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9)

 

아버지가 압수해서 보관하고 있는 현옥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계속 왔다. 조장이 보낸 것이었다.

자기, 사랑해. 집에 잘 들어갔어. 내가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해.’

어제는 너무 좋았어. 오랜만에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 꼭 나하고만 해야 해.’

왜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

자기, 나 믿어. 이제는 정말 다른 여자 안 만나. 걱정하지 마.’

 

아버지는 이런 문자가 계속 올 때마다 열을 받았다. 어떤 놈인지 두들겨패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딸이 사람 같지 않았다.

도대체 몇 살이나 됐다고, 저렇게 남자를 밝히나? 지 엄마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이제 시집가기는 다 틀렸다. 혼자 살아야 하는데, 집에서 시집도 가지 않고 노처녀로 있으면 귀찮아서 어떻게 하지?’

조장에게서는 계속 문자가 왔다.

왜 답장이 없어? 다른 남자 생긴 거야? 바람 피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자기는 내 꺼야. 다음에 만나면 바람 피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줘. 나도 같이 써줄게.’

 

아버지는 완전히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현옥에게 물었다.

그래. 이 아이와 결혼할 거니?”

아뇨. 저는 결혼 안 할 거예요.”

그럼 혼자 살 거야?”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현옥은 답답했다. 아버지가 왜 저렇게 난리를 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지식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서 요새 젊은이들이 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옥은 조장이 좋아서 사랑을 한 것이다. 사랑하다 보니 성관계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은 여자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남자와 여자가 같이 즐기는 것이다. 결혼은 더 지내다가 조건이 맞으면 하면 된다.

 

설사 결혼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사랑은 중요하다. 혼전 순결의 개념은 아버지 시대의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물이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건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똑 같은 개념이다. 남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가지다가 헤어지고 그걸 반복하다가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가 될까?

 

그건 여자에게도 똑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 될까?

 

그리고 남자건 여자건 혼전 과거 때문에 싫다고 하면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결혼한 후에 비로서 상대의 과거를 알고 기분 나빠서 이혼한다고 하면 이혼하면 된다. 요새 세상에서는 모두 이렇게 산다.

 

그런데 아버지만 옛날 사람이라 과거의 남존여비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리타분한 처녀성과 혼전 순결을 무슨 종교처럼, 목숨처럼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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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8)

 

현옥은 아버지로부터 엄한 추궁을 받았다. 12시간 동안 아무 것도 먹이지도 않고,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

 

가끔 주먹을 쥐고 아버지의 가슴을 치거나, 앞머리와 뒷통수를 세게 치기도 했지만, 현옥의 신체에 대해서는 직접 폭행을 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딸을 아끼고 있었다. 아버지는 현옥이 어렸을 때부터 항상 예쁘고 귀엽고 똑똑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고 살았다.

 

현옥의 남동생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오직 현옥만 아끼고 현옥의 사진만 자신의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그런 딸의 비행을 조사하고 밝혀내고 있으려니 아버지는 미칠 것 같고, 죽고만 싶은 심정이었다.

 

현옥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조장과의 관계를 모두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허락하면 결혼하고 싶다고까지 말했다.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조장의 아버지 이름까지 알게 된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 조장의 아버지는 현옥의 아버지가 군에서 대대장을 할 때 수장의 아버지 중대에서 사병이었다.

 

수장의 아버지 김 대위를 통해 들었는데, 조장의 아버지는 문제 사병으로서 특별 관찰 대상이었는데, 아주 성격도 나쁘고 인간성이 빵점이었다고 들었다.

 

제대하고 나서 수장의 아버지를 통해 시장까지 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하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자 관계가 복잡하고 공무원할 때도 뇌물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

 

현옥아. 어떻게 그럴 수 있니? 네가 몇 살이라고,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네 멋대로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결혼까지 생각할 수 있니? 그리고 그 놈이 어떤 놈인 줄 알고 쉽게 몸똥아리를 줬니? 너 제정신이야? 그리고 그런 일을 저지르고 어떻게 수장과 선을 봤어?”

 

아빠, 잘못했어요. 제가 미쳤었나 봐요. 지금부터는 아빠 말 들을 게요.”

아냐. 네가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모든 건 내가 잘못한 거야. 일단 학교는 휴학하고 집에 있으면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지금 만나는 그 놈을 내가 먼저 만나볼 게. 수장에게도 말해서 모든 걸 없던 걸로 해야겠어.”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난리를 쳤다.

