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32)

 

50번째 후보로 등극한 현옥은 무척 조심스러웠다. 지금까지 별로 연애경험도 없었지만, 조장이라는 남자는 특별했다. 모든 면에서 자신만만했다. 그리고 꿈이나 포부가 보통이 아니었다. 잘 하면 나중에 대통령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현옥은 당연히 영부인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코 쉽지 않은 의대 공부를 6년 하고 인턴이나 레지던트 생활을 하고 전문의 자격을 따봤자 좋은 대학병원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뿐만 아니라, 인턴이나 레지던트 할 곳도 마땅치 않다, 현옥의 아버지는 육사는 나왔지만, 지금은 실업자 상태로서 어디 빽을 쓸 곳도 없다.

 

그리고 아버지는 설사 빽을 쓸 수 있어도 절대로 빽을 쓸 위인이 아니었다. TV를 보다가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자녀들을 공기업에 부정한 청탁을 해서 아무 스펙도 없는데 입사를 시켰다든가, 순위를 뒤바꾸어 승진시켰다는 뉴스가 나오면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밥상을 치기도 하고, 마시던 막걸리를 독한 소주로 바꾸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현옥의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놓고, 뉴스에서 그런 나쁜 공직자나 국회의원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다.

 

한번은 아버지가 너무 흥분해서 밥상을 잘못 치다가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안방이 완전히 반찬 냄새로 한 동안 들어갈 수 없게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안방을 어머니가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어머니를 내쫓으려고 시도도 했다.

 

어머니는 남녀평등이며, 여성가족부가 출범한 지 벌써 15년도 넘었는데, 도대체 아버지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 사는 사람이냐고 울분을 토했지만, 그것은 모두 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어머니 혼자 조용히 일기장 비슷한 종이에 아주 작은 글씨로 써놓을 뿐이었다.

 

아버지는 심한 노안이라, 어머니 노트를 봐도, 그곳에 큰 글씨 20포인트 이상으로 써놓은 아들과 딸에게 보내 줄 물품 리스트, 즉 깻잎절임, 미숫가루, 홍삼 6년근, 메추리알 등의 글씨만 보고 말았다.

 

그래서 현옥은 이런 저런 집안사정, 자신의 사회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조장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고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옥이 입장에서도 조장에게 못마땅한 부분은 많았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것은 여자관계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너무 복잡해서 과연 이 남자가 일부일처제를 헌법적 가치로 모시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조장은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남자는 밖에서 할 일이 중요하지, 여자는 이차적인 거야. 여자에 목숨을 걸면 큰일을 못. 그리고 여자는 어디까지나 남자가 책임지고 보살펴야 하고, 여자는 내조를 잘해야 하는 거야.’ 이런 구시대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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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1)

 

조장이 아버지에게 올린 친서에 대해 아버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동안 조장이 49명의 여자들을 거쳤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전혀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아버지는 조장에게 여자선발권한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결혼정보회사에 선금을 주고 특별주문을 해놓았다. 이때 아버지가 제시한 조건은 역시, 명석한 두뇌, 영부인 자질, 활달한 사교력이었다.

 

결혼정보회사에서는 3개월 동안 후보를 골랐지만, 끝내 구하지 못하고, 조장의 아버지에게, ‘이곳에서는 도저히 그런 세가지 조건을 갖춘 여자를 구할 수 없으니, 서울이나 로스엔젤레스, 또는 파리에 위치한 유명한 국제결혼정보회사에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조장의 아버지는, ‘나는 그런 곳 필요없고, 이 지역 출신의 참한 아가씨를 구해야 한다.’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결혼에 있어서도 신토불이’. ‘순토종’ ‘향토음식이론을 고집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몹시 실망한 아버지에게 조장이 또 어떤 여대생이 있는데, 머리가 천재라고 보고서를 올리니, 아버지는 보나마나 실망할 것이 뻔하다면서 찬성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않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간에, 조장은 현옥이 마음에 들고, 현옥 역시 조장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에 두 사람은 본격적인 데이트를 시작했다.

 

정치학과에 다니고 있는 조장은 졸업준비에도 바빴고, 총학생회장으로서의 역할이 매무 많았기 때문에 데이트를 해도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49명의 많은 여자들을 상대로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연애의 기술은 탁월했다. 조장은 1학년 때부터, 에릭 프롬이 쓴 사랑이 기술을 비롯해서 사랑에 관한 서적을 섭렵했다. 국내서적으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섹스 테크닉개발법등 수십가지의 책을 독파했다.

