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는 남산으로 운동을 갔다. 남산 도서관 앞에서 출발해서 계단으로 남산타워를 올라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추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순환도로를 돌아 동보성 있던 곳으로 내려왔다.

 

예전에 있던 중국집 동보성은 이제 중국대사관영사부로 바뀌어 있었다. 그곳에서 주욱 내려오는 골목길에는 중국대사관영사업무와 관련된 비자, 번역, 여행사 등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기관 하나가 들어오자 그렇게 바뀐 것이다.

 

2월 17일 12시에는 방배동 성당에 갔다. 나 변호사님의 따님 결혼식이 있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연수원 동기들이 많이 왔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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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니 행복하다. 어디서 들은 말이다. 아주 평이한 말이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 가슴 속 깊이 새겨두어야 할 중요한 말이다.

 

행복하기 위해 욕심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아니 욕심을 마음껏 부려야 한다. 그게 세상 이치고 현실이다. 어떤 분야건 욕심이 없는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공직에서 출세도 하지 못하고, 사업에서 남 보다 돈도 벌지 못한다.

 

욕심이 없는데 그냥 복권이 당첨되었다든가, 아니면 우연히 지역이 개발되어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든가 하는 일은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일에는 성취욕구가 강해야 하고, 열심히 노력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세속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부와 명예를 쟁취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에 맞는 짝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욕심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패가망신을 시킬 수 있는 독약이라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다가 일이 잘못되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나가야 하고, 구속되어 징역도 가야 한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받는 정신적 고통은 때로 일부 사람들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의 극심한 강도로 다가온다.

 

돈에 욕심을 부려 망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뇌물을 받는 공무원을 생각해 보자. 그는 당장 돈을 받을 때는 기분이 좋고, 흥청망청 쓰기도 하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생색도 내고 인심도 얻는다.

 

그러나 나중에 뇌물 받은 것이 문제가 되어 수사를 받거나 처벌 받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지옥 같은 고통을 받게 될 것인가? 그리고 돈으로 보상할 수 없는 명예훼손을 당하게 된다. 죽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법을 어기고 돈을 벌기 위해 탈세를 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하는 일을 했을 때 남는 찜집함,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약점으로 잡혀 불안에 떨고 결국 노출되어 불이익은 다 당하게 되는 경우를 한번쯤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행복하기 위해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기 위해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욕심을 부리다 불나비처럼 불에 뛰어드는 어리석음을 벗어나자. 오늘도 열심히 일은 하되, 자기 실력껏 조금 벌고 편안하게 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겨울이 가기 전에 꼭 다시 한번 되새겨보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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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이 아토피성 피부질환이 생겨 고생을 한다. 약국에도 열심히 다니고, 피부과 전문의에게도 찾아갔다. 

 

처음에는 병원이나 약국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가려워 견디기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이 다니게 된 것이다.

 

병이 나도, 의사나 약사에 대한 신뢰를 하지 않고, 더 나아가 약이나 진료의 효능을 별로 믿지 않아 그랬다. 뿐만 아니라, 병을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리석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원래 피부치료제는 독하다고 한다. 그리고 잘 모르는 의사에게 가면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고 시간만 끌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아는 의사를 통해 부탁을 하고 찾아갔다.

 

몹시 친절하게 해 주었지만, 치료과정에서 그 의사도 신뢰를 잃었다. 사람이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게 인간의 본성이고 신뢰의 어려움이다.

 

결국 M은 종합병원인 어느 병원에 찾아갔다. 1차 진료를 받았다는 종이쪽지 한 장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안됐다.

 

그런데 병원에 갔다 와서는 더 풀이 죽었다. 젊은 여자 의사는 먼저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M은 조직검사는 안 받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는 약 처방전만 써주고 더 이상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도도한 태도로 빨리 나가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안 보아도 나는 그 장면이 눈에 선했다. 전문직종에 있는 사람들의 태도가 대개 그렇다. 자신의 의견에 문외한이 받아 들이지 않고, 불필요한 질문을 자꾸 반복하고 있으면 짜증을 내고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M은 처방전대로 약을 지어 받아가지고 왔다. 약은 먹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연고를 발라 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태도에 대해 불평을 했다. 나 보고 사무실에서 손님들을 만나면 아주 잘 대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몸이 아파 찾아간 환자에게, 그리고 사건 때문에 골치 아파서 찾아간 사건의뢰인에게 얼마나 잘 해주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바빠서 그랬거나, 아니면 환자가 잘 모르면서 자기 고집을 부리거나, 하찮은 질문을 반복하므로 그랬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본다. 그러나 M은 그렇지 않았다.

 

교만하고, 불성실하고, 비인간적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그런 욕을 먹고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겠다.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해 주어야겠다.

