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무소등록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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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A는 주택 48동에 대한 설계 및 감리자로서 그중 46동에 대한 준공검사신고서에 첨부할 준공검사점검표를 작성함에 있어, 사실은 그 당시의 건축공정이 70%에 불과하였고, 그 대지의 조성공사도 완공되지 않은 상태임을 현장점검을 통하여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주들의 부탁을 받고 위 주택이 건축허가 조건대로 모두 이행되어 완공된 것처럼 준공검사점검표를 작성하였다. 건축사 B는 A와 위 건축공사의 감사 감리를 연대하여 시행할 건축사로서 A가 위와 같은 경위로 허위의 준공검사점검표를 작성하여 A에게 서명날인을 요구하자 공사현황을 직접 확인하지 아니하고 A의 말만 믿고 위 준공검사점검표에 확인건축사로서 서명날인하였다.

 

건축물에 대하여 준공검사를 하는 것은 당해 건축물이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되었는지 여부를 검사함으로써 당해 건축물의 안전도를 점검하고 소방시설, 공해방지시설, 기타 건축법 소정의 제한규정들에 저촉되는 여부를 확인하려는 고도의 공익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 할 것이며 따라서 국가는 일정한 자격있는 자에게만 건축사면허를 주어 이러한 자격자들만이 건축허가 관청을 대신하여 건축물의 준공검사를 위한 점검을 하도록 하는 한편 건축물의 준공검사가 위와 같이 고도의 공익적 필요에 따라 실시되는 것이므로 그 정확성과 정당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담당건축사 이외의 연대책임을 질 확인건축사가 현장에 나아가 건축물의 현황을 반드시 확인, 점검하고 그 점검표에 부서하도록 하고 있다 할 것인데 원고는 이 사건 주택들이 완공되지 아니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담당건축사와 건축주들이 공사를 완전히 마무리하여 입주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이 있다하여 마치 위 주택들의 공사가 완공된 것처럼 확인건축사로서 점검표에 서명날인을 한 이상 이와 같은 허위의 준공검사점검표를 작성한 원고의 행위는 이 사건 주택들이 단독주택들이기는 하나 그 규모가 46동에 이르고 있는 점을 합쳐보면 건축사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고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가지 정상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건축사 사무소의 등록을 취소한 것은 오히려 상당한 처분이라 할 것이고 거기에 재량권 일탈의 위법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1984.8.21. 선고 84누249 판결).

부당한 징계처분에 대한 건축사의 대응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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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법에는 건축사에 대한 징계규정을 상세하게 두고 있다. 제5장의2가 바로 징계규정이다. 법 제30조의3은 제1항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은 건축사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30조의4에 따른 건축사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제2항에서 정하는 징계를 할 수 있다. 다만, 제1호나 제9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2항제1호에 따른 자격등록 취소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 따른 징계의결은 국토교통부장관의 요구에 따라 한다. 다만, 위반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의결의 요구를 할 수 없다. 특별시장ㆍ광역시장ㆍ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는 제31조에 따라 설립되는 건축사협회는 건축사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징계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그 증거서류를 첨부하여 국토교통부장관에게 해당 건축사의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징계사유를 보면, 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제18조에 따른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을 한 경우, ② 제18조제2항에 따른 건축사 윤리선언을 위반한 경우, ③ 제19조에 따른 업무범위를 위반하여 업무를 수행한 경우, ④ 제19조의2제1항에 따른 업무 실적 등을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 ⑤ 제20조제1항을 위반하여 건축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 ⑥ 제20조제6항을 위반하여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경우, ⑦ 제20조제7항을 위반하여 건축사업무를 수행할 때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⑧ 제23조제5항을 위반하여 둘 이상의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둘 이상의 건축사사무소에 소속된 경우, ⑨ 제2항제2호에 따른 징계를 받아 업무가 정지된 후에도 계속하여 그 업무를 수행한 경우 등이다.

 

건축사에 대한 징계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① 자격등록취소, ② 2년 이하의 업무정지, ③ 견책 등이다.

 

1항과 제2항에 따라 자격등록이 취소되거나 업무가 정지된 사람은 그 취소 또는 정지된 날부터 15일 내에 등록증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반납하여야 한다.

 

건축사징계위원회는 국토교통부에 둔다. 징계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징계위원회의 위원장은 국토교통부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중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지명하는 사람으로 하고, 그 밖의 위원은 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건축사 또는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대학에서 건축에 관한 과목을 가르치는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는 사람 중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사람으로 한다.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징계위원회의 구성ㆍ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38조의4(벌칙 적용 시의 공무원 의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형법」 제127조 및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① 제38조의3제2항에 따라 위탁받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② 징계위원회의 위원

 

제39조(벌칙) 건축사업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건축사, 건축사보 또는 실무수련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부당하게 금품을 주고받거나 요구하는 행위, ② 제3자에게 부당한 금품을 제공하게 하거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

 

제39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제18조에 따른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을 한 사람, ② 제4조를 위반하여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를 한 사람, ③ 제10조 또는 제18조제4항을 위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건축사업무를 수행하게 하거나 자격증 또는 등록증을 빌려준 사람 및 그 상대방, ④ 제18조의2에 따라 자격등록 또는 갱신등록이 거부되거나 제18조의3에 따라 자격등록이 취소된 사람으로서 건축사업무를 수행한 사람, ⑤ 제20조제6항을 위반하여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람, ⑥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사람, ⑦ 제23조를 위반하여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건축사업을 한 사람, ⑧ 제30조의3제2항제2호에 따른 징계를 받아 업무가 정지된 후에도 계속하여 그 업무를 수행한 사람

 

제40조(양벌규정) 건축사사무소개설자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건축사사무소개설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39조 또는 제39조의2의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건축사사무소개설자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과)한다. 다만, 건축사사무소개설자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① 제12조를 위반하여 건축사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한 사람, ② 제30조제1항에 따른 보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사람 또는 검사를 거부ㆍ방해하거나 기피한 사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① 제8조제3항을 위반하여 건축사의 사망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람, ② 제11조제3항을 위반하여 자격증을 반납하지 아니한 사람, ③ 제27조를 위반하여 변경 등의 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람, ④ 제30조의3제4항을 위반하여 등록증을 반납하지 아니한 사람, ⑤ 제1항과 제2항에 따른 과태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부과ㆍ징수한다.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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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논의가 있다. 도급계약으로 보는 견해와 위임계약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이를 위임계약이라고 해석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있다. 서울고등법원 1999. 11. 3. 자 99라208결정이다.

 

설계자가 설계계약을 해제한 경우에 건축주가 그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공사를 계속하는 것이 설계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이러한 사안에 있어서 서울고등법원은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을 위임계약으로 보고, 설계계약의 해제의 소급효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서울고등법원과 마찬가지로 설계계약의 소급효는 제한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설계계약의 법적 성질이 위임계약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 2000. 6. 13. 자 결정의 내용이다.

