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가을사랑


 

캠퍼스에는 화사한 계절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었다. 마음들은 한 없이 높은 창공을 나르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진하게 느껴지는 신록! 파란 잎들이 우리를 향해 ‘희망과 행복’이라는 낱말을 던지고 있었다. 그건 젊음의 특권이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교내는 축제분위기로 들떠 있었다.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를 기리고, 자신의 배움을 되돌아보는 날이다.


사람이 태어나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세상을 배우고, 학문을 익히고, 살아가는 요령을 알게 되는 건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해서다. 혼자 잘 낫다고 떠들어보아야 인간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건 교만에 불과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철부지였던 내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의 보살핌으로 사고 없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중학교 시절 영어와 수학을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익혔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들의 배려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나는 대학원, 사법연수원, 미국 대학원 등을 다니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조금씩 학문도 익히고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은사님들에게 한없은 은혜를 입은 것이다.


지금 내가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은혜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구실 문 앞에 작은 카네이션 한 송이가 꽃혀 있었다. 감동이었다. 몇몇 학생들이 꽃과, 초꼴렛과 음료수를 선물로 가지고 왔다. 감사의 편지도 들어있었다. 모두 고마웠다. 영원한 학생이면서 부분적으로 스승이 된 나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밖에는 계절의 여왕인 5월이 아무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자연을 바라보며 대지에 입맞품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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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청계산은 어떤 표정일까? 나는 문득 5월의 청계산을 제대로 살펴보고 싶었다. 5월은 아주 특별한 계절이다. 사실 3월에는 파란 잎이 많지 않다. 4월에도 주로 꽃의 화사함 때문이지 잎이 본격적으로 파란색을 강조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5월에 들어서면 다르다. 연한 녹색의 어린 잎들이 성년기에 진입하기 시작한다. 정말 잎다운 색깔과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신록의 계절인 5월에 내가 사랑하는 청계산은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어떤 순수한 의상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을까 궁금했다.

 

청계산은 서울에서 가까운 산으로서 커다란 숲을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그야말로 천혜의 휴식터이고, 운동장소다. 특히 강남에서 접근하기가 용이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청계산은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등산하기에 너무 좋다. 바위와 돌이 많지 않아, 무릎에 무리도 가지 않는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햇볕에 크게 노출이 되지 않아도 산행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청계산을 사랑한다. 500개가 넘는 나무계단도 운치있게 잘 만들어 놓았다. 그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나는 고행의 의미를 가볍게 체험하곤 한다.

 

청계산은 해발 618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다. 그럼에도 관악산과 더불어 서울의 남쪽을 형성하는 중요한 산으로, 예전부터 좌청룡 우백호로 불리워진 산이다.

 

과천시 막계동과 성남시 수정구의 행정구역을 형성하고 있다. 국사봉, 응봉, 옥녀봉, 매봉 등이 있고, 500미터 정도의 계곡에 항상 맑은 물이 흘러 정취를 더하고 있다. 매봉은 옥녀봉보다 1000미터를 더 올라가야 한다.

 

낮 11시경에 청계산 매봉에 올라갔다. 좋은 날씨라 그러려니 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정상적인 속도로 올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찼다.

 

일행은 아니었지만,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산을 올라가니 별로 힘이 들지도 않았고, 등산이라기 보다는 바람을 쐬러나온, 놀러나온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그런 외적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모처럼 매봉을 올라가니 너무 좋았다.


이제 산천은 새 잎들로 가득 차있다. 연한 초록색에서 약간은 진한 색깔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등산을 했다.

 

5월 중순에 만난 청계산은 나의 연인이었다. 파란색깔로 몸 전체를 휘감고, 산뜻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보드라운 흙의 촉감을 만져가면서 나는 아름다운 산의 정기를 교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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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정동진에서 맞은 새벽은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일까? 무박 2일 여행을 생각했다. 그 결과 나는 떠났다. 금요일 저녁 11시 청량리역에서 정동진 가는 기차를 탔다.


