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에 인터콘티넨탈 호텔 2층 그랜드볼륨에서 K 선배님의 차남 결혼식이 있었다. 삼성동에 있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생기기 전에 강남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에는 주로 팔레스호텔, 삼정호텔 등을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인터콘티넨탈 호탤이 들어선 이후 그 묵직한 분위기 때문에 자주 다녔다. 지금도 가끔 가 보면 로비라운지의 높은 천정이 마음에 든다.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들이 참석했다. 로비라운지에 들어서다가 연수원 동기인 G 를 만났다. 모처럼 만나 얼굴을 보니 반가웠다. 오랜 세월의 동료가 주는 편안함,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함께 1층 커피숍에 가서 차를 마시면서 20여분간 이야기를 했다.


식장에서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오랜만에 봐도 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L 선배를 만나서, 다음에 한번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했다. 사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 그의 본래의 심성이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맺어진 사람들과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껴보았다. 가만히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신의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방향  (0) 2006.06.08
나그네의 풍경  (0) 2006.06.03
운악산  (0) 2006.05.31
삶에 있어서의 유한성  (0) 2006.05.31
기숙사  (0) 2006.05.29
 

                        운악산


                                                     가을사랑


 

바위를 타고 가파른 등산을 한다.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위험하고 험난하다.


경기도 포천군 화현면에 있는 운악산을 찾았다. 운악산은 해발 935.5미터의 산으로서, 포천군 화현면 화현리와 경기도 가평군 하면 하판리에 걸쳐 있다.

 

관악, 치악, 화악, 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의 5대 악산 중의 하나다. 기암과 봉이 많아 중부지방의 소금강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광주산맥에 속하며, 한북정맥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내가 태어나 어렸을 때 자랐던 고향이 경기도 포천군 신북면이고, 화현면에는 부모님들의 산소가 있어, 이곳은 자주 지나다니는 곳이기는 하지만, 운악산 등산을 이 코스로 제대로 하지는 못했다. 전에 몇 차례 현등사까지 올라가 보기는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운악산 휴게소에서 운악사를 거쳐서 궁예궁터 쪽으로 이르는 코스로 산행을 시작했다. 배낭도 없이, 그냥 운동화를 신고 올라갔다. 


운악산에 있는 절, 운악사까지 올라가는 길도 매우 가파르게 시작한다. 그 다음 궁예궁터쪽으로 올라갔다. 곳곳에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코스가 많았다. 밧줄을 타고 10미터 정도씩 올라가는 곳도 있었다. 거의 수직으로 되어 있는 구간도 있었는데, 상당히 힘이 들고 위험을 많이 느꼈다.


밧줄을 타고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물도 준비해 가지 않아 목이 무척 말랐다. 그렇다고 다른 등산객들에 물을 구걸할 수도 없었다. 편하게 올라온 주제에 공짜로 물을 얻어먹을 용기도 없었다.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으면, 불편하고 그것 때문에 고생을 한다.


물은 그래서 귀하고 소중했다. 겨우 운악사 절에 도착해 시원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험한 산이라 내려올 때 역시 힘이 들었다. 밑에 도착하니 땀이 많이 났고, 지쳐서 힘이 들었다.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원래 나무의 색은 초록색이 아니었다. 초록색은 여름에 나뭇잎들이 만들어 놓은 옷과 같은 색깔이었다. 나무는 잎이 없는 상태에서는 갈색과 흙색을 띄고 있었다. 뿌리도 비슷했다. 그게 원래 나무의 색깔이었다.


잎들은 변한다. 초록색에서 단풍이 들면 노랗거나 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건 잎의 색깔이지 나무의 색깔이 아니다. 나무의 색깔을 보면서 나는 사람의 색깔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의 본래 색깔은 어떨까?  겉에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은 그 사람의 색깔이라고는 할 수 없다.


