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월요일 출근길에 올림픽도로는 예전보다 차가 적은 것 같았다. 이제 올림픽도로변에는 개나리꽃은 거의 없어졌고, 대신 파란 잎이 많이 찼고, 철쭉꽃이 군데 군데 피어있었다.


개나리꽃과 달리 철쭉꽃은 차분한 느낌을 준다. 보랏빛이어서 그런지 모른다. 계절은 매우 정확한 것이어서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그 색깔에 그 모습을 보여준다.


점심때는 남도미락에서 월요회 모임을 가졌다. 9명이 참석했다. 몇 사람은 항상 골프이야기다. 신원 CC 회원값이 9억원이나 된다는 등의 이야기다. 중국 3박4일 여행비가 39만원이라고 한다. 늘상 세속적인 이야기가 관심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 전무님이 방문이 있었다. 협회를 새로 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협의를 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테니스코트에 갔다 왔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코트가 촉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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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한 개체가 정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그 작품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전에 미리 만들어놓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아주 우연히 엮어져가는 실제상황의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이다. 연극일 수 있고, 소설일 수 있다. 때론 시가 되기도 한다.

 

자기 자신이 한 작품의 주인공이 되고,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게다가 자꾸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며 관계를 맺기 때문에 그 작품은 더욱 흥미진진하다. 이게 인생이라는 작품의 본질이다. 그래서 재미 있고, 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4월 21일은 금요일이었다. 신 변호사님과 함께 사무실 옆에 있는 미니슈퍼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는 콩나물라면이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오후 4시에 재향군인회에 갔다. 향군회관 2층에서 향군 정기총회가 있어 참석했다. 31대 회장으로 박세직 장군이 선출되었다. 이상훈 회장의 이임식과 박세직 신임회장의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국민중심당의 신국환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행사였다. 김광수 실장을 만나 나란히 앉았다. 아는 사람들이 여러 사람 있었다. 평생을 군에 바친 사람들의 모임이고 행사라 다른 행사와는 많이 달랐다.  


저녁 7시경 교보문고빌딩 2층에 있는 라브리(La'bri)식당에 갔다. wine & dinner 식당이다. 스테이크로 저녁식사를 했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쌀쌀했다.  


택시를 타고 남산도서관까지 가서 남산순환도로를 걸었다. 밤이라 꽃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4월 22일 토요일에는 북한산에 갔다. 구기동 매표소에서 출발해서 대남문까지 올라갔다. 등산객들이 많았다. 대남문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그곳에서 올라오는 주지스님을 만났다. 스님을 따라 문수사에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보살님이 그곳에서 캔 쑥으로 떡을 만들었다는데 참 맛이 좋았다. 이것 저것 많이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렀다. 스님은 문수사에 오신지 벌써 23년째라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는 계곡물이 맑게 흐르고 있었다. 가끔 물에 손을 담갔다. 그 차가운 촉감이 너무 좋았다. 4월에 맞는 온도였다. 그런 촉감, 느낌을 몸 속에 오래 오래 저장해 놓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역까지 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시 사무실에 가서 기자를 만나고 돌아왔다.

 

저녁에는 미사리 강변을 걸었다. 여정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쏘가리매운탕과 삼겹살을 먹었다. 처음 간 식당인데 안쪽으로 넓고 좋았다.

 

4월 23일은 일요일이었다. 명일동 블루클럽에 가서 이발을 했다. 1시 예배를 마치고 나와 서브웨이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검단산 등산을 했다. 약수터까지 갔다왔다. 비가 온 다음이라 날씨는 선선했지만, 조금 있으니 곧 등산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숲 속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정말 좋았다. 가끔 바람이 불면 나뭇잎에 고여있던 물방물들이 떨어졌다. 그 촉감도 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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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사실 배가 부른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전에 그냥 하루 하루를 맹목적으로 살고 있다. 목숨이 붙어 있기에 살아가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또한 작은 고통이나 걱정이 있어도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말보다는 그 순간에서 벗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랄뿐이다. 삶에 있어서 걱정거리가 생기면 갑자기 세상은 캄캄해지고, 마음은 가라앉고, 모든 현상이 어둡게만 보인다. 그래서 고통이 없는 것이 행복이라는 말이 의미를 지닌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깊이 생각할 겨를 없이 그냥 시간이 흘러갔다. 공부도 해야 했고, 일도 해야 했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좋으면 좋다고 느끼고 싫으면 싫어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건 결국 허무였고, 무의미였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인생의 권태를 느끼게 되고 허무주의자가 될 위험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짧은 인생이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보람을 찾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느냐 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짧은 인생이 헛되지 않도록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애써야 한다.

