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심리상담을 할 수 있을까?
독일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학박사가 된 분이 있다. 독일과 캐나다에서 20년간 심리학을 공부하고 돌아와서, 자신이 전공한 심상치료에 관한 저서를 출간하고, 한국의 여러 대학에서 심상치료 강의도 하면서, 현재 서울에서 심상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범식 심리학박사님이다. 최박사님을 모시고 이번에 심리치료연구소를 개설했다.
심리치료연구소는 어디까지나 연구소다. 실제 심리상담을 하는 곳은 아니다. 첫 번째 목표는 심리상담사,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다문화가족보호운동가, 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 미술치료사, 최면치료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종합심리치료를 하는 기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우리 심리치료연구소는 변호사들이 일부 참여는 하고 있지만, 주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50%는 최범식 심리학박사님이 담당하고, 나머지 50%는 정신과 의사, 최면치료사, 미술치료사, 종교인, 대학 교수,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담당한다. 변호사도 그 중 일부의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어떤 사람이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개는 혼자 꿍꿍 앓고 있다가 증세가 더욱 심해져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폐인이 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우울증 환자가 정신과를 찾아가면 대개 약물치료를 한다. 물론 심리상담도 하지만, 정신과 의사는 바빠서 충분한 시간을 내지 못한다. 환자는 정신과를 다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그 대신 심리상담을 받거나 심리치료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사회복지사와 달리 국가자격제가 아니다. 실력 차이가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보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착안했다. 사람의 정신적 질환, 특히 삶이 복잡하고 어려워 생기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은 공부만 한 젊은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혼자 치료하고 상담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것보다는 적어도 60년 이상 오랜 세월을 살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로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어 상담을 하고 치료를 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근원적인 치료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는 일차로 11분의 각 분야 전문가를 모셨다. 앞으로 계속해서 뜻이 있고, 사회적 경험이 있는 분들을 영입할 생각이다.
변호사인 나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공동대표가 되었다. 변호사는 오랜 세월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사건당사자들이 사건 때문에 겪는 애환을 같이 공유한다.
사건을 해결하고 사건에 관해 상의한다는 것은 곧 당사자가 겪고 있는 장기간의 스트레스와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에 법률전문가로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 치료 및 상담에 변호사는 약간의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사건 때문에 수사나 재판받는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최범식 박사님과 나는 서초동 법조타운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법이 무서운 줄 모르고, 어떤 잘못을 범한 다음 구속되고 징역가는 과정에서 겪는 정신적 고통, 극도의 불안감과 공황상태에 유념했다.
이들에 대한 심리상담, 정서적 지원이 법률적 지원 못지 않게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래서 심리상담사와 변호사, 기타 나이 많은 인생경험자들이 공동으로 형사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보기로 했다.
세 번째는 우울증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효과적인 상담치료기법의 개발이다. 날이 갈수록 우울증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울증은 빨리 고치지 않으면 나중에는 고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에서는 최우선과제로 우울증 치료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변호사들이 심리치료연구소에 참여했다고 하니까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심리상담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변호사가 무슨 심리상담을 한다고 나서느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물론 심리상담은 어렵다. 하지만 변호사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상담전문가들이 주축으로 하고, 여러 분야의 다른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심리치료연구과정에 변호사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조를 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