단체여행을 주선한 여행사의 가이드(진행스태프)가 저녁 10시반에 기차가 떠난다고 해서, 늦을까봐 일찍 가다보니 9시 40분경 역에 도착했다. 그래서 1시간 넘게 역 주변을 왔다갔다 했다. 청량리역은 참 오랫만에 가보는 곳이다. 낮이 아니고 밤이라 그런지 약간은 낯이 설었다.  


요새는 기차를 탈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게 되니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차역에는 갈 일이 없는 것이다. 기차와 지하철은 전혀 분위기가 다르다.


무궁화호는 그런대로 괜찮았다. 자리도 넓었다. 밤차를 타고 어둠을 헤치면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계속 달렸다. 책을 꺼내 보았다. 조명도 그렇고 밤이 늦은 시간이라 눈이 아파 더 이상을 책을 볼 수가 없었다.


눈을 붙이고 잠이 들었다. 깊은 잠이 들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가끔 잠에서 깨어 창밖을 바라다 보았다. 제천도 보였다. 역 주변에는 모텔 불빛이 요란하다.


6시간 넘게 계속 자리에 앉아 있으니까 허리도 아프고 몸도 불편하였다. 버스는 2시간 정도 간격으로 휴게소에서 10분이고 나가 쉬는 데 그게 달랐다. 기차에서는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한참 잠이 들어 졸려운 상태였는데, 기차는 마침내 정동진역에 닿았다. 새벽 5시 20분 정도였다. 그러니까 6시간 20분 동안 기차를 타고 온 것이었다.

 

해가 구름 위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동해안 일출 사진이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궁금하다. 바다의 일출은 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아무 것도 장애물이 없는 지평선 너머로 갑자기 떠오르는 해는 새로운 신비다.

 

 

[내가 정동진에서 직접 촬영한 일출장면이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은 구름을 사이로 볼 수 있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정동진에 온 사람들은 천명은 넘는 것 같았다. 일출을 보고, 백사장을 걸었다. 모래가 참 곱다. 해수욕장이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이라고 한다. 커다란 배를 가져다 만들어놓은 호텔까지 걸었다. 호텔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계속해서 뱃고동소리와 갈매기소리를 틀어놓고 있었다.

 

정동진은 TV드라마 모래시계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정동진이라는 지명의 이름은 서울에 있는 광화문의 정동쪽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안인해수욕장이 1킬로미터 정도 있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다.  


대형 모래시계를 보고, 아침 식사는 작은 식당에서 생태찌게로 했다. 미역을 따다가 말리는 아주머니들이 몇 사람 보였다. 새벽 바닷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새벽 시간 정동진에서 3시간 정도 걷고 구경을 한 것이다. 조용한 바닷가를 관찰하는 건 특이한 경험이었다. 길가에서 쑥을 뜯어보니 향내가 정말 진했다. 같은 쑥이라도 너무 달랐다.


8시 반경 버스로 정동진역을 출발했다.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갔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3리에 있는 곳이다.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김희선, 신하균 주연)를 촬영했다는 곳이다. 아주 가까이서 양들의 모습을 보았다.


파란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은 몹시 평화로워 보였다. 양들은 끊임없이 풀을 뜯어 먹고 있었다. 소가 풀을 먹는 모습과는 달랐다. 매우 빠른 속도로 풀을 뜯는다. 그리고 한 군데서 많은 풀을 뜯지는 않는다. 이곳 저곳 움직이면서 조금씩 풀을 빠른 속도로 뜯어 먹는다. 서로를 애~~ 소리를 내고 있었다. 건초를 주면 아주 좋아한다.


대관령 높은 곳에서 바라 본 주변의 산들은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했다. 그곳에서 마신 커피는 맛이 좋았다.


다음으로 평창군 봉평면 흥정리에 있는 허브나라농원으로 이동했다. 농원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런지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루피너스꽃을 찾아보았다. 몇 그루의 루피너스를 정원에 심어놓고 있었다. 루피너스는 붉은 색, 청색, 보라색 등이 있었다.


