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22)

 

보름쯤 지난 다음, 원홍은 종범, 해성을 만났다. 아직 종범의 얼굴에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먼저 원홍이 사과를 했다.

 

종범아! 정말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줘. 그때는 내가 순간적으로 내 정신이 아니었어. 네가 백미와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흥분했고, 내 감정이 폭발했었어. 치료비는 내가 다 물어줄 게.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백미를 만나지 않을 거야.”

 

종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해성이 거들었다.

원홍아! 이제는 정말 정신 차려. 학교 공부도 힘이 든데, 왜 그깟 여자문제로 인생을 망치려고 그러니? 종범이도 네가 그렇게 미친 짓 한 것 다 이해하기로 했어. 그리고 백미와도 만나지 않는대.”

 

원홍은 귀가 번쩍 뛰었다. 종범이 백미와 헤어졌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나? 하지만 종범이 이미 백미와 깊은 관계에까지 갔는지가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셨다.

 

술에 취해, 술이 기운을 빌어서 백미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다. 술이 많이 들어가서 기분이 한껏 좋아지자, 원홍은 종범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종범아! 너 정말 내 친구 맞지? 내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딱 하나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니?”

그래. 물어 봐.”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했던 영색과 아직 잠을 자지 못했어. 그 이유는 나는 하고 싶어도 영색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런데 너는 백미와 한 것처럼 보이거든. 내가 질투하는 건 아니야. 그냥 알고 싶어서 그래. 백미와 했지?”

 

안 했어. 나를 그렇게 보지 마. 너는 지금까지도 나를 그 정도로 보는 거야? 아직 대학교 1학년 아이야. 그리고 백미는 보통 여자들과 달라. 결혼 전까지는 절대로 그런 것을 하지 않을 아이야. 그날 술에 취해서 내가 부축해주었던 것뿐이야.”

 

거짓말! 나는 딱 보면, 다 알아. 너희 둘이서 택시에서 내려서 같이 껴안고 갈 때 다 알아봤어. 네가 나를 진정 친구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안 돼! 나는 네가 백미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너를 통해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그렇게 사실대로 내게 말해주면 내가 백미를 잊는데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해.”

 

종범아! 정신 좀 차려라.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데이트하면서 서로 좋으면 그걸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런데 너는 왜 그런 것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분명히 백미와 하지 않았어. 그리고 앞으로는 백미와 만나지 않을 거고. 그날 백미 오빠를 보니까 잘못했다가는 뼈도 못추리겠더라. 그리고 백미도 오빠 무서워서 나를 만나지 않는다고 했어. 나도 지금 공부가 중요하니까 당분간 여자는 만나지 않을 거야.”

 

원홍은 종범이 말이 사실인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겪어본 바에 의하면, 영색의 친구 5인방 아이들은 그렇게 남자관계가 복잡한 것 같지 않았고, 특히 백미나 흑미는 쉽게 남자들에게 몸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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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은 운명

 

저는 소설가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소설을 써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릅니다. 많은 소설을 읽다보니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에 시작을 했습니다. 가을사랑 블로그에, ‘사랑의 모진 운명이라는 제목(가칭)으로 소설을 써보았습니다. 그런데 소설은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전체적인 플롯을 잡는 게 어려웠고, 또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중에 중단해 놓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다시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회부터 221회까지 상당한 분량을 썼습니다. 하지만 아직 전체적인 줄거리는 잡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완성되면 책으로 출간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만은, 아직은 별로입니다. 출간해봤자 팔리지 않으면 종이만 낭비하는 환경파괴에 일조하기 때문입니다. 페친 여러분께서 소설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멘트를 해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 열분 정도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 필요도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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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1)

 

종범이 먼저 나가고 원홍에게 10분쯤 있다가 나가라고 하자, 종범이 나간 다음 원홍은 곧 바로 오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오빠에게 말했다.

 

형님! 백미 씨는 제 사람입니다. 저는 절대로 백미 씨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형님께서 도와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오빠는 기가 막혔다. 오빠는 공수부대 출신으로 성격이 매우 거칠었다. 그 어려운 공수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 아니라,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강하훈련을 많이 해서 정의롭지 못한 인간들을 보면 주먹부터 올라갔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백미를 오빠로서 아끼고 아꼈는데, 이런 지저분한 인간들이 백미를 놓고 추태를 부리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성질 같아서는 두 놈 다 급소를 찔러서 때려눕히고 싶었는데, 그래도 의대생이라고 하니까 봐준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등신 같은 놈이 백미가 자기 사람이라고 하니 이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부엌으로 가더니 식칼을 들고왔다. 그리고 칼을 오른손으로 높이 들더니, 세 번 돌렸다. 그런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원홍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

 

원홍은 숨이 막혔다. 오빠의 눈빛에는 살기가 돌았다. 열흘을 굶고 쓰러지기 직전에 얼룩말의 목덜미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는 숫사자의 눈빛이었다. 원홍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도망쳐나왔다.