 

설계계약을 도급계약이라고 보면 설계자는 수급인으로서 무과실의 담보책임을 부담한다. 이러한 설계자의 담보책임의 존속기간은 1년이다. 그리고 건축주는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도급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설계계약을 해제하지 못한다.

 

설계계약을 위임계약이라고 해석하면, 설계자는 수임인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건축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설계자가 부담하는 이러한 손해배상책임은 5년의 상사시효에 해당한다.

 

설계계약이 법적 성질을 추상적으로 도급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어렵다. 구체적인 설계계약의 내용을 보고, 그 계약에서 건축사가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임무가 어떤 내용인지 실질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건축사윤리의 개념과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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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는 전문 직업인이다. 그래서 특별한 윤리규범을 필요로 한다. 전문직 책임(professional responsibility)이란 개념을 무엇일까? 전문직은 자율적인 직업단체를 형성하고, 고도의 전문적 지식에 기하여 특별한 공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그에 수반되는 서비스 질의 확보와 윤리의 확립에 책임을 부담하고 있다. 전문직 윤리는 조직의 자치권능을 기초로 하고 있는 점에 특징이 있고, 전문성의 확보에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건축사윤리는 전문직 윤리로서 건축사가 그 역할 내지 직책상,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 부담해야 할 특별한 윤리적 책임을 말한다. 건축사윤리는 역할윤리로서, 일반 시민의 도덕과는 구별된다.

 

건축사윤리는 직무상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이라는 윤리적 특질을 가지고 있다. 건축사윤리는 이와 같이 건축사가 직무상 수행해야 할 행동기준뿐 아니라 더 나아가 건축사가 지켜야 할 실정법규범 모두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윤리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이며, 윤리와 법의 관계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건축사윤리는 직업윤리에 해당한다. 직무수행에 요청되는 규범이다. 건축윤리는 건축사가 국민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일반적인 사회적 윤리나 모든 개인이 지켜야 할 개인적 윤리와는 구별된다.

 

건축사가 체결하는 설계감리계약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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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라 함은 자격시험에 합격한 자로서 건축물의 설계 또는 공사감리의 업무를 행하는 자를 말한다. 건축사의 자격과 업무에 관하여는 건축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원래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원칙적으로 건축사만이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건축허가를 받아야 하거나 건축신고를 하여야 하는 건축물 또는 사요응인을 받은 후 20년 이상이 지난 건축물로서 주택법 제42조 제2항 또는 제3항에 따른 리모델링을 하는 건축물의 건축 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

 

그러나 바닥면적의 합계가 85㎡ 미만인 증축 개축 또는 재축, 연면적이 200㎡ 미만이고 층수가 3층 미만인 건축물의 대수선, 읍면 지역에서 건축하는 200㎡ 이하인 창고 및 농막과 연면적 400㎡ 이하인 축사 및 작물 재배사, 일정한 가설건축물 등은 건축사가 설계하지 않아도 된다(건축사법 제4조 제1항, 건축법 제23조 제1항, 건축법 시행령 제18조).

 

설계감리계약은 건축사가 의뢰인과 체결하는 계약으로서, 건축물의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리모델링, 건축설비의 설치 또는 공작물의 축조를 위하여, ① 건축물, 건축설비, 공작물 및 공간환경을 조사하고 건축 등을 기획하는 행위, ② 도면, 구조계획서, 공사 설계설명서와 같은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행위, ③ 설계도서에서 의도한 바를 해설 조언하는 행위를 말한다.

건축사윤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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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는 전문직(profession)에 해당한다. 따라서 건축사에게는 일반 시민과는 다른 윤리가 요구된다. 건축사윤리라 함은 건축사가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말한다. 건죽사윤리는 건축사가 법과 건축제도, 사회 일반, 의뢰인, 그리고 다른 건축사와의 관계, 건축사 소속 단체 등에 대하여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나 원리, 규칙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행동기준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건축사윤리의 내용은 건축사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자세나 갖추어야 할 덕성을 의미하는 자율적인 규범으로부터, 징계 등 제재의 근거가 되는 강제적인 실정법규범까지 다양하다.

건축사도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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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사람을 잘못 만나면 고생한다

 

필자가 대한건축사협회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지도 벌써 12년이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건축사를 만났다. 건축주나 사업시행자, 시공업자를 잘못 만나 고생을 하는 건축사도 있었다. 역시 사람을 잘 만나야 고생을 하지 않는다. 악한 사람, 경우가 없는 사람, 정신이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엄청난 마음 고생을 하고 재산을 손해보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 법원이나 검찰청을 다녀야 하면 마음 고생이 보통 심한 것이 아니다. 잠을 자지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법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밝혀주지 못하는 때도 많다.

 

상대가 있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는 사건도 많지 않다. 상대방도 변호사를 선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도 만만치 않다. 더 큰 문제는 일단 법으로 가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짧아야 6개월, 길게 가면 2년 또는 3년씩 간다. 소송의 지연 때문에 당사자들은 완전히 지치게 된다.

 

그래서 웬만한 사건에서는 끝에 가서 모두 후회한다. 차라리 이럴 것 같았으면 그냥 포기를 하든지, 합의를 하고 말 것을... 이런 탄식을 하면서 사법에 대한 불신을 하게 된다.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그동안 건축사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려들어 고생하는 것을 많이 보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건축사가 알아두어야 할 법에 관한 지식을 설명하는 기회를 갖기를 원했다. 그러던 중 다행이 ‘건축사’잡지에서 글을 쓸 수 있는 란을 할애해 주었다. 그래서 ① 건축사 보수를 확실하게 받는 방법 ② 설계감리를 잘못했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가? ③ 건축저작권도 확실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④ 건축사윤리의 중요성과 위반에 대한 책임 ⑤ 건축사가 수사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의 제목으로 순차로 연재를 해왔다. 


이런 글들이 과연 얼마만큼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늘 걱정되는 것은 아무리 쉽게 쓰려고 해도, 법이란 원래 법률용어를 어려운 한자말로 만들어 놓은 것이어서 비법률가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법률가가 설계도면을 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건축사 입장에서 설계감리계약을 부득이 해제하려고 할 때 생기는 문제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Ⅱ. 먼저 설계감리계약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일반인들은 계약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계약사회로 바뀐 지 오래 되었는데도 아직도 중요한 거래를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사기도 당하고, 법적 분쟁이 많다. 일년에 사기사건이 20만건이 넘게 접수가 되는 것을 보면 얼마나 허술한 사회시스템인지 알 수 있다.

 

결혼을 예로 들어본다. 결혼은 계약의 일종이다. 법률상 혼인은 민법 중 가족법의 규정이 적용되는 계약(Contract)이다. 재산상 계약이 아닌 신분상 계약(契約)일 뿐이다.

 

일단 결혼하면 그 이후에는 가족법에서 정하고 있는 혼인계약에 관한 규정이 고스란히 적용된다. 부부 사이의 권리의무관계, 부모자녀 사이의 관계, 정조의무, 부양의무 등이 모두 가족법에 규정되어 있다.