그 다음 버스는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이효석 생가로 갔다. 문학기념관에 올라가는 길을 잘 꾸며놓았다. 가는 비가 내렸다. 식당에 들어가니 메밀꽃술이 있다. 가볍게 한잔을 하고, 메밀국수를 먹었다. 소설가 이효석은 경성제대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3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원주역에 버스가 도착한 것은 5시 30분정도였다. 원주역 주변을 걸었다. 원주역에서 6시 42분 기차를 탔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6분이었다.

 

무박 2일 코스로서 아주 좋았다. 다만, 처음 6시간 넘게 야간열차를 타는 게 다소 힘이 들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테마여행을 자주 따라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일행들을 따라 다니면서, 가이드의 안내로 편하게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청량리역에 내려 밖으로 나오니, 다시 휘황찬란한 것이 힘든 도시의 삶을 예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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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시간에는 테니스장에 가서 테니스를 2게임 했다. 11시가 다 되어 코트를 나왔다. 상일동 재래시장에 가서, 생맥주를 마셨다. 500씨씨 2잔을 마시고, 노가리안주를 시켰다. 날씨가 풀려서 사람들이 길가에 많이 앉아 치킨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작은 호프집 앞 노상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차에서 산오징어를 파는 아저씨 한테서 해삼과 멍게를 샀다. 흑삼이라고 하는데 해삼이 까많다. 해삼 2마리, 멍게 4마리에 만원이다. 집에 돌아오니 12시가 넘었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새로 온 시보 2사람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5월과 6월 실무수습을 한다. 헌법공부방법론에 대해 논의를 했다.

 

회의 참석을 위해 시청 옆으로 갔다. 차가 막힐까봐 일찍 출발했더니 20분이나 먼저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 그 곳 골목을 구경했다. 밤에 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낮에는 영업을 하는 곳이 적었다. 대부분이 식당과 호프집, 노래방들이다. 밤에는 어둡고 조명 아래 그럴듯하게 보이겠지만, 낮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의 모습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밤과 낮의 차이가 그렇듯이 사람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겉모습과 속모습이 전혀 다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4시에 위원회에 참석했다. 조정이 성립되어 결론을 맺고, 위원장실에 가서 커피를 한잔 마셨다.

 

신림동에 가서 헌법관련 서적을 몇권 샀다. 나이가 들었어도 새책을 사는 기분은 매우 좋다. 고시를 위한 수험서적들이 수 없이 많다. 고시준비생 입장에서는 책을 고르기도 힘든 일일 것이다. 나도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

 

저녁 시간에는 한우리테니스장에 갔다.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이 들어서서 그런지 주변에 차를 댈 공간이 없었다. 멀리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갔다. 복식게임을 했다. 우리 팀이 이겼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게임을 하니 약간 긴장도 되고 재미도 있었다. 재래시장으로 가서 팥빙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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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사람이 결혼을 했다. 내가 주례를 서기로 해서, 1시간 전에 예식장에 도착했다. 중계동 건영백화점 나래웨딩홀에서 오후 1시에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신랑 신부를 만났다. 일생에 가장 예쁘고 멋있는 모습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했다.

 

참 오래만에 주례를 서본다.  사회자가 예식 진행을 하기 때문에 주례가 할 일은 사실, 혼인서약, 성혼선언, 주례사 뿐이다.

 

결혼하는 젊은 남녀에게 해줄 말을 미리 주례사로 정리해 가지고 갔다. 식장은 매우 복잡했다. 같은 시간에 두 군데에서 결혼식이 거행되고 있었고, 한 시간 간격으로 예식이 잡혀 있었다.

다음은 내가 준배했던 주례사다.