 

원홍은 일주일 넘게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강의도 빼먹고 집에 틀어박혀 괴로워했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원홍은 이러다가 혹시 자신이 범한 강간죄가 들통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원홍은 오래 전에 본 영화가 떠올랐다.

 

제니퍼 리브 휴잇과 세라 미셸 겔러가 주연한 미국의 공포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의 무시무시한 장면들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4명의 주인공이 독립기념일 축제를 마치고 밤에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어떤 남자를 자동차로 치는 사고를 낸다. 4명의 젊은이들은 이런 교통사고를 신고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피해자를 바다에 던지고 도망간다.

 

이런 사건을 저지른지 1년 후에 4명에게 ‘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리고 갈고리를 들은 어부가 4명에게 순차로 복수를 벌인다. 피해자는 차에 치어 바다에 던져졌지만 죽지 않고 살아났던 것이다.

 

원홍은 혼자만이 알고 있는 무시무시한 강간범죄에 대해 혹시 5명의 FM 멤버들이나 종범과 해성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욱 백미에게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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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20)

 

원홍은 백미에 대한 짝사랑에 빠졌지만, 백미가 원홍을 이상하고 정신병자 취급을 하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백미를 끊지 못하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학교 공부도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친한 친구인 종범과 해성과도 사이가 나빠졌다.

 

원홍은 백미를 잊을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인지도 정확하게 몰랐다. 그야말로 이상한 이끌림이었다. 온통 백미의 얼굴, , 체취, 동작, 음성에 사로잡혀 있었다.

 

주기적으로 백미를 멀리서나마 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백미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백미 집 부근과 백미의 캠퍼스를 쫓아다녔다.

 

이른바 스토커로 전락한 것이었다. 원홍은 그런 자신이 싫었다. 어떤 때는 죽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자신이 명문대 의대생으로서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몰랐다.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부모님께도 미안했다. 하지만 아무런 해결방법이 없었다.

 

어느 날 원홍은 또 백미의 집 골목에서 백미가 귀가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넘게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에서 종범과 함께 내리는 것이었다.

 

종범은 백미의 허리를 껴안고 부축하고 있었다. 백미는 완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저런 나쁜 O! 내 여자를 술에 취하게 하고, 껴안다니!’

 

갑자기 뛰어나가 종범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종범은 즉시 반격했다. 두 사람은 인정사정없이 서로 때리고 차고, 죽기살기로 싸움을 했다. 백미는 울면서 땅에 주저앉았다.

 

밖에서 소동이 벌어지자 집안에서 백미의 오빠가 뛰어나왔다. 오빠는 이 어이없는 싸움을 말린 다음, 두 사람을 집으로 끌고갔다. 백미와 종범, 원홍은 오빠 앞에서 모두 죄인이 되었다. 오빠는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백미에게 말했다.

 

이런 나쁜 인간들은 절대로 만나지 마라. 만일 앞으로 이 인간들을 만나면 너는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라.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계집애가 무슨 남자를 안다고, 그것도 두 놈이나 끼고 돌아다니냐?”

 

그리고 너희들은 친구라면서 한 여자를 놓고 할 일이 없어서 삼각관계로 결투나 하고 있냐? 이 한심한 자식들아!”

 

오빠는 너무 화가 나고, 동네에서 창피해서 그런지 피도 나고, 상처도 입은 종범과 원홍을 닦아줄 생각도 하지 않고, 곧 바로 내쫓아버렸다.

 

다만, 두 마리의 인간을 동시에 내보냈다가는 또 백미의 집 앞이 석양의 무법자두 명의 결투장이 될 것이고, 동네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해성을 먼저 내보내고, 10분 있다 원홍을 나가도록 했다.

 

법정에서도 범인과 피해자를 재판이 끝나고 동시에 나가도록 하면 법정을 나가자 마자 두 사람은 고함을 지르면서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운다.