 

결혼한 이상 부부는 혼인계약에 따라 자신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혼인계약상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혼사유가 된다. 이혼은 혼인계약의 해제 및 소멸을 뜻한다. 부부공동체는 경제적 측면에서 부부공동사업체로 인정이 된다. 따라서 이혼하면 동업관계가 청산되는 것과 같이 재산분할을 통해 동업자인 부부 두 사람에게 자산과 부채가 나누어진다. 동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었던 자녀들에게는 비록 성년이라도 부부의 재산은 분할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이 그 어떤 계약보다 중요한 혼인계약을 체결할 때 신랑과 신부는 아무런 준비 없이, 법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채, 결혼식장에서 주례선생의 짧은 훈시말씀을 듣고 모든 것을 끝낸다. 구두로 혼인계약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혼인신고를 한다.

 

이 단계에서 두 사람 사이에 혼인계약은 성립한 것이고,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곧 바로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그 순간 부부는 법에 규정되어 혼인계약의 실질적인 내용이 되는 정조의무, 동거의무, 부양의무, 자녀양육의무 등 많은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도대체 부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는지, 혼인계약의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그냥 혼인신고를 하여 법률상 부부가 된 다음 즉각적으로 결혼생활에 들어간다. 


결국 혼인계약을 구두로만 하고 부부로서의 의무를 각자 알아서 지켜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파탄이 나며, 심지어는 이혼으로 끝이 난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문서로 작성된 계약서는 매우 무서운 구속력을 가진다. 예를 들어 어떤 재벌 회장이 필자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100억원을 증여하겠다는 각서를 한 장 써주면 그 종이 한 장 가지고 그 회장의 재산을 강제집행하여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대학교 재산에 백억대의 재산을 기부하기로 계약서를 쓰고 재산을 넘기지 않자 대학교와 기부약속자 사이에 기부금을 내라는 소송이 벌어졌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결국 기부자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기부증서 한 장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결국 백억대가 넘는 재산을 강제로 넘겨주게 된 것이다.

 

재산상 이해관계가 있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정말 그 내용을 꼼꼼히 읽어보고 따져본 다음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대충 읽어보고 나중에 생길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으면 큰코를 다치게 된다.

 

대법원은 이러한 재산이나 권리에 관한 어떤 처분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은 바 있다. 문서의 진정성림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문서가 작성되는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고, 그 문서에 서명날인한 사람이 서명날인 자체는 제대로 했다고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단계로 문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았다든가, 그 내용을 모르고 서명날인했다고 하는 주장은 법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Ⅲ. 설계감리계약을 체결할 때 꼼꼼히 따져야 한다

 

설계감리계약도 마찬가지다. 계약서에 상세하게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가 규정되어 있다. 계약의 이행방법도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다. 당사자는 이러한 계약의 효력을 존중해야 한다. 계약의 문언을 잘 읽어 오해하지 않도록 하고, 계약서에서 요구하고 있는 자신의 의무사항을 철저하게 이행하여야 한다.

 

건축사에게 설계감리계약은 나침반, 항해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계약서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늘 계약서의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건축사는 의뢰인과 설계계약, 감리계약을 체결한다. 의뢰인(Client)은 전문직업인과 거래를 할 때 상당히 긴장하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를 믿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이나 변호사 사무실에 가서 약정서에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할 때 그냥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나중에 이런 계약서나 약정서의 효력이 종종 다투어지는 것이다. 계약서에 따라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고,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이것이 가장 주된 계약상의 의무다. 

 

의뢰인은 이에 대한 대가로 설계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건축사가 고심 끝에 작성한 설계도서를 기초로 건축주는 행정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시공자는 이러한 설계도서에 따라 건축행위를 하게 된다. 


시공자는 오직 설계도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시공하여야 한다. 설계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면, 설계자에게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행정청으로부터 설계변경허가를 받은 다음 시공을 계속해야 한다.

 

건축사가 설계도서를 작성하면서 실수를 해서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건축물의 안전에 이상이 생긴 경우, 설계도서 작성기한을 어긴 경우,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게 된 경우 등에는 건축사의 고의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 책임을 추궁 당하게 된다.

 

감리계약도 마찬가지다. 계약서 기재 내용과 법령의 규정이 종합적으로 적용되어 감리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의 감리를 해야 하는지가 결정된다. 그리고 그러한 계약상의 감리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책임을 지게 된다.  

 

Ⅳ. 설계감리계약에 있어서 건축사의 법적 지위는 무엇인가?

 

설계계약은 설계도서의 완성이라는 건축사가 부담하는 의무를 전제로 도급인인 건축주가 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도급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건축도급계약과 마찬가지로 설계계약에서는 도급인과 수급인이 있다.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용역업무를 건축주가 도급인의 입장에서 건축사에게 맡기는 것이다. 건축사는 수급인의 입장에서 책임지고 약정된 내용대로 설계라는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건축사가 제공하는 용역의 내용은 다른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에서 정하는 것과 다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하여 그 결과물인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교부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만 하면 되는 근로계약과 다르고, 일의 완성이라는 목적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위임계약과 다르다.

 

감리계약은 설계계약과는 약간 다르다. 감리계약은 도급계약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대법원은 도급계약이 아닌 준위임계약이라고 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도급계약보다는 위임계약에 가까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즉, 감리계약은 감리대상이 된 공사의 완성 여부, 진척 정도와는 독립된 별도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감리계약을 위임계약으로 볼 때 수임인인 건축사는 위임인인 건축주로부터 위탁받은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 이 경우 건축사는 위임의 본지(本旨)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도급과 달리 위임에 있어서는 일의 완성이 아니라, 그냥 맡겨진 사무를 처리하면 된다. 사무를 처리함에 있어서 대충하거나 불성실하게 해서는 안 되고,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 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결과가 반드시 일을 완성한 것도 아니고, 위임인의 목적이나 의도에 부합하는 성과가 나지 않아도 일을 맡은 수임인은 자신이 할 도리만 다했으면 법적 책임은 없다.

 

Ⅴ. 설계감리계약은 해제가 가능한가?

 

얼마 전에 어떤 건축사를 만났다. 그는 공장에 대한 설계감리를 맡았는데, 어렵게 공장신축허가를 받았고, 설계도서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다시 설계변경을 해야 하는데, 설계변경허가가 쉽게 날 것 같지 않고, 건축주는 무조건 받아내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지금 단계에서 손을 떼고 싶은데 좋은 방법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토지경계측량을 했을 때, 실제 경계선과 지적도 상의 경계선이 불일치한 것이고, 인접토지소유자가 이미 토지에 대한 시효취득을 한 상태라서 결과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을 때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현재 상태에서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하고 손을 때고 싶다는 취지였다. 무척 답답한 상황이었다.

