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정희가든 2006.07.02
- 형법강의 2006.06.27
- 정신의 무게 2006.06.24
- 새 컴퓨터 2006.06.19
- 강아지 2006.06.17
- 변호사의 빛과 그림자 2006.06.17
- 스카브로 훼어에서는 축제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 2006.06.14
- 설문조사 2006.06.14
- 삶의 방향 2006.06.08
- 나그네의 풍경 2006.06.03
정희가든
형법강의
형법강의
가을사랑
출근해서 일을 보고, 11시 20분경 사무실을 출발해서 학교로 갔다. 남부햄집에서 몇 명의 교수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2학기 강의과목배정문제로 상의를 했다. 2학기부터는 형법을 강의하기로 했다. 다시 새로운 각오로 강의준비를 해야 한다.
오가면서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틀고 다니는 것도 조금은 힘이 든다.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지 않고 차를 타고 다니는 계절이 그립다. 좋은 날씨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단한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가서 다시 일을 보았다. 집안의 동생뻘 되는 S의 방문을 받았다. 어느 체인회사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1억5천만원을 손해 보았다고 한다. 고소를 했는데 사장만 구속되고, 전무는 공범이면서도 불구속 수사를 받고 구약식처리가 되었다고 한다.
진정서를 냈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상태라면서 몹시 답답해 했다. 남편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고, 여자 혼자서 돈을 좀 벌어보려고 했다가 자칫 잘못하면 돈을 잃고 가정도 파탄나겠다고 울먹이고 있었다.
퇴근후에 미사리 둑방을 걸었다. 이제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가 온 후라 다소 습한 분위기에 촉촉한 흙을 밟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7킬로미터를 걷고 나니 저녁 11시가 다 되었다. 머리 속에는 형법 강의준비로 가득 차 있다.
정신의 무게
정신의 무게
가을사랑
아주 오래 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모든 것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난 토요일 밤이다. 모처럼 마음 속을 비우고, 가벼워진 몸으로 창공을 날아가 본다. 가끔 그런 원리를 깨달아본다.
사람의 몸이란, 물리학적인 육체의 무게보다, 정신이 느끼는 삶의 무게 때문에 더욱 무거워지고, 가벼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원리다. 마음이 어두우면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발걸음도 무겁고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게까지 된다. 마음이 가벼우면 몸은 덩달아 가볍고, 새털처럼 날아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내 몸에 무게를 더했던 무거운 납덩이 같았던, 세속적인 욕망과 미움, 부정한 생각들이 몸에서 빠져나가면 나는 강물에서도 뜰 것 같고, 하늘을 날아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목요일 오전에는 중앙일보사로 갔다. 옥외주차장이 아주 좋다. 널찍하니 차를 편하게 될 수도 있고, 사이 사이 나무가 있어 운치가 있다. 왜 그렇게 만들어 놓았는지는 모르겠다. 1984년에 신사옥을 지어 이전했다고 한다. 그 옛날에 건물을 잘 지어놓았다.
1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서빙을 하는 여직원도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근무를 하면 졸음이 올 것 같았다. 10시 반에 시작한 회의가 12시 넘게 끝났다. 회의를 마치고 부근에 있는 일식당에 가서 식사를 함께 했다.
퇴근하고, 여의도 방송국에 들렀다가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시청앞으로 가서 김 상무님을 만났다.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9시가 조금 넘었다. 테니스장으로 가서 테니스를 쳤다. 땀을 흘리고 나니 그냥 들어오기가 그랬다. 쪼끼쪼끼로 가서 생맥주를 마셨다. 그 시원함은 다른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손님들이 많은 모양이다.
금요일 저녁에는 종암동에 있는 홀리데이인성북호텔에 가서 저녁모임에 참석했다. 친한 사람들과 만나 식사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무 부담없는 모임은 역시 좋은 것이다. 외국에서 손님들이 와서 다시 늦게까지 단란주점에 다녀왔다.
새벽 4시에 스위스와의 축구경기를 보느라고 잠을 거의 못잤다. 태극전사들은 최선을 다했으나 지고 말았다. 그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토요일에는 늦게까지 자다가 오후 3시 반에 잠실선착장으로 갔다. 손님들과 함께 유람선을 탔다. 1시간 유람을 한다. 1인당 9,900원이다. 낮이라 그런지 별로 좋은지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들은 많았다. 양수리 부근에 있는 하이마트 호텔에 있는 야외바베큐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분위기 있는 야외식당이었다.