 

돈도 많고, 인물도 좋았고, 머리도 천재이며, 사교력, 리더십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한번 조장과 연애를 한 여자들은 자신들이 엄격한 선발기준에 못미쳐서 탈락했지만, 탈락한 이후에도 간단히 끝내지 않고, 조장을 괴롭혔다.

 

하지만 조장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런 여자들을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골치 아픈 민원인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가지고 달래고, 설득시키고, 때로는 겁을 주어서 종국적으로는 떨어져 나가게 만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지급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장차 국회의원도 해야 하고, 대통령까지 큰 포부를 가지려면 활동자금이 필요하다면서 자금 지원은 아끼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는 조장에게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하면서도 애국적 차원의 경제행위를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외제자동차라든가, 외국산 명품 브랜드는 절대로 구입해서는 안 되었다. 오로지 made in korea라는 표시가 확인되어야 했다.

 

아버지는 해외 출장을 갈 때에도 외국 비행기는 절대 타지 않았다. 다만 대한항공을 타면서도 비행기 자체는 한국산이 아니고, 미국 보잉사에서 만든 것이 아니나면서 불평을 많이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맥도날드 햄버거도 금지시켰지만, 롯데리아 햄버거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자녀들의 민원 및 청원이 계속되자 먹는 식품의 경우에는 미국산이나 일본산도 허용해주었다.

 

이런 식품다변화조치가 시행되자, 자녀들은 코카콜라, 이태리 젤라또, 인도 카레, 월남 쌀국수, 몽골 칭기스칸 요리, 카자흐스탄 양고기, 베이징 덕, 태국 원숭이 요리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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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30)

 

현옥은 서울에서 프라이드를 가지고 살다가 고등학교 막판에 재수없게 어떤 나쁜 놈의 스토킹의 마수에 걸려들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들어가지 못한 것을 늘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도시의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다니면서도, 항상 자신은 서울의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자부심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현옥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도 늘 아래로 내리깔아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대학 학생들과 데이트 할 생각도 전혀 하지 않고 4학년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우연히 만난 조장은 전혀 달랐다. 지방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모든 의식과 행동, 사고는 서울대생 이상이었다. 자부심도 마찬가지였다.

 

조장은 자신이 미국의 하바드대학이나 영국의 옥스퍼드대학, 일본의 동경대학에 다니는 이상의 강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지역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이 또한 대단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지방 유지로서 돈도 많았기 때문에, 학교 앞에 원룸을 얻어 마치 도지사 관사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남자는 일찍이 독립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유로 대학교에 입학하자 원룸을 얻어주면서 분가하도록 했다. 자동차도 국산차를 사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아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대통령까지 하려면 내조를 잘 할 여자를 얻어야 된다면서, 아들에게 연애를 해도 반드시 인물도 좋고, 머리가 좋은 여자를 얻어야 한다고 ‘명심보감’에 나오는 공직자의 배필의 조건을 100번 이상 강조했다.

 

그래야 대통령으로서 외국에 국빈방문할 때 한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손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만일 처음부터 영부인감을 잘못 선택해서 볼품 없는 외모나 머리가 나쁜 여자를 얻으면 대한민국의 국격을 국제사회에서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조장의 아버지의 매우 고루하고 낡아빠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아버지의 이론과 의견은 그 지역 사회 유지들 사이에서는 크게 공감을 얻었고, 다른 유지들도 며느리감 구할 때 조장의 아버지가 만든 ‘아인슈타인 공식’ 같은 신이론을 도입해보았지만, 대부분은 실패했다.