 

때로 절망 때문에 어두워지는 경우가 있어도 밝은 빛을 찾아야 한다. 그건 행복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행복이란 불행과 대칭되는 말이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것이다.

 

다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불행하지 않아 행복한데, 그 행복을 인정하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지금 이 시간 크게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아니 불행하더라도 그 고통이 일시 소강상태에 있거나 그 불행이 가슴에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행복하다고 믿어라. 그건 진정 행복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복은 불행하지 않은 상황,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 순간,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복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 느껴지는 인식작용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상황에 있더라도 보는 시각, 인식하는 방법에 따라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 이렇게 객관적으로는 불행한 것이 분명한데도 주관적으로 불행을 뛰어넘어 비불행, 행복이라고 인식하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동물과 다른 점이고, 철학적인 사유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어제 저녁에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이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6시 반에 집을 나섰다. W와 J를 차에 태우고 양재동까지 데려다 주고 왔다.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로 지냈다. 4시경 장부장님 일행을 만나 회의를 했다. 출판사 장사장님의 방문이 있었다.


5시 반경 서초동을 출발해서 용인 삼성에버랜드로 갔다. 해가 지기 전에 에버랜드 입구에 늘어서 있는 벚꽃과 개나리꽃을 보았다. 너무 아름다웠다. 입구에 있는 청주보쌈 식당에 갔다. 보쌈과 파전, 막국수를 시켜 먹었다. 음식맛이 좋았다.


에버랜드에 들어가니 날씨가 다소 쌀쌀했다. 바람도 불었다. 그러나 한참 걸으니 많이 풀렸다. 밤인데도 사파리월드를 구경할 수 있었다. 곰과 사자, 호랑이 들이 보였다. 8시반부터 퍼레이드가 있었다. 휘황찬란한 복장에 경쾌한 음악, 신나는 율동을 오래 구경했다.

 

늦은 시간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모여있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구미에서 수학여행을 왔다고 한다. 오늘 올라와서 내일 간다고 한다. 

 

옛날에 나도 서울에 수학여향을 왔었다. 남산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에 아무 걱정도 없이 재미있게 놀러다녔던 시절이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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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세상을 살면서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딘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점은 어디인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현재 제대로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대답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세상 살기가 만만치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세상은 매우 공평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평치 않는 부분이 많다.


능력 있는 부모를 만나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요새는 그런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예전에 모두 못 살고 못 먹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일단 축적된 부의 막강한 자기증식력은 웬만한 노력을 해서 겨우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과의 격차를 현저하게 벌려놓고 있다.


물질적인 기준에만 눈을 돌리면 보통 사람들은 초라해지고 비참해져서 살기 어렵다. 도시를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대형빌딩들, 백화점의 호사스러운 분위기, TV를 통해 억지로 받아들여야 하는 재벌들의 거대한 수익 및 호화생활, 늘상 골프장에서 살고 해외여행을 밥먹듯 하는 사람들의 모습, 이런 분위기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눈을 돌리고 귀를 막고 살아도 끊임 없이 들려오는 유쾌하지 않은 환경이다.


사람들은 점차 순수성을 상실하고, 대부분의 경우 물질적인 이해관계를 쫓아 방향을 돌린다. 이해관계가 없으면 아무도 연락을 먼저 하지 않는다. 대화는 공허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모처럼 전화를 걸어 오는 사람들은 대개 무슨 필요성이 생겨 찾는 것이다. 붙임성 있게 남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출세하고 돈을 버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이다. 법조브로커나 금융브로커라고 지탄을 받는 사람들도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처세술이 좋고, 대인관계를 넓혀 최대한 이용함으로써 무슨 역할을 하고 돈을 버는 수완 좋은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 사람들도 대부분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다는 인식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되면 아차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현실이다.


정치인들도 공무원들도 뇌물죄라는 인식도 없이 돈을 받아 쓰고 설마 문제가 되랴 하는 식으로 낙관하면서 산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세금은 가급적 내지 않으려고 하고, 회사 돈은 곧 내 돈이다. 사건화 되면 재수 없어 그렇다는 식으로 억울하게만 생각한다. 투서한 사람을 원망하고,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만났고, 독한 수사관을 만나 망했다는 생각을 하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사람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내가 뭐 그렇게 잘났다고 떠드는지 생각해 보고, 조용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거기에서 작은 만족을 찾아야 한다. 작은 분수, 작은 만족, 작은 행복에서 우리의 살아가는 방향을 찾아야겠다.


