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
가을사랑
박 사장은 아주 난감한 표정이었다. 잘 아는 친구가 10년만에
전화가 왔다. 잘 지내고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오랫만에 전화를 해서, 급히 필요하니 돈을 2천만원만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일언지하에 거절할 입장이 아니었다. 박 사장은 무슨 내용인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무슨 일이 생겨서 돈을 급히 돌려주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서
상대방의 사정이나 환경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박 사장은 자신도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2천만원이 안 되면 일부라도 해달라는 사정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연락처를 남겨주었다.
박 사장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냉정하게 거절하면 친구
사이에 관계가 이상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어려운 부탁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텐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부탁한
것을 보면 선뜻 거절하기는 어렵다.
자신이 얼마나 야박스러운 사람이 되는걸까?
그렇다고 돈을 빌려주면 아주 골치아프게 된다. 상대방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돈을 선뜻 빌려주었다가는 돌려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돈도 손해를 보고, 많은 신경을
쓰게 되며 친구와의 사이도 아주 나빠질 것이다.
박 사장은 생각했다.
친구가 아무리 급해도 우선 일에는 순서가 있을 것이다. 친구가
돈이 급했으면, 우선 자신의 가족과 친척, 아주 가까운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SOS를 쳤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쌓아온 신뢰와 신용이
바탕이 되어서 최소한도 그 정도 돈은 빌려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모든 방도를 다 해보고 나서도 꿀 수 없어, 박 사장에게까지 손을
별렸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돈을 빌리는 동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녀의 등록금이
없는 경우, 사업자금이 부족한 경우, 병원치료비가 없는 경우, 자녀의 결혼비용이 부족한 경우, 먹고 쓸 생활비가 없는 경우,
아니면 도박자금을 빌리는 경우 등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딱한 사정에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나쁜 동기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다. 강원랜드에 가서 도박을 하기 위한 경우, 주식투자를 더 하기 위한 경우 등도 있다. 이런 경우는 사기성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고, 먹고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이 아닌 경우 거액을 빌리면 대개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다.
이럴 때 돈을 빌려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요구를 듣게
되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 자신이 납득이 가면 형편이 닿는대로
빌려주면 된다.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으면 당장은 서운해도 거절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다.
때로 사람이 살다보면 박 사장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때가 있다. 이때 침착하게 잘 생각하고 처신해야 고생을 하지 않는다.
최근에 윤상림 사건으로 인해 돈을 빌려주었다가 수난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사람을 잘 선택해서 만나고, 거래하지 않으면 돈을 손해보고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세상 살면서
타산지석으로 좋은 교훈을 삼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