피부색도 진정한 색깔은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원래의 색깔은 모두가 다르다. 하얀 사람, 까만 사람, 노란 사람, 속이 시커먼 사람, 그때 그때 보호색으로 바꾸는 사람 등등. 다른 사람들이 색깔은 잘 모르지만, 내 색깔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수 있지 않을까? 나는 오랜 시간 나의 색깔을 생각해 보았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굵은 밧줄은 산에 올라가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다. 그 밧줄이 없으면 안전한 등산을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밧줄은 생명의 밧줄이었고, 사랑의 밧줄이었다. 밧줄을 잡으면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손쉽게 올라갈 수 있다.


밧줄을 놓치면 그대로 추락해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게 된다. 밧줄은 도시에서 볼 때와는 그 의미가 전혀 달랐다. 길에서 보는 밧줄은 아무런 생명이 없다. 그냥 단순한 물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험한 산에서 도움을 주기 위해 바위나 나무에 걸려 있는 밧줄은, 그 자체가 생명이고, 사랑을 담고 있었다. 아주 특수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고, 고귀하게 보였다. 밧줄을 무시해서는 그곳에서 살아 남을 수 없다. 밧줄은 모든 존재에 우선해서 그 존재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밧줄을 붙잡고 조심조심 올라가면서, 또 다른 밧줄을 떠올렸다. 예전에 서대문구치소에서 보았던 무시무시한 밧줄이 기억이 났다. 그 밧줄은 사형집행을 하기 위한 밧줄이었다.


천정에 매달려 있다가, 사형을 당할 사람이 있으면 그 밧줄은 사형수의 목을 감고 밑으로 떨어뜨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얼마 안 있어 목이 조이고, 목뼈가 부러져 숨이 끊어지고 생명을 잃게 된다.


그 밧줄은 계속해서 사형만 집행하고 있었다. 내가 본 밧줄에는 사람의 기름이 묻어 반질반질하게 때가 끼어 있었다. 그 밧줄은 같은 밧줄이면서, 사람의 생명을 끊어가고 있었고,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무런 사랑도 없었고, 지독한 증오만 배어 있었다.


사람에게는 사랑의 밧줄이 필요하다.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잡고 싶은, 잡아야 할 밧줄이 있어야 한다. 그 밧줄의 위력은 대단하다.  밧줄을 믿고, 밧줄을 잡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위험을 피할 수 있고,  험한 강물을 건널 수 있다.


사랑의 밧줄을 찾아라. 평생 붙잡고 따라갈 밧줄을 찾아, 손에 잡아라. 허리에 묶어라. 그러면, 사랑은 몸속에 들어와 행복을 줄 것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그네의 풍경  (0) 2006.06.03
인터콘티넨탈호텔  (0) 2006.05.31
삶에 있어서의 유한성  (0) 2006.05.31
기숙사  (0) 2006.05.29
북한산  (0) 2006.05.28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는 아주 제한되어 있다. 살면서 그런 사실을 잊어버리는 때가 많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출퇴근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 우선 차를 타고 있는 시간 동안 드라이브 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나쁠 것도 없다. 또 차안에서 음악이나 라디오방송을 들을 기회가 많은 것도 괜찮다.


아침에 출근해서 H의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주의를 주었는데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거리가 너무 멀고 근무여건이 힘들어서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려면 힘이 들어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점심시간에 밖에 나가 식사를 했다. 차가 꽤 막혔다. 날씨도 무척 더워졌다. 차안에서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조 실장님을 만났다. 항상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출판사 이 사장님의 방문이 있었다. 부동산 관련 책자발간문제를 상의했다. 퇴근 무렵 C 교수님의 방문이 있었다. 강의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상의했다.


퇴근 후 테니스코트에 가서 게임을 했다. 날씨 때문에 땀이 많이 났다. 미사리 밭에 가서 채소 심어있는 상황을 구경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터콘티넨탈호텔  (0) 2006.05.31
운악산  (0) 2006.05.31
기숙사  (0) 2006.05.29
북한산  (0) 2006.05.28
소나기  (0) 2006.05.27
 

                         기숙사

 

                                                 가을사랑

 

 

지방에서 올라 온 한 학생을 만났다. 지방 출신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시설도 매우 좋다고 한다. 1인 2실에 하루 세끼 식사도 제공해 주고 한달에 14만원을 받는다. 음식도 입맛에 맞고,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다만, 학교까지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통학시간 때문에 약간 불편하다고 했다.