 

외모야 서울 가서 비싼 돈 들여 성형수술로서 고침으로써 경우 합격점에 들었지만, 머리 나쁜 것은 왠만한 약을 먹거나 뇌수술을 해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역의 유지 몇 사람은 아버지에게 며느리 선발조건을 다소 완화해달라고 간곡하게 청원도 했지만, 아버지는 조선시대 흥선 대원군보다 더 완고해서 조건을 글자 한자 고쳐주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장은 데이트 상대로 미리 좋은 여자를 최우선으로 골랐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교 2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연애를 했지만, 총 49명의 여자들 모두 ‘머리 부문’에서 통과를 못해 아버지께 알현을 시켜드릴 수가 없었다. 그 점을 늘 불효하고 생각하면서 자책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개를 받은 현옥과 한 달 데이트를 해보고 나서, 조장은 현옥이야말로 자신이 처음 보는 여자 천재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하고 감격하고 흥분한 것 이상으로 조장은 놀랐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현옥은 조장이 데이트 상대로서 50번째였는데, 그것은 미국의 50개주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장은 더욱 현옥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새로운 천재의 발견 사실을 보고했다. 물론 전화나 말로 한 것이 아니라, 평소 중요한 사항을 보고하듯이 서면으로 깨끗하고 논리정연하게 써서 우편으로 아버지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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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9)

 

현옥이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이다. 친구의 소개로 그 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만났다. 양조장은 아버지가 그 시의 시장까지 지냈고, 그 지역에서는 돈이 많은 유지로 소문이 나있었다.

 

이름이 양조장이라서 마치 술을 만드는 작업장으로 오해할 소지도 있었지만, 성이 양씨고, 이름이 조장이라서 그렇지, 조장은 술을 한 모금도 못했다. 술을 조금이라도 마시면 얼굴이 완전히 빨개지고, 고통스러워했다.

 

조장은 그 지역에서 가장 명문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성적으로는 당연히 서울대학교에 갔어야 하는데, 아버지는 조장을 서울로 보내지 않고, 그 지역에서 최고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도록 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도 공부보다는 학생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나중에 졸업한 후에도 그 지역에서 계속 남아 일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되기를 바랬다.

 

아버지 지론은 지방자치가 본격화되고, 이제 대한민국도 전 국토가 균형있는 발전을 하려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람들이 몰려서는 안 되고, 각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까지는 지방 출신들이 공부 잘하면 모두 서울이나 부산으로 몰려가고, 그곳에서 직장생활이나 의사 또는 변호사로 일하다가 출세하고 돈을 벌고 성공하면 다시 출신 고향으로 돌아와서 낙하산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을 하거나 시장 군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면서 그래서는 절대로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떠들었다.

 

조장의 아버지가 원래 그 도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모든 교육을 마치고, 평생을 그 도시에서 활동을 해서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전직 시장이며 회사의 회장인 조장의 아버지에게 토를 달지 못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반대의견을 냈다가는 그 날로 아버지의 눈에 나게 되고,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고,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는 충격으로 며칠 간 앓아누웠다.

 

아버지는 건강이 회복된 다음에는 반대의견을 감히 건방지게 낸 사람을 지역에서 매장시키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소한 한 달 동안 매장사업에 몰두했다.

 

이러한 반대의견제시자매장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은 아무리 큰 돈이 들어가도 아버지가 혼자 부담했다. 아버지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사람을 그대로 두면 지역은 망한다. 그리고 논둑에 작은 구멍이 생겼으면, 그 즉시 호미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했다가는 나중에 가래로 막아도 못막는다. 지역의 원로에 대해 반항하고, 건방진 악의 뿌리는 초기에 완전히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버지도 점점 나이가 먹어가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대론자에게 아무 것도 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조장이 대학교를 선택할 무렵에만 해도 아버지의 기세등등함으로 그 지역에서 하늘을 찌르고, 바다를 누를 정도의 막강한 힘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장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명령하는 대로 지방대학교에 들어갔고, 1학년 때부터 학생회 활동에 전념을 하여, 마침내 4학년 때에는 총학생회장의 영광스러운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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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8)

 

여자 의대생이 대학에 들어가 1학년 가을학기에 또 이상한 스토커가 출현했다. 학교 부근에 있는 원룸을 얻어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건물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같은 대학교 4학년 남학생이 정현옥 학생에게 필이 꽃혔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현옥이 원룸에 들어갈 때면 꼭 비슷한 시간에 먼저 출입문 입구에 있거나, 몇분 뒤에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아주 이상한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여러 번 되풀이되고, 현옥을 쳐다보는 시선이 강렬하고 음흉해서 예전의 고등학교 시절에 스토킹 당해 본 경험이 있는 터라, ‘! 이 놈도 나를 스토킹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놈은 너무 교묘하고 지혜로운 방법으로 기술적인 스토킹을 하고 있어, 고의적인 스토킹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현옥은 무서웠다.