 

감정이 순간적으로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순차로 내보내진다. 오빠는 이런 상황에서도 두뇌가 명색해서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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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9)

 

원홍은 10분쯤 있다가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실크천을 밑에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불을 켰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당연히 붉어야 할 실크가 아주 하얗게 그대로 있었다. 대신 우윳빛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원홍은 벌떡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리고 영색의 몸을 샅샅히 살펴보았다. 혹시 체질상 나오기는 나왔는데, 너무 양이 적어 안에서 머물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안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원홍은 너무 실망했다. 표정이 흑색으로 변했다.

 

마치 아무도 열 수 없도록 굳게 잠겨진 금고 안에 7캐롯의 다이야몬드 목걸이를 넣어놓고, 그것을 꺼내 목에 걸려고 금고를 열었는데, 그 안에는 어두움만 있는 것처럼 원홍은 절망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상실했다.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인생은 거기에서 종지부를 찍었다. 원홍은 영색에게 추궁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했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백지의 실크천을 영색의 바로 눈 앞에 들이댔다. 무서운 증거였다 처녀성의 상실 및 부존재를 증명하는 증거였다. 누가 만든, 다른 사람이 조작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영색의 몸 안으로 원홍의 몸의 일부가 직접 들어가서 채굴해 나온 명백한 증거였다.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충분한 증명력과 신빙성을 갖춘 evidence였다.

 

영색은 기가 막혔다. 자신은 결백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 자신의 결백, 즉 무경험을 어떻게 달리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증명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있다.

 

그렇다고 원홍에게 하나님을 방문해서 물어보라고 하든가, 사실조회를 신청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영색은 이 상황이 두려웠다. 공포심이 엄습했다.

 

아니예요. 절대 그런 일 없었어요. 하나님께 맹세해요. 저를 믿어요. 혹시 제대로 안 해서 그럴 수 있으니, 다시 한번 더 세게 해보면 어떨까요?’라고 울면서 사정했다.

 

하지만 냉정한 원홍은 단호했다. ‘모든 건 끝났어. 거짓말 하지 마.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의대생이야. 나가자.’ 두 사람은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일체 연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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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8)

 

호텔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들어갔다. 영색은 약간 술에 취했다. 그에 반해 원홍은 와인 한잔만 마시고 더 이상 마시지 않아 말짱했다.

 

행사를 치루기 전에 불을 꺼야 하는데, 원홍은 완전히 소등을 하지 않고, 서로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로 조명을 해놓았다.

 

그리고 영색이 샤워를 하는 동안 침대 시트 위에 실크천을 깔아놓았다. 영색은 의아했다. 하지만 첫경험이라 그 의미에 대해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영색은 원홍이 의대생이라 위생관념이 철저해서 비록 세탁해놓은 침대 시트지만, 혹시 지저분한 병균이 남아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 시트 위에 또 멸균 소독한 고급 실크천을 깔아놓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 때문에 영색은, ‘역시 의대생은 다르구나! 이렇게 철저하게 위생을 관리하고, 여자를 아끼는구나 !’라고 내심 감탄하면서 존경했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이 원홍이 영색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오는 배려와 애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영색은 그전에 읽은 야한 소설에서 남자들이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실 때 옆에 앉아 술시중을 들게 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읽은 적이 있다.

 

그때 제일 나빴던 것은 손도 닦지 않고, 오징어나 땅콩 같은 술안주를 손으로 먹으면서, 그 손으로 여자의 소중한 부분을 만지는 행태였다. 그 손에는 핸드폰을 하루 종일 들고다니지, 택시를 타고 다니지, 담배와 라이터를 만진 아주 더러운 손이다.

 

손을 알코올로 열 번 이상 소독을 해도 병균이 득실득실할 텐데, 그 손을 비누로 닦지도 않고, 대충 물수건만 형식적으로 만진 다음, 여자를 만지면 그 잡균과 병균은 고스란히 무방비 상태의 여자 신체로 침입하게 된다.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인지 모른다. 영색은 그런 소설을 읽을 때마다, 분개하면서도 그것은 작가가 허구로 과장해서 쓴 것이지, 대한민국에 그럴 남자는 해방 이후에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소설은 소설이었지만, 아무튼 그런 더럽고 지저분한 남자와 대비되니 원홍은 정말 영국 신사였다. 신부님 수준이었다.