 

에전과 달라 요즘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어떻게 생활을 해야하나를 궁금하게 생각했는데, 그 학생의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여러 가지 좋은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교 등록금 마련이 큰 문제일 것인데, 그것도 학점을 잘 받으면, 등록금 전액 또는 일부 면제제도가 있고, 그외 장학금혜택도 있다고 한다. 가정경제가 어려운 인재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사회 도처에 조금씩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렵게 공부를 했던 대학시절을 강하게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 학생과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했다. 30년 넘은 대학시절을 돌이켜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 학생을 보니, 우리 사회가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장학혜택과 공부를 하려는 재원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고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교 기숙사는 식사대금을 빼고 월 14만원이고, 식권을 사면 월 11만원이 더 추가된다고 한다. 학교 기숙사는 학교에 왔다 갔다는 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경비가 더 들고,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든다고 했다.

 

고향출신 기숙사에서는 그 고장 입맛에 맞게 아주머니들이 아주 성의껏 음식을 만들어 준다고 했다. 공부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 나름대로 비용을 절약해 가면서 열심히 살고 있다. 가끔 사람들이 호텔에 가서 식사를 한다. 1인당 한끼에 10만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호텔이 아니라도 식사비용은 꽤 비싼 편이다. 게다가 술까지 곁들이면 그 비용은 엄청나다. 10만원이면, 대학생은 한달을 먹을 수 있는 돈이다. 어떤 사람은 한달 동안 90끼니를 10만원 가지고 먹고, 어떤 사람은 하루 저녁 식사비용으로 10만원을 쓰는 셈이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이런데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비록 돈을 벌어 가진 입장이라도 같은 사회에 살면서 이런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다른 사람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구리가 올챙이 때 일을 다 잊어버린다고, 나 또한 그런 상태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몇몇 학생들의 상담을 했다. 학생들은 6월 20일경으로 예정되어 있는 기말고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했다. 

 

저녁 7시가 되어 연구실에서 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뭇잎들은 파란색으로 생명의 아름다운 모습을 마응껏 보여주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악산  (0) 2006.05.31
삶에 있어서의 유한성  (0) 2006.05.31
북한산  (0) 2006.05.28
소나기  (0) 2006.05.27
남산도서관  (0) 2006.05.26
 

                          북한산


                                                   가을사랑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 있으면 생명은 있지만, 자신이 식물인지 동물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수가 있다. 사람은 식물이 아니라 동물에 속한다. 동물인 사람이 식물이 되면, 식물인간이라고 불리워진다. 식물인간은 이미 사람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배낭에 이것 저것을 넣고, 구기터널 옆에 있는 북한산입구로 갔다. 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11시경이 되었다. 늘상 그곳에 있는 노점상에서 면장갑을 샀다. 청계산 입구에서는 한컬레에 천원인데, 그곳에서는 500원이다. 내게는 참 편한 스타일의 장갑이다. 5컬레나 샀다.


날씨는 일기예보와 달리 맑았다. 구름이 하얗고, 하늘색이 파랬다. 모처럼 파란색의 하늘을 보니, 기분이 맑아졌다. 하늘색이 아주 예쁘게 보였다.


구기매표소에서 출발해, 승가사를 지나 비봉까지 올라갔다. 비봉 바위는 너무 높고 위험해 보여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봉에서 문수봉까지 갔다. 약간은 위험한 곳이 있었다. 문수봉에서 바라보는 서울은 상당히 넓었다. 문수봉 부근에는 종로구와 고양시의 경계표지가 있었다. 한쪽은 종로구고 다른 쪽은 고양시다.


대남문에서 북한산성매표소쪽으로 내려갔다. 5.5킬로미터의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나는 이 길을 매우 좋아한다. 숲이 우거져 있고, 한쪽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바위도 적어 흙길을 따라 오래 걸을 수 있다.