 

주    례    사

 

먼저 이 자리를 빛내 주시기 위해서 바쁘신 중에도 특별히 시간을 내서 참석해 주신 양가 친척 여러분과 내빈 여러분들께 신랑신부를 대신해서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은 정말로 축복받은 길일입니다. 일년 가운데 가장 좋은 계절인 5월이고, 엊그제 어린이날과 내일 어버이날을 사이에 둔 기쁘고 좋은 날, 뜻 깊고 보람 있는 날입니다.

 

바깥 날씨도 오늘의 아름다운 백년가약을 맺는 소중한 행사를 축하해 주기 위해 화창하게 맑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날, 축복 받은 날을 잡아, 오늘 이 시간 신랑 000 군과 신부 000 양이 백년가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신랑 000 군은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나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다음 현재 기업체에서 중견간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래 부모님들에 대한 효심이 남다르고, 평소 품행이 단정하고 의협심이 강해 주변에서 모범적인 사람이라는 평판이 자자합니다.

 

신부 000 얀은 훌륭하신 부모님 밑에서 좋은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고, 학교에서 학업을 마친 후 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착실하게 해 오고 있는 아름답고 현모양처로서의 부덕을 모두 갖추고 있는 보기 드문 재원입니다. 신부는 이해심이 넓고 착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성품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좋은 가정을 꾸미고 자녀교육도 잘 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오늘 주례로서 새 가정을 이루는 신랑과 신부에게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신랑 신부는 격조 높은 향기가 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돈이나 물질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말고 사랑으로 뭉쳐 서로 진실하고 신뢰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향기로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 오래 참고 견디는 슬기로움을 지니시기 바랍니다.  살다보면 맑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습니다. 위기의 폭풍이 닥쳐올 때도 있습니다. 열매가 단 것은 인고의 과정 때문입니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고난의 긴 터널을 지나 곧 해가 빛나는 세상이 나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처음 가졌던 좋은 뜻을 생각하면서 밝은 마음과 미소를 머금고 헤쳐나가시기 바랍니다.

 

셋째, 겸손과 관용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서로 존경심을 가지고 사랑하는 부부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며, 생각과 행동의 차이를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일을 너그럽게 이해하십시오. 가정은 가장 소중한 천국입니다. 가정에는 상호 존경심과 애정이 절대로 필요합니다. 

 

넷째, 건강의 기쁨을 누리기 바랍니다. 함께 운동을 즐기고 땀 흘릴 수 있음을 감사라며, 절약하고 알뜰하게 살림을 하여 풍요로운 가정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축복이 넘치는 이 자리에 선 젊고 아름다운 신랑과 신부는 언제나 뜻깊은 지금 이 순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두 분을 낳아 정성껏 길러주신 양가의 부모님께 끝없이 효도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러 오신 친척분들과 동료, 선후배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깊이 간직하기 바랍니다. 

 

오늘 결혼식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커플이 백년을 기약하는 축복입니다. 다시 한번 신랑 신부의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6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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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호수를 바라보는 기분! 그건 작은 감동이다. 일상에서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느낌이다.

 

새벽에는 호수에 물안개가 많이 핀다. 물안개를 통해 희미해진 옛사랑을 떠올릴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신령한 산과 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새벽바다와 새벽호수는 똑같이 새로운 기분을 얻을 수 있다.


아침 6시반에 산정호수를 바라보았다. 비는 내리고, 주변의 나무들은 비에 젖어 촉촉해 보였다. 빗물은 흘러흘러 호수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사방군데에 떨어져 그곳의 나무와 풀과 바위와 흙을 만나 서로를 확인한 후 마침내 고요한 호수와 만나고 있었다.


호수는 모든 빗물을 수용하고 있다. 동서남북 어디에서 오던, 무엇을 거쳐 오던 똑같이 받아들인다. 아무런 차별이나 불평등한 대우는 없다. 위를 바라보지 않고,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 빗물에 대해서는 아주 똑같은 표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건 빗물과 호수 사이의 영원한 관계였다. 빗물은 호수를 채웠고, 호수는 빗물이 머무를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빗물은 호수가 되고, 호수는 빗물의 집이 된다. 그래서 빗물과 호수는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 그리하여 호수 속에는 위대한 사랑이 탄생하는 것이다.