당신은 왜 내 말을 안 듣고 지방으로 보냈어? 이제 어떻게 해? 몸을 다 망쳤으니 어떻게 시집을 가? 의사 되기도 다 틀렸어. 객지에 가서 혼자 있어도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 건 당신이야. 당신이 다 알아서 해. 나는 창피해서 못 살겠어. 내 육사 동기 친구들 딸 중에서 이런 개판인 여자 아이는 들어보지 못했어.”

 

현옥은 일주일 동안 아버지 집에서 외출도 못하고 감금되어 있었다. 핸드폰도 빼앗겼다. 아버지는 현옥을 데리고 이동통신사에 가서 6개월분의 통화내역을 뽑아가지고 왔다. 그걸 분석하고 있었다. 조장과 통화한 내역을 따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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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7)

 

현옥의 아버지는 늘 걱정이었다. 귀엽게 자란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는데, 어떤 이상한 놈이 스토킹을 해서 딸이 제대로 공부를 못했고, 그 때문에 서울에 있는 명문 의대를 못간 것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객지에 가서 딸이 혼자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못된 남자들이 귀찮게 하거나 성폭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불안해했다.

 

그런데 TV를 보니, 여자 혼자 사는 원룸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하다 도망갔던 용의자가 붙잡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범인은 새벽 1시경 원룸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해서 여자를 성폭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완강하게 저항하자 달아났고, 여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분석으로 용의자를 특정해 남자의 동선을 추적했고, 사건 발생 60시간 만에 붙잡았다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만일 여자가 끝내 어설프게 반항했으면, 범인이 여자의 목을 졸라 죽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여자가 강간을 당하고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범인이 에이즈 보균자라면 여자는 아무 이유도 없이 억울하게 에이즈에 걸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우리 나라 경찰이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범인을 60시간 만에 붙잡을 수 있었을까? 법원에서는 저런 흉악한 범인에게 어떠한 형벌을 내릴까?

 

아버지는 즉시 현옥에게 전화를 걸었다. 12시였다. 그런데 현옥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아버지는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돌아버렸다. 공황상태가 되었다. 어머니를 깨워 비상을 걸었다. 가까운 친구를 불러서 그 친구 차를 타고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현옥의 원룸으로 갔다.

 

두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 어머니는 계속 기도를 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발 우리 옥이를 살려주세요. 아무 일이 없도록 보살펴 주세요.’를 연발했다.

 

아버지는, ‘그래, 내가 잘못했어. 여자 애 혼자 객지에 보내는 것이 아닌데, 이 험한 세상에, 의사가 뭐 대단하다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객지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야. 내가 어리석었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어버지 친구는 한 술 더 떴다. ‘요새 여자 아이들 공부한다고 객지에 보내놓으면 대개 남자와 동거를 한 대. 그러다 임신하고 낙태하고, 또 쉽게 헤어지고, 남자 놈들은 재미보지만, 여자 아이들만 몸 버리고, 나중에 시집도 좋은 데 못가고, 억울한 거지. 자네도 무엇 때문에 객지에 보냈나? 답답하네.’

 

현옥은 그 날, 조장의 원룸에 가서 몸을 섞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장을 그대로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장을 다시 만나 데이트를 하고 원룸으로 갔다.

 

조장 역시 아무 일이 없던 것처럼 성관계를 했다. 그곳에서 잠을 자다가 아침에 돌아오려고 했고, 핸드폰은 밧데리가 나갔는데, 꼭 충전시킬 필요가 없어서 그냥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아버지 일행은 원룸 앞에서 차를 세워놓고, 밤을 꼬박 새웠다. 그렇다고 경찰에 실종신고나 사고신고를 할 수도 없었다. 아버지는 가끔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머리를 치기도 했다. 어머니는 울고만 있었다.

 

아버지 친구는 같이 걱정을 해주면서도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지적함으로써 자꾸 아버지를 흥분상태로 몰아가고 있었다.

 

아버지 친구는 딸이 없고 아들만 세명인데, 그 아들들이 여자들은 건드려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결혼하기 전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들에게 대책 없이 당하는 가를 알고 있어서 현옥의 아버지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침 8시가 되어 마침내 현옥은 나타났다, 외박을 하고 온 티가 뚜렷했다. 아버지는 친구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현옥과 같이 원룸으로 들어갔다.