진한 초록색의 나뭇잎들은 이제 완전히 제 세상을 만났다. 맑은 물에 손을 담그면 그 차가운 촉감이 온몸에 전율처럼 흐른다. 세상 모든 욕심을 이 물 속에 씻어버릴 마음으로 손을 비볐다. 이기적인 사람들, 잘난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했던 마음들이 물속으로 녹아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자연은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 내 몸을 맡길 때 나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이다. 내가 산을 좋아하고, 산에 가서 산을 느끼니 산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파란 숲속에서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보았다. 내가 살아서 움직이고, 공기를 들이 마시고, 물소리를 듣고, 새소리에 귀를 곤두 세우는 자연속의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서 졸려운 듯 얼굴을 닦고 있었다. 북한산성매표소에 내려와서 생맥주를 한잔 했다. 시원한 맥주가 뱃속에 짜릿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에 있어서의 유한성  (0) 2006.05.31
기숙사  (0) 2006.05.29
소나기  (0) 2006.05.27
남산도서관  (0) 2006.05.26
음란전화 [5]  (0) 2006.05.24
 

                          소나기


                                                    가을사랑


 

삶이 권태로울 때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은 환경을 바꾸어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를 달리 해보는 것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므로 때로 지친다. 똑 같이 되풀이 되는 삶에 회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럴 때는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있는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삶은 결코 어떠한 변화도 수용할 수 없다.


꼭 그런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비가 그친 것 같고, 구름이 조금 걷히는 것 같아 간단히 배낭을 챙겨 청계산으로 갔다. 오후 2시반경 입구에 도착해 매봉쪽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산길은 질지 않았다. 비에 젖어 있었지만 산행을 하는데 커다란 불편은 없었다.


비가 그쳐 습기가 촉촉한 숲속길은 걷기가 좋았다. 벌써 5월말이 되어서 그런지 해가 나지 않았어도, 등산을 하니 땀이 계속 났다.


비에 젖은 나뭇잎들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가물었을 때 초라해 보이던 나무들은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잎에도 물기를 축축히 올려놓고 있었다. 산속은 온통 물기 천지였다. 군데 군데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개는 특히 그 부분의 지열이 다른 곳보다 높을 때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렇다면 안개가 피는 곳은 보다 따뜻한 정이 있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가운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에게서 정은 솟아난다. 안개처럼 정이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것이다. 안개는 웬지 모르게 푸근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의 정도 우리를 푸근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바닷가 모래알보다 더 많은 나뭇잎들이 바람을 맞고 있었다. 바람의 철학을 생각해 보았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 존재다. 단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바람은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눈을 감고 있어도 불어오는 방향을 알 수 있다. 바람의 촉감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때 그때 바람이 주는 촉감은 정말 너무 다르다. 사람처럼 예민한 감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면 바람의 민감한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바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무와 나는 바람을 잡을 수도 없었다. 바람에게 기대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바람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나와 나무는 바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바람에 특별한 이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바람은 바람으로 끝난다.


그러나 바람은 신선한 공기를 가져다 주고, 상큼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산마루에 올라가니 갑자기 바람이 차가웠다. 바람의 변화가 궁금했다. 바람은 수시로 변한다. 그게 바람의 속성이었다.


살아 있는 존재는 항상 바람을 맞으며 살아간다. 바람 때문에 많은 변화를 겪게도 된다. 태풍 때문에 농사가 망하기도 한다. 바다의 폭풍 때문에 배가 뒤집히기도 한다. 강한 회오리 바람 때문에 차가 파손되기도 한다. 바람은 두렵기도 하고, 희망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바람은 사랑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이지 않는 사랑은 바람처럼 어디에서 발원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랑에 집착하게 된다. 바람처럼 사랑은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우리의 몸과 영혼을 사로 잡는 이상한 힘이 있다.


매봉까지 올라갔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철쭉을 자세히 보니 나뭇잎이 모두 5개로 합쳐서 정확한 도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동안 철쭉을 보면 항상 예쁜 꽃만 눈에 넣었는데, 이제야 그 잎들의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 보게 되었다.