 

더군다나 서울과 달리 그곳은 낯선 객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스토커 때문에 원룸을 갑자기 빼서 이사를 하기도 곤란했다. 또 고민이 시작되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자신의 주변에는 이상한 남자들이 계속해서 달라붙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현옥이 볼 때 스토킹을 하는 남자들은 모두 정신질환자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관계도 없고, 전혀 상대가 될 수도 없는 여자를 쫓아다녀서 괴롭히기만 하고,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텐데, 그짓을 계속 하는 것은 분명히 정신이 이상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스토킹 하는 남자들의 심리상태, 정신상태를 의학적적으로 파고들어가다보니 나중에 자연스럽게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던 것이다.

 

현옥의 입장에서 볼 때 무척 이상한 인생의 아이로니였다. 두 번의 스토킹을 당하다보니, 정신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성형외과 전문의사를 꿈꾸고 있었던 것이다.

 

두 달 정도 계속하던 스토커는 어느 날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자취를 감추었다.

현옥은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홀가분했지만, 한편으로는 허전했다.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사람이 현옥을 해치지만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중에 우연한 기회에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그 스토커는 술에 취해 늦은 시간에 자신의 원룸에 돌아오다가 뺑소니 트럭에 치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했다. 현옥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무서워졌다.

 

원룸에 들어서는 순간, 앞과 뒤에는 그 스토커의 유령이 무표정하게 현옥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결국 현옥은 하는 수 없이 그 원룸에서 이사를 했다.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다른 원룸으로 옮겼다.

 

그 후 오랫동안 현옥은 스토킹에 대한 노이로제에 걸렸다. 주변에서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도 하였고, 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태권도를 배우라고도 했다. 아니면 남학생을 사귀어서 보디가드 역할을 시키라고 했다.

 

어떤 친구는 다른 여학생과 룸을 같이 쓰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예 남학생과 동거를 권유하기도 했다. 모두 현실성이 없는 말도 되지 않는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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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7)

 

뿐만 아니라 스토커 하는 놈이 얼굴이라도 괜찮으면 차라리 나을 텐데, 키도 작고, 뚱뚱하고, 얼굴은 어디 시멘트에 공중낙하를 해서 찌그러진 상태 그대로 펴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 얼굴에 걷는 모습을 가끔 고개를 뒤로 돌려 쳐다보면, 방금 전 롯데리아에서 먹은 햄버거가 그대로 식도를 역류하여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까이 걸어가는 다른 여학생들에게 심각한 공해를 야기시키게 되었다.

 

여학생은 고민하고 고민하던 끝에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다. 그랬더니 육사 출신의 아버지가 그 남학생을 만나 단숨에 끝을 내주었다.

 

여의사는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부터 공부업무를 방해하는 최초의 적을 물리치고, 학업에 전념한 결과 자신이 꿈꾸던 의대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스토커 때문에 좋은 대학교에는 원서를 내지 못하고, 지방에 있는 의대를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지방에서 주말에 서울까지 올라오려고 버스를 탈 때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 중에서 그 스토커처럼 못생긴 사람이 있으면, 그 옛날 더러운 생각이 떠올라 하지 않던 멀미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학생은 고속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약을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그때 그 스토커가 인물만 평범하고 괜찮았더라면 멀미약까지는 먹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여학생은 정말 너무나 억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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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6)

 

원홍은 이 대목에서 답답했다. 의사 선생님 말은 너무 공허했다. ‘말이 쉽지,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갑자기 단념하고 공부만 한다는 말인가? 그럴 수 있다면 내가 정신과병원에 올 이유가 있을까? 이런 정신과에는 와서 진료를 받았다는 기록이 남는 것 자체가 문제될 소지가 있고, 창피한 일인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원홍은 어찌되었든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해결방법을 찾고 싶었다.

 

“저는 현재의 상황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차라리 학교를 포기하고 외국으로 선교활동을 갈까도 싶어요.”

 

“사람은 누구나 어려움을 당하기도 하고, 고통을 받을 때가 있어요. 특히 젊은 나이에 사랑 때문에 겪는 갈등과 고민, 고통을 매우 심각한 것이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이 들면, 젊었을 때의 애정문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차라리 지금 다른 여자를 만나서 데이트도 하고, 섹스도 하는 것도 생각해 봐요. 이열치열이라고 여자 문제는 다른 여자로 푸는 것도 방법이예요.”

