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49)
아버지가 압수해서 보관하고 있는 현옥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계속 왔다. 조장이 보낸 것이었다.
‘자기, 사랑해. 집에 잘 들어갔어. 내가 데려다주지 못해 미안해.’
‘어제는 너무 좋았어. 오랜만에 해서 더 그랬던 것 같아. 꼭 나하고만 해야 해.’
‘왜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어?’
‘자기, 나 믿어. 이제는 정말 다른 여자 안 만나. 걱정하지 마.’
아버지는 이런 문자가 계속 올 때마다 열을 받았다. 어떤 놈인지 두들겨패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딸이 사람 같지 않았다.
‘도대체 몇 살이나 됐다고, 저렇게 남자를 밝히나? 지 엄마는 그런 것 같지 않은데.’
‘이제 시집가기는 다 틀렸다. 혼자 살아야 하는데, 집에서 시집도 가지 않고 노처녀로 있으면 귀찮아서 어떻게 하지?’
조장에게서는 계속 문자가 왔다.
‘왜 답장이 없어? 다른 남자 생긴 거야? 바람 피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 자기는 내 꺼야. 다음에 만나면 바람 피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줘. 나도 같이 써줄게.’
아버지는 완전히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현옥에게 물었다.
“그래. 이 아이와 결혼할 거니?”
“아뇨. 저는 결혼 안 할 거예요.”
“그럼 혼자 살 거야?”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요?”
현옥은 답답했다. 아버지가 왜 저렇게 난리를 피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버지는 고지식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몰라서 요새 젊은이들이 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옥은 조장이 좋아서 사랑을 한 것이다. 사랑하다 보니 성관계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은 여자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남자와 여자가 같이 즐기는 것이다. 결혼은 더 지내다가 조건이 맞으면 하면 된다.
설사 결혼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사랑은 중요하다. 혼전 순결의 개념은 아버지 시대의 고리타분한 과거의 유물이다. 아무 의미가 없다.
그건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똑 같은 개념이다. 남자가 여자와 성관계를 가지다가 헤어지고 그걸 반복하다가 다른 여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가 될까?
그건 여자에게도 똑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 될까?
그리고 남자건 여자건 혼전 과거 때문에 싫다고 하면 결혼하지 않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결혼한 후에 비로서 상대의 과거를 알고 기분 나빠서 이혼한다고 하면 이혼하면 된다. 요새 세상에서는 모두 이렇게 산다.
그런데 아버지만 옛날 사람이라 과거의 남존여비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리타분한 처녀성과 혼전 순결을 무슨 종교처럼, 목숨처럼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51) (0) | 2019.07.14 |
---|---|
작은 운명 (250) (0) | 2019.07.14 |
작은 운명 (248) (0) | 2019.07.13 |
작은 운명 (247) (0) | 2019.07.13 |
작은 운명 (246) (0) | 2019.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