매봉에서 내려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나기처럼 내렸다. 애당초 우산도 없이 올라갔기 때문에 모자를 쓴 상태에서 비를 맞을 각오를 했다. 숲속에서 내리는 비를 맞는 기분도 특이했다. 우선 시원한 기분이 든다. 나뭇잎들이 일차로 막아주니까 비의 강도도 줄어들었다. 숲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보통 듣는 소리와는 또 달랐다. 아주 운치가 있었다. 비를 맞는게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천천히 비를 음미하면서, 비가 내리는 청계산 숲을 감상하면서 내려왔다. 1시간 가까이 빗길을 내려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굴다리에는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오이와 상추 등을 만원어치 샀다. 아주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에게서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 채소를 샀다.


그 할머니는 돈 만원을 받자 만원을 벌었다며 얼씨구 절씨구 흥겨운 노래를 작은 소리로 한다. 옆에 있는 다른 아주머니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물건을 파는 할머니 바구니에는 천원짜리가 10개 정도 놓여있었다. 비가 와서 오늘은 물건을 많이 못팔은 모양이다.


버스를 탔다. 버스에 사람들이 가득 탔다.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서울의 도시는 비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런 빗속에서도 수많은 간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숙사  (0) 2006.05.29
북한산  (0) 2006.05.28
남산도서관  (0) 2006.05.26
음란전화 [5]  (0) 2006.05.24
음란전화 [4]  (0) 2006.05.24
 

                           남산도서관


                                                             가을사랑


5월의 맑은 날씨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개 낮에 사무실에 있는 경우가 많아 가끔 외출을 하게 되면, 약간은 눈도 부시고 얼떨떨한 느낌을 갖게 된다.


지난 화요일 오후에는 남산도서관에 잠깐 들렀다. 수 많은 책들을 보면서, 책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젊던 많던 비교적 순수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헌법 분야의 책을 몇권 찾아 읽어보았다. 도서목록 검색을 해보니 내가 쓴 책도 4권이나 수록되어 있었다. 국제형법, 이렇게 하면 빨리 석방된다 등의 책이다. 남산도서관은 입장하는 데 돈을 내지 않는다. 시설도 아주 잘 되어 있다.

 

도서관 안에 들어가 있으면 바깥의 소음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앉아서 책을 읽기에 너무 좋다. 다만, 그 안에 어디서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남산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실 공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못찾았다. 그냥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실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서 나와 도산기념관 옆으로 가니 내려가는 길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가 눈에 띄었다. 밑에서 위로 쳐다 보니 정말 대단한 규모의 나무였다. 그 시원한 그늘을 보면서 한 그루의 나무가 갖는 위력을 생각해 보았다. 

 

그 오래 된 나무는 남산공원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며 수백년의 세월을 지내왔을 것이다.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람들의 영고성쇠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권력을 잡았다가 허망하게 무너져간 사람들, 장사나 사업을 잘 해서 수많은 돈을 모았을 재벌이나 거상들, 얼짱 몸짱으로 태어나 뭍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사랑을 받았던 남자와 여자들, 공부를 잘해 과거에 장원급제해서 높은 관직에 올랐던 사람들, 4대문 안에서 조용하게 살아갔을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하늘부터 땅까지의 모든 일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거대한 오래된 나무 아래서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부자 되기에 힘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려라' 잠언 23장 4절에 나오는 성경구절이 생각났다.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히 재물은 날개를 내어 하늘에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 잠언 23장 5절 말씀이다.  

 

목요일 점심시간에는 K 부회장, S 부장과 함께 메리엇트 호텔 일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대화내용이 무거웠기 때문에 식사를 하면서도 맛을 음미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꾸 토론을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제의 해결방법은 찾아지는 것이다.