새 컴퓨터
기말고사를 치루는 날이다. 점심 식사 후에 학교로 갔다. 3시부터 시험이다. 두 반으로 나누어서 시험을 치루고 있었다. 조교들이 시험 감독을 한다. 학생들은 열심히 답안을 쓰고 있었다. 얼마나 긴장이 될까? 옛날 생각이 났다. 항상 시험을 보는 입장에서는 조바심을 내고 긴장을 하게 된다. 시험시간은 75분간이다.
한 학생이 찾아왔다. 3학년 2학기라고 한다. 지난 학기에 한 학기 휴학을 하고 신림동에 가서 학원을 다니며 공부를 했다고 한다. 헌법도 권영성 교수, 계희열 교수, 허영 교수 책을 번갈아 가며 공부를 했고, 신림동에 가서는 금동흠 강사의 기본서와 학원진도별 모의고사를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도 헌법이 어려운 과목에 속한다고 했다.
1차 시험을 보았는데, 점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과목당 평균 4문제 정도를 더 맞추어야 합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장시간 상담을 해주었다. 가을 학기에 또 휴학을 하고 신림동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3년 휴학이 가능하다고 한다.
연구실에 컴퓨터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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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빴다. J 회사 사건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느라고 오전에 그일에만 매달렸다.
사건 당사자들은 항상 심각한 상황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법적 분쟁의 당사자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법에까지 가지 않는다. 웬만하면 좋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거나 포기하고 만다.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소송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도저히 참을 수 없거나 다른 방법이 없을 때 마지못해 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래서 병원 수술실을 찾는 중한 환자와 같다. 그 불안함과 초조함,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여기에 의사와 중환자, 법률가와 당사자 사이의 기본관계가 출발해야 한다.
점심시간에는 L 씨와 단 둘이서 민이네 식당으로 갔다. 사무실 부근에 있는 슈퍼마켓 작은 방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다. 김밥과 떡복기를 먹었다. 아주 간단한 식사다. 그러나 그곳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L 씨는 대학교 커플로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충무에 있는 K 씨에 대한 이야기도 새삼스럽게 들었다. 사건을 맡겼다가 불성실한 태도에 당혹스러웠다는 것, 그 후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되돌려 받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사업하는 사람에게 이자를 좀 받으려고 돈을 빌려주었다가 떼어먹힐 위기를 맞아, 사모님이 회사에 며칠 동안 계속 찾아가 앉아 있음으로써 겨우 받았다는 이야기. 아주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오던 사람에게 돈을 꾸어주지 않아 소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관심있게 들었다.
오후에 J 회사로 갔다. 대표이사 등과 회의를 했다. 여러 사람이 진술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것을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회의를 마치고 나니 오후 5시 40분이 되었다. 모처럼 시내에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서점을 가보는 것이 제일 편하고 좋다. 그러고 보면 나도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해도 책이 쌓여있는 곳을 구경만 가도 기분이 좋으니 말이다.
교보문고에 가서 헌법책을 몇권 사왔다. 헌법에 관한 서적도 꽤 많이 나와 있다. 각종 수험서가 주를 이루지만,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많은 종류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다. 교보문고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저녁 식사후 남산을 걸었다. 시각이 불편해 보이는 몇 사람이 밤길을 지팡이에 의존해 걷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외로움이 묻어나왔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들만이 느끼는 고독과 어두움을 나도 함께 느끼며 순환도로를 따라 걸었다.
경사진 언덕을 뛰어보기도 했다. 평지를 뛰는 것도 힘이 들지만, 경사진 길을 뛴다는 것은 정말 힘이 들었다. 보통의 강심장이 아니면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내 나이에 혈압도 있고 해서 무리하게 뛰다가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그만 두었다.
국립극장쪽으로 내려가 장충단공원, 동국대 옆으로 해서 동대문시장까지 걸어갔다. 동대문시장에는 월드컵 때문에 붉은 색 티셔츠 같은 것이 눈에 띄게 많이 쌓여 있었다. 월드컵 휘장의 시계가 하나에 6천원이다. 등산용으로 하나 사서 찼다. 태극마크가 크게 들어있었다. 어떻게 시계를 6천원에 팔 수 있을까? 두개를 사면 만원이라고 한다.