 

가만히 올려놓고 앉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기도를 했다. 무슨 기도를 하는지는 몰랐다. 그런 다음 영색의 곁에 누워 10분 정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영색은 숨이 막혔다. 하려면 빨리 할 것이지, 나체로 눕혀 놓고, 그것도 불을 완전히 끄지 않은 상태에서 창피하게 만들어놓고 있으니 이상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원홍은 행위를 시작하기 전에, ‘사랑해!’라고 작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했다. 원홍은 무척 서툴렀다. 영색은 심한 통증을 느꼈다.

 

소설이나 인터넷에서 듣던 첫경험의 감흥이나 짜릿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원홍은 불과 3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을 마쳤다.

 

그리고 사전에 영색으로부터 자세한 개인정보를 들어서 이 날은 가임기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어서 영색은 당연히 안에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원홍은 예상을 뒤엎고 안에 하지 않았다. 대신 실크천 위에 하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 원홍은 10분 동안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색은 그런 침묵이 이상했지만, 처음 하는 여자가 너무 반응을 보이거나, 말을 많이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창피해서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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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7)

 

원홍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그러니까 영색은 대학교 1학년 말에 두 사람은 마침내 첫의식을 치루기로 했다. 보름 전에 원홍은 날짜를 잡아서 알려주었다. 그때까지 영색에게 여러 가지 준비를 하라고 했다.

 

영색 역시 몹시 긴장이 되었다. 이미 사귄 지 오래 되었고, 남자가 마음에 들고, 장차 때가 되면 결혼까지 할 약속이 되었기 때문에, 남자가 원해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대학교 1학년이고, 부모님들의 결혼승낙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

 

그러나 영색은 원홍과의 순수한 관계를 영원하게 가기 위해서는 원홍의 뜻대로 처녀를 바쳐야 한다는 각오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때까지 영색은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서 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공부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제 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다소 두렵기도 했다.

 

특히 첫 번째는 심한 진통을 겪어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처녀막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다. 첫 번째 성관계 시 파열되고, 그 때문에 약간의 출혈이 있다는 것도 정확하게 알았다.

 

영색의 입장에서는 이런 성의식에 대해 누구와 상의할 성질은 못되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미리 알릴 수가 없었고, 더군다나 부모님께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그러면서 영색은 원홍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들었고, 이상하게 느꼈다. 주변에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애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고 술을 마시고 모텔을 가거나 차 안에서 갑자기 행위가 이루어지거나, 남자 친구의 방에 따라갔다가 묘한 분위기에 휩쓸려 행위가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식의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 연애 단계에서 마치 신혼여행 스케줄을 잡아놓은 것처럼 보름 전에 행사일정을 잡아놓고 준비를 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영색은 워낙 원홍이 믿음직스러웠고, 독실한 크리스찬인데다가 명문대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따르기로 했다. 마침내 D-day가 다가왔다.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두 사람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 와인을 마시고, 건배를 했다. 서로의 행복을 기원했다. 그리고 작은 케이크를 잘랐다. 그런 다음 중급 호텔로 갔다.

 

모든 것을 원홍이 사전에 예약을 해놓았다. 원홍은 행사 도중 그때그때 사진을 모두 찍었다. 기념사진이었다. 장미꽃도 손에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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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6)

 

원홍은 고등학교때부터 영색과 연애를 했고, 그 동안 영색이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당연히 처녀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아니, 전혀 눈꼽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원홍은 영색에게 용기를 내서 순결을 달라고 했다 영색도 당연히 응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어느 날 모텔에 가서 첫날밤의 의식을 치뤘다.

 

원홍은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이 성스러운 의식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 처녀와 처녀막에 대해서, 그리고 첫경험에 대해서,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논문도 찾아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순결이나 처녀성, 처며막에 대해서는 별로 많은 자료가 없었다. 오히려 처녀막에 대한 오해, 그릇된 편견을 비판하는 글이 많았다.

 

특히 외국에서는 처녀막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소설, ‘주홍글씨, ‘테스시대에서나 논의되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인터넷에서는 처녀막재생수술을 잘 한다는 광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처녀막을 파열시키면 상해죄에 해당한다는 법률해석도 보였다.

 

의대에 들어가 처음 배우는 해부학에서도 기본적인 뼈나 장기, 혈관등은 강의를 해도 이미 죽은 사람에게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처녀막 이야기는 없었다.

 

혹시 결혼하지 못하고 처녀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여자의 사체에서는 처녀막이 파열되지 않고 남아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런 사체가 해부용으로 대학병원까지 온다는 것은 기대가능성이 제로였다.