 

더군다나 무료봉사하는 것도 아니고, 보수를 받고 그들의 일을 해주는 입장에서는 열심히 성실하게 일을 해주고, 친절하게 대하며,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직업상의 의무고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해 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출근을 하려니 마음이 몹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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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오후 4시에 학교에 갔다. 앞으로 열심히 일을 하기로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돌아왔다.

 

2월 15일, 출근하니 이 선배한테서 전화가 왔다. 5층과 관련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이 다 그렇다.

 

사람이란 자신에게 불리하면, 남의 생각을 해주기 어렵다. 그래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이 몹시 어리석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요새 사람들은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거나 문제가 될 것 같으면 무조건 다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의리고 신의고 없다.

 

오사카에서 권 사장이 왔다. 정 소장, 박 실장, 김 실장과 함께 강희제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상의를 했다.

 

오후 2시에 대학로에 가서 C 대표를 만났다. 이 소장 소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소장과 오가면서 택시 안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5시에는 부동산회의를 했다. 이 대표가 인천 지역에 관심이 많다.

 

저녁에 테니스장에 가서 난타를 1시간 치고 왔다. 날씨는 이제 완연한 봄기운이 돈다. 테니스를 치고 상일동 재래시장에 가서 구경을 했다. 그곳 포장마차에는 꼼장어 등은 없고, 그냥 오뎅과 떡복기, 김밥, 햄버거 등뿐이다. 길에서 술을 팔지 않으니 좀 딱딱한 맛이 난다. 오뎅을 하나 먹었다. 3개 천원이라고 한다.

 

달이 숲 속 나무에 걸쳐 있었다. 약간 흐린 날씨에 그래도 달은 뚜렷하게 우리를 비춰주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가는 계절에 달도 애매한 감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은은함과 고요! 나는 또 멍하니 내가 사랑하는 것과 내가 사랑해야 하는 것 등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고 있었다. 

 

3월이 오는 발소리가 가까이서 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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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아무렇게나 해서는 안 된다. 사람만큼 중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깊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겉만 언뜻 보고 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채용한 다음, 함부로 그만 두라고 할 수도 없고, 잘못하면 아주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너무 많은 일을 시키는 사용자도 문제지만, 다른 사람의 직장에 들어와서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월급만 받고 있는 사람도 문제다.

 

특히 함께 일을 시작한 이상 중간에 그만 두라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더욱 문제가 심각해 진다. 회사의 약점을 잡아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고 있는 경우에 회사 사장은 비효율도 문제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워렌 버핏은 사람을 채용할 때 체크해야 하는 기준으로, 성실(Integrity), 지능(Intelligence), 에너지(Energy) 세 가지를 들었다. 그리고 만일 이 세 가지 둥 성실이 없고 지능과 에너지만 있는 사람을 채용하면 그 사람은 결국 당신을 죽이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회사나 개인이 사람을 채용할 때에는 보다 많은 시간을 내어 그 사람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많은 시간 후회하게 된다.

 

이런 원리는 직원 채용뿐만 아니라, 애인을 만나거가 결혼을 할 때 더욱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인간을 선책할 때는 겉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을 잘 살피라는 이야기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으로부터 쵸골릿을 선물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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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나에게는 매우 특별한 날이었다.

 

오전 9시 정각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버스는 출발했다. 버스는 광릉 부근에 있는 회의장으로 갔다. 짐을 풀고 회의는 시작되었다. 점심 식사 후 회의는 계속되었다. 모두 진지했다.

 

정말 필요한 회의였다. 아니 강의 형태로 진행되었지만, 매우 유익했다. 잘 모르던 분야에 관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를 할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평화는 개선보다 강하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는 탑을 보았다.

 

공기가 너무 맑은 곳이었다. 머리가 아주 맑아진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8시에 모여 아침 식사를 했다. 다시 회의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 서울로 돌아왔다. 그냥 헤어지기가 서운하다고 해서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신정 식당에 가서 술을 마시고 돌아왔다.

 

일요일 오전에 북한산에 갔다. 대남문까지 올라가 반대방향으로 5.5킬로미터를 더 걸었다. 대남문에서 내려가는 코스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 눈길을 원 없이 걸었다. 너무 너무 좋았다. 춥지 않은 날씨에 눈길을 계속해서 걷는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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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에 남산에 갔다. 택시를 타고 국립극장 앞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남산타워로 올라갔다. 눈이 내려 있는 아름다운 정경이었다. 날씨는 아주 포근한 편이었다. 남산타워까지는 버스가 다녀서 그런지 아스팔트길은 다 녹아 있었다.