날씨는 우중충하다. 봄비가 내려 꽃들도 화사함을 많이 잃었다. 그래도 이런 모습은 그 나름대로 멋이 있고, 의미가 있다. 밖으로 나가 촉촉이 젖은 대지를 밟고, 마음껏 수분을 섭취한 나무들의 싱싱한 모습을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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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리고 있다. 촉촉한 느낌이 그야말로 봄비다. 봄에 내리는 비는 빗소리도 은은하고 정겹다. 새로운 싹을 내보내는 대지의 사랑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재향군인회를 들러 차를 마셨다. 회장님 임기가 4월 21일로 끝난다. 벌써 6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신임회장 선출이 내일 모레로 잡혀 있다. 이취임식을 금요일 오후 4시에 한다고 한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이 무척 막혔다. 비가 오니 테헤란로에 차가 많이 밀렸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사재 1조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오후 내내 바빴다. 사건 때문에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애환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된다. 사기죄로 고소를 당한 사람, 상대방을 고소한 사람, 이혼소송을 하고 있는 당사자. 건물명도소송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한 사람 한 사람이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과 문제의 해결방법을 상의하다 보면 하루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저녁 6시 반 동대문에 있는 동화반점에서 모임을 가졌다. 20여명 정도가 모였다. 58도 중국술을 마셨다. 2차로 부근에 있는 호프집에 들렀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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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12시가 조금 안 되어 학교로 갔다. 위원회에 참석한 후 함께 식사를 했다. 3시에 강의를 했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중간고사를 보게 된다. 학생들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법대 건물 뒷편으로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꽃이 한껏 피어 있었다. 분수대 있는 곳으로 나오니 벚꽃이 바람에 눈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분수대 주변은 정말 아름답다. 너무 좋은 캠퍼스다. 캠퍼스의 4월은 시간을 그냥 보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6시 30분경 법무관들과 함께 모여 회의를 하고, 해송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오늘 아침에는 택시를 타고 학교로 가서, 차를 가지고 출근을 했다. 차를 놓고 다니니 몹시 번거로운 일이었다. 학교 구내식당에서 혼자 햄버거를 먹었다. 학생들이 아침부터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점심시간에는 메리어트 호텔 2층 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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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공원


                                               가을사랑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게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주 볼 수 있는 게 있다.  


인생이란 자신이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혼자 길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가만히 있으면, 인생은 물 속에 잠기는 물체가 되고 만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발버둥쳐야 물 위로 떠오르게 되고, 밝은 세상이 보인다. 인생은 끝없는 고행이다. 외로운 바다의 항해다.


봄꽃이 한창이라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음 먹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타고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도착하니 11시 반이 되었다. 입장권을 사는 데도 줄이 길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동물원과 장미원을 구경할 수 있는 패키지 입장권이 어른 한 사람에 3,600원이다.

 

봄날 공원에 바람을 쐬러 온 사람들은 그래도 순수한 사람들이다. 세상 별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욕망에 가득찬 사람들은 오늘도 집에 틀어박혀 있거나, 골프라운딩을 하고 있거나, 호텔 커피숍에서 열심히 사람들과 무언가 상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욕망이라는 괴물을 더욱 커다란 욕망으로 인도해 나아가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욕망은 더 멀리 앞으로 나가서, 더 빨리 따라 오라고 손짓하게 된다. 그 손짓에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면 결국 파멸이라는 심연의 못에 빠지게 된다. 헤어나지도 못하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믿고 살다가 허망함의 종착역에 이른다.   


주차장에서 동물원 입구까지 가는 길에는 벚꽃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얗게 피어있는 벚꽃은 눈부시게 봄을 장식하고 있었다. 하얀 눈꽃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오늘이 가장 피크가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상춘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예전에 과천에 살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내가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1987년이었다. 법무부에서 근무하면서, 직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한다고 과천 주공아파트를 전세로 얻었다. 과천에서 생활하면서 나는 한동안 서울을 잊고 살았다.

 

새벽에 청계산 등산을 다니고, 헬스클럽에도 다녔다. 점심은 대개 청사 앞에 있는 식당가에서 했다. 점심시간에도 사람들과 어울려 차를 운전하고 나왔다. 밤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야근할 때가 많았다.

 

늦게까지 일을 열심히 하고 밖에 나오면 별이 보였다. 과천은 서울보다 공기가 맑아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밤이 어떨지 잘 모르겠다. 점심 식사를 한 후 법무부 건물 뒷편으로 약간 산책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다. 

