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성과 중간 점검해야
가을사랑
지금 우리 사회에는 사법개혁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법원과 검찰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바꿔 피고인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각계 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광범위한 분야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 중이다.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법원도 구속영장 발부에 관한 내부적 기준까지도 공개하면서까지 투명한 사법권 행사를 보장한다. 법원, 검찰의 과거사 진실규명 작업도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그 동안 법원과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많은 비판을 받아온 만큼 아주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했거나, 현재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몇십 년에 걸쳐 누적돼온 잘못된 수사 및 재판 관행을 하루아침에 완전하게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의지만 있다면 앞으로 커다란 변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의 흐름이 당초 설정했던 방향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혹시 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다른 측면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점검해야 한다.
첫째, 무조건 제도만 바꾸면 잘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는 곤란하다. 역사적인 경험에 비춰 제도 그 자체가 좋고 나빠서가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정직성과 성실성에 따라 성패가 좌우됐다. 미국에서조차 실효성이 의심돼 폐기한 특별검사제도를 우리는 뒤늦게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운영해 봤지만 결과는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많은 위원회도 신설됐으나 국가의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둘째, 개혁과 개선은 급히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 있고,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검토해 신중하게 바꿔야 할 사항도 있다. 모든 사항에 대해 동일한 비중을 두고 일거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부작용만 가져올 뿐이다. 예컨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의 도입은 충분한 사전 준비작업 없이 너무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법과대학 교수 및 대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셋째, 사법개혁의 초점은 범인(犯人)의 인권보장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 물론 민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념이고 가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국가 사회의 법질서 확립과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없으면 애당초 구속조차 하지 않겠다는 법원의 방침은 형사소송법의 인권보장 이념에 매우 충실한 것이지만, 이와 함께 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보완장치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
넷째, 작년의 경우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한 법무장관의 불구속 지휘로 검찰총장이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로 일년 내내 양 기관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돼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그 와중에 시위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퇴임해 현재까지 공석인 상황이다. 국민들은 치안을 걱정하고, 수사권의 남용과 공백을 염려하고 있다.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과연 국가가 제대로 권리보호를 해줄 수 있을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금년에도 상반기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인해 상당 기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각돼 있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 동안 많은 개혁의 성과를 얻었으므로 이제는 중간 단계에서 그 동안 개선해온 제도를 차분하게 시행해 보고 그 효율성과 경제성의 성과를 분석할 때다. 모든 일에는 장단기 계획이 필요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얻으려는 욕심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