 

건축사도 사람이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일단 계약을 딸 욕심에 계약은 했는데,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의뢰인이 법과 규정에 맞지 않는 건축허가나 설계변경을 해달라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설계나 감리업무를 수행할 사무소 사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처음에 예상을 잘못해서 설계도서의 완성이 상당한 기간 지연될 것이 우려되는 경우도 있다. 계약 체결 후 직원이 그만 두거나 건축사 자신이 건강이 나빠져서 제대로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운 사정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모르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시간만 보내는 건축사가 있다. 어떻게 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인지 연구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의 취소와 해제, 해지 등의 제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설계계약은 체결할 때 적법하고 공정하여야 하며, 당사자가 진정한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서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계약 체결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 계약은 취소될 수 있다.

 

설계계약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는 아예 무효로 간주된다. 효력이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법의 정신은 아파트신축을 하는데 어떤 사람이 이른바 알박기를 하여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는 토지매매계약에 있어서 무효로 판정하는데서 나타난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대해 중대한 착오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후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설계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이를 건축사가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건축사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설계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가 중요한 법적 사유다.

 

Ⅵ. 계약해제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파트를 팔았는데, 산 사람이 잔금을 약정기한에 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상당한 기한을 최고한 다음 그때까지 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물론 해제를 하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가 잔금을 받고 등기를 넘겨줄 수도 있다. 그것은 매도인의 자유다.

 

법은 매도인이 잔금미지급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여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매매계약이 매도인의 해제의사표시에 의해 강제로 효력을 상실하게 되면, 계약을 효력을 상실하고 당사자는 계약체결 이전의 상태로 원상회복을 해놓아야 한다.

 

매도인은 더 이상 아파트를 넘겨줄 의무가 없다. 아파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거나 아파트를 매수인에게 점유이전해 줄 의무가 없어진다. 매도인이 받은 매매대금도 모두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다만, 계약서 상에 계약금을 위약금의 명목으로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면 계약금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 중도금은 원칙적으로 모두 매수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계약이 해제되었을 때 발생하는 원상회복의무의 내용이다.

 

이것과 별도로 매도인은 계약이 해제됨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배상을 매수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부동산중개수수료나 기타 특별히 발생한 비용이 있으면 이를 근거로 매수인에게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고, 이미 받은 중도금에서 상계처리하면 된다.

이와 같이 계약이 체결된 후 당사자 한쪽이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다른 계약 당사자는 그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계약 체결 후 이행지체 또는 이행불능의 상태가 되면 이를 이유로 계약을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반대 당사자가 일방적인 의사표시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바로 계약해제제도이다.

 

지금 설명하면서도 법률 용어가 너무 어려운 한자말로 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법률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하는 수 없다. 법률가가 건축논문을 읽으면 매우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법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는 하나씩 그 뜻을 풀어서 이해하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설계계약이나 감리계약에 있어서도 이러한 계약의 해제와 해지는 명백하게 인정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건축사가 해제할 수 있는지 그 요건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러한 해제의 효과는 어떠한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는 건축주와 같은 의뢰인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오직 건축사의 입장에서만 검토한다. 물론 건축주도 당연히 해제사유가 있으면 설계감리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

 

Ⅶ. 건축사가 일방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사유는 무엇인가?

 

설계계약의 경우를 보자. 설계계약을 체결했는데, 건축주가 설계비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어진 때에는 건축사는 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일반 표준계약서에는 건축사가 설계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설계계약에서 법정해제권 이외에 별도로 약정해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특별해제권은 건축주가 동의하여 설계계약서가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다. 건축사가 건축주를 상대로 설계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여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는 사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①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그 대가의 지불을 지연시키는 경우다. 건축주가 약정한 보수를 제때에 지급하지 않으면 일정한 기간을 주고 이행을 최고(催告)한 다음 그래도 불이행하면 그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② 건축주가 계약 당시 제시한 설계요구조건을 현저하게 변경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명백할 때다. 여기에서는 ‘현저하게 변경’하여야 한다는 매우 추상적인 기준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③ 건축주사 건축사의 승낙 없이 계약상의 권리 또는 의무를 양도한 경우다. 설계계약상의 설계도서에 관한 협의권한이나 설계도서사용권 등을 임의로 양도한 경우를 말한다. 또는 보수대금지급의무를 제3자에게 임의로 인수시킨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④ 건축주가 건축사의 업무수행상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지 아니하여 건축사의 업무수행이 곤란하게 된 경우다. 실제로는 이런 경우는 거의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⑤ 건축사의 사망 실종 질병 기타 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다. 기타 사유라 함은 그야말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만든 제반 사유를 말한다. 어떠한 경우이든 계약이행이 불가능하게 된 이상 건축사는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다만,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설계계약은 도급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상 특별한 해제사유의 적용을 받게 된다. 즉 수급인인 건축사가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인 건축주는 손해를 배상하고 설계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는 민법 673조의 규정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건축주가 계약을 해제하는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일을 완성한 때에는 아직 인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해제는 인정되지 않는다.

 

도급에서 수급인이 부담하는 목적물의 인도의무는 목적물을 완성하여야 할 의무에 종속된 것에 지나지 않고, 또 이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해제를 인정할 실익도 없기 때문이다. 손해배상의 범위는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이 포함된다. 도급인이 파산한 때에도 수급인에게는 해제권이 부여된다.

 

Ⅷ. 설계계약해제를 하는 방법은 어떠한가?

 

건축사가  어떠한 해제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여 계약해제를 하려고 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쉽게 설명하면 일단 자신이 해제하려고하는 이유를 쓰고, 그에 대한 증거자료를 첨부하여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설계계약을 해제할 것이니 그에 대한 정리를 어떤 방법으로 하자는 취지를 써서 내용증명방식으로 건축주 등 상대방에게 우편으로 송달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계약해제는 건축주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설계계약의 체결이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서는 불가능하고, 반드시 건축주와 건축사 두 사람의 합치된 의사표시에 의해 성립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해제에는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없다. 상대방의 동의(同意)를 받아서 하는 설계계약의 해제는 물론 가능하나 이것은 합의해제라고 하는 이른바 해제계약에 의해 하는 것이다.

 

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이러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계약해제 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러한 해제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해제권자의 자유의사에 맡긴다. 따라서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자신의 의무를 부담하면서 채무자에게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해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써 한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해제의 의사표시에는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지 못한다.

 

Ⅸ. 계약이 해제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그러면 계약해제의 효과는 무엇인가?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의무가 있다. 당사자 서로의 원상회복의무에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며 계약의 해제는 손해배상의 청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계약의 해제는 계약관계를 해소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복귀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그 효력을 상실하고 그에 따라 채권채무도 소멸하는 결과, 아직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미 이행한 채무는 계약체결전의 상태로 회복시켜야 한다.

 

계약을 해제하면 계약은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한다. 당사자는 계약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며, 이행하지 않은 채무는 이행할 필요가 없고, 이미 이행된 급부는 서로 원상회복하여야 한다.