산정호수는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리에 위치한 호수다. 그렇게 규모가 커다란 것은 아나지만, 높은 산 속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꽤나 유명해진 호수다.


내 고향인 포천에 있어 그런지 그전부터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자주 가보지는 못했다. 화현면이나 일동, 이동에는 수 없이 가보았지만 막상 산정호수까지는 잘 가지 못했다. 이번이 두 번째다. 어제 저녁 무렵 차를 운전하고 산정호수로 갔다. 아무런 예정 없이 그냥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차는 8시경 산정호수에 닿았다. 유원지 놀이시설에서는 몇 가지 놀이기구가 있었고, 아주 적은 사람들이 기구를 타면서 놀고 있었다. 풍선터뜨리기게임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 7개를 던져 풍선을 터뜨리고, 터뜨린 개수만큼에 해당하는 인형 등의 상품을 준다. 게임을 하는데 3천원이다. 아주 쉬운 게임이었다. 작은 인형 하나를 받았다. 맥주를 한잔 했다. 안주는 쥐포구이였는데 고추장이 없어 아쉬웠다. 


밤에 본 호수는 캄캄했다. 호수 주변에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한 식당에 들어가 이동막걸리와 논우렁무침을 시켰다. 그곳에는 논우렁요리가 유명한 모양이다. 숙소는 산정호수파크텔로 잡았다. 산 속에 위치한 조용한 모텔이다. 밤늦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명성산 등산을 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하지 못했다. 호수를 가만히 바라보고,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다니는 차들도 적었다. 산정호수에서 보낸 하룻밤은 아주 뜻깊은 시간으로 기억될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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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수요일 점심시간에 늘푸른식당에서 이 원장님과 만났다. 술을 몇잔 마셨다. 요새는 술이 많이 약해져서 조금만 마셔도 빨리 취기가 돌고, 힘이 든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술을 나눠 마시는 재미도 있는 건 사실이다. 술을 마시면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도 쉽게 가까워지고 관계가 맺어진다. 그게 술의 매력이다. 5시에는 부동산회의를 했다. 이제는 참석인원이 많아졌다. 회의실 자리가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저녁에는 식사 후에 강일2동 둑방을 걸었다. 오랜만에 걷는 둑방이었다. 늘상 미사리둑방만 다니다가 강일동을 가보았는데, SH공사에서 재개발사업을 시행하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사업은 착수를 하지 않았는데 몇 군데에 재개발사업관련 항의플랭카드가 붙어 있었다.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고속도로 옆이라 아파트를 지어도 시끄럽지 않을까 싶다. 수용당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린벨트에 묶여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개발되면서 수용당해 버리니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부근에 수용당하지 않는 토지소유자들과의 차이는 대단하게 된다.


5월 4일 목요일에는 아침 일찍 워커힐호텔로 갔다. K를 만나 커피를 한잔 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김충신 회장님을 만났다. 금요일 다시 오사카로 돌아간다고 한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지 못해 미안했다. 오후 2시에는 모 위원회에 참석해서 회의를 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안 교수님을 만났다.


기업은행 지점장님을 만나 차를 하고, 인터콘티넨탈로 갔다. 장부장님을 만나, 차를 마시고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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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0) 2006.04.29

오전에 정 교수의 방문이 있었다.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신 교수와 이 변호사가 함께 참석했다. 연금이야기를 많이 했다. 생명법학연구회 논의도 했다. 정 교수는 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4월 말에 실시한 헌법재판론 중간고사 채점을 했다. 의외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기분이 좋았다. 가르키는 보람을 느꼈다. 사실 내심으로는 성적들이 안 좋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성적들이 좋았다. 그동안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조는 사람이 없이, 모두 열심히 들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간고사를 실시한 직후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헌법재판론 강의를 듣는 학생 여러분께!

