인 모함행위로 인해 장차 조장이 대통령까지 되는 먼 길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이 문제로 아버지는 특별진상조사단까지 꾸면서 막대한 인원과 예산을 들여 조사를 해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그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한 하청공사를 모두 끊어버렸다.

 

이 때문에 그 사장은 부도가 나고,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못주고 고용노동사무소에 고발되고 끝내 징역까지 살고 나와 아주 폐인이 되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다음, 그는 조장의 아버지를 원망하기는 커넝,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글을 지역신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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