 

주변 나무가지에 눈이 조금씩 덮여 있다. 겨울 내내 푸른 잎을 자랑하는 소나무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점점 구름이 걷히더니 달도 보였다. 남산에서 바라보는 달은 어쩐지 가깝게 느껴졌다.

 

멀리서 한강이 보인다. 수많은 자동차 불빛과 건물에 붙어 있는 붉은 색, 초록 색 등의 간판불빛들, 저렇게 빽빽하게 밀집해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아귀다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치열한 삶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남산타워에서 분수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수많은 계단이 있어 미끄러웠다.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계단이 꽤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 전체에 눈이 내려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푸근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북쪽 순환도로에는 눈이 녹지 않았다. 3킬로미터를 걷는데 맑은 공기가 느껴져 기분이 정말 좋았다. 수은등 아래 비춰지는 나무가지들이 한층 정겨웠다. 정말 마지막 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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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를 만났다. 아직 자리를 잡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게는 젊음이 있고, 꿈이 있었다. 물론 어려운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장래를 향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군데 면접을 보았고, 지금도 보고 있다고 했다. 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100명 정도가 적은 900명 정도가 수료를 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 취업은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선택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국가기관이나 회사 사내 변호사, 크고 작은 로펌, 개인사무실 등 많은 직역이 있다.

 

그리고 동료나 선배들과 많은 상의를 하면서 진로도 결정하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성실하게 살아갈 마음 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이제 법률가라고 해서 특권의식을 가져서도 안 되고, 허황된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다. 그저 배운 지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갈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만, 그들은 지금까지 공부만 했고,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아도 직접적인 책임을 질 일은 없었기 때문에 막상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일을 할 생각을 하니, 다소 불안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모양이었다. 다 그렇게 시작해서 배워나가는 것인데도, 그 입장이 되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느껴 볼 기회를 가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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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순백의 눈을 바라보며, 나는 그 눈을 닮고 싶었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 눈 속에는 순수가 담겨 있다. 그 순수 속에 해맑은 사랑이 숨어 있을 것 같았다. 햇볕에 반사되는 하얀 푸르름이 봄을 기다리는 처녀처럼 보였다.

 

눈을 밟으며, 나는 내 마음도 눈처럼 맑았으면 하고 간구해 본다. 더러운 욕망에서 벗어나, 아무 티 없는 순백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몸에 찌든 모든 더러움을 씻어버리고 싶었다.

 

길이 미끄러어서 그런지 콜택시도 없다고 했다. 나는 걸어 나와 한참 가고 있는데, 마침 빈택시가 왔다. 잠실역까지 갔다. 지하철 2호선을 탔다. 날씨는 생각보다 덜 추웠다. 그냥 걸어다니기 괜찮을 정도였다.

 

어제 저녁에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상가 지하 1층에 있는 중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참으로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제천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 5명을 만나 옛날 이야기로 회포를 풀었다. 반가웠다. 서로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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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쌓여 있었다. 다시 마음이 들떴다. 집 주변에 쌓인 눈이 정취를 더하고, 내 마음은 겨울이 주는 축복에 감사하고 있었다.

 

이제 또 다시 이런 눈을 볼 수 있으랴 싶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눈을 맞으며 출근준비를 했다. 밖에 세워둔 차 지붕과 앞뒤 유리창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귀찮아서 앞 유리부분의 눈만 치우고 차를 끌고 나왔다. 길은 다행이 크게 미끄럽지 않았다. 사람들이 차를 덜 가지고 나와서 그런지 테헤란로도 별로 붐비지 않았다.

 

다소 출근시간이 늦어져도 나는 눈 내리는 거리를 운전하고 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라디오에서도 좋은 음악이 나오고 있었다. 폭설대란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나로서는 그저 낭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차를 대고 내 차 위에 있던 눈을 뭉쳐서 야구 공 만한 크기로 내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화분 위에 놓아두었다. 하얀 색의 눈덩이는 마치 사랑처럼 보였다. 흩어졌던 눈이 하나의 덩어리로 응집되어 다른 형체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의 다른 표현이었다. 녹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눈은 그리 쉽게 녹지 않았다. 단단하게 뭉쳐진 그 속에는 뜨거운 사랑의 열정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점심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법원 동문 부근에 있는 이즈미라는 일식집으로 갔다. 모처럼 뵙는 것이었다. J 선배님은 참 구수하신 분이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거의 2시가 다 되었다. 낮이었지만 정종 대포를 2잔씩 마셨다. 눈이 오는 날에 정종을 마시니 운치도 있었다.

 

이즈미는 분당 압구정동 등에 있는 집의 체인점이라고 한다. 음식이 비교적 깨끗하게 나왔다. 갈때는 걸어갔으나 올때는 시간 때문에 택시를 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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