 

Ⅹ. 맺는 말

 

살다 보면 참 골치 아픈 일을 많이 당하게 된다. 특히 건축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직원이 속을 썩이거나, 의뢰인이 경우가 없거나, 행정청에서 공무원들이 너무 엄격하게 법집행을 하여 힘이 들 때가 많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 한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법은 매우 귀찮은 존재이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건축사로서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힘이 들어도 법에 대한 지식을 쌓고 평소에 업무를 수행할 때 꼼꼼히 따져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때그때 필요한 자료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것이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건축사가 수사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가을사랑


Ⅰ. 들어가는 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4명이 숨지는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선박을 개조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었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났다. 아산시에서 신축하던 둔포테크노벨리 오피스텔은 준공검사를 앞두고 20도 경사로 기울어졌다.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차로 건축주와 시공업자가 조사대상이 된다. 건축물을 설계 감리한 건축사 역시 설계나 감리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수사를 받게 된다. 수사한 결과 고의나 과실이 밝혀지면 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되거나 징역을 살기도 한다.


불구속이나 집행유예, 또는 벌금을 받더라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건축사가 전과자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치욕이다. 쁀만 아니라 자격제도로 운영되는 이들은 일정한 기준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여기에서는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리고 ‘수사나 재판절차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에 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Ⅱ.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


신문 지상을 보면, 가끔 의사나 변호사도 구속이 된다. 의사가 중대한 과실로 의료사고를 내거나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위증교사를 하거나 증거인멸을 하는 것이다. 사건브로커에게 소개비를 주거나, 매출을 속여 거액의 소득세탈세를 하였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기도 한다.


건축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명예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설계하여 완성된 건축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본연의 업무인 설계감리를 법과 규정에 따라 하고, 그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면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건축사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음주운전을 하여 형사입건되는 경우는 있어도, 절도나 횡령, 성폭력범죄 등 일반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건축사는 설계감리라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무상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설계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


의사나 건축사는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인사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추궁 당한다. 의사는 의사 자신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인데 반하여, 건축사는 시공업자가 부실하게 함으로써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조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건축물에 관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전방위 수사에 들어간다. 시공업자나 담당공무원뿐 아니라, 설계와 감리를 맡은 사람들까지 조사대상이 된다.


Ⅲ. 어떠한 경우에 형사책임을 지는가?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건축법이나 건축사법, 형법 등에 특별한 범죄구성요건이나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것이다. 모든 범죄는 범죄행위 이전에 법률에 명확하게 어떤 경우에 어떤 처벌을 하겠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내용이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설계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각종 주의의무는 건축법과 건축사법 등에 규정되어 있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할 때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첫째,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법 제106조 조항이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설계 감리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 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무겁게 처벌된다. 고의가 아닌 업무상 과실로 인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에 처해진다.


둘째, 건축사가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어 공무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 허위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로 처벌된다. 이와 같은 업무를 대행하면서 금품을 수수하면 뇌물죄로 처벌된다.


셋째, 건축사가 인허가신청업무를 대행하면서 관계공무원에게 돈을 쓴다는 명목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변호사법위반죄가 된다. 실제로 공무원에게 그 중 일부를 건네주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게 된다.


넷째, 건축사가 법인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매출을 누락하거나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하는 경우 조세포탈 또는 업무상횡령죄 등으로 처벌된다.


다섯째, 건축사 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부당행위, 임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여섯째, 다른 건축사가 설계한 설계도서를 모방하여 설계한 경우 건축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형사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Ⅳ.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어떻게 사법처리되었나?


1994. 10. 21. 07:30경 성수대교 제5번과 제6번 교각 사이의 에스트러스의 수직재 48미터가 끊어져 붕괴되어 한강으로 떨어졌다. 버스 등에 타고 있던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하였다. 이중 32명이 사망하였다. 성수대교는 교각 위에 Anchor Truss를 설치한 후 앵커트러스에 Cantilever Truss를 가설하고 양 교각의 씨트러스 사이에 Suspended Truss를 달아매는 방식으로 가설하는 Gerber Truss 공법을 사용하였다. 이 다리는 1979년 10월 15일 준공된 것으로 15년만에 붕괴되었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설계도서를 가져다 놓고 제대로 공사를 했는지, 공무원들은 공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설계를 한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하자가 없었는지, 구조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감리자는 감리를 철저하게 했는지, 교량에 대한 사후유지보수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의 유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또한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정한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행위의 결과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 및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소시효도 이 사건 붕괴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판단하였다.


Ⅴ. 삼풍백화점사고에서도 설계감리자가 처벌되었다


삼풍백화점붕괴사건에서는 지하 4층 지상 5층의 삼풀백화점 대형유통시설이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대법원은 삼풍백화점 건물의 구조적 특성상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고 구조계산을 비롯한 건축설계, 골조 및 마감공사 등 건축공사공정, 건물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건물의 구조안전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에는 ① 건물 신축 당시 구조계산담당자가 설계도상 기둥의 내력 및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고, 건물기본계획상 옥상에 설치하기로 예정된 냉각탑 3개에 대한 구조계산을 누락하였고, ② 설계감리담당자는 구조설계도면 작성시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였으며, 기초공사시부터 건물 완공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③ 골조공사담당자는 슬래브의 상부인장철근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4-6㎝ 정도 가라앉은 상태로 시공되게 함으로써 슬래브의 유효두께를 감소시켜 내력을 심히 떨어뜨림으로써 예정된 철근콘크리트골조의 강도와 내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데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이러한 이유로 설계감리자, 구조계산담당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였다.


Ⅵ. 최근 발생한 대형안전사고

1999년 6월 30일 화성에서 발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무려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도 건축사 한명이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았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이 사건에서 설계 감리책임자인 건축사에 대해 금고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되었다. 건축구조기술사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2014년 10월 17일 판교 소재 유스페이스 건물 앞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보던 관람객 27명이 환풍구 덮개 지지대가 붕괴되면서 지하로 추락하여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상해를 입은 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은 붕괴 사고가 ① 환풍구시공 및 감리관계자들이 당초 감리 승인받은 상세시공도면과 달리 임의로 설계를 변경하여 시공․감리한 과실, ② 행사당일 행사관계자들이관람객들이 환풍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관리조치를 하지 않는 등 행사진행과정에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사고로 판단하여 2015년 3월 23일 행사관계자 1명을 구속기소하고, 시공․감리관계자 6명 및 법인 3개, 행사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및 건축법위반으로 기소하였습니다.

 

2015년 10월 2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한 결과, 실화자, 아파트 건축주 겸 시공자, 감리업무 담당 건축사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실화자, 부실시공자, 감리를 소홀히 한 감리자의 총체적인 과실이 경합해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Ⅶ. 업무대행건축사의 형사책임


허가권자는 건축법에 따른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법 제23조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허가권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만일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조사 검사 또는 확인결과에 대한 보고를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가권자는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정당한 수수료 이외에 부정한 금품을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받게 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게 된다.