동대문운동장 앞에서 강아지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열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있었다. 강아지들이 몹시 귀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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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빛과 그림자
지금까지는 쌍방간에 대충 정해서 일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변호사 보수 문제가 크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하다.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역학관계가 불균형상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가 대단히 우월적인 지위에 있었고, 판사와 검사 출신 위주로 구성되어 있던 변호사에게 의뢰인은 감히(?) 대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법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던 시절에 법을 무기로 가지고 있는 변호사를 상대로 일반 시민이 무엇을 따지고 싸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싸움을 해봐야 결국 법률가 앞에 가서 시시비비를 따져야 하는 것이므로 가재는 게편이라는 선입관이 일반인을 불안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가 뚜렷한 산정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그냥 500만원이라고 정하면 따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변호사들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300만원, 500만원, 하는 식으로 수임료를 정하고, 감액해 달라고 하면 조금 깍아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로펌운영방식으로 시간, 노력의 정도 등을 따져 변호사비용을 정하는 방식도 도입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보편화된 것은 아니다. 변호사업계의 문제점들은 그동안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에서 많은 시간 검토되고 논의되어 왔다.
전관예우의 관행을 없애야 한다든가, 사건수임비리를 근절시키자든가, 과다한 보수를 받지 못하도록 하자든가 하는 여러 가지 방안이 논의되었고, 상당한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변호사 각자의 가치관과 사회적 사명감, 봉사정신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적어도 사회적으로 법과 정의의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억울한 피고인을 위해 앞장서서 변론을 해주고, 법이라는 도구를 가지고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공익에 봉사한다는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럴 때 변호사는 사회로부터 존경받게 된다. 물론 개별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변호사도 의뢰인의 태도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성공보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이나, 좀 더 큰 시각으로 보면 변호사가 당사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금전 문제, 특히 변호사보수 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변호사는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고 있는 입장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에 대해 지나치게 철저한 상업적인 계산방식을 적용해 소송까지 벌이게 되면, 자칫 커다란 비난을 받게 될위험이 있다.
어느 변호사가 이혼소송을 맡았다가 성공보수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상대방은 이혼소송을 진행하다가 다시 결합해 살고 있는 부부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소송이 끝난 후 3년 가까이 되어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다.
이런 보도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과격할 정도로 그 변호사, 나아가 법률가 전체에 대한 비난을 하고 있다. 법률적인 비난이 아니라, 윤리적인 비난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법적으로는 청구소송이 정당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건 법 이전의 윤리적인 문제다. 윤리는 법을 포섭하고, 더 나아가 한 단계 위에 있는 상위개념이다.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다수의 여론은 존중할 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법률가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누렸던 파격적인 특혜를 고려하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꼈던 비전문가들의 피해의식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은 변호사가 절제하는 마음으로 취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스카브로 훼어에서는 축제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
게임의 법칙은 단순한 이론일 수 없다. 게임에서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은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는 장난이 아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국가적 명예를 걸고 싸우는 운명의 한판 승부다. 그런 게임에서 감독은 스탭들과 고심 고심하면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고, 그 전략에 따라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경기를 하는 것이다.
이번 토고와의 경기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많이 올라갔어도 우리나라 이외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인 토고에게 지고 있다가 역전을 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이기기 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은 결코 비난할 성질이 아니다.
그건 선수들과 감독이 선택하는 경기방법일 뿐이다. 그걸 가지고 화끈하게 승부수를 계속 걸지 않았다고 해서, 심하게 비난하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더군다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토고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어 태극전사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다음 프랑스와 스위스와의 결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의견 제시는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스카브로 훼어에 가서는 축제 분위기를 깨서는 안 된다.
설문조사
며칠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때로는 글을 쓸 마음이 생기지 않는 수도 있다. 그래서 블로그에 주인의 게으름이 그대로 나타나고 말았다.
지난 월요일에는 마지막 강의를 했다. 학생들에게 강의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했다. 다음 번 강의를 위해 도움이 되려는 말을 들으려는 의도였다. 학생들은 귀찮은 설문조사에 아주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무척 고마운 생각이 든다.
사실 나도 많은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귀찮아서 대충 하거나 하지 않았다. 설문조사라는 것이 성의 없이 형식적인 답변을 대충 해버리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 낭비고 종이 낭비로 그친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성의를 가지고 내게 필요한 답변을 해주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강의 시간에 주제에서 벗어난 다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면 집중이 안 되고 산만해진다는 것이었다. 공부방법론 같은 이야기를 너무 반복해서 했다는 점 등이었다.