 

너 어디에서 자고 오는 거야. 바른 대로 말해!”

여자 친구 집에서 같이 있다가 오는 거예요.”

그 친구 전화 바꿔 봐!”

 

아버지는 흥분했다. 곧 현옥의 방에 있는 사물을 다 뒤졌다. 조장과 같이 찍은 사진 여러 장이 압수되었다. 아버지는 현옥의 핸드폰도 압수했다. 그리고 그 길로 아버지 친구 차를 같이 타고 서울로 현옥을 압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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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6)

 

그 후 한 달 쯤 지나서 조장이 현옥을 꼭 만나야 한다고 해서 현옥은 마지못해 조장을 만났다. 조장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현옥을 데리고 드라이브를 했다. 그리고 식사를 한 다음 조장의 원룸으로 데리고 갔다.

 

현옥은 이상하게 또 마음이 풀어졌다. 그리고 그동안 조장에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조장의 품이 그리웠다.

 

두 사람은 조장의 원룸으로 가서 같이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조장은 그동안 현옥에게 서운했다고 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고 했다.

 

그래서 현옥은 조장이 이끄는대로 따르기로 했다. 먼저 현옥이 샤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조장에게 긴급한 전화가 왔다. 학생회 간부 한 사람이 술집에서 싸우다가 경찰서에 현행범으로 연행되었다는 전화였다.

 

조장은 현옥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경찰서에 가서 일을 봐주고 오겠다고 나갔다. 현옥은 하는 수 없었다. 일단 원룸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혼자 남은 현옥은 조장의 컴퓨터를 열어보았다. 그리고 원룸에 있는 소지품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강한 호기심이 일었고, 혹시 조장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놀랍게도 제일 먼저 발견된 것이 지난 번 현옥을 찾아왔던 ‘홍지수’에 관한 자료가 많았다. 현옥과 같이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심지어 홍지수의 사이즈로 보이는 여자 내복도 조장의 옷장 속에 쑤셔박혀 있었다. 컴퓨터에는 이메일을 주고 받는 내용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두 사람은 아직도 자주 만나고 있었다.

 

홍지수에 관한 한 조장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지수는 조장과 속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는 표현이 여러 군데 있었다. 그리고 조장은 지수에게 지금 골치 아픈 상황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사정하고 있었다. 곧 현옥을 정리한다는 뜻같았다. 그리고 현옥이 조장을 무척 괴롭히고 있는 것 같은 내용의 이메일도 있었다.

 

현옥은 정말 기가 막혔다. 세상에 이렇게 나쁜 인간이 있을까? 도대체 나는 무엇인가? 이 상황에서 현옥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현옥은 일단 증거자료를 핸드폰으로 사진 찍었다. 그리고 원룸을 나왔다.

 

밤 12시가 넘어 조장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현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조장이 현옥의 원룸으로 찾아올 것을 예상했지만, 조장은 30분 정도 전화를 하더니 더 이상 전화도 하지 않고 현옥에게 찾아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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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5)

 

현옥은 너무 머리가 아파서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조장이 만나자는 것을 우선 몸이 아프고, 학기 말이라 시험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않았다.

 

조장 역시 이상하게 현옥을 만나자고 강하게 조르거나 반복해서 만나자고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옥은 한편으로는 조장에 대해 궁금하기도 하고, 의심이 일었다. 그래도 당분간은 참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수장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전화가 왔으나, 일단 학기 말이라 바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금요일 오후에 현옥은 서울 가는 SRT를 탔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는 상태에서 서울 가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학교로 돌아오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옆 좌석에 현옥과 같은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강공성이 타고 있었다. 공성은 첫눈에 현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공성은 창쪽 좌석에 앉았다. 열차가 출발하자 얼마 있지 않아 ‘의료법’책을 펴놓고 열심히 읽고 있었다. 현옥에게는 전혀 눈길도 주지 않고 오직 책만 보고 있었다. 가끔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 같았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매우 학구적으로 보였다. 키도 훤칠하고 인상도 좋았다. 옷도 깔끔하게 입고 현옥이 좋아하는 프랑스 향수를 뿌렸다. 현옥은 평소 서울 왔다갔다 할 때 책은 읽지 않고 주로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보았다.