Ⅷ. 수사나 재판에 대응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살면서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무슨 일이 있어서 수사기관에 불려가게 되면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게 된다.


법처럼 불완전한 제도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증거재판주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사람이 증인이 되는 것이므로 거짓말과 허위 과장이 많아 위험하다. 그래서 억울하게 징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도 이와 같은 근원적인 법과 제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건축사는 변호사와 달리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공학도로서 건축에 관한 설계와 감리 등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법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에서 형사사건으로 입건하여 건축사를 상대로 출석요구를 하거나 수사에 착수하면 건축사는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신이 설계감리를 담당했다고 하면 먼저 과거 자료를 찾아서 혹시 법과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여 경위서 또는 해명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막상 피의자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되면 당황하거나 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횡설수설하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무조건 설계감리상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고 책임을 추궁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설계감리를 할 때 아무리 건축주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그것을 인정상 받아주지 말고 철저하게 설계를 하고, 감리를 하여야 한다. 특히 구조계산의 문제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계산을 외부에 용역주었다고 해서 설계감리자에게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확인되거나 발견될 수 있는 구조계산상의 잘못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면 설계감리자도 공동책임을 지게 된다. 업무대행건축사의 경우에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대질조사를 통해 상대방의 허위주장을 밝히고, 거짓말탐지기 측정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뇌물사건이나 배임수증재사건의 경우처럼 금품수수에 관해 쌍방의 주장이 정반대로 다를 때 이른바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하다.


업무대행건축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건축사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법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고, 수사기관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 처벌받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억울하게 벌금을 검찰에서 청구하면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다투면 된다.


Ⅸ. 맺는 말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추진중이다. 이 방안 중에는 벌점 총량제뿐 아니라 건축관계자 처벌 대상의 확대 및 처벌 수준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에서는 업무대행건축사를 무더기 입건하였다.

 

건축사는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하고 감리를 제대로 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대행건축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설계나 구조계산도 철저하게 하여 건축물 안전에 위험요소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감리를 맡은 사람은 건축주나 시공업자의 사정을 봐주다가 나중에 책임을 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건축사가 수사대상이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가을사랑

 

Ⅰ. 들어가는 말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로 인해 304명이 숨지는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했다. 무리하게 선박을 개조한 것이 중요한 원인이었다.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었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인해 인명피해가 났다. 아산시에서 신축하던 둔포테크노벨리 오피스텔은 준공검사를 앞두고 20도 경사로 기울어졌다.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일차로 건축주와 시공업자가 조사대상이 된다. 건축물을 설계 감리한 건축사 역시 설계나 감리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는지 수사를 받게 된다. 수사한 결과 고의나 과실이 밝혀지면 법에 따라 재판을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되거나 징역을 살기도 한다.

 

불구속이나 집행유예, 또는 벌금을 받더라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명예를 먹고 사는 건축사가 전과자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치욕이다. 쁀만 아니라 자격제도로 운영되는 이들은 일정한 기준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되면 자격이 취소되거나 정지된다.

 

여기에서는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그리고 ‘수사나 재판절차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등에 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Ⅱ.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

 

신문 지상을 보면, 가끔 의사나 변호사도 구속이 된다. 의사가 중대한 과실로 의료사고를 내거나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위증교사를 하거나 증거인멸을 하는 경우 등이다. 또는 사건브로커에게 소개비를 주거나, 매출을 속여 거액의 소득세탈세를 하였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기도 한다.

 

건축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명예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이 설계하여 완성된 건축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건축사는 불필요한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본연의 업무인 설계감리를 법과 규정에 따라 하고, 그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면 수사대상이 되지 않는다. 건축사가 교통사고를 내거나 음주운전을 하여 형사입건되는 경우는 드물게 있어도, 일반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절도나 횡령, 성폭력범죄 등의 범죄인이 되는 경우는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다.

 

건축사는 설계감리라는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상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설계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게 된다. 의사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내면 책임을 지는 것과 같다.

 

의사나 건축사는 사람의 신체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인사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추궁당한다.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여 잘못하여 의뢰인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만 지면 되고, 더 나아가 형사책임까지는 부담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의사도 대체로 의사 자신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인데 반하여, 건축사의 경우는 설계 감리만 하고 실제 시공은 시공업자가 감리자나 공무원 등을 속이고 부실하게 함으로써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조사를 받게 된다는 점이 특이하다.

 

건축물에 관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전방위 수사에 들어간다. 시공업자나 담당공무원뿐 아니라, 설계와 감리를 맡은 사람들까지 조사대상이 된다. 지금까지 대형안전사고가 나면 설계 감리를 담당했던 건축사도 예외 없이 수사를 받았다.

 

업무대행건축사로서 사용승인에 필요한 현장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부정한 금품을 받거나 허위보고서를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입건된 사례도 있다. 건축인허가 관련하여 담당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이유로 처벌된 예도 있다. 설계감리비를 받고 세무서에 축소신고하였다는 이유로 조세포탈혐의로 고발되는 경우도 있다.

 

Ⅲ. 어떠한 경우에 형사책임을 지는가? 

 

건축사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건축법이나 건축사법, 형법 등에 특별한 범죄구성요건이나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것이다. 모든 범죄는 범죄행위 이전에 법률에 명확하게 어떤 경우에 어떤 처벌을 하겠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 내용이다.

 

건축사는 건축물의 설계와 감리업무를 담당한다. 이러한 설계감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지켜야 할 각종 주의의무는 건축법과 건축사법 등에 규정되어 있다.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건축사가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할 때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건축사에 대한 형사처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법 제106조 조항이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설계 감리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건축물에 대한 설계 감리를 잘못하여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것이다. 만일 여기에 더 나아가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더 무겁게 처벌된다. 그리고 고의가 아닌 업무상 과실로 인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에 처해진다.

 

둘째, 건축사가 업무대행건축사로 지정되어 공무원의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에 만일 허위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우에는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로 처벌된다. 이와 같은 업무를 대행하면서 금품을 수수하면 뇌물죄로 처벌된다.

 

셋째, 건축사가 인허가신청업무를 대행하면서 관계공무원에게 돈을 쓴다는 명목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변호사법위반죄가 된다. 실제로 공무원에게 그 중 일부를 건네주면 뇌물공여죄로 처벌받게 된다.

 

넷째, 건축사가 법인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 매출을 누락하거나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여 사용하는 경우 조세포탈 또는 업무상횡령죄 등으로 처벌된다.

 

다섯째, 건축사 사무실 직원들에 대한 근로계약의 부당행위, 임금이나 퇴직금 미지급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여섯째, 다른 건축사가 설계한 설계도서를 모방하여 설계한 경우 건축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되어 형사책임까지 질 수도 있다.

 

Ⅳ. 성수대교 붕괴사건은 어떻게 사법처리되었나?

