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올림픽대로변에 피어있는 개나리꽃을 보았다. 며칠 사이에 모든 개나리꽃이 순식간에 피었다. 진한 노란색으로 강변에 띠를 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 색깔에 취한 상태에서 출근을 했다. 어제 산 윤용섭 씨의 색소폰 찬양성가테이프를 크게 틀었다. 구성진 색소폰 소리에 나는 평안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강은 말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서울의 봄은 이제 그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남도미락에서 월요회 점심모임을 가졌다. 오래 전부터 보던 사람들이라 푸근하다. 나는 골프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골프가 주된 화제다. 홀인원을 한 사람도 세 사람이나 된다. 그 어려운 홀인원을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했는지 모르겠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학교로 갔다. 연구실에 책을 대충 정리하고 강의를 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니 한의과대학 옆에 목련꽃이 제법 제대로 피어 있었다. 좋은 봄날에 강의를 하고 바깥을 보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더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식사후 테니스를 치고 왔다. 최원장과 게임을 했다. 날씨는 운동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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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과 보랏빛으로 화려한 무대의 막을 여는 봄날이 왔다. 햇볕도 화사했다. 그런 봄날에 내 마음은 평온했다. 이게 행복이라고 믿는다. 고통이 없는 순간이 행복이다. 더 이상 바라는 건 어리석은 인간의 욕심이다. 부질없는 일이다.


12시 반쯤 주양쇼핑으로 갔다. 1층에 있는 작은 커피숍에 앉아 30분 정도 책을 보았다.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헌법소송법 책을 보았다.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들어와 앉아 커다란 목소리로 대화를 한다. 책에 집중을 하려고 해도, 그 대화 내용이 간간이 들어와 제대로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어쨌거나 나는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조용히 앉아 멋있는 시간을 보냈다.


1시 예배에 참석했다. 조 목사님은 항상 열정적으로 설교를 하신다. 겸손함을 배우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씀이다.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드릴 수 있는 헌신적인 믿음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3시반경부터 검단산 등산을 시작했다. 늘상 다니는 제1코스다. 베트남참전비가 있는 곳에서 시작해서, 유길준 선생묘소, 쉼터를 지나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다. 정상까지는 3.52킬로미터고, 정상은 해발 657미터다. 올라가면 팔당댐이 보이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지점도 보인다. 내려오니 어두워지고 있었다.


산위에 있는 나무들은 나뭇잎이 하나도 없다. 오로지 소나무만이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었다.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은 마치 발가벗은 것 같았다. 가끔 낙엽만 달려 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새잎들이 나오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푸른 숲을 만들 것이다. 추운 겨울, 눈에 쌓여 있어도 얼어 죽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가, 다시 봄이 되면 새잎을 내는 나무들이 대견해 보였다. 그건 뿌리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에 내려오니 호떡 아주머니가 있었다. 호떡 1개에 500원이다. 뜨거우니까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아끼지 않는다. 맛이 있었다. 운동을 하고 나서 먹는 음식이라 더 그런 것 같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어제 저녁에는 하남시 고골까지 가서 궁터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정육점까지 함께 하는 식당이라 고기맛이 좋았다. 맥주와 소주까지 곁들어 식사를 하고 나오니, 빗방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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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경 남산도서관 앞에 도착했다. 돌계단을 올라 남산타워까지 갔다. 1.7킬로미터의 거리다. 완전히 봄날씨다. 전혀 추운 기색이 없다. 아침공기라 아주 신선하다. 나무가 있는 산이 다 그렇겠지만, 남산까지만 올라가도 집안이나 거리의 공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곳에는 신선함이 있다. 파란 생명이 싹을 틔우고 있다. 개나리꽃이 조금씩 피어 있었다.

 

남산을 자주 다녀서 그런지 이제는 마치 내 정원같다. 하기야 개인 소유가 아니니 많이 다니는 사람이 임자다.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니 기분도 좋아졌다. 

 

앞이 안 보이는 분들이 남산순환도로를 걷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손을 팔장을 끼고 걷기도 한다. 지팡이에 의존해 그 굽은 길을 걷고 있는게 대단해 보였다.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차가 안다니는 게 다행이었다.