 

“지금은 다른 여자, 미스코리아를 앞에 갖자 놓아도 생각이 없어요. 오직 그 여자뿐이예요. 그리고 가장 힘이 드는 것, 그 여자를 보고 싶다는 거예요. 그 사람 오빠가 무서워서 가지는 못하고, 매일 그 시간이 되면, 그 여자 집 앞으로 가고 싶은 것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 힘이 들어요.”

 

여의사는 원홍의 이 말에 갑자기 표정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여의사가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세 차례의 스토커들의 그 징그러운 표정들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여의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떤 깡패 남학생이 계속해서 귀찮게 따라다녔다. 의대지망생이었던 여학생으로서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올 때면 늘 교문 부근에 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뒤를 따라오는 것이었다.

 

여학생이 일부러 편의점에 들러서 시간을 보내고 나오면, 그 남학생도 길가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기다린다. 그리고 여학생이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 그 남학생 역시 자세를 가다듬고 뒤를 쫓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더러운 스토커 때문에 신경이 분산되고 고민을 하게 되고, 무섭고 해서 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고3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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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5)

 

원홍은 의사에게 설명을 하면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저에게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하고, 나머지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여의사는 중간에 간단한 질문만 하고, 원홍이 혼자 계속해서 말을 하도록 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여의사가 너무 빤히 원홍을 쳐다보고 있어 원홍은 겸연쩍었다. 그래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말을 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여의사의 가슴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너무 풍만하고 아름다운 가슴이었다. 일부러 유방확대수술을 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 여성으로서, 저 연세에 저렇게 크고 아름다운 가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것은 아프리카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100미터 육상경기에서 1등을 하는 것과 같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원홍은 우리나라가 성형수술의 천국, 공화국, 원조국가로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성형을 하고, 그 기술도 세계 최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여자 의사 선생님부터 먼저 솔선수범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전문분야와 달리 정신건강과 의사 선생님은 진료 시간 대부분을 환자와 대면해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데, 저렇게 돋보이는 풍만하고 아름다운 가슴을 키큰 남자가 보면 거의 속살이 다 보일 정도로 노출시키고 있으면, 남자 환자가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아 상담이 제대로 될 것 같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학생은 명문대 의대생이고, 그에 비하면 상대 여학생은 별 볼일이 없는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그 여학생이 오히려 달라붙어야 될 것 같잖아요? 더군다나 깊은 관계까지 갔는데...”

 

“현재 제 심정은 그 여자를 포기하고 싶습니다. 너무 힘이 들고, 현실에 장벽이 높아서요. 그리고 제 친한 친구와 삼각관계를 만들고 싶지도 않아서요. 그런데, 이상하게 제 마음이 돌려지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첫 번째 성관계를 해서 그런지, 그 여자는 제 여자라는 생각도 버릴 수가 없어요.”

 

“그래도 현실이 그러면 잊어야 해요. 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하고, 나중에 의사가 되면, 그보다 더 좋은 여자들이 줄로 서게 될 텐데요. 힘들어도 참는 게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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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4)

 

이런 삼자회동이 있은 다음, 종범은 백미를 만나지 않고 서로 간에 연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해성 역시 흑미와 만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원홍이 워낙 큰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었고, 백미 오빠가 워낙 강하게 나와서 백미는 오빠 무서워서 더 이상 종범을 만나기를 꺼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흑미 역시 FM 5인방 멤버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당분간 해성을 만나지 않기고 했던 것이다. 원홍 역시 종범에 대한 관계도 그렇고, 더 이상 강행을 했다가는 백미 오빠에게 맞아죽을 수 있다는 위험을 감지하고 당분간 백미를 스토킹하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원홍은 여전히 백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이 자신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을 억누르고, 압박을 하는 것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울증세가 심해지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자고 고통스러워서 수면제를 계혹 복용했다. 담배도 줄담배를 피게 되었고, 술도 매일 자기 전에 소주를 한병씩 마셨다.

 

그러면서도 백미에 대한 사랑, 연정, 그리움, 보고 싶음 등을 매일 글로 써서 컴퓨터에 저장해놓았다. 그러다가 하는 수 없이 정신건강과 전문의사를 찾아갔다. 여자 의사였다. 나이는 50살 조금 넘어보였다.