 

1994. 10. 21. 07:30경 성수대교 제5번과 제6번 교각 사이의 에스트러스의 수직재 48미터가 끊어져 붕괴되어 한강으로 떨어졌다. 버스 등에 타고 있던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하였다. 이중 32명이 사망하였다. 성수대교는 교각 위에 Anchor Truss를 설치한 후 앵커트러스에 Cantilever Truss를 가설하고 양 교각의 씨트러스 사이에 Suspended Truss를 달아매는 방식으로 가설하는 Gerber Truss 공법을 사용하였다. 이 다리는 1979년 10월 15일 준공된 것으로 15년만에 붕괴되었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난리가 났다. 사고원인을 조사하면서, 설계도서를 가져다 놓고 제대로 공사를 했는지, 공무원들은 공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설계를 한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하자가 없었는지, 구조계산을 제대로 했는지, 감리자는 감리를 철저하게 했는지, 교량에 대한 사후유지보수는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여론은 이 사고는 건설사의 부실공사와 공무원의 부실감독, 정부의 안전검사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사회의 건설 관련 총체적인 부정부패, 비리를 규탄하였다.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의 유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또한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정한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행위의 결과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 및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소시효도 이 사건 붕괴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판단하였다.

 

Ⅴ. 삼풍백화점사고에서도 설계감리자가 처벌되었다

 

삼풍백화점붕괴사건에서는 지하 4층 지상 5층의 삼풀백화점 대형유통시설이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대법원은 삼풍백화점 건물의 구조적 특성상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고 구조계산을 비롯한 건축설계, 골조 및 마감공사 등 건축공사공정, 건물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건물의 구조안전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런데 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에는 ① 건물 신축 당시 구조계산담당자가 설계도상 기둥의 내력 및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고, 건물기본계획상 옥상에 설치하기로 예정된 냉각탑 3개에 대한 구조계산을 누락하였고, ② 설계감리담당자는 구조설계도면 작성시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였으며, 기초공사시부터 건물 완공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고, ③ 골조공사담당자는 슬래브의 상부인장철근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4-6㎝ 정도 가라앉은 상태로 시공되게 함으로써 슬래브의 유효두께를 감소시켜 내력을 심히 떨어뜨림으로써 예정된 철근콘크리트골조의 강도와 내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한 데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이러한 이유로 설계감리자, 구조계산담당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였다.

 

Ⅵ. 최근 발생한 대형안전사고

 

1999년 6월 30일 화성에서 발생한 씨랜드 청소년수련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무려 2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에서도 건축사 한명이 집행유예판결을 선고받았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이 사건에서 설계 감리책임자인 건축사에 대해 금고 1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되었다. 건축구조기술사에게도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 2014년 10월 17일 성남시 판교테크노벨리 지하주차장 환기구가 무너져 내려 27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5년 10월 2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한 결과, 실화자, 아파트 건축주 겸 시공자, 감리업무 담당 건축사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실화자, 부실시공자, 감리를 소홀히 한 감리자의 총체적인 과실이 경합해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Ⅶ. 업무대행건축사의 형사책임 

 

허가권자는 건축법에 따른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법 제23조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허가권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만일 업무대행건축사가 현장조사 검사 또는 확인결과에 대한 보고를 거짓으로 하는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가권자는 업무대행건축사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정당한 수수료 이외에 부정한 금품을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받게 되면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게 된다.

 

Ⅷ. 수사나 재판에 대응하는 방법은?

 

지금까지 살면서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무슨 일이 있어서 수사기관에 불려가게 되면 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게 된다.

 

법처럼 불완전한 제도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증거재판주의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사람이 증인이 되는 것이므로 거짓말과 허위 과장이 많아 위험하다. 그래서 억울하게 징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도 이와 같은 근원적인 법과 제도의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건축사는 변호사와 달리 법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공학도로서 건축에 관한 설계와 감리 등의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법에 대해 지식과 경험이 없는 편이다. 따라서 경찰이나 검찰에서 형사사건으로 입건하여 건축사를 상대로 출석요구를 하거나 수사에 착수하면 건축사는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며, 공황상태에 빠지게 된다.

 

건축물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자신이 설계감리를 담당했다고 하면 먼저 과거 자료를 찾아서 혹시 법과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한다. 조사를 받기 전에 변호사와 상의하여 경위서 또는 해명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막상 피의자로 입건되어 조사를 받게 되면 당황하거나 법에 대한 지식이 없어 횡설수설하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수사기관에서는 무조건 설계감리상에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고 책임을 추궁하려고 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여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설계감리를 할 때 아무리 건축주가 무리한 부탁을 해도 그것을 인정상 받아주지 말고 철저하게 설계를 하고, 감리를 하여야 한다. 특히 구조계산의 문제는 중요하다. 대부분의 안전사고가 구조계산을 잘못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구조계산을 외부에 용역주었다고 해서 설계감리자에게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확인되거나 발견될 수 있는 구조계산상의 잘못을 체크하지 못하고 넘어갔다면 설계감리자도 공동책임을 지게 된다. 업무대행건축사의 경우에도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철저하게 해명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대질조사를 통해 상대방의 허위주장을 밝히고, 거짓말탐지기 측정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뇌물사건이나 배임수증재사건의 경우처럼 금품수수에 관해 쌍방의 주장이 정반대로 다를 때 이른바 정황증거가 매우 중요하다.

 

업무대행건축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허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건축사에 대한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즉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국선변호사 선임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무조건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그러한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해당되면 즉시 국선변호인을 선임하는 것이 유리하다. 법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많고, 수사기관에서 무리하게 수사를 해서 처벌받는 경우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경찰이나 검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을 참여시키고 조사를 받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억울하게 벌금을 검찰에서 청구하면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다투면 된다.

 

Ⅸ. 맺는 말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안전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추진중이다. 이 방안 중에는 벌점 총량제뿐 아니라 건축관계자 처벌 대상의 확대 및 처벌 수준 강화도 포함되어 있다. 경찰에서는 업무대행건축사를 무더기 입건하였다.

건축사는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를 하고 감리를 제대로 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무대행건축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면서 법과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설계나 구조계산도 철저하게 하여 건축물 안전에 위험요소가 없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감리를 맡은 사람은 건축주나 시공업자의 사정을 봐주다가 나중에 책임을 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건축사에 대한 형사책임의 범위와 한계

 

가을사랑

 

Ⅰ. 건축사도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는가?

 

원래 경찰서나 검찰청은 일반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는 기관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경찰서나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불안하고 긴장이 된다. 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다. 그리고 만일 법에 저촉이 되는 일을 했다면, 극도의 공황상태가 된다. 그러다가 정말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어 구속되거나 실형을 받으면 패가망신하게 된다. 불구속이나 집행유예, 또는 벌금을 받더라도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전과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커다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그러면 건축사의 경우는 어떠한가? 건축사는 전문적인 자격을 가진 직업인으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명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설계하여 만들어진 건축물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따라서 대부분의 건축사에게는 형사절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건축사는 일반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절도가 성폭력범죄, 횡령 등의 자연범죄에 연루되는 일은 없다. 다만 음주운전이나 탈세 등에 연루되는 일은 드물게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계나 감리는 곧 건축물의 시공과 연결되어 건축물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혹시 건축물이 붕괴되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대해 조사를 받을 우려가 있다. 그리고 건축사로서 업무대행건축사 임무를 담당하게 되면 공무원에 준해서 엄격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이때에는 형사책임도 따르게 된다.