 

걸어서 명동까지 갔다. 아침부터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있었다. 역시 명동은 명동이다. 신포만두집에서 만두와 모밀국수를 먹었다. 그 앞에 헤어샵에 가서 커트를 했다. 샴푸를 두번이나 해준다.

 

명동에 있는 커피숍에서는 모두 케익을 무료로 준다는 안내문을 밖에 붙여 놓고 있었다. 재미있는 현상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서울에는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 봄이 전쟁에서 이긴 개선장군처럼 4대문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어느 블로그에서 본 크로커스꽃의 아름다운 보라색이 눈에 선하다. 봄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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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대로를 지나는데, 도로변에 개나리가 조금 피었다. 대부분의 개나리는 아직 피지 않은 상태에서 약간 노란 색깔만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자태들. 나는 그 모습에 또 다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봄은 눌렸던 기분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겨울 내내 추워서 움추렸던 시간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약간 흥분되고 들뜨게 된다.

 

점심 시간에 하이야트 호텔로 갔다. 약간 일찍 도착해서 파리그릴 식당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강변도로에 차들이 다니는 모습이 무척 평화스럽게 보였다. 신 사장을 만났다. 세월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프랑스 식당은 전망이 참 좋은 곳이다. 특히 창가에 앉으면 정말 환상적이다. 바로 앞에는 예쁘게 가꾸어놓은 정원이 있다. 오른쪽 나무 하나에 까치집이 네개나 지어져 있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것 같기도 했다. 까치 한 마리가 맨 위에 있는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후에는 부동산회의를 했다.

 

저녁 식사 후 테니스장에 나가 테니스를 조금 치고 있으니 빗방물이 떨어졌다.

 

요새 별의 노래라는 소설을 써보려고 하니,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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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자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두워지면 쌀쌀함과 싸우고 있다. 아직 겨울의 군대가 완전히 물러나지 않고 있다. 낮에는 봄의 군사가 평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외국에서 온 손님 일행과 함께 이런 저런 구경을 했다. 토요일 저녁에는 터미널 부근에 있는 청록회관으로 갔다. 저녁 8시반경이었다.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있는 종업원 두 사람이 우리에게 첫 번째 손님이라고 한다. 그 넓은 곳에 우리 일행이 첫 번째로 들어가 있으면 얼마나 썰렁할까 싶었다. 토요일 밤에는 원래 손님이 많지 않은 모양이다.


영동호텔 황궁으로 갔다. 그곳에는 손님들이 약간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따져도 3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불황인가 싶다. 사람들이 모두 의기소침해져서 이런 곳에 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라이브밴드가 있고, 실제 가수들이 계속해서 나와 노래를 부르니 분위기는 좋았다. 흥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색스폰과 기타, 드럼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트롯트와 블루스 풍의 노래도 좋다. 지하실이라 나오면서 혹시 화재가 나면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도 해보았다.


다시 압구정동에 있는 노래방에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맥주와 안주 기본이 3만5천원이라고 씌여 있어 들어갔더니 룸사용료는 5만원 따로 내야 한다고 한다. 밤 12시가 다 되어 동대문 밀리오레에 갔다 왔다. 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참 많다. 부근에 있는 야식집에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 곳은 장사가 잘 된다.


별의 노래라는 소설을 다시 써보았다.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 그런지 꽤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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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그 분주함이 덜 하면 웬지 갑작스러운 공허감을 느낀다. 오늘은 사무실에서 비교적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마음도 많이 여유롭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니 순간적인 상황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자신만만하던 사람도 어떤 문제가 생겨 조사를 받게 되면, 순식간에 풀이 죽어 아주 초라해진다.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게 인생이다. 내일 일을 자랑해서는 안되는 게 사람이다.

 

최근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윤상림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사를 받고 있다. 그들은 하루 아침에 명예를 잃고, 가슴 조리며 시간을 보낸다.

 

타산지석이라고 사건의 진행상황을 지켜 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마음 편하게 살기 위해서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라고 세상은 역시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예전에 법무부에서 함께 근무했던 오 국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벌써 퇴임하고 집행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부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부럽다고 하면서, 축하를 해주었다. 실무교수로서 사명감이 막중하다.