 

그런데 옆 좌석에서 법서를 읽고 있으니, 자신도 페이스북을 하기는 그렇고 해서 마침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간 의학잡지를 꺼내놓고 진지하게 읽는 척했다. 서울에 거의 다 갔을 때, 공성이 현옥에게 말을 걸었다.

 

“병원에서 근무하고 계세요?”

“아뇨. 학생이예요.”

 

이렇게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나갔고, 같은 대학교 동문이라는 사실과, 현옥이 의대 4학년생이고, 공성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이제 갓 변호사가 되어 대학교가 있는 시의 법원 앞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새내기 변호사라는 사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공성은 나중에 시간 되면 만나서 차나 한잔 하자고 하면서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고, 자신의 명함을 현옥에게 주었다. 그래서 현옥도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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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1)

 

현 총장의 임기는 아직 13일이 남았다. 뉴스에는 현 총장이 마지막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여러 가지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그는 "그동안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의 수사, 검찰과거사 조사, 검찰개혁 논의 등이 계속되었고, 검찰의 내부비리, 정치적 중립성 미흡, 과잉수사, 반성하지 않는 자세 등 때문에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현은 현 총장의 발언 내용을 조용히 귀담아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취임하면 정말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소신껏 수사할 수 있는 검찰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당과 야당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팽팽한 대립각을 계속했다.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기고도 후보자의 적격성과 거취 여부에 대한 여야 간 입장차가 커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일부 야당 의원은 후보자는 공연히 정쟁을 유발하지 말고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청문회를 마친 정현은 담담한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인사청문회가 2000년 도입되었다. 후보자들이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유는 그동안 부동산투기, 금전적 부당이득, 위증, 탈세, 가치논란 등이었다.

 

정부에서는 병역 탈세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을 인사검증 5대 기준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청문회가 끝났지만, 야당에서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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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4)

 

현옥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모든 것이 자신에게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24살이다. 성년이 된 지 이미 5년이 지났고, 자신은 남들이 다 지성인으로 인정하고 부러워하는 의대생이다. 그것도 4학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해서 조장이라는 남자를 받아들였고, 그것도 벌써 몇 달 동안이나 육체관계를 연인으로서 맺어왔다. 뿐만 아니라 조장은 단순한 연애가 아닌 장차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다.

 

물론 부모님들은 이런 현옥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버지 의사대로 현옥의 의중을 정확하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장과 결혼을 약속해 버리는 것이란 말인가?

 

결혼은 장난이 아니다. 더군다나 요새 같은 세상은 잘못 결혼했다가는 얼마 있지 않아 파경에 이른다. 그러면 아이도 있는 상태에서 이혼하면 아이도 불쌍하고, 여자는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마지못해 선을 보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직은 조장에게 마음이 가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조장의 애인이라는 여자가 나타나서 현옥에게 조장을 포기하라고 하고, 조장은 당당하게 ‘홍지수’는 몸까지 섞었던 애인이었는데, 자신이 싫어서 안만나고 있다는 식으로 불명확한 설명으로 그치고 있다.

 

지금 현옥은 이 상황에서 조장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장과의 관계는 어떻게 마무리져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모든 남자 관계를 끊고 당분간 공부만 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남자와 여자 문제는 정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서울 친구가 걱정해주는 의대생이 남자와 육체관계까지 하고 헤어지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자와 여자 모두 똑 같은 입장에서 성년이 되면, 그러니까 만 19세가 넘으면 자유의사에 의해 상대를 선택하고 서로 좋으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잘 맞고 서로 사랑하고, 평생 같이 가고 싶으면 결혼하고,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걱정해서 남자를 만나지 않고, 만났다고 해도 성관계를 갖지 못한다면 그건 현대 사회를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현옥은 더군다나 의대생이었기 때문에 사랑이 중요하지, 성관계는 어디까지나 육체의 생리작용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보면 대학생들이 클럽에 가서 처음 만나 상대와 성관계를 하고, 학교 앞에서 동거생활도 하고, 한 여학생이 동시에 여러 남학생들과 연애도 하는 것을 보았다. 심지어 노래방 도우미도 하고, 술집에 가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성매매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 여자들 모두 나중에 시집 가서 잘 살고 있다.