 

그때는 막상 과천에 살고 있으니, 가까이 있는 서울대공원에 자주 오게 되지 않았다. 한 3년 가까이 과천에서 살면서 서울대공원에는 10번도 안 갔을 것 같다. 아니 그 보다 더 적게 갔던 것 같기도 하다. 대공원은 갈수록 잘 꾸며놓아 이제는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물원을 지나니, 인공포육장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어버린 경우와 같이 대부분의 야생동물과는 달리 어미 손에서 자라지 못하는 새끼들을 모아 기르는 곳으로 동물의 고아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본 어린 새끼 원숭이 세 마리가 아주 귀여웠다. 너무 귀여워서 두 번이나 들어가 보았다.


그곳을 지나 산림욕장으로 갔다. 산림욕장은 6.3킬로미터의 산책코스다. 총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11개의 테마코스가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정말 권하고 싶은 코스였다. 새로 나온 새잎들은 정말 색깔도 고왔고, 예뼜다. 새잎과 갈잎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가까이 있어도 보지 못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서울에 있다니,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이 이상했다.


내려와서 공작을 보았다. 하얀색의 공작이 날개를 완전히 펴고 서 있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다. 걷는 모습도 기품이 있었다. 왜 공작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공작은 일반 닭과는 정말 달랐다. 태생이 다른 것이었다. 기린은 키가 6미터나 되고, 하루에 불과 20여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루 종일 대공원 동물원에서 많은 동물들을 보았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동물과 달리 사람이라고 구별되는 것일까? 나는 곰곰히 생각에 빠져 대공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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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경 관계 인사들을 만났다. 몹시 어색한 만남이었다. 가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만나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했다. 김 사장은 내가 들어가자 곧 바로 나갔다고 했다. 김 사장은 무척 지친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시달려서 그런지 어떤 형태로든지 빨리 결말이 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김 사장을 위로했다.


점심 식사를 나 부장님과 사무실에서 피자를 시켜 먹었다. 모 기업체의 사내변호사의 방문을 받았다. 연수원 32기라고 한다. 쌍꺼풀 수술을 받은 사람이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을 보니 몹시 안됐다. 수술이 잘못되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이다.

 

수술피해자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밖에 외출할 때도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했다. 눈이 까칠거려 늘상 불편하고, 고통스럽다고 했다. 수술을 했던 의사를 찾아가 항의를 하니, 6개월을 기다리면 모든 게 원상으로 회복된다는 답변이라고 한다.

 

쌍커풀수술과 관련된 인터넷카페에 들어가 수술받은 상황에 대한 글을 올렸다가 거꾸로 병원측으로부터 명예훼손죄로 형사고소를 당했다. 왜 먼저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자로서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법을 잘 몰라서 그랬다는 답변이었다.

 

세상에는 법을 잘 몰라 피해를 보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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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박스 커피 한잔


                                                           가을사랑



날씨가 흐리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데, 하늘은 잿빛이다. 마음이 가라앉고, 갑자기 센치해진다. 날씨 탓이다. 연약한 인간이 자연을 따라 순응해 살아가는 지혜인지 모른다.


화사한 햋볕을 받아야 빛이 날텐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올림픽대로변의 개나리와 철쭉도 우울해 보였다.


라디오에서는 김덕룡 의원과 박성범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하여 수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한나라당에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다.


사실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국회의원들의 처신이 왜 그렇게 변하지 못하는 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말로는 모든 의식이 개혁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겉 다르고 속이 다른 말과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아침에 집에서 7시 40분경에 출발했다. 약간 일찍 출근을 하니, 길에서 고등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서초동에 오니 시간이 너무 빨랐다.


그래서 반포에 있는 스타박스에 들어갔다. 아메리칸 커피를 한잔 시켜 놓고 허영 교수의 헌법소송법론을 읽었다. 아무도 없는 이른 시간에 혼자서 조용히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그 또한 기분이 좋았다. 나 혼자만의 작은 행복이었다. 창밖을 보니 출근에 바쁜 차들이 많이 늘어서 있었다.


교대역 11번 출구 앞에 동냥을 구하는 사람이 길바닥에 앉아 있었다. 잠시 차가 신호등에 걸려 서 있는 동안 유심히 그 사람을 살펴 보았다. 평소 자주 보는 사람인데,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들어 동냥을 구한다. 한 10여명이 지나가는데 아무도 돈을 주지 않았다.