 

그리고 생전에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다고 해도, 안구나 콩팥은 기증을 해도, 처녀막을 기증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설사 있다고 해도 병약한 사람이 남의 처녀막을 기증받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죽을 때 처녀막이 남아있다는 사실 역시 크게 자랑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홍은 그래서 선배 의대생에게 물어보았다. 비뇨기과를 전공하는 선배와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선배 두 사람에게 질문을 했다.

처녀막는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파열이 가능한가요?” 두 선배 모두 똑 같이 대답했다. “글세,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성관계를 하지 않고 파열되는 경우는 백만불의 일의 확률이라고 해.”

 

. 그렇군요.”

그런데 너는 왜 처녀막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지?”

저와 결혼할 여자가 처녀가 아니면 안 돼잖아요?”

요새가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사니? 그러면 너 장가 못 가. 그리고 결혼했어도 오래 못 살아. 성관계는 단순히 신체의 생리작용일 뿐이야. 사랑이 중요한 거지. 성격이 중요한 거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한 여자는 더럽혀진 거잖아요. 제가 왜 굳이 그렇게 더렵혀진 여자를 사랑하고 책임져야 해요?”

너처럼 잘못 생각하고 망한 사람들 많아. 그럼 너는 숫총각으로 결혼할 거니?”

 

물론이지요. 저는 절대로 이 여자, 저 여자와 지저분한 성관계는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럼. 네 마음대로 해, 아무도 참견하지 않아. 단지 그런 고정된 성개념으로 여자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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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5)

 

백미는 원홍에게 당당하게 문자를 보냈다. 아무래도 단호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할 것 같았다.

 

저에게 관심 갖지 마세요. 저는 원홍 씨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리고 이미 종범 씨를 만나고 있어요. 원홍 씨는 영색 씨와 만나다가 갑자기 친한 친구인 저에게 이러시면 안 돼요. 뿐만 아니라,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도대체 영색 씨와 헤어졌으면 그만이지, 왜 아주 친한 친구인 저를 좋아한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두 번 다시 저에게 신경 쓰지 마세요.’

 

원홍은 이런 치욕적인 말을 들어도, 자기 자신을 어떻게 콘트롤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정신적 질환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영색을 참 좋아했다. 자신의 이상형이었다. 영색은 모든 것을 갖춘 여자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서 순수한 사랑을 했다고 믿었다. 영색을 만날 때, 원홍은 다른 여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어떤 여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원홍은 시를 좋아했다. 영색도 시를 좋아했다. 두 사람은 강변에서 낙엽이 날릴 때, 아름다운 시를 써가지고 와서 두 시간 동안 계속해서 서로에게 낭송을 해주었다. 원홍은 그 때문에 50여편의 시를 완전히 암송까지 했다.

 

두 사람은 또 음악도 좋아했다. 특히 클래식을 좋아했다. 강변에서 시를 읽고 나서, 스마트폰으로 클래식을 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로가 음악의 세계예 빠져들어갔기 때문에, 옆에 누가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시와 음악으로 두 사람은 이심전심이 되었다. 그 때문에 원홍은 때로 젊은 나이에 솟구치는 욕정을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모른다.

 

원홍은 성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을 찾아보고 알았지만, 종교적 신념과 가정 분위기 때문에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다. 그건 단순한 믿음이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순결의 가치를 설명해준 것도 아니었다. 순결하지 않으면, 사랑의 순백은 더럽혀진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공부만 열심히 했다. 남에게 지기 싫었다. 그래서 명문대 의대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색만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영색과 결혼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영색과 합일하기로 했다. 그것은 일방적인 생각이었다.

 

대학생활을 해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요새 젊은 여자들이 고등학교 때 이미 첫경험을 하고, 더군다나 대학교에 들어가면 1~2학년 때 관계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면 영색도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원홍 자신이 먼저 영색을 완전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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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4)

 

원홍이 소개해 준 덕분에, 같은 의대생인 권종범과 이해성은 신이 났다. 괜찮은 여학생을 소개받아 데이트에 바빴다. 종범은 백미와 해성은 흑미와 파트너가 되었다.

 

원홍은 당연히 영색의 짝으로 간주되었으나, 영색은 이미 최권식과 매일 만나는 사이로 발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원홍은 아주 이상하게 되었다. 원홍이 친구들에게 백미와 흑미를 소개해준 것은, 일단 핑계거리를 만들어서 백미와 흑미를 자주 볼 기회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백미와 흑미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원홍의 친구들과 가까워지면 그 과정에서 원홍도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것인데, 의외로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백미와 흑미에게 달라붙자 원홍만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원홍은 어느 날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다가 이런 말을 했다.