 

퇴근하고 인천공항에 갔다. 일본에서 오는 손님을 맞으러 나갔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공항이 비교적 한산하다. 신사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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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을지로 3가에 있는 우래옥 식당에 가서 식사를 했다. 정 회장님, 신 변호사, 정 변호사와 함께 만났다. 흘러간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우래옥은 깨끗하고 음식 맛이 좋았다. 아주 오래 된 식당이라고 한다.

 

오늘 저녁에는 김 교수님을 모시고 식사를 했다. 사모님도 함께 자리를 하셨다.

 

봄비가 내렸다. 이젠 완전히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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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제법 많이 왔다. 날씨가 변덕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다. 아주 추운 기운은 사라졌다.

 

사람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켜야 할 일들이 많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모든 것을 돈에 맞추어 따지고 물질적인 욕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점이다.

 

대화의 내용도 태반이 물질에 관한 것이다. 누가 돈을 벌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재테크를 잘 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강남의 아파트 값이 너무 올라 심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진작 강남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은 이제는 강남으로 이사 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아파트 값이 10억원씩 올랐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기가 막힌다.

 

L 선배를 만났더니,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65평을 8억원에 샀는데 지금은 이십몇억원이 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는 말을 들으면 공연히 기분이 씁쓸해진다. 너무 많은 돈을 쉽게 벌어서일까?

 

가급적 돈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돈 이야기를 해봤자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이 되는 일도 없다.

 

사람들이 또한 나이를 먹을수록 진실을 감추고 위선적인 대화와 행동을 하기 때문에 순수성을 상실하게 된다. 순수해 보았자 얻는 게 없어서일까?

 

나이 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으면, 그들의 얼굴과 표정에서 아주 무감각한, 세파에 찌들은, 그래서 감성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도 그들을 닮아 함께 그렇게 될 지 모른다.

 

가끔 사람들에게 실망을 하게 된다. 특히 공연히 말이 많고, 붙임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의 나중을 보면 더욱 그렇다. 그게 그 사람의 성격인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으례 그러려니 하고 대해야 하는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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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때문에 외출을 못하고 있다가 오후 늦게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다. 중국에서 날라온 황사가 이렇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놀랍다.

 

코메디언 김형곤 씨가 갑자기 타계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작년 겨울, 공연을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사람의 운명이란 그렇게 알 수 없는 것인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차를 타고, 우이동으로 갔다. 길음동으로 가면서 옛날 혜명고시원 건물을 보았다. 이젠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벌써 30년이 다 되었다.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혜명고시원 뒤는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었다. 그곳에서 삼양동 사거리까지 가는 고갯길이 새삼스러워 보였다.

 

아폴로극장은 없어지고, 그곳도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우이동 도선사 입구까지 갔다. 도선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전통찻집에 들어갔다. 찻집에 앉아 밖을 내다보니 주변에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날씨가 그렇고 어두워지고 있어 그런지 몹시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옛날 삼양동에 살 때 몇 차례 왔던 곳이다. 찻집의 고요함이 산사 부근인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나는 꽤 오래 전의 옛일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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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처 녀

 

                                                                가을사랑 

 

 

 

오현명씨가 부른 봄처녀를 듣는다. 이은상의 시를 홍난파가 곡을 붙였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옷을 입으셨네]

 

처녀와 같은 봄이 희망을 담고 다가온다. 벌써 3월 11일이다. 3월이 된다고 기지개를 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황사 때문에 하늘은 흐리지만, 봄은 봄이다. 봄은 파란 풀을 선보이면서 시작된다. 파릇한 싹이 돋아나오면, 대지는 사랑을 밖으로 품기 시작한다.

 

[하얀 구름 너울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하얀 구름이 내게 다가온다. 구름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꿈과 사랑이 숨어있는 듯하다. 강물은 많은 슬픔을 안고 흐르고 있다. 봄이 오면 강물은 추운 겨울 아팠던 가슴앓이를 씻어보내야 한다. 이슬은 진주처럼 영롱하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시는고]

 

지난 겨울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합창단 공연에 가서 아는 사람에게 꽃다발을 전했던 일이 있다. 주고 받아서 좋은 꽃다발은 서로간에 정을 나누는 의식이다. 봄이 가져오는 꽃송이를 내 가슴에 받아 보관하고 싶다.

 

계속해서 봄처녀의 2절 가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 양 나가 물어 볼까나

 

봄처녀 노래가 유난히 가슴에 파고 들어온다. 봄은 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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