학교 캠퍼스의 봄꽃 향기 속에서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힘이 들어도 먼 훗날 대학 시절은 아주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지난 4월 24일 월요일 있었던 중간고사는 모두 잘 치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직 채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정답을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은, 시험은 시험이므로 아는 것도 틀릴 수도 있고, 모르는 문제도 맞출 수 있는 것입니다. 기말고사가 있기 때문에 혹시 잘못 본 경우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고 분발하기 바랍니다.

[향후 강의 관련]


다음 주인 5월 1일(월) 강의시간에는 이미 배포한 경희헌법 2006-4, 175쪽부터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경희헌법 2006-5[제8강좌 내지 제10강좌/ 권한쟁의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을 교재로 강의할 것입니다.

이번에 새로 경희헌법 2006-5를 이메일로 보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법대 행정실에도 종전과 같이 이메일로 보내놓을테니 필요한 학생은 복사하시기 바랍니다.

다음 월요일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어느 의원을 만났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모양이다. 오랜만이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7시가 되었다.


낮에 어떤 사람을 만났더니 세상 살기가 힘들다고 난리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싫어진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싫은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들을 이용만 하려고 들고, 순수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이해관계가 없어지면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무 상관도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해주려고 할 필요도 없고, 점차 인간에게는 실망만 느낄뿐이라고 했다.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사회생활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인지 모른다. 특히 요새와 같은 물질만능의 사회, 인구가 많아진 사회에서는 더욱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기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으면,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고 않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이 살아간다.

 

말초적인 자극이나 재미에 급급하고, 자신의 건강과 취미, 재테크에만 열성을 쏟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모두들 허망하게 느끼고 권태에 빠지고, 삶에 회의를 느끼는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사람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사랑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너나 할 것 없이 외로운 존재다.

 

따지고 보면 다 연약하고 불쌍한 존재다. 원죄를 타고나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간다. 겉으로는 안 그런척 해도 속에는 다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면서 지낸다. 현실적인 욕구불만, 자괴감, 초라함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때론 사람에게 실망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론 사랑을 느끼고 행복을 느낀다. 정을 느끼고 의리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소박한 삶이다.

 

사람이 싫어지면 그것도 힘든 일이다. 어차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려면 좋든 싫든 이해하고 살아야지 모두 못마땅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은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사람들이 싫어지면 분명 자신의 삶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위험하다는 징조다. 그건 사람들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고, 자신이 부족하고 똑 같이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줄 수 있는 원죄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태생적 한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남과 자신은 다르다는 교만의 결과일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서 실망을 느끼듯이,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수 없이 많은 실망을 주고 살아왔을 것이다. 내가 주었던 실망은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기 어렵다. 자기합리화에 빠져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비난도 무조건 방어해서 회피하려고 하는 잘못된 심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느끼듯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주는지 깊이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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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이 되었다. 봄꽃 때문에 들떠있던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짧은 봄을 아쉬워하며, 초여름을 맞는다. 날씨는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더워졌다.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다.


서초동 사무실에 갔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학교로 갔다. 지난 주는 중간고사 때문에 강의를 하지 않고, 2주만에 강의를 하는 날이다. 한 학생이 지난 번 강의를 결석했다고 하면서 진단서를 제출했다.  