그리고 유인물을 복사하는데 비용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이 되었다. 강의시간을 너무 엄격하게 지키는 것도 약간 학생들에게 지루한 감을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시간을 가지고 제대로 읽어 소화시켜야겠다. 그래야 다음 학기 강의에 반영을 시켜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6월 13일 화요일에는 민사법정에 갔다. 쌍커풀수술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의 손해배상청구사건 변론기일이었다. 벌써 3년이 넘었는데, 소송을 아직도 끝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원고가 아직도 실내조명 아래서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고생을 하고 있다. 의료사고라는 것이 얼마나 입증이 어렵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가 어려운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피고 입장에서는 모든 설명의무를 다했고, 수술과정에서 의사로서의 모든 주의의무를 다했는데도 사고가 난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질병의 치료를 위한 목적의 수술이 아닌, 단순한 외모개선을 위해 하는 성형수술, 특히 가볍게 생각하는 쌍꺼풀수술을 하기 전에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더욱이 이 경우는 환자라고도 할 수 없는, 단순한 고객에 불과하다)에게 쌍꺼풀수술의 경우도 잘못하면 토안이 되며 제대로 눈이 감기지 않아 안구건조증 등으로 평생 고생할 수도 있다는 부작용 및 후유증에 대해 사전설명을 충분히 하고 난 후 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냥 상식적인 추측일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쌍커풀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고 후유증이 거의 없는 수술인데, 그대로 잘못되면 평생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신체를 다루는 의사나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시술이나 변론을 함에 있어서 정말 고도의 윤리의식을 가지고, 자신에게 부여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를 비롯해서 변호사 등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을 해주지 않아 피해를 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피해자들에 대한 권리구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퇴근하고 테니스코트에 가서 난타를 한시간 정도 쳐서 땀을 흘렸다. 날씨 탓이다. 조금만 테니스를 쳐도 땀이 나고 힘이 든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가서 월드컵경기를 보려고 했으나, 2002년도와 달리 올해에는 그곳에서 중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명일동 쪼끼쪼끼 앞에서 TV를 볼 수 있다고 해서, 가보았더니 밖에다 조그만 텔레비전 한 대를 내놓았을 뿐이었다.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서 경기를 보았다. 단체응원의 감흥을 맛볼 수 없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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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방향
삶의 방향
가을사랑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하려는 것은 욕심이고 무리다. 늘상 바쁜 생활을 하다보면 여유를 잃어버린다. 결과는 큰 것을 잃어버리고, 삶의 방향을 상실하는 수가 있다. 요즘의 내 모습이 그런 것 같아 조용히 반성을 해본다.
대법원에서 대법관제청을 했다. 이홍훈, 박일환, 김능환, 안대희, 전수안 씨등이다. 대부분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제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던 사람들로 보인다.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개인의 부귀영화를 위한다기 보다는 정말 우리 사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법치주의 확립과 사법부의 권위를 세우고 올바른 판결을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부탁이다.
점심 때 하얏트호텔 양식당으로 가서 손님들과 식사를 했다. 바깥 조경이 아름다웠다. 창가에 있는 테이블에서 앉아 밖을 내다보았다. 잘 꾸며진 정원은 파란색으로 하늘과 대비를 이루면서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L 이사와 함께 사무실에서 장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당뇨 때문에 커피, 술, 담배 등을 못한다고 한다. 건강 때문에 기호식품을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고 하는 건 엄청난 고통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오후 5시에 서초동 회의에 참석했다가 팔레스호텔 중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똑똑하고 배울 점이 많다.
어떤 인사의 말이, 대구에서 서울까지 KTX를 타면 서울까지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데, 돈이 있는 사람들이 대구백화점을 이용하지 않고 서울로 올라와 물건을 사고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고 내려가는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구에 있는 대구백화점, 동화백화점 등은 중저가매장으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병원도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서울에 있는 큰병원에 다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역경기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분은 농촌지역의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코시아계의 부모 자녀들로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주로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그네의 풍경
나그네의 풍경
가을사랑
먼 여행을 한 나그네는 고향으로 돌아와 자리에 눕는다. 그가 지났던 풍경들이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그의 마음 속에는 아련한 추억이 자리잡고, 정신적으로 조금 성숙해진다.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집에서 살은 시간과 낯선 곳에서 살은 시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익숙한 곳에서 보낸 삶은, 단순한 생활의 연장일 뿐이다. 낯선 곳에서 보낸 삶은 새로운 경험과 개척을 뜻한다. 그곳에서 찾는 삶의 경이로움은 우리에게 중요한 양식이 된다.