사실 백미는 내가 좋아했던 아이야. 그런데, 종범아! 아직 깊은 관계가 아니면, 너는 손을 뗄 수 없을까? 내가 워낙 좋아했고, 짝사랑했던 아이야. 내가 너를 소개해준 것은 둘이서 잘해보라고 한 것이 아니고, 내가 백미를 볼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던 거야. 너에게 백미를 소개해주고 지금까지 두 달 동안 나는 백미 때문에 아무 것도 못하고 있어. 공부도 되지 않아. 24시간 백미만 생각하고 있어. 일주일에 세 번씩은 백미의 집 앞으로 가서 백미가 귀가하는 모습을 멀리 지켜보고 있었어. 적외선카메라로 사진도 다 찍어놨어. 그것도 동영상으로 말이야. 백미 없으면 나는 미칠 것 같아. 학교도 못다닐 것 같고. 종범아! 미안하다. 나좀 살려줘. 나도 이럴 줄 몰랐어.”

 

종범은 깜짝 놀랐다. 원홍은 청교도인 줄 알았다. 교회 열심히 다니고, 여자에 별로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그리고 영색과 오랫동안 사귀다가 최근에 원홍이 공부 때문에 잘 안 만나고, 그러다가 영색이 다른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종범아! 그게 말이 되니? 네가 좋아하면 왜 나에게 소개를 시켜줬어? 그리고 그런 의도로 소개를 했으면, 나에게 처음부터 말을 했어야지? 지금 와서 난들 어떻게 하니? 나도 백미가 좋고, 백미 역시 나를 좋아해. 네 말을 듣고 내가 지금 백미에게 그만 만나겠다고 하면, 백미는 크게 상처를 받을 거야. 나도 그렇고. 아무튼 내가 생각해볼 게. 나도 여자 때문에 너와 친구로서의 의리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아. 그런데 백미는 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가 백미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야. 그나저나 왜 너는 이렇게 골치 아픈 상황을 스스로 만들어놓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거야? 이해가 안 돼.”

 

내가 바보야. 처음부터 백미 씨에게 강력하게 프로포즈를 했어야 하는데, 그땐 망설였어. 그리고 아무래도 백미 씨의 친구 영색이 있었으니까. 내가 대놓고 영색의 친구인 백미 씨에게 말을 꺼내기가 곤란했어.”

 

종범은 원홍의 말을 듣고 무척 괴로워했다. 하지만 워낙 가까운 친구라 종범은 백미를 만나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거 알지? 그런데 원홍이 자기를 좋아한대. 그러면서 나보고 양보를 하래. 이상한 친구야.”

 

그건 말도 안 돼요. 그리고 괜히 하는 말이예요. 우리는 고등학교 때부터 떨어져서는 못사는 5인방이었어요. 그중에 대장이 영색이었고, 원홍 씨는 영색의 애인이었어요. 그래서 나도 원홍 씨를 알게 된 것이예요. 그런데 5인방의 모임에 원홍 씨가 참여했고, 그 후 영색과 소원해진 거예요. 그런데 원홍 씨가 영색과 만나지 않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건 자기 애인을 버리고 애인의 친한 친구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 아니예요. 그건 나쁜 사람이지요. 그리고 나는 원홍 씨처럼 내성적이고, 말도 없고, 차가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다만, 처음에는 공부만 아는 젊잖은 의대생이라고 해서 막연하게 존경하고 친구의 애인이라서 좋게 생각했던 것이예요. 그런데, 만일 종범 씨가 원홍 씨 때문에 나와 그만 만나자고 하면 나 역시 종범 씨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거예요. 원홍 씨를 안 만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요. 아무튼 우리 5인방 사이에서 이런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니 무척 당황스럽네요.”

 

이런 말을 한 다음 백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갔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원홍이 있었다.

 

백미는 깜짝 놀랐다. 원홍이 이상해 보였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저 사람이 저 정도였나!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참 한심하다. 명문대 의대생이 왜 저렇게 살까? 영색이가 얼마나 괜찮은 앤데!’

 

백미는 원홍을 냉정하게 쳐다본 다음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집으로 들어갔다. 백미는 흥분해서 이런 사실을 FM 멤버들에게 세 시간에 걸쳐서 순차로 1인방송을 했다.

 

다만 영색에게는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 쇼킹한 뉴스는 우리끼리만 알고, 영색에게는 비밀로 하자고 했다. 영색이 너무 충격을 받을까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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