3학년 한 학생이 상담하러 왔다. 지방에서 올라와 3학년이 되었는데, 300만원이 넘는 한 학기 등록금 중에서 50만원만 면제를 받는 장학혜택을 한 번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후 그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아쉬워했다. 좋은 학점을 받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졸업할 때까지는 학점을 잘 받는데 전력을 다하고, 졸업을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토익시험준비와 취직시험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표정이 아주 밝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하다. 중요한 인생의 과정에서 내가 도움이 될 일은 무엇인가 열심히 찾아보아야겠다. 강의를 마치고 밖을 바라보니 아직은 4월의 꽃향기가 대지를 훈훈하게 적시고 있었다. 캠퍼스에서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학업에 정진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견스럽게 보였다.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고 테니스장에 다녀왔다. 땀을 조금 흘리고 나니 바람이 참 시원하다. 집에 가만히 있었으면, 땀도 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이 좋은 바람을 느끼지도 못했을 것인데 귀찮지만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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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주변에는 붉은 철쭉꽃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에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오전 11시경 나는 고창읍성을 돌아보고 있었다. 성 안에는 소나무가 많았다. 소나무에서 향긋한 향내가 났다. 봄을 맞아 성은 한껏 푸근함을 더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옛날 성을 쌓기 위해 흘렸던 민초들의 피와 땀을 생각해 보니, 인간의 역사란 정말 비극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고창읍성은 나주의 입암산성과 함께 호남 방어에 매우 중요한 성으로서, 자연석을 거칠게 다듬어 쌓았으며, 조선 초기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성의 둘레는 1,684미터, 높이는 4~6미터다. 92세에 황욱이라는 사람이 쓴 현판글씨를 보면서,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글씨를 썼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인돌도 보고, 대나무숲도 보았다. 고창군은 의와 예의 고장이라고 한다.

 

고창읍성 안의 규모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적의 외침이 있을 때 그 안에 들어와 대치를 하고 있었다는데, 어느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외곽을 보초서던 병사들은 어떤 상황이었을까? 음식은 어떻게 했을까? 등등.

 

성(城)은 규모와 상관 없이 하나의 독립된 세계다. 외부 세계와 단절된다. 의도적으로 높은 벽을 쌓고,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차단한다. 그럼으로써 독립성을 추구한다. 잘 살던 못 살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독자적인 영역 안에서 내적으로 정신적인 독립성을 선언하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게 성이다. 우리의 삶이 그런 성을 만들어 놓고 일생을 살아나가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의 성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잘 모를 것이다. 성 안에 있는 내가 성의 모습을 인식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밖에서 본 나의 성! 그건 내가 성 밖으로 뛰쳐나가야 보일 것이다. 고창읍성을 돌면서, 나는 성과 인생에 관해 진지한 의문들 던져보았다.  

 

성을 둘러본 후 관광버스는 가까운 곳에 있는 황토집이라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간단히 점심식사를 했다. 단체관광이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몹시 어색하다. 가급적 말들을 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만 한다.

 

어서 청보리밭 학원농장에 갔다. 고창읍성에서 약 40분 정도 버스로 가는 거리다. 학원농장은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에 있는데 20만평이나 된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아들이 경영하고 있다고 한다.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며 시원하게 자라고 있는 보리를 보았다.

 

봄날에 파란 보리밭을 보니 정말 눈이 다 시원할 정도였다. 1시간 반 정도를 걸었다. 저수지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조용한 시골길을 걷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보리축제기간이었다. 전통의식에 따라 결혼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실제로 하는 결혼식이라고 하였다.

 

세번째 코스는 선운사이었다. 선운사는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우는 선운산(336미터)에 자리잡고 있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다. 선운사를 보고 내려오면서 마신 막걸리는 정말 시원했다.  전에 들른 적이 있다. 선운사는 주변 산에 쌓여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병품에 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운사까지 가는 길은 아주 운치가 있다. 왼편으로 작은 개천이 있다. 그 건너편에 낮으막한 야산이 있고, 산에는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동백꽃이 많이 있고, 선운사의 오후는 삶의 애환을 훌훌 벗어던지라는 메시지와 함께 침묵하고 있었다.

 

테마관광을 가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피곤하기는 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출발한 것은 아침 7시였다. 해가 길어져서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저녁 8시 반이 넘었다. 토요일 하루를 이렇게 보내니 참 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고창까지 내려갔다 올라오고, 세 군데나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하루 종일 우리를 위해 애써준 기사 아저씨와 가이드분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처럼 하는 관광이지만, 그분들은 직업으로 새벽부터 별로 재미없는 일을 되풀이해야 한다. 얼마나 힘이 들까? 그들의 덕택으로 편하게 좋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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