목요일 저녁에는 한우리테니스코트에서 테니스를 쳤다. 게임을 하다 보니 3게임이나 했다. 거의 2시간 동안 테니스를 쳤다. 숲으로 둘러쌓인 코트에서 운동을 하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코트가 별로 붐비지 않아 항상 가면 아무 때고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


운동을 하고 상일동 재래시장으로 가서, 생맥주를 마셨다. 밤 12시가 다 되도록 사람들이 많이 밖에 나와 있다. 치킨 호프집 앞에는 밖에 의자를 놓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나도 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길에서 파는 산오징어도 1만원에 4마리나 요리를 해서 가져다 준다.


금요일은 주말이 되어서 그런지 마음이 편하다. 점심 시간에 어느 협회 부회장과 식사를 함께 했다. 공인회계사 한 분도 참석했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니 유익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다.


서린법인이 이전한 곳을 방문하고 문 변호사를 만나 차를 마시고 축하해 주었다. 강남역 부근인데 사무실을 잘 꾸며놓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0) 2006.05.28
소나기  (0) 2006.05.27
음란전화 [5]  (0) 2006.05.24
음란전화 [4]  (0) 2006.05.24
음란전화 [3]  (0) 2006.05.24
 

뿐만 아니라 소시민의 입장에서 그런 큰 돈을 물어줄 능력도 없었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현금을 1천만원 여유돈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돈을 쉽게 벌거나 원래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은행에 몇억원씩 예금을 해놓고 있기도 하다.


재벌들은 몇천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서울의 고급 아파트는 한 채에 3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명품 옷에 고급 승용차에 호텔 저녁식사값은 1인당 10만원이 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양극화된 사회에서 화이트칼러범죄가 아니고, 일반 범죄는 대개 어려운 사람들이 범죄에 관련되고 있다. 그래서 돈 있는 사람들은 선뜻 1천만원도 주고 합의를 볼 수 있지만, 어려운 서민들은 100만원만 주려고 해도 신용대출을 받거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 급전을 빌리려고 하면 악덕 사채업자들이 완전히 발가벗겨 먹어버리는 세상이다.


결국 방수 씨는 합의도 하지 못한 채 검사에 의해 불구속기소됐다. 구속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구속으로 정식재판을 받도록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갔다는 뜻이다. 증거로서는 피해자의 고소장과 피해자의 진정서, 피해자에 대한 경찰 작성의 진술조서, 경찰 작성의 방수 씨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녹취록 등이 있었다.


방수 씨에 대한 죄명은  ①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과, ②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이었다. 구체적인 적용법조는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14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제65조 제1항 제3호, 형법 제37조, 제38조, 제40조였다.

 

1994년 1월 5일 제정된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제14조(통신매체이용음란)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1년 1월 16일 제정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륦 제55조(벌칙) 제1항 제3호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말, 음향, 글, 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동조 제2항은 제1항의 죄를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방수 씨의 사건이 법원에 넘어간 뒤 1주일만에 법원으로부터 공소장부본과 함께 피고인소환장이 송달되어 왔다. 기소된 날짜로부터 1달만에 첫 공판기일이 지정되어 있었다.


공소장에는 자신의 범죄행위가 공소사실이라는 제목으로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자신이 봐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법원에서 온 서류 중에는 답변서와 정상관계진술서, 국선변호인선정청구서 등의 양식이 함께 들어있었다.


방수 씨는 자신이 순간 잘못 생각하고 장난삼아 음란전화를 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혔던 죄의 대가가 이렇게 큰 줄 정말 몰랐다.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달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기  (0) 2006.05.27
남산도서관  (0) 2006.05.26
음란전화 [4]  (0) 2006.05.24
음란전화 [3]  (0) 2006.05.24
음란전화 [2]  (0) 2006.05.24
 

형사소송법에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피의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모든 장치를 규정해 놓았지만, 방수 씨의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절차가 밟아질 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혹시 부인이 위 현행범인체포통지서를 보게 되면 얼마나 놀라고 궁금할까? 또 방수 씨 모르게 경찰관에게 전화로 확인해 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다행이 방수 씨의 부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나갔다. 위 통지서는 방수 씨가 우체함에서 먼저 받아 찢어버렸다.