 

오히려 순진하게 처녀성만 고집하고 있고, 성형수술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40살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못하고 혼자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다만, 현옥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의대생, 그중에서도 여자 학생들은 겉으로 보기에 그렇게 성적으로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그들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에 대한 소문은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무척 성에 대한 가치관이나 윤리의식, 도덕적 마인드가 혼란스러웠다. 다만 지금 중요한 것은 조장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리고 이차적으로 아버지가 딸의 혼사 문제에 대해 너무 일방적으로 관여하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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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알다시피 나는 아버지의 노예야. 아무런 권리도 자유도 없는 몸이야. 나는 알아. 아버지가 나를 위해 그러는 거고, 나도 아버지 뜻대로 나중에 국회의원이 되려고 해. 문제는 아버지는 여자 문제까지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 그래서 홍지수도 그렇게 만났어. 그러니까 자기 만나기 전 한 달 전에 아버지가 만나라고 해서 만났어. 아버지 마음에 딱 든다는 거야. 지수의 아버지는 국세청 간부를 지냈어. 나도 아버지 뜻대로 만나서 보니 마음에 들었어. 그래서 같이 몸을 섞었어.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이 여자는 도대체 감정이 전혀 없는 거야. 잠자리할 때도 꼭 죽은 사람 같아. 숨만 쉬고 있어. 그래서 내가 물었어. 그랬더니, 지수 말은 자기는 그것이 하기 싫다는 거야. 싫은 것을 마지 못해 이를 악물고 참고 있다는 거야. 그럼 우리가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그게 뭐 중요하냐고 하면서 아이는 낳아주겠대. 그래서 내가 멀리했어. 아버지가 나를 지수와 결혼하지 않느다고 나를 죽인다고 해도 나는 그 여자와 결혼할 수 없어. 내가 왜 고자냐고! 그리고 그런 다음 자기를 만난 거야. 자기와 나는 그것이 잘 맞아. 그리고 자기가 좋아졌고. 그러니까 그 여자 걱정하지 마.”

 

아니예요. 그 여자가 나에게까지 찾아온 것은 참을 수 없어요. 그리고 그 여자가 어떻게 내 존재를 알고, 내집까지 알게 된 것이예요? 그건 오빠가 다 이야기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 여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기 전까지는 만나지 않을래요.”

알았어. 내가 정리할 게.”

 

조장은 별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날도 조장은 예전처럼 현옥을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현옥은 그날 따라 마침 생리중이기도 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더 이상 조장에게 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현옥은 괴로웠다. 서울에 있는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현재의 상황을 모두 털어놓았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현옥아! 당분간 그 남자를 만나지 마. 너만 손해야. 그런 남자를 어떻게 믿고 자꾸 관계를 유지해? 남자는 결혼하기 전까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돼. 너와 섹스나 하고, 즐기고 마는 거야. 그러면 너만 손해잖아? 세상에 비밀을 없어. 네가 의사가 되어도 그런 과거는 문제가 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나는 너무 억울해. 내가 정을 주었고, 몸을 주었어. 지금 와서 헤어지면 너무 고통스럽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

 

힘들어도 지금 끊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그 남자와 약혼을 하든지. 결혼은 나중에 해도 혼인신고를 해버리든가. 아무튼 지금 상태에서 계속 그 남자 만나고 관계를 하면 너만 손해 봐. 그리고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관계를 너는 잘 모르잖아? 그 남자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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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2)

 

다시 학교로 돌아온 현옥은 예전과 똑 같이 조장을 만났다. 이제는 서로가 익숙해져서 만나면 의례히 몸을 섞었다. 현옥도 조장과 관계를 하는 것이 좋았다. 이제는 조장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서 조장에 대해 혹시 다른 여자를 만나면 어떻게 하나, 조장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장이 현옥을 대할 때 항상 어떤 선을 그어놓고 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옥이 또 보고 싶고, 또 그걸 하고 싶어도 조장은 항상 정해진 시간, 즉 이주일에 한번 만나서 늘 일정한 시간 같이 보내고, 관계를 똑 같은 방식으로 하고 가는 것이었다. 현옥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간이 가서 정이 들면, 자꾸 몸을 섞다보면 남자도 달라질 것인데, 조장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아주 똑 같은 거리에 있었고, 똑 같은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만, 현옥은 관계를 할 때 피임에 대해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민감했다. 그런데, 조장은 어떤 때는 위험한 시기이고, 현옥이 주의를 줘도 그걸 무시하고 강행을 하는 것이었다.