 

“저는 요새 잠도 못자고, 우울증세가 심해져서 살고 싶은 의욕이 하나도 없습니다. 공부도 되지 않고, 잘 때나 깨어있을 때나, 어떤 괴물에 의해 짓눌려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증세가 나타난 것이지요? 그리고 학생 생각에는 왜 이런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제 환경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어떤 여학생을 좋아하고, 그 여학생도 저를 좋아해서, 같이 모텔에 가서 성관계를 가졌습니다. 저도 처음이고, 그 여학생도 첫 번째 성관계였습니다. 그랬는데, 그 후 그 여학생이 아무 이유도 없이 저를 멀리하고, 제 친구와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저 몰래 계속해서 성관계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여학생을 놓칠 수 없습니다. 제 첫사랑이니까요. 그리고 그 여학생 역시 속으로는 저를 좋아하는데, 오빠가 무서워서 저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증세가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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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3)

 

원홍은 술김에 해성에게 물었다.

해성아! 너는 분명히 흑미와 했지? 솔직하게 말해 줘.”

. 이 미친 놈아. 너는 왜 다른 여자들 잠자리 한 것이 그렇게 궁금하고 중요하냐? 정신 좀 차려라. 나도 네가 미친 짓 하는 바람에 흑미도 요새는 내 전화를 받지 않고 있어. 너 때문에 우리 세사람은 다 또라이 취급을 받게 됐어. 너 그러지 말고, 여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신과 좀 다녀봐. 증세가 심각한 것 같아.”

 

. 나도 그렇지 않아도 정신과에 가서 상담 좀 받으려고 해. 요새 우울증이 심해진 것 같아. 밤에 잠도 못자겠고, 꿈에 무서운 괴물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 혼자 있으면 여자들과 섹스하는 환상에 빠져. 이러다가는 학교를 휴학해야 할 것 같아. 봐서 학교 그만 두고, 아프리카로 선교하러 갈지도 몰라.”

 

원홍아. 여자라는 존재,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냐. 해부학 시간에 봤잖아?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육체란 아무 것도 아닌 거야. 사우나에 가서 남자들 발가벗고 왔다갔다 하는 것 봐! 얼마나 단순하고 동물적인가? 사우나에서 남자를의 신체를 보고 섹시하게 느껴지는 경우 봤어? 아무도 없잖아? 성기란 단순한 배설작용을 하는 몸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잖아? 여자도 마찬가지야. 멋있게 꾸면서 그렇지 누드 사진도 마찬가지야? 몸매가 잘 빠지고, 얼굴이 예쁘고, 젊은 여자의 누드가 멋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실물로 나이 먹고, 몸매가 엉망이고, 늙은 여자 나체를 봐, 얼마나 추하고 볼품 없는지? 섹스도 마찬가지야. 기본적으로 더럽고 추한 행위야. 그래서 사람들은 섹스를 할 때 눈을 감는 거야. 더러운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야. 그리고 벌거벗은 존재의 동물적 냄새는 아주 역겨워. 그런데, 네가 왜 여자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고 더군다나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 백미를 스토킹하고, 친구의 애인까지 네가 빼앗으려고 하니? 정신 좀 차리자.”

 

원홍은 술에 취해 해성의 말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은 졸고 있다가 갑자기 끝부분에, 백미가 친구의 애인이라고 하는 말에 갑자기 정신이 뻔쩍 났다.

 

아니, 백미가 누구의 애인이라고? 백미는 원래 내 꺼였어. 아무도 건드리면 안 돼. 백미는 오직 내 꺼라고!”

 

원홍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술집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래서 원홍 일행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홍이 큰 소리로, ‘백미는 내 꺼야!’라고 반복해서 외치니까, 원홍이 아마 쌀농사, 주로 하얀 쌀을 주로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서 장차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대규모로 쌀을 경작하는 젊은이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젊은이 들이 대학교나 다니려고 하지, 누가 힘든 쌀농사를 지으려고 그러나? 정말 훌륭한 친구다.’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원홍 일행이 백미뿐 아니라, 검은 쌀인 흑미이야기도 자주 하는 것을 보고, 같은 영농조합에 아프리카에서 이주해 온 흑인도 많이 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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