경찰은 방수 씨에 대한 주민조회와 범죄경력자료조회를 해서, 과거에 다른 범죄경력이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리고 피의자주거조사서를 작성했다. 방수 씨는 경찰에 의해 불구속입건된 지 한달 만에 관할 검찰청으로 사건이 송치되었다.


검찰청에 사건이 송치되니 담당검사가 정해졌다. 검사는 방수 씨를 불러 범죄사실에 대한 확인을 한 후, 피해자로부터 정식으로 고소장이 제출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를 물었다.


방수 씨는 그때서야 상대방인 의상실 여주인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법을 잘 모르는 방수 씨로서는 50살이 넘은 여자가 젊은 남자로부터 음란한 전화를 받았다고 해서 무슨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렇다. 상대방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기가 어렵다. 방수 씨는 남자였기 때문에 여자들이 그와 같은 음란전화로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알지 못했다. 방수 씨의 부인이나 딸이 그런 전화를 계속 받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방수 씨도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모든 범죄의 피해는 그렇다. 길 가다가 조금 폭행을 당해도 당한 사람의 입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진단 4주의 상해로 팔이 부러지거나 다리가 부러지면 그 고통을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는 것이다.


기브스를 해야 하고, 모든 일상의 생활이 마비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놓여 있는 거리는 결코 극복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사고와 느낌의 한계 때문에 영원히 존재한다.


방수 씨는 자신의 정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피해자와 접촉을 해보았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피해자측에서는 상당히 많은 금액을 요구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고 하면서 최소한 1천만원을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과연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어느 정도이며, 이를 금전으로 보상한다면 얼마나 될까? 물론 구체적인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 가해자의 범죄행위의 내용과 정도, 피해자의 연령, 직업, 환경 등을 종합해서 결정될 것이지만, 방수 씨의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요구하는 1천만원이 웬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산도서관  (0) 2006.05.26
음란전화 [5]  (0) 2006.05.24
음란전화 [3]  (0) 2006.05.24
음란전화 [2]  (0) 2006.05.24
음란전화 [1]  (0) 2006.05.24
 

방수 씨는 경찰관의 조사에 순순히 응했고, 대부분의 사실을 시인했다. 사실 정확한 일시와 장소나 구체적인 대화내용 등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의상실 주인이 진술하는 내용대로 거의 인정하고 말았다. 지엽적인 사항을 다투어보았자 별 실익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경찰관 하는 말이 빨리 시인하고 나가라는 식이어서 그대로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조사과정에서 들어보니 피해자는 방수 씨가 전화를 하기 이전에도 오래 전부터 남자들이 많은 음란전화를 해서 괴롭혔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의상실 여주인은 가게 전화를 발신자표시가 되는 전화기로 바꾸어 놓았다. 그런데 공중전화에서 발신된 전화는 가게 전화기에 공중전화라고 표시되는 데, 가게 전화를 여주인의 핸드폰에 착신되도록 조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핸드폰에는 공중전화번호가 찍히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여주인은 발신지인 공중전화번호를 알게 되었고, 경찰은 이를 근거로 추적해서 방수 씨를 검거했던 것이었다.


방수 씨는 현행범인체포되면서, 범죄사실의 요지, 현행범인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받고 변명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확인한다는 확인서에 서명 날인하였다. 물론 도장은 없었으므로 자필로 이름을 쓰고 사인을 한 후 우무인을 찍었다.


경찰에서는 방수 씨의 집으로 현행범인체포통지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보냈다. 수신인은 방수 씨 본인이 아닌 방수 씨의 처 앞으로 되어 있었다.


그 내용은, ① 방수 씨의 인적 사항과 방수 씨를 언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등 피의사건으로 현행범인체포하여 어느 경찰서에 인치구금하였음을 통지한다.


② 현행범인체포된 피의자의 법정대리인,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와 호주는 각각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③ 피의자 등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신청할 수 있다. ④ 법원에 체포구속의 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란전화 [5]  (0) 2006.05.24
음란전화 [4]  (0) 2006.05.24
음란전화 [2]  (0) 2006.05.24
음란전화 [1]  (0) 2006.05.24
빗소리  (0) 2006.05.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