어떤 심정일까? 어려운 처지에 손을 내밀고 있는데, 무표정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어떨까?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그래도 힘있는 사람들의 동정을 받으려는 마음이 짓밟힌다고 생각할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그 사람이 돈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모두 원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니까.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도 자세히 보니, 별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다. 세상은 이렇게 냉정하게 움직이고 있다.


출근하니 서울구치소에서 수감중인 피고인 한 사람이 자신의 재판과정에서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편지를 내게 보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쓴 책, ‘이렇게 하면 빨리 석방된다’를 구치소 안에서 보고, 자신의 사건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범죄유발형 함정수사를 당해 징역을 살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슴이 뭉쿨하다. 세상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법과 제도가 억울한 사람을 많이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읽은 성경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함은 그 눈이 가리워져서 보지 못하며, 그 마음이 어두워져서 깨닫지 못함이라’(이사야 44:18).


눈이 떠 있어도 가리워진 상태에서는 한 치 앞에 있는 사물이나 현상도 인식하지 못한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눈을 감고 있거나, 무엇에 가리워지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한다. 그러면 우매하고 어리석게 되고, 일을 저지르게 된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된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안 된다. 마음이 부질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혼탁하면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한다.


눈 앞을 가로 막고 있는 욕망과,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는 나쁜 생각을 버리고, 제대로 알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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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강물, 그리고 나


                                                        가을사랑


하루를 돌이켜 보면, 한 것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어제는 4월 12일, 그러니까 2006년도 한 해도 벌써 100일이 넘었다. 세월이 어찌 이렇게도 빠른지 모르겠다. 아침에는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다. 운전을 하면 괜찮은데, 택시를 타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히려 답답하고 시간이 안 간다.


음악이나 라디오 채널로 내 마음대로 들을 수 없어 그런지도 모르고, 낯선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 오래 함께 있는 것도 별로 내키는 일은 아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니 약간 졸음은 오는데 그렇다고 깊게 잠이 들 환경도 아니다. 밖을 보니 아침 일과가 시작되는 도시의 번화함과 분주함이 느껴졌다.


김 회장님을 만났다. 곧 조사를 받으러 간다고 한다. 관행적인 문제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은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회적 체면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된다.


혼자 느끼는 정신적 공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위로를 해야 할지? 이런 저런 방안을 상의했다. 나름대로 많은 방안을 생각했을 거라고 믿었다. 몇 달 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은 법적 책임 이상으로 가혹해 보였다.


점심 시간에 일행과 함께 서초정육점식당에 갔다. 정육점에 딸린 고기집이다. 예전에 자주 다녔는데, 참 오래만에 가보았다. 손님들이 예전과 달리 별로 많지 않았다.


이 국장으로부터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것 저것 검토할 사항이 많은 것이어서 오후에 바빴다.


어떤 분이 갑자기 찾아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추천을 받았다면서, 상담을 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하니, 절차를 밟는데 한달 가까이 걸린다고 해서 나를 찾아왔다고 한다. 복잡한 사건 때문에 민형사 소송을 혼자 하고 있다고 했다. 사건 설명을 장시간 들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5시에 부동산회의를 했다. 횡성에서 전원주택사업을 하는 사장님이 참석했다. 6시에 회의를 마치고 나니, 김 사장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과 함께 방문을 했다. 억울한 사정을 듣다 보니 7시가 다 되었다. 세상에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미사리 경정장 뒤편 둑방으로 갔다. 내가 잘 다니는 곳인데, 이번에는 참 오랜만이다. 왕복 7킬로미터의 산책로다. 헐레벌떡마라톤 동호회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마라톤 동호회 이름을 재미나게 지어 놓아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둑방에 가로등을 켜놓아 저녁 산책하기가 좋다. 시원한 강바람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가슴 속에 한강의 시원한 4월의 바람을 마음껏 집어 넣었다. 바람은 들어가고 들어가도 끝이 없다.


조용한 강변을 걸으며, 나는 아주 깊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달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끔은 구름에 가려 잊혀지기도 했다. 달은 나를 따라 오기도 하고,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가기도 했다.


나는 달을 사랑하려고 했고, 달도 나를 사랑하려고 했다. 나는 달을 잊고 있기도 했고, 달도 나라는 존재를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로를 잇고 있는 사랑의 끈은 보이지 않았지만, 변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달이었고, 달은 나였다. 두 존재는 겹쳐 있었고, 떨어져 있었다. 강물은 조용히 달과 나를 비추고 있었다. 두 사람의 교감을 듣고 있었다. 그러면서 흐름을 멈추고 있었다. 라일락이 피는 4월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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