 

여기에서는 건축사가 설계감리라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되는 형사책임의 내용과 수사 및 재판절차 등을 간단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Ⅱ. 건축사형사사건의 실제 사례

 

건물 붕괴의 원인이 건축계획의 수립, 건축설계, 건축공사공정, 건물 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에 있다고 보아 각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단한 사례로 대표적인 것은 삼풍백화점붕괴사고와 성수대교붕괴사고라고 할 수 있다.

 

1994. 10. 21. 07:30경 성수대교 제5번과 제6번 교각 사이의 에스트러스의 수직재가 끊어져 붕괴되어 한강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성수대교는 1979. 10. 15. 완공되었다. 성수대교는 교각 위에 Anchor Truss를 설치한 후 앵커트러스에 Cantilever Truss를 가설하고 양 교각의 씨트러스 사이에 Suspended Truss를 달아매는 방식으로 가설하는 Gerber Truss 공법을 사용한 교량이다.

 

성수대교붕괴사건에서 대법원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에서 교량 건설회사의 트러스 제작 책임자, 교량공사 현장감독, 발주 관청의 공사감독 공무원 등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 등의 유죄를 인정하였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도1740 판결). 또한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에 정한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행위의 결과까지도 포함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 및 업무상과실자동차추락죄의 공소시효도 이 사건 붕괴사고로 인하여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보아야 판단하였다.

 

삼풍백화점붕괴사건에서 대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각 관계자들의 형사책임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지하 4층 지상 5층의 삼풀백화점 대형유통시설이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러한 건물의 구조적 특성상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건축계획을 세우고 구조계산을 비롯한 건축설계, 골조 및 마감공사 등 건축공사공정, 건물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 건물의 구조안전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건물 붕괴의 원인에는 ① 건물 신축 당시 구조계산을 담당했던 A는 지상 5층과 지붕층의 슬래브 구조계산시 설계도상 기둥의 내력 및 슬래브 단면의 내력을 부족하게 계산하고, 건물기본계획상 옥상에 설치하기로 예정된 냉각탑 3개에 대한 구조계산을 누락하였다. ② 설계 및 감리를 담당했던 B는 구조설계도면 작성시 옥상의 냉각탑 설치에 따라 달라질 구조계산을 설계도면에 반영하지 아니하고, 운동시설이던 5층을 전문식당가로 용도변경함에 있어서 구조계산을 의뢰하여 이를 설계도면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아니 하였으며, 지붕층 슬래브의 마감공사 시공방법을 명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시공자로 하여금 구조계산시에 비하여 고정하중을 초과하여 시공하도록 만들었고, 기초공사시부터 건물 완공시까지 공사감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하였다. ③ 골조공사를 도급받은 C는 슬래브의 상부인장철근이 정상적인 위치보다 4-6㎝ 정도 가라앉은 상태로 시공되게 함으로써 슬래브의 유효두께를 감소시켜 내력을 심히 떨어뜨림으로써 예정된 철근콘크리트골조의 강도와 내력을 가지지 못하도록 하였다(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판결).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하여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 소정의 '범죄행위'에는 당해 범죄의 결과까지도 포함되는 취지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들이 사상에 이른 결과가 발생함으로써 그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할 것이다( 당원 1994. 3. 22. 선고 94도35 판결 참조).

 

이러한 이유로 설계감리자, 구조계산담당자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적용하여 형사처벌하였다. 그리고 공소시효는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다친 시점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2015년 10월 2일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사건을 수사한 결과, 실화자, 아파트 건축주 겸 시공자, 감리업무 담당 건축사 등 10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사고는 실화자, 부실시공자, 감리를 소홀히 한 감리자의 총체적인 과실이 경합해서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Ⅲ. 건축물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행한지 금년이 벌써 20년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에 대한 안전강화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래서 건축법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건축 관계자인 설계자, 공사시공자 및 공사감리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건축자재 제조업자 유통업자에 대한 제조 보관 및 유통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건축 관계자에 대해 책임과 처벌 수준과 규정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안전은 매우 중요하다.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건축물은 기본적으로 건축주가 있고, 설계자가 있으며, 시공자가 있다. 그리고 감리한 사람이 있으며, 처음부터 건축물에 대한 건축허가 및 감독을 했던 관계공무원이 있다. 건축물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여, 특히 인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검찰에서는 건축과정 전반에 걸친 조사를 하여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피해자의 사상결과를 가져온 법적 책임을 따지게 된다.

 

Ⅳ. 건축물안전사고에 대한 처벌규정의 내용 

 

건축물안전사고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법은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치상죄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이 있다. 그리고 건축법과 건축사법이 있다. 관련규정은 다음과 같다.

 

건축법은 건축물의 대지·구조 및 설비의 기준과 건축물의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 및 감리자 등 업무주인 각 건축관계자를 적용대상으로 하여 상호간의 책임에 관한 내용과 범위를 규정한 법률이다(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3도3984 판결 등 참조),

 

건축법 제23조(건축물의 설계), 제24조제1항(건축시공), 제25조제2항(건축물의 공사감리) 및 제35조를 위반하여 설계·시공·공사감리 및 유지·관리를 함으로써 건축물이 부실하게 되어 착공 후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 기간에 건축물의 기초와 주요구조부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일반인을 위험에 처하게 한 설계자·감리자·시공자·관계전문기술자 및 건축주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건축법 제106조 제1항).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자는 무기징역이나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동조 제2항).

 

업무상 과실로 제106조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07조 제1항). 업무상 과실로 제106조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조 제2항).

 

"주요구조부"라 함은, 내력벽, 기둥, 바닥, 보, 지붕틀 및 주계단을 말한다. 다만, 사이 기둥, 최하층 바닥, 작은 보, 차양, 옥외 계단,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으로 건축물의 구조상 중요하지 아니한 부분은 제외한다.

 

제109조 (벌칙) 제27조제2항에 따른 보고를 거짓으로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7조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의 대행) ①허가권자는 이 법에 따른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건축사법」 제23조에 따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를 한 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②제1항에 따라 업무를 대행하는 자는 현장조사·검사 또는 확인결과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권자에게 서면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③허가권자는 제1항에 따른 자에게 업무를 대행하게 한 경우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수수료를 지급하여야 한다.

 

제112조 (양벌규정) ①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06조의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그 법인에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법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13조 (과태료)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 제25조제3항을 위반하여 보고를 하지 아니한 공사감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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