12시가 다 되어 택시를 타고, 구기동 북한산 입구로 향했다. 이제는 산행이 내게 좋은 취미생활이 되었다. 운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 많이 있지만, 그러다보니 산에 가면 마음이 편하고 기분이 좋다. 집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골프는 오랫동안 손을 놓아 이제는 거의 잊어버린 상태다. 골프장의 분위기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더니 이제는 그곳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때문에 주변에서도 나에게 골프를 하자는 권유도 거의 없어졌다. 골프란 항상 사전에 약속을 해야 하고, 일단 약속을 해놓으면 그것에 구속을 받는다.
몸이 피곤하던 콘디션이 좋지 않아도 꼭 나가야 한다. 심지어 날씨가 나빠 비가 와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별로 운동도 되지 않으면서 기분이 개운치 않을 때가 있다. 물론 골프를 치면 재미도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 좋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골프장의 귀족적인 분위기와 세상을 좁은 우물안에 넣고 보게 되는 점이 나에게 별로 맞지 않아 나는 대신 산행이나 테니스 등으로 취미생활을 전환하기로 했다. 더 나이들면 그때는 골프를 다시 할지도 모른다.
택시를 운전하는 분은, 예순살이 다 되어 보였다. 운전한 지 이제 겨우 한달이 된다고 했다. 차고지가 강동구라서 강동 송파쪽은 잘 아는데 강북으로 건너오면 지리를 잘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가는 길을 하나씩 알려주었다. 그건 약간 불편한 일이었다. 반은 내가 운전에 참여를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백병원 부근에 가서 갑자기 차가 서버렸다. 밧데리가 나간 것인지? 무엇이 고장난 것인지 차는 시동이 꺼지고, 비상라이트도 작동이 안되었다.
복잡한 차도 중간에서 서버리니, 뒷차들은 영문도 모르고 빵빵거린다. 내가 도와주려고 애를 썼지만, 나 역시 차에 대해 아마추어라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서 내려 다른 차를 갈아탔다. 택시기사는 더운 날씨에 전화로 도움을 청하고, 그곳에서 고생을 해야했다.
북한산 등산을 했다. 늘상 하는 코스인 대남문까지 올라가서 북한산성매표소까지 내려가는 길이다. 올라갈 때는 힘이 드니까, 땅을 쳐다보고 그냥 올라가기만 했다. 위를 자꾸 쳐다보면 더 힘이 든다. 생각보다는 땀이 덜 났다.
머릿 속에는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찼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나 걸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그냥 잡념에 불과하다.
대남문에서 내려올 때는 많은 여유가 있었다. 숲 속에는 그늘이 져서 산행을 하기에 아주 좋았다. 흙을 밟으니 그 촉감이 너무 좋았다. 고급호텔의 로비라운지에 길게 깔아놓은 카페트를 밟는 것보다는 이런 숲속의 흙길을 밟는 촉감이 더 좋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올라오는 사람들과 내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내가 힘들여 올라갈 때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너무 편해 보인다. 내가 내려갈 때는 올라오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올라가는 사람이나 내려가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다. 서로 비교할 이유도 없다. 올라갈 때는 올라가는 이유가 있고, 그 의미가 충분하다. 올라갈 때는 올라가는 것에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갈 때는 또 내려가는 사람답게 행동하고 사고해야 한다.
다 내려와서 대로변의 포장마차 있는 곳에서 생맥주와 동동주, 김치, 두부 등을 시켜놓고 먹었다. 아주머니는 그곳에서 장사한지 3년이 된다고 한다. 1톤트럭을 개조해서 식당차를 만들어 놓았다. 아저씨는 어디 놀러갔다고 한다.
부부가 함께 식당영업을 하면, 부인 혼자 일을 하도록 해놓고 남편이 놀러가기도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눈치를 봐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부부가 함께 공동의 일을 한다는 건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서로가 다른 영역에서 각자 일을 하는 게 편하지 않을까?
몇 시간동안 긴 여행을 했다. 그 여행이란 결국 서울에서 어느 산 속을 갔다온 것에 불과했지만, 내 정신은 황량한 사막과 히말라야 계곡, 그리고 화려한 외국 도시의 야경까지 다 돌아보고 온듯했다. 그건 내 정신의 자유였다.
내가 느끼고, 내가 보면서 내 영혼을 쉬게 하고, 내 정신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사고케 하는 건 모두 나의 고유한 영역이었다. 여행으로 인해 나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얼마나 성숙해졌을까? 아니면 얼마나 더 편협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지방선거가 끝나고, 거리의 현수막은 당선사례로 바뀌었다. 당선자들은 얼마나 사회를 위해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있을까? 국민들이 뽑아준 그들의 자리가 개인적인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사용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