 

현옥이 놀래서 물으면, ‘아이가 생기면 어때? 낳으면 되지.’라고 간단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그런데 어떤 여학생이 현옥을 찾아왔다.

 

“저는 조장 씨와 오랫 동안 사랑을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조장 씨가 저를 만나주지 않고 현옥 씨를 만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조장 씨는 결국 현옥 씨 때문에 저를 버리려는 거예요. 제가 먼저 만났고, 제가 더 오랫 동안 조장 씨를 사랑했으니까, 현옥 씨가 양보를 해주세요.”

 

“조장 씨는 아무 여자도 만나지 않는다고 저에게 아주 확실하게 말했어요.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요. 제가 조장 씨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고 결정할 게요.”

“이해가 가지 않으면 조장 씨와 셋이서 같이 만나요. 지금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하세요.”

 

현옥은 조장에게 전화를 했다. 조장의 전원은 꺼져있었다. 현옥은 그 여학생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 여자는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대신 이름을 말하고 떠났다. ‘홍지수’였다. 현옥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조장에게 계속 전화를 했으나, 밤 12시가 넘도록 전원은 꺼져있었다. 슈퍼에 가서 소주를 사왔다. 혼자 한병을 다 마셨다. 그래도 머리만 아프고 잠은 오지 않았다.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여학생의 얼굴, 음성, 태도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 여학생은 현옥이 보아도 아주 귀엽게 생겼다. 음성도 여성스러웠고, 태도도 조신했다. 조장이 아주 좋아할 타입이었다.

 

‘도대체 조장이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 바람둥이인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그 다음 날 현옥은 조장을 만났다. 조장은 그 여학생과의 관계를 이야기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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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운명 (241)

 

현옥은 하는 수 없이 수장을 만나 같이 식사를 했다. 현옥의 아버지는 같이 만나서 현옥과 수장이 마치 결혼날짜를 잡은 것처럼 말했다.

 

두 사람의 결혼이 이미 양가 부모 사이에서 오래 전에 정해졌으며, 수장이 부모 없이 꿋꿋하게 열심히 살고 이제 레지던트까지 되었으니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앞으로 현옥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장은 현옥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렇게 하겠다는 취지로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현옥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자세히 보니, 수장의 얼굴이 자신의 취향이 아니었고, 성격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사귀고 있는 조장과 비교해보니, 남자답지도 않고, 키도 크지 않고, 얼굴도 이상하게 생겼다. 단지 공부만 잘 해서 의사가 된 것이지, 현옥과는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옥은 그 자리에서 대놓고 솔직한 심정이나 의사를 밝힐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일 자신이 거부하면 수장의 충격이 대단할 것 같았고, 아버지는 절대로 가만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뜻대로 두 사람 모두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기분이 너무 좋아서 술을 퍼마셨다. 술에 완전히 취해서 심신상실의 상태가 되자, “야. 이제 네 뜻대로 모든 게 끝났다. 네 아들이 내 사위가 되었어. 내가 죽을 때까지 잘 보살펴줄게. 너는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내!”라고 큰 소리를 외쳤다.

 

현옥은 아버지가 수장에게 하는 말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네 아들’이라고 하니까 그게 수장의 아버지에게 하는 말인 것으로 알았다. 속으로 뜨끔했다.

 

‘아버지가 죽은 망자와 약속을 한 것이니까, 만일 이런 약속을 위반하면 망자가 귀신이 되어 나타나서 약속을 깬 나를 해치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모시고 들어가고, 현옥은 수장과 따로 커피숍으로 갔다.

 

“현옥 씨, 앞으로 내가 잘 할게요.”

“예. 그런데 아직은 제가 학교 졸업도 안 했고, 인턴 레지던트를 마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어떻게 하지요?”

“당연하지요. 그렇게 급한 건 아니잖아요? 일단 현옥 씨가 졸업할 때까지는 기다릴 게요.”

“...”

 

수장은 현옥이 동의한 것을 전제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오래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만났던 여자 이야기도 했다.

 

몇 명의 여자를 만나서 데이트를 했지만, 깊은 관계까지는 가지 않았고, 그렇잖아도 늘 마음 속에는 현옥 씨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현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수장의 말만 듣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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